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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설립지침서 마지막편] 평등과 단결은 노조의 전부


2009.10.16.금요일
에버프리







노동조합 설립 지침서 지난기사 보기


노동조합 설립 지침서 1편 - 조까트면 만들어라!


노동조합 설립 지침서 2편 - 공감대를 먹고 탄생하는 노조


노동조합 설립 지침서 3편 - 단체교섭을 준비하자.


노동조합 설립 지침서 4편 - 첫 교섭의 마무리는 노조의 시작이다.




 노동조합을 가만 냅두란 말이다.


독자제위들께서는 노동조합 존재의 의미가 무어라 생각하시는가.
개인적 가치관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다.


말랑말랑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노사화합 및 상생" 일 터이고, 다소 거친 성향에서는 "투쟁을 통한 쟁취" 일 것이다.


그러나 평행선과도 같은 이 두가지 시선에도 공통점은 있다.
바로 평등이다.


평등이라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은 존재한다. 이 사실은 너무도 진부하지만 진부한 만큼 절대적인 명제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시각을 "평등"이라는 닳고 닳은 두글자 단어에서 새롭게 봐야 한다.


노동조합은 투쟁의 수단도 아니요, 화합의 수단도 아니다.
평등이라는 가치를 얻어내기 위해 조직된 노동자들의 모임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빼앗기고 있는지도 모르는 내 권리를 찾아낸다.


진부하지만 숭고한 가치인 평등을 위해 노동조합이 때로는 고용주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내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싸워야할 때도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반드시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시각은 위험하다.
무조건 사측과 대화와 타협을 통해 화합해야하는 것이 노동조합이 아닌 것이고, 또 무조건 노동조합은 강경 투쟁 일변도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평등을 이루어 내기 위해,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장소에 따라 노동조합은 생물처럼 움직여야 한다. 노동조합에게 상생 혹은 투쟁이라는 굴레를 씌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흑묘백묘... 평등이라는 쥐를 잡으면 그뿐...
노동조합이 꼭 한가지 색깔일 필요는 없다.
이렇게 하다보면 혹시 아는가... 세종로에 서식하는 거대한 쥐가 잡힐지..



착취당하는걸 참고 상생을 이루어 내야할 필요도 없지만, 평등이면 족한데 고용주보다 우위를 점하려고 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노동조합을 편견없이 자연스럽게 바라볼 수 있는 유일의 방법인 것 같다.


이 연재의 장르가 원래 설명문인데, 논설문을 조금 넣어봤다.
이 편이 본 연재의 마지막편이라 필자의 개인 견해를 꼭 피력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고객이라는 또 다른 큰산


휴... 이 주제를 얘기하려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실제로 필자가 소속된 사업장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고객들의 시선이었다.
독자제위들께서는 아마 필자의 이런 언급에 지하철이나 공무원 노조가 움직일 때의 일반 국민들의 시선을 연상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얘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런 노조야 지나가다 툭 던지는 욕 한번 받아내면 끝이다.
(물론 욕한번 받아내는 정도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지만, 지금부터 얘기할 작은 기업에서의 문제를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니 오해하시는 분 없길 바란다)


노동조합이 아무리 난리를 친다 하더라도 조직이 망할 가능성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이슈화가 되면 노조측에서 욕은 더 먹는 나라가 대한민국이지만 이슈화가 된다고 하여 심각하게 노조가 불리하지만은 않다.
명분을 차곡차곡 잘 쌓아놓고 홍보전을 잘만 수행한다면 오히려 반등의 기회도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필자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 연재에서 다루고 있는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서의 고객이다.
사실 고객층이 엔드유저(End User)가 대부분인 사업장의 경우는 이런 딜레마에 대해 조금 자유로울 수 있다. 앞서 말한 지하철, 공무원 등등처럼 말이다.
불특정 다수인 엔드유저가 해당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이 회사에 노조가 있어? 난 이 회사 제품 안쓸래"라고 생각할 가능성은 극히 낮기 때문이다.
엔드유저의 성향은 일단 노조가 있던 없던, 이 제품을 고양이가 만들던 쥐가 만들던 상관하지 않는 습성이 있다. 내가 내돈을 지불할 만큼 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만족도가 높은지에 대한 관심이 더 크기 때문이다.
반론을 제기하는 독자제위들도 계실 터이다.


이번 쌍용차 노조의 경우 얼마전 대형 전쟁을 벌인 이후에 매출 급감을 우려하고 있고 실제로도 전쟁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그러나 쌍용차의 경우는 엄청나게 큰 전쟁을 생생히 목격한 고객들이 "저지랄 하느라고 차는 제대로 만들었겠어?" 라며 품질에 대해 의심을 하며 생기는 문제다. 결코 노조가 있는 회사의 제품이라서 거부감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차는 매년 노사분규가 발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대한민국 고객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자동차회사이다.


더구나 우리가 지금 얘기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는 엔드유저들이 쥐조옷만한 회사에 노동조합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쌍용차의 경우와는 많이 다르다.


그러나 중소규모의 사업장은 대부분 주 고객층이 엔드유저인 경우가 흔치 않다.
쉽게 말해 하청업체가 많다는 것이다.
흔히 갑-을-병-정으로 이어지는 하도급 구조... 우리 사업장의 주 고객층은 을이 될 수도 있고 병이 될수도 있고, 심지어는 정의 입장일 경우도 있지 않겠는가.


이런 와중에 우리 사업장이 제품이나 용역을 납품을 해야할 고객사가 “너네 노조 있다면서? 불안해서 너네한테 일주겠냐?”는 식으로 나올 공산이 아주 크다.
이는 쌍용차의 경우 일반 불특정 다수의 고객들이 느끼는 “노조 때문에 생기는 품질 걱정”과는 다소 차원이 다른 경우다.
갑의 입장은 을에게 문제가 생겨 (파업 등) 납품에 차질이 빚어짐으로 인해 입는 손해를 걱정하는 것이다. 또한 갑이 노조가 없는 사업장이라면 갑이 갖는 “을에게 생긴 노조”에 대한 반발감은 배가된다. 노조라는 것이 전염성이 강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일종의 신종플루 환자 대하듯 한다는 것이다.



사실 하도급 관행이 복잡한 산업의 경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이렇게 노동조합이 나서는 경우가 있다. 이마저도 규모가 작고 연대 투쟁이 곤란한 사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요원하기만 하다.


필자 역시 이 문제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혹시 이글을 보시고 계신 독자제위들께서 해결책 비슷한 것이라도 알고 계신 것이 있다면 꼭 제보 해주시라. 필자 역시 정말 필요하다.


그러나 시원한 해결책을 갖고 있는 노조가 있다는 얘기를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갑의 입장에서 노조가 있는 하청업체가 다른 하청업체는 해주지 못하는 결정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야 문제가 좀 수월할 수 있으나,  노조 없는 다른 업체를 충분히 찾을 수 있는 경우라면 더더욱 갑갑할 뿐이다.


사업구조가 여러 "갑"들에게만 의존하는 하청전문 업체의 경우는 솔직히 노조가 있다는 이유로 일거리를 안주기 시작하면 공멸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럼 씨바 어떻게 해?


궁여지책정도로만 얘기해본다면
일단 설립초기에는 외부에 노조가 설립됐다는 사실을 숨길 필요가 있다.
내부에서 최대한 해결할 수 있도록 경영진과 공조체계를 구축하자.


그러나 영원히 숨길 수는 없는 노릇..
어떻게 해서든 거래처에서 노조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 안에 빠른 협상을 통하여 현안을 해결하도록 시간을 버는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이 좋다.
일단 원만하게 협상이 이루어져 단체협약이 체결되었다면 그나마 데미지를 줄일 수 있다. 시끄럽지 않게 노조가 생겼다는 팩트 하나를 만든 셈이니 갑의 입장에서도 아무린 피해를 입히지 않았는데도 꼬장만 부릴 순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협상이 지지부진하여 쟁의에 돌입할 때이다.
이런 경우는 숨기려 해도 도저히 숨길 수 없는 상황을 뜻한다.
한숨 한번 더 쉬자... 휴~~~
이때는 이순신장군이 명량해전을 앞두고 하셨던 명언 중 명언을 기억하는 수 밖에 없다.
생즉사 사즉생 (生則死 死則生)



갑이 일거리 제공을 중단할 수도 있고, 그에 따라 회사 전체가 휘청하는 경우가 됬을 때 데미지는 상상외로 크다.
회사가 문닫을 수 있다는 상황이 오면 조합원들이 극심하게 동요하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에휴.. 노조는 무슨 노조.. 그냥 구박받으면서 다닐걸..." 이라는 후회가 여기저기서 들려올 것이고, 그 후회는 투쟁을 주도한 집행부에게 비난으로 돌아올 것이다.
조합원 분열은 그야말로 공멸의 지름길이다.
치밀하게 노조설립을 준비한다면 이런 모든 상황을 시뮬레이션해보자.
그러면 모든 해결책은 단 한가지로 귀결된다.
닥치고 단결!!!! 이다.


왜 노조가 시뻘건 헝겁쪼가리에 단결이라는 두글자를 새겨 넣는지 이제야 감이 오시겠는가.


장황하게 이리 설명드린 것은 바로 이 얘기를 하기 위함이었다.
솔까말 앞선 연재에서나 본 편에서 다루고 있는 노조의 어려움들은 외부적 환경에 따른 현상일 뿐 결코 넘기 어려운 벽은 아니다.
실제로 어려운 것은 내부 관리다.


지난 연재를 기억하시는가.
노동조합을 설립할 때 프락치들이 설칠 위험
경영진의 노조 설립 방해 공작
단체교섭시 경영진과의 협상 전술
또 오늘 얘기한 고객사의 꼬장


이 모든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단결뿐이다.
구성원간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온건파, 강경파간의 의견 대립이 비일비재할 수 있다.
이런 자연스러운 상황이 찾아오는 것까지 막을 수야 없다만, 공동의 목표까지 흔들리는 치명적인상황을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노조 만들어 놓고 조합원들 방치하지 말자. 집행부만의 솔플을 자제하자.
항상 대화할 준비를 갖추고 있고, 또 실제로 자주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 내야 한다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어떤 조직이라도 마찬가지겠지만
필자가 터득한 조직 구성원간의 융화 수준은 세단계가 있다고 본다.
동의 - 이해 - 신뢰
논리를 활용해 상대방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것은 동의 수준이다.
역지사지를 통해 상대방을 납득시켜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은 이해의 수준이다.
상대방과 내가 가슴을 열어놓고 믿을 수 있어서 내가 하지 못했던 생각까지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만들어 내주는 수준은 신뢰의 단계이다.


노동조합은 조직의 특성상 강한 단결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여러번 얘기했지만 대한민국의 노조는 태생자체가 네거티브한 성격을 갖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엄청난 태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선 융화의 수준에서 노동조합은 동의 단계에 머무르면 곤란하다.
적어도 구성원간 이해의 단계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
조직원들이 스스로  능동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단결이라는 두 글자를 옷에 새겨놓고
모여서 북치며 노동가를 불러제끼고, 구호를 외치는 등의 다소 초딩틱한 퍼포먼스가 이래서 필요한 것이다.


특히 집행부 간부들간에는 궁극의 단계인 신뢰의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좋다.
노동조합을 이끌어갈 리더들의 분열은 곧 노조 사망을 뜻하는 것이다. 다지고 다져 서로를 신뢰할 수 있을 만큼 만들어 놓자.


상당한 수준의 단결이 노동조합에 면면히 흐르고 있다면, 일단 노조에 아우라가 생긴다.
경영진이나 외부 고객사가 보기에는, "쟤네는 쉽게 건들면 안되겠다" 라는 이미지가 그 아우라인 것이다.


경영진의 방해 공작도 물리치고, 교섭도 원활하게 하며, 고객사도 쉽게 대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이 단결이라는 만병통치약은 노동조합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소 어려운 상황이 닥치더라도 흔들리지 말자. 또 흔들리지 않도록 동지들을 독려해주자.
속시원한 전략전술을 얘기해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최소한 이 단결을 이뤄낸다면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은 확신한다.


 연재를 마치며


처음 이 연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필자가 마빡게시판에 올렸던 "노무현이 바꾸어 놓은 나의 일상" 이라는 글에 많은 독자제위들이 호평을 해주셨고, 그 답례로 몇글자 끄적인 것을 딴지 편집부가 주목해준 덕택이었다.


"노무현이 바꾸어 놓은 나의 일상"에서 언급된 필자의 사업장 비정규직 문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해 하시는 독자제위들이 계시지만 아직 후기를 올릴 정도로 진척된 것이 없어 답답하다. 교착상태....


어쨌든 평소에 독수공방 할아버지가 죽부인 끼고 사는 것 마냥 곁에 두었던 딴지에 필진으로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고 후잡스러운 글에 많은 호응을 보내주셨던 독자제위들과 너부리 편집장에게 "스페셜 땡스"를 외쳐드리고 싶다.



사실 필자는 삽겹살 보다는 곱창이 먹고 싶었다.
그럼에도 계산이후 삼겹살값 많이 나왔다며
눈치주던 너부리 편집장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본 연재가 얼마나 독자제위들에게 도움이 될런지는 모른다. 솔직히 이 연재를 보고 노동조합을 만들어야겠다며 의욕을 불사르고 , 전략전술 수립하는 분이 얼마나 되겠는가.(있기야 하겠나?)


그러나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 즉 직장생활과 나의 권리, 그리고 조금 더 확장해본다면 이 사회에서의 노동운동의 의미를 같이 고민하고 얘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만 된다면 필자의 뻘글이 그나마 쥐꼬리만한 가치를 지닐 수 있게 되어, 정딸 주기를 회복하는 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싶다.


 


에버프리(ahj2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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