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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엘빠의 마지못한 축하
-그래 기아야~ 너네 짱먹어라!

 

2009.10.26.월요일
에버프리

 

채병용이 던진 높은 공을 나지완이 빠따로 쪼갠 순간 대한민국 야구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한국시리즈가 끝나버렸다.
(가장 드라마틱한 경기는 야구팬 개개인의 추억에 따라 모두 다르겠지만, 외형적으로 보면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 홈런은 역사상 처음이라 이리 표현했다)

 

씨바... 나 지독한 엘빠다.
잠실에서 패튀김 선생의 "그대 없이는 못살아" 멜로디에 맞춰 "기아 없이는 못살아" 를 외치는 기아팬들을 볼때마다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다.
솔직히 기아팬들 잘들어라...광주구장에서 엘지팬들이 5분의 3정도 자리 차지하고 "자~~ 떠나자 기아 잡으러" 불러대면 기분 좋겠냐...

 

더구나 올해 엘빠들은 기아를 이뻐할래야 할 수가 없다.
19번중 16번을 쪽쪽 발려드시고, 거기에 리그 MVP까지 상납해준 기아를 어떻게 좋아하겠냔 말이다.

 


쳇~~

 

그런 덕에 뼛속까지 엘빠... 평소에도 "내몸엔 줄무늬 피가 흐른다" 라고 생각하고 다닐 정도인 필자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당연히 자연스럽게 기아의 맞상대 SK를 응원했었다.

 

나름대로 전문가인양 한국시리즈 예상도 해봤었다.
당연히 SK가 3연패할 것이라는 단호한 예상이었다.
전문가들에게 포스트시즌 예상해달라 하면 누가 약간 우세하지만 “야구 몰라요”라고 한발 빼는 진부한 예상평 따위는 하기 싫었다. 솔직히 예상평이라기 보다는 희망사항이었다고나 할까?

 

예상평과 희망사항을 넘나드는 필자의 단호한 예측을 객관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논거가 필요했다. 필자의 작지만 예리한 눈을 피해갈 순 없을 것이다.. 라는 자딸과 함께 마음에선 신물나게 엘지를 발랐던 기아의 허탈한 준우승을 상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씨바... 죄다 틀렸다... 죄다...
필자가 기아의 아킬레스건으로 꼽았던 약점들은 이번 시리즈에서 처절하리 만큼 부각되지  않았고,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만 발생했던 것이다.
아무리 필자가 아마츄어이고, 편파적인 시각으로 만들어낸 예상평이라지만 이렇게도 깔끔하게 조평신이 될 수가 있나 싶었다.

 

필자가 과거 뭘 어떻게 조평신 같은 허접 예상평을 했는지 살펴보고 거기에 맞춰 이번 한국시리즈를 한번 되돌아 보자.

 

기아는 슈퍼에이스가 없다 VS 님아.. 지금 로페즈 무시하나연?

 

단기전에서 슈퍼에이스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어차피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팀들의 실력차이는 종이 한장 차이도 나지 않기 때문에 적어도 6차전 이상은 간다고 맘먹고 시리즈에 임해야 한다.

 

그런 와중에 적게는 2승, 많게는 3승 정도를 책임져줄 슈퍼에이스의 역할은 그야말로 절대적이다.
요즘 추세로 본다면 비정상적인 기록인 84년 한국시리즈 4승의 최동원까지 가지 않더라도 98, 03 정민태를 보면 요즘에도 슈퍼에이스의 비중은 막대하다.

 

기아의 경우 막강한 선발진을 보유했다는 것이 강점으로 부각됬지만 사실 필자는 오히려 이 부분이 약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원, 투, 쓰리, 포 펀치까지 갖춰놓은 기아의 선발진이었지만 한경기를 완전히 압도하여 상대적으로 취약한 불펜진이 먹게될 충격을 완화시켜줄 그런 극강의 에이스는 없어 보였다.

 

결국 다 고만고만하다는 뜻...
WBC영웅 윤석민은 시즌 내내 들락날락, 들쭉날쭉 하다가 막판에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고, 구톰슨도 후반기 들어 급격하게 하락세였다.

 

양현종이 싱싱한 공을 뿌린다고는 해도 신인이나 마찬가지인 젊은 선수가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에서, 긴박한 상황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었다.
사실 여기까지 필자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윤석민은 2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해줬지만, 웬지 모르게 불안했었고 그 결과 6차전에서 실패했다. 구톰슨은 두경기 모두 4회 이상을 버티지 못하고 강판됬으며, 양현종은 그 좋은 볼을 던지고도 SK타자들의 집중력에 무릎을 꿇으며 4차전을 내주는 빌미를 제공했다.

 

씨바.. 근데 로페즈를 간과한 것이다.
사실 로페즈는 후반기에서 매우 좋은 투구를 보여주며, 전반기 구톰슨에게 내준 기아의 에이스자리를 탈환하긴 했었다. (로페즈의 총 14승 중 7월 이후에만 9승을 수확했다) 로페즈의 이런 상승세와 실력을 의심한 것은 아니었다.
분명 로페즈는 한국시리즈에서도 까다로운 볼을 던질 것은 자명한 일이었으나, 필자가 보기엔 그냥 거기까지라는 생각이었다.

 


사실 정규시즌에서도 로페즈의 싱커와  슬라이더를 공략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로페즈가 사실 07년 두산 리오스만큼의 압도적인 피처도 아니었고, 곧잘 흥분하는 성격이라 SK의 잔야구를 감당할 수 있을런지, 분위기가 긴박해진 상황에서 심판의 애매한 볼판정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주목했기 때문에 1승 이상의 성공을 가져오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물론 좋은 투수이긴 하지만 한국시리즈라는 특성을 감안하면 초반에 2~3점 정도 실점하고 크로스게임의 양상으로 흘러간다면 많은 이닝을 감당하지 못하고 불펜진이 가동될 것이며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불펜진이 약한 기아가 불리할 것이라는 생각.... 그게 필자가 첫 번째로 기아의 실패를 예견한 이유였다.

 

그런데 웬걸?
로페즈는 기아가 가장 승리가 필요할때마다 등판하여 승리를 이끌었다.
1차전 8이닝 3실점 , 5차전 완봉승, 7차전 1이닝 구원 등판

 

우선 이닝을 참 많이도 잡솨 주신거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불펜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클로저 유동훈 이외에는 SK에 밀리는 투수들로 인해 선발투수의 이닝이터 능력은 기아로써는 절대조건이었는데 그걸 로페즈가 해주신거다. (실제로 곽정철, 유동훈을 제외하고는 기아의 불펜진은 제 역할을 했다고 볼순 없었다. 꽉남아~~~ 꽉남아~~~ )

 

거기에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로페즈의 진가가 발휘됬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번 한국시리즈의 실질적 MVP는 로페즈다.

 

단기전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1차전 승리와 2승뒤 2연패로 팀이 벼랑에 몰린 5차전에서의 완봉승은 장난 아닌 값어치인 것이다. 결국 필자가 예상했던 기아의 슈퍼에이스의 부재는 로페즈가 완벽하게 해결해 준 것이다.

 

로페즈가 바로 그 슈퍼에이스였음을 간과한 탓... 쳇~ 그거 내 탓은 아니다.
올해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이 슈퍼에이스의 스탯을 깎아먹은 것일뿐 , 어떻게 22승하고도 슈퍼에이스 역할을 못한 리오스보다 14승한 로페즈가 성공할줄 알았겠냐....

 

 수비의 불안 VS 얘네 한국시리즈 첫경험 맞어?

 

흔히들 전문가들이 얘기하길 큰 경기 경험이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고들 얘기한다. 완전히 조까는 소리는 아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큰 경기 경험보다는 기본적인 전력이 일단 우세해야 이길 확률이 높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수비는 좀 주목하고 싶었다.
투수나 타자도 물론 큰 경기의 첫 경험자들이 덜덜덜일 수 있겠지만 일단 잘 던지고 잘 쳤던 놈들이 기본은 해주는 것이 야구다.
그러나 수비는 좀 다르다.
타석에서 쫄았을 때 삼진을 먹거나 병살타를 치고, 마운드에서 쫄았을 때 적시타를 맞아도 수비에서 쫄았을 때 실책이 나오는 것은 그 데미지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다잡아 놓은 경기를 놓쳤던 두산이 그 수비 잘한다던 손시헌의 실책으로 무너져 내렸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기아의 젊은 수비수들이 숨이 목까지 턱 막히는 그 엄청난 긴장감과 압박을 견뎌낼 수 있을까 싶었다.

 

특히 내야수비는 기아의 가장 큰 불안이었다.
내야수비의 면면을 보면 3루 김상현, 유격수 이현곤, 2루 안치홍, 1루 최희섭인데 이현곤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안한 구석이 있는 수비수들 이다.

 

누가 봐도 3루 최정 , 유격수 나주환, 2루수 정근우, 1루수 박정권이 버티는 SK의 내야수비진과는 비교될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거기에 기아 내야수들은 모두 한국시리즈를 처음 경험하는 것이며 이현곤을 제외하고는 포스트시즌 경험조차 전무한 수비수들이었다.

 

실제로 정규시즌에 기아는 총 96개의 실책을 범해 이 부분에서 롯데와 동률을 이뤘지만 경기당  실책율에서 5리 차이로 꼴지를 기록했다.
(기아 5푼 6리 / 롯데 5푼 1리)

 

아~~ 그러나 기아의 젊은 수비수들은 한국시리즈에서 단 2개의 실책.. 그것도 승패에 크게 연관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실책만 기록하고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해낸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적시적소에 호수비를 작렬하며 SK타자들의 힘을 빼며 시리즈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현곤이야 원래 좋은 유격수였다지만, 엘지에서 실책머신이었던 김상현이 무리 없는 수비를 해내며 구멍의 오명에서 벗어났다. (이친구가 원래 엘지에서도 숏바운드 처리는 곧잘 했었는데, 이번 시리즈에서 유독 김상현의 주특기인 숏바운드 타구가 많이 나왔다)

 


엘지시절 곤조는 극도의 타격 부진으로 인해
수비마저 불안함으로 이어져 결국 트레이드되고 만다.

 

거기에 안치홍은 대체 뭐냐...
이 녀석이 보여준 호수비가 기아의 수비 안정화는 물론 사기까지 끌어올린 계기가 됬다.

 

특히 5차전 중견수 쪽으로 빠지는 조동화의 타구를 잡아 초절정 센스의 토스로 선행주자를 잡아낸 장면이라던가, 6차전 정근우의 강습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는 장면은 2루수 안치홍이 완벽하게 자리잡았음을 선포하는 장면들이었다.

 

개인적으로 최희섭이 시즌에서 간혹 보여줬던 몸개그가 나오지 않나 기대했었지만 무난한 수비로 구멍을 만들진 않았고...

 

반면 철벽같이 느껴졌던 SK의 수비가 오히려 발목을 잡았던 결과로 이어졌다.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5차전에서 나주환의 실책은 뼈아팠다.
논란이 됬던 수비방해가 있긴 했지만...
솔직히 딴데로 잠깐 새서 얘기하자면, SK님들아~~ 억울해도 이건 좀 감수하시라..
김상현이 애가 좀 센스가 없어서 무식하게 다리 걸은 것처럼 보여서 그렇지 일상적인 송구 방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8개구단 모든 주자들이 2루 포스아웃 당할 때 송구방해하려고 온갖 거친 슬라이딩을 다하는데 굳이 김상현이 논란이 될 필욘 없다.

 

그거 또 SK님들 주특기잖어...
어쨌든 느린 타구로 무리하게 병살을 노리려다 1루에 송구한 나주환의 실책성 플레이가 우선 지적받아야 함은 분명해 보인다. 안줘도 될 점수 주는 바람에 추격의 의지 꺾였던 5차전이었다는 걸 감안한다면 더더욱 나주환의 실책은 뼈아픈거고..
거기에다 7차전 김원섭의 우전안타를 뒤로 빠뜨려 동점의 빌미를 제공한 박재홍은 또 어떻고....

 

마치 필자의 예상을 거꾸로 뒤집기라도 하듯 기아의 수비수들은 문안함을 떠나 결정적인 호수비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반면 SK의 수비수들은 천추의 한으로 남을 실책을 통해 결국 분패했다.

 


곤조야... 넌 이번 글에 벌써 세컷 등장이다.

 

 CK포에 대한 지나친 의존 VS 니 눈엔 홈런만 보였니

 

기아의 공격력에서 최희섭-김상현 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절대적이었다.
이 두 친구가 정규시즌에서 합작한 홈런이 69개, 타점이 227개였다.
홈런은 팀이 기록한 156개의 홈런중 44%, 타점은 팀 득점 706개중 32%에 해당하는 엄청난 수치이다.
거기에 이런 강력한 두타자가 중심타선으로 포진해 있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우산효과까지 감안한다면 기아 타선이 이 두 타자에게 얼마나 많은 의존을 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실제로 이들의 앞뒤로 포진했던 나지완과 김상훈이 낮은 타율임에도 불구하고 쏠쏠한 홈런갯수와 나쁘지 않은 득점권 타율을 보였던 것이 이를 증명한다.)

 

올해 이 두 타자의 활약이 대단했음은 부인하지 못하지만 오히려 기아 타선의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필자는 주목한 것이다. (사실 전문가들도 많이 지적한 내용이긴 하다.)

 

김상현이 정규시즌 SK전에서 무려 9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비룡 킬러의 면모를 보여줬다 하지만 SK에는 분석야구의 달인 김성근이 있었다. 김성근은 지난번 베이징 올림픽 해설에서도 보여줬듯이 어떻게 보면 남의 팀 선수를 그 팀 감독보다 더 잘 알고 있는 대단히 치밀하고 꼼꼼한 감독이다.

 

이런 김성근 감독이 기아 공격력의 근간인 CK라인의 무력화를 위해 대비책을 마련해놓았을 것이고, 사실 이 두 타자들도 엄청난 스탯에 가려지긴 했지만 약점도 두드러진 타자들이기에 이들이 막힌다면 기아의 공격력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김상현의 코스별 공략 분포도를 보면 지나치게 가운데 높은 쪽에 안타와 홈런이 집중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최희섭은 뛰어난 선구안과 파워에 비해 느린 뱃스피드 등으로 인해 컨택 능력이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SK는 CK라인을 웬만큼은 봉쇄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김상현은 박재상에게 도둑맞은 홈런과 깻잎한장이 무색할 파울 홈런 등이 나오긴 했어도 결정적일 때 한방을 날려주지 못해 기대에 못미쳤고, 최희섭 역시 홈런을 기록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희섭의 경우 승부의 분수령이 될 만한 타이밍에서 결정적인 타점을 기록해주며 팀의 중심타자 노릇을 톡톡히 했고, 김상현도 여전히 막강한 파워를 선보이며 SK투수들을 압박했다.

 

이들이 두산의 김현수-김동주 라인처럼 SK투수들에게 철저하게 봉쇄당했다면 시리즈의 향방은 SK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정규시즌만큼의 활약은 아니었더라도 적절하게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 정도는 충분히 해줬기에 기아의 공격력은 만족스럽진 못했다 하더라도 우승을 먹을 정도의 역량은 보여준 셈이다.

 


중량감은 CK포에 못지 않은 김현수-김동주 라인의 실패는
김동주가 너무 철저히 막혔던 것에 원인이 있다.

 

실례로 6번으로 이종범이 포진됐던 1차전은 막강한 CK를 피해 이종범과 승부를 보려했던 SK의 패착이 승부를 갈랐다.
하이라이트는 7차전 나지완의 굿바이 홈런이다. 제구력 좋기로 소문난 채병용이 CK앞에 주자를 두지 않으려 나지완에게 성급한 승부를 하다가 가운데 높은 쪽에 몰리는 볼을 던져 주저앉고 만 것이다.
결국 김성근은 이들의 시즌 활약상을 감안한다면 나름 효과적으로 CK를 봉쇄했다고는 하지만 결국 이들이 기아 타선에 가져다주는 중량감은 어떻게 손써볼 도리는 없었던 것이다.
그걸 필자는 간과한 것이고....

 

 SK의 신경전에 말려들 것이다 VS 뭘바 씨발라마~

 

SK는 치고, 던지고, 달리는 것에만 능한 것이 아니라 심리전에서도 달인이다.
2007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도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난 이후 거짓말 같이 2연패 뒤 4연승을 거두며 심리전에서도 강팀임을 세상에 알렸다.
이후에도 SK는 김성근 감독 특유의 치밀한 언론플레이와 경기중 어필로 상대팀의 멘탈을 무너뜨리기 일쑤였다.

 

사실 이 때문에 SK야구가 욕을 많이 먹기도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만약 SK가 혈기왕성한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기아에게 이런 심리전 혹은 신경전을 걸어온다면 백이면 백 말려들 것이라고 봤다.
씨바... 그러나 이 역시 필자가 제대로 물먹은 예측이었다.

 

오히려 신경전은 기아가 먼저 걸어왔다.
졸라 화제가 되었던 서재응의 "뭘바 씨발라마"였다.
사실 서재응이 일부러 SK에게 신경전을 벌이려고 도발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간 SK가 항상 먼저 신경전을 벌이도록 빌미를 제공하고, 그 이후 멘탈이 무너져가는 상대팀을 야금야금 잡아먹은 점을 감안할 때, 어쨌던간 서재응의 "씨발라마"는 기아가 선제공격을 한 모양새가 되었다.
거기에 김종국의 뻘폭까지 더해져 지금까지 SK가 벌여온 신경전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어 간다.

 


한 남자가 있어~ 근우를 사랑한~~

 

한술 더떠 SK 맵핵 의혹 (전력분석원 수신호)을 기아 프론트가 제기함으로써 심리전 혹은 신경전의 양상은 기아가 완벽하게 우위를 점하는 모양새가 된다.
SK가 신경전의 달인답게, 김성근 감독의 선수 철수 지시와 정근우가 나지완에게 시비를 거는 등으로 반격을 해보지만, 이미 기아 선수와 코칭스텝은 평정심이 견고해진 상태였다. 마치 기아가 최근 수년간 졸라 한국시리즈를 경험했던 팀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SK가 이런 기아의 역심리전에 말려들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소한 SK의 또다른 장기인 신경전에 말려들지 않고 자기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한 것만으로도 필자의 예측은 완벽하게 빗나간 셈이다.

 

 결정적인 뻘 예측

 

앞서 SK의 우승과 기아의 실패를 예상한 필자의 예상과 그 논거들은 사실 귀여운 수준이다. 전문가도 번번히 틀리는 한국시리즈 우승팀 예상을 필자와 같은 아마츄어가 맞춘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오히려 반칙이다. 더구나 1년 내내 (아니 27년 내내) 엘지 야구에 초점을 맞추어 지켜보던 엘빠중 엘빠가 남의 팀 허점이나 강점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예상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정말로 뼈아프게 생각하는 결정적인 예측 실수는 바로...
SK선수들도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난 솔직히 SK선수들은 사람이 아니라고 봤다.
그들은 야구의 신이나 기계라고 봤다. 지고 있더라도 프로그램만 조정해주고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경기를 뒤집을 수도 있고, 모든 선수들과 코칭스텝이 마치 거대한 기계의 부속품처럼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힘들어 하는 것을 본적도 없었고...

 

그렇기에 아무리 기아의 전력이 SK보다 강하고, SK에 부상선수들이 많아도 분명히 SK는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인가가 존재하고 그 존재에 의해 결국은 올해도 SK가 시리즈를 먹지 않겠느냐는 아주 아주 단세포적인 발상을 하고 만 것이다.

 

그러나 SK도 실수를 할 줄도 알고, 지칠 줄도 아는 인간이라는 점을 간과했다.
그들은 좋은 성적을 거둠에도 불구하고, 인간미가 없는 야구... 쪼잔한 야구라는 오명을 쓰며 욕도 많이 먹었다. 하지만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그들이 흘린 것은 기계가 흘리는 오일이 아닌 사람이 흘린 땀과 눈물이었다.

 

사실 어쩌면 정규시즌 막판 기적같은 19연승을 기록하고, 플레이오프 리버스스윕... 그리고 한국시리즈마저 4승 3패로 거머줬다면, 필자는 정말 그들을 인간보다는 기계로 생각하려 했다.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지막 7차전을 그리 내주면서, 필자는 이제 그들을 신이나 기계에서 사람으로 격하시키기로 마음 먹었다.

 

아니.. 아니...
사람으로 격상시켰다고 해야할 것이다.
그들이 이루어낸 엄청난 업적과 야구에 대한 열정은 이미 대단한 것이며, 사람으로써는 이루어 내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만약 신이나 기계가 이정도였다면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사람들이 이걸 해냈다는 것은 그야말로 대단한 것이다.

 

그들은 이미 최고였고, 최강이다.
더 대단한 것은 앞으로 SK는 여전히 강팀일 것이고, 여전히 열정적일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마지막 7차전 패배는 오히려 그들이 강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반증한 결과물이다.

 

 내년에 함 붙어보자...

 

서두에도 밝혔듯이 지독한 엘빠인 필자가 이번 기아의 우승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독자제위들께서는 짐작하실 것이다.
맞다.. 솔직히 자존심 상하고 억울하고 분통터진다.
엘지가 기아에게 적어도 한참 순위싸움이 치열한 기간에 2~3승만 챙겼었더라도 가을 야구의 희망을 일찌감치 접는 일은 없었을 것이며, 기아의 정규시즌 우승.. 더 나가서 한국시리즈 우승도 없었다.
그러나 올해 엘지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따로 없었다.
그래서 더 속상하고 열이 받는다.

 

벗뜨~~
타이거즈는 (여기서 부터는 기아라 하지 않고 타이거즈라 칭하겠다) 분명 우승할 자격이 있는 팀이었다.

 

한국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명승부를 재연하며 온 나라 국민들을 야구의 묘미에 흠뻑 빠지게 한 타이거즈의 야구는 분명 올해만큼은 최고였다.
그 중 타이거즈에게 가장 엄지손가락을 높게 지켜줄 정도로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것은 다름아닌 타이거즈의 팬들이었다.

 

사실 타이거즈 야구팬들은 한을 안고 살아왔다. 그들에게 12년 세월은 처절하게 어두운 암흑기중 암흑기였다. 물론 중간 중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근근히 버텨오기는 했다. 아마 필자를 비롯한 트윈스팬과 자이언츠 팬들은 이 부분에서 발끈 하실 것이다. 9번 우승한 타이거즈 팬들이 12년동안 우승 못했다고 한을 운운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심정이실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절대강자였다.

 

절대강자의 자리를 내어주고 때로는 근처에서 방황하거나 때로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던 옛 절대강자의 심정은, 오랜 기간 암흑기를 거쳤거나 지금도 겪고 있는 자이언츠와 트윈스 팬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절대 강자의 자존심은 "꼴아"라는 치욕적인 비아냥으로 무너져내렸고, 팬은 많지만 성적은 바닥인 팀들을 일컫는 "엘롯기 동맹"으로 승화되었다.
어찌 보면 그 옛날 절대강자였다는 탓에 오히려 타 팀팬들의 조롱을 더 받아야 했고, 옛 영광에만 매몰되어 있는 개념 없는 팬들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엘롯기 동맹의 정몽주 "엘지~~ 트윈스"

 

그러나 그 한을 드디어 올해 풀고 말았다.
그것도 역대 최고의 명승부를 연출한 한국시리즈를 통해서 말이다.
아마 골수 타이거즈팬들은 대부분 눈시울을 붉히며 이 화려하고도 극적인 “왕의 귀환”을 바라봤을 것이다.

 

올해 타이거즈는 분명 최강팀이었고, 그들을 오랜 시간 지켜준 팬들의 승리였다.
역시 타이거즈가 움직여야 한국 야구는 폭발한다.(다만 꽃가루 응원, ~~바보 응원 이런건 좀 자제하자고 제안해본다. 제발 쫌~~)

 

이제 한국야구는 내년부터 더더욱 재미있어지게 됬다.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와이번스가 왕좌에서 물러나고, 타이거즈가 그 뒤를 이었다. 여전히 와이번스는 강한 팀이고, 타이거즈 또한 왕좌를 수성하고 옛 영광을 이어나가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여기에 전통적인 강자 베어스와 라이온스의 절치부심... 여기에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갈매기 군단 자이언츠도 도전장을 이미 써놓은 상태다.

 

힘든 상황에서도 여러 가지 희망을 보여준 히어로즈, 새로운 지도자를 만나 도약을 꿈꾸는 트윈스와 이글스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올해야구 정말 재미졌다. 그리고 내년... 졸라 기대된다.
씨바.. 일단 고맙다. 한국야구 선수님들아... 내년에 또 보자...

 

엘빠이기 이전에 야빠인 필자... 타이거즈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또한 올해 타이거즈의 우승은 한국 프로야구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내년엔 다를 것이다.
트윈스도 올해처럼 호락호락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화려했던 90년대처럼 트윈스-타이거즈가 붙은 잠실 송파구 일대를 쑥대밭 만들던 시절로 다시 함 돌아가보자... 제발 그때까지만 이 전력 유지해라... 금방 쫓아가마!

 

하지만 그래도 역시 올해는 너희가 최고였다.
너네 짱 먹어랏!!!

 


타이거즈팬 여러분~ 올 시즌 수고하셨습니다.
내년엔 얄짤 없습니다. 제대로 함 붙어봅시다.

 


 

 

에버프리(ahj2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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