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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의 기생충얘기] 엠비네이터 8 (마지막회)


2009.10.23.금요일
마태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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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전설의 도미니파라 작전의 성공을 목전에 둔 마태우스는
가카가 잠들어 있는 방까지 잠입에 성공한다.
이제 총을 들어 쏘기만 하면 되는데...








"야, 그건 오해야!"
각하의 목소리에 마태우스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뭐야? 잠꼬대잖아.


각하는 연방 오해라고 외치며 두 손을 내젓고 있었는데, 감긴 두 눈이 그게 잠꼬대임을 말해 주고 있었다. 15분 가량을 기다리자 각하는 입을 벌린 채 깊은 잠에 빠졌다.


지금이야.


마태우스는 천장 타일을 뜯어낸 뒤 몸을 로프에 묶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가 된 기분이었다. 공중에 매달려 있다는 쾌감이 전신에 엄습한 긴장감과 어우러져 묘한 느낌을 자아냈다. 이마에서 땀 한방울이 흘러내려 각하를 향해 떨어졌다.



"이런!"


마태우스는 손을 뻗쳐 그 땀을 받아냈다. 휴우 하고 한숨을 쉬려는데 다시 땀 한방울이 흘렀다. 마태우스는 다른 손으로 그 땀도 받아냈다. 하지만 그 다음에 떨어지는 땀방울은 받아내지 못했다.


"아이고!"


마태우스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떨어진 땀방울은 각하의 벌린 입에 정확히 들어갔다. 각하가 입맛을 쩝쩝 다실 뿐, 잠에서 깨지는 않았다. 다시금 한숨을 내쉰 마태우스는 등에 매단 공기총을 꺼냈다. 도미니파라는 진작에 장전되어 있었다.
"아이고!"
손에 땀이 밴 탓에, 마태우스는 그만 공기총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공기총은 각하의 이마에 정확히 명중했다. 마태우스의 몸이 얼어붙었다.
"왜 때려! 오해라니까!"
각하가 다시금 잠꼬대를 했다.
각하는 참 깊이도 주무시는구나.


마태우스는 각하가 아기 같다고 생각했다. 다시금 의문이 들었다.
근데 왜 눈만 뜨면 사람들을 괴롭히는 걸까?
마태우스는 줄을 더 늘어뜨려 각하의 침대에 떨어져 있는 공기총을 주웠다. 이마에 조그맣게 혹이 생겨 있었다.
"안해요, 각하. 내일이면 혹이 더 커질 거예요."
제법 긴장이 풀린 마태우스는 각하의 이마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각하가 다시금 입맛을 쩝쩝 다셨다. 어디를 쏠까 망설이다, 발바닥을 쏘기로 했다.


줄 이동장치를 이용해 발바닥 근처로 갔다. 그냥 발일뿐인데, 대통령의 발이라 생각하니 좀 특별하게 보였다.
이 발이 다른 사람을 밟는 용도로 쓰이면 안될 텐데....
발냄새를 맡아보려다 마태우스는 혼자 피식 웃었다.
"이제부터 고생길이 훤하시겠어요. 그러게 4대강은 왜 한다고 그랬어요."
마태우스는 각하의 발바닥을 잠시 노려보다, 공기총을 겨냥한 뒤 방아쇠를 당겼다.







전여욱은 배가 고팠다. 묶인 손목도 아팠고, 입에 있는 테이프도 영 거추장스러웠다. 전여욱은 혀를 내밀어 테이프를 밖으로 밀어내 봤다. 약간의 틈이 생겼다. 전여욱은 배에 힘을 모으고 입에 붙은 테이프를 힘차게 빨아들였다. 테이프의 일부가 빨려들어왔다. 전여욱은 그걸 이빨로 뜯어냈다. 테이프에 조그만 구멍이 생겨났다.
이런 식으로 계속 떼어내면 뭔가 될지도 몰라.
전여욱은 다시금 테이프를 향해 혀를 내밀었다. 







"야!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호통 소리에 놀란 경호원이 눈을 번쩍 떴다. 차지철을 알아본 경호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비상이 걸렸는데 자고 있는 게 말이 돼?"
경호원은 서둘러 모니터를 바라봤다. 별다른 이상은 없어 보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깜빡...."
경호원은 자신이 잘릴지도 모른다고, 이제 아내와 아이들을 어떻게 먹여 살려야 할지 걱정이라고 생각했다.
"각하에게 무슨 일 없는지 보고 와. 당장!"
차지철의 호통 소리에 그는 부리나케 침실로 향했다.


도미니파라가 각하의 발바닥을 통과해 들어갔다. 각하는 발을 잠시 움찔했을 뿐, 잠에서 깨어나는 기척은 없었다. 마태우스는 줄 당기기를 눌러 천장 위로 올라갔다. 천장에 몸을 집어넣은 뒤 타일을 붙이자마자 침실문이 열렸다. 경호원이 들어왔고, 뒤이어 차지철이 따라 들어왔다. 그들은 각하가 자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밖으로 나갔다. 어차피 밤에는 나갈 방법이 없는지라 마태우스는 아침이 밝을 때까지 잠깐 눈을 부치기로 했다. 십분 뒤, 청와대 화장실 천장에서는 누군가가 코를 고는 소리가 은밀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웰컴!"
각하는 자신이 아는 몇 안되는 영어단어를 구사하며 일행을 맞았다. 자기 나라에서 만든 비행기를 대통령 전용기로 구매해 달라는 일본의 사절단이었다. 그 사절단은 원래 11명이었지만, 나갈 때 인원이 한명 늘어난 건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아리가도 고자이마쓰!"


마태우스는 자신이 아는 몇 안되는 일본어를 구사했다. 화장실로 양복을 가져다 준, 그럼으로써 자신을 무사히 빠져나가게 도와준 다카기 마사오에게 마태우스는 진심으로 감사했다. 다카기 마사오는 마태우스의 사돈의 팔촌의 친구인 이민경의 남편이었다. 그리고 그는 다른 일본인들과 달리 우리의 각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언젠가 이민경이 그 이유를 물었을 때, 다카기는 이렇게 말했다.
"당연한 거 아니야? 난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그날 저녁, 조촐한 축하파티가 벌어졌다. 송정호와 양박사, 마태우스는 쉴새없이 잔을 주고받았고, 쉴새없이 안주를 집어먹었다. 그 자리는 미래로 다시 돌아가야 할 송정호를 위한 환송회이기도 했다.
"마형, 정말 고마웠어요. 형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살렸어요."
"그런 소리 마. 내가 태어나서 이 사회에 뭐 하나 기여한 게 없었는데, 네 덕분에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됐잖아."
송정호가 마태우스의 손을 잡았다.


"그래서 말인데요, 형 여기서 이러시지 말고 저랑 같이 미래로 가지 않을래요? 거기 가면 형이 할 일이 훨씬 더 많아요."
소주가 기도로 들어갔는지 마태우스가 기침을 해대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입 안에 있던 꼼장어 조각이 반대편에 앉아 있던 양박사의 이마에 붙었다.
"이게 뭐지?"
양박사는 이마에서 꼼장어 조각을 떼어내 잠시 들여다보다, 천천히 입에 넣었다.
"꼼장어군."
양박사의 대범한 태도에 다들 감탄했다. 



"갑자기 그런 얘기를 하면 어떡해! 너무 당황스럽잖아!"
마태우스의 말에 송정호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어, 그러니까 내 말은, 내가 미래로 안간다는 건 아니구 좀 생각을 해봐야겠단 거야. 근데 거기 가면 뭐가 좋은데? 미녀들도 많아?"
송정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어요. 제가 보니까 지금 시대 여자들이 더 예쁘네요. 여기서 개그맨하시는 여자들이 미래로 가면 절세미녀 소리를 들을 걸요."
마태우스가 젓가락을 탁 하고 내려놓았다.
"그래, 결정했어. 꼭 미녀가 없어서 그런 건 아닌데, 난 여기 남을래. 네가 몰라서 그렇지 나도 여기서 의미있는 일을 많이 한다고."
송정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없죠 뭐. 이번에 대운하 사업이 좌절되고 나면 미래의 삶도 나아질 테니, 너무 걱정 마세요."
태우스는 각자의 잔을 채워 높이 들었다.
"송정호의 미래를 위하여! 아니 미래의 송정호를 위하여!"







전여욱은 두 시간째 혀를 가지고 테이프를 떼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다.
나가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 모두 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덜컹 열렸다. 강렬한 빛줄기에 전여욱은 얼굴을 찡그렸다.
"아니 진짜로 사람이 있네? 장난전화인 줄 알았는데..."
꽁꽁 묶여있는 전여욱을 발견한 청소아줌마는 다가가서 끈을 풀었다. 전여욱의 두 팔이 풀리자마자 청소아줌마의 뺨에 충격이 가해졌다.
"아니 왜 날 때리고 난리여? 난 전화 받고 구하러 온 것뿐인디."
테이프를 떼어낸 전여욱이 소리를 질렀다.


"이제 오면 어떡해? 너 내가 누군지 알아? 국회의원 전여욱이야!"
전여욱을 알아본 청소 아줌마는 죄송하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제가 배운 게 없다보니 그만...."
그래도 화가 덜풀린 전여욱은 청소아줌마의 머리카락을 한웅큼 뽑고 나서야 청소도구 보관실을 나왔다.
"보좌관! 보좌관 없어?"
전여욱을 알아본 다른 의원의 보좌관이 황급히 달려왔다.
"의원님, 어쩐 일이십니까?"
전여욱이 그 보좌관의 멱살을 쥐었다.
"내 보좌관 찾아서 모두 다 집합시키라고 전해, 알았어? 지금 당장!"







마태우스는 자취방에서 혼자 TV를 보고 있었다. 송정호가 떠난 지 벌써 사흘째, 그새 정이 들었는지 집이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베트남을 방문한 이멍박 대통령은......"
9시 뉴스를 보던 마태우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이게 어쩐 일이지? 지금쯤이면 무슨 증상이 있어야 하잖아?"
하지만 대통령은 어느 때보다 편안해 보였다.
그 증상은 감출 수 있는 그런 수준이 아닐텐데 말야. 대체 어떻게 된거지?


그러부터 2개월간, 마태우스는 매일같이 9시 뉴스를 시청했다.
"이멍박 대통령은 오늘 아직도 쥐가 있다는 것은 OECD 국가로서의 위상에 먹칠을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쥐 소탕을 대대적으로 벌일 것을 명했습니다."
"이멍박 대통령은 오늘 서민들이 못사는 것은 노력이 부족한 탓이라며 서민들에게 꿈을 가지고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이멍박 대통령은 오늘..."
"이멍박 대통령은 오늘..."
그러던 어느날, 이 뉴스가 나왔다.
"이멍박 대통령은 오늘 4대강 사업의 기공식에 참석, 반드시 임기 내에 완공시킬 것을 주문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사업이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하면서...."
뉴스를 보며 마태우스는 자신이 한없이 무기력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대체 내가 했던 건 뭐지? 뭐냐고?



기분이 우울해진 마태우스는 용하다고 소문난, 역삼동 뒷길에서 성업 중인 신동이에게 예약을 했고, 일주일이 지난 뒤 신동이를 만날 수 있었다. 마태우스를 보자마자 신동이가 말했다.
"나랏님 때문에 우울한 걸 누가 고쳐?"
과연 용한 도사님이라고 생각하며 마태우스가 물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뭘 어떻게 해? 그냥 그러고 살아야지. 괜히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그 다음날 마태우스는 양박사와 마주앉았다. 그 거사 이후 만남을 자제하고 있었지만, 양박사가 긴히 할말이 있다고 불러낸 탓이었다.
"지난 몇 개월간 내가 뭘 좀 알아봤네. 나도 이게 어찌된 일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거든. 그런데 말이야..."
양박사가 해준 얘기는 다음과 같았다.


[각하는 비교적 괜찮은 기업인이었다.
하지만 58세가 되던 해,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에 걸려 보름가량을 앓았고,
회복된 뒤에는 좀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거다.
당시 가까이서 이멍박을 모셨던 비서의 말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뒤부터 사람이 좀 차가워지고, 아랫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하기 시작했어요. 맨날 화장실에만 가 있고. 그리고 이건 들은 얘긴데요, 화장실에서 이회장님을 만났는데, 눈이 좀 풀려 있었대요. 뭐랄까,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고 했어요. 기분이 이상해서 전 곧 회사를 그만뒀어요.”
회사일도 점점 게을리 하고, 주로 화장실에 틀여박혀 있던 이멍박이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한 건 그 직후였다.]


"자네, 히에로니무스라는 기생충을 아나?"
그래도 기생충을 십여년 전공했는데, 그런 이름은 처음 들어본다.
"히에로니무스 보슈라는 화가는 아는데, 그런 기생충도 있나?"
양박사가 노가리 하나를 집어들었다.
"그건 전설에 나오는 기생충이야. 사람에게 감염되면 보름간 열병을 앓고, 그 다음부터는 뇌로 들어가 그 사람을 지배하지. 연산군을 비롯해서 자네가 폭군으로 알고 있는 왕들 중 몇 명은 이 기생충에 걸려 있었다고 전해져 있네. 보슈의 그 지옥도도 사실은 그 기생충이 일으키는 비극을 그린 거라고."


마태우스가 양박사를 쏘아보았다. 표정이 진지한 게 농담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넌 각하가 기생충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거야?"
양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기생충에 걸린 폭군들은 하나같이 대규모 수로 공사를 시행했네. 대수로 공사를 하면 기생충 감염률이 높아지는 건 상식이잖아. 만일 각하의 뇌 속에 히에로니무스가 들어 있다면 기생충의 세상이 오는 걸 바라지 않겠나? 도미니파라가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것도 그렇게보면 다 이해가 가."
마태우스가 피식 웃었다.
"헛소리 집어치우게. 난 그런 말을 믿고 싶진 않네. 그런 소리 말고 우리 술이나 왕창 마시세. 요즘 같으면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자기가 힘드니 말야."
양박사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믿고 안믿고가 중요한 건 아니지. 이제부터 우리가 할 일이 많아질 거야. 그때가 되면 술마실 새도 없을지 모르니, 지금 많이 마셔 둬야지."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태우스는 송정호를 생각했다.
그 녀석은 지금 잘 지내고 있을까? 나를 원망하고 있겠지, 아마.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줘. 난 할만큼 했다고!


마태우스는 하늘을 보았다. 늘 보던 북두칠성이 꼭 회충 수컷처럼 보였다.


-끝-


기생충전문의
마태우스(bbbenji@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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