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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의 폐족

2009-12-1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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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5년 추천0 비추천0

2009.12.21.월요일


정치불패 2045년


 


나는 ‘진보여 분열하라’라는 떡밥을 덥석 물었다. 그런데 내 글이 다시 떡밥이 되어 둥둥 떠있다. 어떤 모종의 음모가 개입했는가? 딴지 수뇌부를 심히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다.



 


저번 글에는 날이 섰다. 핏대도 좀 올렸다. 왜냐? 떡밥을 물었으니까.


하지만 난 진보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들이 바라는 생각, 그 궁극적 목표가 얼추 ‘사람 사는 세상’과 맞는다. 그런데 왜 그 가치를 실현할 기회를 자꾸 잃어버리는가? 그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분열이다.


 



진보가 과연 이념 때문에 분열하는가?


 



 



난 아니라고 본다. 진보가 분열하는 이유는 서로 감정이 상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럴듯한 이념이나 이론을 하나 들고 나온다. 그리고는 곧 자기가 주장하는 이론에 맞춰 주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며 서로 감정을 건드리는 말로 싸우기 시작한다. 수구에 투항한 진보들이 과연 딴나라 놈들과 이념이 같아서 그따위 짓을 했겠냐?



 


민노당 분당 이후 지금까지 진보신당 지지자들이 민노당 당권파를 비판하는 글들을 읽다보면 그들이 이전 김대중과 노무현을 비난하던 글 그 이상으로 비수가 꽂혀 있다. 이 두 진보들 역시 서로 공격하는 것을 보면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 놓인 강보다 더 크고 넓은 강이 민노당하고 사이에 놓여있다고 했던 진보들은 진보신당과 민노당 사이에는 얼마나 더 크고 넓은 운하를 파고 있는 것일까? 삽질은 이명박만 하고 있는게 아니다.



 


99%의 국민들은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왜 갈렸는지 모른다. 관심도 없다. 나도 솔직히 잘 모른다. 관심도 없다. 그럼에도 설명해 줘야 한다. 국민이 묻지 않더라도. 우리들끼리 알아서 할 테니 신경 꺼 하는 것은 한나라당 놈들보다 더 나쁜 짓이다. 니들 둘 합쳐서 입법권력의 6/299를 책임지고 있는 공당이다. 누가 더 나쁜 놈인지는 국민들에게 심판을 받으라.



 


오마이뉴스에서 ‘민노당-진보신당 재합당은 시간문제다’는 식의 기사를 본 후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레디앙에 들어가보니 ‘원칙없는 통합에 반대한다’는 글이 다수다. 원칙? 진보신당의 원칙은 뭐지? 민노당의 원칙은 뭐지? 그 둘은 어떻게 다르지? 진짜 원칙들이 있기는 한거냐?



 


500만



 


내가 생각하기에 단순한 숫자가 아닌 의미를 지닌 ‘500만’이 있다.


 


첫째, 이명박과 정동영의 대선 득표차 500만 표, 둘째 노무현의 죽음을 애도한 조문객 500만명, 셋째 유시민 입당 후 참여당 지지율 13.2% - 전체 유권자 대비로 하면 500만명쯤 된다.



 


노무현은 이익이 아닌 가치를 위해 정치를 했던 사람이다. 반면 정동영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끊임없이 고려했고, 붕괴된 열린우리당 안에서 패권을 추구했다. 500만표는 노무현의 가치를 인정한 500만명이 도저히 손이 떨려 정동영을 찍을 수 없어 기권했기 때문에 나온 차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나는 지난 대선에서 정동영을 찍었다. 차선이라고 생각하고. 근데 알고 보니 차악이었다. 최악과 차악이 싸우면 반드시 최악이 이긴다. 왜? 악과 악이 싸우면 더 악한 놈이 이기니까.



 


그 500만은 이명박 당선 이후 안희정의 표현대로 “폐족”이 되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친노는 국민에게 철저히 버림받고 형식적이 아닌 실질적 의미에서 벼슬을 할 수 없는 피선거 무능력자가 되었다. 폐족들은 자기가 뽑고 싶어도 뽑고 싶은 사람이 없는 선거 무능력자가 되었다. 패전의 책임을 독박 썼다. 그리고 그 댓가로 그가 죽었다. 역사 속에는 육체의 죽음이 정신의 부활로 나타나는 사례가 무수히 많다. 그가 죽고 폐족들은 부활하여 ‘전사’가 되었다.



 


진보의 분열에 대하여 이야기 하다가 이 ‘500만’을 굳이 설명하는 이유는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에서 진보들 바로 옆에 서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이 폐족들이기 때문이다. 통합을 하건 분열을 하건 각개약진을 하건 진보진영이 외연을 넓히려면 이들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이들을 건너뛰고 500만1명 째부터 니들의 가치를 설명해 봐야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대선 때 이 500만의 폐족을 ‘진짜’ 진보진영으로 끌어들일 절호의 기회가 있었다. 대선에서 차마 정동영을 찍을 수 없는 손 떨리는 사람들을. 그런데 그렇게 못했다. 알고 보니 자기들 안에서조차 서로에게 손을 내밀지 않고 있었다. 대선 3수생이 1년 전까지 아무도 이름도 모르던 문국현에게 더블 스코어가 났다면 말 다한 거 아닌가. 그래도 떳떳하게 분열하라고 대놓고 자신있게 외칠 수 있는가? 대선 전 이미 갈라질 결심을 하고 있던 신당 창당파들은 대선에서 과연 누구에게 투표했을까? 권영길이었을까? 2002년보다 24만표나 떨어졌는데?


 




 


지난 총선에서도 폐족들은 정치적 상실감을 지닌 채로 여전히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총선에서 가장 주목받은 노회찬의 노원구 선거. 잘 싸웠다. 비록 패배했으나 커다란 존재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노회찬이 지금 현실감각도 없이 서울시장 출마한다고 나서는 것도 그때의 득표 경험이 한몫 했으리라. 근데 그때 얻은 득표가 과연 노회찬이 잘해서 얻은 득표였나? 그 중 70% 이상은 자신이 뽑을 대표를 잃은 채 정치적 상실감으로 우왕좌왕 하던 폐족들의 표가 아니었더냐? 노회찬이 열우당이 여당된 것은 길가다 지갑주운 꼴이라고 말했다던데 정작 노회찬 자신은 길에 지갑 떨어뜨려줘도 줍지도 못하는 위인이 아닌가?



 


정말로 진보가 똘똘 뭉쳤다면, 그리고 폐족들에게 손을 내밀었다면 그 폐족들을 대거 흡수하여 커다란 존재감을 가졌을 지도 모른다. 어디로 흡수될지 몰라 평생 우왕좌왕했을 500만의 폐족은 진보가 분열하고 있는 사이 노무현의 죽음을 계기로 이제 완전한 합체하여 변신로봇이 되었다.


 



진보가 존재하는 이유


 



진보가 존재하는 이유는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나 하나 옳다고 독야청청하면서 니들이 생각하는 저 우매한 민중들을 상대한다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 그 더러운 진흙탕 속에 들어가 뒹굴어야 진보가 노력한 가치를 알아준다. 니들끼리 잘났다고 싸워봤자 세상을 변화시키기는커녕 진보가 추구하는 가치마저 잃고 역사에서 퇴출당할 뿐이다.


 



내가 쓴 글을 ‘니네는 힘이 없으니 찌그러져 있어라’라는 뜻으로 서러워하는 인간들이 있는데, 힘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진보는 왜 힘이 없을까? 국민들이 지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왜 힘이 없는지는 진지하게 고민이라도 해봤나? 분열이 니들 힘을 더 빼놓는다는 건 왜 모르나? 니들끼리 안에서 박터지게 싸운거 말고 국민들을 상대로 ‘어서 옵쇼’라고 한 번이라도 외쳐 봤는가?

운영수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