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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취재] 대한민국 최고의 흉가탐방기


2009. 10. 23. 금요일
너부리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묘한 긴장감이다.


아마 2002년도였던 듯 싶다. 필자가 남로당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던 시기에 당시 디즈니랜드라고 불린 국내 최초의 하드코어 SM물에서 인정사정 없이 채찍을 내리치던 소위 마스터를 인터뷰하기 위해서 부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 이후 처음 느끼는 그런 섬뜩함인 것 같다. 그때는 순진하게도 그 설정극이 마치 무슨 스너프 필름쯤이라도 되는 줄 알았으니까.


카메라와 녹음기, 그리고 아담한 크기의 취재용 데스크탑을 챙겼다.


그리고 혹시라도 발생할 지 모를 돌발 사태에 대비해 거의 흉기에 가까운 군용삽 한자루도 덤으로 챙겼다.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제보 전화를 받은 건 며칠 전이었다.


40대 중반쯤으로 생각되는 중후한 목소리의 제보자는 필자에게 다짜고짜 이렇게 물었다. 


"전에... 늘봄가든(클릭)도 취재하셨던데, 그런 어설픈 곳 말고 혹시... 진짜루 흉가에 관심이 있소?" 



필자는 처음에 진짜루 흉가라고 해서 어디 무슨 폐가가 되어버린 중국집을 얘기하는 줄 알았지만 그건 아니었다.


아무튼, 국내 3대 흉가로 손꼽히는 늘봄가든이 어설프다니. 아니 대체 그곳은 얼마나 끔찍한 흉가길래...


그곳이 다른 재래언론들이 다루었던 놀이공원스러운 여타 흉가들과는 달리, 민족정론인 본지가 직접 나서서 취재해야만 할 진짜루 흉가인 이유를 제보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째, 그 흉가에서 뿜어지는 저주의 기운은 몇몇 사람을 놀래 자빠뜨리는 그런 작은 스케일이 아니다. 국운을 좌우할 수도 있는 메가톤급의 흉가라는 것.


둘째, 일반적인 흉가의 경우 대개는 그 음산한 기운에 의해 사람들이 착시현상을 경험하는 게 고작이지만 이 곳에서는 사람의 형상을 한 불가사의한 그 무언가를 진짜로 목격할 수도 있다는 것.


셋째, 이토록 위험천만한 흉가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은 그 사실을 모른 채 호기심으로 들락거려 자칫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쯤되면 본지가 취재를 가지 않을 래야 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할 것이다.





전문가들에게는 소위 대한민국 최고의 흉가로 통용되는 그곳에 필자와 필독 기자가 찾아간 날은 지난 2009년 10월 22일이었다.


경북 포항의 어느 산골에 위치하고 있다는 그곳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아침부터 일찍 서둘러야 했다. 포항에 도착하는 데만 대략 4시간 이상은 걸릴 것이므로.



차창 밖의 풍경은 전형적인 가을의 화려함을 뽐내고 있었지만, 뭔가 불길한 곳을 찾는다는 심리적 불안감 때문인지 붉은 단풍은 왠지 낭자한 선지의 파편 자욱을 연상시켰다.



별 생각 없이 지나던 터널도 오늘은 왠지 거대한 무언가의 아가리에 빨려들어가는 듯한 오싹함이 있었다.



경북 어디쯤인가 잠시 들린 휴게소의 기괴한 손금 자판기. 손금을 봐주는 거면서 굳이 씹어 먹을 듯한 눈으로다가 째리는 건 또 뭐냐. 그것도 하필 왼손만 넣으라니.


평소라면, 좌로 기울어진 사람을 색출하기 위한 문화체육부의 민간인 사찰행위라며 농을 부렸겠지만, 오늘만큼은 주위의 모든 것들이 왠지 그곳에 가지 말 것을 경고하는 일종의 표식처럼 느껴졌다.


그런 기분 나쁜 표식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대략 360km의 거리를 달려 포항에 도착한 시각이 대략 오후 2시를 좀 넘어서였다.



왠지 하수도의 쥐구멍을 연상시키는 듯한 이 꺼무죽죽한 하늘이 과연 오후 2시의 가을 하늘처럼 보이는가?



그리고 목적지 부근에 거의 도착했을 즈음 발견한 또 하나의 불길한 표식.


당장이라도 뽑힐 듯 불안하게 서있는 전봇대가 왠지 오늘 취재의 향방을 예고하기라도 하는는 듯 위태로운 모습으로 서있다. 그것도 졸라 오른쪽으로.


게다가 참으로 공교롭게도 필자가 차에서 내려 당 사진을 찍었을 때 카메라의 LCD창에는 다음과 같은 불길한 숫자가 찍혀 있었다.


.


444... 죽음의 전봇대?


이런 제길.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괜히 몇년 전에 겪었던 치질의 고통이 다시 중추신경계를 타고 엄습하는 것만 같았다.





이제 남은 거리는 7.47km.


흉가가 있는 곳에 거의 도착했다.



네비게이션을 확인해 보니, 아마도 어느 강의 정비 사업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저 포크레인을 지나 P턴으로 들어가면(이 부근은 이상하게 좌회전을 하려면 P턴을 해야했다.) 그 흉가가 나타나는 모양이다.  



드디어 도착한 흉가 마을의 초입.


무슨 도로공사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멀쩡한 도로에 더 이상 진입해서는 안된다는 꼬깔콘이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정말이지 이 흉가의 포스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게다가 마을 입구의 초입에는 각종의 공사 현장이 질펀하게 널부러져있음으로 해서 뭔지 모를 황량감과 불길함, 비인간적 페이소스가 짙게 느껴졌다.


이제 한 100미터만 더 가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악명 높은 흉가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그리고 마침내 마주하게 된 그 흉가의 전경.



대한민국 최고의 흉가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유명 관광지가 되어버린 세계적 흉가 아미티빌을 탐방하기라도 하는 듯, 삼삼오오 모여 있다.



마치 잔혹한 살인사건의 현장을 두 눈으로 확인하기라도 하려는듯 흉가 내부의 이모저모를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살피고 계신 어르신들이다.


아마도 어디 흉가체험까페 같은 곳에서 단체로 오신 분들이었을 것이다.


건물 구석구석에는 과연 대한민국 최고의 흉가다운 면면을 골고루 갖추고 있었다. 



누군가 벌어진 지붕의 틈으로 자꾸 노려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찍었던 사진. 당시에는 몰랐는데 사진을 뽑아보니 그 틈사이에 뭔가 매달려 있는 것이 보인다. 매달려 있는 것의 정체는 본 취재의 말미에 밝히도록 하겠다. 


그리고 건물의 주변에는 둔탁해 보이는 흉기들이 산적해 있었다. 그 중 유독 눈에 많이 띄었던 것은 다름아닌 삽.





아마도 이 흉가의 주인공은 주로 삽을 이용해 끔찍한 일들을 벌였던듯 싶다.


흉가 내부로 들어갈 수는 없었기 때문에 많은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밖에서도 볼 수 있는 내부 벽면에 걸린, 비장한 성경구절을 담은 위 사진 한장만 보더라도 왠지 모를 광신자스러운 공포감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할 것이다.


그리고 발견한 흉가집 주인의 사진.   



언뜻 보아도 창백한 얼굴색에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표정이 마치 저승사자를 보는 듯한 기괴함을 연상시킨다.


 


필자가 나름 사람의 관상에 일가견이 있다.


물론 위의 사진은 지나치게 확대한 사진이라 이미지가 많이 깨져서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지만, 사진의 주인공이 만일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틀림없이 대머리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머리를 박박 밀었을지, 아니면 머리를 널고 다녔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 여자로 태어나 맛사지 걸이 되었다면 틀림없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훌륭한 서비스의 소유자가 되었을 관상이기도 하다.


흉가의 마당 곳곳에는 그의 어린 시절을 가늠할 수 있는 사진들이 있었다. 그가 세상에 앙심을 품기 시작한 이유는 대체 무엇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귀중한 단서라 할 것이었다.



그랬다.


어쩌면 그는 어린 시절 여학생들 앞에서 경험한 그 모멸감과 자괴감 때문에 세상에 대한 막연한 증오심을 품게 되었고, 그 결과 지금 대한민국은 그의 무시무시한 저주에 휩싸여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50여 년 전에 TGI가 있었느냐 없었느냐 따위의 사소한 문제는 차치하고, 실사와 애니매이션을 절묘하게 합성한 그림 속의 소년은 매일 매일 이 흉가에 돌아와서는 잠자리에 들기 전, 항상 이렇게 저주의 독기를 뿜어냈을 것이다. 


"그래. 내가 지금은 TGI 앞에서 행상이나 하고 있지만, 나중에 크면 꼭 복수하고 말겠어. 나를 비웃은 모든 인간들에게 저주를 내리고야 말겠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세상을 상대로 처절한 복수를 하는 완벽한 방법은 바로 이것이었다.



바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어서 공포의 삽질을 하는 것.










이상이 이명박 생가 취재라고 해서 드디어 입사 10년만에 일본 오사카로 해외 취재를 가는 것인 줄 알고 좋아라 했다가, 어처구니 없게도 경북 포항에 떡하니 생가를 지어 놓는 바람에 증오의 생가 탐방, 아니 흉가 탐방이 되어버린 필자의 취재기였다.


생가라고 하면 왠지 욕을 먹을까봐 고향집이라는 기괴한 표현을 한 것 같다만, 이 또한 무슨 저질 개그인가 싶다. 아마도 고향이라는 말에는 태어난 곳이라는 의미가 없는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럴 거면 제2의 고향집이라 하던가. 씨바. 


끝으로 앞서 언급했듯, 이명박 생가라 주장하는 곳의 지붕에서 발견한 레어 아이템을 공개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위장취업하고 계신 가카의 생가 지붕에는 놀랍게도 쥐의 사체가 매달려 있었다. 


어찌 보면, 국민 정서에 부합한 이명박 대통령 최초의 여론수렴적 친환경 녹색 인테리어라 할 것이다. 



  
딴지 편집장 너부리(newtoile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