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n번방 사태를 보고 경악했다. 누군가는 악마를 보았다고도 했다.
우리가 악마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악'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공포스럽게 하는 것이다. 그가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것. 불가해한 것에 대한 공포에 가깝다.
n번방 사태는 결코 특정한 개인의 역동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다양한 동기와 정신역동, 그 힘들의 상호작용이 다수의 요인과 원인에 따라 결정된다. 안에는 언제나 위험을 무릅쓰고 선두에 나서는 주동자들이 있고, 그늘 아래에서 조용히 도착적 성욕을 해소하는 관람자들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들에 의해 일종의 부화뇌동을 겪은 ‘일반인’의 무리가 있다.
싸이코다이나믹스(정신역동)의 관점에서 첫째 부류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반사회성 성격장애 등의 이름으로 불린다. 둘째는 성도착증자, 더 자세하게는 소아성애자라고 불린다. 셋째는 말 그대로 ‘일반인’이다. 그것은 우리 자신이기도하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들은 일종의 ‘유도된 도착적 경향’을 보인다.
본 시리즈는 n번방 사태를 이 세 가지 부류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들의 정신역동들이 어떻게 하나의 악마적 사태로 수렴하는지 분석해보고자 한다.
출처 - <뉴시스>
사이코패스란 무엇인가
먼저 당부의 말로 시작하고 싶다. 본 글의 목적은 결코 n번방 사태의 가해자들이 사이코패스인지 아닌지 진단하는 것에 있지 않다. 필자는 범죄심리학의 전문가가 아니며, 단지 정신의학을 연구하고 있는 의학도일 뿐이다. 조주빈을 비롯한 가해자들이 어떠한 정신상태를 갖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그를 담당하는 전문가들의 몫이다. 이 글은 단지 세간에 떠도는 ‘사이코패스’ 또는 ‘성도착’의 개념이 어떤 것인지 대중의 이해를 도모하고자 할 뿐이다.
'사이코패스'라는 단어가 대중적으로 사용된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이 단어는 종종 소시오패스, 반사회성 성격장애 개념과 혼용된다.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가 주로 범죄학이나 대중문화의 영역에서 차용되는 개념이라면, 정신의학에서는 주로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개념을 사용한다. 즉 이런 사람들이 병원에 오면, 의사들은 '반사회적 성격장애'의 기준에 근거해 이들을 진단을 내린다. 정신과 의사들이 정신질환을 진단하기 위해 사용하는 'DSM-5' 기준에는 현재 사이코패스를 위한 항목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현대 의학자들은 대체로 ‘반사회성 성격’이라는 개념을 가장 포괄적인 것으로 다룬다. 이것을 소시오패스 개념과 거의 동일시한다. 한편 이들 중 극단적 형태를 보이거나 기질적 이상을 보이는 경우를 사이코패스로 국한시켜 설명한다. 본 글은 대중적 용법을 고려해 ‘사이코패스’라는 용어를 느슨한 개념으로서 사용하되, 의학적 진단의 맥락에서 이를 지칭할 때만 ‘반사회성 성격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
그렇다면 일단,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진단하는 기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DSM-5에서 반사회성 성격장애는, 약 20개로 분류되는 성격장애 중 하나다. 이 성격장애로 진단받기 위해서는 먼저 18세 이상이라는 기준을 만족시켜야 하며, 조현병이나 양극성장애와 같은 다른 진단이 배제되어야 한다. 또한 15세 이전에는 품행장애라고 일컫는, 청소년기의 일탈행동과 관련된 장애를 진단받은 증거를 보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15세 이후부터 다른 사람의 권리를 무시하는 행동을 보이는 동시에 다음 중 3가지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1. 체포의 이유가 되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과 같은 법적 행동에 관련된 사회적 규범에 맞추지 못함
2.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함, 가짜 이름 사용, 자신의 이익이나 쾌락을 위해 타인을 속이는 사기성이 있음
3. 충동적 이거나, 미리 계획을 세우지 못함
4. 신체적 싸움이나 폭력 등이 반복됨으로써 나타나는 불안정성 및 공격성
5. 자신이나 타인의 안전을 무시하는 무모성
6. 일정한 직업을 갖지 못하거나 혹은 당연히 해야 할 재정적 의무를 책임감 있게 다하지 못하는 것 등의 지속적인 무책임성
7. 다른 사람을 해하거나 학대하거나 다른 사람 것을 훔치는 것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느끼거나 이를 합리화하는 등 양심의 가책이 결여됨
진단기준에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이외에도 자주 관찰되는 특성이 있다. 감정이입 능력이 결여되어 있고 다소 오만하고 독선적이며 자기 확신에 찬 측면을 보인다. 언변이 뛰어나고 타인에 대해 착취적인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모든 것은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에도 동일하게 해당되는 측면들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진단기준 자체가 사이코패스라는 고전적 개념에 의거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의 원인
1) 생물학 및 유전적 원인
사이코패스의 생물학적 요소는 크게 세 가지를 포함한다.
첫째, 충동조절의 어려움과 관련
둘째, 감정적 능력의 무딤
셋째, 잘못된 보상시스템의 문제와 관련
충동조절의 문제는 종종 억제의 문제와 연관되곤 한다. 사이코패스적 개인에게서는 전두엽, 특히 안와 부위의 전전두엽(orbitofrontal PFC)의 이상이 일관되게 나타난다. 전두엽은 일반적으로 공격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부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Raine 등은 유죄판결을 받은 살인범들을 대상으로 PET 스캔을 시행했는데, 이들은 대조군에 비해 전전두엽에서의 낮은 활성을 보였다.
감정적 무딤과 관련해서는 편도체(amygdala)가 종종 연구되어왔다. 편도체는 흔히 동물에서 공포와 같은 원초적 정동(객관적으로 관찰 가능한 감정 상태)을 담당하는 부분으로 여겨진다. 사이코패스들에게서 이 영역은 더 작고 저활성화된 경향을 보인다. Kiehl 및 Hare는 부정적 감정을 환기하는 단어를 보여준 뒤 fMRI(기능적 MRI, 뇌 활동을 측정하는 기술)를 시행했는데, 사이코패스 군은 대조군에 비해 편도체 등에서 감소된 활성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정상 대조군에 비해 더 작은 편도체 용적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관점에서 사이코패스가 공포와 같은 감각에 무딘 반응을 나타내기 때문에 보다 위험한 행동을 저지르기 쉽다는 것은 납득할만 하다. 그러나 단순히 ‘겁이 없다’는 측면만으로는 사이코패스를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폭탄제거반, 소방수처럼 위험을 감수하는 직종의 개인들은 분명 공포를 덜 느끼는 것처럼 보임에도 사회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는 ‘겁 없음’의 측면에 한 가지가 더 붙어있다. 이들은 위험한 행동에 잘 뛰어들 뿐 아니라, 거기에서부터 모종의 쾌락을 이끌어내는 것처럼 보인다.
뇌 안에는 쾌락과 보상을 담당하는 부위가 있다. 선조체(Striatum)는 그 중 대표적인 부위로, 마약, 섹스, 도박처럼 짜릿한 쾌락적 기쁨에 빠져 있을 때 이 부위에서는 도파민이 증가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폭력성이 이런 도파민 상승을 유도하는 경우가 있다. 가령 van ERP 등은 쥐를 이용한 연구에서, 다른 쥐에 대한 공격성이 증가할수록 선조체의 도파민 수치가 상승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쥐가 다른 쥐들을 공격할 때, 마치 쾌락을 경험하는 것 같은 반응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사이코패스에게서 이와 유사한 모습이 관찰된다. Reine은 쥐의 경우에서처럼, 사이코패스에게서 보상-추구 행동(섹스, 약물, 돈 등)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있다고 본다. 실제로 사이코패스를 대상으로 한 영상 연구들은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일관되게 보상 센터들에서의 이상을 보였다. 가령 사이코패스들은 대조군에 비해 보상을 담당하는 선조체(Striatum) 부위가 10% 더 큰 경향이 있었다.
또한 기능적 뇌 영상 연구는 사이코패스가 타인의 고통을 응시할 때, 가령 다른 사람들이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한 사진을 보았을 때, 선조체에서의 활성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는 타인의 고통을 마주할 때 공감적으로 고통의 감정이 느껴진다기보다는 쾌락적 보상 회로가 활성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이코패스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사회적 감정 및 공감능력이 부재한다는 것이다. 방장 ‘갓갓’은 자신의 매니저 격인 ‘와치맨’과의 인터뷰에서 ‘왜 노예방을 만들게 됐냐’는 질문에 “스트레스 풀고 싶어서”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런 것이 일종의 공감의 부재를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종합해보자. 사이코패스들은 전전두엽에서의 브레이크 기능이 망가짐으로써 탈억제 경향을 보이는 한편, 편도체부터 오는 공포 감정이 결여됨으로써 남들이 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들은 타인이 고통받는 상황처럼 위험한 상황을 마주할 때 보상시스템이 부적절하게 자극됨으로써 모종의 쾌락을 경험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반인이라면 공포나 혐오를 느낄만한 잔혹성을 통해 끊임없이 쾌락을 추구함에도 결코 그것을 중단하지 못하는 것이다.
2) 환경적 및 역동적 원인
<n번방 추적기>를 연재했던 국민일보 특별취재팀은 “그들의 범죄 수법을 알아내는데 특별한 취재는 필요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들이 알아서 자랑처럼 떠벌렸기 때문이다.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박사는 조주빈이 스스로를 악마라 칭한 것의 이유에 대해 “그렇게까지 지칭을 한 데는 굉장히 자의식이 고양이 되어 있구나. 자신을 그야말로 전지전능한 신적인 존재까지도 혹시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저명한 정신분석가 Kernberg는 사이코패스를 자기애적 문제의 연장선으로 본다. 자기애성 성격장애에서 과대환상 및 오만함, 그리고 타인에 대한 평가절하가 문제된다면, 사이코패스는 이것이 보다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사이코패스에게서는 언제나 전능통제와 관련된 이슈가 문제시된다. 전능함에 대한 추구가 얼마나 강렬한지 이들은 자신의 살인행위를 기꺼이 고백하면서도 이보다 덜 심각한 범죄는 감추려는 이해하기 힘든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한 사소한 범죄가 자신을 약하게 보이게 만들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분석가들은 대체로 전능감에 대한 집착이 양육 과정에서 온다고 본다. 정상적인 아이는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자라며 현실적인 자기 개념을 발달시켜간다. 양육자는 아이의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을 받아주고, 그것을 소화해주며, 아이가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를 반영해주는 역할을 한다. 아이는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우상화하지도, 지나치게 열등하게 보지도 않으며 딱 자신의 수준에 맞게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그러나 양육자와 정서가 제대로 교류되지 않는 경우, 아이는 말로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외부의 인물들을 신뢰하지 못하고 결국 자기 자신만을 유일한 정서적 투자 대상으로 여긴다. 여기서 타인에 대한 의존이 거부되면서 Kernberg가 ‘악성 거대성(malignant grandiosity)’이라고 부르는 것이 형성된다.
아이는 비현실적으로 전능한 자기표상을 갖는 한편, 반대쪽에서는 절망과 나약함에 빠진 자기표상을 갖게 된다. 여기서 나약한 자기 자신을 인식하지 않기 위해 사이코패스적 개인은 계속해서 전능통제의 환상을 추구한다. 이런 과정에서 타인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성과 가혹함을 보일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이 단지 인간에 불과하다는 증거에 직면할 때, 힘의 행사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려 하기 때문이다.
양육상의 문제는 이들을 미숙한 정동 수준에 머물게 만들 수도 있다. 정신분석학은 기본적으로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원시적 시기심이나 공격성 같은 것을 타고 난다고 가정한다. 아이는 기본적으로 ‘좋은 것’에 시기심을 느끼는 한편 그것을 망치고 파괴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시기심은 ‘가장 원하는 것을 파괴하려는 소망’이다. 사이코패스는 이런 시기심을 제대로 성숙시켜본 경험이 없다. 실제로 심각한 사이코패스들은 자신이 매력을 느끼는 대상을 살해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가령 연쇄살인범 테드 번디는 젊고 예쁜 여성들(그의 어머니를 닮았다고 한다)을 ‘소유’하기 위해 그들을 죽였다고 했다.
3) 진화론적 설명
사이코패스를 설명하기 위해 진화론적 관점을 차용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Linda Mealey가 대표적 예다. 진화론적 모델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형질들이 자연선택을 통해 살아남는다고 가정한다. 자연선택을 간단히 설명해보면 이렇다.
선조들은 자신이 가진 많은 특징 중 일부를 후손 세대에게 넘겨준다. 여기서 종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특징은 그 종이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로 후손에게 전달될 수 있다. 반면 종의 생존에 방해가 되는 특징들은 그 종이 생존할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후손들에게 전달될 확률도 줄어든다.
그런데 이렇게 자연선택되는 형질 중 어떤 것들은 '빈도-의존성'이라는 특징을 보인다. 그것이 해당 개체군 안에 어떤 빈도로 존재하느냐에 따라 선택되는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런 형질들은 특정 빈도에 한참 모자라거나 반대로 한참 넘어버리면 살아남지 못한다.
Mealey에 따르면 사이코패스의 특징 중 하나인 ‘남을 속여먹는 능력’이 정확히 여기에 해당한다. 만약 이런 능력이 해당 개체군 내에 전반적으로 퍼져있다면,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거짓말을 할 것이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는 것 자체는 특별한 ‘능력’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 <거짓말의 발명(The Invention Of Lying; 한국에서는 ‘그곳에선 아무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에서처럼 남을 속이는 능력이 나만의 능력이라면, 다른 개체들에 비해 더 이득을 취해 더 많은 자손을 남길 수 있게 된다.
하나의 가설이긴 하지만 Mealey의 연구는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그녀의 가설은 먼저 모든 종에 해악을 끼칠 것만 같은 사이코패스의 특성이 꾸준히 살아남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또한 사이코패스가 시대, 문화적 상황과 상관 없이 항상 1% 정도의 꾸준한 유병률을 보이는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그녀의 가설에 따르면 사이코패스의 특징은 어느 정도의 빈도를 넘어가서는 더 이상 인간사회 속에서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진화론적 관점에는 한계도 있다. 사이코패스라는 현상을 일종의 유전형질처럼 간주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는 다양한 유전적 영향과 사회적 영향, 나아가 역동적 영향들이 중첩되어 나타나는 중층결정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이코패스와 인신매매범의 공통점
그렇다면 이들이 n번방이라는 특정한 성착취 범죄와 어떠한 연관성을 보인다는 것일까. 필자는 먼저 n번방 주동자들이 주로 사용한 수법들을 기술하고, 이것들이 어떤 면에서 사이코패스적 특성과의 유사성을 보이는지 밝혀보고자 한다.
n번방의 방장들이 이용한 수법들은 Reid와 Fox가 말한 인신매매범의 전형적 수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인신매매범들이 사용하는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찾기’
과거 인신매매범들은 이들을 직접 거리에서 납치하는 등의 수법을 사용했으나, n번방의 경우 인스턴트 메시지와 같은 온라인 채팅을 통해 착취대상을 골랐다. 이들은 가장 ‘취약해보이는’ 청소년들을 찾아냈다. 또한 스스로 ‘약점 잡혔다’고 느끼는 아이들의 개인정보를 얻어냈다. 청소년들이 꼼짝없이 개인정보를 넘길 것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둘째 ‘그루밍’
미국 법무부 산하의 “성범죄자 양형, 감독, 체포, 등록, 위치 확인 업무 담당 부서(Sex Offender Sentencing, Monitoring, Apprehending, Registering, and Tracking Office; SMART)”의 정의에 따르면 그루밍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아동들에게 접근하고 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범죄자들이 사용하는 수단으로서 이는 아동 및 아동 주변의 성인과 신뢰를 쌓는 것을 포함함”
그루밍의 전략에는 칭찬하기, 신뢰를 쌓기, 섹스의 문제를 노멀라이즈(평균화 하기, 정상적인 것으로 만듦), 고립시키기, 방향을 잃게 만들기 등이 포함된다. n번방 일당은 “말하는 게 너무 귀엽다”라거나 “상담이 필요하면 연락하라”며 미성년자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을 보였다. 성인에 비해 판단력이 미성숙한 청소년들로 하여금 자신의 개인 연락처를 제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셋째 ‘함정에 빠뜨리기’
여기에는 공갈 협박, 수치심 심어주기, 공범으로 만들기, 금전적으로 위협하기 등이 포함된다. 조주빈은 피해자의 영상을 지인들에게 퍼뜨리겠다며 협박했다. 또한 영상을 찍은 대상자들을 공범인 것처럼 몰아갔고, 죄책감을 전가했다. 결국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못했다.
Reid와 Fox는 이처럼 인신매매를 하는 개인들과 사이코패스의 특징에서 상당한 공통점을 발견했다. 인신매매범들이 그루밍 수법에서 보이는 친절함과 자상함은 사이코패스의 피상적인 감정을 닮았다. 이들은 화려한 언변을 통해 피해자를 안심시키고 그들과 모종의 ‘가공된 친밀감’을 구성해낸다. 또한 함정에 빠뜨리기 수법에서 보는 것처럼 타인을 착취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타인을 협박한다. 이런 과정에서 일말의 공감이나 동정심도 발휘되지 않음은 물론이다.
Spidel, Greer 등은 ‘돈이 되는 불법 사업’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특성과 사이코패스의 특성 사이에 상당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보상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사이코패스들의 특성 상 성착취 사업에 이끌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나가면서
n번방 가해자들이 사이코패스냐 아니냐의 문제를 여기서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필자는 이들을 직접 면담해본 적도 없을뿐더러, 오직 문헌을 통해 간접적으로 관찰했을 뿐이다. 다만 그를 관찰한 많은 전문가들이 조주빈의 사이코패스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편 이수정 박사는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조주빈이 전형적 사이코패스와 다르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조두순 같은 범죄자는 조주빈 같은 범죄를 저지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녀는 조주빈의 기본 동기가 전적으로 ‘돈을 벌기 위한 것’에 있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다룬 사이코패스의 개념은 쓸모없는 것일까? 언론에서는 그녀의 의견을 기사화하며 <이수정, "조주빈 사이코패스 아니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러나 기사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수정은 결코 ‘그는 사이코패스가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단지 충분한 근거 없이 속단하지 않을 뿐이다. 실제로 그녀는 무수한 인터뷰들에서 조주빈에게 확실한 진단명을 부여하지 않고있다. 이것은 '자신 없음'이라기보다 '면밀함'이라고 봐야 한다.
진단 유보는 속단하지 않으려는 철저함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 사태의 정치적 측면을 변색시키지 않기 위한 노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녀가 진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범죄가 특정한 개인의 병적 특성으로만 환원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n번방 사태를 단순히 사이코패스의 문제로 다룰 경우, 초점은 가해자들의 병리적 특성에만 모이고 다른 중요한 요소들이 은폐되고 만다. 가해자들이 정신과적 진단을 받게 되는 경우 감형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이수정은 계속해서 n번방 사태의 진짜 문제가 이 사회에 내재해 있음을 설파한다. 이 사건을 중대한 사회적 사건으로 인식하는 것, 따라서 앞으로 재발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Reid와 Fox가 지적했다. 사이코패스라는 현상 자체를 예방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그것은 우리가 어떤 노력을 가하든 항상 1%의 유병률을 보인다. 물론 이들을 조기에 식별하여 처벌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것은 사법 영역이 담당할 문제다.
Okeke는 수요와 공급의 문제를 지적한다. 수요가 있는 곳에서는 어디에서든 성착취는 돈이 되고, 또 그러한 산업은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없던 수요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것이다. 수요와 공급 사이의 연쇄를 차단함으로써 결국 모든 악의 고리를 끊어버리는 것.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REFERENCES
(1) (김경래의)최강시사. "[최강시사] 이수정 “조주빈 범죄 핵심은 돈…사이코패스 아닌 쓰레기 파렴치범”." 2020.
(2) APA.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5®). American Psychiatric Publishing;2013.
(3) Fox B, Reid JA. Profiles of Child Sex Traffickers: A Forensic Behavior Analysis. 2019;
(4) Greer BT, Cotulla G, Seddighzadeh H. Should Sex Traffickers Be Subject to Sexually Violent Predator Laws? Journal of Criminal Psychology 2016;
(5) Higgins E. The Neuroscience of Clinical Psychiatry. Wolters Kluwer Health;2018.
(6) JTBC뉴스. "그루밍→협박→성착취 영상…악랄한 'n번방' 수법." 2020.
(7) MBC뉴스데스크. "[단독] "알바 하려면 사진부터"…악랄했던 조주빈의 '덫'." 2020.
(8) McWilliams N. Psychoanalytic Diagnosis, Second Edition: Understanding Personality Structure in the Clinical Process. New York: Guilford Publications;2011.
(9) Mealey L. The Sociobiology of Sociopathy: An Integrated Evolutionary Model. Behavioral and Brain sciences 1995;18:523-541.
(10) Okeke J, Duffy M, McElvaney R. Traffickers: Are They Business People, Psychopaths or Both? In: Modern Slavery and Human Trafficking. IntechOpen;2020.
(11) Pollack D, MacIver A. Understanding Sexual Grooming in Child Abuse Cases. Child L Prac 2015;34:161.
(12) Spidel A, Greaves C, Cooper BS, Hervé HF, Hare RD, Yuille JC. The Psychopath as Pimp. Canadian Journal of Police and Security Services 2007;4:193-199.
(13) Van Erp AM, Miczek KA. Aggressive Behavior, Increased Accumbal Dopamine, and Decreased Cortical Serotonin in Rats. Journal of Neuroscience 2000;20:9320-9325.
(14) 국민일보. "[n번방 추적기-번외편] 노예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2020.
(15) 김준일의핫6. "박사방 조주빈, '사이코패스'인가, '성도착증'인가? 황교안식 사고방식, 기성세대 팽배." 2020.
(16) 뉴시스. "자칭 '악마' 조주빈…범죄전문가들 "사이코패스 성향 있다"." 2020.
추천
[아베는 지금]아베는 코로나19로 신화를 만든다 kohui추천
인간으로 살기 위해 부끄럽지 않으려 노력했던, 노무현 홀짝추천
코로나19에 부쳐 : 이역만리 미국에서 늙는다는 것 고래아가씨추천
팩트는 왜 진실이 아닌가 :윤미향 십자포화 속에 가려진 것들 둥이추천
민주, 진보 인사 파괴 공작의 공식: 노무현에서 윤미향까지 둥이추천
그로부터 3년: 대통령의 구두, 아지오 식구들을 만나다 헤르매스 아이추천
이순신 장군, 죽음의 미스테리2: 영웅에 대한 압박 펜더추천
[대한민국 삼분론 1편]초한지가 아니라 삼국지다 둥이추천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문과 준법감시위원회 : 삼성이 삼성에게 홀짝검색어 제한 안내
입력하신 검색어에 대한 검색결과는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딴지 내 게시판은 아래 법령 및 내부 규정에 따라 검색기능을 제한하고 있어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전기통신사업법 제 22조의 5제1항에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삭제, 접속차단 등 유통 방지에 필요한 조치가 취해집니다.
2.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청소년성처벌법 제11조에 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제작·배포 소지한 자는 법적인 처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4.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따라 청소년 보호 조치를 취합니다.
5. 저작권법 제103조에 따라 권리주장자의 요구가 있을 시 복제·전송의 중단 조치가 취해집니다.
6. 내부 규정에 따라 제한 조치를 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