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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의 기생충얘기] 엠비네이터(7)


2009.10.09.금요일
마태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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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최첨단 무기를 만들고 , 전설의 도미니파라 작전을 실행하기로 한 마태우스와 송정호. 청와대로 보내 환심을 살 보물까지 준비되어 작전은 실행하기만 하면 되는상태...


그러나 출발하는 마태우스와 송정호 뒤에는 미행이 붙는데...







마태우스는 액셀을 밟은 발에 힘을 주었다.
"아이 참, 왜 이리 안나가?"
백미러를 보니 쫓아오는 차는 검은색 모닝이었다. 선팅이 되어 있어서 안에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한번 해볼 만한데?"
마태우스는 악셀을 최대한으로 밟았다. 차에서 타는 냄새가 나는 듯했다.
"나 오늘 차 폐차한다는 각오로 달릴 거야. 송정호, 꽉 잡으라고."
아닌 게 아니라 속도가 150 km/h을 넘으니 차가 심하게 떨렸다.
"속이 메스꺼워요."
송정호가 한손으로 입을 막았다.
"조금만 참아 봐. 내가 따돌릴게!"
하지만 모닝은 만만한 차는 아니었고, 두 차의 간격은 점점 좁아졌다.
"차가 오래된 거라.... 더 이상은 무리야."


마태우스는 속도를 줄여 차를 자유로 갓길에 댔다. 모닝도 마태우스의 뒤에 차를 세웠다. 한 남자가 내리더니 마태우스 쪽으로 걸어왔다. 마태우스는 창문을 내려 그를 봤다.
"친구야!"그가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억해도 마태우스는 그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다.
"실례지만 누구신지?" 그는 마태우스 곁으로 오더니 어깨를 탁 쳤다.
"나 정환이야, 복정환!"
마태우스가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을 짓자 그가 다시금 어깨를 쳤다.
"왜 이래? 너 혹시 미동초등학교 나오지 않았어?"
"어, 아닌데요. 전 칠곡 출신이거든요."


사내는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며, 얼마 전에 미국서 왔는데 꼭 자기 동창인 것 같아서 따라왔으며, 요즘 눈이 침침해 이런 실수를 한 것 같으니 라식 수술을 받아야겠다는 둥 횡설수설하다 떠났다.
별 싱거운 놈 다 봤네.


마태우스가 피식 웃으며 운전석에 올랐다.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던 그는 갑자기 브레이크를 꾹 밟았다. 그 바람에 송정호의 몸이 앞으로 확 쏠렸다.
"아이 참, 왜 갑자기 서고 그래요!"
마태우스가 송정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 미동초등학교 나왔어. 칠곡은 중학교야."








"그러니까...이런 정황으로 보아 누군가가 각하를 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호실 참모의 말에 분위기가 갑자기 얼어붙었다. 딱 한사람, 경호실장 차지철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오늘부터 각하에 대한 경호를 강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각하께는 보고 드릴까요?"
잠시 턱을 매만지던 차지철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어. 안 그래도 겁이 많은 양반인데 암살 얘기를 하면 어떻게 되겠어? 눈치 못채게 하자고."







마태우스는 경복궁 전철역에 차를 세웠다.
"그만 내려. 이제부터 내가 알아서 할게."
"저도 같이 가면 안 돼요?"
송정호가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봤다.
"아냐. 너랑 다니면 오히려 더 위험해. 걱정 말고 내일 정오에 그때 그 장소에서 만나자고. 우리집은 절대 가지 말고!"
송정호는 할 수 없이 차에서 내렸다.
"그럼 저 갈게요. 조심하세요."
송정호가 내렸고, 마태우스는 차를 출발시켰다. 송정호에게는

"선물을 준다며 각하에게 접근하겠다"

고 말했지만, 그에게 각하가 마음에 들만한 선물이 있을 리 만무했다. 설사 그런 게 있다해도 공기총을 가지고 들어가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방법은 오직 하나였다. 그는 차를 돌려 의원회관으로 향했다.







"또 붙었다! 앗싸 고도리까지! 오늘 완전 내 날이야!"
전여욱은 자리에서 일어나 만세를 불렀다. 열세판을 연속으로 먹다니, 이런 끝발 좋은 날은 오랜만이었다.



나 전마담이야~


"이거 도대체 얼마를 잃은 거야?"
김영섬과 나경온은 한숨을 푹 쉬었다. 고스톱이라는 건 운과 실력이 절반씩 작용한다고 생각해 왔지만, 전여욱 의원과 치다보면 고스톱에도 클라스가 있는 듯했다. 전의원은 운이 나쁜 날은 다섯판 중 세판을 땄고, 운이 좋기라도 하면 다섯판 모두를 휩쓸었다. 진작에 그만둬야 하건만, 달리 할 일도 없고, 또 그간 잃은 돈이 아까워 판을 떠나지 못하는 터였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전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마 잃었니?"
김영섬이 묻자 나경온은 지갑을 보더니 손가락 4개를 폈다.

"40만원? 나보다 네가 더 잃었구나."
김영섬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말야... 이대로 계속 당하기만 하지 말고 우리도 한번 따보자."
나경온이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누군 잃고 싶어서 잃는 줄 아니?"
김영섬이 손을 내저었다.
"그런 말이 아니야. 우리 말야, 짜고 치지 않을래?"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일을 본 전여욱은 지갑을 꺼내 딴 돈을 확인했다.
"육십사, 육십오, 육십육... 와, 66만원이나 땄구나."
100만원을 채워서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한 전여욱은 변기에서 일어나 화장실 문을 열었다.
앗! 누구야!"
마스크를 쓴 괴한이 전여욱의 입을 막았다. 머리가 어지러운 와중에도 전여욱은 온갖 힘을 다해 사내의 손등을 할켰다. 괴한의 손등에 피아노줄이 생기면서 피가 흘렀다.


"왜 이렇게 안와?"
작전을 다 짠 김영섬은 전여욱이 오지 않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혹시 따고 도망간 거 아냐?
"설마."
나경온이 말했다.
"걔가 우리 돈 다 따기 전에 집에 가는 거 봤어?"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둘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냐?"
둘은 화장실로 가 모든 방을 뒤졌지만, 화장실엔 아무도 없었다.
"여기 핏방울이 있는데?"
나경온이 말했지만 김영섬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어디로 간 거지? 전화 좀 해봐."







"오늘 많이 잃으셨나 봐요?"
강기사가 백미러로 전의원의 표정을 살폈다.
"운전이나 해."
전여욱이 말에 강기사는 나지막이 대답했다.
"네."
강기사는 생각했다.
까칠하기는. 나땜에 돈 잃은 것도 아니면서 왜 화풀이야?


"전의원님 오셨습니다."
청와대 초소의 연락을 받은 비서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온다는 말 없었는데...."
하지만 전여욱의 성질을 아는 그로서는 들여보내는 것 말고 어쩔 방법이 없었다.
"의원님. 각하가 지금 회의 중이신데 한 삼십분 정도 기다리셔야 합니다."
전여욱은 알았다고 짤막하게 말하고 대기실로 갔다. 비서관은 다시금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다리라면 무조건 화부터 내는 분이 웬일이람? 순순히 대기실로 가고. 근데...원래 가슴이 저리 컸었나?


전여욱은 뒤를 돌아봤다. 아무도 자신을 보고 있지 않는 듯했다. 전여욱은 진로를 확 바꿔 복도를 가로지른 후,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엔 아무도 없었다. 스팀 위로 올라간 전여욱은 능숙한 솜씨로 천장의 타일을 뜯어냈다. 약간의 공간이 생겼다. 전여욱은 그리로 몸을 집어넣어 천장으로 올라갔다.
휴... "
천장에 올라간 전여욱은 가면을 벗어던졌다. 가면 속의 얼굴은 마태우스였다. 그는 익숙한 동작으로 천장을 기었다.







"어머머, 차도 없어졌대!"
김영섬의 말에 나경온은 열이 확 받았다.
"그, 그럼 도망간 거 맞네. 우리 돈 다 따가지고!"
나경온이 김영섬의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앞으로 그 인간하고 고스톱을 계속 치면 내가 성을 간다!"







"다 온 것 같군."
천장 구멍을 통해 침대를 내려다본 마태우스는 가슴에서 공기총 부품을 꺼내 조립하기 시작했다. 이분도 안 되어 소형 공기총이 완성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 각하가 주무시러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 뿐인가?
생각보다 일이 순조로운 느낌이었다. 각하가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대략 열한시 경, 앞으로 다섯시간이 넘게 남았다.
그 동안 무슨 일이 생기면 안되는데...



"그러니까 전여욱 의원이 왔는데 갑자기 없어졌단 말야?"
비서관의 말을 들은 차지철이 눈을 빛냈다.
"뭔가 냄새가 나는데...."

차지철은 전여욱이 들어갔다는 대기실을 이잡듯이 뒤졌지만, 이렇다할 증거를 찾지는 못했다. 그때 CCTV를 확인하러 갔던 경호원이 돌아왔다.
"저, 그게 말입니다. 카메라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정확한 건 모르겠는데, 전의원님이 대기실에 들어간 것 같진 않습니다."
차지철이 눈을 가늘게 떴다.
"대기실에 안갔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경호원은 대답을 못한 채 이마의 땀을 닦았다.
"이리 줘 봐!"
차지철은 경호원의 손에서 USB를 빼앗아 컴퓨터에 연결했다. 십분 후. 차지철이 입을 열었다.
"그럼 전의원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지?"


"의원님이 그냥 퇴근하라고 해서 갔는데요."
강기사는 뜻밖의 취조에 당황해했다.
"오래 걸릴 거라고 하기에... 하긴,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어요. 저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니깐요. 3박4일 고스톱 칠 때도 옆에 꼭 붙어있게 하는 사람인데."
강기사는 그때 생각을 했는지 이를 뿌드득 갈았다.

"다른 수상한 점은 없고?"
경호원의 말에 강기사는 별다른 게 없었다고 대답했다.
"글쎄요. 참, 근데...."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경호원이 다시금 앉았다.
"근데 뭐?"
"왜 반말하냐 이 x새야!"
강기사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여기는 어딜까.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 놈. 날 여기다 쳐놓고 도망쳐 버린 나쁜 놈.
전여욱은 묶인 채로 계속 궁시렁댔다.
도대체 누굴까. 어쩌면 나경온이가 보냈을지도 몰라. 나한테 매일 잃기만 했으니, 원한을 가질만도 해. 그나저나 테이프를 어찌나 세게 붙였는지 입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배도 고프다. 게다가 아까 옆으로 누운 채로 소변을 봐서 뒤가 영 찜찜한 상태다. 이건 정말 아니다. 내가 아무리 고스톱에서 돈을 많이 땄다고 해도 이건 지나치다고.

그때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몸을 꼼짝달싹 못하는 상태에서도 전여욱은 힘껏 소리를 질렀다.
"여기예요, 여기! 누가 도와주실 분 없나요?"
하지만 밖의 사람에게 이 소리는 이렇게 들렸다.
"으으으으으으! 으으 옹알옹알 !"
그나마도 모기 소리로.







경호실에서는 청와대 곳곳에 대한 수색을 하고 있었다. 이멍박은 얘네들이 갑자기 왜 이러나, 혹시 나한테 강한 인상을 심어주려고 차지철이 꼼수를 쓰는 게 아닐까, 전여욱은 정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혹시 내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는 생각을 하다가 너무 생각을 많이한 여파로 머리에 어지러움을 느꼈고, 그래서 좀 자야겠다는 생각에 침실로 갔다. 침대 위에는 잠옷이 잘 개켜진 채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천장 위에는 마태우스가 각하를 노려보고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


 


기생충전문의
마태우스(bbbenji@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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