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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부리 추천0 비추천0

나는 드물게도 복싱팬이다.


 


그렇다. 복싱은 우리나라에서 비인기종목이다. 물론 7,80년대에 복싱은 전국민적인 스포츠였다. 그러나 황금기는 지나갔고 지금 우리나라 복싱은 세계챔피언이라고 해도 생계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지금은 K-1 선수로 활약하는 지인진 前세계 챔프의 세계타이틀획득 당시 파이트머니는 10만 달러였지만 정작 선수 본인에게 주어진 돈은 1만 달러였다.)


 


한 스포츠 종목의 팬으로서 그 종목이 인기가 없어, 그 인기에 상응하는 자본이 없어 허덕댈 때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 든다. 모든 비인기 종목의 설움이라고나 할까.


 


그런 가운데 얼마 전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세계권투협회(WBA) 여자 복싱 페더급 세계챔피언 최현미선수가 2차 방어전에 성공했다는 소식이었다.


 




이 소녀가 세계챔프 최현미 선수다. 물론 그녀의 미니홈피에서 도둑질한 짤방이다.


 


복싱팬이 아니어도 최현미 선수의 이름을 들어본 이가 있을 것이다. 그건 그녀가 "탈북소녀 복서"로 언론에 이슈화된 적이 있기 때문인데, 그게 뭐가 중요하랴. 복싱팬의 입장으로서 중요한 것은 그녀가 한국의 세계챔프인 것이다.


 


사실 그녀가 2차방어전을 치른 것이 얼마 전이기는 하지만(11월 21일),  그녀가 챔피언 밸트를 찬 건 작년 10월이었다. 그런데 1차방어전은 올해 5월 30일에 열렸었다.


 


챔피언 획득과 1차 방어전의 기간이 상당히 길었다는 얘기다. 복싱에서 챔프는 타이틀 의무방어전을 치뤄야 한다. 일정기간 방어전을 못 치르면 타이틀을 반납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바닥에 떨어진 복싱의 인기로 그녀에게는 후원이 없었다. 돈이 없어 시합을 못 치른 거다. 우여곡절 끝에 노원구에서 후원을 맡아 경기를 치르긴 했지만, 아, 세계 챔피언이 돈이 없다니. 이거 너무 가슴이 짠한 얘기다.  


 



"본드걸" 김연아 선수



최현미 선수는 90년생이다. 피겨 스케이트의 김연아 선수와 동갑이다. 그리고 두 명 모두 각 종목의 세계 챔프다. 그럴 때 이 두 챔프의 격차는 당황스러울 정도다. 게다가 이건 인기 종목과 비인기 종목의 차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단언컨대 피겨 스케이트는 단 한 번도 인기 종목이었던 적이 없다.


 


지금 전 국민적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김연아 선수지 피겨 스케이트가 아니다. 국민적 열광의 대상은 김연아 선수(의 우승)에게 머물고 그 때 피겨 스케이트는 김연아 선수의 우승을 즐기기 위한 무대일 뿐이다. 김연아 선수가 우승했을 때 한 방송국 스포츠 뉴스의 인터뷰.


 


시민 : 경제도 어려운 상황에서 힘도 얻고...


 


지금 국민들은 경제나 사회가 어려울 때 정부나 국가에게서 힘을 얻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 선수에게서 힘을 얻는다. 하지만 도대체 무슨 힘을 얻는가? 글쎄... 어쨌든 지금 한국에선 김연아 선수가 인기 종목이며 피겨 스케이트는 비인기 종목이다.


 


그래서 최현미 선수와 김연아 선수의 차가 언론에서 발생하는 건지, 그 종목의 특성상인지, 운 때문인지, 자본이 상품으로 선택한 차이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걸 헤아리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다. 물론 외모 차이 때문은 아닌 것 같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김연아 선수가 동양적인 미모를 가지고 있다면 최현미 선수는 귀여운 소녀 같은 매력을 지니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언론에서도 몇몇 종목만 주구장창 이야기하지 말고 다른 종목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줬음 좋겠다. 그런 취지인지 무한도전에서 최현미 선수를 응원하는 편을 만들었다고 하고 또 후원금도 주었다니까 좋긴 하다만(12월 중에 방영이라네..). 


 


무한도전 편을 계기로 해서 그녀와, 복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하고 바라지만 반짝 인기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어쨌거나 딴지스들에게 자랑스러운 스포츠 선수를 하나 소개싶어 글을 썼다가 비인기 종목팬으로서의 설움에 약간 글이 산으로 간 듯 싶다.


 


암튼, 내 소원은 연아립스틱이 아닌 현미립스틱을 만나는 것이라고나 할까. 물론 복싱 선수를 화장품 업계에서 쓴다는 건 약간 무리인 듯도 싶지만, 아 요즘 또 강한 여자가 대세 아닌가. (아니었나...) 광고 카피는... 맞아도 끄떡없는 립스틱이라던가..내 입술에 넌 KO라던가...역시 무리인가 -_-;;


 


그래도, 현미립스틱, 현미달력 나오는 그 날까지. 파이팅.


 



잘 싸워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