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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일 일본 대부분의 지역에 대해 비상사태(긴급사태)를 해제된 데에 이어, 5월 21일에는 관서 지방(오사카부, 교토부, 효고현 등)에 대해서도 비상사태가 해제됐다. 이제 남은 것은 수도권과 홋카이도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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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런 발표를 할 때 기자회견을 하지만, 21일에는 하지 않았다. 아베의 친구인 동경고검 검사장 쿠로카와가 상습적으로 내기마작을 했다는 게 발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검찰청법을 표결에 부치지 못해 곤경에 빠져있던 차에 한방에 보내는 스캔들이 터졌다. 만약 검찰청법이 국회를 통과해, 쿠로카와가 검찰청장이 되었다면 이런 기사가 나오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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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권에서는 허둥지둥 '(쿠로가와의 내기마작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며 꼬리를 자르는 모양새다. 많은 반대를 무릅쓰면서 검찰청법을 강행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태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감동과 신화가 넘치는 일본

 

이 사이 언론은 '창의적' 보도를 연일 쏟아낸다. '일본이 코로나19를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신화를 만들고 있다.

 

네버엔딩 마스크 스토리

 

아베노마스크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얼마 전 기자회견을 가진 스가 관방장관이 아베노마스크를 거론하며, '아베노마스크가 마스크 가격 인하에 영향을 주었고, 시중에 마스크가 공급되었다(링크)'고 말했다. 아직 도착도 안 한 아베노마스크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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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마스크 가격이 내려가긴 했다. 업종에 관계없이 마스크를 팔고, 의류업계는 수제 마스크를 제작해서 판다. 개인들도 알음알음 수제 마스크를 제작/판매해 이전에 비해 가격이 내려갔다(이전에 비하면 여전히 두 배 수준이지만).  

 

다시 말해 스가 장관은 도착도 하지 않고 도착할 기미도 없는 아베노마스크가 그 존재 자체만으로 마스크의 가격을 떨어뜨렸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기적'을 행하셨다. 

 

언론은 이 기적의 드라마를 보도한다. 일본은 시시하게 이 세상의 일로 겨루지 않는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인가 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정책"

 

아베 총리를 창의적으로 해석한 <데일리 신초> 기사도 있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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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도통신>의 '미 외교지의 일본 코로나 대책에 대한 평가'에 대해 적은 기사(링크)를 인용하며 시작한다. 미국의 외교지 <포린 폴리시>가 낮은 사망률 등을 들며, 일본의 코로나 대처를 '기묘한 성공'이라 평가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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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외교지 '포린 폴리시'의 내용을 담은 기사

 

해당 기사는 아베에 대한 창의적 호평으로 끝을 맺는다.

 

"아베 총리가 코로나19에 대해 아무런 대책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지만, 감염폭발이 일어나지 않았으므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이 옳았다. 오히려 아베 총리의 치명적인 실책은 '일본엔 사망자가 아주 적으니까 특별한 대책을 할 필요성이 없다'고 세계를 향해서 설명하지 않은 것이다. 거기에 비상사태를 의미 없이 연장해서 일본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이 두 가지는 강하게 비판을 받아야 한다"

 

<기생충>에서 '계획이 없는 것이 최고의 계획'이라고 했던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아베 총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런 해석을 '창의적'이 아니면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항체검사하면 경제도 살리고

 

코로나19 대처에 새로운 국면을 제시한 <문춘 온라인> 기사도 있다. 전 오사카 시장 하시모토와 노벨상을 받은 야마나카 교수가 나눈 대담을 기사화 했는데, 요약하면 야마나카 교수가 '일본에서 항체검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이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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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검사는 백신이나 치료약 개발보다 아주 빨리 된다. 가격도 싸다. 중요한 것은 국산으로 할 것. 외국산을 쓰면, 질이 나쁜 것을 써서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 국산으로, 품질관리를 제대로 해서, 검사 키트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산 항체키트로 검사해, '애국심'으로 코로나 19를 극복하자'는 감동적인 스토리다. 노벨상 받은 과학자마저 창의력이 넘친다. 

 

 

창의적 퍼포먼스와 함께

 

언론이 나서서 아베 총리의 신화를 만드는 중에도 정치인들은 정치적인 퍼포먼스에 여념이 없다.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동경도 지사는 매일 다른 수제 마스크를 쓰고 나오는 등 패션에도 신경 쓰는 모양새다. 언론도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화려한 패션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고 호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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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사람들은 정부보다 지자체에 기대하고 있다. 정부보다는 뭔가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오사카부 지사는 일본에서 코로나19 사태에서 가장 활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사카에 의료장비가 부족해 의료진이 쓰레기 봉투를 쓰고 일하고 있다면서 우비를 기부해달라'고 했던 것이 화제가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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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이 쓰레기봉투를 써야할 정도면 지자체가 물자를 제대로 준비/공급하지 못했다는 말 아닌가? 그럼에도 오사카부 지사의 이야기는 일본에서 '미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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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인 감동의 스토리로 일약 스타덤에 올라간 요시무라 지사는 현재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가가 되었다. 차기 총리 후보로 지목받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와 동경도 지사, 오사카부 지사가 비상사태 해제를 향해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후생노동성에서 받쳐주고 전문가 회의에서도 입맛에 맞는 이유를 창작한다. 모두가 향하는 방향은 같다. 코로나19로 새로운 '신화'를 창조했으니, 앞으로 선전에 선전을 거듭해서 국민들이 '자화자찬'으로 행복해질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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