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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척 매뉴얼] 만들어진 신

 

2009.10.16.금요일
파토
 

 

 

 취지

 

오늘은 너부리 편집장의 읽은척 매뉴얼을 슬쩍해 보기로 한다. 사실 필자도 옛날 본지 초창기에 아는척 매뉴얼 이란 제목으로 중고차 고르기 등 몇 편의 글을 쓴 적이 있다. 당시 장난질에 가까웠던 것을 계승 발전하여 서적 출판의 경지로까지 승화시킨 편집장의 노고를 치하하며, 이렇게 본인 역시 그 인기에 잠시 편승해 볼까 싶다.

 

본 코너의 취지는 편집장이 매번 밝힌 바 있으나 혹시 처음 보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니 아래 그대로 인용해 둔다.
본 기사는 각종 매체에서 이루어졌던 광고 아닌 척 책 소개하기식의 서적 광고도 아니고 필자의 개성과 취향에 따라 그 평가가 천차만별인 니맘대로 서적 리뷰도 아니다.

 

제목에서 이미 눈치 챌 수 있듯 본 기사는 한 해 평균 독서량이 짐승만도 못한 독자라 할지라도 각종 서적에 대해 누구 앞에서건 아무 거리낌 없이 읽은 척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원만한 대인관계를 형성시키는 데 그 총체적 목적이 있는 공리주의적 텍스트라 할 수 있으며, 일종의 인문학적 데자뷰 현상을 도모하는 학구적 심령기사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생업에 지친 나머지 읽고 싶어도 책 읽을 기력과 의욕을 상실한 독자들에게, 설령 의욕이 있다 하더라도 직장 내 오랜 눈칫밥 습관으로 한 곳에 1분 이상 눈동자를 모으기 힘든 독자들에게, 그리고 어디 가서 모르는 책 얘기만 나오면 자아 한 곳에 치명상을 입는 가녀린 영혼을 소유한 독자들에게 조그마한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하자꾸나.

 

 들어가며 

 

 

몇 년에 한번씩 국제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키는 인문 교양 서적이 독서계에 등장하곤 한다. 본서 만들어진 신이야말로 바로 그런 책으로, 원제는 The God Delusion’ 이다. 직역을 하자면 신이라는 망상 정도 되니 사실 지금의 한글 제목은 국내 정서를 고려해서 상당히 부드럽게 의역된 거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본 코너에도 소개된 바 있는 걸리버 여행기 등과는 달리 제목이나 이미지를 통해 오해할 소지가 전혀 없다. 말 그대로 신은 없다, 종교는 백해무익하고 없어져야 한다는 강경한 반종교적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 이와 유사한 주제를 담은 책이 발간된 적은 많으나 본서의 차별성은 저자가 일반적인 작가가 아닌 대 옥스퍼드 대학의 석좌교수로서 학계의 철저한 주류이자 현대 지성계의 리더급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문체나 주장이, 흔히 종교 관련 서적에서 드러나는 조심스런 입장이 아닌 쾌도난마의 냉정함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만큼 사회적 파급력이나 영향력도 상당히 컸고, 여전히 논쟁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읽은 척 매뉴얼

 

1) 사전정보

 

이 책은 소설이 아닌 교양 서적인 관계로, 효과적으로 읽은 척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인물 정보와 기본 개념은 알고 있어야 한다. 귀찮아도 할 수 없는 일이니 아래 부분만 대략 기억해 두자.

 

-저자 :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1941년생으로 현재 68세이며, 영국 식민지 케냐 나이로비 출생이다. 옥스퍼드 대학 교수이자 영국 왕립학회(Royal Society) 회원으로 동물학을 바탕으로 한 생물학자이며, 진화생물학 및 그와 관련된 대중 저서들로 널리 알려졌다. 커밍아웃한 무신론자이고 다윈보다도 더 철저한 다윈주의자로 평가되곤 한다.

 

유일신을 믿는 각종 종교를 필두로 모든 형태의 신비주의에 대한 철저한 비판을 가하고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 진화론을 기저로 한 무신론 운동을 펼치며, 이와 관련해 찬반 양론의 거센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문제적 인물이다.

 

저서로는 본서 만들어진 신 외에 이기적인 유전자(The Selfish Gene), 눈먼 시계공(The Blind Watchmaker), 무지개를 찾아서(Unweaving the Rainbow) 등이 있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 1882) 과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 

 

 

19세기의 생물학자이자 진화론의 주창자 찰스 다원의 사상이 당시 서구 기독교 세계에 미친 영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1859년에 발표된 저서 종의 기원(원제는 On 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ural Selection 이고 1862년 6판부터 The Origin of Species 로 이름이 줄어듦. 이런 사소한 내용을 달달 외우고 있다면 언젠가 어필할 기회가 있다)은 동식물의 진화과정을 논술한 교양 서적이다.

 

자연선택을 통한 생물의 진화를 최초로 발상하고 논증함으로써 생물의 창조와 변이에 있어서 신의 필요성을 제거함과 동시에, 그간 아주 특별한 피조물로서 본질적으로 차별화된 존재로 여겨졌던 인간 역시 마찬가지의 진화 과정을 거쳐온 생물 중 하나라는 점을 드러내어, 현대 과학의 발전 속에서 가뜩이나 약해지고 있던 창조주 신의 무덤에 말뚝을 박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위니언(Darwinian)

 

다윈의 진화론과 자연선택을 계승한 현대의 다윈주의 학자들을 의미하는 단어로, 진화론은 수많은 증거들을 통해 단지 이론이 아닌 명백한 사실로 확인되었고 또 이를 통해 생명의 기본적인 신비가 대부분 해결되었다고 주장한다.

 

일부 다위니언들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를 지구에서뿐 아니라 우주 전체의 원리로 해석하기를 좋아하고(다른 행성에도 생명이 있다면 같은 원리를 통해 진화했을 거라는), 도킨스 등의 경우 다위니즘을 기초로 한 사상을 종교 대신 삶과 생활의 윤리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흔히 강한 무신론적 성향을 띠며 과학자들 중에서도 논리성과 합리주의에 대한 신념이 유별난 편이라 오히려 교조주의라는 비판을 받는 경우도 있다.

 

- 지적설계론(Intelligent Design)

 

 

생물이나 인간과 같은 복잡한 존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계를 만드는 시계공처럼 목적을 가진 설계자가 필요하며, 우연을 통해서는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최근 들어 진화론에 대한 반대 이론으로 종교계를 중심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생화학자인 마이클 베히(Michael Behe)가 주창자다.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 (Irreducible Complexity) 이라는 표현을 통해, 지느러미가 조금씩 팔다리로 진화하는 있음직함과는 달리 처음부터 전체로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복잡한 기관(세포의 섬모가 흔히 드는 예)은 자연선택에 의한 점진적 진화로는 설명할 수 없고, 이를 계획하고 설계한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특정 신이나 종교를 내세우지 않고 설계자의 존재만을 언급하나, 기독교계의 열렬한 지지와 더불어 일각에서는 과학의 탈을 쓴 종교의 변형일 뿐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2) 내용 열라 간단 요약

 

번역본 기준 600페이지를 넘어서는 긴 책이지만 사실 주장하는 내용은 무척 간단해서 아래와 같은 한 단락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기독교(유대교, 이슬람)에서 이야기하는 창조주 신은 존재하지 않고 필요도 없다. 종교는 인간의 망상(delusion)과 두려움, 집착을 채워주는 신비주의적 미신에 불과하며 종교 시스템은 인간의 편견과 욕망의 발현을 위한 악의 도구로 쓰여 왔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신과 종교라는 함정에서 탈피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관점을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힘으로 삶의 기준과 윤리를 세워야 한다.

 

 

 

저자는 위의 심플한 내용을 다각도로 뒷받침하고 강조하기 위해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하지만 생물학적 접근으로 신은 없다는 점을 직접 논증한다기 보다는(이 부분은 이기적 유전자나 눈먼 시계공 등 다른 저서에서 이미 다루어졌다) 대개의 종교가 공통적으로 보이는 논리적 허점들을 지적하고 특히 아브라함의 종교라고 불리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유일신 사상이 가진 편협함 및 모순, 또 이를 바탕으로 한 증오와 악행에 대해 신랄한 역사적, 사회적 비판을 퍼붓고 있다.

 

그러나 본 코너는 그저 어딜 가서든 여러분이 읽은 척, 잘난 척 하거나 논쟁에 끼어들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된 만큼 이 주장에 대해 따로 논평은 하지 않는다. 단지 책의 전반적인 내용과 관련되어 유신론과 무신론 양 진영에 각각 필요한 포인트를 콕 찍어 줌으로써, 향후 필요할 때 진짜 이 책을 읽은 것처럼 남은 물론 자기 자신마저 속일 수 있도록 준비시켜 드릴 생각이다.

 

무신론자들에게 유리한 논리는 무과장 유신론자의 논리는 유신랑으로 따로 표기하여 대화식으로 제시하니 한글 독해가 가능한 넘이라면 어렵지 않게 접근, 본인의 이익을 위해 활용할 수 있으리라... 

 

 

3) 포인트 체크와 쟁점 정리

 

이 책은 저자가 직접 쓴 들어가는 말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앞으로 펼쳐질 내용에 대한 단순한 예고나 인사말을 넘어 유신론자, 기독교인들의 반론을 미리 예상하고 몇 장에 가 보면 니 의문에 대한 답이 이미 준비되어 있다는 식의 매뉴얼적 설명을 붙여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는 약간의 도움만 받으면 종교라는 악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고도 주장한다.

 

환원주의 생물학자로서의 그의 정연한 사고 방식과 자신감이 엿보이는 부분이나, 이런 태도 때문에 첫 장부터 논쟁을 불러 일으킬 수 밖에 없는 면도 있다고 하겠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입장에 따라 다음과 같이 주장해 보자꾸나.

 

무과장 - 이렇게 신이나 종교와 관련된 허구성은 열라 단순하게 파악할 수 있는 거고 마음을 열고 보면 거기에 모호할 건 하나도 엄따. 우리에게 더 이상 신이 필요 없다는 사실은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에겐 자명한 일이다.

 

유신랑 - 신과 종교 같은 열라 미묘한 주제에 매뉴얼 식 접근을 취하는 것 자체가 저자의 오만과 경박함의 증거다. 삼라만상의 모든 것이 그렇게 일목요연하게 답을 내릴 수 있는 건가? 인간의 지식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며 신과 우주 앞에 겸손할 줄 알아야 된다.

 

이어지는 총 10장으로 구성된 본문을 이 지면에 다 순서대로 설명하는 것은 어불설성이고 줄거리가 있는 소설이 아닌 이상 그럴 필요도 없다. 따라서 책 전체에 퍼져 있는 도킨스의 주요 주장들을 정리, 제시하고 위에서처럼 모범 논쟁을 보여드림으로써 수준 높은 종교 토론이 가능하도록 열분들을 이끌어 드리련다.

 

- 쟁점 1

 

도킨스 - 신이라는 단어를 자주 활용한 아인슈타인을 비롯해 유신론자로 여겨지던 대부분의 과학자와 지식인들이 사실은 무신론자인데 일반인들에게 오해를 받고 있다. 기독교나 유대교, 이슬람교의 인격신은 전적으로 비합리적인 것이며 과학자들이 언급할 때의 신은 흔히 스피노자 류의 범신론(전 우주가 결국은 다 신이라는)이고 이는 사실상 무신론일 뿐이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는 아인슈타인의 말도 이 김에 외워 두자

 

무과장 - 툭하면 유명인을 들먹이며 종교적 관점을 뒤집어 씌우는 것은 유신론자들의 의도적 오독(잘못 읽음)을 통한 종교적 영향력 유지의 증거일 뿐이다. 껀수만 있으면 신과 예수 등을 아무데나 투영하려는 니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유신랑 - 개인의 신념의 진정한 정체는 본인만이 알 수 있을 뿐 도킨스의 해석도 단지 주관적 관점에 불과하며, 결국 반대 방향의 오독일 뿐이다. 도킨스와 무과장은 중요하지도 않은 꼬투리를 잡아 종교를 공격하는데 집착하지 말 지어다.

 

- 쟁점 2

 

도킨스 - 종교는 존중이라는 미명하에 비판해서는 안 되는 불가침의 영역으로 치부되고 있으나, 그것은 잘못된 관점이다. 종교는 지나치게 존중되고 있으며 정치 등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비판, 평가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도킨스는 작가 더글러스 애덤스의 강연을 아래와 같이 인용하고 있다. 본 코너의 목적을 위해 일부만 수록한다.

 

 




 
종교는 신성하거나 성스러운 어떤 개념을 중심에 놓고 있습니다. 그 의미는 당신은 이것에 대해 나쁘게 말해서는 안 된다. 그냥 그래서는 안 된다. 왜 안 되느냐고? 그냥 그러면 안 되는 거다!’ 라는 겁니다. 누군가 당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당에 투표한다면, 당신은 그에 관해 마음껏 주장을 펼칠 수 있습니다. 누구나 펼칠 논리가 있을 것이고 그 때문에 기본이 상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중략)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다른 개념들과 마찬가지로 그 개념들(종교)이 논쟁에 열려 있어서는 안 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우리 사이에 어떤 동의가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말이죠.
 

 

 

무과장 - 종교의 절대성이 사라진 현대 사회에서 그 허구성에 대한 비판은 어디서든 자유롭게 가능해야 하고 이건 종교의 자유와는 무관한 비판의 자유일 뿐이다. 여기에 대해 발끈하는 넘은 실은 자신이 없기 때문에 비겁하게 논쟁을 피하려는 것뿐이다.

 

유신랑 - 종교는 열라 개인적이고 영적인 체험이나 절대적인 믿음에 관한 것이기에 님들이 함부로 간섭하거나 모욕할 권리가 없는 건 당연하다. 고유한 정신적 영역은 존중되어야 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내 내면적 사색에 대해서까지 남들에게 함부로 비판 받을 이유는 엄따.

 

- 쟁점 3

 

도킨스 ? 오랫동안 과학과 종교는 마치 전혀 다른 영역에 속한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우주의 본질에 대한 문제와 관련된 만큼 종교적 문제 역시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당연하며, 여기에 대해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종교는 결코 과학 너머에 있는 것이 아니며, 과학이 답할 수 없다고 해서 특정 문제들을 종교가 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무과장 ? 이미 현대 문명은 철저히 과학의 바탕 위에 세워져 있는 거다. 그런데도 종교만 수천 년 전의 전설과 미신을 바탕으로 거기서 열외로 남겠다고 하는 건 당근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조금만 미묘해지고 복잡해지면 그 부분은 종교가 답해야 할 영역이다 라는 말로 도망가는 태도는 이제 버려야 된다.

 

유신랑 ? 과학의 발전과 역할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에 답을 낼 수 있고 모든 것의 기준이 되어야만 하겠다는 태도는 곤란하다. 우리가 모르는 게 얼마나 많은가? 과학이 그런 것들에 답을 낼 때까지 과연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리겠냐? 과학적으로 재단해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은 모두 미신이고 거짓이라는 주장은 또 다른 맹신이다. 종교가 과학과 분리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그런 위험을 막기 위해서다

 

- 쟁점 4

 

도킨스 - 창조론자들과 지적설계론자들은 자연계의 극단적인 복잡성을 예로 들어 역으로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들지만 이는 착각일 뿐이다. 수백만 년, 수억 년 단위의 오랜 시간의 진화는 아주 단순한 존재를 인간처럼 졸라 복잡한 넘으로 변모시킬 수도 있는 거다

 

 

 

무과장-  지적설계론은 종교인들이 과학의 시대에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한 유사과학일 뿐이다. 그들은 수천만, 수억년의 시간 척도를 가진 진화의 힘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이 주장하는 지적설계의 증거라는 것도 알고 보면 모두 허구에 불과하다. 만약 인간이 자연이 생겨나기엔 너무 복잡해서 설계자가 있어야만 한다면, 그 신을 만든 설계자는 어디 있는 거냐?

 

유신랑 - 무신론자, 진화론자들은 가장 중요한 첫 생명 탄생의 비밀을 알아내지 못하고 있고, 진화에 대한 증거도 극소수의 화석들에 기초한 정황적인 수준에 머무를 뿐이다. 그리고 우리 신국의 입장은 일정한 수준에서의 진화가 아예 없다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 모든 것을 애당초 가능케 한 절대적 지성체로서의 신적 존재가 배후에 있어야 이 모든 것이 말이 된다는 소리다.

 

- 쟁점 5

 

도킨스 - 18세기 계몽주의자들의 자연신은 구약 성서의 미치광이 같은 잔인한 신하고는 다르고 사실상 무신론적이다. 그는 수학적이고도 지적인 신이며 인간세상의 잡사에는 일체 개입하지 않는다. 한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와 같은 일신교는 다신교나 자연신교에서 발전한 개념이 아니며, 오히려 불합리한 구약 성서에 기초하여 신의 개념을 더욱 타락, 퇴보시켜 그 증오에 의한 폐해가 천 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다.

 

 

무과장 ? 머 엄격하게 말하자면 자연신도 필요 없는 거지만 최소한 종교라는 이름 하에서의 편견과 살인, 고문, 전쟁 등의 악덕을 조장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니 굳이 종교와 내세를 믿어야만 하는 넘은 종교가 지금껏 벌여온 온갖 악행과 관련 없는 이런 신을 믿는 것이 나을 거다. 근데 죽어서 천국 못 갈까봐 벌벌 떠는 니들이 이런 걸로 위안이 되겠냐?

 

유신랑 - 인간세상에 간여하지 않는 신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냐? 하나님이 아들 예수를 보내어 우리 죄를 씻어 주셨듯, 신은 자신의 피조물인 인간을 사랑하고 또 도와주려 하시는 거다. 종교도 때로 실수를 저지르지만 그것인 인간의 실수일 뿐 신의 잘못이 아니다. 함부로 말하지 마라.

 

- 쟁점 6

 

도킨스 - 기도는 지극히 부당하게 한 명의 청원자를 위해 우주의 법칙들을 무효화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자신이 이기도록 신이 돕는다고 믿는 운동선수는 결국 신이 상대편은 지도록 만든다고 믿는 거나 다름없다. 종교가 낳는 이런 식의 무지와 어리석음은 이제 타파되어야 한다. 

 

 

무과장 ? 만약 신이 기도하는 사람의 편을 들어주거나, 자신을 믿는 사람들에게만 복과 구원을 준다면 그는 진짜 신이 아니다. 반대편 사람들 입장에서는 악마라고 봐도 무방한 존재일 뿐이다. 그런 신을 믿고 의지한다는 니들의 어리석음에는 그저 실소가 나올 뿐이다.

 

유신랑 - 신이 역사하는 방법은 인간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글고 신은 소망을 간구하는 자의 태도에서 그 중요성과 의미를 발견하고 간혹 그 실현을 도와줄 뿐이다. 무엇인가를 간곡히 청하는 자식의 소원을 부모가 들어주는 것이나 마찬가진 거다. 이게 잘못된 거냐 새꺄.

 

- 쟁점 7

 

도킨스 - 세상에는 합리적인 근거가 전혀 없는 갖가지 믿음이 있다. 그런 것들 중 대단히 흔한 형태를 우리는 종교라고 부르며, 그렇지 않을 때는 정신병이나 망상이라고 한다. 이런 차이는 단지 역사적 우연의 산물일 뿐이며 본질적으로 기독교나 사이비 종교나 똑같은 병적 망상에 불과하다.

 

 

무과장 - 기독교인들이 무속인들을 무시하거나 경멸하는 것을 보면 어이가 없을 뿐이다. 니들이 믿는 종교는 아무리 허황되다 한들 진리고, 다른 종교적이거나 초자연적 관점들은 미쳤거나 심지어 악마가 씌웠다고 생각하는 것은 남의 눈의 티끌은 보되 지 눈에 박힌 들보는 보지 못하는 편협함인거다 이 빙충아.

 

유신랑 - 기독교는 오랜 세월 동안 역사 속에서 살아남으며 발전하고 또한 검증되어 왔다. 개인적인 또는 소규모에서 벌어지는 망상이나 광기와는 차원이 다른 거다. 만약 지금껏 기독교나 유태교, 이슬람교를 믿어온 수백억 명이 다 멍청이라고 주장할 정도로 건방진다면 거라면 나는 조까라고 말해 주겠다.

 

- 쟁점 8

 

도킨스 - 종교는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자연스런 강요와 세뇌의 형식으로 주입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아이들 스스로 성장해 가면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열살 먹은 어린애가 스스로 공화당을 지지한다 고 말하는 경우는 없지만 기독교인이라고 말하는 경우는 흔하다. 이건 잘못된 거고 가정에서도 애들에 대한 종교의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

 

 

 

무과장 ? 얼마나 많은 똑똑한 청소년들이 부모의 그릇된 종교관 땜에 내면적 갈등을 겪고 있냐? 억지로 교회 나가고, 심지어 나간 척하고 딴데로 도망가고, 다른 길을 가고 싶어도 부모 눈치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종교인으로 살아야 하는 아이들이 많다. 미신에 빠진 부모 때문에 원하는 길로 가지 못하는 불쌍한 이 애들 인권은 누가 책임질 거냐? (울먹이며 유신랑의 멱살을 잡는다)

 

유신랑 ? 듣자듣자 하니 기가 막힌다. 자식이 옳은 길로 가도록 부모가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한 일 아니냐? 그럼 열살 먹은 애한테 ‘나는 오늘 교회에 가지만 넌 종교의 자유가 있으니 집에 혼자 남아라’ 고 말해야 되는 거냐? 가정이라는 단위에서 종교적 동질성이 추구되는 건 당연한 현상이고 종교의 자유 운운하면서 그걸 어지럽히려는 시도 자체가 억지인거다 이놈아(괴성을 지르며 무과장의 허리를 붙잡고 넘어뜨린다)

 

...마, 이런 정도로 본서의 내용이 다 카바될리는 없지만 수박 겉핧기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은 본 코너의 생명이나 다름 없으니 이해하시라. 여하튼 본서는 종교 논쟁에서 그간 서로 애써 피해가던 부분들을 노골적으로 하나씩 짚고 넘어간다는 점에서 이 분야에서는 최첨단을 걷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효과적인 읽은 척을 위해서는 무과장이나 유신랑의 입장 중 하나를 선택해 입장이 다른 상대와 논쟁을 벌이는 것은 가급적 피하고(자칫 위와 같은 비극적 결말로 치달을 수 있기에), 그보다는 종교적으로 같은 입장을 가진 사람 앞에서 본서를 옹호 혹은 비판함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하며 대화를 리드하는 것이 읽은 척의 가치를 가장 극대화하는 용법이 되겠다.

 

그럼 잘들 써먹어 보시라. 아멘.

 


딴지일보 읽은척 매뉴얼 임시 필자
파토(patoworld@gmail.com)
                                 트위터 : pato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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