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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혐한을 말하다.

 

2009.10.15.목요일
알려지지않은 주시자

 

0. 프롤로그

 

오늘 나는 일본 내의 소위 혐한(한국을 혐오-증오-경멸한다는 뜻이다)이라는 아주 희한한 풍조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 참이다. 결론을 미리 이야기 해 주자면, 그 넘들 별것 아니니 그냥 생까자가 내 주장이다. 반전 없다. 내가 현재 주소를 두고 살고 있는 이 나라(일본)를 꽤나 마음에 들어한다는 사실 때문에(전에도 이야기 한 적 있지만, 싫으면 굳이 기를 쓰고 찾아와서 살지 않는다), 이너넷에서 삽질하는 이 나라 일부 아해들을 옹호해 줘야 한다는 필요성까지는 느끼지 못하니까.

 

하지만 그 넘들이 왜 조또 아닌 넘들인지를 증명하는데 좀 귀찮은 과정을 밟긴 했다. 다음은 그 악전고투의 현장이다.

 


 옛날 이야기 몇 토막

 

(1) 지금 젊은 친구들에겐 일본이란 나라가 양질의 야동 제작/제공국이며 부업으로 야애니를 만들어내는 나라 정도로 보일지 모르지만, 얘들도 한때는 잘 나갔다. 지금도 돈은 많아 보인다고? 별 말씀을... 아직 20대 초반이거나 중고삘 친구들이 보고계신 현재의 일본은 전에 끔찍하게 돈 많던 나라가 10년 이상 지속된 불황덕에 캐허덕거리고 있는 모습이다. 얘네들, 예전엔 진짜 장난이 아니게 돈이 많았다.  도쿄를 세계금융의 중심지로 만들려는 구상이 실패로 끝나면서 아직도 빌빌대고 있긴 하지만.

 

일본의 버블경제 전성기인 1980년대, 이 나라는 실로 돈이 넘쳐났었다. 얼마나 많았느냐고? 일부 치기와 패기 어린 일본 아해들이 미국을 사버리겠다는 허황된 말을 지절대고, 미국이 그 말에 비웃음을 띄우는 대신 살포시 식은 땀을 흘릴 정도였다. 물론 그게 헛소리라는 건 미국과 일본 모두 알고 있었겠지만, 저런 농담이 조금이나마 위협적으로 들릴 만큼 일본의 경제력이 어마어마 했던건 사실이다. 록펠러 타워를 일본 자본이 돈주고 사버리는 바람에 미국인들 자존심에 기스를 낸 것도 이즈음의 일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일본 경제계를 흐뭇하게 해 준건 야동이 아니라 자동차였다. 도요타가 감기에 걸리니 온 나라가 플루 발병한 듯 설쳐대는 것을 봐도 아시겠지만, 자동차 산업, 특히 자동차 수출은 일본 경제의 대들보였다. 1980년대, 일본은 연비좋고 몰기 좋은 소형차를 무기로 미국에 진출, 미국 자동차 산업에 어마어마한 타격을 입힌다. 싸고 좋은 차가 대량으로 들어오니 다들 일본차를 살 것 아닌가. 근데 일본은 약삽하게 자국 농업 보호한다고 미국산 쌀은 거의 수입을 안하고 있었다. 미국 입장에선 짜증나는 일이었지.

 



코미디언 이주일도 도요타 유저였다.

 

이때, 전후 미국에서 처음으로 반일 감정이라는 것이 생겨난다. 잽(Jap-일본인을 뜻하는 속어) 녀석들, 전쟁 끝나고 죽어가는 거 살려줘, 군대 보내서 보호해 줘, 할 거 다 해 줬는데 은공을 모르고 깝친다는 거였다. 미국에 진출한 일본 자동차 공장이 주변에서 잽들은 물러가라는 데모가 벌어지거나, 일본인들이 술집에서 술먹다가 안주대신 쌍욕을 먹는 것 정도는 귀여운 일이었다. 미국 국민 입장에선 자기들 직장 뺏어가(미국에서 자동차 관련된 일로 먹고사는 사람이 몇 명 정도 될거 같냐), 지들 농산물은 안사먹어, 이렇게 미운 녀석도 없었던 시기였다.

 

내가 기억하는, 그나마 이유 같은 이유가 있는 반일 감정이었다.

 

(2) 9.11 테러가 발생한 직후, 미국의 각급 학교에서는 이슬람계로 보이거나 아랍인으로 보이는 이들에 대한 유형무형의 집단갈굼이 발생했었다. 이유는 설명할 필요 없겠지.

 

위의 일본인 예를 보면서 참 고소하도다하시던 독자제위가 이번 예시에서는 그래도 그런식으로 싸잡아 갈구면 안되지!! 아랍계라고 다 알 카에다냐!라고 하신다면, 나로선 솔직히 고개를 갸우뚱 할 수 밖에 없다. 전후 사정과 상대국에 대한 호오를 막론하고, 직접적으로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을 함부로 괴롭히면 안되는 거다.

 

무슨 공자님 말씀 하려는게 아니라, 그것이 당연한 도리이다. 일본이 약삽한 보호무역으로 미국 경제에 타격을 주었다면, 미국도 경제력을 가지고 반격하거나 협상 잘해서 구슬리면 된다(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길거리에서 미국인이 일본인 관광객이나 그저 생활비 벌려고 일하는 일본인 노동자에게 쌍욕을 하는 것에 대한 면죄부가 되어주지 않는다.

 

솔직히 아직까지도 주범이 누구인지 모호한 9.11 테러가 아랍인은 길에서 쳐맞아도 할 말이 없다라는 쓸데없는 주장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것 처럼 말이다. 하지만, 3백번 정도 양보하면 이것도 그나마 이유 같은 이유가 있는 반 아랍 정서였다고 해 줄 수 있다. 어찌되었건 벌건 대낮에 수천명의 인명이 스러져갔으니 말이다. 미국인 입장에선 화날 만 했지.

 

(3) 내가 기억하는 그나마 이유 같은 이유가 있는 반한 감정은 대만 친구들의 것이다. 1992년에 대만과 단교하기 직전까지, 대만과 한국의 관계는 꽤나 양호했다. 대만 외교부가 한국 공사관 차량을 1호차로 배정해 줬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니, 당시 미국과 국교가 단절되면서 벼랑끝에 몰려있던 대만이 그나마 돈도 좀 있고 말도 좀 통하는 나라인 한국과의 국교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알만하다. 근데, 한국이 덜커덕 단교를 선언한 것이다.

 

그것이 한국 입장으로선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주장은 나도 인정하는 편이다. 원래 외교라는 것이 혈관에 각얼음 몇 개 집어넣고 생각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내 나라 대한민국 소중한 나의 조국 어쩌고를 떠나서 생각하면, 대만 친구들 입장에선 화가 날만도 할 일이었다. 아마 한국이 정반대의 일을 당했으면 나도 화가 났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이 죄없는 한국 유학생들 붙잡고 시비걸고 욕하고 거리에서 태극기 불태우는 짓의 면죄부가 되어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들이 태극기를 불태우는 것을 보고 짜증이 난다면, 서울 한복판에서 일장기 불태우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다. 일본인들도 그걸 보면 짜증이 날 테니.

 



조선고 학생들 붙잡고 시비걸던 시절을 그린 일본영화 박치기

 

정리하자. 내가 예시로 든 세가지 케이스는, 비록 비판의 여지는 있을 지언정 그래도 어느정도 가시적인 이유가 있어서 특정 국가의 많은 국민이 다른 특정 국가나 인종에 대해 혐오감을 품은 사례이다. 80년대 미국이 일본을 증오한 이유는 일자리와 돈이었다. 2001년에 미국이 아랍권을 증오한 이유는 테러와 그에 따른 인명피해였다. 1990년대에 대만이 한국을 혐오한 이유는 그들 입장에선 일방적이었던 단교선언 때문이었다. 

 

혹은 이렇게 이야기 할 수도 있겠다. 80년대 미국이 일본을 증오한 이유는 그들의 일자리를 뺏어간 것이 잽들이라는 믿음 때문이고, 2001년에 미국이 아랍권을 증오한 이유는 그들이 미국의 평화에 위협이 된다는 믿음 때문이며, 1990년대에 대만이 한국을 혐오한 이유는 이 모든 것이 한국놈들 탓이라는 그들의 믿음 때문이었다고. 군중 심리라는 것은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니까. 

 

그리고 그들의 믿음 혹은 증오는, 그 어떤 이유를 가져다 붙인다고 해도 직접적으로 죄가 없는 그 나라 사람들에 대한 가해행위의 면죄부가 되어주지 않는다. 심정적으로 동조는 할 수 있다만, 용서할 수는 없는 문제라는 거다. 한국 유학생은 대만에서 쳐맞아도 된다고 할 사람은 아마 없겠지.

 

 가시적인 이유

 

나는 위의 사례를 고르면서 가능한 한 최근의 케이스. 그리고, 무슨일이 있어도 2차대전 이후의 케이스를 찾을려고 노력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료가 아닌 사료를 뒤져야 하는 영역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 사실 국가와 국가간의 우정이라는 것은 가카의 개념만큼이나 허무맹랑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사이가 나쁘다고? 프랑스와 영국, 독일과 프랑스, 영국과 독일은 뭐 물고빠는 사이인가? 아프리카의 국가들은 어떤가?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서로 좋아서 아세안이니 뭐니 하고 지내는 것 같나?

 

인류가 아직 걷거나 배타고 돌아다니던 시절, 전쟁이란 건 바로 옆나라나 좀 많이 노력해서 그 옆나라와 한 판 붙는 것을 의미했다. 인류가 문명이란 것을 가진 이후로 대륙이 이동해서 지도가 바뀐 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역사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은 다 지들 옆나라와 죽고 죽이는 전쟁을 치루면서 오늘날까지 버텨온 거다. 사이가 좋으면 오히려 신기한 거지. 

 

한국과 일본이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혐오감은, 그것이 도를 넘는 것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당연한거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광개토대제의 정벌도 그 당시 그 땅에 살던 중국인들 입장에선 생명이 오고가는 위협이자 증오의 대상이었을 거고, 똑같은 논리로 우리가 임진왜란을 기억하며 일본을 껄끄럽게 생각하는건 인지상정인 거다(병자호란을 기억하며 몽골의 국기를 불태우는 한국인이 없는건 연구대상이긴 하지만, 그 이야긴 다음에 하자).

 

버뜨, 그렇다고 이 기사 읽으신 독자제위중 한 분이 인사동에 나가 일본인 관광객 멱살을 잡고 임진왜란의 복수다, 쪽바리새꺄!!라면서 폭력을 휘두른다면, 그건 참 바보같은 짓이라는 말 밖에 해줄 말이 없다. 아마 일본이라는 말만 들어도 흥분하는 열혈 반일주의자도 저 소리엔 헛웃음을 지을거다. 그런 식의 반일 감정은 적어도 객관적인 입장에선 이유다운 이유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거를 던질때도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역사라는 학문을 어마어마하게 좋아하지만, 이라크 전쟁을 이야기할 때 마다 십자군 원정까지 들먹이며 문명과 문명의 충돌이니 역사적으로 서로를 증오하던 사이이니 하는 것에는 그다지 동조하기 힘들다. 그런 요소가 아주 없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라크에 석유가 없었어도 조지고 부쉬는 그 친구가 굳이 이라크를 조지고 부수러 날아갔을까? 인간은 종교니 역사니 하는 형이상학적인 이유만으로 전쟁을 벌일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게 단순하진 않다.

 

특정국가에 대한 증오감도 마찬가지다. 역사책에 적힌 글들이 특정 국가에 대한 막연한 거리감의 이유는 될 지언정 그 나라를 씹어먹고 싶다는 식의 혐오감을 설명해 줄 수는 없다면, 우리는 좀더 가까운 곳에서 이유를 찾아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80년대에 일본을 증오한 것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진주만 공격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매우 딴지스러운 먹고 싸는 문제에 대한 위협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미국은 원래부터 키 작고 눈 째진 일본인을 경멸했다는 식의 문화인류학적 접근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혐한을 논하다

 

이제 오늘의 본론으로 들어가자. 그 전에 기사하나 봐 주셨으면 한다. 내 주말의 평화를 앗아간 기사다.

 

 기사링크

 

이것은 21세기 들어서 일본의 이너넷을 통해 새롭게 번지고 있는 혐한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기사다. 거기, 흥분하시지 마시라. 흥분하면 지는거다. 지금부터 찬찬히 살펴보자. 

 

일단 한가지 짚고 넘어가면 난 이 기사에 나온 강간범들을 옹호할 생각은 정말 티끌만큼도 없다. 조두순 사건에 관한 기사에서 이미 말한 바 있지만, 난 성폭행범에 대해서는 좀 도를 넘다 싶을 정도로 혐오감을 품고 있는 사람이다. 비록 일본 형법상 사형이 나올 리는 없지만, 억울한 누명을 쓴게 아닌 이상 법이 정한 최고형이 언도되어도 나는 박수를 쳐 줄 용의가 있다. 성범죄는 용납될 수 없다. 이것은 인종과 국적을 초월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악의적인 편집을 한 것은 문제 아니냐는 말은 나도 찬성이다. 근데 말이다, 이 돈 한푼 못받을 동영상을 편집하려고 일본 방송국의 보도와 한국의 티비자료까지 긁어모은 혐한에 빠진 일본인들의 정체를 살펴보면, 의외로 허탈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혐한류라는 만화책이 있다. 이너넷에 한글 번역판이 떠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아마 아시는 독자제위가 많으실 것으로 본다. 혐한의 바이블로 통하는 이 만화책은 현재 3권까지 나와있는데, 일본에서도 그럭저럭 팔린 편이다. 강조하건데, 한국에 전해지는 식으로 전국민의 애독서가 된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이런 주제의 책 치고는 선전했다정도가 맞다. 나도 3권까지 다 살려고 도쿄내 대형 서점을 몇 군데나 돌아다녀야 했을 정도니까(잘 팔려서 매진된게 아니라 아예 물량을 그렇게 많이 주문하지 않은 거였다. 출판사도 조그만한 출판사라 그렇게 많이 찍어내질 못했고. 그 증거로, 드럽게 비쌌다. 한권당 천엔...ㅡㅡ;). 일본 만화책의 소비량을 생각하면 이 정도 판매량은 그냥 그런 수준이라고 말해줄 수 있다. 

 


혐한류3권 표지

 

이 만화책은 한국을 참 골고루 잘도 씹어놓았다. 한국의 신흥종교 관계자가 일본 대학생들을 상대로 성추했을 했다. 신주쿠에는 일본에 원정온 호스트와 호스티스가 넘친다(한국으로 돌아가라는 대사도 있다). 한국 방송은 일본 방송을 대놓고 표절한다. 방송 뿐인가, 상표, 캐릭터, 영화... 심지어 검도도 한국이 원조라고 하질 않나, 여튼 조까튼 나라다. 이걸 만화책 3권으로 늘려서 표현한 거라고 보면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축으로 일본 내 재일한국인 문제를 거론하며 일본 정부가 재일한국인을 제도적으로 지나치게 보호하는 바람에 재일한국인은 아예 특권계층이 되어버렸다. 재일한국인들은 이에 편승해 탈세도 지맘대로 하고, 범죄나 저지르고 있다. 이런 과보호는 철폐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길게 하고 있다. 아, 인신공격도 좀 있군. 한국인은 광대뼈가 튀어나왔고 그걸 가릴려고 성형 엄청해댄다. 흥분을 잘하는 민족이라 화병이라는 특유의 민족형 질환도 가지고 있다. 등등.

 

흥분들 하시 마시라니까. 이걸 원서로 세 권 다 읽은 나도 있는데(거의 정신적인 차력취재 수준이었다). 

 

이 책의 재미있는 점은, 아까 말했듯이 이너넷에서 혐한을 논하는 자들에게 진짜 거의 바이블로 통한다는 거다. 일본 위키의 혐한페이지도 거의 이 책의 단락구성을 답습하는 형태로 편집이 되어있고, 이너넷에 떠도는 무의미한 담론들도 이 책의 확대재생산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기지만, 이너넷에서 혐한을 이야기하는 일본인들은 그리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이것을 하나의 사상으로 발전시키려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럴만한 재간이 있어보지도 않는다. 그럼 그들이 그렇게나 신봉하는 이 책의 논리전개는 무엇일까?

 

일단 역사에 관한 이야기는 제외한다. 이유는 아까 설명했다. 그건 그저 어거지에 불과하다. 좀 가깝고 현실적인, 혹은 직접적인 이유가 있을 법 하다. 그들은 왜 한국을 증오하나.

 

그럴듯한 이유가 없다. 이게 오늘 내가 하고싶었던 이야기다. 

 

만화 혐한류는 황당하게도 2002 한일 월드컵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딴지에서 그렇게 차근차근 설명했던 한국을 위한 오심 논란을 친절하게 다시 설명해 주면서 말이다. 물론, 반대편의 논리를 조목조목 들면서 한마디로 한국은 드럽게 4강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기일게 설명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시청광장을 붉게 물들였던 붉은 악마의 응원을 소개하며 이렇게 맹목적인 애국심을 드러내는 한국인들에게 생리적인 혐오감을 느꼈다는 식으로 도입부를 꾸미고 있다. 

 

좀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WBC에서 마운드에 태극기 꽂은 것을 걸고 넘어졌다면 백번 양보해서 괜찮은 논쟁거리 하나 들고 나왔군이라고 해 줄수 있다. 마운드를 신성한 장소로 생각하도록 교육을 받는 일본의 야구관계자와 야구팬들에게 그건 모욕으로 비춰졌을 수 있다. 하지만, 월드컵이라니. 기억하시나? 2002 월드컵때 한국과 일본은 직접 시합을 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한국인의 애국심이라는 것이 당장 일본으로 쳐들어가 쑥대밭을 만들자는 식의(과거 그들이 저지른 것 같은) 군국주의와 직결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혐오감으로 발전될 이유도 없다는 거다. 

 

다른 논거들도 한국은 혐오감의 대상이다라는 결론을 뒷받침하기엔 너무나도 빈약하다. 거의 일본은 없다와 비슷한 레벨의 소소한 케이스 긁어모아 공공의 적 만들어 그것을 발판삼아 내 개인적인 인기를 얻어보리라수준의 이야기들이다.

 

그럼 그들이 한국을 증오하는 진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한국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본 것도, 한국 때문에 외교적으로 고립된 것도, 한국인들이 일본인을 무차별로 학살한 것도 아닌데. 

 

까고 싶어서 까는 거다. 난 이게 정답이라고 본다.

 

기나긴 불황과 고용 불안정으로 지금 젊은 세대 일본인들의 미래는 꽤나 불투명하다. 그리고 이것은 그들의 부모 세대들이 누려온 안정된 삶의 모습과는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어서, 그들 가운데 극소수는 이런 현실에 대해 막연한 불만과 분노를 품고있다. 몇 년 전 아키하바라에서 무차별 살인을 벌인 젊은 친구의 이야기가 대표적인 예이겠지만, 일본에서 이유도 없고 범죄대상도 막무가내인 분노형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사회상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대다수의 젊은 일본 친구들이 그렇다는게 아니라, 어쩌면 젊은 시절 당연히 겪어야 할 미래에 대한 불안을 제대로 컨트롤 하고 있지 못하는 소수 젊은 세대도 있기는 하다는 거다. 

 



응?

 

그런 그들은 자신의 불안과 분노를 표출할 대상, 증오의 대상을 찾고 있었다. 제대로 정신을 잃은 한 녀석이 백주대낮에 사람을 향해 트럭을 돌진시키고 칼로 찔러서 무고한 사람을 죽인 것 처럼, 그저 너희 때문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라고 소리쳐 줄 대상, 증오의 대상이 필요한 거다. 그렇게 증오를 표출하고 나면, 적어도 스트레스는 좀 해소될 테니까.

 

뭔가 거창하게 이야기 했지만, 그냥 한국 이너넷에 즐비한 악성 악플러를 연상해 주시면 된다. 딱 그정도 수준이다. 증오하고 싶어서 증오하고, 증오의 대상이 일단 선정되면 그들의 유일한 무기인 검색을 통해 이런 저런 이유를 긁어모아 나의 증오는 정당하다고 스스로 자위하는 자들 말이다.

 

내가 도입부에서 일본의 혐한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 가장 큰 이유가 이거다. 그들은 지금 상황에서 한국이 일본의 증오를 받을 그나마 이유다운 이유라도 있어서 저런 짓을 하는 건 아니다. 그냥 욕하고 씹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대상이 필요하던 차에, 누가 먼저 욕하는 넘이 있으니 그거 카피페이스트 해서 즐기고 있을 뿐이다.

 

난 이와 비슷한 문제에 대해 두어번 글을 쓴 적이 있다. 변희재씨의 글에 리플 첨삭을 한 것과, 얼마전 진리경찰님께 한마디 한 것. 그때마다 내가 들은 가장 많은 충고는 그냥 생까라. 관심주면 안된다. 일일이 거론하는 것도 시간낭비다였다.

 

이제 내가 그 리플들에 대해 존경과 성의로 보답을 할 날이 왔다. 일본의 혐한류, 무시하시라. 그냥 악성 악플러의 가장 되어먹지 못한 종자들일 뿐이다. 일본 사이트에서도 조금 인식있는 아해들에게 니들 빙신이냐 소리듣는, 그냥 그런 아해들 말이다.

 


 확인사살

 

그래도 저런 동영상이 유포되어 한국에 대한 안좋은 이미지가 늘어가는 것은 문제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난 이 문제도 좀 고개가 갸웃거려 지긴 한다. 난 일본을 별 다른 논거없이 그저 비방하고 욕해대는 한국 게시판을 꽤나 많이 알고 있거든. 일본인은 다 쓰레기라는 식의 이너넷 담론(?)말이다. 그걸 보고 한 일본인이 한국에서 저런 글들과 사진, 동영상이 유포되어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져가는 것은 문제 아니냐고 말한다면, 한국이 뭐라 대답할 수 있을지 좀 의문이긴 하다.

 

그래도 일단 안심들 하시라는 차원에서 이야길 해 주자면, 저들은 진짜 악플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즉, 일본에선 아무도 저들을 상대해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저런 동영상 때문에 한국의 이미지가 실추될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

 

아까 링크한 기사에 사진이 몇 장 나와있을 텐데, 그중 젤 윗 사진을 한 번 봐 주셨으면 한다. 

 

붉은색 글씨 밑에 표가 하나 나와있을 거다. 그들이 문제삼는 일본 언론의 통명 보도에 관한 사진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이런거다. 박정희라는 이름의 재일한국인이 있다고 치자. 일본에서 나고 자란 박정희씨는 이름이 외국인 이름이면 아무래도 이것 저것 불편한 일이 많다보니, 일본식 이름을 하나 지어서 평소엔 그 이름을 사용하며 살고있다. 즉, 호적상엔 박정희라는 이름이지만 다카기 마사오라는 일본식 이름으로 학교도 다니고 친구들한테도 다카기라고 불리고 알바하는 편의점에서도 다카기 명찰 달고 산다는 거다. 근데 이 친구가 술을 먹으면 사람을 패는 습성이 있어서, 직장생활 잘 하던 어느날 술먹고 길에서 사람을 패는 바람에 경찰에 붙잡히고 말았다. 폭행 정도가 심했던 관계로 문제가 커져 신문에도 보도가 됐다.

 

여기서부터가 문제다. 일본 신문에 재일한국인 박정희, 술먹고 사람패다라고 나오는 거랑, --시에 사는 다카기 마사오, 폭행 혐의로 구속이라고 나오는 거랑, 읽는 사람 입장에선 어떻게 받아들여 지겠나?

 

똑같은 사건이라도 전자로 보도되면 외국인 범죄 증가니 역시 외국인은 위험분자라느니 하는 어이없는 오해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그런 식의 마녀사냥으로 선량한 대다수 외국인들이 편견과 차별이라는 이름의 피해를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후자로 보도가 되면, 사건의 전모는 전해지되 외국인에 대한 의미없는 편견이 대량생산될 위험은 줄어드는 거다.

 

 

일본의 메이져 언론 가운데 진보 성향의 아사히와 중도성향의 마이니치는, 후자를 선택하고 있다. 즉, 재일한국인이 범죄를 일으켰을 경우 그 사람이 평소에 사용하던 일본식 이름으로 보도를 하는거다. 우익 성향의 요미우리와 산케이는 물론 한국식 이름(호적상의 이름) 그대로 보도한다. 위의 사진은 그것을 비교해서 만든 표이다.

 

이걸 보고 요미우리와 산케이에게 니들 왜 위화감 조성하냐 새퀴들아하시는 분이 있다면, 난 솔직히 좀 과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그 어느 신문도 외국인이 범죄를 저질렀을때 외국식 성명이 신문에 올라 그 나라 사람들에 대한 반감이 조성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그 범죄자가 평소 쓰던 한국식 이름으로 보도해 주는 서비스를 해 주진 않는다. 이건 우익성향의 신문들이 밉다기 보다는 일본의 진보신문이 저 정도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는게 대단하다고 평가하는게 옳다. 솔직히 호적상의 이름을 그대로 보도하는게 죄악인 것은 아니니까(일본은 범죄자가 성인일 경우 얼굴사진과 이름을 보도하는 것이 상례이다. 일본인 범죄자도 물론 다 보도된다).

 

오히려 일본의 진보성향 언론이 외국인에 대한 쓸데없는 혐오감이 조성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 재일한국인은 그냥 외국인이 아니라 아픈 역사를 가진 특수한 입장의 분들이란 것은 나도 안다. 하지만 그것이 범죄의 면죄부가 되어주진 않는다. 범죄 사실을 보도하되 그가 속한 집단에 대한 불필요한 증오가 발생하는 것을 피하려고 일본 메이져 언론이 노력하고 있다면, 그건 진짜 대단한 일이다.

 

이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대다수의 양식있는 일본인들은 외국인에 대한 편견/차별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괜찮은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다. 이너넷에서 악플질 한는 얘들이 뭐라 지절대건, 실제로 언론을 주도하는 신문사 편집국은 상당한 수준의 식견을 가지고 있다면, 걱정할 거리는 꽤나 줄어들지 않겠나.

 

게다가 현재 일본내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아마 종전 이후 가장 좋은 상태이다. 겨울 소나타로 대표되는 한류 붐이 한국에서 어떻게 비춰질지 몰라도, 적어도 한국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일본 내에서 이렇게 부러움의 대상이 된 시절은 여지껏 없었다. 일종의 사극의 범주에 들어가는 대장금이 일본의 민방도 아니고 NHK를 통해 대대적으로 방영되고, 용준이 형이 행차하시니 도쿄돔 비워주는 게 당연시 되는 시절이 오리라고 10년전에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도쿄돔을 무슨 시민회관 대강당 정도로 받아들이실지 모르는데, 연단위로 예약이 차 있는 시설이다). 과연 일부에서 걱정하시는 것 처럼 혐한류가 대다수 일본인의 정신을 좀먹은 상태에서 이런 일이 가능할 거 같냐?

 

 

이제 겨우 한일관계가 적어도 민간교류나 문화적인 면에 있어서는 좋은 무드로 접어들고 있는데, 한 줌도 안되는 악성 악플러의 그저 증오하기 위해 쓸데없는 증거를 그러모은 증오 때문에 골머리 썩힐 일 없다. 그들이 정말 제대로 된 지적을 하고 한국의 개선해야 할 문제점을 말해준 것이라면 일고의 가치가 있겠지만, 지금 이너넷에서 저런 짓 하는 아해들은 그 정도 견식있는 자들이 아니다. 그리고, 대다수 일본인들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요즘들어 긴 글 쓰고 간단한(그리고 당연한) 결론만 내려 읽어주신 독자제위게 미안한 맘도 든다만, 적어혀 현 시점에서 일본의 혐한은 걱정할 것 없다. 곱게 생까주자. 우리가 대화해야 할 건 그런 희한한 종자들이 아니라 일본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말 통하는 일본인 들이다. 이 점을 잊지 않아 주셨으면 한다.

 

  

 

알려지지 않은 주시자로 부터

 

P.S. 아마 그들의 주장 가운데 한국이 반성할 거리가 가장 많은 것을 꼽으라면 일본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표절 문제가 있을 거다. 이건 다음 기회에 자세하게 디벼 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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