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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람 패지 맙시다

 

2009.10.05.월요일
알려지지않은 주시자

 

그 나라의 예를 들어주마.

 

일본체육대학이라는 곳이 있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포스는 뭔가 국가대표 양성소 비슷한 필이 나지만, 사실 사립대학이다. 좀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지금은 사립대학이다고 해야할까. 자세한 이야기는 조금 있다 나오니 지금은 그냥 넘어가자.

 

좋은 대학이다. 좋은 대학의 기준이 뭔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적어도 체육인, 체육교사 양성분야에 있어 일본사회에 이 대학이 공헌한 바는 매우 크다 할 것이다. 단적인 예로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가장 많이 배출한 학교이며 (어찌보면 당연한가?), 일본의 각 종합대학들이 스포츠 추천제로 중고등학교 선수들을 모셔가기 전까지만 해도 일본 전국에서 운동 좀 하는 아해들은 다 이 대학에 모인다고 할 정도였다. 그냥 선수만 양성하는게 아니라 스포츠 교육쪽에도 일가견이 있어, 좋은 교사들도 많이 배출했다.

 

칭찬 여기까지.

 

일본 사회에서 이 대학의 이미지는, 적어도 2009년 현재로선 그다지 좋지 않다. 학생과 교수를 불문하고 잇다른 삽질레이션 사건(대마, 지폐위조, 성추행, 강간... 방향이 좀 틀리긴 하지만 별 숫자 만으로는 대한민국에서 법무부 장관 정도는 거뜬히 해 낼 수 있는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다. 잘 들 해 봐라)을 저질러댄 덕에 민폐를 끼치는 대학이라는 이미지가 좀 강해져 버린 것이다. 자업자득이긴 하지만, 걍 열심히 운동하는 애들이 대다수일 텐데 좀 안타깝긴 하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삽질레이션 사건들은 굳이 이야기 하자면 사건을 벌인 개개인의 인성 문제가 더 크다. 적어도 조직적으로 저런 범죄를 저지르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역시 이 곳도 교내폭력 문제로 오랜 기간동안 멍들어 왔다. 최근들어 개선의 노력이 좀 결실을 맺고 있기는 하지만, 일본 사회도 이 스포츠와 폭력의 굴레에는 참 골머리를 앓았다. 80년대까지만 해도 프로야구 덕아웃에서 감독 주먹이 선수 얼굴에 날아들곤 했다니, 말 다 하지 않았냐. 요즘은 나아지긴 했다.

 

내가 궁금하게 생각하는 건, 이 스포츠를 할려면 좀 맞아야 한다라는 매우 어이없는 사고방식이 언제 어디서 시작되었는가 하는 거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참고로, 난 리베라가 커트 좀 안 꺾이는 날은 경기 끝나고 불펜에서 코치진에게 줄빠따를 맞는다거나 스코티 피펜은 전성기때도 야투 한 개 실수할 때 마나 감독에게 싸다구 왕복으로 쳐맞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혹시 들어본 적 있는 분 있으시면 리플 달아주시고, 리플 안 다실 분은 스포츠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폭력이 필수적이다 는 농담은 그냥 재미있는 농담으로 생각하면서 나머지 글 읽어주셨으면 한다.

 


 군대와 폭력.

 

난 일본이라는 나라를 꽤나 좋아하지만 이 나라 사람들이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는 고차원적인 농담은 좀 센스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사논공상의 사(士)가 글 하는 선비가 아니라 칼 든 사무라이였던 나라에 뭘 바라겠는가. 이 나라가 기본적으로 무(武)를 숭상하는 나라라는 점에 대해서는 그다지 이견이 없으리라고 본다.

 

버뜨, 그렇다고 해서 길가던 사람이 길가던 사람 붙잡고 줘 패도 되는 나라였던건 아니다. 진무천황이 아들을 훈도하기 위해 하키채나 물먹인 밀대자루를 애용했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 없고. 21세기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역사적인 국민성까지 들먹이는 것은 좀 오바인듯 하니, 살짝 가까운 곳에서 원인을 찾아볼까 한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역사를 쭉 살펴보면, 제2차 세계대전 직전부터 전쟁 말기까지의 일본은 확실히 제 정신이 아니었다. 이 나라의 악덕을 주워섬길려면 그냥 여기서 글질 하는 것 보다 딴지 DB에서 씨벌교황님의 옥음을 경청하는 것이 나을테지만, 일본이 항상 언제나 황당한 나라 였던건 아니다. 객관적으로 봐서 이 나라 아해들은 머리도 잘 굴러가고 사고방식도 꽤나 합리적이었다.

 

그 합리라는 것이 지금의 도덕관에 비쳐봐도 거울처럼 깨끗한 심성을 가졌었다는 소리가 아니라, 적어도 전쟁을 할려면 보급이 중요하고 부하들 잘 부릴려면 공을 세울때 마다 상금도 좀 쥐어줘야 한다는 것 정도는 수백년 전의 무사계급도 알고 있었다는 소리다. 밥을 먹어야 전쟁을 하고, 인센티브가 있어야 노력을 할 것 아닌가. 일본은 전란의 시대를 오래 겪은 만큼 전쟁에 대한 이해는 상당히 발달해 있어서, 싸워야 할 곳과 물러나야 할 곳을 잘 살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싸울려면 일단 밥을 잘 먹어야 한다는 것 같은 기본적인 문제들은 무인이라면 숙지하고 있었다. 

 

 

이게 처음 제대로 틀어지기 시작한 것이 태평양 전쟁 말기이다. 당시 일본군 전략구상을 살펴보면 이 아해들이 진짜 일본인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이가 없다. 보급을 경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선이 쓸데없이 확대되고 당시 세계 공업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던 미국과 전면전에 돌입하면서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이길 수 없는 전쟁의 구렁텅이로 끌려 들어가기 시작하자, 일본 군부는 깔쌈하게 항복하는 대신 정신력으로 버티기에 들어간다. 보급이 끊겨도 위대한 대일본 제국군은 정신력으로 현재의 전선을 사수해 줄 것이라고 대본영이 믿기(오해하기)시작한 것이다. 망조가 든 게지.

 

정신력으로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일본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번뇌하게 된다. 맘 떠난 아가씨 앞에서 사흘 밤낮을 울어봐야 추해지기만 할 뿐이듯, 질게 뻔한 전쟁 오래 버틸려고 노력하다 보니 원래 일본이 가지고 있던 합리적인 사고방식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고 대신 히스테릭한 군대 문화만이 온 나라를 뒤덮게 된 것이다. 바로 이때를 즈음해서, 일본은 나라 전체가 병영국가로 변모해 버린다. 당시 일본의 한 지역 중학생들이 받았던 교련훈련의 강도가 야간행군의 경우 완전군장 지고 30km 산간 코스, 도중에 매복조와 조우해서 전투훈련 두번이니, 지금 한국의 육군훈련소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중삐리들에게 이런 군사훈련 시킬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래, 학교가 병영이 되면 된다. 일본은 실제로 그렇게 했다.

 

이렇게 온 나라에 병영문화가 퍼지면서, 우리들이 흔히 알고있는 히스테릭한 일본 교사와 악랄한 일본 군인이 양산되기 시작한다. 흔히 일제시대때 조선인은 패야 말을 듣는다는 말이 유행했던 것으로 알고있는데, 반 정도 맞는 말이다. 나머지 반은 뭐냐고? 지들끼리도 참 많이 팼다. 초중고를 가리지 않고 교사들은 학생들을 장래의 병사로 생각하고 매로 다스렸고, 입대하면 계급별로 따끈따끈하게 얻어 터졌다.

 

이쯤해서 다시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도대체 왜, 사람이 사람을 두드려 패야 했을까. 

 

가장 간단한 대답은 구타가 사고(생각)를 정지시키기 때문이다. 명령에 따른다. 아니면 뒤지게 터진다. 윗 사람에게 복종한다. 아니면 뒤지게 터진다. 윗 사람에게 잘 보인다. 아니면 뒤지게 터진다. 이것이 반복되면 살고 싶으면 시키는 대로 해야한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게 된다. 병사들을 이런 상태로 만들어 놓지 않으면 수행이 불가능한 전쟁을 하고 있었으니, 폭력이 방조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을 거다. 그렇게, 매라는 이름의 폭력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장치라는 이름으로 필요악에서 통솔력의 상징으로 변모하게 된다.

 


군대와 스포츠

 

딱히 스포츠계가 병영문화를 열심히 흡수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한국에 남아있는 병영문화의 잔재를 보면 스포츠와 병영문화의 연관성이 필연적이라고 까지는 보이지 않으니까 말이다. 난 한국에서 대학을 한 3년 정도 다녔는데, 웃기게도 인문계 대학조차 병영문화가 남아있었다. 옆 과 아해들이 학기초 선배들의 한 해동안 죽어라 공부할려면 한 번 죽어라 고생을 해 봐야한다. 이게 우리 과 전통이다. 내일 새벽 6시에 운동장 집합이라는 말에 따라 다음날 운동장에 모여 오리걸음이니 PT체조니 구보니를 했다는 말을 듣고 그 인간들 지능지수를 의심한 적이 있는데, 다른 과는 MT때 선배들이 예비군 군복을 챙겨와 아침부터 군기를 잡더라는 말을 듣고 그냥 웃어버리고 말았다.

 

아직까지도 이해가 안되는건, 음악하는 아해들도 저 짓을 하더라는 거다. 합주때 음 틀리면 대가리 박다보니 실력이 일취월장 하더라나. 난 그렇게 연습한 음악 돈 주고 시간 내서 들을 생각 없지만 말이다. 어이가 없다 못해 한심한 인간들. 갈굼과 폭력으로 좋은 음악이 나올거면 빈 소년합창단은 빈사상태가 되도록 맞아가며 연습하겠군. 

 



빈 소년 합창단. 전혀 맞아가며 연습할것 같지 않다.

 

버뜨, 운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 병영문화가 참 오래도록 끈질기게 명맥을 유지해 온 건 사실인 듯 하다. 일본은 전후 (내 기준으론) 제정신이 돌아온 건지, 온 국가에 퍼져있던 병영문화를 씻어내기 위해 참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젤 안 먹혀든 곳이 스포츠계였다. 전쟁 당시 마쵸이즘을 숭상하던 일본인들에게 아까 나온 일본체육대학 같은 스포츠맨들은 결국 좋은 자질을 가진 예비병사 집단이었고, 실제로 많은 체육대학 학생들이 전쟁에 징집되어 희생자를 냈다. 희생자를 냈다는 말은 생존자도 있었다는 말이고, 그들이 종전후 스포츠계로 돌아왔을때 우리 군바리 삘은 다 벗고 민주적으로 놀아여같은 소리를 지절댔을 리는 만무하니 말이다.

 

일본이 질게 뻔한 전쟁에 뛰어들어 온 국가가 히스테리 상태에 빠져 있었을때, 잠시 잠깐 전국적으로 유행했던 병영문화는 이렇게 일본 체육계에서 기형적인 상태로 명맥을 유지하며 여러사람 고생하게 만든다. 쓸데없은 정신론과 단기간에 결과를 낼려면 이 방법 밖에 없다는 논리로 무장한 채. 그게 얼마나 허황된 소리인 지는 정작 자신들이 가장 잘 알텐데 말이다.

 


 그리고 한국.

 

일본 식민지배의 잔재가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는 말을 우리는 앵무새처럼 참 자주 반복한다. 그게 그 나라 장교 출신 아저씨가 18년간 통을 해 잡수셔서 인지, 사실 우리도 사람 패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던건지, 난 아직 판단이 잘 안서지만 전자라고 굳게 믿고싶다. 정작 구타문화의 산실인 일본에선 이런 문제들이 거의 정리되어 가는데, 왜 유독 한국에선 이런 쓰레기같은 종자들이 활개를 치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엔 사람이 사람을 패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다. 인류의 법전에서 폭행죄가 사라진 적이 없었듯, 사람이 사람을 때리는 건 유사이래 늘 있어왔던 <범죄>이다. 다만, 그것이 조직의 효율성과 조속한 목표달성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의 미명아래 체벌을 통한 훈도라는 포장을 뒤집어 쓴 것은, 겨우 100 여년 전 이야기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는지 우리는 잘 알고있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말이다.

 


기사링크박철우 선수 폭행사건

 

한국에서 그래도 있기있는 구기종목의 프로선수, 게다가 전년도 MVP를, 눈빛이 맘에 안든다고 저 모양으로 패놨다. 어디에서? 그 선수가 태극기 달고 한국을 위해 뛰겠다고 찾아온 태릉에서. 때린 본인과 소속팀 감독은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게 한국 체육계의 현주소다.

 

몇 년전 한 대학의 스포츠학과 입학 세레머니가 문제가 됐을 때만 해도 삼만번 양보해서 어린 것들이 군대랑 학교를 착각하고 있구나며 답답하게만 생각했다. 근데 이건 뭔가. 멀쩡한 사회인에 돈받고 계약한 프로선수 얼굴로 스파이크 연습을 해놓고 남자답게 허허거리는 것이 한국의 체육인인가?

 

그들이 대책이라고 내어놓은 것은 더 가관이다.

 

 기사링크맞을짓 하지 마라? (프레시안)

 

이건 재미있는 유머집 수준의 소리들을 대책이라고 내어놓았으니, 읽다보면 맥이 빠질 지경이다. 지들이 뭔대 형법의 구성요소를 맘대로 바꿔서 이건 폭력이 아니다고 단정짓는 건가. 대한체육회가 국회인가? 형법이 폭행죄로 인정하는 하한선을 제멋대로 조절하게. 법이 법 같잖아 보이나? 그럴려면 제발 다른 나라로 이민가서 당신들끼리 때려주고 맞아주며 즐기던가.

 

 

 

우리가 해야 할 일.

 

내가 새벽까지 잠 안자고 이 글을 두드린 이유를 다시 돌이켜 보자니, 참 씁슬하다 못해 서글픈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내가 오늘 하고 싶은 말은 사실 제목에 적힌 딱 한 줄 이었다. 사람 때리지 맙시다. 그게 다다. 너무나도 당연한 요구. 이게 그렇게 어려운가?

 

한 집단에서 폭력을 추방하는 데는 두 가지 정도의 길이 있다. 그 집단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거나, 아니면 집단 전체의 인식이 바뀌거나.

 

대한체육회에 이 둘중 하나를 조속한 시일 내에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듯 하니, 슬슬 외부의 압력이 필요한 시점인 듯 하다. 네티즌도 좋고 국민도 좋다. 대한민국에서 운동을 통해 밥 벌어 먹고 살겠다는 선택은 난 장성한 뒤에도 남한테 맞아가며 살 각오가 되어있다라는 별 쓸데없는 옵션사항이 붙지 않는, 그저 운동 열심히 해서 성과에 맞는 돈와 명예를 얻어 인간답게 살겠다라는 아주아주 당연한 귀결이 되도록, 그 집단에 직접 소속되지 않은 사람들이 움직여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체육계의 폭행문제를 과거보다 훨씬 더 심각히 받아들이고, 공론화 해야한다. 지도의 일환이라는 어이없는 소리가 발 붙일 수 없도록, 깨어있는 시민들이 감시해야 한다.

 

이번 사건처럼 기자회견 한 번 벌이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지절대다가 냉각의 쿨타임이 지나가면 야동보러 달려갈 게 아니라, 야동 보다가도 가끔씩 이 문제를 떠올리고 그때 사람 팬 그 인간이, 결국 어떤 처벌을 받았나를 돌이켜보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는 거다. 대한체육회가 여태껏 저렇게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건 그래봤자 결국 국민들은 잊을 거고, 그때 자격정지 풀면 되고, 그래봤자 결국 메달만 따 오면 다 박수 쳐 줄 거다라는 저열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놔둘 텐가.

 

이젠 바꿔야할 시점이다. 사람 패지 않고 즐겁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이 땅에 도래하도록.

 

결국 올해 추석도 송편 한 조각 못먹고 지나갔다(마지막으로 집에서 명절 보낸게 언제더라...ㅡㅡ;). 독자제위는 좋은 명절 보내셨길 빈다.

 

P.S. 일본 문화의 잔재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진리경찰님.

 

전 님께서 진짜 우익이신지, 탁월한 노이즈마케팅의 귀재이신지 아직 잘 분간이 안 갑니다. 님의 논리에 동조할 마음도 아직은 들지 않고, 님의 댓글도 그렇게 큰 감명을 받는 일 없이 읽고 있습니다(전부 다 읽는 건 아닙니다만). 첨엔 그냥 내용 상관없이 도배만 하시는 분인 줄 알았는데, 얼마전 소녀시대 기사 댓글을 보고 그래도 본문을 읽긴 읽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한마디 적습니다.

 

님께서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주장을 하건 그건 님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전투경찰과 의경제도를 이야기하면서 제국주의 일본군 찬양에 쓰인 시나 노래를 패러디하는 것은 좀 도가 지나친 듯 합니다. 예를 들어 가끔 올리시는 동기의 무궁화같은 경우는 태평양 전쟁당시 일본군 장병들이 가장 즐겨부른 노래이며 특히 마지막엔 카미카제 특공대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동기의 사쿠라(벚꽃)을 그대로 패러디한 글이지 않습니까?

 

태평양 전쟁 당시 많은 일본 젊은이들이 그 노래를 부르며 사람을 죽였고, 죽어갔습니다. 그 피해자 중엔 물론 한반도 사람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 노래를 한국의 전의경 찬양가로 바꿔치는 님의 감수성을 전 이해하기 힘듭니다. 제 육군훈련소 동기가 전경군번이어서 제 동기들도 많이들 전경에 입대했고, 개인적으로 절친한 죽마고우도 의경으로 생활하면서 참 많이 고생했습니다. 그런 그들이 님의 키보드질에 제국주의 일본군과 비슷한 취급을 받는 모욕을 겪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님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님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세상엔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부디 앞으로는 제국주의 일본군과 한국의 전의경을 동일선상에 놓고 재단하는 글은 자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런 글 말고도 님의 의견을 피력할 수단은 충분히 많지 않습니까?

 

밥은 먹고 다니십니까? 전 공부에 치여 대충 먹고 삽니다. 한국에 계셨을테니 송편은 사 드셨겠군요. 좋은 명절도 지나고 했으니, 마음 좋게 잡수시고 제 말 한 번 쯤 다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알려지지 않은 주시자로 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