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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온두라스 한지수씨 사건 현재 상황


2009.10.27.화요일
파토



지난 10월 9일 1차 지령이 나간 지 어느덧 3주 가까이 지났다. 간만의 선전선동에 당황한 분들도 없지 않았을 것이나. 대부분의 열분들이 도와준 덕분에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는 말씀부터 일단 드린다.


(이 사건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은 먼저 여기에 가서 읽고 오시라)


먼저 외교부 게시판에 이 건의 조속한 해결과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써 주고 또 온두라스 대사관에 메일을 보내준 준 수백 명의 열분들. 정말 감사하다.


현재 외교부에는 이경운 사건으로 인해 필자 및 본지와 오랜 악연을 가진 사람들이 주요 보직에 남아 있다. 이 분들은 본지에 외교부가 언급되는 기사 하나 뜨는 것만으로도 노이로제가 걸릴 판인데, 열분들이 개떼같이 참여해 주니 인간 파토야 밉겠지만 자칫 더 시끄러워 지는 게 싫어서라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인 것 같다.


이거 순전히 열분들 힘이다.


그리고 필자는 그 동안 언니 지희씨를 비롯한 가족과 만나 이경운 사건의 오랜 경험을 토대로 많은 말씀을 나누었다. 경운이 사건 초기에 영국 경찰과 주영대사관이 면밀히 대응만 했더라도 일이 그렇게 나락으로 떨어지지는 않았을 거라는 것, 진실이 뭐던 간에 납득이 될 수 있는 형태로 드러났을 거라는 점을 강조하고, 그 나라의 사법 체계를 믿고 대충 놔뒀다간 자칫 X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 드렸다.


씁쓸한 것은, 지수씨 사건이 세간에 조금씩 알려지자 이상한 사람들이 몇 접근해서 일을 해결해 주고 중요한 사람들과 다리를 놔 줄 수 있다는 식으로 나서기도 했단다. 이 분들이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지만 그 동기가 마냥 순수해 보이지는 않는다. 하긴 가족들 보기에는 필자도 ‘임마가 월 바라고 이러나’ 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마, 내가 도울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이 그저 기쁠 뿐이다.


그리고, 그런 언저리의 상황에서 가족과 필자는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티비 프로그램의 제작을 타진하고자 방송 3사의 PD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결과(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넘어가자) K 본부의 유명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지난 일요일 자로 취재팀을 온두라스 현지에 급파, 현재 1주일 여 간의 취재와 촬영에 들어가 있다는 점 알려 드린다.


이 관련된 소식은 나중에 자세히 또 전해 드리겠다.



보안을 위해 프로그램 이름은 식별 불가능하도록 변조되었음


동시에 내 나름 갖고 있는 미국 정부 쪽 연줄(글타... 나 이런 사람이다)을 통해 관련 국제기구에 문의하여, 온두라스에서 지수 사건을 책임지고 맡아줄 양심적이고 영어 잘하는 새 변호사를 물색하려 노력 중이다. 짐작하다시피 이 나라가 원체 좀 후진국이고 또 얼마 전 쿠데타까지 일어나서 현지에서도 민간 차원에서는 적당한 사람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


그리고 문제의 인물 댄, 이것이 만약 살인 사건이라면 진범일 수도 있는 그는 얼마 전 싱가폴에서 호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적되었다. 알다시피 댄은 영국과 호주의 이중국적자다. 온두라스와 호주 간의 범인 인도조약이 마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지 않으나, 현재 외교부 포함해 다각도의 라인으로 호주 쪽에 댄의 신병을 확보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다.




혹시 해서 이넘 얼굴 다시 보여 드린다.
스쿠버 다이빙으로 먹고 사는 넘이니
스쿠버하러 호주 가신 분들은 눈 여겨 보시라.
이 친구가 범인인지, 아니 이게 살인 사건인지 조차도 아직 알 수 없지만
이 넘을 일단 잡으면 상황이 급전할 가능성, 엄청 높다.


그리고 네덜란드의 압력과 관련되어 새로운 사실이 지수씨의 주변을 통해 밝혀졌다. 아래 붙여 둔 지수씨가 직접 쓴 새로운 글에도 있지만, 로아탄 섬의 스티브라는 강사가 지수의 억울함을 알리려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자 네덜란드 대사관에서 찾아와 글을 내리라고 대놓고 협박까지 했다는 것이다.


(참고로 현재 네덜란드는 코스타리카 산 호세에 대사관을 두고 주변의 파나마, 온두라스, 엘살바도르에는 영사관을 두고 있다. 지난번과 이번 기사에서 대사나 대사관으로 언급된 것이 코스타리카에 있는 대사와 대사관인지 온두라스의 영사와 영사관인지는 현재 다소 불분명하니, 이점 감안하시기 바란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우리도 여기에 못지 않을 만큼의 움직임이 있지 않으면 지수씨에게 공정한 재판을 보장해 줄 수 없게 된다. 내가 지나칠 정도로 외교부를 몰아 세우는 이유도 바로 이런 부분들 때문이다. 공문이나 보내고 시시한 절차들만 밟아서는 여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우리가 어물쩡 하는 사이 지수씨는 각본대로 유죄를 선고 받고 30년 형을 살게 될 가능성이 너무 커진다.


그러나 유무죄 선고 자체를 떠나 지수씨는 지금 이 순간 큰 위험에 봉착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03년 현재 온두라스에는 26개의 교도소가 있고 전체 정원은 5,500 명인데, 실제로는 그 두 배가 넘는 1만 3천명의 죄수가 수감되어 있다. 이러다 보니 치안도 엉망이고 통솔이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한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크고 직접적인 문제는 지수씨가 수감된 라 세이바 근교의 La Granja Penal El Porvenir 감옥 그 자체다. 지난 번에 이곳의 형편없는 시설에 대해 잠시 말씀을 드린 적이 있으나 필자의 단독 취재 결과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지난 2003년 바로 이곳에서는, 수감된 갱들간의 무기를 동반한 전면전이 벌어져 자그마치 86명이 죽는 대참사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현장은 머리가 잘리고 산탄총와 수류탄에 찢겨 죽은 수감자의 시체로 피바다를 이뤘다고 하는데, 이 사건은 1992년 111명이 사망한 브라질 상파울로 Carandiru 교도소 폭동 다음가는, 세계에서 두 번째 큰 교도소 학살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다.


지금 지수씨는 이런 곳에서 살고 있는 거다.


현재도 이 교도소 내에는 돈 많은 마약상들이 에어컨과 티비가 완비된 ‘특실’을 차지하고 부하 조직을 거느리고 감옥 내에 마음대로 여자를 끌어들이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각종 전횡이 벌어지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것은 지수씨 쪽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 현지에서 암약하는(농담 아니고 진짜로) 민간 소식통의 보도를 통해 필자가 따로 접한 내용이다.


이런 곳에서 누군들 하루라도 맘 편하게 있을 수 있겠는가? 그것도 현지에 인맥도 터전도 없는 20대 중반의 동양 여자라면 얼마나 쉽게 교도소 내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재판을 받던 뭘 하던 불구속 상태로 풀어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거다.




라틴 아메리카의 갱은 특유의 잔인함으로 악명이 높고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수준의 문신도 온두라스의 갱들 사이에서는
그저 흔한 것일 뿐이다. 이 사람 배우 아니고 진짜 갱이다.


...그럼 이제, 엊그제 지수씨가 아버님을 통해 전해 온 이야기를 지수씨 목소리로 직접 들어 보시자. 와중에 참 차분하고 논리적인데, 그런 성격은 필자가 최근 여러 번 만난 언니 지희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실은 더 안쓰럽다.








전 왜 여기 있는 거죠? 눈앞에 의식이 혼미해진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을 살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했고요. 하지만 그 대가로 저는 지금 감옥에 있습니다.


어머니께 꾸중만 들어도 그게 억울한 일이면 화가 나는데, 이런 일을 겪으면서 어떻게 마음이 고요할 수 있을까요. 무섭고 억울했지만 애써 생각하려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죄가 없으니 잘 풀릴 거라고 스스로 다짐하기도 했죠. 하지만 2차 심리에서 살인죄가 적용되어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판사의 판결을 들었을 때는, 온몸이 떨리고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에 빠졌습니다. 정신은 혼미했고 울분에 휩싸였습니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요.


며칠 그렇게 먹먹한 가슴으로 멍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생각했습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정신차리자, 냉정해지자,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하지만 자꾸 눈물이 납니다. 그 동안 눈물은 충분히 흘렸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몸이 자꾸 떨려 옵니다.


저는 이런 일을 겪을 만한 일을 결코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했던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돕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마리스카가 새벽에 쓰러졌을 때부터 저는 댄이 마리스카를 돌보는 것을 도왔습니다. 제가 댄에게 병원에 가야하는지 물었지만 댄은 괜찮다고 했습니다. 마리스카가 걱정되기는 했지만 댄이 EFR 강사이고, 그녀의 상황을 더 잘 알고 있었기에 나보다는 더 잘 판단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이웃집 및 주유소까지 뛰쳐 가서 도움을 청한 것도 저였습니다. 어느 살인범이 범행 직후 도움을 청하고자 할까요? 제가 돕고자 했던 것은 이웃과 주유소 직원 등 모든 증인이 이야기했습니다. 또 댄이 구속되고 난 후에는 저를 비롯한 모든 다이빙 샾의 스탭들이 댄을 돕고자 하였습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댄이 억울하게 잡혀있다고 모두들 생각하였기 때문에, 다들 그를 돕고자 했고 저 역시 그랬습니다.


저는 댄의 도주 후에 마리스카의 가족으로부터 오는 연락에도 응하며, 최대한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했습니다. 그분들이 마리스카의 죽음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의문점에 제가 알고 있는 한 최대한 성의있는 답을 주기 위해 노력했었죠.


하지만 이런 모든 노력은 무시되고 검찰은 저를 범인으로 몰기 위한 억측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마리스카의 몸의 많은 멍 자국이 폭력으로 인해 일어났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녀가 취해 화장실에서 몇 번이나 부딪혔고(밤중의 우당탕 소리), 댄에 의해 침대에서 바닥으로 끌어내려 졌고(CPR을 위해), 오랜 기간 CPR이 행해졌으며, 다른 사람들에 의해 2층에서 1층으로, 트럭으로, 그리고 또 병원 카트로 옮겨 졌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 일련의 과정에서 몸에 상처하나 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 아닌가요.


검찰은 팔의 멍 자국은 압박으로 인한 거고 누군가가 그녀를 붙들고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옆집 남자가 댄과 마리스카를 옮길 때 자신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런 모든 사실을 무시한 채 무조건 ‘맞은 흔적’ 혹은 ‘타살 흔적’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입니다.


지금 검찰 측은 비공식적으로 댄과 마리스카와 제가 삼각관계이고, 애정문제로 인한 살인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물론 사실이 아닙니다. 댄은 마리스카 이전에도 여자를 데려온 적이 있었고(불과 하루 이틀 전이었습니다) 댄이 제가 이사하기 전에 양해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여자를 데리고 와도 되냐고요. 저는 크게 소음만 내지 않고, 제게 방해만 되지 않으면 된다고 했었죠.


게다가 검찰 측의 증인 중 누구 하나도 한지수가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고 증언한 사람은 없습니다. 심지어 검찰 증인 중 한 명은 마리스카가 헉- 하고 숨을 들이마시는 것을 봤다고 했고요. 또 증인 셋 모두 당시 마리스카의 몸 상태를 물었을 때, 얼굴의 상처(넘어졌을 때 생긴 흔적)를 제외하고는 언급한 것이 없습니다. 이것은 몸에 난 상처가 운반 도중이나 CPR 로 생긴 것이라는 뜻 아닌가요.


저는 사건 이후에 온두라스에 한 달 더 머물렀습니다. 다이빙 강사 시험을 보기 위함이었죠. 만약 제가 범인이었다면 댄이 한 것처럼 사건 직후에 출국했겠죠. 다이빙 강사 시험은 한국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 거리낌이 없었기 때문에 느긋하게 한 달을 더 기다렸다가 목표했던 강사 자격증을 획득하고 출국했습니다. 출국 시 그리고 한 달 간 머물면서 어떠한 제재나 연락도 없었구요.


저를 슬프게 하였던 것은, 로아탄의 경찰서에 수감되어있을 때 다이빙 샾의 주인인 Gay가 저에게 한 말입니다. 제가 붙잡혀 들어온 것을 본 사람들은 남을 돕다가는 나도 저 애처럼 될지도 몰라 하며, 몸을 사리고 있고, 심지어 제가 있는 감옥에 조차 나타나기를 꺼려한다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댄이 수감되었을 때는 다이빙 샾 사람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와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였지만, 제가 수감되었을 때 저를 찾아오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어요.


게다가 이 사건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Steve 라는 샾의 강사가 인터넷에 글을 올리자 네덜란드 대사가 로아탄 섬으로 직접 와서 글을 내리라고 협박했다고 하더군요.


이곳은 네덜란드의 속국일까요? 아니면 그저 돈에 의해 움직여지는 후진국일까요?


다이빙만 할 때는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 일을 겪고 나서 알게 되었죠.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다, 후진국이다 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기 교민들은 말씀하십니다. 이곳에서는 길에서 사람이 죽어가도 다들 구경만 하지 다가가지 않는다고요. 자기가 자칫 혐의를 받을까 두려워서 돕지 않는다는 겁니다. 뒤늦게 이 말을 들은 저는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죠.


그리고 이집트에서 우리 영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었습니다. 주 이집트 대사관에서 온두라스 검찰에 영장을 취소해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검찰은 증거를 갖고 있다며 제가 무죄라는 것을 입증할 증거를 제시해야 영장을 취소하겠다고 했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혼란스러웠습니다. 제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해 도대체 무슨 증거를 말하는 것일까요? 영화에나 있을법한 가짜 증거라도 만들었다는 뜻일까요.


그런데 막상 온두라스에 와서 보니 그 증거라는 게 새로 바뀐 부검보고서였습니다. 물론 거기에는 제가 살인에 직접 간여했다는 아무 구체적인 내용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곳 온두라스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그 현장에 있던 사람을 혐의자로 몰고 자 이제 네가 무죄임을 증명해라 라고 하는 게 일반적인 일이었던 겁니다.


제 사건을 지켜본 다이방 샵의 한 영국인 강사는 난 여기서 누가 교통사고를 당해도 절대 멈춰 서서 돕지 않을 거야. 영국이라면 당연히 차를 멈추고 도와주겠지만 온두라스에서는 그러지 않는 게 훨씬 현명한 거야 라고 까지 말하더군요.


저는 이런 나라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도왔다는 이유로 지금 살인범으로 몰려 있습니다.


...한동안 제 주위에서 벌어지는 상황의 진실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어 더듬거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진실이 뭔지 알 것 같습니다. 네덜란드 측의 압력으로 온두라스는 누구든지 잡아 넣어야 했고, 그것이 이 나라의 현실과 맞물려 그 자리에 있던 제가 된 거죠.


이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든 끌고 나가서 저를 범인으로 만들어 사건을 종결시키려 합니다. 처음부터 아무 증거조차 없었던 사건에서 제가 난데없이 혐의를 받았다는 사실은, 결국은 이 모든 부당함에도 불구하고 진짜로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기에 저는 무섭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지켜보게 하고 싶습니다. 부패한 이 나라의 검사, 판사들도 보는 눈이 많으면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정한 사법절차만 보장된다면 저의 무죄를 입증하는 것은 걱정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마리스카를 죽이지 않았고 그저 살리려고 도왔을 뿐이니까요.


온두라스는 인권단체를 의식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 정부 및 해외 언론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면 계속 억지를 부리지 못할 겁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제가 의지할 곳은 우리 정부와 대사관입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도와 주시기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


그리고 이 사건에 관심을 보여주신 네티즌 여러분들께도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 한분한분의 노력과 사랑의 덕분으로 지금 제가 버텨가고 있습니다.


제가 네덜란드 정부와 부패한 이 나라 공무원들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한 지수 드림



이제 포인트들을 좀 짚어 보시자.


열분들 중 일부는 설마 선진국 네덜란드가 이런 일에 개입을... 같은 생각을 한 분들도 있을 거다. 하지만 지난 시간에 열거한 각종 압력 관련된 이야기들 외에도, 인터넷에 관련 글을 올렸다가 내리라고 강요 받았다는 스티브라는 강사가 실존한다는 사실이 지수씨 입을 통해 밝혀졌다. 이름으로 보아 영어권 국가의 사람인데, 괜히 쓸데없이 이런 소리를 하고 돌아 다니겠는가?


그래서 현재 온두라스에 가 있는 K 본부의 취재팀에 이 사람과의 인터뷰를 적극 요청한 상태다.


그리고 길거리에 사람이 죽어가도 도와주지 않는 사회… 이것은 그냥 매정한 것이 아니라 후진국 특유의 관료주의 때문일 거다. 길에 누가 맞아 죽었다. 경찰은 범인을 잡아야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근데 범인은 못 잡겠다. 따라서 살리기 위해 도운 저 넘이라도 범인으로 삼자.


머 이런 스토리가 아니겠는가 말이다. 어이없어 보이지만 우리도 수십 년 전에는 별반 다르지 않았을 거다. 이런 상황에서 덤터기 쓴 사람을 구해내는 것,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말이 아예 안 통하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냐.


내가 지희씨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이야기다. ‘정의’라는 이름의 천칭 저울이 있다. 그런데 누군가가 양쪽 접시 중 하나에 작은 무게추를 올려 놨다. 그러면 접시는 무조건 한 쪽으로 기운다. 그 무게추가 설사 티끌만큼 작은 것이라 한들, 저울은 기울게 되어 있다.


그것을 바로 잡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좋은 것은 그 부당한 추를 들어내는 거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면? 그때는 상대방의 추와 똑 같은 무게의 추를 구해서 반대편에 올려 놓아야 한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상식으로 답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상대방의 추의 무게를 정확히 알 방법이 없다면 어떨까? 우리는 지금 네덜란드의 압력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모른다. 마리스카는 평범한 국민이었을까, 아니면 중요한 사람과 관계된 인물일까. 지수씨 말대로 대사(영사)가 직접 암스테르담에서 만나고 또 스티브와 만났다면 그 압력의 무게는 우리 상상보다도 훨씬 클지도 모른다.


이때는, 우리 역시 구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추를 가지고 가서 올려 놓는 수 밖에 없다. 게임의 공정한 룰을 저쪽에서 먼저 저버렸다면, 이제부터의 룰은 무거운 추를 가지고 가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 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만이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




정의의 여신은 공정하기 위해 눈을 가리고
무게가 정확히 맞는 빈 저울을 들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온두라스에 그녀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가족과 필자, 그리고 도움을 주고 있는 많은 문들은 지금 그 추를 키우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것은 본지의 기사가 될 수도 있고, 미국을 통해 구하는 변호사가 될 수도 있고, 방송 프로그램이나 신문기사가 될 수도 있고, 대사관이나 외교부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무겁고 크고 힘센 추는 바로 열분들의 눈이다. 이 사건을 계속 주시해 주시기 바란다. 우리 외교부가 어떤 역량을 발휘하는지 감시하고 또 수시로 촉구해 주시기 바란다. 지수씨가 앞으로 3차 히어링에서, 공판에서, 또 저 끔찍한 감옥에서 어떤 일들을 겪게 되는지, 그것이 좋은 일이던 나쁜 일이던, 눈을 떼지 마시기 바란다.


지수씨가 범인이라는 구체적인 증거가 드러나고 그래서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재판이 이뤄진다면 유죄로 판결 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런 증거가 있었다면 진작에 드러났어야 했다. 현지 변호사도 보고서를 통해 적시하듯 지금까지 나온 ‘증거’들은 유죄는커녕 구속 상태를 유지하기에도 부족한, 정황 증거도 되지 못하는 억지일 뿐이다.


그래서 다시 말씀 드린다.


이 소녀가 사람을 죽였다면 내가 전여옥이다.


...To be continued


 



딴지 논설위원 파토(patoworld@gmail.com)
              트위터: pato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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