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좌오딧세이 AV편] 16화: 마리아 아베 마리아 2009.10.19.월요일
도쿄좀비(東京ゾンビ, 2005) 그저 재밌다는 영화 한 편 볼 생각이었다. 입소문으로 내용도 대략 알고 있었다. 일단은 공포영화의 탈을 쓰고 있지만 실체는 쌈마이 코미디라는 것부터 알게 모르게 상당한 팬을 거느린 훈남, 아사노타다노부가 사정없이 망가진다는 것까지. 간만에 머리 비우고 볼만한 킬링타임 영화 한편 찾았다는 기쁨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소재들을 어떻게 엮어냈을꼬’ 하는 호기심이 하나 되어 나는 즐겁게 영화를 보고 있었다. 최소한 런닝타임 6분40초대 까지는. 그리고 마리아, 잊혀진 줄 알았던 그녀가 거기에 있었다.
별다른 생각 없이 보던 컬트 영화 속 한 장면에서 나는 타카기마리아(高樹マリア)와 마주쳤다. 애초에 영화 자체도 대중성이나 흥행과는 거리가 먼 B급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녀석이었지만 거기서 단역으로 스쳐지나가는 마리아를 놓고 생각하면 참으로 기분이 묘해진다. 낯선 거리에서 오래전에 집 나간 딸과 우연히 마주친다면 대략 이와 비슷한 기분이 들까. 그녀가 활약한 2003년 당시, AV계에서 타카기 마사오 마리아란 대체 어떤 존재 였는가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 제위들께서 더 잘 아실 거라고 본다. 지존무상, 독고구패, 동방불패! 은퇴한지 5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복귀는 바라지도 않으니 모자이크 화소를 줄인 복각판이라도 내주길’ 하며 인구에 회자되고 있으니 당시엔 오죽했으랴. 언중(言衆)에 의해 본좌(本座)라는 말의 의미가 ‘한 분야의 최고봉’ 정도로 굳어진 오늘 날, AV사상 본좌 라는 표현을 스스럼없이 붙여 쓸 만한 이가 바로 마리아 아니겠는가
들어갈 곳 들어가고 나올 곳 나왔다는 말처럼 어려운 게 어디 있으랴. 이 어려운 걸 확실하게 보여주는 잘록한 허리와 탐스런 젖가슴. 거기에 도자기처럼 새하얀 피부는 신은 불공평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언제나 생글거리는 귀여운 얼굴과 교태를 가득 담은 교성은 헛삽입에 떡 모자이크지만 괜찮아 라는 자기 최면과 함께 뭇 남성들을 불면의 밤으로 몰고 갔다. AV업계에서 과연 군계일학이라 부를 만큼 그녀의 미모는 돋보이는 것이었다. 애초에 예능인(한국식 표현으로 옮기자면 연예인)을 염두에 두고 출사표를 던진 그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많은 이들이 은연중에 품고 있는 오해 중 하나가 "성적으로 매우 개방된 일본사회에서는 포르노 배우인 AV배우의 사회적 지위와 인기가 유명 연예인에 맞먹는다." 는 것이다. 카더라 통신과 일본 사회에 대한 편견에 기초를 둔 몇몇 이들의 오해를 그대로 좇는 일이 없길 바란다. 아이다유아나 아오이소라의 인기가 전국구인 것은 사실이지만 사와지리에리카나 히로스에료코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른바 예능인이라 불리는 연예인들과 AV배우들 사이엔 분명히 ‘클래스’가 다르며 그 ‘클래스’는 열에 아홉 속된말로 와꾸 라 불리는 기준에 따라 갈리는 법이다. 대략 예능인, 그라비아 화보 모델, AV배우, 풍속업소(성매매업소)종사자 순으로 수직적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각 카테고리에 아주 특출난 몇몇 예외적인 이들만이 상위 그룹의 말단으로 조금씩 비집고 올라가는 것 뿐이다. 마이너 리그 트리플 A에서 난다 긴다 해봐야 간신히 메이저리그 진출기회를 잡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다. 타카기 마리아는 그 반대 경우로 볼 수 있다. AV업계에서 맹활약을 펼친 마리아의 행보를 비유적으로 표현해 보자면 메이저리거로서 부족함을 느끼고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뒤 승승장구 했다 가 될 것이다. 본래 마리아는 이노우에리카(いのうえ梨花)라는 예명을 내걸고 아이돌 시장에 발디딘 예능인 이었다. 그러나 반응은 신통치 않았고 그녀는 타카기 마리아로 개명한 뒤 그라비아 모델로 선회한다. 비키니나 세미누드 집이 일반적인 그라비아 업계에서 부족한 인지도를 채우고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은 누드를 찍는 것이다. 마리아는 그라비아로 내려와서도 신통치 않은 인기를 위해 누드 모델이 되었고 이때부터 점점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99년 낸 첫 번째 누드집 미인(Bejean). 그리고 마침내 2002년 겨울, 그녀는 기념비적인 AV업계 진출을 선언한다.
그리하여 단 열 세편. 2002년 12월 데뷔해 2004년 봄 은퇴할 때 까지 한 달에 한편 정도수준으로 딱 1년 정도 활동한 그녀는 AV시장을 평정해 버렸다. 우리는 한손엔 마우스, 다른 한손엔 주먹을 불끈 쥐고서 마리아를 연호했다. 이른바 렌탈계(이때 당시는 렌탈과 셀의 구분이 아직 유효하던 시기)에서만 짧은 시간 운신했지만 준 예능인 급의 외모는 팬들을 눈멀게 하기 충분했고, 실제 정극 연기 경험을 갖춘 그녀의 연기력은 팬들을 귀먹게 하고도 남았다. 실제로 2003년 AV시장은 마리아에 의한, 마리아를 위한, 마리아의 해였다고 봐야한다. 그러나 마리아의 마음은 일찌감치 콩밭에 가 있었다. 그녀는 방송, 연예 산업에 비하면 날품팔이 수준에 불과한 AV업계에 뼈를 묻을 생각이 그다지 없었던 듯 하다. 오히려 AV에서의 인기를 발판삼아 자신이 밀려나온 메이저리그로의 진입을 호시탐탐 노려왔던 것으로 보인다. 은퇴작 "fin...高樹マリア" 가 나오기도 전인 2003년 말 텔레비전아사히의 드라마 ,『특명계장 타다노히토시特命係長・只野仁』를 노크하고 후지TV에서는 『당신의 이웃에 누가 있나あなたの隣に誰かいる』로 고정 출연까지 따낸다. 그녀는 더 이상 아쉬울 것 없다는 듯이 2004년이 밝자 마자 AV전면 폐업을 선언한다. 이제부터 그녀는 AV배우가 아닌 어엿한 예능인인 것이다. 비록 조연에도 못 미치는 단역 급이지만 일단은 고정출연 자리는 따낸 것 아닌가. 단순한 딸감 차원을 넘어서 있는 그대로 그녀의 성공과 행복을 바란 소수의 팬들은 그녀가 예능계에 확고히 자리 잡아 제2의 이이지마아이로 성장하길 바라기도 했을 것이다. 그녀의 전업이후 5년이 훌쩍 지난 지금, 그 바람은 그다지 현실로 이루어진 것 같지는 않다.
꾸준히 케이블의 TV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지만 언제나 조연보다 못 미치는, 그저 고정출연이라는 데에 만족하고 있고 영화판에 고개를 내밀고는 있지만, 괜찮다 싶은 영화에는 스쳐가는 단역으로, 꽤 비중있는 역을 따낸 영화는 평단과 대중 양쪽 모두에게서 난타당하며 영화가 스러졌다. 그래도 그녀는 AV시절, 딸퀸으로 군림하던 영광이 그립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다. 블로그와 오피셜 페이지에는 아주 한미한 단역 출연까지 세세하게 약력으로 기록해 뒀지만 지난 2003년의 기록은 어디에도 언급되어 있지 않다. 집안의 대들보라 생각했던 딸애는 지긋지긋한 집안 구석이 싫다며 제 발로 뛰쳐나갔다. 시간이 흘러 나는 화려한 도시의 초라한 골목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초라한 뒷골목의 삶을 살아갈지언정, 집으로 돌아지는 않겠다는 그녀 앞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해줄 수 없었다. 나는 그녀의 선택을 존중한다. P.S. 건강문제로 글이 뜸했습니다. 모쪼록 독자제위 께서도 첫째는 건강, 둘째는 안전에 유의하시어 건강한 명랑 선진사회 건설에 이바지해 주시길....
충용무쌍(dbscnddy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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