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5월 28일 회의에서 홍콩 보안법을 찬성 2878, 반대 1로 가결했다. 이 법은 명목상 테러리즘 활동에 대한 예방과 처벌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을 위한 행위와 테러리즘을 병기하면서 사실상 ‘테러리즘=반정부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즉, 홍콩 국가보안법의 핵심은 반정부 행위의 전면적 금지 및 처벌이다. 무엇이 반정부행위인지는 정부가 조사하기 나름일 것이다.
홍콩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 제23조에는 국가 전복이나 반란을 선동하는 인물에 대해 최장 30년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게 되어 있다. 홍콩 보안법은 이 기본법의 하위 법률로써 더욱 구체적인 안을 담게 될 것인데, 이번에 통과된 것은 법의 목적과 대상을 대략적으로 그린 것이며 세부안은 8월경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왜 문제인가
한국에서는 국가보안법의 문제가 오랫동안 불거졌고 또 논의되었기에, 이게 홍콩 시위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는 구태여 외신을 빌려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 심증만으로도 사람 잡아넣기 쉬웠던 독재정권 전가의 보도, 우리에게 보안법은 늘 그런 모습이었다.
홍콩에서 보안법이 가지는 의미는 ‘일국양제’, 특별자치구라는 홍콩의 상황을 연계하면 좀 더 특수해진다.
가령 홍콩 시위대가 국가 분열의 의도가 있다고 치자. 이것은 홍콩을 대상으로 한 것인가, 아니면 중국을 대상으로 한 것인가? 홍콩 사람들은 지금까지 일국양제의 자치법에 따라, 중국 본토와는 구별되는 법적 지위를 누려왔다. 따라서 홍콩 시위에 대한 대처도 자치법의 테두리 내에서만 해석되고 또 적용되었다.
그러므로 홍콩 보안법이 중국 전인대에서 통과되었다는 것은, 홍콩 시위의 의미를 자치정부가 아닌 중국 중앙정부에 대한 반대로 간주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일국양제’의 테두리를 허무는 일이며, 홍콩 거주민을 더이상 특별자치구민으로 대우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와 같다. 따라서, 1997년 홍콩이 중국에 귀속되면서 보장됐던 50년의 자치구는 이제 종언을 맞이했다고 본다.
중국의 국뽕, 서방의 괴멸
법적으로야 홍콩 시위를 홍콩법으로 다루어야 하는지 논쟁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홍콩 시위대의 창끝은 중국 정부를 겨눈지 오래되었다. 2003년에 언론의 자유를 놓고 국가안전조례에 반대하여 시작된 시위, 작년 범죄인 인도 조항을 놓고 펼쳐진 시위 모두가 중국 정부에 맞서는 홍콩 자치 정권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앞서 말했듯 이 대상을 홍콩으로만 놓고 볼 때, 시위의 목표가 ‘국가 분열’ 자체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는 얘기가 전혀 달랐을 것이다.
중국이 보안법에 손을 대게 된 결정적 이유는 총선 때문이다. 오는 9월 홍콩에서는 입법회, 즉 입법부의 총선이 예정되어 있다. 작년 시위의 여파로 인해, 지금 추세라면 친중파가 선거에 이기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자치 정부가 범민주 진영의 결합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작년 시위에서 입증되었다.
<2019년 11월 25일 홍콩 구의원 선거 결과>
출처 - <홍콩 공영 라디오텔레비전 방송 RTHK>
아무리 친중파라 한들, 홍콩 사람들이 중국처럼 하지는 못한다. 결국 어떻게든 중국 본토의 직접적 개입이 필요했고, 이를 가능케 하는 제도적 장치가 이번 보안법이라 하겠다.
물론 중국은 어떻게든 홍콩에 개입했겠지만, 코로나19의 확산이라는 예상치 못한 환경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각국은 외국과의 교류를 거의 단절했고, 중국 역시 그랬다. 몇 달 전만 해도 중국의 출입국 규제는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것으로만 여겨졌다.
중국의 코로나19 대처전략은 봉쇄였다. 우한 1,200만 인민의 고난, 후베이성 사람들에 대한 지역 차별이 예상되면서도 중앙정부는 그대로 밀어붙였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 소재 양쯔강 터널이 봉쇄된 모습>
그리고 어느 정도 고비를 넘자 승전가를 부르며 중국의 위대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후 중국은 대내외적으로 엄청난 후폭풍을 맞이해야만 했다. 은폐된 죽음들, 비능률적 관료주의, 자유의 억압을 지적받아야 마땅했다.
문제는 이후 서방세계가 코로나19로 괴멸해버렸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미국과 영국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가 만천하에 까발려지고 말았다.
현재 시점에서 한국의 민주성과 시민의식으로 거둔 성과, 즉 철저한 검사와 격리 정책이 칭송받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와 함께 성공한 또 다른 방역 정책은 바로 ‘봉쇄’다.
이에 대해 검사 수 부족을 은폐한다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최소한 대만의 사례는 성공적인 봉쇄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유럽과 미국의 처참한 상황을 보면 도시 봉쇄를 하는 편이 방역에 나았으리란 생각을 갖게 한다.
이로 인해 중국 정부는 호재를 맞게 된다. 정부의 봉쇄 정책이 잘못이 아니었음을, 유럽과 미국보다 중국이 결코 못 한 게 아니었음을 증명할 수 있었다.
한국의 민주적인 방역 정책이 모범답안이 아니냐고? 한국이 중국보다 좋은 부분, 경제 발전부터 인터넷 속도까지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중국에서 하는 말이 있다. ‘한국은 국토가 좁아서 가능한 것이다.’ 과연 그게 국토 면적 때문인지 따지기 전에 일단 중국에선 그렇게 본다.
결국 중국의 길은 옳았다는 이 인식은, 현재 중국의 내셔널리즘 경향을 크게 강화하는 경향으로 귀결되었다.
우리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사실은 우리가 선진국이었다’는 국뽕을 맞고 있는 것처럼, 중국 역시 ‘중국식 모델이 자본주의 서방사회에 거둔 승리’로 자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봉쇄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의 목소리는 퍼지기 어렵다. 미국과 유럽에 비교하며 ‘대를 위한 소의 어쩔 수 없는 희생’ 정도로 치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 정부의 태도만 그런 것이 아니며, 중국 사람들도 상당히 이러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최소한 방역 문제에서 중국이 서방에 비해 실패한 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도, 중국의 은폐 수를 감안하더라도 미국의 방역이 더 처참한 실패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그 후폭풍으로 닥친 실업과 폭동까지 더한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홍콩에 대한 인식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중국 정부는 서방의 힐난과 지적을 묵살하고 밀어붙인 방역 정책에 힘입어, 홍콩에 대해서도 그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본다.
또한 중국 사람들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한층 강해졌다. 안 그래도 중국 본토 사람들은 홍콩 시위에 대해, 중국 정부 편을 들지 않는다 해도 다소 냉소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홍콩 사람들이 자유 없이 못 산다고 주장하는 목소리에서, 그걸 모르고 사는 중국 본토인들을 가엾게 내지는 내려다보는 차별의식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사실 여기서 느껴지는 반감은 자신의 자유가 어떻게 억압되는지로 옮겨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중국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깨기 어려운, 정부라는 ‘강한 바위’에 계란 같은 자신을 쉬 던지지 못했고, 현재 분위기에서는 오히려 반사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구식 관념에 세뇌되어 중국의 장점을 외면하는, 호사에 겨운 홍콩놈들이라고 말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반전은 이러한 인식에 아주 좋은 양분이 되어주고 있다.
팬데믹이 불러온 균열
대외적으로 봐도 중국은 호재를 맞았다. 홍콩에 개입할 근거가 있는 영국이 코로나19로 초토화되었고, 미국은 최근 미네소타 폭동 문제까지 겹쳐 도대체가 신경을 쓰기 어려운 형국이 되었다.
<미국 미네소타에서 일어난 흑인 사망 사건 시위>
반대로 중국은 방역 물품을 근거로 외교적 역량을 넓히려고 애쓰고 있다. PCR 테스트기를 비롯한 의료용품에 있어서는 한국산이 환영받을지 모르지만, 그보다 수준이 낮은 보건용품의 경우 중국산은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당장 우리도 보건 마스크를 사려면 국산이 훨씬 비싼데, 외국에는 마스크 설비 자체가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팬데믹은 현재진행형이니 판단은 이르지만, 코로나19가 국제사회에 새로운 인식 내지는 균열점을 가져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바로 미국을 위시한 서방진영의 가치, 그리고 자본주의적 교류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개인의 자유가 방종으로, 나아가 집단적 패닉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코로나19 앞에선 자유무역이냐 아니냐는 그간의 쟁점도 무용지물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가능성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마치 우리나라가 새로운 선진국 모델로 비쳐지게 된 것처럼.
홍콩 보안법은 그 이면이다. 기존의 질서가 약화되면서 중국은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게 되었다. 미국은 곧이어 홍콩의 특별 지위를 박탈한다고 선언했는데, 그러면 홍콩발 우회 수출이 가지는 메리트가 없어져 중국과 같은 관세를 물게 된다.
<BNO : British Nationals Overseas의 약자로, 해외 거주 영국인을 뜻한다>
영국은 홍콩 사람들에게 시민권 부여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공표했는데, 그와 관계없이 홍콩 사람들의 이민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처럼 무역량이 대폭 감소하고 인재가 유출된다면 홍콩의 자치 역량은 더욱 후퇴할 것이므로, 이런 조치들이 홍콩 민주화에 도움이 된다고는 볼 수 없다.
어차피 중국 정부는 그렇게 되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중국산을 외면할 수 없는 현재의 국제정세에서는.
한국 정부가 홍콩 시위를 지지하기 어렵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민주화의 가치를 그 어느 때보다 앞장세울 수 있는 정부지만, 중국과의 교류를 끊을 각오를 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것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인적 교류조차 어려워진 시기에.
다만 말하고 싶은 것은 홍콩 보안법이 통과되기까지 2달의 시간이 있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는 그 2달은 암울함밖에 예상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이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이 큰 영향을 끼쳤음을 생각해보면, 미래는 모르는 일이다. 몇 달 전만 해도 우리는 생활이 이렇게 바뀌리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겪어본 적 없는, 미증유의 시기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고 때문에 또 다른 변동이 닥칠 가능성도 다분하다. 그것이 희망적인 무언가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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