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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 지령] 한지수씨를 온두라스의 감옥에서 구해내자!

 

2009.10.09.금요일
파토

 

 

오늘 열분들에게 안타까운 사건 하나를 소개해 드리려 한다. 일부 언론들에 약간씩 이야기가 나온 바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는 분이 많은 것 같다. 나 역시 방송에 나올 때는 그냥 스쳐 지나가듯 듣고 별 다른 느낌이 없었다.
그러던 것이 어제 시사IN 고재열 기자의 트위터에서 한 다리 걸쳐 내 트위터로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전달되어 왔다.

 

 




 
dxxxxxxs @patoworld 이경운 사건과 조금은 비슷한 듯하니 파토님께서 관심 좀 가져주세요. 펌: @dxxxxl: [ #Tistory xx닷컴]동생이 살인 누명을 쓰고 온두라스 감옥에 있습니다

 

 

 

 

며칠 전에 얼핏 어디서 본 것 같긴 한데, 무슨 내용인지 가물가물하다. 그러나 이경운 사건 이라는 말이 나를 건드렸다. 기억하시는 분들 있겠지만 필자는 영국에 있던 2002년부터 2006년에 걸쳐 영국인 유학생 이경운 군의 사망 사건에 직접적으로 개입했었다.

 

 

그 결과 방송도 끌고 오고 정치인들도 만나고 급기야는 영국에 국과수까지 데려와서 부검도 다시 시켰지만 영국 경찰이 재수사를 할 만큼의 충분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났고 정황들도 모두 묘연해졌기 때문이었다(참고로 말씀 드리자면 나는 아직도 경운이가 마냥 사고로 죽은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하튼 그런 마음의 빚 같은 것을 늘 갖고 사는 가운데 우연찮게 위의 내용을 접하게 된 거다.

 

 

나는 일단 사건의 정황을 대략 파악한 후 즉시 가족 중 한 분인 한지희씨(언니)와 접촉을 취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 결과, 현재 온두라스 현지에서 지수씨 아버지와 변호사의 미팅 등 이런저런 일들이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이런 일은 길어질수록 힘들어지는 만큼, 먼저 본지 독자들에게 사태를 자세히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 인터넷 상에는 언니 한지희씨의 설명과 온두라스에 구속되어 있는 한지수씨 본인의 편지, 두 가지 버전이 알려져 있는데 여기서는 지수씨 본인의 목소리로 전달한다. 그럼 이제부터 구체적인 이야기에 들어가보자. 운명의 그날,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 (편의상 경어는 생략하니 양해하시압)

 

 


가운데에서 약간 우측으로 붉은 곳이 온두라스.
 과테말라와 니카라과 사이에 위치한 이 나라는 정치적으로
불안한 곳이지만 카리브해의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1. 인물 관계

 

 

* 댄-한지수: 강사와 수강생 관계

 

 

지수는 온두라스 로아탄 섬에 다이브마스터 및 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08년 6월 10일 입국했다. 다이빙 샾에는 7명의 강사가 있었고 댄은 그 중 한 명이었다.

 

 

원래 샾 근처에서 다른 다이브마스터 과정에 있던 여자들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8월 초가 되자 룸메이트들이 모두 과정을 끝내고 출국해 버렸다. 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8월 말까지 있어야 하는 상황인 지수는 마침 댄이 사는 집에 빈 방이 있어 돈을 아끼기 위해 그곳으로 이사를 했다(8월 15일).

 

 

(잔소리: 해외에서 생활하는 도중 남녀가 같은 집에서 다른 방에 사는 것은 매우 일상적인 일이며 필자 역시 그런 경험이 많다. 이런 부분에 쓸데없이 토 달아 무식을 과시하지 말도록 하자꾸나)

 

 

* 댄-마리스카: 강사와 수강생 관계

 

 

마리스카가 다이빙 코스를 밟을 때 댄이 일부를 가르친 것으로 알려진다. 마리스카의 국적은 네덜란드임.

 

 

* 한지수-마리스카: 무관

 

 

사건 전날 이전에는 만난 적이 없다. 지수는 강사 과정을 밟느라 샾에는 거의 나가지 않았기 때문.

 

 

2. 사건 전말 (2008년 8월 22일)

 

 

다이빙 샾 근처에 있는 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음.

 

 

* 오후 10시~11시 

 

 

- 댄이 여자들 몇 명(마리스카 포함)과 바에 옴

 

 

- 그때 마리스카를 처음 보았고 서로 통성명을 함

 

 

- 바에는 사람이 많았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술을 마심.

 

 

* 밤 12시~1시

 

 

- 바를 떠나 집으로 향하였고, 댄과 마리스카 역시 바를 떠나고 있음을 봄.

 

 

- 바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약 15분 거리이며 지수가 집에 도착한지 거의 1분도 되지 않아 마리스카와 댄이 집에 옴

 

 

- 방에 들어가 잠

 

 

* 새벽 3시경

 

 

- 자고 있는데 갑자기 우당탕탕 소리가 들림. 그 소리에 잠에서 깨었고, 소변도 마렵고 하여 일어나 방문을 염. 맞은 편 방문에 댄이 서있었고, 방 사이에 위치한 화장실 문은 닫혀 있음. 지수는 방문에 기대어 기다림.

 

 

- 얼마 지나지 않아(약 1-2분) 화장실 문이 열리고 마리스카가 앞으로 쓰러짐. 팔을 짚지도 않고 무릎을 꿇지도 않고 마치 통나무가 쓰러지듯 정면 낙하함.

 

 

- 지수는 놀라서 서 있었고 댄이 마리스카에게 다가가 돌이켜 눕힘. 눈썹 끝에 찢어진 듯한 상처가 나있었고, 출혈은 심하지 않았음.

 

 

- 댄은 지수에게 얼음과 수건을 가져오라고 하고, 동시에 EFR(Emergency First Response-응급 구조 서적)책에서 얼마 동안 얼음을 대고 있어야 하는지 찾아보라고 하고 시간을 체크하라고 함.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정각

 

 

- 댄은 마리스카에게, 엄마의 이름이 무엇이냐 물어보았고, 마리스카는 대답함. 1부터 10까지 세어보라 하니 마리스카가,Dutch or English? 라고 되물었음. 영어로 하라고 하자 영어로 1부터 10까지 제대로 셈.

 

 

- 마리스카는 I feel so stupid...라는 말을 되풀이 하였고, 둘은 그녀를 안심시킴. 입 쪽이 아픈 듯 입에 손을 갖다 대니 이빨이 약간 깨져있었음. 다른 얼음 팩을 갖다 줌.

 

 

-벽에 기대어 앉아있던 그녀를 거실에 있는 소파로 옮기고 댄은 자신도 소파에 누운 뒤, TV를 켜고, 자신이 마리스카를 돌볼 테니 지수에게 들어가서 쉬라고 함.

 

 

- 알았다고 하고 소변이 보고 싶어 화장실을 갔는데 변기에 변이 있는 것을 보고 물을 내리려고 하였으나, 물이 내려가지 않았음. 뚜껑을 열어보니 줄이 끊어져 있어 줄을 연결하고 물을 내리고 소변을 보고 방에 들어가 다시 잠

 

 


생전의 마리스카 마스트.
스물 네 살의 짧은 생을 살다 간 그녀지만
아무 관계없는 한국 여성이 그로 인해 고통 받기를
바라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 아침 6시경

 

 

- 댄이 이름을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에 잠이 깸. "지쑤! 지쑤!" 댄의 방으로 가보니 댄의 침대에 마리스카가 벌거벗은 채로 누워 있었고, 변이 나온 상태였으며, 눈을 뜬 채로 숨을 헉-하고 들이쉬고 다시 헉-하고 들이쉬기를 늦은 템포로 반복하고 있었음. (지금 기억하기로는 목 주변에 붉은색 점들이 보임)

 

 

- 댄은 매우 당황한 듯한 표정과 목소리로 난 이런걸 본적이 없다. 얘가 내 침대에 변을 보았다. 가서 도움을 청해라고 외침. 옆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고 대답이 없자, 아랫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림. 그 사이 위층에서 옆집 사람이 깨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지수는 도움을 청함.

 

 

- 아랫집에서 대답이 없어 건너편 주유소로 감. 주유소에 있던 사람들에게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했고, 그 중 몇 명과 집으로 다시 돌아옴. 댄은 방바닥에서 마리스카에게 CPR(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음.

 

 

- 댄과 옆집 남자가 마리스카를 들어 옆집 남자의 트럭으로 옮겼음. 지수는 마리스카의 옷가지를 들고 댄과 함께 트럭 뒤에 탐. 병원까지 가는 동안 댄은 계속 CPR과 인공호흡을 하였고 댄이 지치자 지수가 그 역할을 맡았음.

 

 

- 병원에 도착하여 마리스카는 응급실로 옮겨지고 댄은 연락처를 주고 왔다고 함. 의사에게 이런 저런 것을 물었지만 영어가 통하지 않음. 병원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여 밖으로 나갔고 얼마간을 서성이다가 집으로 향하였음.

 

 

- 집에 돌아오니 창문이 열려 있었고 댄이 옆집 여자에게 청소해줘서 고맙다고 했음. 댄이 청소를 하기 시작하여 지수도 도움.

 

 

* 아침 8시경

 

 

-다이빙 샾으로 함께 갔고 매니저에게 사실을 알림. 매니저는 전화를 통해 마리스카의 사망 소식을 들었고 그것을 댄에게 전달. 얼마 후 경찰이 댄을 데리러 옴.

 

 


댄, 마리스카, 지수씨가 함께 있던
온두라스 로아탄의 코코넛 트리 다이버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그저 천국같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3. 사건 이후

 

 

- 댄은 구속되어 로아탄의 경찰서에 있는 감옥에 수감되었고, 지수는 당일 날 경찰서에 가서 진술을 하였음.

 

 

- 8월 26일 강사 시험을 보러 옆 섬(Utila)로 갔는데 Course Director가 댄의 변호사로부터 연락을 받고 로아탄으로 돌아가야겠다고 함. 당일 전용 비행기를 타고 로아탄 섬으로 돌아와 댄의 변호사를 만남.

 

 

- 다음 날(27일) 법원에 가서 증인으로서 진술을 함. 진술 이외에 변호사 측의 질문과 지수의 답변은 다음과 같음.

 

 

1. 왜 청소를 하였는가? : 마리스카가 죽은 지 모르는 상태였고, 방을 치우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되었다.

 

 

2. 누가 청소를 하였는가? : 옆집 여자가 청소를 하고 있었고 (당시 이렇게 대답하였는데, 그 이유는 댄이 옆집 여자에게 청소해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듣고 판단한 것) 댄과 내가 그것을 도왔다.

 

 

후 판결이 어떻게 났는지 지수는 직접적으로 듣지 못하였고 댄이 부검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 달간 온두라스에 있어야 한다고 들음. 댄이 풀려나는 온 것을 보았으나 그 다음날(28일) 댄의 행방을 알 수 없었음

 

 

법정 증언으로 인해 강사 시험을 보지 못한 지수는 다음 달에 있을 강사 시험 때문에 한 달을 더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었음. 한달 동안 계속 온두라스에 있었으나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함. 네덜란드 쪽 대리인이 찾아와서 한번 댄의 행방을 물은 적이 있으나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였음.

 

 

한 달 후 강사시험을 치르고 출국(9월 말). 출국 시에도 아무런 조치도 없었음. 미국에 약 3주간 머물렀다가 한국에서 약 2개월간 있다가 이집트에 다이빙 강사를 하러 12월 말에 다시 출국함.

 

 

4. 이집트 구속 과정

 

 

- 08년 12월부터 이집트 다합에서 주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스쿠버 다이빙 강습을 함. 아무 문제없이 지내다가 09년 8월 27일 출국을 하고자 카이로 공항에서 여권 심사대를 통과 하려는데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잠시 후 공항에 있는 경찰대에 의해 방으로 끌려갔고, 약 서너 시간 이후, 인터폴로 수송되어 Samir Saad 라는 Interpol Inspector를 만남.

 

 

-지수의 여권 사진이 있는 사건 파일을 가지고 있었고 Daniel Ross와의 관계 및 사건 전말을 물음. 댄과 지수는 다이빙 샾의 강사와 수강생이었다고 대답하였고 사건 전말을 설명하였음.

 

 

- 그 사람은 지수에게 지금 당장 온두라스에 갈 준비가 되어 있냐고 물음. 지수는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지금 당장은 안되겠다고 대답하였고, 영사 연락을 요청하였으나 잠시 후에 다시 만날 때 해주겠다며 거절함(다시는 그 사람을 볼 수 없었음).
 
- 이후 법원으로 이동되었고, 이동 과정에서 경찰로 추정되는 사람과 수갑을 나눠 찼음.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는 남자가 사건 전말을 이야기 하라고 하였고, 지수는 영어로 진술을 하고 그 남자가 아랍어로 번역을 하고, 서기관으로 보이는 남자가 아랍어로 받아 적었음. 진술이 끝나자 이런 저런 질문-댄과의 관계, 마리스카와의 관계 등-을 하였고 이에 대답함.

 

 

- 질의 응답이 끝나고 아랍어로 된 진술서에 서명을 하라고 하여 서명을 함(지수씨는 이것이 큰 실수라고 생각하고 있음) 이후 Takshibit이라는 감옥으로 수송되어 감금됨. 누차 영사 접촉을 요구하였으나 거절당함.

 

 

- 이후 감옥에 줄곧 있었고 어떠한 전화 연락도 허락되지 않음. 29일 법원을 재방문하였으나 아무런 조치가 없었음. 감옥에 있은 지 닷새쯤 되는 날 영어를 할 줄 아는 수감자가 들어왔고, 지수의 사정을 설명하고 언니의 연락처를 줌

 

 

- 수감자가 자기가 곧 나가니, 나가게 되면 언니에게 전화해주겠다고 함. 그리고 이틀 후인 9월 3일, 감옥으로 주이집트 대사관의 영사가 찾아옴. 영사의 도움으로 아버지와 통화를 할 수 있었고 9월 10일 영사가 재 방문하여 온두라스로의 송부가 거의 확정적이라고 말함. 17일 날 다시 방문하여 송부일자가 22일 새벽으로 확정되었다고 전달함.

 

 


5. 송부 과정

 

 

* 21일 오후 6시경
감옥에서 나와서 인터폴 본부로 이송. 오후 10시경 온두라스에서 온 인터폴 두 사람을 만남.

 

 

* 오후 11시경
공항으로 이동. 이동 중 수갑을 차는 일은 없었음. 공항에서 영사를 볼 수 있었고, 영사는 출국 때까지 함께 있었음.

 

 

<비행편>

 

 

 

 

 

 

 

 

 

 

 

 

 

 

 

 

 

 

 

 

출발지-도착지

 

Flight No.

 

Boarding Time

 

CAIRO-AMSTERDAM

 

KL 0554

 

02.00 / 22 SEP

 

AMSTERDAM-PANAMA CITY

 

KL 0757

 

13.40 / 22 SEP

 

PANAMA CITY-SAN SALVADOR

 

CM 870Y

 

19.26 / 22 SEP

 

 

 

 

 

 

 

 

 

 

 

 

 

 

 

 

 

 

 

- 현지시각 09년 9월 22일 오전 8시경,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도착하여 비행기에서 나오니 공항 경찰이 기다리고 있었음. 인터폴 사람들이 주 온두라스 네덜란드 대사를 만난다고 하였음. 네덜란드 대사가 마침 네덜란드에 있어서 만나는 것이라고 하였고 지수는 만날 필요가 없다고 하여 공항에 있는 작은 방에 가두어짐.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
카이로에서 여기로 와서 다시 파나마로 가는 여정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네덜란드 대사를 만나기 위한 목적이
숨어 있었을 공산이 크다..

 

 

- 영어를 하는 인터폴이 대사와 만나고 있었고 그 동안 영어를 못하는 인터폴은 지수와 함께 있었음. 정오 경에 네덜란드 대사가 내가 있는 방으로 왔고 인사를 나누었음. 대사는 지수에게 아직 댄과 연락을 하고 있냐고 물었고 지수는 가끔 메신저로 연락할 수 있었다고 대답함.

 

 

- 대사는 인터폴에게 내가 한 이야기를 다시 강조하여 이야기함. 대사는 파나마시티에 도착하면 자신의 동료 Peter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인터폴에게 말함. 또한, 지금 온두라스의 정치 상황으로 인해 온두라스의 모든 공항이 정지 상태라고 말함.

 

 

- 파나마시티에 도착하여 공항에서 Peter를 만남. 워싱턴 DC에서 근무하고 있고 네덜란드 대사관에 소속되어 있는 경찰이라고 자신을 소개. 자신의 관할 지역은 Nicaragua부터 Canada 까지라는 설명도 덧붙임.

 

 

- 원래 예정이었던 테구시갈파(온두라스 수도) 공항이 열리지 않아, 산 살바도르로 목적지가 변경. 온두라스 인터폴 두 명, 네덜란드인 Peter 그리고 지수 이렇게 네 사람이 된 일행은 산 살바도르로 향하는 비행 편에 오름.

 

 

- 산 살바도르에 도착하니 현지 인터폴이 마중을 지수와 있었음. 그들은 호텔로 향하고, 지수는 경찰서로 가서 경찰서 바닥에 그쪽에서 제공해준 매트리스를 깔고 잠을 잠.

 

 

* 23일 오전 7시

 

 

현지 인터폴의 차로 엘살바도르-온두라스 국경으로 향함. 온두라스에 도착하여 온두라스 인터폴의 차로 바꿔 탔으며 온두라스의 공항이 열렸다는 소식을 들음. 당일 로아탄 섬에 도착할 수 있도록 비행 편을 예약했다고 하여 온두라스 한국영사에게 전화를 함. 인터폴 사무소를 들를 것이라고 하였던 말과는 달리 바로 테구시갈파 공항에 도착.

 

 

* 오후 2시경

 

 

영사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고 그들은 지수에게 빨리 탑승을 하라고 재촉. 지수는 영사를 보고 가겠다고 버텼고 결국 2시가 약간 지나 영사가 변호사와 함께 공항 로비에 도착. 변호사가 로아탄까지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였으나 비행기에 자리가 없어 다음날 오전 비행기로 올 것이라고 함.

 

 

* 오후 4시경

 

 

로아탄에 도착하자 작년에 지수를 찾아왔던 네덜란드 측 대리인, 현지 경찰 및 취재진 등이 공항에서 대기 중이었음. 경찰차로 Coxen Hole 경찰서로 이송되어왔고 사무실에서 잠시 대기. DGIC(온두라스 경찰의 종류로 추정)의 Sandra라고 하는 여성이 자신이 인권 보호를 맡고 있다고 하였고 (작년에 Dan이 수감되었을 때에도 본적이 있음) 지수가 독방을 쓰게 해달라고 부탁하자 자신이 힘써보겠다고 함. 컴퓨터 및 책상이 몇 대 있는 사무실에 매트리스를 놓고, 그 방에 머무르라고 함.

 

 


낙원처럼 아름답기만 한 온두라스의 로아탄 해변.
하지만 지수씨에게는 끔찍한 기억의 장소이자 저주받은 땅이 되고 말았다.

 

 

* 저녁 7시경

 

 

검사 및 네덜란드인 (Peter와 대리인 Marco De Moor)이 와서 판사를 보러 가자고 함. 왜 판사를 보러 가냐고 묻자 Peter는 "Just to say hello" 라고 대답. 판사의 방에 도착하니 판사가 지정한 변호사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은 영어를 하지 못하여 네덜란드인Marco가 통역을 해 줌. 내일(24일) 1차 Hearing 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지수는 이건 그 전에 하는 절차인가보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음.

 

 

판사는 지수에게 변호사가 언제 오냐고 물었고, 지수는 내일 오는데 시간은 확실하지 않다고 대답. 그들은 지수에게 주소 및 부모 성명을 물은 후 절차를 진행. 검사 및 변호사, 판사의 진술이 모두 끝나고, 지수는 판사에게 내일 1차 Hearing 이 있냐고 물어보니 그건 방금 끝났고 28일 오후 1시 30분에 2차 Hearing 이 있다고 대답. 그제서야 지수는 방금 끝난 그것이 1차 Hearing 임을 알게 됨.

 

 

속았다는 생각에 화가 났고 판사 방에서 나와서 억울해함. 네덜란드인의 전화를 빌려서 영사에게 전화를 함. 검사 중 한 명이 팔을 잡아 끌며 가자고 하자 내가 팔을 놓으라고 강하게 말하였고 그 때 옆에 있던 여 검사가 뭐라고 스페인어로 지수에게 소리를 침. 지수는 영어로 말하라고 되받아 침. 그러자 그 여 검사는 경찰서까지 와서 내 방으로 들어와 매트리스 및 담요를 빼내라고 함. 그날 차가운 타일 바닥에서 가방을 베개 삼아 잠을 잤다.

 

 

6. 2차 Hearing (2009년 9월 28일)

 

 

<검사 측 증인: 일반인 총 3명, 부검 전문의 1명>

 

 

증인 1) 주유소에서 도와주러 온 남자: 세 명 중 제일 늦게 현장에 도착한 사람

 

 

- 증인: 지수가 도움을 청하러 주유소에 와서 나와 함께 집으로 갔다. 내가 도착했을 당시 이미 마리스카는 숨이 멈춰있는 상태였으며 내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3~4시간이 경과한 상태였다. 집은 이미 청소된 상태였다.
- 변호사: 사망 후 3~4시간 경과를 주장하는 이유는?
- 증인: (마리스카의) 대변이 굳어있었고 손톱 색깔이 푸른색으로 변해있었기 때문이다.
 
증인 2) 옆집 아줌마: 두 번째로 현장에 도착

 

 

- 증언: 집에 가 보았을 때 댄이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고 마리스카가 헉~ 하고 숨을 쉬었다. 대변의 상태는 유동성이 있는 상태였다
 
증인 3) 옆집 아저씨: 첫 번째로 현장에 도착

 

 

- 증언: 댄이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고, 매트리스를 가지고 내려갔다. 대변은 어두운 색이었다
 
(의사도 아니고 다이빙 강사인 증인 1의 증언은 전혀 신빙성이 없음. 청소가 되어있다고 주장한 것은 옆집 아저씨가 와서 매트리스를 가지고 내려간 다음이었기 때문. 대변의 상태 역시 세 명의 진술 모두 제각각)
 
증인 4) 부검 검시관

 

 

- 증인: 목구멍에 피가 맺혀있고, 온몸에 멍이 있는 자국을 보아 이것은 타살(Homicide)이다.
- 검사: 한 사람이 한 일인가, 두 사람 이상이 가담한 일인가?
- 증인: 두 사람 이상이 한 일일 수 있다.

 

 

검사 측 주장: 부검 결과가 타살로 나왔고, 두 사람 이상 가담했으니 현장에 있었던 한지수가 혐의가 있다.
 
<변호인측 증인: 부검 전문의>

 

 

1) 작년에 작성된 1차 보고서와 이번에 작성된 2차 보고서의 사인이 다르다. 이건 시체를 무덤에서 꺼내어 재부검하지 않는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첫 번째 부검보고서는 사망원인을 충격으로 인해 뇌가 부풀어서, 두 번째 부검보고서는 사망원인을 목이 졸려서 라고 되어 있는데 이것은 해당 기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2) 외흔은 없고 내부 출혈만 있는데, 목이 졸려 죽은 것만 사인으로 보는 것은 편파적이다. 목구멍 및 위 식도 모두 피가 있는 것으로 보아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3) 암페타민이 검출되었는데, 그 함량은 표기되어있지 않다.

 

 

4)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것을 보았다고 하는데 알코올이 검출되지 않았다.

 

 

변호인측 주장: 위와 같은 이유로 검사 측에서 제시한 부검 결과서 자체의 신빙성이 없다. 검사 측은 지금 (네덜란드의) 압력을 받아 억지 증거를 잡아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지수는 당장 석방되어야 한다.

 

 


암페타민은 히로뽕, 엑스터시 등 각종
마약과 관련된 화학약품이다.

 

 

# 판결 (2009년 8월 29일)

 

 

변호 측에서 제기한 부검 결과서에 대한 논의는 실제 재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한지수는 다음 재판까지 구속처분을 내린다.

 

 

7. 판결 이후

 

 

28일 진행된 2차 Hearing은 위에서 보듯 판결이 나지 않은 채 Closing Argument까지만 하고 끝이 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변호인 측은 웃고 있는 반면 검사 측은 표정이 밝지 않았다. 지수도 옆에서 통역을 통해 다 듣고 있었기에 우리 쪽이 우세함을 느꼈다. 아버지와 함께 웃으며 경찰소로 돌아와, 에피소드처럼 이야기를 했다.

 

 

다음 날 아침, 변호사에게 연락을 취해보니, 변호사는 어두운 목소리로 원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여기까지가 한지수씨 본인에 의한 설명이다. 이렇게 하여 지수씨는 석방되지 못하고 현재 온두라스의 감옥에 수감되어 있다.

 

 

이후의 진행 상황은 대략 아래와 같다.
- 온두라스 현지로 간 지수 아버지는 10월 1일 대사관을 방문하여 지수씨의 투옥을 저지하고 석방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신원 보증을 요청했다. 여기에 대해 대사관 측은 선례가 없고, 이런 선례를 만들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일개 개인을 위해 국가가 보증을 서 줄 수 없다 는 이유를 들어 보증을 거부하였다. 외교 문제니 국익이니 하는 말로 얼러치는 대사관의 모습을 숱하게 보아온 필자로서는 그저 친숙한 모습일 뿐.

 

 

- 3차 히어링은 60일 후로 예정되어 있으나 명확하지 않고, 공판은 그 이후 벌어질 예정이지만 몇 달이 걸릴지 1년이 걸릴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태이다.

 

 

- 와중에 지수씨는 10월 7일부로 더욱 열악한 라 세이바 감옥으로 이감되었다. 현재 지수씨는 혹시 유죄로 결론이 날 경우 최대 30년 형까지도 각오해야 할 입장이다. 

 

 


지수씨가 수감된 라 세이바 감옥의 전경.
열악하다는 표현으로는 턱도 없는, 말 그대로 황당한 시설이다.
2007년 9월에 촬영된 사진이니 지금도 별로 나아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거 큰일 아니냐...?

 

 

 

 


 

 

 

 

 

 

그럼 이제, 이 사건을 전반적으로 좀 짚고 넘어가 보자.
먼저 가장 궁금한 것은 마리스카가 왜 혹은 어떻게 죽었는지 하는 점이다. 지수씨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을 때 약물이 가장 크게 의심되고 그 밖의 정보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추리가 가능할 것이다.

 

 

- 마리스카와 댄은 클럽에서 알코올과 함께 암페타민 등 마약류를 복용했다
- 두 사람은 같이 들어와 댄의 방에서 함께 잤다(아마도 섹스를 했을 것임)
- 약 3시간여 후 화장실에서 1차 약물 발작이 왔다
- 아침 6시경 댄의 침대에서 벌거벗은 채 다시 발작이 왔고 결국 사망했다

 

 

여기서 우리가 자연스럽게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댄의 방에서 벌거벗은 채 사망한 마리스카의 모습으로 보아 두 사람이 집에 와서도 계속 약물을 했거나 혹은 약물에 중독된 상태에서 성관계를 했을 가능성이다.

 

 

목을 조른 흔적이, 내상이던 외상이던, 실제로 있는지는 부검 결과가 중도에 바뀌어 확실치 않으나 마약과 섹스 목 조르기 이 세가지는 최고의 성적 쾌감을 얻기 위해 백인들 사이에서 간혹 사용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물론 정황 추리에 불과하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을 거다.

 

 

두 번째 포인트는 댄이다. 위에는 나오지 않지만 지수씨 언니인 지희씨의 설명에 따르면 댄은 압수당하지 않은 다른 여권을 사용해 (필자의 독자적인 조사를 통해 댄, 즉 대니얼 로스는 영국과 호주의 이중국적자이며, 당시 온두라스에서 불법으로 스쿠바 강사 일을 하고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풀려난 다음날로 온두라스를 떠났고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약물에 의한 죽음이던 거기에 다른 요소가 포함되어 있었던 간에, 댄은 분명히 이 죽음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초기에 유력한 용의자이기도 했던 그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는 점이 결국 지수씨에게까지 뒤늦게 혐의가 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을 거다. 바로 아래서 설명하겠지만, 여기에는 누군가는 반드시 범인으로 잡아 넣어야만 하는 온두라스 정부의 입장이 얽혀 있다고 보여진다.

 

 


댄 로스(Daniel Ross).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이 인물은 현재 행방이 묘연하다.
외국 사는 분들 혹시 이넘 아는 분 있으면 연락해 주시라.

(진범일지도 모르는 이 사진을 내가 고생 끝에 직접 웹에서 찾아냈다면 믿겠냐...?)

 

 

또 한가지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네덜란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다. 카이로에서 파나마를 거쳐 산살바도르로 가는 여정이 꼭 암스테르담을 경유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사실 좀 돌아간 측면도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이렇게 여정이 잡혔다는 점, 그리고 공항에 (자그마치) 온드라스 주재 네덜란드 대사가 직접 나와 있었다는 사실, 이후의 전 여정에 네덜란드 측 인사가 동행했다는 점 등은 특히 눈 여겨 볼 대목이다.

 

 

이는 온두라스 정부와 인터폴의 사건 처리에 네덜란드의 입김이 얼마나 크게 작용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게다가 피터라는 양반은 여행 과정은 물론 히어링에도 대동하여 참여하고 있는데, 여기서 지수씨 옆에 있어야 할 사람은 고발자측인 피터가 아니라 우리측 영사여야 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지수씨의 권익과 존엄을 대변해 줄 영사가 함께 있지 않았기에 결국은 속임수에 넘어가 1차 히어링에 아무 대비도 없이 끌려들어가 버린 거다.

 

 

현재도 주 온두라스 대한민국 대사관은 이 사건에 대해 네덜란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미온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 머 이경운 사건 때 하도 많이 겪어서 놀랍지도 않다.

 

 

네덜란드 정부가 이렇게 나서는 것은 사망자 쪽 가족들이 최초에 제시된 사인을 인정하지 않고 타살로 여겨 자국 내에서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네덜란드 가족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해 일를 해결하자는 천진난만한 주장도 하는데, 그들도 그렇게 나올 때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온두라스에서 형사사건이 되어 있는 마당에 그런 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비록 우리는 지수씨를 믿지만, 사건 자체에 의혹이 있다면 재판 과정은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까지 오는 동안 위에서 본 것처럼 지수씨의 인권은 짜맞추기식 수사의 분위기 속에서 계속 무시당했으며, 앞으로도 방치해 두는 경우 남은 모든 절차들은 물론 최종 판결에 이르기까지 이런 식으로(더 나빠지지 않는다면) 흘러갈 가능성이 무척 높다.

 

 

여하튼 확실한 것은, 문제의 댄이 나타나 사건이 명료하게 밝혀지지 않는 한 네덜란드와 온두라스는 공히 외교적,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희생양이 필요하다는 사실, 그리고 거기에 우리 지수씨가 걸려 들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앞에서 봤듯 네덜란드 정부는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일이 진행되는지 아닌지 현지에서 감시하다시피 하고 있다.

 

 

게다가 공판이 언제 벌어질지, 그리고 거기에 대한 항소심 등이 계속 진행되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스물다섯 지수씨는 경제, 정치, 사회, 인권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후진국인 이 나라의 옥중에서 다른 무시무시한 강력범들과 함께 계속 수감되어 있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그리고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자칫 30년 형을 받을 수도 있다.

 

 

이건 아니지 않냐.

 

 


자매의 다정한 한때.
왼쪽 뽀얀 사람이 언니 지희씨,
오른쪽 건강하게 그을린 사람이 지수씨.
앞으로 30년이 지나야 이런 사진을
다시 찍을 수 있게 내버려 수는 없는 일이잖냐

 

 

내 경험으로 보건대 이 일은 민간 차원에서 해결되기는 대단히 어렵다. 온두라스 한인회에서는 지수씨 아버지가 좋은 변호사를 만나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하지만, 네덜란드 정부가 뒤에서 압력을 넣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식으로는 현실적인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울나라 정부, 즉 외교통상부와 대사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맥락에서 필자는 대한민국 외교통상부와 주 온두라스 대사관에 다음의 사항들을 촉구한다.

 

 

먼저, 얼마 후에 있을 3차 히어링에서 유리한 입장을 가질 수 있도록 대사관이 가능한 모든 지원을 즉시 시작해야 한다. 60일이면 시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영사나 총영사, 대사 등이 여기저기 얼굴을 수시로 들이밀고 현지 변호사도 만나고 나아가 검사, 판사 등과 만나보기만 해도 도움이 된다. 네덜란드인 피터도 열라 하고 있는 일인데 ‘내정간섭’ 이라서 못한다는 식의 소리는 이제 하지 말자. 그런 꼬락서니는 경운이 사건으로 졸업했어야 되는 거다.

 

 

동시에 히어링이나 공판 일정과는 무관하게 지수씨가 한국에서 머물면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 아니면 온두라스에 머문다 하더라도 최소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 국민이, 현행범도 아니고 증거도 매우 불충분한 상태에서 위 사진에서 본 그런 감옥에 갇혀 차별과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건 대사관 니들이 할 일을 안 하는 거다.

 

 

그와 동시에 결과적으로 무죄, 혹은 무혐의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대책이 외교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논의/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 재판의 객관성 침해 운운하는 소리를 경운이 사건 때 들은 적이 있는데, 그건 온두라스 재판부가 걱정할 일이고 재외공간은 사안을 불문하고 자국민의 안녕과 이익을 위해 뛰는 게 임무다. 네덜란드 애들은 그럼 순 악당이라 죄 없는 한국인 엿 먹일려고 그러고 있는 거냐? 해 보지도 않고 쓸데없는 핑계 대지 말고 니들은 니들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이 상황은 온두라스를 매개로 한 네덜란드와 우리의 외교력의 시험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우리가 걔들보단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저쪽에서 제 맘대로 압력 넣고 장난치도록 마냥 방치해 두는 것은 주권 국가로서 열라 쪽팔리고도 치욕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으로 보건대 과연 외교부와 대사관이 제대로 움직여 줄지 걱정이 큰 게 사실이다. 이 사람들, 옆에서 자꾸 찌르지 않으면 도무지 움직이지를 않는다.
그러니 우리 지수씨가 지구 반대편의 감옥에서 무시무시한 진짜 살인범이나 마약 쟁이들한테 뚜들겨 맞고 고생하지 않도록 다들 힘을 모아 주셔야만 한다.

 

 

아래는 이를 위한 일차 행동 지침이다. 잘 읽고 행동에 옮겨 주시라.

 

 

1. 밑의 링크는 외교통상부 자유게시판이다. 여기에 지수씨 사건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을 요청하는 글을 짧게라도 다들 남겨 주시라. 금요일 오전 현재 관련 글 딱 7개 올라와 있다. 이래서야 콧방귀라도 뀔리 없다(하지만 한 사람이 도배하면 안되고 우리한테 하듯이 욕 쓰면 안 된다. 삭제의 빌미를 제공한다)

 

 

외교통상부 자유게시판

 

 

2. 현재 주온두라스 대사관 홈페이지에는 게시판이 없다. 그러니 아래 주소로 대사관의 성의 있는 노력을 촉구하는 메일을 보내주시라. 한 분도 빼지 않고 해 주시지 않으면 효과 없음이다.

 

 

 info@koreaemb.hn

 

 

3. 이어 다음 아고라의 청원란이다. 서명 목표가 소박하게도 1만 명인데 현재 3천 몇 백 명 되어 있으니 빨리 가서 그냥 다 채워 버리면 어떻겠냐.

 

 

다음아고라 한국여성 온두라스 불법감금 석방 서명. 

 

 

4. 마지막으로 요 밑에 것은 지희씨가 만든 사건 관련 카페인데 여기 자유게시판과 한줄 수다 란에 아직 너무 글이 없다. 이래가지고 가족과 지수씨가 힘을 낼 수 있겠냐. 카페 가입 해야 되지만 그 정도는 시간을 내자꾸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라 고생이 많다.

 

 

http://cafe.daum.net/onlyforhan

 

 

앞으로도 필자는 언니 지희씨와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황들을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열분 들에게 다시 새로운 정보를 전해 드리고 또 지침을 전달하고자 한다.

 

 

끝으로 지수씨가 직접 보내는 부탁의 말씀 같이 들어보자.

 

 

 

 

 

 

 

 

 

2차 Hearing에서 우세한 위치를 차지하고도, 석방이 불가하다는 판결을 받은 저와 아버지의 심정은 참담. 그 자체였습니다. 한 시간 전만 해도 모든 게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짐까지 다 싸놓았던 저는 망연자실한 상태로, 멍하게 앉아있었습니다.

 

갑자기 무엇이 동기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불현듯, 이렇게 있으면 이 일이 정말로 잘못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니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이 부당함을 알려야 한다. 이렇게 있으면 정말 당하고 만다. 여태까지 그렇게 당해왔다. 그렇게 언니의 노력이 시작되었고, 지금 이렇게 많은 분들께 알려 도움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더욱 확실히 해야 할 것은 잘 될 거야라는 맹목적 희망을 갖고 손을 놓기 보다는 잘 되게 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는 30년 실형을 상상합니다. 넋놓고 있으면 어느 순간에 감옥에서 또 다른 옥중 편지를 쓰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 모릅니다. 지금 쓰는 이 편지가 마지막 편지가 될 수 있게 도와주세요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이 절실합니다. 간절하게 부탁 드립니다. 부디, 관심을 가지고 계속 지켜봐 주십시오. 옆집 이웃인 것처럼, 아는 동생인 것처럼, 오랫동안 연락이 안되었던 친구인 것처럼 관심을 가져 주세요.

 

이렇게 만들어진 인연은, 제가 한국에 가면 갚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게시판 한 줄로 끝나지 않고, 찾아 뵈어 밝고 건강한 웃는 모습 보여드리고 음료수라도 한잔 마시면서 감옥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해드리겠습니다.

 

꼭. 한국에서 뵙고 싶습니다.....

 

 

 

 

 

지수씨가 무사히 돌아오면 이런 자리는 본지에서 알아서 준비할 테니 열분 들은 그저 그 자리가 실제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도와 주시기만 하면 된다.

 

 

글이 무척 길었다. 마지막으로 이 기사 첫머리에 있던 지수씨 사진 다시 한번 붙여 드린다. 머 필자가 사건 자체의 진상에 대해 너무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다마는, 이 한마디 만은 꼭 하고 끝내야겠다.

 

 

이 토끼 이빨의 귀여운 소녀가 사람을 죽였다면 내가 이명박이다....

 

 

 

 

 

 

 

딴지 논설위원 파토(patoworl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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