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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3.목요일


화성




가카와의 대화가 있었던 지난 금요일, 그 며칠 전부터 기대 만빵이라는 글을 올렸던 장본인으로서의 책임감도 있고 해서 손발이 오그라드는 내복 용녀와 요리 골빈의 용비어천가까지 참아가며 끝까지 TV 앞에 앉아있었다. 굳이 소감을 말해야 한다면, 한마디로 더러웠고, 두마디로 하면 더럽고 역겨웠다.  마치 2시간 내내 남자 혼자 자위행위를  하는 영상을, 혹시나 하고 끝까지 보고난 후의 느낌이랄까.


 


덕분에 이어진 주말도 그 후폭풍의 파편에 맞아 꿀꿀하게 보냈으니, 리뷰 같은 건 굳이 쓸 필요도, 또 딱히 쓸 말도 없다고 생각한다. 뭐하러 억지로 기억까지 해내야 한단 말인가. 뿜을 일 있어?


 



사실 용녀씨는 내복 대신 기저귀 착용 여부에 대해 물었어야 했다.


가카는 어떤걸 차시나요?


 


하지만, 주말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도 뇌리를 맴돌고 있는 한가지-


 


가카는 왜 그렇게 세종시에 집착을 하는 걸까.


 


가카는 말씀하셨다. 이 우둔한 국민들아. 잘 한번 생각해 봐. 나도 그냥 원안대로 하면 속 편해. 그거 변경 한다고 나한테 떡이 생기냐 밥이 생기냐. 생기기는 커녕 욕만 먹잖아. 하지만, 그건 옳은 일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백년지대계를 위해서 내가 총대를 메기로 한거야. 나의 순수성을 믿어달라고...


 


근데 이렇게 훈훈한 얘기로만 끝난다면 너무 허무한 거 아닌가. 가카가 누구신데? 수백억대 재산가임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료를 13,000원만 내고도, 전과 14범의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을 거쳐 대통령까지 되신분이 아니신가?  우리들이 생각하듯 그렇게 띄엄띄엄한 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분명, 뭔가가 있다는 느낌은 드는데 그 뭔가가 뭔지를 모르겠으니... 여기저기 사이트도 기웃거리고 댓글들도 읽어봤지만 속시원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물론 그 중에는 수도권의 집값 폭락과 그로인한 버블 붕괴을 염려해서, 혹은 노무현 정권의 공약이었던 만큼 그 흔적을 지우고 싶었을 것이라는 글을 비롯해 쉽게 추측할 수 있는 의견이 몇가지 있었으나, 단지 그 이유만이라고 하기엔 뭔가 20% 쯤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믿었던 유시민까지도, "전에는 대통령이 세종시를 수정하려는 게 다른 뜻이 있거나, 정략적 셈이 있다거나, 또는 박근혜 전 대표가 무섭거나 그런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줄 알았는데, 이번 대화를 통해 이 대통령이 진심으로 국가를 위해서 그렇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그 진심이 자기 주관적이라는 것이 문제"라고 했으니... 정말이지 이번만큼은 가카의 진정성을 믿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래서, 모든 범죄 수사의 시작은 범죄현장에서부터 시작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가카와의 대화에서 나온 가카의 주옥같은 명언 하나를 떠올려보았다. '난 순수하다. 정치적인 야욕이나 계산이 없다. 오로지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라는 그말... 그리고 이 말들을 가카의 말씀대로 눈높이를 낮추는게 아니라 가카의 입장에 '맞추어' 보기로 했다.


 


가카에게 맞춘다는 건 다들 알고있다시피 말과는 정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촛불시위때도 국민들에게 사과한다고 하더니 국민들을 잡아넣었고, 서민정책 한다면서 부자감세를 했으니...(그런 예를 다 들려면 오늘 밤새워도 부족하니 이정도로) 하튼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약간의 실마리가 풀리는 게 아닌가. 유레카!  


 


'난 교활하다. 이번 건 오로지 정치적인 야욕과 계산때문이다. 거기에 나라와 국민은 없다.' 이게 포인트다!  





뭔 개 풀 뜯어먹는 소리야?

 


그 포인트를 근거로 해서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은 가카의 노림수를 몇가지 유추해 볼 수 있었다.(순전히 가카의 입장에서만 생각해 본 것이다.


 


먼저 시간을 한달만 돌려보자. 10월 28일날 재보궐선거가 있었고,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여권의 패배였다. 충북 음성의 경우, 세종시 문제로 어느정도 예견된 상황이었지만, 수도권인 수원에서 대패한 것과 박희태라는 거물을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텃밭인 경남 양산에서의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는 것은 가카로선 여간 신경쓰이는 사건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야당에게 의석 하나를 더 넘겨주었다는 것 때문이 아니다. 문제는 앞으로 다가올 지방선거인 것이다.    


 


노가다판에서 일하던 가카가 오늘날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 바로 서울시장이란 자리였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가카에게 서울시장을 비롯한 내년의 지방선거는 단순히 지방자치장을 뽑는 선거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지방 선거 후 남은 남은 임기 2년 반 동안 4대강 사업을 비롯하여 수많은 삽질도 해야하는데 만약 지방자치장들이 야당쪽 사람들로 채워질 경우 상당한 견제와 감시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고(자기도 서울시장 때 그랬으니까) 나아가서 그 여파가 차기 대선까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뭔가 새로운 대책이 절실했을 것이다.       


 


전임 대통령의 죽음을 바로 앞에서 지켜봤던(물론 자의에 가깝지만) 가카의 입장에서, 구린내 물씬나는 비리덩어리인 가카의 입장에서 자신의 퇴임후를 고려한다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일테고, 그렇기에 야당도 그네도 아닌 자신의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되어야만 하는 것은 당근빠딴데, 그러기 위해선 내년 6월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확실한 기반을 다져놓지 않고서는 힘들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뭔가 지금의 분위기를 뒤집을 만한 획기적인 그무엇이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세종시가 아니었을까. 


그냥 가만히 두어도 되는데 나라를 위한다는 소명의식 때문에 나서서 욕먹으면서까지 수정안을 내놓은게 아니라, 가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었기에 그냥 가만히 두지 않고 용감하게 꺼내어 휘두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가카가 이번 세종시 문제로 얻게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잃게 되는 것은?



 




기쁘다 가카 오셨네... 조만간 이런 모습을 또 볼 수 있을 듯...

 


결론부터 말하자면 얻을 것은 존나 많고 잃을 것은 별로 없다.


 


물론 이것은 순전히 가카의 눈높이에 맞춰서 꼴리는대로 생각해 본 것이기 때문에 약간의 오버나 억지가 있을 수도 있고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그냥 지나친 점도 있을 것이니, 너무 민감하게 생각하지 말고... 뭐 가카라면 그럴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으로 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먼저, 세종시 문제로(좀 더 자세히 말하면 가카와의 대화 이후) 가카가 얻게될 것들엔 무엇이 있을지 한 번 알아보자.


 


첫째, 수도권의 지지층 결집이다.




가카와의 대화에서 가카는 충청권을 유달리 강조하셨다. 충청권 사람들의 반대여론도 알고 있지만, 행정부서 이전만으론 충청권에 별 도움이 안되니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잇는 방향으로 추진중이며, 적은 이전 비용때문에 힘들것 같으니 다른 방안(돈이라도 좀 더 쥐어주겠다는 뉘앙스로) 도 강구하겠다고 했다.


 


근데 가카의 입에서 충청도가 계속 강조되다보니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괜히 손해보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행정부를  충청도로 옮겨봤자 도움될 건 하나도 없고 괜히 어렵게 장만한 집값만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들고... 화면에 나온 연기군민들의 머리띠 두른 모습도 그리 순수하게 보이지 않고......


 


전국민의 50%에 가까운 인구가 살고 있으며 여론주도층이 밀집해있는 수도권 거주인들에게 사실, 세종시 문제는 크게 와닿지 않는 문제였을 터, 그래서가카와의 대화 이전까지만 해도 이문제는 단순히 가카의 말바꿈에 대한 문제로만 비춰졌을 것이다. '아니 가카는 왜 한다고 했다가 또 안한다는 거야.하튼 정치하는 것들이란...' 하는  정도.


 


헌데 이문제가 방송이후에 갑자기 나와 결부된 문제로 와닿는 '화학적 변화'를 시작한 거다. '수도권이 왜 충청권 때문에 피해를 봐야해?'하는 막연한 피해의식과 함께...  그러고 보니 욕을 먹으면서까지 수도권의 이익을 대변해 주고있는 가카가 갑자기 이뻐보이기도 하고...


 


둘째, 박그네 세력에 대한 견제이다.




알다시피 절대로 나눌 수 없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이다. 많이 가질수록  더 갖고싶고, 한번 맛을 보면 절대로 놓을 수 없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만 열면 지분을 내세우며 권력분할을 요구하는 박그네파가 가카 눈에 이뻐보일리가 있겠는가. 먹을수도 그렇다고 버릴수도 없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


 


그런데 이번 가카와의 대화 이후로 이 박그네파가 고민에 빠졌으니, 원안 플러스 알파를 계속 요구하자니 '순수한' 가카와 대비되어 어떤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반대하는 불순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힐 것 같고, 그렇다고 입장을 바꾸자니 그동안도 여러번 말을 바꿔왔던 차에 이번에도 그랬다간 쌓아온 자신의 이미지에 기스가 날 것 같고(우직한 아버지의 이미지와도 상반되고) 한마디로 진퇴양난의 늪에 빠진 것이다.


 


더군다나 의원직총사퇴를 내건 선진당이나 전면전을 선포한 민주당에 비해 선명성도 떨어져서 충청권 민심도 얻지 못하고 있으니... 아마도 조금 시간을 끌다가 가카가 던진 떡고물을 먹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과감히 결단을 내린다는 입장표명하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게되지 않을까 싶다.


 


셋째, 모든 이목이 집중된 4대강 삽질에 대한 물타기 전략이다.




사실 가카도 4대강 삽질이 온갖 법을 위반하고 제대로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삽을 들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기도 전에 기공식부터 했으니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이 4대강 사업이야 말로 가카에겐 정말로 짭짤한 사업이며 동시에 잘만하면 청계천처럼 가시적인 업적이 될 수도 있을터(왜 비싼 로봇 물고기를 강에다 집어넣는다고 쑈를 하겠나. 가카가 직접 들어가면 온 국민들이 다 좋아할 것을...그걸로 또 얼마나 많은 뒷돈을 챙기고 싶은건지...)    


 


하여 이 부담스러운 국민의 눈을 다른데로 돌리고 싶었던 차에 좋은 꺼리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세종시 문제다. 국민의 눈을 온통 세종시로 쏠리게 해놓고 그 사이에 룰루랄라 삽질부터 하고보자는 속셈인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미리 사놓은 땅을 헐값에 기업에 매각하면서 생기게 되는 부수입도 만만치 않을 것인데 이를 다시 부족한 4대강 사업에 투자한다고 하면서 뒤로 꼬불치거나 아니면 훗날을 위해 땅속에 파묻어 둘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타이피가 아니겠나.


 


넷째, 역차별 논란을 통한 지방 여론의 변화이다.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면서 충청을 제외한 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번 일로 인해 혹시나 자기지역에 오기로 한 기업이 세종시로 가는 건 아닌지, 투자하기로 했던 기업이 더좋은 조건에 혹해서 마음을 바꾸는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 하고있는 중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큰 틀안에서 행정부의 세종시 이전에 심적으로 동의했던 그들이 이제는 자기들 밥그릇을 염려해서 세종시를 강력한 경쟁상대로 보게 된 것이다.


 


사실 지방의 이런 역차별 걱정을 일부 언론에서는 가카의 수정안에 대한 역공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 것 같은데 이건 정말 하나만 알고 둘 이상은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본다. 세종시 문제로 피해를 보는 지역이 절대 없도록 하겠다는 가카의 말씀을 통해서, 원래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받으면서도 왠지 가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게하는 효과라고나 할까. 반대로 세종시는 좀 미워보이고...





사실, 교회의 장로나 집사 정도가 가카께 딱 맞는 그릇이 아닐까...


 


이외에도 생각하면 할수록 얻을 것은 더 많아지나 정작 잃을 것이라곤 아무리 생각해봐야 몇 가지 되지 않는다.


 


그 중 한가지라고 생각하는 가카의 말바꿈에 대한 도덕적 문제제기도, 피하지 않고 용기있게 사과한 모습으로 잘 포장을 했으니 그리 타격을 입었다 할 수 없으며(그동안 가카의 언행에 비추어보면 이번 말바꿈 정도야 어찌보면 귀여운 수준일 수도 있지 않겠나)   


 


또한 충청권의 민심 역시, 지역 출신 총리라는 정운찬 카드와 끊임없이 들이붓는 또다른 물량공세로 어느정도 무마가 되었다 할 수 있으며, 이로는 도저히 부족하여 충청권 민심이 가카에게서 완전히 돌아선다 하더라도 그 표가  선진당과 민주당, 그리고 친박연대 쪽으로 골고루 나뉘어서 찢어질 게 뻔하므로, 수도권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 얻게 될 표를 생각하면 몇 배가 남는 장사임에 분명한 것이다.


     


즉, 가카에게 있어 세종시 문제는 손 안대고 코도 풀고 다른 것(?)도 풀 수 있는 꽃놀이패인 것이다.


  


물론, 이런 가카의 머릿속 그 어디에도 국민은 없다. 가카가 생각하는 국민이란 때리고 어르고 달래가면서 가르쳐야하는 우둔한 사람들이지 고려하고 존중해야 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오늘나온 뉴스를 보니 연예인과 운동선수를 동원해서 세종시를 홍보하고, 국민혈세를 퍼부어서 TV프로그램 제작하는 것도 검토중이라고 한다. 


 


국민들이 세종시에 대해서 잘 몰라서 반대하는 것이니 인기있는 사람들 좀 풀어서 홍보만 해대면 국민들이 '아니 그런 깊은 뜻이', 하고 스스로의 잘못된 생각을 뉘우치며  찬성쪽으로 기울게 될 것이라는 생각인가 본데... 참으로 그가카에 그 아랫새끼들 다운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기에, 세종시에 대한 이런 가카의 노림수는 결국 실패로 끝날 확률이 높다.




가카 딴에는 기발하고 참신한 묘안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가카의 잔꾀에 그렇게 맥없이 속아넘어갈 호락호락한 국민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이 어떤 국민들인가. 전국적 저항 운동이었던 촛불시위를 통해, 그리고 두분의 전직 대통령을 잃으면서 가카의 싸가지에 대해, 그 교활하고 약삭빠른 꼼수에 대해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있고, 그러기에 항상 두눈을 치켜뜨고 보고있는 국민들이 아니던가. 


 


지금이야 이런저런 문제들로 인해 가카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듯 보이겠지만, 그래서 가카는 가카와의 대화 이후에 잃었던 자신감을 회복하고 느슨해진 빤쓰끈을 다시 동여매고 세종시 수정안을 조속히 밀어붙일 태세지만... 글쎄... 그게 그렇게 가카 꼴리는대로 쉽게 되지는 않을 듯싶다. 


 

어쩌면 그놈의 무모한 자신감이 불씨가 되어 국민들의 크나큰 저항에 다시 한번 부닥치게 될 지도... 그래서 4대강 팔 삽으로 자신들의 무덤을 파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모든 꼼수의 끝은 늘 쪽팔리고 비참한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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