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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5년 추천0 비추천0

2009.12.14.월요일


정치불패 2045년


 


뭘 더 분열하나?


 


야권연합론에 반대한다는 말은 마치 전두환을 상대로 호헌철폐투쟁을 하는데, 그게 온 국민의 열망인데 니네하고 함께 할 수 없으니 따로 싸우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때는 짱돌의 싸움이고, 이제는 선거의 싸움이다. 그때의 노골적인 군사독재세력이나 지금의 노골적인 수구기득권세력의 본질도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 하긴 87년 그때도 그런 소수의 무리들이 있긴 했다. 정통마르크스주의자를 자처하는 따로 노는 애들이...



분열해서 경쟁해서 더 좋은 사람을 뽑자고? 더 이상 분열할 진보가 남아있기는 하냐? 한줌밖에 안되는 진보가 이제는 한줌에도 쥐어지지 않게 쪼개져 존재감도 없는데 뭘 더 분열하니? 강기갑과 노회찬 중 누가 나은지, 권영길과 심상정 중 누가 나은지 그딴 걸 비교할래?


 



진짜를 ‘자칭’하는 진보들



‘자칭’ 진보들은 노무현, 김대중과 끊임없이 차별화를 시도했다. 오로지 자기들만이 진보라고. 니네는 본질적으로 한나라당 애들과 같은 보수라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 놓인 강보다 더 크고 넓은 강이 자기네들하고 사이에 놓여있다고. 내가 진보 앞에 자칭이라는 말을 붙인 것도 하도 지네들만 진짜 진보라고 강조하니까 그런 거다. 내가 생각하는 진보는 노무현, 김대중을 포함하는 것인데 그 진보와 구별하기 위해서도 니들은 ‘자칭’진보라고 불러야겠다. 근데 내가 생각하기에 ‘자칭’ 진보들이 정작 이 땅의 진보에 기여한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냥 어찌되었든 니네와 다르다만 주구장창 외치다가 국민들에게 차별받고 있는 것뿐이다. 둘로 쪼개진 것들이 정당의 모양새는 갖추고 있다만, 사람들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노무현과 김대중 - 아니라고 우기지만 진보 맞다. 다만 ‘자칭’진보들이 요술공주 세리가 사는 별나라에서 독야청청할 때 이들은 평생을 현실정치판이라는 진흙탕에서 온몸에 흙탕물 뒤집어쓰며 수구들과 씨름한 차이밖에 없다. 수구들이 빨갱이라고 모략하면 ‘자칭’진보들은 ‘어 쟤네들은 진짜 진보가 아닌데’하고 강조하곤 했는데 그게 내 귀에는 ‘내가 진짜 빨갱이야, 왜 그걸 인정 안 해줘’하는 말로 들렸다. 그들은 빨갱이가 아니고 진보 맞다.


 



 


오바마는 부시보다는 분명히 진보다. 영국노동당이 100년을 이어온 사회주의강령을 포기했다고 해서 보수당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폄훼할 수는 없다. 한나라당은 해방 후 50년 동안 만들어진 수구반공이데올로기를 이용하여 뭉친 이익집단이다. 그 구성원들은 정치를 개인의 사익을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 이명박 집권 후 ‘잃어버린 10년’간 챙기지 못한 이익을 한방에 챙기기 위해 더 뻔뻔해지고 노골화된 것뿐이다. 적어도 김대중, 노무현은 이익이 아닌 가치를 위해 정치를 한 사람들이다. 민주주의, 한반도의 평화, 지역주의 극복 등등. 그러나 ‘자칭’진보의 눈에는 그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진짜진보들의 착각



그런데 이들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집권이 필요했고, 그 집권을 위해서 ‘자칭’진보들과 손을 잡은 것이 아니라 수구보수들과 손을 잡았다. 김대중은 김종필을 선택했고, 노무현은 정몽준과 단일화했다. 물론 둘 다 본색을 숨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갔지만. 이것 때문에 ‘자칭’진보 애들은 더 오해한다. 쟤들은 본질적으로 보수라고.



여기서 별나라에 사는 ‘자칭’진보 애들이 크게 착각하는 것이 있다. 한줌에 쥐어지지도 않으면서 스스로를 일정한 세력을 이루었다고 생각하고 국민들이 자기들을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언젠가는 집권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남가좌동이 썼듯이 길게 10년, 20년을 보고 각개약진하면 언젠가는...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니네가 말하는 가짜진보인 김대중은 이인제가 500만표를 갈라주고, 김종필과 손을 잡고, IMF환란으로 김영삼이 매국노 취급을 받는 상황에서도 겨우 40만표 차이로 승리했고, 노무현도 한일월드컵으로 얻은 공짜표를 가지도 있던 도련님한테 표를 건네받고서야 겨우 승리할 수 있었다. 이 땅의 수구기득권의 구조는 그만큼 깨기 어려운 것이다. 가짜진보도 이렇게 겨우 집권했는데 진짜진보를 자칭하는 니들은 언제 각개 약진해서 집권이나 해보겠냐.


 


현실을 직시해라. 2004년 총선에서 민노당이 10석을 얻은 것도 탄핵이라는 반동에 맞서 역사의 밀물이 들어오니까 큰 배가 뜰 때 옆에 있던 주낙배도 함께 뜬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다시 썰물이 되어 열린우리당이 해체되고 민주당으로 바뀌면서 150석이 80석으로 반토막 나니까 민노당도 정확히 5석으로 반토막 나지 않더냐. 니들은 분열해서 각개약진할 만한, 힘이 없다.


 


솔까말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참여당이 연합해서 한명숙을 단일후보로 내면 노회찬이 따로 나와도 서울시장 선거는 승리한다. 조선일보가 한명숙을 노린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유시민이 아니라 한명숙이 나올 거라고 이미 예상하고 그 예상은 무서울 정도로 정확하다. 노회찬이 나오든지 말든지는 신경 안 쓴다.           



노회찬은 차라리 노원구청장에 출마하는게 10년, 20년을 바라보며 각개약진할 분열할 진보들을 위해서 현실적인 선택이 되겠다. 이건 진심어린 충고다.             


 




진보의 분열은 수구에의 투항밖에 없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자칭’ 진보의 분열이 가져온 결과는 항상 분열한 한쪽이 수구에 투항하는 것이었다. 지금 한나라당에서 수구들 뺨치고 있는 민중당 출신 이재오, 김문수, 차명진을 비롯해서 단지 김대중이 싫다는 이유로 김영삼에 투항한 역사무개념인 손학규, 이부영, 박계동, 제정구, 김홍신 등도 있다(이중 몇은 또 왔다 갔다 하면서 이인제를 스승으로 모시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전 민주노총 간부들이 한나라당 당사에서 이명박 후보 지지 기자회견을 하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이념이 아니라 감정싸움에서 떨어져 나온 그들은 뉴라이트 가서 한자리들이나 하고 있을래나?   


 


남가좌동이 ‘자칭’진보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지만, 별나라에서 사는 애들이 ‘본질적으로’ 다른 니네와 연합할 수 없다는 글들은 넷상에서 심심치 않게 본다. 영국노동당은 비합법 정당으로 출발한지 18년만에 집권을 이루었다. 처음에는 자유당을 통해 국회에 의원을 진출시키다가 집권할 때는 자유당을 물리치고 제2당이 되었다. 정작 연대와 연합이 필요한 것은 ‘자칭’ 진짜진보 니네들이다.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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