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이 기사는 신짱 기자가 부산영화제 취재 도중 <김씨표류기>의 이해준 감독이 부산영평상 시상식에서 본지의 이의 있습니다티셔츠를  착용한 채 시상대에 오른 모습을 우연히 포착한 대목만 발췌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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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딴지스, 부산 가다(3)

신짱(이하 신) : 졸라 반갑다. 일단 불심검문부터 실시하겠다. 본지를 아니까 티셔츠도 입은 걸텐데 언제부터 딴지일보를 보게 되었나?

이해준(이하 이) : 딴지일보 본지는 꽤 한참 됐다. 머 우리 세대가 다 그렇지 않겠나. 종종 봐왔었는데 어느날 딴지일보 클릭하니까 벌금대납 프로젝트 그걸...

신 : 그럼 최근에는 벌금대납 그걸 가장 최근에 보신건가?

이 : 맞다. 머 아시다시피 그간의 어떤 사건들... 혹독하지 않았냐 마음이... 뭘 어떻게 해야할지 딱히 할 야그도 없어보이고 머랄까 그런 헛헛함이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우리가 할 일이 있구나. 이런 걸 어떻게 기획을 했을까...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기획력이 마음에 들었다.

신 : 기특하다. 니가 짱 먹어라. 근데 명색이 어제 수상을 했는데 축하인사가 늦은 것 같다. 일단 수상 축하한다. 축하는 축하고 본지 독자시라니 본지의 사악함이야 익히 알테고, 사악한 질문 한번 해보겠다. <김씨표류기>가 어제 상도 받고 평은 좋았는데, 장사는 잘 안된 걸로 알고 있다. 어떠냐 기분이? 영화 망하고 상 받으면 잠이 오냐?

이 : 흐흐 이런 질문은 뭐 워낙 많이 받아서... 개봉이 오월이었다. 그래서 그 시기가... 지났고. 어쨌건 대중상업영화인데 성과를 못내니까 그런게 힘도 빠지고, 대중영화로서 결정적인 무언가가 있는데 내가 제대로 못했구나 이런 자책도 들고 이런 생각하면서 어떻게 해야할까 마음도 안타깝고 아쉽고 그랬다. 이제 오개월 지나니까 마음이 정리가 된 상태인데, 상은 어쨋건 받으면 기분은 좋다. 확실히 좀 아쉽긴 하지만 다음 영화를 찍을 수 있다면, 또 이게 그런 계기가 될수도 있는거니까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신 : 그러고보면 데뷔작인 <천하장사 마돈나>도 상 많이 받고 평도 좋지 않았나?

이 : 그게 그래서 별로 달갑게 들리지 않는다 흐흐.

신 : 사악하게 질문했는데 너무 진지하고 겸손하게 야그해서 나만 나쁜놈 된것 같다. 나는 나름 야 이 썁새끼야 그걸 질문이라고 해 머 이렇게 나올줄 알았다.

이때 동석했던 여기자 A양의 질문 인터셉트.

여기자 A : 흥행실패에 대해서 자기탓만 하시는데, 그래도 시원하게 남탓을 하신다면?

이 : 머 결과물은 항상 감독이 책임지는 거니까. 내가 잘 못만들어서...

일동 : 에이 씨바

이 : ... 머 굳이 말한다면 일단 톰 행크스 이 씹새끼!

일동 : 올레!

비슷한 시기 개봉했던 <천사와 악마> 이야기 하는 거다.

이 : 그리고 이후에 <터미네이터>도 있었고... 머 무엇보다 감독은 자기 스스로가 책임을..

신 : 씨바 됐다. 다음 질문이다. 다시 티셔츠 야그로 돌아와서... 티셔츠를 사는 것까지야 그렇다 치는데 그걸 입고 공식석상에 나가는 건 좀 다른 문제인 것 같다. 무슨 생각으로 입고 갔냐?

이 : 일단 그 무슨 시상식마다 무슨 옷을 입고가야 할까 고민하는 것도 피곤한 일이고, 내가 이래뵈도 그런 자리에 나갈 때마다 코디에 은근 신경쓴다. 근데 누가 알아주실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티셔트의 의미가 있지 않은가. 혹시 누군가 봐주신다면 연대의 의미가 있는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신 :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공교롭게 장소도 부산이다.

이 : 그런 의미도 있었다.

신 : 오옷 나름 치밀하다.

이 : 그리고 또 내 나름으로는 각본상 수상에 대한 이의있습니다랄까 그런 것도 살짝 있었다. 내가 보기에 각본상은 <마더>가 받았어야 했다. 물론 <마더>에 더 좋은 상을 주시느라 그랬겠지만(<마더>는 작품상 수상)

신 : 됐다. 계속되는 겸손질에 슬슬 짜증이 날려고 한다. 기왕 티셔츠 입고 나가는 거, 수상소감할 때 마이클 무어처럼 오바질 해볼 생각은 없었냐

이 : 마이클 무어가 어떻게 오버를 했는지...

신 : 아카데미였나 칸느였나 부시 부끄러운줄 알아라 이렇게...

이 : 아아... 근데 이 티셔츠를 입고있는 행위 자체가 충분히 그런 뜻이 있는거 아니냐. 굳이 그런 야그하지 않아도 이미 그런 의미가 있는 것이고. 무엇보다 영화인들의 행사이기에 개인적인 정치적 견해를 그런 자리에서 밝히는 건 좀 그런 것 같다.

신 : 그럼 이후에 다른 공식장소에서 티셔츠를 입을 의향은 있는거냐

이 : 있다. 혹시 다른 시상식에서 상을 받게 된다면 똑같은 옷을 입을 생각이다.

신 : 글고보니 청룡영화제던가 공중파에서 중계되는 영화제가.

이 : 맞다. 게다가 청룡영화제는 아마 조선일보 주최일 거다. 그래서 혹시나 그런 자리에서 티셔츠를 입게 되면 굉장히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머 혹시나 이런 발언때문에 만약에 원래 주실 상이었는데 주지않는 영화제라면 그거 또 받으면 뭐해..

신 : 하하. 꼭 받으실 수 있길 바라겠다. 공중파로 그거 생중계되면 볼만 하겠다. 다음 질문이다. 현 정부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이 : ?? 이거 글자수 세는 거냐? 머 그런 생각이 다들 있었던 것 같다. 대통령 하나 바뀌어서 그렇게 바뀔까. 그만큼 우리가 허술한 시스템이 아닐텐데. 근데 생각보다 대단히 허술하더라. 많이 바뀔 수 있는 거구나. 투표는 중요한 거구나. 당시 선거 이슈가 경제였지 않나. 경제도 좋고 다 좋지만 내 생각에 지도자의 전제조건은 도덕성이라고 본다. 지도자의 도덕성은 한 사회의 도덕성을 대표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지금은 그것이 결여된 상황이고. 지금 상황이 부끄럽다. 서로가 서로에게 부끄러운 상황이랄까.

신 : 이 얘길 해보자. 정권 바뀐 다음에 각 기관장들이 바뀐다던가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영화판 현업 종사자로서 영화판은 뭐 달라진 게 있나?

이 : 뭔가 달라졌다 해도 내가 그 자리에 있는 것도 아니고 관심도 두지 않는 편이라 자세히는 모른다. 다만 뭔가 미묘하게 달라진 부분이 있다. 내 경우 차기작을 준비하는데 뭔가 부담되는 상황이다.

신 : 어떤 면에서?

이 : 정치색에 대한 부담이다. 내가 볼때는 정치색을 띄는 영화가 아니라 그냥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걸 너무 과민하게 바라보다 보니까 거기서 없는 정치색을 발견하고 그러다보니... 머랄까 자기방어, 자기검열이랄까...

신 : 얼마전 인디포럼에서도 정부지원금이 싹 끊겨서 무슨 채무변제파티던가 일일호프도 하고 그랬는데, 그런 쪽 사정은 좀 아시나

이 : 얼마 전에 인권영화제서 영화 의뢰를 받은 적이 있다.

신 : 여섯 개의 시선 뭐 이런

이 : 맞다. 개인적인 사정상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인권위 자체가 많이 축소되지 않았냐. 그러다보니 인권위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도 예산이 확 줄어서 그쪽도 좀 많이 힘든 것 같다.

신 : 수고했다. 사악한 질문에 답변하느라. 차기작에 대한 질문으로 인터뷰 마무리하기로 하자.

이 : 아직 딱히 정해진 건 없다. 고민중이고 아까 야그했던 그 정치색 관련 아이템이 있고... 솔직히 아직 <김씨표류기>의 여파가 정리가 안되서 뭘 해야될지 고민이 된다. 그동안은 내가 재미있으면 관객들도 재미있어 해주시겠지 하는 믿음이 있었는데, 그게 아닌 걸로 판명 나면서 고민이 많다. 뭐가 됐든 다음 작품은 나도 재밌고 관객분들도 재밌어하는 그런 영화를 찍고 싶다.

신 : 이제 포토타임이다. 일상복 벗고 공식행사복으로 갈아입어라.

이 : 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