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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1.금요일


정치불패 남가좌동


 


1.


 


현재 <매트릭스와 노무현> 기사의 추천지수는 -47. 엥간해선 로그인-마이너스 누지르기 크리까진 안 타는 딴지스의 귀차닉 유전자를 고려하면 이 기사의 논지가 딴지스들의 심기를 상당히 불편하게 했음이 분명하다. 딴지스의 정치적 스탠스를 분명하게 보여준다고나 할까. 


 


본 기사 자체는 진보진영의 독자노선에 대한 별로 새로울 것 없는 논의의 재탕이다. 진강논쟁 진유논쟁 비롯한 사표논쟁의 연장선상에 있으니까. 다만 무현이 형과 데중이 형이 억울하게 간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재탕' 그 자체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87년에 우리는 후보 단일화를 외쳤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단일화를 외치고 있다. 전쟁이 20년간 계속되고 그 20년 동안 일보전진 이보후퇴 상태에 있다면 와 저 넘 졸라 쎈놈이다 ㅅㅂ 뭉치자 라고만 생각하고 말아서는 안 된다. 물론 개떼 전략의 방법론 자체는 충분히 타당하지만, 진보란 실패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 아닌가. 전진이 답보상태에 있거나, 아군의 용맹한 장수가 죽임을 당했다면, 아군 스스로에 대해서도 진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혹 우리 쪽 지휘관이 등신이었던건 아닌가. 혹 경리장교가 군수물자를 삥땅친건 없나. 전략적 타이밍에 문제는 없었나. 전술에 구멍이 있었던 건 아닌가. 질문이 있어야 답이 있다.


 




 


2.


 


야권연합론의 문제는 적에 대한 문제의식만으로 가득하고, 아군에 대한 고민이 일천하다는데 있다. 적의 정체와 기득권의 강고한 철벽, 지배의 방식과 동의의 조직에 대한 정보와 분석은 이미 차고 넘친다. 권력은 지배하기를 멈추어 본 적이 없었으니까. 따라서 야권연합론의 본질은 네거티브 전략이다. 일차적으로는 주적을 설정하고, 이차적으로는 어떻게 반대하느냐에 대한 논의다. 


 


야권연합론의 궁극적인 오의는 딴나라당의 퇴출이다. 그런데 이 논리는 정치투쟁의 파트너로서 딴나라당을 전제하고 들어간다. 87년 이전의 연대론은 20세기적 총력전의 형태였다. 노동자, 학생전위의 물리적인 투쟁에서 기성정치권, 재야 시민사회에 이르는 광범위한 연대. 따라서 전선은 단순히 의회 내의 투쟁으로 끝나지 않았고, 시스템 그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변혁의 전망도 가능했다. 문어대가리만 끝장내면 새로운 세상이 오리라 믿었던 것도 그리 허황된 꿈이 아니었던 거다. 


 


그러나 87년 이후 전선은 공식적인 링 위로 옮겨졌다. 변혁이론의 든든한 백그라운드였던 현실사회주의는 붕괴했고, 주적의 개념은 모호해졌다. 이 같은 의미에서 역사를 매트릭스에 비유하는 것은 옳다.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는 제도권 외의 투쟁을 제도권 내의 투쟁으로 편입하는 과정이었으니까. 청계피복노조의 정치성과 현대자동차노조의 정치성은 결코 같지 않다.


 


비합법, 반합법 투쟁이 일단 제도권에 흡수되고 나면 '합법'이라는 거추장스러운 룰이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의회민주주의라는 합법적인 링, 공식적인 싸움은 전략과 전술을 협소한 국면으로 몰아넣게 된다. 이 협소한 전선에서 아군은 룰의 공정성을 의심하거나 룰의 개정을 요구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게 된다. 고작 위헌임이 분명한 집시법 위헌판결을 좆잡고 기둘리는 것이 전부다. 일단 링 위에 오른 선수에게 왜 이 링에서 싸워야 하는가에 대해 묻거나 게임의 개최자에게 대들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3.


 


남한의 선거판은 지역구도가 80이다. 일단 이 판에 끼어들기로 한 이상 정치투쟁의 결과는 어떤 식으로든 지역구도에 편입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야권연합론은 필연적으로 비 영남 지역 연대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거시적으로 보면 이 전략은 필패다. 딴나라당은 영남 전 지역이 수몰되지 않는 한 지역 대결 구도에서는 결코 자기 지분을 놓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천운이 따라 시민이 형이나 명숙이 누나가 다음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치자. 그 다음 선거에서 우리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인가? 우리는 고작 3, 4년 앞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연대하자고 부르짖지만 쥐새끼와 그 동물 친구들의 전략은 '백년대계'를 바라보지 않나. 급한 불은 큰 불이 된다. 꼼수로는 대계를 이길 수 없다.


 



 


야권연합론을 주장하는 자들은 일단 이기고 난 뒤에, 그 안에서 다시 발전의 역량을 키우자고 한다. 그러나 노짱의 죽음을 통해 우리는 '일단 이긴' 뒤에 찾아오는 앙시앙레짐의 거센 저항, 그리고 역사의 거대한 후퇴라는 뻔한 스토리를 목도하지 않았던가. 시민사회의 도약과 진보정당의 약진은 두 번의 국지전에서 민주당이 이겼기 때문이 아니라, 시민사회와 진보정당이 수 십년 동안 각개 약진한 결과다. 또, 국지전이건 전면전이건 전투에서 이겼다면 전리품이 있어야 할 터. 양극화와 대량실업, 비정규직법과 이라크파병, FTA가 과연 전리품인가? 승리했는데 우리는 왜 더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가?


 


진보의 분열은 분열이 아니라 제 자리 찾기다. 딴나라 애덜은 보수를 가장한 수구파쇼다. 민주화 투쟁 전선은 87년 체제의 확립을 통해 최소한의 고지를 탈환했다. 직선제라는 일차적 목표를 달성한 이상 더 이상 연대의 공동이익은 없다. 분열은 기정사실이며,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역사의 이정표다. 외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 분열은 긍정적인 분열이다. 이념적 분열은 미국식 양당제 하에서 드러나는 지역주의 단일전선의 해체이기 때문이다. 


 


딴나라당을 정치투쟁의 파트너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진보진영, 시민사회진영에 보다 많은 힘이 실어져야 한다. 이념적 분열이 가속화 되면 지역주의 단일전선은 해체될 수 밖에 없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선거를 계급적 이념적 구도로 분석하는 기사는 거의 없었다. 왜 노무현이 열우당 창당을 지지했던가? 그는 왜 민주당 구주류를 버렸나? 지역대결구도로 가서는 필패라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명한 이념 대결구도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노무현과 열우당의 등장을 계기로, 다시 말해 분열이 시작된 이후로 우리 선거는 지역구도의 단일 전선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던 거다. 


 


4.


 


단기간에 쇼부치려는 생각 자체를 버리자. 단기간에 쇼부치려다 20년간 제자리, 쥐새끼는 권좌에 앉고 노짱은 살해당하지 않았나. 민주당과 구 열우당 진영은 딴나라가 아닌 진보진영을 정책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 미국식 양당제로 가서는 영원히 딴나라를 퇴출시킬 수 없다. 오히려 다당제로 가야한다. 다양한 사상과 정책의 유통과 공급이 보장된다면, 판 그 자체에 대한 고민을 담은 정당이 싹을 틔우기 시작한다면, 썩은 나무는 수원을 잃고 쪼그라들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이야기다. 진중권의 말대로, 우리는 온 나라의 '진보'가 달려들어 키를 왼쪽으로, 왼쪽으로 돌려도 한 발자국도 왼쪽으로 가기 힘든 배를 타고 있다. 민주당 우파와 딴나라당은 정치적 쌍생아,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느 한쪽이 있어야만 살아가는 자들이며 지역주의의 기생충이다. 따라서 진짜 분열은 좌파와 열우당의 분열임과 동시에, 민주당 우파와 딴나라당의 합병이기도 하다.


 


판을 바꿔야 말도 바뀐다. 우리는 보다 적극적으로 분열해야 한다. 어떻게 반대하느냐가 아닌, 누구를 긍정하느냐로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정치불패 남가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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