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연재가 시작될 당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노우에 타케히코 작가가 처음부터 NBA 팀 간의 라이벌 구도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만든 것 같지는 않다. 몇몇 선수들을 모델로 캐릭터를 설정한 것 같긴 한데 데즈카 수상작인 카에데 퍼플(서태웅의 일본명은 루카와 카에데)은 단편이고 장편 데뷔작인 카멜레온 자일이 조기 연재 종료된 상태에서 시작한 슬램덩크는 비인기 작가가 비인기 스포츠인 농구를 소재로 삼았다.

 

EUxCUChUcAE2_vo.jpg

<카에데 퍼플>

 

작가 본인도 이 만화가 이렇게 인기를 얻고 장기연재를 할 거라고 생각지 못한 탓에 4권 정도로 완결 예정이었다고 한다. 인기를 얻으면서 장기연재가 결정된 건 이후의 이야기. NBA 팀 간 라이벌 구도를 모델로 삼아 만화가 전개된 것은 상양 전부터라고 봐야 한다. 북산이 넘어서려다 실패하는 최초의 벽으로써 만든 팀이고, 특별히 모델이 되었던 팀은 없다고 본다. 북산의 모델인 시카고 불스가 맞닥뜨리는 최초의 벽은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인데 능남과 팀컬러가 너무 다르다. 능남은 북산과 두 번 경기한 유일한 팀이자 북산을 제외하고 경기 내용이 세 번 나오는 유일한 팀이라는 특징이 있다.

 

능남고등학교

 

8bfe6e84b2e55a1ccdd6267281301f9ce696107df2da0b58e00d7753c58d1bd905a0133775a00de048cd610731a34a55011e55ff6fbfdf46e957f18c55a6e1899290b4d6de08f24ef3aa5505295be4c8c2b8deeef12fe160146848f47e492f14.png

 

 

윤대협 (스몰 포워드, 포인트 가드)

 

이노우에 작가는 슬램덩크에 등장하는 인물 중 윤대협을 가장 싫어한다고 밝힌 적이 있지만 작가의 취향과 관계없이 가장 인기 많은 캐릭터 중 하나다. (이해는 한다. 이명박 식으로 말하자면 내가 만화 쪽 일해 봐서 아는데 작가는 독자한테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이노우에 작가는 작중 등장인물에 대해 전부 애착을 가지는 편이라 그냥 등장했다 사라지는 캐릭터에도 뒷얘기들을 만들어 두는 편인데 윤대협은 그렇지 않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평을 한 적이 있다. 어떤 인터뷰에서는 너무 결점이 없어서 애착이 가지 않는다고 말한 적도 있다. 하지만 센도(仙道=신선의 길, 윤대협의 일본명은 센도 아키라다)라는 신선같은 성을 붙인 순간 윤대협의 운명은 결정되었다고 본다.

 

윤대협을 강백호와 서태웅이 넘어설 수 없는 신선 같은 캐릭터로 만들었는데 장기연재로 이어지고 초인기 캐릭터가 되면서 계속 등장시킬 수밖에 없었던 듯하다. 작가는 윤대협을 특별한 모델이 없이 만든 캐릭터라고 말한 적도 있지만, 슬램덩크가 연재되던 때가 장신 포인트 가드 어빙 매직 존슨이 활약할 무렵이라는 걸 감안하면 윤대협은 매직 존슨을 모델로 만든 캐릭터라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IMG_3468.jpg

 

매직 존슨은 NBA 파이널에서 부상당한 센터 카림 압둘 자바 대신 센터로 뛰기도 했을 정도로 모든 포지션이 소화가 가능한 만능선수였다. 윤대협 또한 모든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다. 윤대협의 키는 190cm인데 작중에서 최고 센터로 나오는 산왕공고 신현철이 194cm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센터로 뛸 수 있는 키다. 윤대협의 플레이 중 북산과 첫 경기에 보여준 패스들은 매직이라는 별명을 붙이게 할 정도로 마법같은 패스를 했던 매직 존슨을 떠올리게 한다. 윤대협은 슬램덩크 내에서 가장 많은 노룩 패스를 구사했으며 애장판 14권 표지에서까지 노룩 패스를 하는 모습이 나온다.

 

cd88b6477a107ed0ad95c1bcee865011ce8eba4fbd10d5f58d3e8c18a9b103ae1161d7d79a61d8fbb815b174dc23cac9d8f501651b9de371dbdde6bb2349045adbed42a01e832d159492c55416c863c14c5bfca7aa71cf355047afdb13e15be1.jpg

 

1편에 언급했던 것처럼 가나가와 현 내에 2학년 스타 플레이어가 신준섭과 윤대협 단 둘 뿐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서태웅과의 라이벌 구도 또한 매직 존슨과 마이클 조던의 라이벌 구도를 떠오르게 한다. 능남의 중요체크 맨 박경태는 윤대협의 플레이에 대해 '패스 하나에도 남들에게는 없는 화려함이 있다'는 평가를 하는데 이 또한 ‘마법같은 플레이를 한다’는 매직 존슨의 플레이에 대한 평가와 유사한 점이다.

 

8.gif

 

전국대회 우승은 어느 팀이 했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작가는 대영이 했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지 않겠느냐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대영의 에이스로 나오는 이현수란 캐릭터는 완전체 윤대협 내지는 윤대협이 3학년이 되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해서 만든 듯하다. 중요체크맨 경태는 “장신에다 팀의 리더로 동료들을 잘 활용하고 있다며 대협이 형과 비슷한 타입이야”라는 얘길 직접적으로 한다. 윤대협이 얼마나 강한 혹은 강해질 수 있는 선수인가를 보여주려는 작가의 의도로 보인다.

 

5044c23094b9e820e74b5b5d31848f19484d93c157be01456824e1b504cf0805e996e9c8aea6ee14482e7d97b2d01e3961c59b6aadc61e67c4403f0ef2d08f4417398b2a209cf5c14a994cc5de536756e5bb32b4e0f9b9b835e458a5b94e579a.jpg

 

또 다른 전국구 선수인 지학의 별(원작에서는 아이치의 별, 지학은 학교 이름이고 아이치는 지역 이름이다.) 마성지에 대해서도 작가가 누구를 상정하고 만든 인물인지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것은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겠다.

 

5a25d7a486db11bd130f30753071f8e2526e58b75fd89cd3abe82f37bef35f52fb85055daa6e9bfac963c59d24e12b5a36efbae77af7310146eeac2f88ba1827f2ecf039b075d48ff1d0df5ed8a3eec6958d44384a797fec0e386ed19c6c5cc0.jpg

 

변덕규 (센터)

 

많은 사람들이 채치수의 모델이 패트릭 유잉이라고 하지만, 슬램덩크 세계관 내 센터 구도를 볼 때 변덕규를 패트릭 유잉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좋은 센터가 우글우글한 가나가와 지역을 당시 NBA 상황이라고 했을 때, 3대 센터 중 커리어 상으로 가장 밀리던 패트릭 유잉과 성현준, 채치수에 비해 약간 떨어지는 평가를 받던 변덕규가 겹쳐진다.

 

ㄱ6.jpg

 

중학교 때 높은 평가를 받아 능남 유명호 감독의 스카웃 대상이 된 변덕규처럼 패트릭 유잉도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 굉장히 높은 평가를 받았었다. 85년에 NBA 드래프트는 패트릭 유잉 드래프트란 말이 있었을 정도이며 유잉은 당연히 1순위로 지명되었고 신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에 우승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머지 센터들에 비해 평가가 낮은 편이다.

 

또한 공격수에게 당하는 수비 역할로 하이라이트 영상에 많이 등장하는 편이라 실제 실력에 비해서 평가가 낮다. 나 아니어도 우리 팀에 점수를 넣을 수 있다는 말이나 화려한 도미가 아닌 가자미가 되라는 변덕규의 가장 유명한 대사는 유잉의 이런 캐릭터가 반영된 것이 아닌가 짐작한다. 원작에서 변덕규의 성은 우오즈미(魚)인데 노골적으로 생선과 관련되었다는게 드러나는데 많은 등장인물의 이름이 이런 식이라 이노우에 작가는 이런 식으로 이름 짓는 걸 좋아하는 걸로 짐작된다.

 

2331FE5056A7885B22.png

 

산왕공고의 신현철의 경우는 산왕 편에서 이야기하게 되겠지만 만화가 장기 연재하면서 초기에 NBA 팀을 모델로 경쟁 구도를 짰던 것과 별개로 다른 곳에서 모델을 가져왔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것은 풍전의 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처음부터 장기연재를 계획하고 시작한 작품이 아니라서 장기연재화 되는 상양 전부터 부랴부랴 당시 NBA 리그 전체를 모델로 삼았던 바람에 전국 대회에 가서는 다른 팀들을 모델을 삼았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변덕규의 모델인 패트릭 유잉에게 특기할만한 점은 최근 코로나에 확진됐었다.

 

안영수 (슈팅 가드)

 

이노우에 작가가 누가 롤모델이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선수는 많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 등장인물의 모델은 주관적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 글을 쓰면서 오피셜로 작가가 밝히지 않은 선수들의 경우는 왜 그 인물의 모델이 그 선수 같은가를 근거를 대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근거를 대기 어려운 경우는 쓰고 싶어도 다 빼버리고 있는데 그중에서 안영수의 경우는 이게 맞나 싶고 명확한 근거를 대기 어려운데도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이 선수가 생각났기 때문에 꼭 쓰고 싶어서 쓴다.

 

c75b54d49729d206ec46b83cd2d8e712802b74dabe6962437a4cb0ea38478c4e33a0757bdc693b83f0df27d35ddf0f011c64bc9e5bdbb1113787f42e7b6ec4ce85a66dbbc29778b716d198714de3acf050e81ab0e74b5c5418432f2238d6982e.jpg

 

미국에서 프로 스포츠 선수에 대한 대우는 우리나라와는 차원이 다르다. 스포츠 선수를 전쟁 영웅처럼 대접해주기 때문에 스포츠 선수들은 단지 돈만 많이 버는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존경받는다. 당연히 프로 스포츠 리그 선수가 되기는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고 정말 특출나지 않으면 프로리그에 갈 수 없다. 괴물들만 갈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보스턴 셀틱스의 단장인 대니 에인지라는 선수는 그중에서도 특출난 선수다. 우리나라에서 NBA가 가장 인기가 많았던 때는 92-93시즌이다. 이때 시카고 불스와 피닉스 선즈의 경기는 지상파 TV로 중계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대니 에인지는 이때 피닉스 선즈의 백업 가드였다. 이때 대니 에인지만 아는 사람들이라면 에인지가 그렇게 특출나다고?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asdfasf.JPG

 

 

강백호의 전성기가 산왕전이었던 것처럼 대니 에인지의 전성기는 80년대 보스턴 셀틱스에서 뛰던 시절이었다. 셀틱스 시절에도 에인지가 슈퍼스타는 아니었다.

 

대니 에인지를 농구 선수로서 슈퍼스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대니 에인지는 미국 고교 스포츠 사상 유일하게 농구/야구/풋볼에서 올아메리칸 퍼스트 팀에 뽑힌 선수이며 메이저 리그와 NBA 두 리그에서 지명을 받은 괴물이다. (참고로 대니 에인지는 백인이다.)

 

실력도 나쁘지 않았지만 보스턴에서 뛸 때도 피닉스에서 뛸 때도 누구보다 호승심이 강해 다른 선수와 여러 번 싸우기도 했으며 팀 동료들에게 좀 더 거칠게 경기하라는 주문도 자주 했다. 라스트 댄스에서 조던은 파이널 당시 대니 에인지와의 에피소드를 언급하기도 한다.

 

능남 유명호 감독의 평가에 따르면 안영수는 지기를 싫어하고 팀의 사기를 북돋워주는 선수다. 또한 안영수는 상대팀 선수들에게 적의를 불태우는 모습이 유독 많이 나온다. 실력이 아주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팀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싸우고 팀원들을 자극해 열심히 싸우도록 만드는 대니 에인지가 안영수의 모델이란 건 무리한 얘기일까?

 

213f58d4039c4b2a9df687f4608f5d7b.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