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21.월요일
김지룡
딸아이가 일곱 살 때, 딸아이에게 물어 보았다.
“아빠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당연히 아빠는 놀이기구지.”
아빠의 몸은 미끄럼틀이 될 수도 있고, 비행기가 될 수도 있다. 자동차가 되기도 하고 말이 되기도 하고 나무가 되기도 한다. 아빠는 그 어떤 놀이기구도 될 수 있다. 아빠의 몸은 거대한 놀이터다.

아빠의 몸을 이용한 놀이는 놀이기구나 놀이동산에서 흔히 할 수 있는 것들이다. 흔히 거창한 놀이기구나 놀이동산이 더 큰 즐거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어떤 놀이기구나 놀이동산도 아이를 사랑해주지는 않는다.
아빠라는 놀이터는 즐거움만이 아니라 사랑도 함께 준다. 아빠라는 놀이터는 항상 아이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아이의 안전을 생각해준다. 아빠라는 놀이터는 항상 아이의 몸에 맞추어 크기와 높이를 조절한다. 세상 그 어떤 놀이터나 놀이동산이 이런 것을 제공해 줄 수 있을까. 아빠는 아이에게 최고의 놀이터다.
자면서도 아이와 노는 법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 중 하나는 주말에 아이보다 일찍 일어나는 일일 것이다. 연일 계속되는 과중한 일과 술자리로 주말이면 녹초가 되기 일쑤다. 금요일이면 술을 많이 마시지 말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금요일에 무리하면 주말에 아이와 노는 데 지대한 영향을 준다. 그런데 어김없이 금요일에는 센 술자리가 기다리고 있다. 술을 마시다 보면 ‘자제하자’는 다짐은 온데간데없고 폭음하기 일쑤다.
주말 아침, 빨리 일어나 아이와 놀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비몽사몽간에 깨어난다. 아무리 아이와 놀겠다는 의지가 있어도 몸이 피곤하면 제대로 놀기 힘들다. 자꾸 눕고만 싶어진다. 이럴 때 발상을 조금만 바꾸면 여러 가지가 편해진다. 자면서 놀고, 누워서 놀면 된다.
<1> 아빠 몸에 포스트잇 붙이기
아빠는 누워있고, 아이는 포스트잇에 신체 부위의 이름을 써서 붙인다. 신체 이름과 한글을 동시에 익히는 기회가 된다. 한글이 능숙하지 않은 아이라도 ‘이마, 코, 입, 다리, 손’ 정도는 쓸 수 있다. ‘뺨’이나 ‘턱’ 같이 조금 어려운 글자도 도전해볼 수 있다. 글을 서툴다면 엄마가 옆에서 도와준다.
목표는 아빠의 몸에 빠짐없이 포스트잇을 붙이는 것이다. 그래야 아빠가 많이 쉴 수 있다. 비어 있는 곳 없이 빼곡히 붙이려면 ‘눈, 코, 입’ 같은 기본적인 것은 물론 ‘넓적다리’ ‘정강이’ ‘발뒤꿈치’ ‘복사뼈’ 같은 세세한 이름을 익혀야 한다.
가슴과 배에는 그렇게 자세하게 붙일 이름이 없다. 인체 해부도가 들어 있는 그림책을 참조하면서 장기의 이름을 적어 붙이게 한다. ‘심장, 위, 간, 대장’ 같은 명칭과 위치를 익힐 수 있다.
<2> 아빠 몸에 색칠하기
딱 30분만 더 자고 싶을 때, 아니면 낮에 잠깐 눈을 붙이고 싶을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놀이다. 놀이 내용은 지극히 간단하다. 아빠는 누워서 자고 있고 아이는 아빠의 몸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유성 매직을 사용하면 지워지지 않으므로, 수성 보드마커를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검정색 빨간색, 파랑색, 녹색 등 색깔 별로 준비해 놓으면 아이가 훨씬 더 즐겁게, 그리고 훨씬 더 오래 즐길 수 있다.
정강이와 넓적다리에 그림을 모두 그려 넣으려면 30분은 족히 걸릴 것이다. 그래도 조금 더 자고 싶으면 배에도 그림을 그리게 한다. 아빠와 친한 관계에 있으면 아이들은 아빠를 친구처럼 생각하고, 아빠를 골려주는 놀이를 즐긴다. 수학여행을 가면 자고 있는 친구 얼굴에 그림을 그리며 골려주듯이, 다리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일종의 아빠 골려주기 놀이다.
자고 있을 때 아이가 보드마커로 그림을 그리면 잠자는 데 방해가 된다? 눈이 떠지지 않을 정도로 피곤하면 아이가 무슨 일을 해도 잠을 잘 수 있는 법이다. 게다가 이 놀이가 끝나면 샤워를 해야 하므로 잠을 깨는 데도 좋다.

<3> 아빠 몸 위에 이불로 산 쌓기
아이들은 무엇인가를 쌓는 것을 좋아한다. 이불이나 베개를 주고 마음껏 놀라고 하면 산처럼 쌓아올리면서 논다. 조금 더 자고 싶으면 아빠 몸 위에 이불과 베개를 쌓는 놀이를 하도록 유도한다.
산을 쌓는다는 완곡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실제로 이 놀이를 해 보면 아빠를 이불과 베개로 파묻어 버리는 모습이 된다. 그런 이미지가 조금 기분 나쁠 수도 있다. 하지만 피곤한 아빠에게는 무척 편한 놀이다. 옆으로 누워서 손으로 얼굴 주변에 적당한 공간을 만들어 놓으면 그 위에 아무리 이불을 많이 쌓아 놓아도 괴롭지 않다.
이불은 많이 쌓으면 쌓을수록 좋다. 이불장 안에 있는 이불을 모두 끄집어내서 놀도록 하는 것이 좋다. 시간이 많이 걸리기 조금 더 쉴 수 있다. 아이들을 이불을 쌓아 놓으면 그 위에 점프하거나 올라타고 내려오거나 하면서 노는 데 이불을 많이 쌓아놓을수록 아빠 몸에 전달되는 충격이 작아진다.
<4> ‘걸리버 여행기’ 놀이
‘걸리버 여행기’ 놀이를 해보자. 아빠가 소인국에 간 걸리버가 되고, 아이는 소인국의 국민이 되어 아빠를 땅에 묶어 놓는 놀이다.
걸리버 여행기를 충실히 재현하기 위해 바닥에 못을 박을 필요는 없다. 못 대신 테이프를 사용해도 줄을 고정시킬 수 있다. 아빠가 바닥에 누우면 아이는 테이프로 줄을 바닥에 고정시키면서 아빠를 묶어 간다. 손으로 찢는 종이테이프가 편리하다. 아이가 혼자 힘으로 손으로 자를 수 있고, 접착력이 강하지 않아 나중에 떼어내기도 쉽다.
옷에도 테이프를 붙였다 떼면 테이프 자국에 먼지가 많이 묻을 수 있다. 옷을 망칠 수 있으므로 버려도 되는 낡은 옷이나, 작업복처럼 더러워져도 되는 옷을 입는다.
테이프가 없어도 아빠를 묶을 수 있다. 아빠가 의자나 방바닥에 앉고 아이는 줄로 아빠를 칭칭 감으며 묶는다. 처음에는 어설프게 묶어서 쉽게 풀려버리지만, 몇 번 하다보면 아이도 요령이 생겨 잘 묶게 된다. 아빠가 일어섰을 때 의자도 함께 들어올려 지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하면 아이는 배를 잡고 웃을 것이다.
<5> 아빠 몸 위에서 TV 보기 놀이
피곤할 때는 주말에 방안에서 뒹굴 거리며 TV를 보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중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려면 휴식이 필요하다. 아빠는 TV를 보고 싶고, 아이는 아빠와 놀고 싶어 하는 상황,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TV를 보면서도 아이와 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아이와 나란히 앉아서 TV를 보는 것으로는 아빠와 놀았다는 느낌을 주기 힘들다. 무엇을 함께 했다는 느낌을 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가장 손쉬운 것은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TV를 보는 것이다. 아빠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라면 아이가 지겨워할 수 있다. 특히 스포츠 중계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아이가 지루해할 수 있다. 무릎에 앉히고 룰을 설명해주거나, 선수를 설명해주면서 아이의 주의와 관심을 환기시켜준다.

아빠가 쉬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아이에게 TV나 비디오를 시청시켜주는 것이라면 다른 방법을 써 보자. 아빠는 눕고, 아이는 누워있는 아빠를 의자 삼아 아빠 몸 위에 앉아 TV를 보게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비디오나 TV 프로그램은 대략 한 시간 정도다. 그 시간 동안 아빠가 잠을 잔다고 해도, 아빠 몸 위에서 TV를 본 아이는 아빠와 함께 무엇을 했다는 즐거움을 얻는다.
아빠와 논다는 것은 즐거운 일은 함께 하는 것이다. 꼭 아빠가 활동적으로 몸을 움직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빠가 잠을 자고 있더라도 아이가 아빠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 자체가 아빠와의 놀이가 된다.
이런 장면들은 아내에게 부탁해 빠짐없이 사진으로 남겨놓자. 아이가 크고 나면 사진을 보면서 피식 웃을지 모른다. “아빠가 더 자고 싶어서 꼼수를 썼구나”하고. 하지만 그것이 아이에게 더 큰 만족을 줄 것이다. “아빠는 피곤해서 눈이 떠지지 않을 때도 나와 놀려고 했구나. 그래서 이런 방법까지 동원했구나.”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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