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14.월요일
에버프리
신이라 불리운 자가 있었다.
그 신이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박차고 범인들의 세상으로 내려와 진흙탕 싸움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신을 상대해주지 않는다.
무슨 신이 이래 씨바... 어설프다는 욕도 들어 먹는다.
신은 신이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신답다는 세상 사람들의 비아냥 섞인 눈초리...
신은 과연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것들을 이루고 원래의 자리로 승천할 수 있을까?
프로야구 선수협회장 손민한의 얘기다.
손민한이 프로야구판에서 노조를 만든단다. 본인도 예상을 했겠지만 순탄해보이지는 않는다. 노조라는 두 글자만 들어도 과격 좌빨 용공세력이 프롤레타리아 혁명이라도 일으킬 것같이 호들갑을 떠는 이 나라에서 돈 잘벌고 화려할 것만 같은 한 프로야구 선수가 벌집을 건드렸다. 대체 왜 그는 가만있는 벌집을 쑤셔놓았을까... 쑤셔놓은 벌집을 추스려서 꿀 한덩이라도 빼먹을 의지와 능력은 있는 것일까..
본지가 출동했다.
승산 없는 게임에 회심의 일구를 던진 그의 얘기를 들어보고 싶었지만, 사실은 어느 순간부터 야구선수인 그가 야구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해지고 있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 반발심이 생긴 이유도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뷰는 12월 11일 금요일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1시반까지 약 3시간 가량 잠실야구장 인근에 있는 선수협 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
본지에서는 필자 에버프리와 신짱이 출동했다. 물론 신짱은 찍사 자격으로 본 인터뷰에 참여했다.
대단하지 않은가... 인터뷰라는 경험을 처음해보는 굴러온돌 에버프리에게 박힌돌 신짱을 찍사로 투입시키는 딴지의 이 관대함이...
간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의 손민한은 예상대로 부산 싸나이답게 다소 무뚝뚝하게 본지를 맞이했다. 아담하지만 잘 정돈된 깔끔한 사무실로 안내한 손민한은 최근 들어 급격하게 많은 양의 인터뷰를 소화한 탓인지 약간은 피곤한 기색이었다.
에버프리(이하 에버) : 사무실이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네요.
손민한(이하 손) : 그래요?
에버 : 네... 예상외로 규모도 작고...
손 : 아.. 저는 예상외로 너무 크고 좋다고 하시는줄 알았습니다.
필자 역시 돈 많이 버는 프로야구 선수협 사무실이 왜이래? 라는 편견이 있었던 모양이다.
에버 : 요즘 인터뷰 많이 하시죠? 제가 본것만도 대여섯개는 되는 것 같습니다만..
손 : 네.. 요즘 했던 얘기 또하고, 또하고 ..
씨바... 부담이다... 본지 자존심이 있지 했던 얘기를 또 하게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야구 선수 손민한에게 야구 얘기를 먼저 꺼냈다.
취지를 설명하자 손민한 역시 흔쾌히 호응해줬다. 본인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야구 얘기를 해본적이 꽤 오래된 모양이다.
가장 먼저 손민한의 추억을 공유해보고자 했다.
에버 : 부산고와 고려대 시절 특급유망주였던 손민한이긴 하지만 엄청난 92학번 선배들 (손민한은 소위 말하는 빠른 75년생으로 93학번이다) 과 아래로는 주형광이라는 거물 후배들에게 밀려 2인자라는 평가도 있었잖아요. 서러움같은 것도 있었을 것 같은데.
손 : 설움은 딱히 없었습니다. 없었고, 고등학교 , 대학교를 거치며 1년 선배들중에 엄청난 선수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도 설움이 없었다는 이유가 시즌이 끝나고 난 뒤에는 그 어떤 선수들보다 성적만 놓고 봤을 때는 제가 그렇게 뒤처지진 않았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나았으면 나았죠. 근데 이게 투수라면 장래성도 있어야 하는 부분이고, 체격적인 부분도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특급투수의 첫 번째 인정 조건은 스피드에요. 사실 대학교까지만해도 제가 한 140키로대 후반대에서 150키로까지도 던져본 기억은 있어요.
에버 : 프로에서도 한참 좋으실때는 140대 중반은 꾸준히 유지하셨잖아요.
손 : 예 그렇죠. 그런데 저는 분명히 타자를 제압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맞춰 잡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좀 크게 봤을 때는 주목을 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 않았나. 그래도 길게 놓고 본다면 어떤 특급선수들에게도 뒤처지는 성적은 아니었지만 스타일로만 놓고 본다면 결과가 좋다하더라도 특급투수라는 강인한 인상은 심어주지 못한다는 것을 저자신이 너무 잘압니다. 그래서 설움이라는 것을 특별히 느껴본 적은 없고, 그것은 프로에서도 마찬가지였구요.
에버 : 고교시절 대통령배에서 경남고와 결승전이 있었죠. 그땐 주형광이라는 선수가 굉장한 호투를 해서 엄청난 각광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반면에 손민한을 아끼는 팬들은 그 대회를 참 많이 아쉬워하고 또 기억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때 기억이 좀 있으십니까?
손 : 음.. 그때 대회가 참 저의 인생에 있어서 전환점이 될 만한 대회였습니다. 그때 고등학교 3학년때였는데.. 상당히 안 좋았던 기억이 참 많아요. 제가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전국적으로 괜찮은 투수였다는 인정을 받기 시작했었고, 3학년이 되면서는 좋은 선배 투수들이 다 빠져나갔고 이제는 (1인자로써)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죠.
그런데 3학년 첫대회가 말씀하셨던 대통령배 대회였어요. 그때 첫 경기 상대가 경북고였었는데 그때 경북고 1번타자가 지금 한화에 있는.. 음 한화에 있나? 강동우라는 선수였어요.
에버 : 예 강동우 선수가 한화 맞죠. 얼마전에 FA계약 성사시켰구요.
손 : 네.. 그선수가 1년 후밴데, 그 1번타자와 승부하다가 그 선수가 친 타구에 제가 다리를 맞았어요.
에버 : 저런.. 1회전 부터요?
손 : 네 1회전 시합에, 1회초에, 1번타자가 친 타구에 공을 맞아가지고 , 맞자마자 일어서질 못해서 응급차에 실려 병원에 가게 됐어요. 그리고는 제가 빠진 그 자리에 주형광이라는 선수가 들어와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엄청난 기록을 세우게 됐죠.
주형광이라는 선수를 굳이 되돌아 본다면, 물론 실력이 있었기 때문에 주형광이라는 선수가 있게 된 것이고 그때 당시에도 잘 던질 수 있었던 거죠.
사실 인생을 살다보면 기회라는 것이 찾아오게 마련이고, 주형광 선수도 그때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자기 인생에 있어서 찾아온 기회를 잘 살리게 된거죠.
그리고 저는 사실 모든 운동선수의 꿈인 태극마크를 달아볼 절호의 기회였는데 마침 그 대회에 공을 맞고 쓰러지는 바람에 3개월동안 목발을 짚고 다니게 됐어요.
에버 : 골절이 있으셨나요?
손 : 골절은 없었는데 신경 계통쪽에 문제가 있어가지고 다리를 땅에 딛지를 못했어요. 그래도 그때 저희학교 감독님이 대표팀 감독을 맡으면서 저를 대표선수에 포함시키긴 했어도, 큰 활약은 없었습니다. 그때 참 힘들었어요. 대표팀도 대표팀이고 대학도 들어가야하는 상황에서 그 부상 때문에 시련이 있었던 셈이죠.
어느 누군가의 불행은 어느 누군가에게 기회가 되는 참 살벌하디 살벌한 승부의 세계..
에버 : 그래도 고려대 진학 하신 이후에도 대학리그 최강의 투수였고, 말씀하신대로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고 94년도였나요? 사실 그 대회에서도 좀 부진하셨죠? (웃음)
손 : 사실 저는 국제용이 아니라는 평가를 많이 하시죠. 하시는데... 사실 국가대표로 참여했을때에는 저보다 월등하게 뛰어난 기량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저에게는 사실 기회가 많지 않았었고, 비중 없는 경기에 나가는 일이 많았죠. 그것은 뭐 제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실력이 조금 떨어지는 제가 그런 게임을 맡는 것이 팀 사정상 어쩔수 없는 거죠. 프로에 와서 참여한 국제 대회때도 마찬가지였구요.
에버 : 마침 말씀 잘하셨습니다. 2006 WBC대회때는 바로 직전해에 18승을 하시며 MVP까지 수상하실 정도로 국내 최강자였는데도 불구하고, 누구나 전략상 버리는 게임이라고 인식했던 미국전에 등판하셨다거나...
손 : 아 그렇죠.. 맞아요.. (상당히 공감한다는 표정)
에버 : 베이징 올림픽 예선에서도 마찬가지로 남아공전에 투입이 된다던지... 사실 해외파에 밀린 부분이 있고, 물론 해외파가 실력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국내리그 1인자가
이런 비중없는 게임에 나온다는 것이 섭섭한 부분이 있으실테고, 아마때야 그렇다 쳐도 말이죠.
손 : 한편으로는 속상한 마음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에요. 특히 베이징 예선때는 한참 차이나는 후배들 앞에서 부끄러운 마음도 있었죠. 잘해도 주목받지 못하고 못하면 웃음거리만 되는 경기기도 하구요. 하지만 이미 대표팀에 선발이 됐고 , 또 제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해봤을 때 아.. 이런(비중없는) 경기에 내가 나갈 수 밖에 없겠구나... 내 상황이나 내 위치에 대해서 전 잘 알고 있는 편이에요. 그래도 내가 이 경기에라도 나가 책임을 져줘야지 주력을 다해야하는 경기에 다른 주력투수들을 투입시킬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이 팀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있어요. 인터뷰라거나 남의 앞에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정말 그건 솔직한 심정이었어요.
정답만 얘기한다. 사실 프로선수라면 너무 지나치게 정답에 근접한 마인드라면 큰 매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에버 : 아마시절부터 생겨온 2인자의 마인드가 알게 모르게 본인에게 내재되어 있었던 건 아닌가요?
손 : (단호하게) 아니에요. 그건 절대 아니에요. 저는 투수라는 포지션자체를 그렇게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저는 아마때부터 내야수에 대한 욕망이 많았었고, 타자를 상당히 선호했었고, 투수에 대한 욕망은 단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어요. 아마때 팀 사정상 투수를 하긴 했었고 지금까지 투수를 하고 있는데.. 그러기에 투수로써는 특급선수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도 마음속 깊이 누구나 인정하는 특급투수가 아니더라도 결과로 얘기하자면 난 누구에게라도 뒤처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아무도 인정 안하더라도 나보다 훨씬 인정 받는 투수들에게 성적만큼은 내가 반드시 잘 낼 것이라는 마음가짐은 있어요.
에버 : 상당히 실리적인 마인드이십니다. 손민한 선수의 투구 스타일과도 비슷한 면이 있는데요 (웃음)
손 : (웃음)
에버 : 대학교 졸업반때는 다저스 입단설도 있었죠?
손 : 프로에서 지명을 하기전에, 박찬호 선수의 영향이 있던 시기였고요, 한인 마케팅쪽에도 관심이 있었던 다저스 구단이 관심을 가졌고, 성적도 상당히 좋았던 편이라 스카우터가 관심을 보여왔고 만나게 됬었죠.
그때 당시 에이전트.. 그 유명한 분이 누구였더라 갑자기 생각이 안나는데 노모..
에버 : (가증스러운 아는척) 스캇 보라스?
손 : 아 아니고요 , 보라스는 아니고요 (쩝... 아니란다) ... 아... 댄 노무라.. 댄 노무라라는 유명하신 분이... 상당히 잘생겼죠.
에버 : (쪽팔리다.. 들어본적 있다는 듯) 아~ 예.. 예...
손 : 그분이 한국에 오셔서 부모님과도 만났었고, 저와도 몇 번 만났었죠. 계약서에 싸인만 하면 되는 상태까지 진행이 됬는데, 약속 기일 1주일 남겨두고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됬어요. 처음에는 막연히 미국가서 야구하고 돈도 많이 벌고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만, 막상 만남을 몇 번 갖다보니, 신중해질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계약 1주일 남겨놓고 한국에 남겠다는 결정을 하게 됐어요.
그게 또 왜냐하면 결정적인 이유가 몸이 상당히 안좋았었어요.
에버 : 네.. 어깨 부상이 있으셨죠. 프로에서도 아마때 부상으로 고생도 하셨고요.
손 : 네. 부상도 안고 있었고, 지금 내 부상과 지금의 내 실력을 가지고 가서 그렇게 희망적이진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냉정하게 내 자신을 평가했을 때 말이죠.
손민한은 말 그래도 실리를 선택함에 있어 탁월한 감각을 갖고 있는 셈이다.
기라성같은 선배들에 밀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것을 억울해하지 않고 성적으로 승부했다는 점, 한창 혈기왕성할 나이에 젖과 꿀이 보장될 것만 같은 메이저리그에 갈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있었다는 점.
이거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많은 투구수를 기록하며 삼진을 잡는 화려함 보다, 공 한 개로도 맞춰 잡는 그의 투구 스타일은 어찌 보면 그의 이런 실리적인 감각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손 : 이 얘긴 좀 다른 얘긴데요.. 요즘 들어 해외에 진출하고자 하는 선수들이 단순히 돈을 많이 준다는 단순한 이유는 아니에요. 제가 보기에는 유니폼을 입고 야구를 하는 한국 선수들이라면 100% 일본에 가서 야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겁니다. 일본 야구가 잘해서가 아니라 정말 국민들한테 많은 사랑을 받고 , 무엇보다 야구환경이 너무 잘돼있어요. 야구환경만 놓고 본다면 한국은 일본의 절반도 못 따라가요. 아니 냉정하게 30%정도일 꺼에요. 선수들이 경기전에 서서 밥을 먹는 경우도 있어요. 각종 국제대회를 겪어본 선수들이 일본에서 야구할일이 있으면 선수들이 그런 모습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이번에 일본 진출한 김태균 선수나 이범호 선수들도 아마 돈 보다는 그런 영향이 컸을 겁니다. 저역시도 일본 진출을 생각하고 있었고 실제로 오퍼도 있었죠.
신짱 : (사진 열라 찍다 처음 말문을 연 신짱) 월드컵이 개최된 이후 최신식 축구장은 참 많이 생겼잖아요. 야구선수들이나 팬들이 보기엔 참 부러울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손 : 뭐 국가적인 큰 행사를 치루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던 거죠. 단 외국 같은 경우는 큰 대회를 치룬 이후 그 경기장들에 대한 활용을 잘한다고 들었어요. 저야 뭐 축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지금 월드컵 경기장들이 많이 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 그것에 대한 활용가치가 좀 떨어지지 않나. 야구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여지가 있지 않나 생각하거든요.
에버 : 아~~ 근데 이 말씀은 예전에 김재박 감독이 이 말씀 한번 하셨다가 축구팬들한테 엄청나게 시달리신적이 있으세요. 이거 바로 싣겠습니다. (웃음)
손민한 : 아~~ 아~~ 그런가요? 그럼 이건 좀 빼주셔아겠어요. (웃음) 야구 선수로써의 부러움의 입장이니까.. 뭐 (급수습)
안빼고 실었습니다.. 미안합니다 ^^;;
에버 : 일반 팬들이 보기에는 맞춰잡는다는 개념자체가 참 이해하기 힘들때가 있습니다. 타자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투수가 던진공에 순순히 이지(easy)한 타구를 날려줄리 만무하고, 어쨌든 강력한 구위로 아예 못치게 만드는게 최선이지 않을까는 생각인데요. 맞춰잡는 피칭은 과연 어떻게 하는겁니까 심리적인 수싸움으로 하는 것인지 아니면 맞춰잡는 구질이 따로 있는건지요.
손 : 투수와 타자의 싸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 싸움입니다. 나무배트 써보셨는지 모르겠지만 타자가 배트 중심에 정확하게 볼을 맞추는 것과 아주 미세하게라도 중심에서 벗어났을 때의 그 느낌은 천지차이에요.
그만큼 투수와 타자간의 아주 짧은 거리에서 공의 변화를 바탕으로 타자의 배트 중심에 공을 안맞춰 주는 것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고, 길게 던질 수 있는 힘의 안배가 너무 중요하죠. 많은 선수들이 안맞으려고 위기때 마다 제구를 더 코너 코너로 하려고 하고, 변화구로 유인하려고 하고, 더 강하게 던지려 하다보니 밸런스가 안맞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나 타자도 마찬가지로 경직되고 많은 생각을 합니다. 반드시 쳐야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는데 전 오히려 그 심리를 이용하는 편입니다. 그 위기를 헤쳐나가는 것은 저는 정면승부밖에는 없다고 봅니다. 해설하시는 분들이나 언론에서도 손민한은 위기관리능력이 정말 뛰어나거나 제구력이 좋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는데요, 굳이 유인구나 코너웍이 되는 공을 던져야할 필요가 있느냐, 정면승부를 하다보면 안타 맞으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범타 되면 제가 남는 장사를 하는 거잖아요. 또 사실 제 공 자체가 만만하다 보니까, 위기를 스스로 많이 만드는 편인거죠 (웃음).
또 위기상황에서 제가 던지는 만만한 공이 한가운데로 들어가면 잔뜩 경직되어 있는 타자들이 “어라? 이거 뭐야?”하고 치다보니 범타가 많이 나오는 경향이 있구요.
솔직히 이 얘긴 좀 아니다. 가진자의 여유라고나 할까? 웬만한 투수들이 한가운데 만만한 공 던졌다가는 참사가 일어난다. 손민한은 자신의 볼을 무시하지 마시라. 한가운데 던져도 안 맞을 수 있는 공을 가진 투수.. 그렇게 흔치 않다.
어쨌든 손민한이 정면승부를 즐긴다는 얘기는 신선하다.
신짱 (두번째 질문) : 던지시다보면 내 볼을 무지하게 잘 치는 얄미운 타자가 있지 않습니까? 이상하게 “이 새끼”는 정말 얄미워 하는 타자가 있으면 누굽니까. 시원하게 욕을 하셔도 좋고 (웃음)
이 질문은 너무 많이 나왔던 얘기라 생략하고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히 누군지만 말씀드리고 다시 간다 . 장성호란다~ 절대 욕은 안했다. 믿거나 말거나
에버 : 프로야구판에는 이렇듯이 신들이 여러명 존재합니다. 양신도 있고, 종범신도 있고, 용병이긴 하지만 페타신도 있죠. 하지만 사실 팬들이 가장 먼저 신이라는 작위를 하사한 최초의 신이 민한신입니다.
손 : (몰랐다는 듯이) 아~ 그래요?
에버 : 롯데팬들은 사실 이런 신들과 차별화를 위해서 민한신의 신은 神이 아니라 믿을信 의 민한신이라는 얘길 합니다. 이런팬들을 위해 이제 우승 좀 시켜주셔야죠?
손 : 제가 롯데 유니폼을 입고 우승하겠다는 강렬한 욕심은 있어요. 제가 아마때에는 좋은 학교와 좋은 팀을 만나다보니 마음만 먹으면 우승을 했어요. 그러다보니 우승에 대한 욕망은 딱히 많았던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롯데가 벌써 14년째 우승을 못하고 있거든요. 전 경험도 못해봤고요.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은퇴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데 하루빨리 롯데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 정말 우승하고 싶어요. 그 우승에 밑거름이 되고 싶은 욕망이 있구요, 또 실제로도 제가 잘해야지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에버 : 손민한 선수야 사실 롯데의 핵심 프랜차이즈 스타죠. 그래도 말씀하신대로 우승이라는 그 간절한 열망 때문에 다른 강한 전력의 팀으로 이적을 생각해보신적은 있으신가요. 메이저리그에서는 우승을 경험해보지 못한 특급선수들이 우승전력의 팀을 찾는 경우도 많잖아요.
손 : 지금의 제가 있기 까지는 롯데라는 팀에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얘길하다보니 자꾸 겸손식으로 얘기가 흘러가는데 겸손이 아니라 사실이 그렇습니다. 저를 사랑하는 팬 분들이 롯데가 아닌 다른 팀에 갔으면 20승도 했을 것이라는 말씀을 하세요. 저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선발투수가 승을 거둔다는 것은 실력보다는 사실 운이 더 작용한다고 보는데, 제가 이만한 성적을 거둔다는 것은 롯데 유니폼을 입고 롯데에 있었기 때문에 이룰 수 있었다고 보구요. 제가 2005년도에 4강 진출하지 못한 팀에서 배출된 최초의 MVP였어요. 그것이 인정을 받는 다는 측면에서 더 가치가 빛났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롯데라는 팀에 있었기에 가능했던 수상이었죠. 어쨌든 좋은 팀을 만났고 저의 일생에 최고의 팀이고 저를 만들어 준 팀입니다. 강한팀에 가서 우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습니다. 팬들에게 너무 고마운 부분이구요.
롯빠 횽아들아... 손민한의 롯데에 대한 애정이 이렇단다.
손민한은 효율이라는 가치를 중요시하는 선수다. 조금만 기량이 부각 되도 해외진출을 꿈꾸게 되는 혈기왕성한 젊은 나이에 득과 실을 철저하게 따져 국내 잔류를 선택할 정도로 어찌 보면 도전과 열정보다는 실리를 더 중요시하는 냉혈한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삼진을 잡고 포효하며 덕아웃으로 들어오기 보다는 밋밋한 범타를 유도하고 밋밋하게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투수가 손민한이다.
각광은 받지 못하더라도, 결과는 절대 뒤처지지 않겠다는 철저한 효율주의...
효율만으로는 절대 1인자가 될 수 없다. 최고가 되고, 최고의 찬사를 받겠다는 욕망이 없다면 그 효율주의는 2인자를 양산할 뿐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손민한은 최고의 투수였고, 최고의 각광을 받은 대한민국의 대표투수가 됐다. 어딘가에 숨어있을 그의 열정과 도전의식...
선수협과 노동조합의 이야기속에 그 한 조각이 숨겨져 있다.
에버 : 사실 선수협이 처음 설립 초기에 시끌벅적했지만 그 이후로는 큰 이슈가 되질 못했고 일각에서는 어용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올 정도로 잠잠하다가, 손민한 회장 취임 이후 다시 수면위로 부각된 측면이 있습니다. 분명 손선수가 회장을 맡게 된 이후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하셨기에 이러한 변화들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손 : 제가 회장을 맡은 이후에 협회 운영적인 측면에서 큰 문제점은 없었습니다. 제가 회장이 됐을때만 해도 나진균 전 총장이 사무총장으로 계셨었죠. 그런데 사실은 지금 지금 총장님 (권시형 현 사무총장)님을 제가 모시고 왔어요. 나총장님이 일을 잘하고 못하고가 문제가 아니었고, 협회가 조금 더 발전하고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나총장님 보다는 이분 (권시형 총장)이 더 적합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은 했습니다. 선수협은 야구가 있는 한 계속 활동해야할 단체이기 때문에 더 강한 기틀을 만들어야겠다는 제 욕심이 있었구요. 그러다보니까 협회의 움직임도 좀 많이 달라졌죠. 그 이전까지 협회 운영이 잘못됬다는 건 특별히 없었고요.
에버 : 시의적절하게 말씀 잘해주셨습니다. 항간의 얘기를 들어보면 순진한 선수들을 꼬셔서 분란을 일으키려는 분들이 있지 않느냐 (예전 나진균 사무총장이 이런 비난을 들은 바 있었다) 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번 노조설립 문제도 마찬가집니다.
노조를 설립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시고 실무진들에게 지시를 하신 것인지, 아니면 총장님을 비롯한 실무진이 노조의 설립을 권유한 것인지...
손 : (중간에 말을 끊으며) 제가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고, 기사도 접한적이 있는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선수협의 주인은 선수고 선수의 의중으로 운영되는 협회입니다.
협회 실무진은 주인 아니죠.
전 그 얘기가 어디서 나온지는 모르겠는데 정말 불쾌했습니다. 얼마나 선수들을 무시하고 선수들이 힘이 없다고 생각했으면 과연 이런 이야기들이 나올까 생각했어요. (기가 차다는 듯) 전 그 기사를 쓴 기자분의 의중은 아닐꺼라고 봅니다. 전 분명히 이건 선수들의 단합을 와해시키려는 목적을 가진 분들이 그 얘기를 흘렸을 것이라고 봐요. 전혀 인정할 수도 없을뿐더러, 아무 근거도 없는 얘기에요. 실제로 선수들도 상당히 불쾌해 했었고요. 또 노조 설립으로 방향을 틀었던 것은 사실 저 혼자의 독단적인 결정이었어요. 선수들이 잘 모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단 결정을 먼저 하고 선수들과 이야기를 해보고자 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구요. 전적으로 저의 혼자만의 결정이었고 선수협 실무진에게 노조 설립의 의견을 그 이후에 제시했구요.
실무진과는 관계 없는 결정이었다는 해명을 하던 중에, 독단적인 결정이었다는 이야기를 한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노조설립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밝힌다.
손 : 작년에 여러 가지 요구사항들을 정리하고 난 이후 문서를 보내고 선수협이 생긴 이후에 첫 번째로 KBO와 공식적인 면담을 가질 수가 있었는데요.
에버 : 아 그래요? 선수협 창설 이후 첫 번째요?
손민한 : 네 첫대화였어요.
2000년에 창설한 선수협이 8년이 지난 2008년도에 KBO와 공식적인 첫 대화를 했단다.
손 : 당시 하일성 전총장님 하고, 운영 총괄이이었던 현 총장 이상일 총장님 두분과 그쪽 자문 변호사님이 나오고, 저희는 저와 사무총장님 두 명이랑 자문변호사님 참석했었고. 그게 첫 대면이었어요. 그래서 이게 공식화되서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이 있었고, 제도 개선안을 전달드리고 하나씩 조목조목 보면서 의견을 나눴고, 저희가 가져간 제도개선안 모두를 실현해달라는 얘기는 아니었어요. 상당히 많은 대화를 한 편이었는데 KBO쪽도 좋은 방향으로 생각해보고 이사회를 거친 이후 답변을 주겠다는 얘길하고 헤어졌어요. 그러나 지금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단 한마디 답변이 하나 없어요. 예스면 예스 노면 노, 이건 무리한 부탁이라 해줄 수가 없다라던지, 의견차를 좁혀보자라던지, 반대로 KBO가 원하는 것이 있으니까 선수들이 좀 양보를 해달라던지 협상자체를 시도해야하는데 일체 얘기가 없었어요. 우리쪽에서 보기에는 무시를 당했다는 기분 밖에 안들었던거죠.
당시 면담은 신상우 총재때 있었구요, 올 초에 유영구 총재가 취임하시고 제가 직접 편지까지 드렸었어요. 답변이라도 달라고 말이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예 지금까지 아예 무응답이에요. 이런 답답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선수들은 잘 몰라요. 왜~ 직접적으로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요. 일을 하려고 해도 이런 상황 때문에 일을 잘 못하는데, 해결책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이게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달라질 수가 없는 거에요. 그래서 결론은 이것 밖에는 없다라고 생각했고, 선수들도 잘 겪어보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협을 탓할 수도 있기때문에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 것이죠.
신짱 : 선수들을 대화의 상대로 보는 것보다는 어린 학생들이 건의사항 전달하는 듯 했다는 거네요.
손 : 그렇죠. 군보류 수당의 예도 마찬가지에요. KBO가 독단적으로 9명 이사들 모여서 땅땅땅 해버리고 어느 순간 군 입대 선수들에게 월급이 지급되지 않았죠. 이런 선수들이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하겠어요.
노조결성의 옭고 그름을 따지기전에 KBO의 일처리... 참 후지다.
신짱 : 현 이상일 총장이 예전에 100분 토론 나왔을 때 노조 감금, 폭행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그분 맞죠?
에버 : 말씀이 나와서 말인데. 이상일씨가 새 총장으로 부임하고 나서 항간에는 선수협 저격수의 역할이 주어진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거든요.
손 : 이상일 총장님도 프로야구 초창기멤버시고, 아무래도 지금까지 KBO의 운영을 주도하셨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손민한은 노조 저격수 질문에 즉답을 회피했다.
손 : 프로야구 선수는 개인사업자다. 노동자가 아니라는 얘기도 많이 하시고 있다는걸 많이 들어요.
에버 : 개인사업자냐 노동자냐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법리적 공방이 예상되고 있고, 극단적으로는 법적 싸움을 할 수도 있으리라 보는데, 변호사님 계시겠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은 좀 있으신가요.
손 : 안그래도 올 10월달에 여러 학교 법대 교수님들을 초대해서 토론회를 가졌어요. 과연 선수들을 노동자로 볼 수 있는가를 10분 가까이 모셔서 논의를 했었는데 대부분.. 아니 대부분이 아니고 모든 분이 선수들을 근로자로 볼수 있다고 말씀하시고, 미국이나 일본도 받아들여져 있는 상태고요.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에버 : 얼마전에 팬들과의 대화도 하셨고 그 자리에서 저액연봉 선수들의 권익을 위한 많은 요구 사항들을 발표하시기도 했는데, 사실 많이 알려지지 않긴 합니다.
꼭 알려드리고 싶은 것들이 있으신가요.
손 : 최저연봉제 인상도 2000만원에서 2400만원으로 인상하자는 요구를 했어요. 이 선수들이 과연 꿈을 갖고 야구를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학교생활 내내 해오던 운동만 하던 선수들이 만약 프로에 와서 좋은 결실을 맺지 못할 경우 어떻게 보면 사회에서 불구자 인생을 살아야할 지도 몰라요. 매년 100명의 신인선수들이 프로에 입단하는데 약 50명의 선수가 3년이내에 프로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옷을 벗는 실정이에요. 또 100명의 선수가 프로야구에 들어오면 기존 100명의 선수들은 또 옷을 벗어야 되요. 엔트리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요. 이게 계속 반복되다보니까 주전급 선수가 아니면 프로선수의 생명 주기가 대부번 3년에서 5년 사이인거에요.
에버 : 사실 장비도 선수들이 직접 구매해야 돼구요.
손 : 네 . 고가의 장비죠. 자기 인생의 전부를 투자했는데 그런 선수들이 사회에 나가서 어느 정도 경제적인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정도는 되야하지 않겠어요.
에버 : 아.. 그렇게 따지면 400만원 인상으로는 참 약하네요.
손 : 네. 최저연봉 2000만원 규정이 이게 벌써 언제적 만들어진 규정입니까. 경제규모도 변하고 있는데 야구선수들이 받는 페이도 변화해야죠.
그리고 룰5라는 제도가 있어요.
실제적으로 2군에서 아무리 잘해도 연봉고과에 반영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설마 했었는데 2군에서 타격왕을 하고 홈런왕을 해도 연봉은 100~200만원 오르는게 현실이에요. 또 1군 감독이 아무리 잘해도 1군으로 콜을 안하면 백년 2군 선수였다가 끝납니다.
이런 선수들이 다른 팀에 필요한 전력일 수 있는데 팀을 옮기기가 어렵잖아요. 이 선수들이 타구단에서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제도가 이 룰5라는 제도에요. 이건 각 팀들도 전력보강을 위해 굉장히 유용한 제도입니다.
필자 주.
룰5는 메이저리그에서 시행하고 있는 마이너리그 드래프트제도다. 경력 3년 이상의 마이너리그 선수들 중 각팀 40인 로스터안에 들지 못한 선수들을 타팀에서 5만달러를 제공하고 데려가는 드래프트제도이다. 이런 드래프트 방식으로 기회를 얻지 못한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입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 , 이 방식을 통해 데려간 선수는 반드시 이듬해에 1년동안 엔트리에 포함시켜야하는 규정 때문에 구단이나 감독 입장에서는 모험일 수 있다는 사정으로 한국에서는 도입되지 않고 있다.
에버 : 용병 폐지와 같은 요구사항은 팬들과의 괴리감도 있는게 사실이거든요. 주장하시는 폐해가 분명히 있지만 용병제도가 그동안 한국야구를 업그레이드한 측면도 있고, 팬들에게도 또 하나의 즐거운 문화로 정착된 마당에 선수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하여 잘 돌아가는 제도를 건드리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설명도 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손 : 용병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구요. 단지 몇년전부터 구단이나 KBO측이 용병수를 늘리자는 움직임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 우리가 그런 확대를 막고자 했던 측면이 있었죠.
에버 : 수비를 위한 공격이다?
손 : 음.. 실제로 모든 구단이 용병확대를 크게 희망하고 있어요.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각팀마다 취약포지션의 전력강화를 위해서 FA선수들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게 돈이 많이 드는 거에요. 돈이 많이 들다보니 FA선수보다는 용병을 늘려서 해결하자. 그렇게 되면 굳이 비싼돈 들여서 FA선수들을 영입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게산이 깔려 있어요.
그렇다고 용병선수들에게 돈이 안들어가느냐.. 그것도 아니거든요. 이런 저런 이유들로 인해서 매시즌마다 용병을 교체하고 있고, 교체될때마다 계약금을 버리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렇게 지출되는 돈이 각 구단마다 20억 전후가 되지 않겠느냐 생각해요. 그렇게 봤을 때 이런 비용들이 고스란히 저액 연봉 선수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거죠.
사실 기량 미달인 용병 선수들도 요즘 점차 많아지고 있는데 그 용병보다 잘하는 국내 선수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단 차원에서는 돈주고 데려온 용병을 써야하는 입장 때문에 선수들이 기회를 못 얻는 경우가 있잖아요.
이런 시점에서 한국야구도 큰 발전이 보이고 있는 마당에 줄이지는 못할망정 확대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거죠.
필자 역시 선수협에서 “용병제 폐지 및 축소”를 주장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확대하지 말자는 얘기란다. “아”다르고 “어”다르다는 속담은 대한민국 언론의 힘이다.
손 : 사실 지금 국내에 유입되고 있는 용병들이 정말 기량이 출중하고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몇 되지도 않을뿐더러, 설사 잘한다고 하더라도 일본이나 메이저리그 재진출에 발판으로 삼으려고 스쳐가는 리그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오갈데 없어 한국에서라도 야구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용병들도 실제로 있단 말이에요. 어차피 구단에서도 용병 2명은 보유해야겠고, 어쩔 수 없이 기량도 안 되는 것을 알면서 데리고 와야 하는 경우도 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한국에 메이저리그급의 훌륭한 용병선수들을 데리고 올수만 있다면 이건 선수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는 거에요. 그러나 이 문제는 앞으로 바뀌지 않는 문제입니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메이저리그나 일본리그는 한국리그보다 수준이 높고, (실력의 문제가 아닌 야구판 전체의 퀄리티를 얘기하는 것이다) 이것을 한국리그가 뛰어넘지 못한다면 실력 있는 용병이 한국야구에 자진해서 올 수 있는 상황은 오기 어렵지 않겠냐는 거에요.
스쳐가는 리그라는 생각을 가진 용병들이 앞으로도 계속 생길텐데, 이런 상황이라면 굳이 실력 없는 용병까지 안고 가야하는 현 제도가 필요하겠느냐는 생각인데요. 이런 점으로 볼때는 10년후던 100년후가 됬던간에 언젠가는 폐지 되야 하는 것이 맞지 않냐는 생각은 갖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단계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것이지 지금 당장 폐지하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에버 : 또 노조를 반대하는 목소리중 하나가 각 구단의 이 적자구조.. 또 이 적자구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선수들 몸값이다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삼성도 얼마전에 적자를 감수하고 하기 싫은 프로야구 억지로 하고 있는데 노조가 웬말이냐는 얘길 했다더군요.
손 : 팬 분들도 그런 말씀 많이 하시더라구요. 모든 구단이 적자라고 얘기하고 있고 적자 구단이 노조까지 수용하면서 야구단을 운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이냐는 얘기 많이 하시죠. 그 자체를 놓고 본다면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봐요.
그러나 롯데 구단은 흑자로 돌아선지 1년 넘게 지속되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구요, 올해 같은 경우에는 두산이 흑자쪽으로 돌아섰다는 얘기도 들려요.
신짱 : 적자를 만든 책임은 구단 경영자에게 있는거죠.
손 : 네. 저는 한번 묻고 싶어요.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들에서 프로야구단을 만들었을때에는 정말 이 야구단을 활용하여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목적으로 운영했었는지 묻고 싶어요.
물론 모든 구단 프론트에서는 이런 말씀들을 하세요. 우리 그룹은 굳이 야구를 통해서 기업의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해서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그건 선수들이 잘못 알고 있다는 식으로 말씀들 많이 하세요.
그래도 홍보 효과에 대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오히려 최고의 홍보효과 아닌가요.
당연히 회계 처리쪽에서도 광고에 대한 계정이 분명히 포함되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외국의 유명 축구팀 유니폼에 브랜드를 새겨 넣으며 몇백억, 몇천억씩 지불하는 이유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한 가지는 구단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 책임을 안고 가야 하는 부분도 있는 것이구요. 롯데와 두산이 흑자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한다는 거죠.
한쪽 측면으로는 이 적자논리는 노조를 만드느냐 안만드느냐에 있어 끼어들 논리가 아니고요. 전혀 관계 없는 사항이 아닌가요.
에버 :비활동 기간 훈련 금지 얘기를 해보죠. 지금 현재 가장 임팩트있게 전달되고 있는 것은 “훈련 참가시 벌금 5000만원”이라는 무시무시한 키워드거든요. 그런데 얼마전에 인터뷰하신 내용을 보니까 KBO규정에 선수들과의 계약기간이 아닌 비활동기간 (현재 구단과 선수들은 10개월 기간으로 계약하고 있다)에는 구단이 훈련을 소집할 수 없고, 훈련을 하더라도 각종 수당 등이 지급되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그 규정을 지키라는 얘기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손 : 비활동 기간의 문제는 규정대로 하자는 겁니다. 제가 입단할 때만해도 12개월 단위로 계약을 했었고 4대보험 혜택을 받았어요. 그런데 어느 간 10개월 단위의 계약을 하게 됬는데 이걸 통해 구단이 분명히 얻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에버 : 이게 그러니까 10개월로 계약기간이 줄었다 해서 연봉 총액이 낮아지는 건 아닌거죠?
손 : 그렇죠. 그건 줄지 않는데 분명히 10개월로 계약기간을 줄인 것은 구단이 이득 보는 것이 있으니 그렇게 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그러다보니 계약서 상에 비활동 기간이 생긴 것이고, 그것을 우리 선수들이 만든 것도 아니에요. 그러다보니까 4대보험도 못받고 선수들에게 불이익이 조금 생긴 것인데. 계약서대로 하자는 얘기인거에요. 팀 사정에 의해 훈련을 할 시에는 수당을 지급하라는 것도 규정상 나와 있는 거에요. 그런데 구단이 이걸 절대 안지켜요. 식사비나 훈련비를 지급하지 않느냐는 얘기를 할 수 있겠지만 계약이나 규정을 지키는 것은 아니잖아요.
신짱 : 결국은 선수들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인 거군요.
손 : 그렇죠. 사실 8개구단 어떤 감독님들도 훈련이 필요한 선수들이 있을 것이고, 저 같아도 그 자리에 있으면 기량이 좀 떨어지는 선수들을 훈련시키고 싶어 할겁니다.
또 어떤 감독님께서는 그러시더라구요. 2군 선수들 같은 경우는 훈련하고 싶어도 돈도 없고 어려운 상황에서 구단이 지원해주는 훈련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일 아니냐는 얘기를 하시죠. 사실 맞는 얘기죠. 선수들도 훈련을 원치 않는 선수들도 있을테고, 또 원하는 선수들도 있는거구요.
에버 : 결국은 선수들의 훈련에 대한 자율권 보장이네요.
손 : 그렇죠. 그런데 공통점은 있어요. 훈련을 원하는 선수들이나 원치 않는 선수들 모두 어떤 감독과 지휘아래 훈련하는 것보다는 자율적인 훈련을 원하거든요.
사실 지금 선수협이 벌금 5000만원이라고 통보를 했어도 대부분의 팀들이 현재 훈련을 하고 있어요. 이것에 대해 협회에 전화하는 선수들도 있어요. 이거 막아달라. 좀 부당한 것 아니냐는 거죠. 선수들이 1년중에 6개월을 집에서 떠나 있는 현실이고, 연고지역이 아닌 팀에 입단한 선수들은 원룸하나 얻어서 숙식을 알아서 해결하는 선수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에버 : 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입장이 명확하게 정리됐으면 해요. 말씀하신대로 비활동 기간에는 모든 선수들이 무조건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신건지, 아니면 선수들이 자율적인 판단에 의해 감독휘하에서 훈련을 받고 싶으면 수당을 받으며 해도 되는 건지.
손 : 그런데 왜 벌금 5000만원 얘기를 하냐면요. 모 구단 같은 경우는 재활이니 뭐니 해서 지금 외국에 나가서 훈련하고 있어요. 그런 예외를 두고 하게 되면 규정안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밖에 없고 규정을 다른 쪽으로 해석을 하는 식으로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거에요. 그래서 이부분은 원칙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약간의 강압적인 부분도 필요하다고 봐요.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에게 오기 때문이거든요.
또 약자인 선수들이 구단이나 감독이 훈련을 요구하게 되면 이런 강력한 정책이 없으면 무용지물 될 수 밖에 없거든요.
에버 :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님들이나, 팬들이 기량문제에 대한 걱정을 하시는 거잖아요. 말씀하신대로 자율훈련을 해도 기량상에는 문제가 없는 것인지, 감독이하 코칭스텝의 지휘아래 훈련이 더 기량항상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이문제도 사실 관건이 아닐까 싶어요. 야구 선수로써의 판단은 어떠세요?
손 : 야구라는 스포츠종목이 개인종목이 아니라 단체스포츠다 보니까. 사실 배팅연습을 하고 싶어도 던져주는 사람이 필요하긴 해요. 단체로 훈련을 해야할 필요가 있는 거구요.
그러나 지금 이 기간은 꼭 단체훈련이 필요한 기간은 아니라는 거죠. 어차피 스프링캠프도 있는 거구요. 오히려 개인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팀 훈련보다는 개인 훈련이 더 필요할 때가 있어요. 실제적으로 팀 훈련은 팀의 조직력 향상을 위한 훈련이 주를 이루고 개인 기량을 향상시키는 훈련은 오히려 적은 편입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하는 시간도 필요한 거죠.
에버 : 오늘의 마지막 주제가 될 듯합니다. 요즘 가장 답답해하시는 부분일텐데요. 노노갈등에 관한 얘깁니다. 저번에 팬들과의 대화에서도 말씀하셨듯이, 일단 삼성쪽 선수들이 현재 가장 골치아픈 부분일텐데요. 사실 현재 삼성소속 선수들중에서도 선수협 활동 열심히 해오신 양준혁 선수도 있고, 절친한 친구이신 진갑용 선수도 있고 도와주실 분들이 꽤 있어 보이거든요. 좀 만나거나 물밑 교섭 같은 것도 좀 있어야 했는데 그런 것들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만
손 : 선수들에게 노조설립에 대한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순회미팅도 했었고, 나름대로 노력은 많이 한 편입니다. 그러나 알리고 홍보하는데 있어 애로사항은 있어요. 워낙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어렵거든요.
선수들이 노조에 대한 필요성은 모두 인식하고 있을꺼라 생각은 해요.
단 아직은 불편한 상황이 많이 없다보니, 노조에 대한 관심도는 사실 떨어지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관심이 많은 선수도 물론 있고요. 따라서 관심의 경중의 차이일 뿐이지 노조에 대한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선수들은 없다고 봅니다.
예를 들자면 KBO에서 전체 선수들에게 연봉 1억원 이상을 지급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아주 불합리하고도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밀어부친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지겠죠.
에버 : 손회장께서 약간은 관심도가 떨어지는 선수들에게 약간의 섭섭함은 있다는 얘기네요?
손 : 아니죠. 섭섭함이 있다기 보다는 관심의 정도가 떨어지는 부분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이 있다는 거죠.
에버 : 어쨌든 노조가 세워지기 위해 이 부분은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할 가장 중차대한 문제인데요. 해결이 되려면 어떤 것들이 전제되야 할까요.
예를 들자면 선수들의 인식 전환이 문제인거냐, 어떤 특별한 계기가 필요한거냐..
손 : 네.. 아까 질문에 좀 보충 설명을 드리자면요. 얼마전 노조설립에 대한 찬반 투표를 했잖아요. 이게 알게 모르게 구단의 압력이 분명이 있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거에요.
당시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삼성이나 엘지 소속 선수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투표하지 않았지만 과연 구단의 압력이 없었다면 투표를 안할리 없다는 거죠. 그건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거든요.
에버 : 그렇다면 앞에서 말씀하신대로 지금 선수들이 관심도가 다소 떨어지는 측면이 있고, 구단의 이런 보이지 않는 압력들이 같이 결합되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는거죠?
손 : 그렇죠. 언론에서 한 선수를 붙잡고 선수노조 관련해 인터뷰 한마디만 해도 당장 구단에 불려가 “니가 왜 이런 선동을 하냐”는 식의 얘기를 안하겠어요. 실제로 각팀의 선수협 대표자 회의도 참가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는 구단도 있어요.이런 불이익이 있는 와중에 선수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못하는 측면이 사실 더 크다는 겁니다. 절대 선수들이 필요성을 못느껴서 나서지 않고 있는건 아닐겁니다.
에버 : 네 어쨌든 해결은 꼭 해야겠고.
손 : 네 그래서.. 음 저는 그렇습니다. 이젠 발표를 다 해놓은 상태고 이젠 앞으로 어떻게 진행해야할 것에 대해 상당히 고민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제일 중요한 부분이 선수들의 목소리고 선수들의 동참인데요. 과연 제가 어떤 식으로 약자인 선수들의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인가. (한숨)
사실 전체 선수들이 모두 하나가 돼야 피해자 선수들이 나오지 않을 거라고 보고, 그 원칙을 지켜서 운영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부딪쳤을 때 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이 서면 뜻이 맞는 선수들끼리라도 가야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은 해요.
굳이 하나의 방법을 생각하자면, 만약 구단에서 별다른 제재만 없다면 제가 돌아다니면서 각 팀의 선수들을 입장을 듣고 대화하고 싶어요.
신짱 : 사실 노조가 특정 개인을 위한 단체가 아니라 참여하는 선수들 모두에게 혜택이 갈 수 있는 방법인데..
손 : 그렇죠. 또 이 야구라는 것이 단체스포츠다 보니까 선배라던지 역량있는 선수들의 역할이 참 많이 필요할 때도 있죠.
에버 : 모 기사를 보니 사실 삼성, 엘지선수들 뿐만 아니라 히어로즈 선수들도 불만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있어요. 모기업이 너무 어렵다보니 삼성, 엘지처럼 야구 안하겠다는 엄포성 발언이 아니라 실제로 노조가 생기면 구단이 해체될 수 도 있는 상황을 걱정하는 것 같고, 또 한편으로는 어려운 와중에서도 구단과 같이 가는 상황에서 노조를 만들어 총질하는 것 j처럼 되버리는 부담감 내지 의리 심리도 좀 있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손 : 그렇진 않습니다. 이 얘기를 하면 히어로즈 선수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아무래도 히어로즈 선수들이 현재 야구판에서 가장 불이익을 많이 받는 선수들인 것은 분명하고요. 그러다보니 가장 똘똘 뭉친 팀중에 하난데 제가 예상하기로는 적극 동참하면 했지 불만을 갖고 하지는 않을거에요. 아마 잘못된 정보일거에요.
노조가 생긴다고 해서 히어로즈 구단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도 않을거구요.
에버 : 그래도 사실 선수협의 기존 요구사항만 보더라도 비용이 발생하는 부분이 있고, 재정이 열악한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 입장에서는 난감하지 않겠습니까.
손 : 그런데 제가 보는 입장에서는요. 팬분들이나 구단에서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지만 우리 선수들이 머리에 빨간띠를 두르고 농성을 하고 파업하고 이러고자 만드는 것이 아니에요. 다른 노조들과는 달리 우린 이쪽의 특수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저희랑 어울리지도 않고요, 또 다 들어달라는 것도 아니고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대화를 하자고 하는 맥락이기 때문에 서로 조율하고 구단도 크게 피해보는 것이라면 우리도 양보할 수 있는 것이고..
에버 : 그런데 사실 노동조합을 만들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교섭권도 중요하지만 단체행동권을 보장받으려는 측면도 있거든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파업이라는 형태도 있구요. 메이저리그도 파업을 한 경우도 있고 말이죠. 노조를 만들었더라도 대화의 의지가 전혀 없거나 씨알도 안먹히는 경우는 파업이나 보이콧이라는 수단을 꺼내들어야 할 상황도 올 수 있다는거죠. 그렇다면 팬들의 비난도 감수해야할 것이고..
손 : 음.. 미국이나 일본 같은 경우도 파업을 한 경험이 있지만 팬들이 이해하지 못할 파업은 한적이 없어요. 당시 국민들의 열성적인 지지도 있었고 말이죠. 일본의 경우도 양대리그 합병 얘기도 있었고 해서 파업을 하긴 했었는데 , 당시에 팬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성공한 케이스죠. 선수들 즉 소수만의 이익을 위해서 하는 파업은 아니라는 여론, 그것이 중요한거죠. 많은 국민들이 파업을 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있다면 당연히 파업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분 참 순진하다. 아무리 파업의 명분이 확고하게 자리잡혀 있는 사안이라도 소수만의 이익, 혹은 빨간칠로 덮어버리는 우리나라 위대한 언론을 잘 모르시는 듯, 지금도 그렇게 당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어쨌든 조중동아.. 파업은 절대 안하신단다. 들었냐?
에버 : 막바지 질문 한두개만 드리고 끝내야겠네요. 선수들에게 혹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손 : 저는 선수들이 관심만 가져준다면 충분히 많은 선수들의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선수협 회장을 맡고 있지만 선수들의 투표를 통해 이 자리에 왔고, 당연히 선수들을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당장 주전급 선수들에게 약간의 불이익과 불편함이 없다고 해서 이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이 부분에 대해 관심만이라도 가져주셨으면 회장으로서 더 바랄 나위가 없고..
또 한가지는 이 모든 것들이 개개인의 이익보다는 앞으로 한국프로야구의 역사상에서 길이 길이 잘된 일이라는 부분으로 남을 것으로 생각해요. 조금씩만 동참해주시고.
그리고 제가 아니라 어느 선수가 이 자리에 있었더라도 똑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고, 절대 저의 이익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알아주셨으면 하고, 선수들도 이런 부분을 이해해주셨으면 하고요.
에버 : 굉장히 외로우실 것 같아요. 어떤 기사 보니까 가족분들도 큰 지지를 보내주고 계신 것 같지는 않고...
손 : 누구나 저를 많이 걱정하시는데, 가족들이 가장 많은 걱정을 하고 있고, 사실 미안하죠 가족들에게.. 많은 분들이 굳이 니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너혼자 이렇게 고생하느냐는 말씀을 하시지만, 뭐 어쩔 수 없다고 보고요. 제일 힘든 것이 또 롯데라는 팀에 미안한 부분이에요. 제가 선수협 회장 이전에 롯데 선수거든요. 제가 이일을 하고 있지만 롯데를 소홀히 한다는 생각 단 한번도 가진 적이 없구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이 팀에 본의 아닌 피해를 끼쳐드리고 있고, 팬들에게도 죄송할 따름이죠. 제가 노력해야죠.
에버 : 너무 정답만 말씀하셔서 재미 없네요 전략상 약간의 동정심도 유발해야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웃음) 외로우시죠?
손 : 외로워요 (일동 웃음). 네 뭐 동정표를 얻고자 그런 말을 하고 싶진 않고요. 단 내가 내 혼자만의 결정으로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좀 알려드리고 싶어요.
에버 : 정말 마지막 질문입니다. 가상을 설정해놓고 하는 질문인데요 이 선수협활동 혹은 노조활동을 계속 하시다보면 야구선수의 생명이 위태로워 질 수도 있고, 이 활동과 야구 선수를 선택해야하는 상황도 올 수 있거든요.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야구 선수로써의 자부심과 자존심이라는 가치를 선택할 것인지, 선수협이나 노조의 대의라는 가치를 선택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손 : 예 그것은 제가 지금 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자체가 이쪽 길로 마음을 굳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제가 각오가 강하고 안강하고를 떠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사람이 본의 아니게 잘못을 했더라도 인정을 하고 또 다른 상황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시 얘기해서 제가 앞장 선 것은 제가 선택한 것이었고, 이 자리에 섰다는 것이 변하진 않습니다. 그것 때문에 저에게 떨어지는 불이익이 온다 해도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독립투사라서 그런게 아니라 세상을 살면서 당연한 가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요. 다만 잘 안됐을 경우에 대한 두려움은 있죠.
에버프리 : 휴.. 장시간에 걸쳐.. 벌써 세시간이 다 됬네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한데요. 제가 딴지일보에 쓴 “노동조합 설립지침서”라는 글이 있는데요. 제가 팔면 사시겠습니까? 좀 필요하실 듯 한데요 (웃음) 내년 시즌에 제가 응원하는 팀에 한경기 5실점만 해주시면 바로 양도하겠습니다.
일동 웃음
손 : 일단 감사하고요. 모처럼 편한 인터뷰를 하게 된 것 같아 좋았습니다.
에버, 신짱 : 감사합니다.
투수는 외로운 포지션이란다.
타자와의 싸움보다 자기와의 싸움이 더 중요하고, 아무도 내 공을 대신 던져 줄 수 없다.
지금 손민한은 자신의 그 외로운 직업보다 훨씬 더 고독하고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아무도 손민한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하지 않는다.
인터넷을 하지 못한다는 손민한에게 듣보잡 매체일 것이 분명한 딴지일보에 흔쾌히 인터뷰를 응해주고 세시간라는 장시간을 허락했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대화하고 싶은지에 대한 반증일 것이다.
손민한은 프로야구판의 좌경용공화를 꿈꾸지 않는다. 순진하게도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단체행동권을 행사하는데 있어서도 미온적이다.
또한 손민한의 말대로 일반인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입장에서 한푼 더 벌어보겠다고 이 승산 없는 싸움을 했다고 보이진 않는다.
단지 손민한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대화를 원하는 것이다.
실제로 손민한은 현재 대화의 상대들 (KBO, 구단, 선수들)에게 약간의 섭섭한 얘기가 전해질까봐 굉장히 조심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화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뜻 아니겠는가.
KBO에 촉구한다. 화두는 손민한이 던졌다. 이젠 KBO가 화답해야할 차례다. 무시하고 피하고, 비열하게 뒷담화를 즐기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모두 수용 불가”라는 얘기라도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해라. 적어도 손민한이 갖고 있는 프로야구판에 대한 진정성과 고민은 KBO보다는 몇수 위다.
선수들이여... 어려운거 다 안다. 그러나 손민한의 얘기라도 들어 줘라. 설사 노조 설립이 무산되는 한이 있더라도 손민한의 이 싸움을 이렇게 고독하게 만드는 것은 도리가 아니질 않겠나.
한시대를 풍미한 대투수 손민한을 잃는 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도 불행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말 눈과 입과 귀를 열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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