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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8.화요일


화성


 


일단 두 분의 의견을 간단히 정리해보자.


 


파토) 소녀시대는 중년의 나에게 '므흣'이 아니라 '흐믓'한 꿈이요 잃어버린 어린시절의 순정이다. 따라서 이들을 보고 흑심을 품는다는 것은 생각하기조차 싫은 역겨움이다. 게다가 이들에겐 음악성까지 있으므로 어찌 이들의 광팬이 안 될 수 있겠는가.


 


구경남) 난 소녀시대 보고 꼴리던데, 근데 그거 당연한 거 아냐? 그렇다고 내가 그녀들을 어떻게 한 것도 아닌데 왜 이상한놈 취급을 받아야하는건지...  넌 깨끗하고 난 불결해서? 웃기지마. 어차피 걔네들도 하나의 상품에 불과한 거, 각자 꼴리는대로 소비하면 그만 아냐? 그리고 음악성? 그것도 좀 그래. 그 정도 수준은 이미 10년전에도 있었던 거야.


 


뭐 대충 이정도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것도 기니까 더 짧게 한문장으로 줄여보자.


 


(파토) 소녀시대는 순수하다 <-------------------------------------------------> (구경남) 소녀시대랑 하고싶다


(이 간격 보시라. 소시 9명 다 들어가고도 남겄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동년배의 남자인 이 둘의 사이가 이렇게까지 넓게 벌어진 이유가 뭘까?


 


그 이유를 생각하다보니 둘 사이엔 공통점도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이돌빠이고, 음악적 내공도 상당하고, 딴지라는 같은 공간에서 있는 만큼 비슷한 사고관을 가졌을거란 추측도 든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모르는 차이점도 많이 있을 것이다. 이성을 바라보는 관점도 그렇고, 각자의 섹스스타일이나 성적 판타지도...


 


근데, 이 문제를 서로의 차이점으로 설명하려고 하면 너무 단순해진다. 같은 대상을 보고 누구는 순수하다고 느끼고, 누구는 꼴린다고 느꼈다. 그거, 이상한 게 아니고 너무도 당연한거야. 그러니 싸우지들 마. 끝. 이래버리면 너무 싱거워질테니까. 소금 쳐서 간도 좀 해보고 각종 양념도 넣어서 버무려도 보자. 그래야 무슨 맛이라도 날 테니까.


 


먼저 두 사람의 글 제목을 보자.


 


파토)     [종교] 소녀시대의 꿈


구경남)  [문화] 파토의 '소녀시대의 꿈'에 대한 해몽-쉴드치지마라 오해 아니고 사실이다


 


눈썰미가 좀 있는 분이라면 뭔가 삐리리 하면서 감이 좀 오시는 게 있을텐데... 그래 두 사람글 앞에 붙은 타이틀이 확연하게 다름을 알 수 있다. 파토님은 [종교]라고 했고 구경남님은 [문화]라고 했다. 그래, 아이돌그룹인 소녀시대를 다룬 글인 만큼 구경남님의 [문화]란 타이틀은 쉽게 이해가 되는데, 파토님의 [종교]라는타이틀은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다.


아니, [사회]도 아니고 [연예]도 아니고 [종교]라니...


 


물론 다른 사람이 쓴 글이라면 '잘못' 쓴 걸로 이해하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글쓴이가 파토님이라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이는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렇다면 파토님은 왜 의도적으로 글 제목 앞에 엉뚱하게 [종교]라는 타이틀을 박아두었을까?


 


그 이유를 알아보기 전에 먼저 '어느 이상이나 대상에 대한 관심의 정도를 표현하는 단어'를 최하위부터 최상위까지 분리하여 나타내보자. 뭐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겠지만 아마도 아래의 순서정도로 나열되지 않을까.  


  


무관심  < 싫진 않다  <  가끔 취미로  <  조금 즐기는 정도  <  매니아  <  빠  <   광적으로  <  종교  


  


그렇다. 종교라는 것은 우리가 흔히 쓰는 매니아나 빠, 심지어 광적인(미칠 정도의) 수준까지도 가쁜하게 뛰어넘는 최상위 개념의 단어다. 파토님은 자신의 소녀시대에 대한 애정이 종교의 경지까지 오르고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나타내고 싶었던 것이다. 소녀시대 = 하느님(더이상 그 어떤 말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구경남님의 경우엔 어떤가. 아마도 조금 즐기는 정도와 매니아의 경계쯤?...아주 후하게쳐서 매니아라고 해도 종교와는 무려 3단계가 차이가 난다. 이러니 두사람의 간극이 저렇게 쫙~ 벌어질 수 밖에.


 


다음으로 두명이 글 속에 삽입한 사진을 보자.


 


먼저 파토님글에서의 사진-




 





다음은 구경남님 글에서의 사진 -


 



 



      사람들은 달을 가르키던, 딸을 가르키던 자기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뭐, 워낙 비주얼적인 대비가 한눈에 심하게 되니까...  파토님 사진은 어쩌고 구경남님 사진은 저쩌고... 하는 구차한 설명은 사족의 사족이 될게 뻔하니까 그냥 빼고 잠시 있는 그대로의 사진을 느껴보자.


 


꼴리는가?  대부분의 평범한 남성이라면 파토님의 사진에선 안 꼴렸지만, 구경남님의 사진에선 전혀 안 꼴렸다고 말하기가 조금 거시기 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사진을 보는 남성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 대답은 정반대가 될 수도 있다. 어렸을 때부터 야동에 길들여진 남성들은 오히려 드러낸 속살들에 대해선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감추어진, 은밀한 속살들에 대한 욕망이 더 클 수도 있는 것이다. 즉, 꼴리냐 안 꼴리냐의 문제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똘똘군의 문제지 그 대상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근데 문제는 이런 걸 모를 파토님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괜히 말이 길어지니 짧게 결론을 내보자.


어쩌면 파토님은 자기가 좋아하는 소녀시대를 통해서 일부 종교인들의 맹목적인, 보고 싶은 곳만 보고자하는 편협된 시각, 그리고 속으론 호박씨 까면서 겉으론 점잖은 척하는 이중성을 비꼬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거기에 구경하던 구경남님이 제대로 걸려든 것은 아니었을까.


 


 


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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