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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편 (링크) 에 이어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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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청년정치

 

마: 후보 검증 시스템은 언제부터 가동되나?

 

김: 예비후보 등록할 때죠. 예비후보 등록 전에 당에서 서류심사를 먼저 해요. 그래서 정봉주 의원이 예비후보 등록 자체를 당에서 심사를 안 받고 임의로 해갖고 문제가 됐었던 건데.

 

마: 예비후보 때에는 서류심사만 하니까 좀 약한 거 같다.

 

김: 맞아요. 그때는 그냥 결격사유가 없는지만 보는 거죠. 당에서 볼 땐 제가 적절하지 않은 지역에서 저 혼자 열심히 예비후보 활동을 하고 있었나 봐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라는 존재를 잘 몰랐던 거 같고요. 공천심사 면접 과정부터 저라는 사람을 눈여겨본 것 같아요.

 

마: 오! 잘 생겼어. 게다가 하버드야!

 

김: (웃음) 그거보다 그분들은, 제가 김앤장 출신이라는 것이 좀 걸리셨던 거 같아요. 부천에서 꼭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셨고.

 

마: 인물 자체보다는 그 인물과 지역의 매치가 관점이었던 것 같다?

 

김: 네. 그런 거 같아요.

 

마: 그래서 소위 말하는 민주당 시스템 공천에 의해 ‘강남이 차라리 더 어울린다, 승산이 있다’라는 판단하에 ‘강남 병’이라는 곳에 꽂힌 건가.

 

김: 네 그렇죠.

 

마: 알겠다. 이제부터 맨날 말로만 청년정치가 필요하다고 떠들면서 정작 강남 험지에 꽂아서 청년 이미지 소비만 하고 일회성으로 버린 거 아니냐는 비판적 서술을 해줬으면 좋겠다. (웃음)

 

김: 아~ 당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얘기하는 거 자체를 싫어하는 당원들이 많아서 조심스러운데. 당 청년위원장이자 동대문 을 장경태 당선자가 저랑 같이 팟캐스트를 한번 나갔는데,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왜 청년들만 자꾸 험지로 내 모느냐? 중진도 힘든 험지를 왜 청년이 가야 하냐고. 저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1%라도 가능성이 있는데 보내줬기 때문에 감사하게 생각을 해요.

 

마: 아니 그러면 차라리 대구 달성군에...

 

김: 아니, 왜냐면 제가 안 나갈 수 있었잖아요. 다음에 난 죽어도 부천 소사를 가겠다, 그러면 4년 후에도 다시 부천 소사를 두드릴 기회는 있었죠. 물론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런데 저에게 선택의 기회가 생긴 거죠. 강요는 아니었으니까요. 다만 저 말고 다른 청년 입장에서 보면 지금 같은 시스템은 청년이 등용되기 매우 어려운 환경인 것은 사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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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토씨 하나 바뀌지 않고 4년에 한 번씩 나오는 얘기다.

 

김: 민주당 당헌에 어떻게 되어 있느냐면, 지역구 후보자 30%를 여성으로 공천해야 한다고 되어 있고, 전체 후보자에 비례까지 포함해서 30%를 청년 후보자로 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되어 있어요. 문구가 다른 거죠. 여성을 서포트할 의원들은 이미 많이 들어가 있지만, 청년은 청년을 대변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이 없는 거예요. 왜냐면 국회의원들이 청년이었다가 다 끝나버리니까, 더 이상 청년에 대해서 관심을 안 갖죠. 그리고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좀 그런 생각이 있는 거 같아요. 청년들이 왜 국회의원부터 해야 되느냐? 지자체 의원이라든지 다른 거부터 커가야 되는데 정치를 왜 꼭 국회의원부터 시작해야 되느냐.

 

마: 상향식으로 밟아 올라가는 것이 정석 아니냐는 말은 일견 맞는 말이지만, 의정보고라든지 정치자금이라든지 여러 분야에서 정치신인에 대한 장벽이 너무 높다는 주장도 유효한 얘기일 테죠.

 

김: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면 청년이 이미 지나버려요. 지자체 선거하고 국회의원 선거하고 딱 딱 맞추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지자체 선거 끝나고 또 몇 년 쉬고 또 국회의원 나오고 그래야 되죠. 지자체도 구의원 시의원 거치고 오다 보면 현실적으로 청년이 국회의원 되는 거는 어려운 거고. 아직 해결방안은 잘 모르겠어요. 저 역시도 점점 청년에서 멀어지고 있고요. 민주당 기준으로 만 45세가 청년이에요. 저는 6월 31일까지거든요. 그럼 7월 1일부터 청년이 아니에요. 그래서 더 객관적으로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데, 저는 청년정치인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47살인 저만해도 20, 30대의 그 ‘갬성’을 잘 이해 못 하거든요. 이 사람들의 겪는 문제와 고민에 대해서 제대로 알기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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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노안은 아직 안 왔나?

 

김: 노안 왔죠.

 

마: 엊그저께 일어나서 화장실 가는데 무릎이 뜨끔하더라. 하루하루 몸이 맛이 가는 게 느껴진다.

 

김: 그렇죠. 저도 선거 때 발목이 삐었는데 아직도 안 낫고 있어요.

 

마: 말이 청년이지, 우린 솔직히 청년 아니잖나.

 

김: 그래서 저는, 그 나이는 그 나이가 확실히 대변해야 된다고 봐요. 뭔가 다른 원칙을 포기해서라도 청년들이 많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민주당이 선택한 방식은 청년이면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영입 인재들을 선발하는 거예요. 이 사람들이 전문성과 청년 대변을 두 가지를 다 하도록.

 

마: 부천 소사에서 출마했다고 치자. 그래서 당선됐다고 치자. 그럼 180 당선자 중 ‘원 오브 뎀’이 아니었을까. 헌데 김한규라는 세 글자는 인지도 측면에서 한 템포 쉬더라도 강남에서 데뷔한 것이 결과적으로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하진 않는지?

 

김: 만약에 다른 곳에서 당선됐으면 의정 활동으로 뭔가 보여주는 의미가 있었겠죠. 지금은 그런 기회가 없으니까, 다른 걸로 제 가치를 보여줘야 할 시기예요. 인지도는 말씀하신 대로 부천에서 당선이 됐다 치더라도 별로 높지 않았을 거 같아요. 오히려 낙선한 지금이 더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측면의 이야기인데요. 기성 언론은 저에 대해서 전혀 안 다뤄요. 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경향에서는 저에 대해서 다루질 않아요. 뭔가 당선되지 않은 사람에 대한 현실적인 장벽이 좀 있어요. 낙선자를 기성 매체가 약간 무시를 하는 그런 것도 좀 있고요.

 

저는 민주당이 저를 키우기 위해서 여기 보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민주당이 뭐랄까. 대표가 바뀌면 전략이라든지 정체성이 좀 바뀌는 부분도 있고요. 4년 후에 쓸 수 있는 재원들을 미리 키운다? 이런 거까지 챙길 여력이 아직 없지요. 공천이나 선거 때 보면 각자도생, 알아서 하는 분위기에요. 저의 강남 전략공천은 당을 위해서 강남에 가장 적합한, 2020년 총선에 가장 적합한 후보자를 낸 것이죠.

 

마: 그때그때 땜빵 식이다? 장기 플랜 같은 건 전혀 없고?

 

김: (웃음) 스스로 4년 동안 성장해서 보여줘야 하는 그런 시험대에 제가 올라와 있는 거라고 봐야죠.

 

마: 그건 당선자들도 똑같지 않나. 사실 박용진 의원처럼 ‘유치원 3법’ 이런 자기 브랜드가 있으면 모르되, 전체 300명 국회의원 중에 전국구 인지도가 몇 명이나 되겠나.

 

김: 의원들 보면 꼭 인지도를 바라지 않는 분들도 있는 거 같아요. 인지도 높은 거보다 당선이 돼서 내가 하고 싶은 의정 활동, 정치 활동을 하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으니까.

 

마: 지역구에서 다리 하나 놓고, 전철역 하나 들여놓는 거 말고 중앙정치의 아젠더 있잖나. 그러려면 여론 소구력을 무시 못 하니까 당연히 인지도와 직결되는 것일 텐데.

 

김: 그런 지역 의원들은 3선이 되고 나서 정치를 시작하는 거 같아요. 3선이 되면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인지도도 쌓이고 그러니까요.

 

준법경영

 

마: 당선됐다 치자. 21대 국회의원이 됐다. 내가 이거 하나만큼은 꼭 하고 싶다는 게 있다면?

 

김: 준법경영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요. ‘준법경영의 시스템화’에 노력을 해보고 싶었어요. 변호사들도 많이 다루지 않는 분야거든요. 우리나라 대기업 오너들은 문제를 저지르고 나서 뒤늦게 전관 변호사를 써서 문제 해결하잖아요. 처벌을 적게 받으려고 일처리를 하는데, 회사 자체가 이걸 사전에 예방하려는 노력들을 잘 안 해요.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이죠.

 

외국 같은 경우에는 뇌물 사건 하나 나면 1조 벌금 나오는 케이스도 있거든요. 그렇게 엄청난 벌금과 징역을 받게 되면, 기업이 사전에 문제를 예방하는 데 돈을 많이 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럴 이유가 없는 거예요. 법을 준수하느라 애써 비용을 들이느니, 나중에 좋은 변호사 써서 잘 막으면 되니까요.

 

마: 사람 하나 죽는 거보다 벌금이 더 싸니까.

 

김: 그렇죠. 그리고 꼭 산업재해뿐만 아니라, 뇌물이나 횡령, 배임 사건들 보면 대기업 총수들한테 형사처벌이 별로 세지 않잖아요.

 

마: 국회의원 당선도 되기 전에 삼성 저격수를 자청하는 건가.

 

김: 꼭 삼성만을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삼성 같은 경우에는 그래도 준법감시경영위원회 같은 것들을 만들었죠. 기업들의 이런 노력이 정말 의미 있게 진행되는지는 몇 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재판에서 형을 적게 받기 위해서 형식적으로 하는 건지 아니면 제대로 하는 건지.

 

그래서 기업들로 하여금 그런 준법경영 노력들을 법적으로 시스템화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게 중요합니다. 잘 지키면 그만큼 뭔가 처벌 수위나 이런 데서 확실하게 혜택을 주고. 기업 관련 범죄에 대해서 처벌 수위가 좀 더 높아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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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재벌 개혁을 소명으로 생각하나.

 

김: 재벌 개혁이라기 보다 기업문화죠. 꼭 그게 재벌기업에만 해당되는 부분이 아니니까요. 오너에 관한 지배 구조 개선, 대기업 중소기업 간 갑질 등 재벌기업들의 고질적인 문제와는 조금 결이 다르거든요. 기업문화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미치지 못한 국내 기업들이 아직 많아요. 개선의 노력이 필요하죠. 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마: 딴지일보같은 거대 메이저 언론은 삼성 미전실같은 곳에서 다 본다. <김한규, ‘앞으로 나의 소명은 준법경영을 법제화해 기업 경영 문화 개선’으로 재벌 정조준> 이 헤드라인으로 딱 기사 나가면, 어디 보자... 조중동이랑 문화, 한경, 매경에서 받아쓰고 업어치고 메다치고...

 

김: 그럴 가능성도 있겠네요.

 

마: 부천 소사가 아니라 룩셈부르크에 출마해도 떨어뜨려야 된다고 막...

 

김: 그게 참 어려운 거 같아요. 그런 프레임에 안 걸리기 위해서 좀 쉬운 얘기를 하자면, 요번에 대통령께서 취임 3주년에 ‘한국 기업의 유턴은 물론 해외 첨단산업과 투지를 유치하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셨죠. 제가 디지털 헬스케어 이런 업무도 했기 때문에 당선이 되었으면 기업 자문 변호사의 전문성을 살려 규제 개혁을 위해서 노력해 볼 수 있었을 터인데, 아쉽습니다.

 

마: 저쪽에서 맨날 얘기하는 의료민영화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 저는 반대합니다.

 

마: 아니 왜 도망갈 길을 열어줘도 본인이...

 

김: 아~ 참 이 부분이 어렵네. 왜냐면 제 개인적인 소신이랑 관련된 거라 기업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마: 이제까지 외부자로서 봐왔던 정치에 직접 선거를 뛰어본 유경험자가 됐다. 한국 정치, 어떻게 생각하나.

 

김: 우리나라 정치는, 정무감각이 뛰어난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표를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사람들의 불만을 빨리 캐치 해 뭔가 개선해 내려고 노력하죠. 여당이든 야당이든 민심에 이반되는 정치를 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적인 측면을 보면, 전문성은 특별히 보이지 않는 거 같아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정책 전문가인 국회의원들이 많지 않고, 미시적인 정책으로만 국민들한테 다가가는 경우가 많죠.

 

또 한 가지는, 정치를 하면서 제일 많이 들은 말인데요. ‘왜 그 판에 들어가서 힘들게 사느냐?’ 이런 얘기에요. 아직도 국민들에겐 정치에 대한 불신과 정치인에 대한 혐오가 강하다는 의미겠죠. 이게 개선이 되지 않으면 유능한 인재가 안 나올 거 같아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이런 얘기가 있잖아요. 유능한 사람들이 계속 정치에 유입은 되지만 각 직역을 대표하는 괜찮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느냐? 그거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의문을 제기하죠. 특히 같은 직역의 어떤 정치인을 그 직역 사람들이 인정을 못하는 거예요. ‘저 사람은 우리를 대변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정치란 가서는 안 될 바닥’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그러한 구조가, 정말 우수한 사람들이 정치로 뛰어드는 통로 막고 있다고 봐요. 법조계만 봐도 저보다 훨씬 공부 잘하고 유능한 법조인들이 많아요. 그 사람들, 정치 안 하거든요. 변호사로서의 보장된 돈과 명예와 안락한 삶이 있는데, 그것을 버리고 뛰어들 만큼 가치 있는 일로 보이지 않는 거죠. 정치가.

 

마: 정책 역량이 떨어지는 이유는 ‘정치혐오’ 때문이다?

 

김: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정책보다는 정무적인 감각이 훨씬 더 높게 평가되는 구조, 그게 문제라고 봅니다. ‘정무적 감각’이란 게 정치를 오래 경험한 직업 정치인들이 훨씬 더 좋을 수밖에 없어요. 정책적인 논의 자체를 언론에서 다뤄주지 않잖아요.

 

예를 들어서 맨날 원내대표 누구 뽑니? 다음 당권은 누구니? 대권은 누구니? 이 “권” 자체만을 쫓는 문화가 대표적이죠. 언론은 권력에 대한 얘기들만 다루고, 그래서 국민들의 시선을 권력을 위한 싸움에만 가둬 버리니까. 그런 싸움에서 승리한 정치인들의 뛰어난 정무감각만이 부각될 수밖에요. 특정 법률이나 정책에 대해서 뭔가 심도 있는 논의를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뤄주질 않는 거죠.

 

좀 전에 박용진 의원 얘기하셨는데, 유치원3법 내용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제대로 아는 사람 없을 거예요. 이게 나름 패스트 트랙 법안으로 330일 훨씬 더 지나서 거의 360일 넘어서 통과됐는데, 국회에서 1년 넘게 계류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몰라요. 하지만 박용진은 알아요. 박용진의 뛰어난 정무적 감각에 대해서는. 뛰어난 거죠. 본인이 독고다이로 정말 열심히 잘하시는 건데...

 

마: 그것을 바라보는 언론이나 국민들의 풍토는 정무적인 부분에만 한정된다?

 

김: 그렇죠. 언론이 먼저 그런 것들만 부각해서 국민들이 그거에 입맛에 길들여진 건지 아니면 국민들의 입맛이 원래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떤 경우라도 언론 스스로가 개선의 의지를 가지고, 정책 관련한 여야 간의 논의도 다뤄줘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바른미래당 영입 제안에 대해 가장 고민했던 것도 이 부분이었어요. 내가 민주당을 지지하기는 하는데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뭐가 다르지?라는 질문에 답을 쉽게 찾을 수가 없었죠. 정당이 내세우는 정책에 대해서 심도 있게 비교하고 논의하고 국민들한테 설득하고 알리고 이런 과정을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혼자 정책 정감을 찾아보면, 또 비슷해요. 다 좋은 말들이 다 있기 때문에. 깊이 들여다보면 그런 논의를 하는 것들이 있긴 있는데, 그런 것들은 일반 사람들한테 거의 홍보가 되지 않아서 찾기가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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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형호제 언론

 

마: 총선 캠페인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이 있다면?

 

김: 조선일보에서 제가 노인들 투표하지 말라고 했다는 기사를 내서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적이 있어요. 그게 아직도 영향을 미쳐요. 조중동 어디 한 군데에서 인터뷰를 했어요. 떨어진 사람 특집으로 했는데, 데스크에서 까인 거예요. ‘노인 폄하 발언을 한 후보를 쓸 수가 없다’라는 이유로.

 

그래서 확인해봤더니 한 40개 이상 매체에서 그걸 다뤘더라고요. 김한규를 치면 아직 그 기사들만 가득 나와요. 그런데 당시에 저한테 확인하고 기사를 쓴 데가 없어요. 나중에 저희가 보도자료를 내니까 그걸 언급했을 뿐이지.

 

단체 오픈 카톡방.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방에서 일어난 일이거든요. 기자들도 있었으니까 본인이 직접 봤을 거예요. 거기서 사람들이 ‘우리 부모는 설득이 안 돼. 투표하지 못하게 할 거야’, ‘그래 코로나 때문에 건강 지키시라고 해’ 뭐 이런 대화들이 오간 거 같아요. 당시 저는 보지도 못했고요. 그걸 갖고 계속 발목 잡는 거예요.

 

최근에 민주당 원내대표 후보들 3명이 언론개혁에 대해서 토론회를 하는데 아무도 구체적인 안을 제시를 안 해요.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공수처라든지 아니면 기소-수사권을 분리한다든지 얘기를 하는데, 언론개혁에 대해서는 다 뜬구름 잡는 얘기밖에 못해요.

 

그래서 느낀 건, ‘검찰보다 언론이 훨씬 더 사회적으로 강자구나. 그런데 아무도 얘기를 못 하는구나’였죠. 저도 정치 시작하자마자 그걸로 벌써 꺾인 거예요. 평소에는 김한규를 한 번도 안 다뤘던 기성 매체들이 그 건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달려들어 죽이는 거죠.

 

마: 언론의 파워를 정치 입문하고 처음 피부로 느껴 본 것인가.

 

김: 그렇죠. 기자분들이 연락 와서 막 ‘선배님’하고 부르는데 나는 이 사람하고 엮인 게 하나도 없는데 왜 나한테 선배라고 하지? 그리고 제가 깍듯하게 대하면 되게 불편해해요. 이 문화에 들어온 제가, 기자들하고 한 명 한 명 인간관계를 잘 쌓고 필요할 때 내 기사를 올리고 내려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돼야 할 테지만. ‘내가 나중에 정치인으로서 언론에 다뤄지겠구나’라고 느낀 순간, ‘아! 나는 잘 못하겠다’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언론개혁이라고 얘기하면서 나오는 방안들이 구체적인 게 하나도 없고 문제점이 뭔지에 대해서도 진단이 제대로 없어요. 추상인 얘기만 나오는 거 보면서 검찰개혁보다는 언론개혁이 더 어렵겠구나. 뭘 개혁해야 될는지조차 공론화가 안 되는 거 보니까.

 

마: 역시 내가 적임자다?

 

김: 아니요. 아니요. (웃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마: 받아쓸 타이틀이 또 나왔네요. [정치신인 김한규, 왼손엔 재벌 개혁, 오른손엔 언론개혁]

 

김: 언론개혁은 언론인 출신들이 해야 하는데 과연 이걸 해낼까? 민주당이든 미래통합당이든 언론인 출신들이 언론개혁에 대해서 앞장서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이번에 민주당에 처음으로 검사장 출신이 3명이나 들어왔거든요. 과연 이분들이 친정을 상대로 검찰개혁을 제대로 해낼까? 저는 큰 의문이면서 동시에 많은 기대를 해요. 그래도 본인들이 계속 민주당에서 정치를 하려면 검찰개혁을 해내야 본인들의 미래가 있을 테니까요.

 

법조계라는 게 참 좁은 사회예요. 같은 법조계에 칼을 대는 것만으로도 힘들거든요. 근데 친정에 대해서 칼을 대고 뭔가 수술하겠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저는 그런 면에서 이탄희나 이수진 같은 분들이 계속 사법 농단 판사들에 대해서 탄핵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걸 보면 ‘이 사람들 정말 강한 사람들이구나’라고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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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

 

마: 강남 유권자를 경험했다. 어떤가.

 

김: 욕했다가는 다음에 여기서는... (웃음) 대구하고 강남은 다른 거 같아요. 물론 강남에 영남 출신들이 많은 것도, 영남하고 정서가 비슷한 것도 있죠. ‘강남 병’과 ‘강남 갑’의 정서는 또 달라요. 압구정동처럼 정말 부자들이 살고 있는 동네와 ‘강남 병’처럼 전문직이 많이 살고 있는 동네는 또 다르죠. 자기 스스로 벌어서 만들어 냈고, 이 부가 영원히 이어질 보장이 없는 사람들이 ‘강남 병’에 많거든요. 본인이 계속 성공을 유지하지 않으면 언제든 쌓아온 커리어들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어요. 자기 몸뚱이로 사는 사람들이거든요. 강남은.

 

웬만큼 잘 살고 있지만 부가 이어지는 자산가들이 아니라서,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 강남 병에 살고 있죠. 의사, 법조인, 전문직, 대기업 이런 사람들이 많고요. 그러다 보니 본인의 삶의 결이 반영된, 자유 시장경제에 대한 각자의 확고한 신념이 좀 강한 거 같아요. 그래서 능력 있는 사람들이 더 좋은 대우를 받아야 된다는 것에 대해서 뭔가 반대를 하는 거 같으면, 계획경제니 통제경제니 공산주의니까지 생각할 정도로 거부반응이 심하죠.

 

마: 일전에 시사인에서 빅데이터로 분석한 일베 청년들의 정서와 비슷한 맥락 같다. 일테면 ‘공정’에 집착하는.

 

김: 네. 그래서 이분들은 자유시장경제와 공정한 사회에 대해서 나름 큰 가치를 부여해요. 공정한 사회라는 건 완벽한 경쟁인 거죠. 동일 조건에서. 여기 분들은 특별한 빽이 있거나 이런 분들이 아니라 자기가 열심히 해서 이 자리에 온 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우리 자식들도 노력을 해서, 공부 열심히 시켜서, 내가 정말 희생해서, 대를 이어가기 바라죠. 이것도 다 경쟁인 거니까. 그래서 애가 잘 크는 거는 능력대로 큰 건데 이걸 못하게 하는 교육시스템에 대해서도 불만이 있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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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이분들은 본인들이 문제라고 하는 외부의 어떤 시각에 대해서 동의를 못해요. 본인들이 뭔가 혜택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빽을 쓸려는 것도 아니고, 상속을 할 때 세금을 안 내겠다는 것도 아니고,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것을 내가 지키겠다는 건데. 이 자체를 사회악으로 보는 거에 대해서 감정적으로 거부감이 있죠. 강남에 대한 도덕적 비난을 수긍 못하는 거예요. 내가 재산이 부도덕하게 축적된 게 아닌데, 내 노력으로 한 건데.

 

마: 그 분석을 토대로, 어떻게 뚫을 생각인가.

 

김: 참 어렵죠. 미국 캘리포니아나 뉴욕 같은 경우 나름 상대적으로 부유한 주(州)거든요. 그런데 진보 성향이에요. 그 사람들은 소위 말하는 계층배반, 계급배반 투표를 하죠. 자기는 경제적으로 잘 살면서도, 우리만을 위해서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게 이성적으로, 도덕적으로 주입되어 있어요. 민주당을 지지하는 게 나한테는 직접 돌아오지는 않지만, 그 자체가 뿌듯한 거예요. ‘내가 도덕적인 선택을 했다’라는. 저는 그런 지점을 우리 민주당이 취할 수밖에 다른 선택이 없는 거 같아요. ‘진보적인 시각으로 부의 재분배 같은 가치에 동참하는 것이 강남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라는 설득을 해야죠. 일차적으로는.

 

마: 지속 가능성이라든지?

 

김: 혹은 도덕적이라든지. 그래야 사회적 갈등이 줄어들고, 강남에 대한 불필요한 사회적 혐오 이런 것들도 없어지고, 당신들이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집에 사는 게 미안하지 않을 수 있다. 다른 사람들도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았을 때, 당신들에 대한 혐오감이 줄어들 것이고 그래야 사회적으로 오랫동안 당신들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들이 유지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점차 격차가 벌어지게 되면, 강남에서 제일 두려워하는 이 사회가 뒤집히는 일이 일어난다. 이를테면 지금보다 더 엄격한 자유시장경제를 위한 어떤 제한이 더 강화될 수 있다. 그런 메시지가 필요한 것이죠.

 

쉽게 말해 강남 사람들이 유럽처럼 가는 걸 원하지 않을 거잖아요. 유럽처럼 엄청난 세금으로 사회복지가 더 강화되고 이런 것은 원하지 않을 테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식 모델에 대한 선호도가 강하기도 하고요.

 

마: 지금처럼 격차가 벌어지다 보면 유럽 같은 사민주의식 모델이 덜컥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김: 그렇죠. 저는 그래서 진보를 선택한 게 힙하고 멋있는 거라는 느낌을 주고 싶어요. 뉴욕 스타일이자 캘리포니아 스타일. 미국 지식인들이 왜 진보를 선택하는가? 이런 것들에 대해서 우리 민주당도 벤치마킹해서 이 사람들을 설득해 내야 합니다.

 

지금처럼 강남 쪽 투표를 한 사람들을 뭔가 잘못한 유권자들이라는 식으로, 왜 김한규 같은 사람을 선택하지 않았냐. 너네들이 바보다. 이렇게 해서는 절대 해결 안 됩니다. 이 동네 사람들은 선거 끝나고 저에 대해서 아무 관심이 없어요. 본인들의 선택에 대해서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저는 이게 당분간은 절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마: 그런데도 4년 후에, 당에서 또 가라고 하면...

 

김: 네. 저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당에서 가라고 하면 가야죠. 여기를 선택할 때, 주변에서 이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너 여기 가면 4년 후에 미래가 더 어두울 수도 있다. 당장은 공천 받아서 좋지만, 벽보 붙여서 좋지만, 장기적으로 니 스텝이 꼬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위험성을 감수하고 갈 거냐?” 저는 지금 그런 위기에 처해 있다고 생각을 해요. 하지만 이미 각오한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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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든 성배 : 김한규의 딜레마

 

마: 당에서 워크숍 같은 것도 하지 않나. 지역구 관리를 어떻게 하라고 가르쳐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근데 여기는 다 아파트 단지라 출입도 힘들고 소위 지역밀착형으로 4년 내내 밭갈이하는 거 쉽지 않겠다.

 

김: 네. 정말 어려워요. 상인들도 이 동네 사람이 아닌 경우가 많고, 지역 유권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적고, 단체의 숫자도 적고, 직능단체나 향우회 이런 것들이 훨씬 더 적고. 이분들은 독자적인 판단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나름 고학력 고스펙 이런 분들이 많아서 밭갈이도 잘 될 수 있는 데가 아니에요.

 

마: 본인 입장에선 여기는 ‘모 아니면 도’겠다. 4년 후에 덜컥 당선되면 웬만한 거물을 제끼고 올라온 영웅 취급받겠지만 안 될 확률이 더 많고.

 

김: 맞습니다. 이곳이 하이 리턴인 걸 알면서도 민주당에 저보다 훨씬 정치 경험이 많은 분들이 도전하지 않는 이유는 기댓값이 낮기 때문이죠. 이게 4년이나 8년 정도로는 안 된다고 보는 거니까요. TV에 나갔더니 이준석 최고위원이 그러더군요. 본인은 3번 떨어졌는데 두 번 정도 떨어지니까 사람들이 조롱하기 시작한다고. 그러니까 당신도 너무 오래 떨어지면 안 된다고. 제가 어려운 상황이긴 합니다. 지금. 사람들이 저를 좋게 생각해 줬던 건 ‘강남 병’에 나온 김한규지, 부천 소사에 나온 김한규가 아니거든요.

 

제가 여기를 계속 지킨다고 달라질 것은 없을 거예요. 제가 안고 있는 딜레마인거죠. 하지만 별 수 없습니다. 일단 시작했으니까요. 여기서 지역위원장을 맡아서 그래도 밭을 갈아야 돼요. 국회의원 선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일단은 다음 대선이 있고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위해서라도 누군가는 밭을 계속 갈아야 해요.

 

마: 지역구는 이 모양이지, 아직 배지도 못 달았는데 벌써 타이틀은 ‘재벌 저격수’지.. 어휴.

 

김: (웃음) 아이고 왜 이러십니까.

 

마: 내가 깝깝해서 그래요. 내가.

 

어렵지만 더불어, 그리고 노무현

 

마: 정치인 김한규를 딱 한 줄 카피로 표현하자면?

 

김: 제가 꿈꾸는 것은 그저 ‘다 함께 잘 사는 사회’에요. 준법경영은 제 전문적인 영역에서 실현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죠. 그게 목표는 아닙니다. 저는 강남 사람들이 계급배반 투표를 해서 결국은 사회적으로 빈부 격차 해소에 일조하는 풍경을 보고 싶어요. 중산층을 강화하고, 소득과 재산의 격차가 줄어 사회적 갈등 해소되는, 이게 제1 관심사입니다.

 

저는 사회적으로 정말 좋은 직업을 갖고 있어요. 민주당, 미래통합당 후보 다 합쳐 봐도 제가 서울 시내에서 제일 많이 소득세를 냈더라고요. 그럼에도, 저는 저보다 어렵고 힘든 사람에 대한 불편함이 있습니다. 혼자 잘 사는 게 불편해요. 그래서 정치를 하려는 거거든요.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거에 대해서 죄스러운 감정이 있어요. 사회 전체가 살기 힘든 사람들에게 버팀목이 되고, 방어막이 되어주는 것이 제가 하고 싶은 정치예요.

 

‘김한규만의 한 줄’로는 정리하지 못하겠네요. 굳이 풀자면 ‘다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사회’인데. 강남 병에 ‘더불어’라는 단어를 싫어하시는 분들이 아직 많기도 하고. (웃음) 그 말들, 결국 노무현 대통령이 했던 말에 다 들어있는 가치죠. 더불어 잘 사는 사회. 사람사는 세상. 제가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 좋아하는 사람은 노무현입니다. 학창 시절부터 그가 했던 말들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고, 많은 영향을 받고 있죠. 지금도.

 

요즘은 문재인 대통령 얘길 해야 제일 사랑받겠지만, 제가 며칠 전 방송에서 가장 좋아하는 정치인 얘기할 때 솔직하게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말했어요. 노무현은 존경한다기보다 사랑하는 사람이죠.

 

서울대학교 나오고 사법고시를 합격하고 하버드 나와 로펌에서 일했던 저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사신 분이죠. 인간미 넘치고, 역경에 굴하지 않고, 강자에 강하고 약자에게 한없이 약한. 그러니까 더 좋은 거예요.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그의 인간적인 매력이나 소신 같은 것에 계속 따라가고 싶은 욕구가 있었어요.

 

그의 뒷모습을 보고 걷다 보니 법조인이 되었고, 그리고 지금 정치인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그저 흠모했던 인물이었다면 현실 정치에 뛰어든 지금은, 미처 겸비하지 못한 것들을 일러주는 스승 같은 존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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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며 동행한 챙타쿠 기자에게 소감을 물었다. 챙타쿠는 대한민국 여성 유권자의 기대와 바람을 담아 단호하게 대답했다. “남자는 얼굴이죠.” 이미 ‘내 마음속 대통령’으로 정해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고 보면, 아아 노무현. 극단적인 외모를 정치력으로 정면 돌파한 남자.

 

제주 출신에게 4.3에 대해 물어보는 건 지나친 클리셰 같아서 말았다. 조국에 대한 평가는 줄 세우는 사상검증 같아서 그 또한 묻지 않았다. 그런 자극적인 질문 말고도 더 중요한 게 있었다.

 

청년실업 문제가 현 정부의 과제 0순위인 건 누구나 안다. 젊은 층의 젠더 갈등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저 출산으로 대한민국의 존립 자체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뭐 하나 가볍지 않은 문제의 중심에 ‘청년’이 있다. 하지만 그들을 대변할 정치인은 좀체 눈에 띄지 않는다. 이번 총선을 통해 정의당에서 두석 배출했을 뿐이다. 기성 정치계는, 그리고 민주당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지역구로서의 ‘강남’은 또 어떠한가. 빈부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 그리고 보편적 복지 문제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알몸 그대로 드러나는 지역이자 상징이다. 조금 더 거창하게 부풀려 말하자면 노동문제와 관련한 사회적 대타협의 축소판 같기도 하다. 어떻게 설득하고, 어떻게 타협하여 함께 갈 것인가.

 

청년 정치신인과 강남. 어쩌다 보니 김한규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사회적 이슈의 한복판에 서 있게 되었다. 김한규의 딜레마가 대한민국의 딜레마다. 본인 스스로 이야기했듯이 사람들은, 적어도 민주당 지지자들은 ‘강남 병 ’에 출마한 김한규에 관심이 있지, 부천 소사의 김한규가 아니다. 또 하필이면 스펙 또한 지극히 강남스럽다. 하지만 강남 유권자들에게 김한규는 그저 눈엣가시인 민주당 나부랭이일 뿐이다.

 

인터뷰 중 곳곳에서 그가 토로한 딜레마는 누가 대신 해결해 줄 수 없다. 오로지 정치인 김한규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뿐이다. 과연 정치인 김한규는 어떠한 모습으로 성장하며 자신의 앞길을 헤쳐 나갈 것인가.

 

현재 대한민국 현실 정치계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청년 정치인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미래통합당 이준석 최고위원이겠다. 이준석이 처음 정계에 뛰어들었을 때 왜 꼬박꼬박 박근혜 옆자리에 앉는지 의아했으나 그의 발언들은 젊음에서 뿜어져 오는 패기와 신선함이 있었다고 기억한다. 이준석이 박근혜 대표에 의해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발탁된 게 2011년 12월이니 물경 10년 가까이를 바라보는 구력의 정치인이다.

 

그래서 정치인 이준석은 성장했는가. 당선 유무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지극히 내 개인적 평가이겠으나, 이준석이 요즘 미디어에 나와 이야기하는 내용에서 청년 특유의 비전과 패기, 미숙하나마 빛나는 신선함 따위는 사라진 지 오래다. 그저 노회한 정치꾼의 정치 공학적 입담밖에 없다. 어딘가 열심히 찾아보면 있겠지. 이준석이라는 영명한 친구가 왜 정책이 없고 비전이 없겠는가. 허나 매체를 통해 대체적으로 비치는 그의 모습과 발언의 편린들이 매우 그렇다는 얘기다. 진영을 떠나 무척 아쉬운 대목이다. 정무적 안목보다는 정책적 유능함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김한규의 미래는 어찌 될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우리도 번듯한 외모 좀 키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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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마사오

사진 : 근육병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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