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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日언론 "마오 라이벌"에서 "여왕 김연아"
[철저 분석] 일본 언론은 이번 피겨 그랑프리 대회를 어떻게 보도했나?

 

2009.10.20.화요일
테츠

 

올림픽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2009-2010 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에릭 봉파르 대회를 세계신기록인 210.03점으로 제압한 김연아(19) 선수에 대해 일본 언론들도 상찬을 늘어놓고 있다.

 

17일 새벽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SP)이 끝난 후 일본의 3대 스포츠 신문은 다음과 같은 제목의 관련기사를 그 다음날(18일자) 조간에 실었다.
 
"연아는 다른 차원, SP 역대 2위" (닛칸스포츠)
"여왕 연아의 관록, 세계 최고점 기록할까?"(스포츠호치)
"연아, 요염한 본드걸. 관록의 스타트"(스포니치)
 

 

이는 "연아에 17.12 과거 최대 점수차... 마오 SP 참패"(닛칸스포츠), "마오 V 절망적, 수위 연아에 17.12점차 3위... 타라소바 코치 왜 점프하지 않냐"(스포츠 호치), "어마하게 벌어진 3위 마오, 역전은 거의 불가능"(스포니치)등 아사다 마오 관련 기사를 비교해 볼 때 김연아의 실력이 얼마나 독보적이었는지를 보여준다. 

 


▲ 18일,19일자 스포츠 신문들의 보도. 아사다 마오의 참패가 줄을 이었다. ©JPNews  

▲  <닛칸스포츠> 18일자는 "김연아 다른 차원"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JPNews 
 
 
특히 요리우리 신문 계열의 <스포츠호치>는 SP가 끝난 시점에서 이미 여왕이라는 칭호를 부여했다. 이는 17일 저녁 가 SP의 테마로 후 이즈 퀸(Who is Queen?)을 설정한 것과 상당히 대비된다.
 
또한 지난 3월 29일 "꽃다발과 함께 샌들도 링크위로 날라왔다"는 오보기사를 내 망신을 샀던 마이니치 계열의 <스포니치>도 김연아를 "뱅쿠버 올림픽의 유력한 우승후보"로 내보내기도 했다.

 

"총을 쏘는 포즈로 연기의 마지막을 장식한 김연아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완벽한 2분 50초가 지난 후 전광판 게시판에는 76.08이라는 숫자가 찍혔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세계최고득점 76.12에 육박하는 득점. 2위 나카노에 16.44점, 라이벌 아사다에 17.12점이나 차이나는 압도적인 수위발진이다."

 

"김연아는 영화 007 시리즈의 메들리 선율에 따라 섹시하면서 강렬한 본드걸을 연기했다. 점프등 8개의 기술요소에서는 모든 항목에서 가산점을 받았다. 표현력이 관건인 5개 항목의 연기점수에서도 4개 항목에서 8점대를 기록하는 압도적 내용을 선보였다. 16살때 그랑프리 시리즈 첫우승을 기록했던 프랑스 대회. 인연어린 장소에서 뱅쿠버 올림픽의 유력한 우승후보가 발군의 스타트를 끊었다"

 


▲  의 이번 방송테마는 후 이즈 퀸이었다.    © 화면 캡쳐  

 


▲ 하지만 정면을 응시하는 아사다 마오와는 달리 김연아는 마치 째려보고 있는 듯한 사진이 들어가 미묘한 편집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 화면 캡쳐 
 
 
엉덩방아 찧는 마오와 세련미 넘치는 연아 바우어의 사진
 
<스포니치>는 기사내에 삽입한 사진에 있어서도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스핀연기를 하고 있는 아사다 마오와 자신만만한 섹시포즈로 손가락 권총을 뽑아드는 김연아를 대비시켜 김연아의 우승을 점쳤다.
 
<스포니치>의 이런 사진 편집술은 오늘(19일자) 조간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 신문은 "엄청난 차이 2위, 마오 어쩔 수 없어"(真央脱帽, 다쓰보는 말그대로 번역하면 모자를 벗다라는 의미지만, 일상적으로는 도무지 어쩔 수 없다는 의미로 쓰인다)라는 기사에서 마치 엉덩방아를 찍는 듯한 마오의 사진과 세련미가 물씬 풍겨나는 김연아의 이나바우어 사진을 나란히 실었다.
 
신문은 기사 본문의 서브 타이틀에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 엄청나다" 는, 김연아의 종합득점인 210.03점에 의기소침해 하는 아사다 마오의 코멘트를 그대로 싣기도 했다. <스포니치> 뿐만이 아니다.
 
아사히 신문 계열의 <닛칸스포츠> 19일자도 뒤로 넘어져 빙판에 손을 대는 순간의 아사다 마오를 실으면서 지면의 반을 기사 타이틀에 할애했다.
 
"최고 연아에 36.04점 차이로 2위, 마오 아직 부족하다..."라는 제목을 단 <닛칸스포츠>의 기사에서 주목할 부분은 일본 스케이트 연맹 피겨 강화부 고바야시 요시코 부(副)부장의 코멘트다.
 
"아사다와 김연아의는 현시점에서 표현력의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열굴표정. 김연아의 연기는 어떤 상황, 장면에서 어떤 표정을 보여야 효과적일까 면밀하게 계산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력을 나타내는 5개 항목 득점에서, 원래 나오기 힘든 8점대를 모조리 기록할 수 있다. 아사다는 지금은 7점대이지만 아직 국제대회는 남아 있다. 올림픽까지 한번이라도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다면 8점대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고바야시 부부장은 그렇기 때문에 트리플 악셀의 성공율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녀는 "전체적으로 여유로운 연기가 가능한 김연아에 비해 아사다 마오는 3회전 반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실패한 후 표정이 경직된다"면서 "역으로 3회전 반을 확실하게 성공할 수만 있다면 다른 표현력도 전체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며 아직 발전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는 아사다 마오의 코치인 타라소바 씨도 지적하는 부분이다. 경기가 끝난 후 타라소바 코치는 "철의 신경"(鉄の神経) 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신문에 의하면 러시아에서 자주 쓰이는 말로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부동심이 된다.

 


▲  <스포니치>의 노골적인 사진편집. 김연아의 요염, 섹시함과 마오의 고통스러운 표정이 대비된다  ©JPNews 
 

 


▲ <스포니치>는 18일자에 이어 19일자에는 아예 엉덩방아를 찍는 아사다 마오의 사진과 세련미 넘치는 유나 바우어를 대비시켰다     ©JPNews 
 
 
타라소바 코치 "마오는 부동심이 필요, 연아는 정밀기계에 불과해"
 
타라소바 씨는 "겉모습은 어른이지만 (마오는) 아직 어린아이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흔들림없는 철의 신경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이미 완성되어버린 정밀기계같은 김연아보다 훨씬 (아사다 마오가) 가능성이 있다"면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
 
하지만 산케이 신문 계열의 <산케이스포츠>는 분석을 통해 이번 아사다 마오의 참패에는 타라소바 코치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명암을 나눈 것은 트리플 악셀에만 모든 것을 걸었던 아사다 마오와 김연아의 총합적인 연기력과 높은 완성도간의 차이였다. 마오는 SP에서도 트리플 악셀의 연속점프를 실패했지만, 프리에서도 김연아가 전항목에 걸쳐 8점대를 기록한 표현력 부분에서 전부 7점대를 기록했다. 특히 프리연기가 끝난 후에는 해외 미디어로부터 왜 중후하고 난해한 종(鐘)을 선곡했는지 의아해하는 질문이 쏟아졌다. SP에서 화려하고 명쾌한 007을 통해 대회장의 분위기를 지배한 김연아처럼 보여주는 방식에도 연구가 필요하다"
 
<산케이스포츠>는 직접적으로 타라소바 코치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피겨 스케이팅에 있어 선곡과 표현력은 선수뿐만 아니라 코치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즉 신문은 코치의 영역이기도 한 선곡, 표현력 부분에서 과연 타라소바 씨가 제대로 역할을 다했는지 비판적으로 바라본 것이다. 
 
실제 아사다 마오 선수는 지난 3월의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난 후 "테마곡을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다"라는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으며 이후 일본 내에서도 타라소바 코치의 스파르타식 지도방식이 아사다 마오 선수를 훼방놓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 바 있다. 

 


▲ <닛칸스포츠>의 기사는 거의 반이 제목으로 채워졌다    ©JPNews

 

마오의 라이벌 김연아라는 표현 사라져
 
이번 그랑프리 대회 개막전에 관한 일본 언론 보도의 특징은 무엇보다 라이벌 대결 이라는 표현이 거의 사라졌다는 점이다.
 
독점 방영권을 가진 가 SP를 녹화중계한 17일 저녁에서만 누가 여왕인지 가려보자는 식의 대결구도로 몰고 갔을 뿐 대부분의 신문 보도는 아사다 마오에 대해 "참패", "완패"등의 표현을 썼다.
 
반면 김연아에 대해서는 "압도적 승리", "다른 차원", "여왕의 관록"등의 수식어가 나열됐다. 물론 몇몇 매체가 명암갈린 라이벌 대결등의 표현을 쓰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트리플 플립을 안 뛰어도 이렇게 압도적이라니..."(산케이스포츠), "여유로운 승리, 표현력은 전항목에 있어 8점대. 압도적인 연아의 세계기록"(닛칸스포츠) 등의 표현으로 김연아의 승리를 인정했다.
 
시합전까지만 하더라도 라이벌 대결을 강조했던 일본 언론들이다. <마이니치 신문>은 9월 2, 3일자에서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를 라이벌 관계를 조명하는, "마오와 연아 - 뱅쿠버 올림픽을 향해"라는 특별기획 기사를 2부에 걸쳐 게재한 바 있다.
 
"아사다 마오는 프로그램에 들어가 있지 않은 연속점프도 연습하고 있다. 타라소바 코치도 트리플 악셀- 트리플 토루프라는 여자피겨사상 최초의 점프기술도 보여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아사다의 진영에 대해 김연아 측은 나는 내 일에만 열중할 뿐이라며 무관심을 가장했다.  그도 그럴것이 김연아는 트리플 악셀을 못하며 루프도 능숙하지 않다. 아사다에 비해 점프 종류가 한정돼 있다는 약점이 존재한다"(마이니치 9월 2일자)
 
<마이니치> 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들도 시합전까지 이런 라이벌 대결의식에 불타 있었다. 하지만 정작 김연아의 압도적 승리로 끝나자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김연아 상찬에 여념이 없다. 김연아의 압도적 승리가 일본 언론의 논조마저 바꿔버린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김연아의 완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 여자 피겨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아라카와 시즈카(28)는 18일 저녁에 방송된 프리 녹화중계 실황해설에서 김연아의 완벽한 연기를 극찬하는 한편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정신적 측면을 걱정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개막전인데 저렇게 완성된 형태를 선보이게 되면 더이상 수정하거나 목표를 세울 수 없어질지도 모른다. 선수는 목표가 없어졌을 때 갑자기 허탈해질 수 있는데, 지금 김연아 선수는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둬야 하지 않을까 한다"   
 
김연아의 이번 승리는 일본 언론의 보도행태를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전 올림픽 챔피언의 걱정어린 충고가 나올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김연아 선수가 과연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또 그녀가 만들어 나갈 챔피언 로드를 일본 언론들이 어떻게 보도하는지에 대해 앞으로도 충실히 전해 드리도록 하겠다.

 

 

 

제이피뉴스(jpnews.kr) 정치부 기자겸
딴지일보 일본 통신원 테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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