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오 식구들의 일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다>
1. 아지오의 재기 ‘하늘이 내린 기회’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로 알려진 사회적 협동조합 ‘구두 만드는 풍경’. 자체브랜드 ‘아지오’. 재기한 지도 햇수로 3년이다.
그들의 재기는 문재인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의 임기와 함께 이뤄진다.
2010년 설립, 2013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했으나 2016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때 무릎을 꿇고 참배하던 문 대통령의 낡은 구두 밑창이 찍힌 사진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문재인의 구두’로 새롭게 조명 받았다.
문 대통령 취임 후, 2017년 5월 14일, 아지오의 구두를 재구매하려 했을 땐 이미 공장 폐업으로 구두를 살 수 없는 상황, 대통령으로부터 구두를 구입할 수 있느냐는 전화를 받은 유석영 아지오 전(그때만 해도) 대표는 “회사를 폐업해 더 이상 구두를 만들지 않는다”는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
장애인 중에서도 유독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운 청각장애인들을 고용,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좋은 뜻을 지닌 기업이 경영악화로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가수 유희열, 강원래 씨 등은 ‘구두 만드는 풍경’의 재기를 위해 두 팔 벗고 나서게 된다.
유석영 대표는 이를 계기로 다시 ‘아지오’라는 브랜드의 구두 공장을 재가동시켰다. 해서 ‘현’ 아지오 대표가 되었다. 유 대표는 아지오 펀드의 도움으로 2017년 12월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에 위치한 아파트형 공장 건물로 이사, 제법 번듯한 생산공장과 사무실을 마련한다.
성남지역 청각장애인 6명을 채용해 수제화 기술을 배우게 했고, 2017년 3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 협동조합 설립‧인가를 받아 다시 구두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2019년 2월엔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아지오의 온라인 팝업 스토어를 통해 구두를 재주문, 또다시 대통령 부부의 구두로 화제가 되었다. 김정숙 여사가 신은 블랙&화이트 투톤 컬러의 단화는 특유의 세련된 디자인과 편안한 착화감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고 아지오 여성화의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김정숙 여사의 구두와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 (우측 사진) >
3년 전, 죽지않는돌고래 편집장이 유 대표를 찾아가 만난 적이 있다. 한 번 망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기회가 찾아왔을 때의 이야기다.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기업 아지오의 역사와 기업의 오너 유 대표의 당시 생각, 기업 운영 철학이 어땠는지 당시 죽돌 편집장과의 인터뷰에 잘 나와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해당 인터뷰를 참고하면 좋겠다(아지오 혹은 구두만드는 풍경의 역사에 대하여-링크).
이제 그로부터 햇수로 3년, 만 2년 6개월을 지나 아지오를 다시 찾았다. 장인의 손길을 화면으로도 담고 싶어 영상촬영기자 좌린도 동행했다.
재기한 아지오가 어떻게 변했는지, 청각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를 최우선에 두고, 천운이랄 수밖에 없는 기회를 맞아 새 출발하게 된 아지오가 ‘청각장애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를 얼마나 이루었는지 눈으로 확인해 보자.
2. 모든 게 커졌다, 직원도 빚도
2017년 12월 새 출발 한 아지오는 2년 6개월 동안 많이 달라져 있었다. 모든 것이 커졌고, 늘어나 있었다. 우선 유 대표 포함 월급을 받는 고용인이 18명으로 늘어났고, 생산 공장도 상대원동에 위치한 아파트형 공장 건물의 5층과 10층을 임대해 쓰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넓어 졌다.
보통 회사원들의 점심시간은 정오부터 1시까지라 점심시간을 피한다고 1시 30분으로 약속을 잡고 25분경 유 대표의 사무실에 도착했으나, 공장이 불이 꺼져 있어 들어가면서 가슴이 철렁했다. 코로나19 타격으로 매출 타격을 입어 생산라인이 쉬고 있는 건 아닐까.
“공장이 불이 꺼져있죠? 아직 점심시간이 안 끝났어요. 우리가 점심시간이 1시 30분까지에요.”
유 대표의 말에 안도했다. 그렇다고 아지오가 코로나19의 타격을 안 받은 건 아니다. 전 세계 모든 기업이 그렇듯, 아지오도 코로나19의 타격을 제대로 맞고 있었다.
아지오에 오기 전 홈페이지를 찬찬히 둘러보았었다. 월간 저널처럼 인터뷰 기사가 꽤 인상적이다.
< 아지오 홈페이지 링크 >
‘아지오를 신는 사람들’ 이야기부터 꺼냈다. 다음부터 대화에 등장하는 헤는 헤르매스 아이, 유는 유석영 대표다.
헤/ 대표님 홈페이지 보니까 많이 감각적이게 바뀌었더라고요. 저널 비슷하게 이야기도 올라오던데요.
유/ 한 달에 한 편씩 제가 실어요. 이번에 올리면 24편째. 우리 구두를 신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해서 올리는데요. 언젠가 ‘사람 사는 이야기’를 책으로 하나 묶으려고 해요. 딴지에서 출판할까요? (웃음)
헤/ 아하하하하.
유/ 제가 글을 안 쓰니까 자꾸 녹슨다 해서 시작했고요. 그렇기도 하지만 홈페이지 만들면서 ‘구두가 인간적이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아예 (인터뷰를) 넣기로 회의에서 결정이 났어요. 한 분의 인물을 선정해서 계속 한 달에 한 번씩. 이번에는 내일(7일) 찍어요. 변리사분이신데요, 부자로 살 수도 있었는데요, 비장애인이시지만 의미 있게 사시는 분이에요. 그분이 5월의 주인공이세요.
< 유석영 대표 >
헤/ 그럼 대표님 아직도 여기 구두 일 하시면서 거의 기자 일 하시는 거네요? (유 대표는 한때 CBS 방송일도 했다.)
유/ 그렇죠. 손 놓고 있다 보면 (글 쓰는 것도) 녹 쓰니까.
헤/ 그럼 그분들 취재하기 위해서 직접 섭외하시고, 만나고 하세요?
유/ 네. 그렇죠. 아지오를 신는 사람들에 한해서. 직접 인터뷰하기 위해서 여수도 갔다 오고. 아지오 저널 독자들이 꽤 있어요. 앞으로 인터뷰 계획에 김미화 선생님도 계세요. 김미화 선생님은 흔쾌히 응해주셨어요. 우리가 점포가 없으니까. 걸어 다니는 점포 겸 해서 하고 있습니다.
헤/ 재미있더라고요. 퀄리티가 꽤 높더라고요. 사진 디자인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대표님! 죄송하시지만, 기사는 쓰시면 어떻게 보세요? (유 대표도 시각장애인이다.)
유/ 음성으로 들어요.
헤/ 대표님이 기사 다 쓰시고, 감수까지 하시고, 올리는 건 다른 분들이 하시고요?
유 / 그렇죠. 토끼가 1개월에 한 번씩 새끼를 낳을 수 있어요. 임신 기간이 31일이에요. 우리 아지오 저널이 딱 그거에요. 한 달에 한 번씩 그렇게 하나를 낳아서 산고를 겪는 거죠.
헤/ 죽돌 편집장과 처음 인터뷰했던 2017년 5월하고 지금은 어떤 변화가 있어요?
유/ 죽돌 편집장이 인터뷰 왔을 때는 우리가 샘플을 기부받아서, ‘우리가 이러이러한 제품들을 만들겠다’해서 펀드 받고 하는 초창기, 완전 초창기였죠. 펀드 받아서 그다음에 이거(사무실과 공장) 계약하고, 기계 사고, 그다음에 청각장애인들 직원들 면접하고. 그 단계. 아예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할 때였죠. 지금 있는 것들은 다 플러스죠. 빚마저도 플러스죠.
곁에 인터뷰 지원을 해주고 있는 경영지원팀의 손민희 과장도 그때 개원멤버냐고 물으니, 손 과장은 아지오의 식구가 된 지 1년 됐다고 한다. 기업의 철학과 가치에 동의해 아지오의 식구가 되어 지금까지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기업이 늘고, 커나가는 재미도 있지만, 현실이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3. 새로운 시련, 코로나19
유/ 코로나나 이런 바이러스들이 오지 말아야 하는데... 오니까... 직원들 18명이 먹고 사는데.
헤/ 18명이요? (놀람) 직원만?
유/ 네. 청각장애인 10분, 지체장애인 1분, 그다음 공장에서 치프(Chief)가 2분, 나머지 지원부서, 그리고 저까지 해서 18명이 돈 받고 일해요.
헤/ 많이 늘었다.
유/ 지금은 엄청난 숫자가 늘었죠. 그래서 많이 벌어야 해요.
헤/ 대통령이 여기서 맞추고, 이효리 씨도 계속 모델 해주시고, 유희열 씨도 그렇고. 유명해지셨는데, 그때하고 지금하고 소비층이 어느 정도 늘었어요?
유/ 초기에 사실 우리가 물량을 많이 만들어 팔았으면 떼돈을 벌었을 거예요. 근데 저희가 이 회사 망하기 전에도 설립할 때의 이념이 청각장애인의 손을 거친 거여야만 된다. 그래서 대통령님으로 인해서 한창 유명했을 때는 수원 우리 사무실로 사람들이 일도 못 할 정도로 찾아오고 그랬어요.
돈도 가지고 오고. 사겠다고 같이 일하자고 하고. 그때는 했으면 돈 좀 벌었죠. 우선 돈 좀 만들어서 그 돈으로 공장을 만들었으면 꽤 벌었겠죠. 그때는 정말 사람들이 으쌰! 으쌰!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실제로는 좋아하는 것과 거래하는 것의 차이는 또 커요. 많은 분이 좋아는 해주시긴 했는데, 실제로는 고객으로 맞이하고 그분들이 우리와 함께 하는 이런 과정들은 생각보다는 우리가 계획했던 만큼의 속도하고는 반비례해요. 18명이 일할 수 있을 만큼의 지출을 해야 하는데, 버는 돈이 그만큼은 아직 못 따라와요.
기업이 특수 목적이 아니었다면 꽤 부자가 됐을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이 기업 자체가 청각장애인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기술을 전수하고 고객들 한 사람 한 사람 발을 재서 한다는 이런 모티베이션이 있었기 때문에, 많이 왔어도 초기에는 일을 못 했고, 지금은 (여력이) 갖추어졌지만, 이젠 그만큼의 소비자층들이 쉽게 많아지지 않는 그런 문제가 있어서 고생을 많이 하는 편이죠.
헤/ 지금은 어느 정도 (주문이) 밀려들어도 감당할 정도는 되는 거예요?
유/ 그렇죠. 팀워크가 잘 짜여 있고, 특히 청각장애인들이 애초부터 구두 하셨던 분들이 두 분 정도 돼요. 그리고 나머지 분들은 거의 여기 와서 구두를 처음 하시는 분들이라, 가르쳐 가면서, 교육하면서 배웠기 때문에 그때 당시에는 상당히 두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분업화된 상태에서 자기 자리에서 맡겨진 일들을 매우 잘하죠. 충분히, 이제 우리가 만들 준비는 돼 있죠.
식구도 늘고, 지원하는 분들도 계시고, 지금 만들어 판매하는 구두는 몇 종이나 되느냐고 물어보니, 손민희 과장이 “바깥에 따로 구두 진열실이 있다”며 “거기서 보여드리면서 설명해드린다”고 한다. 시스템이 갖춰진 회사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느꼈다. 대표실 유리창으로 스미는 5월의 햇살이 무엇보다도 밝았다. 유 대표와 손 과장의 은은한 미소 만큼이나.
< 경영지원팀 손민희 과장 >
4. 수어 통역사가 상근하는 공장 풍경
근로자의 대부분이 청각장애인이다 보니, 의사소통을 위해 수화 통역사를 두고 있다.
헤/ 지금도 통역하시는 선생님 계세요?
유/ 네, 통역하시는 선생님 계세요. 상근하세요. 저희가 아침에 스탠딩 회의를 하는데요. 그때부터 일상생활 그리고 근로자들 (휴일 정하는 것) 전날 쉬는 것까지 등등 다 소통하도록 통역하죠.
헤/ 이제는 그분들하고 많이 적응하셨어요? 처음에는 문 닫는 소리도 너무 크고 해서 놀라셨다고 하더니.
유/ 예! 그건 옛날에 캠프 갔을 때. 그 기사 읽으셨구나(죽돌이너뷰를 말한다). 제가 그 말 하고 반성을 했어요. 제가 그때 사실은 조금 더 투정을 부렸죠. 저녁에 잠 안 자고 돌아다니는데. 저 사람들이 문화인이 아니구나! 무슨 저런 사람들이 있어! 그랬는데 그분들이 귀로 소리가 체크가 안 되니까.
평소 문 세게 닫고 발 쿵쿵거리는 건 우리한테는 아무 의미가 없었던 거죠.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 제가 반성했어요. 아, 안 들리기 때문에 소리로 비롯되는 것들은 잘못하고 있구나! 이제는 뭐 서로들 잘 알아요. 얼굴만 봐도. 자주 여기서 갈등도 생기고 일하다 다투기도 하고 그래요.
헤/ 어디나 조직은, 다 그렇죠.
유/ 다투고 나면 재밌고, 문제 한번 해결하면서, 또 그렇게 살아가는 거죠.
헤/ 요즘은 고학력자들도 그렇고, 취직자리도 없고 힘든 시기인데, 역시 고용해서 기술도 양성해주시고. 어떻게 보면 여기가 희망의 제작소 비슷하네요?
유/ 그게 맞는데요, 그러려고 했고, 앞으로도 그래야 하고요. 이 회사가. 그러니까 그거 아니면 우리는 존재 의미가 없어요. 그래서 이분들도 월급을 좀 많이 받아서 실제로도 경제적으로도 많은 보탬이 되고, 사회에 이바지가 되고, 국가에 세금도 많이 내고 이런 단계까지 가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아지오의 직원들은 8시 50분까지 출근해서 5시 50분까지 일한다. 10분 차이로 회사 앞 도로 사정이 천지 차이로 달라져, 그렇게 출퇴근 시간을 조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매일 아침 스탠딩 회의를 통해 어제는 얼마를 벌었고, 얼마를 썼고, 얼마를 만들었고 하는 내용을 공유한 뒤 파이팅! 외치고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헤/ (그동안 아지오 구두를 문 대통령 내외뿐만 아니라) 공무원, 국회의원분들도 많이 이용하셨던데요?
유/ 많죠. 이번에 (4.15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당선되신 분들도 많고. 구두 신어서.
헤/ (하하) 그럼 민주당 쪽에 주로 많이 해주셨어요?
유/ 민주당에 많이 했죠. 그런데 민주당에 다 하는 거 같죠? 주광덕 의원도 우리 고객이에요. 이번에 떨어졌지만.
헤/ 그러게요. 김용민 변호사한테 떨어졌네요.
유/ 네네. 구두 한번 맞춰드렸었죠. 두는 누구한테나 다 팔아야 해요. 구두는 이념이 다르다고 판매 안 하는 게 아니에요. 하하.
헤/ 그렇죠. 상업은 이윤이 최고죠 일단.
유/ 그럼요. 장사치들은 그래야죠. 10원을 보고 천 리를 간다고 하잖아요.
구두와 이념 이야기를 하다, 구두진열실과 구두수선 하는 준비실을 둘러보기로 했다. 이 회사는 각 영업장, 사무실마다 “뭐, 뭐 해서 좋으리”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예를 들어 공장은 “만들어 좋으리”
10층 회사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오른 편에 아지오에서 판매하는 구두들이 한쪽 벽면에 모두 진열되어 있다.
정 중앙 바닥에는 발 모양과 사이즈를 맞추는 장소가 있고, 발 모양 그리는 종이와 자, 펜이 놓여 있었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진행자 김현정 씨가 아지오 단화를 신은 포스터와 개그우먼 김지선 씨가 기본 펌프스 구두를 신고 환하게 웃고 있는 포스터, 이효리‧이상순 부부가 커플 화를 신고 미소 짓는 큰 포스터가 눈에 띈다.
아지오의 구두는 주문이 들어오면 맞추는 수제화다. 그러니까 똑같은 모양은 있어도 똑같은 사이즈의 구두는 나올 수가 없다. 사람마다 제각각 발의 모양, 특성이 다르므로. 그래서 이곳 아지오는 발 모양이 기성화를 신을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한 구매자들이 많이 이용한다.
예를 들어 기장은 260이더라도 발등이 높거나, 발볼이 두툼해 기성화를 신으려면 두 사이즈는 뛰어넘어야 하는 소비자들이 찾아온다.
10층 대표실과 경영지원실, 제작실 옆 공장은 주로 남성화를 제작한다. 10층 공장에 들어서자마자 유동술 통역사님이 찾았다. 아지오에서 일한 지는 어느덧 1년 5개월째다. 이 공장에 오기 전에는 청각장애인들 근로 지원 일을 했다고 한다.
헤/ 여기는 공장이라서, 통역할 때 다른 데와는 다르게 전문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용어들이 따로 있을 거 같아요. 예를 들어, 구두 관련 용어. 그런 거 처음에 표현하실 때 어렵지 않으셨어요?
유(유동술 통역사)/ 아뇨. 제가 사실 수화통역을 하기 전에 구두 일을 했어요. 성당에서 농아분들 통역하는 거 도와주고 그러다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어서 한 거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통역사님과 짧게 대화를 마치고 유석영 대표와 처음 아지오를 시작했던 시절부터 함께한 안승문 공장장이 마침 수리 맡긴 구두 고치는 일을 마치길 기다리는 동안, 손민희 과장에게 물었다.
헤/ 유 대표님께서는 여기 직원들 면접하실 때 가장 중점을 두고 물어보시는 거 있나요?
손/ 약간, 마인드라고 해야 하나? 실력 이런 거보다는 사람 됨됨이 그런 걸 보시는 거 같아요. 얘기했을 때 서로 약간 느껴지는 것들 있잖아요.
그리고 안승문 공장장은 아지오가 새로 오픈하기 전 처음 파주에서 아지오를 시작했을 때부터 유석영 대표와 함께해 유 대표와 좀 더 각별하다는 팁도 주었다.
5. 청각장애인 장관, 국회의원은 없다!
때마침, 일을 마치고 다가온 안승문 공장장에게 유 대표와 함께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간 소회가 어떠냐 물었다.
안/ 어려움도 많고, 보람된 것도 많고 그렇죠.
헤/ 많이 어려운 것은요?
안/ 이분들이 꾸준하게 일을 많이 하면 되는데. 우리가 매장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어려움이 많죠. 이분들이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하지만. 일이라는 게 제품을 만들고, 판매가 돼야 이분들도 생활을 하는데, 아직은 좀… 소비자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죠. 아는 사람들은 아는데 홍보가 좀 미흡해서.
< 안승문 공장장 >
간절히 일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헤/ 매출의 안정성이 가장 문제군요. 그래도 지금은 기업이 특별히 지향하는 가치 때문에 많은 분이 알고 계시지 않아요?
안/ 파주에 있을 때와는 시스템도 다르고. 여기서는 아지오, 구두 만드는 풍경 이미지도 살리면서 활성화를 하려고 했는데. 올해는 코로나19가 1월 말에 시작이 돼서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우리가 출장도 많이 다니고 해서, 손님들하고 접대를 많이 해야 하는데 올해는 전혀 못 하니까. 1월 초에는 출장도 다니고 했는데. 2월 말부터 걸려서 못 나가고 있어요. 확실히 방문 맞춤도 많이 줄었죠. 작년만 해도 손님들이 찾아오시는 분도 많았고, 올해는 구정 쉬고 바로 이렇게 되니까, 우리 같은 경우는 손님 타격이 크죠.
헤/ 아무래도 그렇겠다. 숙련공분들도 계시지만 처음부터 교육시켜 가면서 해야 하는 분들하고는 아무래도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으셨을 듯한데, 어떻게 해결하세요?
안/ 처음 파주에 있을 때는 수화를 사투리로 좀 배웠어요.
헤/ 수화 사투리요? 수화 사투리는 어떻게 하는 거예요?
안/ 저는 책과 인터넷을 보고 맞다, 안 맞다, 기다, 아니다, 틀리다, 이런 걸 좀 배웠죠. 그리고 구두에 대한 언어만 좀 해서 이분들하고 일하면서 잘못된 부분, 잘된 부분 지적하는 건 할 수 있는데. 비장애인하고 하듯, 장난도 하고, 농담도 하는 그런 단계는 아니죠.
헤/ 그래도 보람 있으시겠어요?
안/ 보람보다도. 저희 부모님이 돌아가셨지만, 이분들하고 똑같은 청각장애인이셨어요. 나도 엄마, 아버지 아니었으면 이분들과 소통이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느껴요. 저희 아버지 때는 수화가 없었어요. 저희 아버지 때도 그랬지만 지체장애인, 시각장애인, 무슨 장애인 하는 이런 분들 다 장관, 국회의원 했어요. 지금도 하고. 그런데 청각장애인만 없어요. 세계적으로. 천대를 받는 게 장애에서도 청각장애에요.
헤/ 장애 중에서도 가장 슬픈 게 시작 장애로 알고 있었는데.
안/ 청각장애인만 모든 직위에 없어요. 휠체어 탄 국회의원도 있고, 장관도 있는데, 청각장애인만 없어요. 이분들이 제가 못 알아들으니 눈치로 파악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자신들이 이해하는 부분에 대한 확신이 약해요. 서로에게 완벽하게 확신할 수 있는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6. 메이커 말고 제품을 봐달라
헤/ 대통령님 구두 만드셔서 유명해지셨는데. 대통령님 구두를 만들 때 발 편하시라고 구두 굽을 가죽으로 하고, 가벼우라고 구두 굽 안쪽은 다 파냈다고 하더라고요.
안/ 우리 신발이 무겁지 않아요. 안쪽이나 바깥쪽이나 천연 가죽으로 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흰 양말이나 뭐 그런 거 신으면 물이 빠져요. 그런데 처음에 제가 여기서 할 때 합피로 하려다가, 이분들(청각장애인들)이 하는 거 고급화하지 않으면 이분들이 욕먹을 거 같았어요.
파주서도 그런 소리를 제가 들어서요. 장애인들이 뭐를 하느냐? 이런 소리를 들은 적도 있고. 그래서 제가 파주서부터 고급으로 승부를 걸은 거예요. 우리는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했는데 금0은 100년 역사를 가지고 있고, 에0000 50년, 엘00 50년 이렇게 됐는데, 이런 데와 싸워서 이기려면 고급화밖에 없다 생각한 거죠.
헤/ 다 천연가죽이면 보관을 잘해야겠네요? 비 함부로 맞고 그러면 안 되겠어요.
안/ 그런 건 상관없는데. 대개가 소비자들이 구두를 다 구두약으로 닦잖아요? 구두 수선방에서 구두약으로 싹 광내고 하잖아요? 저도 예전에는 금0, 엘00 있을 때는 구두약으로 닦아 보관하시라고 했는데, 지금은 제가 막아요.
헤/ 그럼 뭐로 닦아야 해요?
안/ 손에 바르는 핸드크림이 젤 좋아요. 옛날에는 구두를 번쩍번쩍하게 닦았잖아요? 지금은 그렇게 광내는 사람은 없어요. 천연 소가죽, 자연 그대로 신으려고 해요. 은은하게. 그러다 보니 여기다가 핸드크림을 발라주면 광이 은은하게 나요. 이게 핸드크림이 식물성이에요. 가죽은 동물성이고. 식물하고 동물성이 안 맞을 거 같아도 잘 맞아요.
헤/ 공장장님 구두 밥 몇 년이세요?
안/ 13살부터 했어요. 62살이니까 49년이네.
헤/ 처음 시작할 때는 유명한 브랜드 제화에서 시작하셨어요?
안/ 첨에 양화점부터 시작했어요. 양화점도 했었고.
헤/ 양화점 오랜만에 들어본다. 진짜 장인이시네. 그럼 공장장님 말고도 함께 했던 구두 장인이 아직 많이 계세요?
안/ 지금은 구두 기술자들이 몇 명 없어요. 혼자서 구두의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는 숙련공들이 몇 분 없어요. 죽었든가, 손을 뗐던가 그래요. 지금 국내에서는 수입화가 밀려 들어오다 보니까. 다 떠난 사람들이 많아요.
홈쇼핑 보면 7만 원, 10만 원, 13만 원, 15만 원, 18만 원 그런 제품을 내놓는데. 그게 중국, 베트남, 인도에서 완제로 해서 들어올 때 얼만데요. 열 배 남아요. 그런데 천연 소가죽이다, 뭐다 광고를 하죠? 우리가 한번 딱 보면 알아. 가죽 가지고 나한테 장난치는 사람 별로 없어.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언제서부터 그렇게 됐는지 잘 모르겠지만, 메이커 쪽으로 빠졌어요. 메이커 하는 사람들은 합피를 써도 메이커야. 인조를 써도 메이커야. 우리가 에이급 쓰고 좋은 걸 해도 아직은 몰라요. 차이가 커요. 그런데 우리 아지오가 매장도 100개, 200개 된다면 금방 퍼져요.
그런데 매장이 없어서 우리가 발로 뛰어 되는 거잖아요. 우리가 보따리 장사라고 할까. 그러니까 소비자들이 아직 모르고, 장애인들(이 만드는 구두), 대통령 신발 이렇게밖에 몰라요. 신어 본 사람들은 좋다고 하지만, 말만으로는 (더 많은 소비자에게) 가다가 서더라고요. 국민들이 (유명한) 메이커만 찾지 말고 한번 제품 자체를 봐주셨으면 해요.
안 공장장님의 안내로 5층에 위치한 여성화를 주로 만드는 공장으로 가보았다. 거기서도 40년 이상 구두만 만든 구두장인 세 분이 열심히 기계를 돌리고 망치질을 해가며 여성화를 만들고 있었다.
여성화만 40년을 만들고, 그 기술로 일본에서 10여년 간 근무하기도 했던 김용진 과장이 이곳 5층 공장의 팀장을 맡고 있었다. 김 과장도 2017년 12월에 유석영 대표가 새로 아지오의 문을 열 때, 스카우트한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구두 장인이다.
헤/ 안녕하세요. 여성화를 만드셔서 그런지, 작업하시는 모습이 고우세요.
김/ 하하하. 여화는 예술이잖아요!
헤/ 그렇죠. 저도 구두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어떻게 여화만 계속하신 거예요?
김/ 첨에 배울 때 여화를 배웠기 때문에, 여화만 하게 된 거죠.
<여성화 담당 팀장 김용진 과장 >
헤/ 40년 (구두일) 하시면, 구두 신다가 ‘어디가 고장 났으니 고쳐주세요’하고 오시는 분들 구두만 봐도 이 사람 발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걸을 때 어떻게 걷는지 대충 짐작하세요?
김/ 그렇죠. 그리고 또 우리는 직업이 이거라 옷을 잘 입은 사람이 지나가면, 신발부터 보죠. 저분이 옷은 잘 입었는데 신발은 뭘 신었을까. 기성화를 신었다면 별로죠. 옷은 메이커를 잘 입고 신발은 기성화 신으면 그건 좀 밸런스가 안 맞아 보여요.
김 과장도 아지오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은 장애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업의 정신 실현이라고 한다.
김/ 우리 사장님이 장애인들 일자리를 만들어주잖아요. 거기에 큰 보람을 느끼고 하는 거죠.
7. 전국 팔도 찾아가는 서비스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 상당히 성가시게 한 뒤 다시 10층 유석영 대표실을 찾았다. 어느 곳이나 소규모 기업 대표의 가장 큰 업무는 영업이다. 그 사이 유 대표는 전화로 열심히 영업 업무 중이었다. 유 대표도 영업을 가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고 있어 방문 영업이 쉽지 않다.
헤/ 여기는 맞춤 제작 구두라서 코로나 때문에 특히 타격을 입는다고 하더라고요.
유/ 그렇죠. 출장도 못 가고. 우리는 아파도 아프단 소리를 못해요. 왜냐면 우리가 아프면 대통령님도 아프니까. 굉장히 소리 없이 많이 끙끙 앓았죠. 하하하. 그래도 좋아지면 또 뛰어다녀야죠.
헤/ 주로 영업은 어디로 다니시는 거예요?
유/ 기업체들하고 교섭을 좀 하고 또 살만한 사람들 그리고 이미 주문하신 분들 발 (치수) 재는 데 따라오신 분들, 그분들 부추기고 해서.
아지오는 요청이 있으면 전국 어디든 찾아가서 발 사이즈를 재고 맞추는 출장 서비스를 나간다. 아지오 홈페이지 첫 화면에 뜨는 팝업창에는 각 도별로 출장 나가는 일정을 공지해놨다.
서울/경기는 주 1회, 매월 첫째 주는 충정도, 둘째 주는 전라도, 셋째 주는 경상도, 넷째 주는 강원도로 출장 실측을 나간다.
헤/ 출장 실측은 어느 한 장소 잡아서 가는 거예요?
유/ 아뇨. 있는 대로 다 가요. 바보 같은 걸 하고 있는 거죠. (고객이) 직접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발을 재는. 어디든지 출장비가 3만 원이에요. 전라도에서 신청하든, 경상도에서 신청하든. 근데 그건 사실 처음부터 비싸게 받고 잘 만들어 줬어야 하는데, 초기에 3만 원 받아서, 손해가 돼도 못 바꾼 거죠. 주말에는 이쪽으로 좀 많이 재러 오세요. 얼마나 고마워요. 오시는 분들이. 그렇게 살아요, 우리는.
헤/ 어디나 대표는 영업하시느라 너무 고생하죠.
유/ 네. 장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봐요. 저 같은 사람은 참.
헤/ 그래도 이렇게 크게 벌리셨잖아요.
유/ 감성적인 사람은 장사하는 게 쉽지 않아요. 물론, 감성경영은 해야겠지만 장사는 이성적이어야 하잖아요. 반드시 이익이 나야하고. 분명하게 전쟁터에서는 이겨야 하는 건데. 머뭇거리고 항상 판단력이 둔하니까 아무래도 쉽지 않죠.
헤/ 대표님 여기 열여덟 분의 직원이 계시잖아요? 면접 볼 때 주로 뭘 물어보셨어요? 뭘 보셨어요?
유/ 청각장애인 직원들은 정말 일을 하고 싶냐? 그리고 오랫동안 할 것이냐? 그리고 잘 우리랑 협업할 수 있느냐, 이 정도 수준이고요. 일반 지원부서 분들을 뽑을 때는 회사의 이념과 철학을 충분히 공유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고. 제가 그랬어요. (내가) 혹여 편파적일 수 있다, 청각장애인들한테는 제가 조금 더 잘해줄 수 있고, 여러분들에게 조금 더 손이 못 미칠 수 있는데 거기서 삐지면 안 된다, 그랬죠.
헤/ 하하하하.
유/ 그렇게 하고 이제, (안) 공장장님은 저랑 파주에서 같이 했던 분이라, 때로는 망치를 던지고 가기도 하고 오기도 하고 그런 상태라, 이제는 ‘당신이나 나나 여기서 뼈 묻어야 된다’ 그랬고. 뭐 그런 거죠.
그렇게 말하는 유 대표의 표정은 힘든 와중에서도 해맑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유/ 아침에 (직원들) 출근하는 모습 보면 그 전날 힘들고, 하루 종일 돈 때문에, 여러 가지 제품 만드는 거 때문에 각박해 있다가도, 저분들이 달려오는 모습, 좋아하는 모습 그리고 여기가 자기 회사라는 자부심을 느끼는 것을 보면, 저도 자부심이 느껴져 반드시 일을 해야 된다라는 힘이 또 생기거든요. 지금은 워낙에 자기 회사라는 소속감이 커졌고, 퇴근할 때 장난치고 놀고 그런 정도의 관계가 된 거죠.
아지오는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출자한 조합원들 관리도 대표의 몫이고, 연말에 사업 보고도 빼놓지 말아야 할 업무다. 아지오에도 36명의 조합원이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은 배당금이 없다. 순전히 아지오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좋은 마음으로 출자한 사람들이다.
유 대표는 연말에 그 출자자들에게 밝히는 초라한 성적표가 못내 ‘죄송하다’고 하였다. 그래도 ‘잘해보자!’, ‘노력하자!’라고 응원해주는 출자자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면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기도 하였다.
헤/ 말이 쉽지, 어쨌든 편견과 싸워야 하고, 신뢰를 쌓는 것도 그렇고 어려우셨을 거 같아요.
유/ 이미 특히 메이저급들이 시장에서 충분히 거래를 형성하고 있고, 특히 또 그들의 조직화된 힘도 굉장히 크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굉장히 빈약하고 이름 하나로, 이슈 하나로, 이념 하나로, 청각장애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이런 것들 때문에 어떻게 보면 시장에서 싸우면 이길 수 있는 확률은 되게 낮어요.
그리고 또 제가 아무런 재료를 가지고 안 만들고 나름대로 좋은 재료로 소비자들의 발 건강을 책임진다는 그러한 굉장한 사명감이 좀 있어요. 그런 것들을 다 포함해서도, 실제로는 이익이 나야 하고, 또 회사가 지속성을 유지해야 하고 그런데 상당히 아픈 부분이 참 많아요.
초기에 모집한 펀드를 지금 갚는다고 많이 갚았는데요. 펀드는 갚았는데 돈을 또 빌려서 막고 이렇게 해야 하니까 초기에는 우리가 조합원을 설립할 때에는 꽤 많은 고객이 우리를 지지를 많이 해주셨는데도, 회사의 이 구성원들이 함께 살 수 있는 만큼의 비용 산출이 안 된다는 것은 상당한 딜레마죠.
어쨌든 신제품도 개발해야 하고 이런 과제들이 더 커요. 아까 말씀해주신 편견이나, 냉정하고, 치열한 관계, 이런 것은 이제 우리는 어느 정도 몸에 배었어요. 그리고 또 한 번 망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가지고 편견을 들이댈 건 아닌 거 같아요.
대표가 능력이 있느냐, 아니냐를 가지고 따져야지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님이 얼마나 멋지게 응원을 해주셨는데, 거기서 편견이라는 말이 나올 수 없고, 또 어떤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여건이 어려워서 못한다는 것은 좀 더 치사하고. 중요한 건 우리가 시장 쪽에 파고들어서 좋은 제품으로서, 구두로서 인정받는 기업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속도가 굉장히 느린 데다가 이런 역병까지 도져 버리니까 저희가 상당히 어려움을 겪죠.
8. 청각장애인 고용 30명까지 늘리는 게 목표
헤/ 전 세계적으로도 (모두가) 힘드니까 이 시기를 좀 잘 버텨내기만 하면 되실 거 같아요. 앞으로 기업인으로서 어쨌든 식구도 늘리고 대표님께서 늘 철학으로 삼으셨던 장애인 일자리 창출 이런 것도 실천해 나가고 계시는데요. 그래도 어느 정도까지는 (좀 더) 미쳤으면 하겠다는 모습, 그림 있으세요?
유/ 애초에 그림을 그릴 때 청각장애인이 만드는 구두였고, 그리고 거기에 숫자가 포함되어 있었어요. 30인. 그러니까 30가정이 되겠죠. 30가정을 이룰 수 있을 만큼의 규모를 가져야겠다는 게 기본 목표였어요.
그래서 저희가 첫해에 후반부에 열 분의 청각장애인들을 모셨어요. 사실 그때 당시에 조금 절제를 했어야 하는데, 그래도 열 분 정도가 계셔야 기업의 규모나 분업화된 라인 형성도 맞기 때문에 했죠. 그래서 당연 그 목표를 향해서 절치부심해야죠.
헤/ 청각장애인 30명까지 더 고용하겠다?
유/ 그렇죠. 거기서 플러스알파가 붙으면 또다시 일자리가 커져가겠죠. 많은 사람이 응원해준다면 일하는 숫자가 늘어나겠죠. 요즘 4차 산업이 상당히 유행처럼 번지고 굉장히 글로벌화가 됐는데. 이번에 코로나 오니까 4차산업도 글로벌화도 다 꼼짝 못 하더라고요.
저희는 역주행 산업이에요. 왜냐면 고객들은 손으로 만들었을 때 가장 편하다고 하거든요. 기계를 최소화시켰을 때. 그리고 앞으로도 더 발전하려면 계속해서 더 손을 사용해야 하죠. 손을 사용한다는 것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이에요. 그래서 이 산업이 고용 창출은 당연히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산업이죠.
4차 산업은 사람을 쓸 수 있는 일이 적어지잖아요. 우리는 역주행을 해요. 어떤 상황 속에서라도 손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명품, 그것이 모든 국민들의 발 건강에 직결된다. 이렇게 봤을 때 그건 뚜렷하게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청각장애인 분들 30분 정도가 기본적으로 일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발 건강에도 우리가 기여를 해야 한다.
그리고 특히 이번 정부가 3주년을 맞이하잖아요? 벌써. 같이 성공해야죠. 얼마나 대통령님 뜻이 좋아요. 그 뜻이 신발에 깃들어져서 참 이 세상이 공정, 평등 이런 것들이 물 흐르듯이 흐르도록 저희가 거기에 작게라도 같이 나가는 것이 목표죠.
헤/ 30명 고용목표 언제까지 이루고 싶으세요?
유/ 작년에는 고용을 못 늘렸어요. 올해는 한 열 분 정도 늘리고. 제 계획으로는 앞으로 대통령님이 멋지게 (임기) 레이스를 끝낼 즈음이면, (저희도) 그 정도 수치에 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왜 그러냐면 마냥 우리 바람이 아니라 벌써 1차적으로 오신 분들은 숙련돼서 잘하고 계시거든요. 그간에 많은 고객들이 지금의 속도보다 조금 빠르게 늘어난다고 생각해요. 그 수치하고 시기하고 이게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그 정도 되지 않을까. 그때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9. 아지오의 존버를 응원합니다
헤/ 아지오의 기업 정신도 그럼 더불어 함께?
유/ 네, 그럼요. 이미 망해버렸던 일이고, 다시 일어설 수 없었던 일이잖아요. 저는 꿈에도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지요. 그냥 대통령님이 처음에 좋은 마음으로 사주시고, 성공합시다! 이렇게 말씀하시고. (처음 18대 대선에 출마하셨을 때는) 박근혜한테 졌기 때문에 가슴만 아프고 말았는데. 세상에! 그렇게까지 아끼고, 사랑했고 또 취임하시자마자 (저희 아지오를) 찾았던 것이죠.
이 구두 다시 맞춰 신겠다고. 그게 사람들한테 형식적이나 가식적으로 보일 수가 없는 거죠. 그것이 또 가장 우리나라에서 노동시장에 진입이 쉽지 않은 청각장애인의 몫으로 남았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이에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업으로, 저분들이 또 언어 자체가 손인데, 그 손이 주는 아름다움이 기술로 이어지고 그런 모든 것들이 아마 우리나라 후대에도 잘 이어졌으면 하는 책임감이 참 저희한테 커요.
재정적으로는 겉표면에 나타나진 않지만, 어느 날은 지옥 가고, 천국 가고 할 정도로 그렇지만 변함없이 사랑해주는 고객들이 있고, 잘 견뎌봐야죠.
헤/ 존버! 대표님 왜 하필이면 구두셨어요?
유/ 그게 사실 알고 시작했으면 그거 안 했을 거예요. 80년대 중반에 엘00도 가 보고 에0000도 가보고 했는데 그때 청각장애인들이 일을 되게 많이 하고 있어요. 생산직의 40%는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죠. 우리가 신는 신이 농아인들이 만들었던 것이라는 걸 알았는데, 잊고 살았죠.
근데 제가 복지 관장할 때 청각장애인들 일 관련해서 알아보려고 (그때 구두공장에서 일했던 청각장애인) 이분들을 찾아보니 안 계신 거에요. 직접 생산을 안 해서 일을 그만두셨거나, 실직하셨거나. 그런데 제가 믿는 것은 이분들의 기술력이에요. 굉장히 잘 만들었거든요.
그러면 될 것이라는 우매한 생각이었죠. 시장이 어떻고, 소비자들 선호도는 어떻고, 이런 거 조사도 하나도 안 하고 청각장애인들 기술력이면 되려니 하고 시작했죠. 아주 바보 같은 시작이었죠. 그런데 정말, 신발 힘들어요.
우리나라 신발 시장이 다 무너졌다고 봐야 해요. 성수동 그렇게 많은 돈을 갖다 부었는데도 못 일어나고, 지금 굉장히 휴업 한데가 많고 그래요. 우리나라 신발들 전부 해외에서 많이 만들어와요. 비용이 훨씬 싸게 먹히니까.
신발은 또 특허나 이런 게 없어요. 하나 잘 팔리고 나면 그 회사나 이 회사나 전부 대동소이해요. 창 같은 부품들은 특허가 있는데, 완제품은 특허가 없어요. 굉장히 난해하고 기술자들도 많이 없어서, 굉장히 그런 부분까지도 어려운데, 저분들이 잘 해낼 것이라는 것 외에는 생각을 안 하고 (시작)했으니, 이런 고초를 겪는 거죠. 그래서 폐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주된 요인이 되었고. 지금이야 신발이 사양 산업처럼 되어 버렸는데.
그래도 고객들의 만족도가 수제화에서 나타나는 것을 보고 남이 포기한 것들, 남의 것을 뺏어서 하는 게 아니라 버려진 것을 다시 재생시켜서 한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좀 있고, 그것은 우리가 처음부터 그렇게 하려고 한 게 아니라 하다 보니 뜻을 발견한 거죠. 그런 부분들 때문에 구두가 주는 의미는 그런 거죠. 뭐.
구두가 주는 의미를 끝으로 유석영 대표와의 대담 그리고 아지오 탐방을 마쳤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경제성장률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1920년대 경제 대공황 때보다도 더한 미증유의 고통의 시간이 닥쳐올 것이 예상되는 시기이다.
이 시점에서 극적으로 재기에 성공한 아지오가 부디 ‘존버’하여 고통의 강을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손을 맞잡고 무사히 건너길 응원한다.
< 아지오의 식구들. 손 모양은 '사랑한다'는 표현 >
*다시 한번 추신 :구두 구매에 관심 있으신 분은 '구두만드는풍경 - 아지오(AGIO)' 홈페이지를 봐주시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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