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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15.화요일

정치불패 때되면되것지


 


독투에 올리고 그게 덜컥 위로 가버리니 겁났다.


그리고 어째든 가문의 영광이다.


너부리편집장님께 다만 감사할 따름이다. 다만이다. 더 많은 거는 바라지 말자.


 


딴지가 대규모 떡밥을 투여했다. 진보의 분열이네 통합이네 이 떡밥은 왠지


대학시절 학생운동권의 사상논쟁이랑 닮았다.


전에도 써놨지만 이거 백날 입으로 해봐야 답도 없고 결론도 없다.


그래서 맘에 안든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가 글쓰는 거 보면 이 떡밥 꽤 매력적이긴 한가보다. 씨바.


각 잡고 본론간다.


 



 


그곳에는 흐름이 있다.


 


다시 좀 생각해보자. 노무현대통령 후보시절 정몽준후보와 덜커덕 연합을 해버린다.


 


이게 씨바 말이 되냐? 지금 민주와 민노, 참여신당과 진보신당의 거리감보다 백만배 더 먼 거리가 그냥 덜커덕 하자고 덤벼 든거다.


여기에는 논리도 스탠스도 이념적 기반도 없다.


이건 에너지였고 흐름이었고 피할 수 없던 마지막이었다. 


그 때도 이런 논의가 있었지만 뭔가 정의하지 못할 확연한 흐름 앞에서는 다 소용없었다.


양쪽 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지만, 소위 말하는 대의가 둘이 손잡고 가라는 거였다.


그 흐름 앞에 노무현후보와 정몽준후보가 쓸려 간거다.


 


이건 뭔가?


난 소위 커뮤니케이션으로 밥 먹고 산다.


뭐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대충 손가락 발가락 합치면 순위 좀 되는 광고대행사에서 AE로 십 수년 밥 먹고 살았으니, 뭐 그것으로 밥 좀 먹는다고 해도 많이 부끄럽지는 않다.


 


저번 글에서 빠져버리긴 했지만, 난 구조(이젠 시스템이란 단어는 안 붙일란다)속의 에너지에 더 관심이 많다.


전혀 이질적인 두 후보가 만나서 연합하고 단일화하게 만든 ‘이유’가 궁금했다.


이건 권력이 쥔 자가 만드는 것도 아니고 여론조사의 수치가 만드는 것도 아닌 수면아래에서 방향을 잡고 흐르고 있는 조류와 같았다.


이걸 집어 타면 대양까지 주욱 가겠지만, 역류하자고 하면 한 순간에 골로 간다 그 대표적인 예가 막판에 배 바꿔 탄 정몽준이다.


 


당연하지만 흐름은 움직여야 생긴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거 하나 있다.


그건 흐름을 만들기 위해서는 움직여야 한다는 거다.


이 에너지는 바닷 속 조류와 달라서 그냥 자연히 흐르는 게 아니다.


결집할 수 있는 이슈와 최소한의 핵 그리고 초기단계의 움직임을 갖추지 않으면 이 에너지란 놈도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 아이폰 열풍을 어떻게 이야기 할꺼냐?


인터넷에 도배가 되어있듯이 거대통신사에 대한 불만, 혜택없음, 지 뱃속만 챙김에 나온 항의의 표시라고 해석하면 속 편한 거다. KT와 KTF가 관리하는 Show는 뭐 작은 건가?


나온 요금제도 기존에 SK와 비교해봐도 도찐개찐이다.


 


(사실 애플에 대한 선호에 정비례하여 혐오도 존재하는 데 쑈매장엔 앉을 자리도 없더라)


 


그런데 아이폰이 이슈가 되자, 위의 속 편한 해석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자유로운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이슈가 떠오르고


통신시장과 소비자의 관계가 슬슬 좀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이폰이 옳은가 그른가를 따지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아이폰’과 같은 이슈를 만들고 결집을 만들고 움직임을 만드는 게 아니겠는가?


 


단일화, 움직임을 만들자는 신호탄


 


소위 유시민 전장관의 묻지마 단일화. 지금은 어케 될지 난 모른다.


하지만 선거가 다가오면 아마도 지금도 슬슬 흐르고 있던 에너지가 일거에


어떤 변화의 움직임을 만들어 낼 꺼다.


그때까지 소위 말하는 진보신당이든 민노당이든 민주당이든 적절한 이슈를 못 만들어 내면 말이다.


 


그게 대통합 민주연합이든 뭐든 이름은 어떻게 상관없다.


한가지 확실한 거는 그보다 나은 이슈와 핵을 만들지 못한다면,


그렇다면 소비자는 지금까지 선택했던 대로 가장 안전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럼 뭐…지금처럼 한라당은 여전히 과반수당으로 나머지가 나눠먹는 구도가 되겠지)


 


지금의 책상물림과 사상논쟁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거다.


이건, 아무런 실천적 수단이 없이 역사를 믿고, 민중을 믿고, 발전을 믿는다고 씨부려 봐야 그냥 지금처럼 말만하고 그 자리에 있는 게 편하다는 뜻이다. 그것을 우리는 다른 말로  ‘보수’라고 한다. (진보와 보수란 구분 사실 딴데 있지 않다)


 


피곤한가? 피곤하지.


차 사고 나서 쌍방과실이 3:7만 되어도 내가 맞네 니가 맞네라고 지지고 볶는 거 누구 손들어주는 것도 힘든데 인류에 ‘철학’이란 거 생기고 나서 이때까지 축척된 모든 지적 재산들을 근거로 싸우는 데 안 피곤할 수 있나?


 



 


난 논쟁이 아니라 먼저 나가는 넘이 임자라는 거 알고 있다.


이 상황에 유시민전장관이 먼저 질렀다. 패 깠다는 말이다.


그는 움직였고, 앞으로 실천할꺼다. 그게 바람이 되고 흐름이되고 움직임이 되면 성공할꺼고, 우리가 앉아서 미적거리면서 그게 말이죠 저게 말이죠 하고 따땃한 궁뎅이 붙이고 있음 그냥 파토다.


 


그래서 대통합에 반대하시는 분들….그게 아니라면 당신들도 패 까고 이슈 만들고 움직이시라 그게 맞다 싶으면 그쪽에 붙으마.


 


그는 우리에게 깨어있으라 했다


 


‘깨어있는 시민정신”이 그의 마지막 당부였다.


깨어있다는 거 그냥 ‘저 씨바것들이 하는 거 기분 나빠’란 것을 알고 있으란 거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 눈 뜨고 그냥 이부자리에서 비비적거리고 헤엄치는 건 엄밀히 말해 깨어난 게 아니다.


적어도 자리에서 일어나 모닝 담배 한대 빨면서 오늘은 어떤 씨바가 날 못살게 괴롭힐 건지, 어떻게 대처할 건지, 그러고 생활전선으로 첫발을 딛는 게 깨어있는 거다.


 


깨어 있으라는 그의 이야기는


그건 행동하라는 또 다른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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