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2009.12.02.수요일


아홉친구 


 




월드스타 비가 나온다고 해서라기보다는, 월말까지 써야 할 멤버쉽 포인트가 아까워서 뭔가 볼만한 영화를 찾던 중 <닌자 어쌔신>이 눈에 띄었다. 당일치기 예매를 하고 갔다. 루저들이나 보는 액션영화 장르여서인지, 평일이라 그런지 관객은 얼마 없었다.


 


총평을 하자면, 액션 장르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엔 한참 부족하지만(<매트릭스> <영웅본색>을 기대하지 말란 소리), 그래도 졸작은 아니었다. 특히나 비의 입장에서 보자면, 굉장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도 되겠다.


 


대개 액션영화들이 스토리나 구성에서 골다공증이 연상되리만큼 구멍이 많은데, <닌자 어쌔신>도 마찬가지다. 조엘 실버와 워쇼스키 형제가 제작자인 건 사실이나, 애초 이 영화는 저예산으로 기획된 게 아닌가 싶다. 영화에 사실감을 불어 넣어주는 배경이나 조연급 등장인물의 비중은 극도로 제한돼 있었다. 배경이 베를린인데, 거기가 베를린인지 시카고인지 알기가 힘들다. 그 정도 공간감까지 살렸다면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가 되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각 신을 이어주는 배경이 거의 보이지 않다보니, 일종의 세트장 영화 같은 느낌이 든다. 넓게 잡은 장면 나오면 CG겠거니 하면 되겠다.


 


세트장 영화라고 하니 폄하하는 것 같지만, 이런 종류의 영화에선 등장인물의 컷이 훨씬 많아진다는 특징이 있고, 따라서 연기 잘하는 배우들 갖춰지면 제법 심도 있는 드라마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닌자 어쌔신>은 액션영화고, 비가 영어 연기를 굉장히 잘하는 것도 아니니,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클로즈업 신에도 불구하고 그런 드라마를 전달해주긴 무리였다. 그렇다면 언론에 자주 노출되었던 액션 장면이 관건이 될 터다.


 


이 점에서는 <닌자 어쌔신> 제작진이나, 주인공 비 입장에서나 꽤 흐뭇할 듯하다. 분명 상당한 수준의 CG와 와이어 액션이 들어갔겠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저 정도의 몸놀림이라니, 박진영이 말한대로 비가 독종은 독종인 듯싶다. 홍콩영화의 쿵푸 액션은 합을 겨루는 현란함이 장기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영화는 소재 자체가 일본의 닌자니까 그런 액션을 도입하긴 무리다. 일본 사무라이 액션의 본질은 일발즉살이다. 여러 합 겨루지 않으며, 검이 아니라 일본도를 쓰니만큼 깊게 베는 특징이 있다. 깊게 베는 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무라이 영화에선 적의 몸에서 피를 콸콸 쏟게 하는 효과를 즐겨 썼고, <닌자 어쌔신> 역시 마찬가지다. 한술 더 떠서 아예 몸을 해체하는 장면이 초반에 나오는데, 어중간한 효과보다는 훨씬 낫다. 어차피 이런 액션영화야 루저들이 보지 어그녀들이 볼 리 없잖은가?


 


하드고어 공포영화보다 훨씬 수위가 높은(그래서 19세 이상 관람가다) 잔혹한 장면은, 어쩌면 게임의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닌자 가이덴이 가장 비슷한 장르의 게임이지만, 갈고리낫 같은 무기와 극적 효과를 봐선 갓 오브 워의 영향이 더 크지 않은가도 싶다.


 



'갓 오브 워'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무기를 잊을래야 잊을 수 없다


 


영화를 자세히 보면 피가 솟구치는 효과는 모두 디지털 블러드’, CG로 만든 피다. 때문에 더욱 게임 같기도 하고, 예전의 찐득찐득한 피분수 영화를 봤던 사람들로서는 뭔가 아쉬운 맛이 있다. 콜라를 기대했는데 콜라 라이트를 마신 그런 느낌.


 


이 영화의 최대 수혜자이며 또한 최대 공헌자라고 하면 역시 비를 꼽겠다. 만약 비가 저 정도의 액션을 직접 몸으로 해주지 않았다면, <닌자 어쌔신>은 흡사 <스파이더맨>과 같은 디지털 액션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비 덕분에 이 영화는 곡예가 아니라 진짜 몸으로 부딪치는 듯한 리얼함을 얻었다. 물론 그가 언감생심 이소룡의 지위를 얻을 수는 없겠지만, 그 장면들이 아무나 되는 게 아니란 것도 분명하다. 비는 꼭 영화배우 해먹지 않아도 되는 슈퍼스타니까, 차기작이 나올지야 모르겠지만, 만약 그가 원한다면 헐리웃에서 액션 스타 한 자리는 충분히 차지할 수 있을 거다. 이렇게 되면 정두홍과 류승완이 괜히 안스럽다. <짝패>의 된장 냄새 나는 혼합 짬뽕 액션도 아무나 되는 게 아닌데. 시장이 작은 게 한이다.


 


 


아홉친구(ninthpal@daum.net)


(사진 출처: daum 영화)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