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24.목요일
야설작가로의 전업을 고민중인 화성
부제) 야생녀 길들이기
집앞에 편의점이 생기고 나서부터 담배를 보루째 사던 습관이 사라졌다.
한 갑씩 사나 보루로 사나 가격은 마찬가지지만, 아무리 담배를 즐겨피는 몸이라 할지라도 집 안에 담배란 놈이 보루로 쌓여있는 것을 보는 것은 왠지 내키지가 않았다.
뭐랄까, 그걸 보고 있으면 왠지 발기불능에 걸릴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이 든다고나 할까? 한 갑씩 사 피운다고 흡연량이 주는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편의점이 생긴 이후엔 한밤에 담배가 떨어졌을 때를 대비해 퇴근 때마다 남은 담배의 개비를 체크하는 일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니까 그게 아마도 작년 이 맘때 쯤의 주말이었을게다.
남들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애인과 함께 여행 스케줄을 잡거나 무슨무슨 이벤트를 준비하며 황홀한 밤을 보낼 준비에 여념이 없었겠지만 솔로였던 나는 박지성이 출전하는 유럽 축구경기를 보며 겨울의 긴긴밤을 보내야만 했었다. 그런데 마침 전반전이 끝나갈 무렵 담배가 떨어졌다.
그래서 새로 생긴 그 편의점 덕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는데...
후반전 시작까지 10 여분의 휴식시간, 담배 사오는 시간으로는 충분했었다 .
하지만 난 그날 후반전에 역전골을 넣었던 그의 활약을 결국 보지 못했다.
"팔리어먼트원 두 갑만 주세요."
"아니,이 좋은 주말 새벽에 씹질은 안하고 담배를, 그것도 두갑이나 달라는 걸 보니, 이 아자씨 오랄 하면 좆대가리에선 니코틴 냄새 폴폴 나겠구만."
"예???"
처음엔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편의점 알바를 하기엔 조금 나이 들어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서른도 채
되지 않아보이는 여자의 입에서 '씹질'이라니, 좆대가리라니, 설마...
"아니 이 아자씨는 귓구멍에 삽자루를 꽂아놨나, 쓰발... 하튼 이 논현동 사는
호박들은 다들 왜 두 번씩 묻는거야. 입구녕으로도 생리피 쏟으면서 말해야만 한큐에 알아들으려나."
아니 뭐 이런 쑤발년이 다있나. 지가 나를 언제 봤다고. 무릎 나온 츄리닝 바람으로 왔다고 사람 알기를 핫바지로 아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지갑을 열려던 손을 멈추고 계산대 앞 담배를 꺼내는 그녀를 노려 보았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언뜻봐도 동네에서 흔하디 흔한 나가요 언니로 보이는
요염한 모습의 20대 아가씨가 들어왔다.
"아, 씨팔 저 말보로년 또 왔네. 밑구녕 팔아서 먹고사는 년이 밑구녕에 좆대가리는 안 넣고 담배만 쑤셔넣나. 보지 싱싱하다고 유세 떨지 말고, 노계 소리 듣기전에 담배만 사피지 말고 박카스라도 한 병 사먹고 가서 잠이나 퍼자 이년아."
헉,
생각 같아선 싸대기라도 한대 올리고 싶었지만, 하도 황당한 경험이라 어찌 대꾸를 해야할 지 감조차 잡히지 않아서 짱구를 굴리고 있던 차에,
나는 그 여자에게 해대는 욕지기를 듣고선 그만... 야코가 죽어버렸다.
이미 그녀는 편의점의 그녀와 안면이 있는 사인지, 그런 그녀의 거친 욕설
에도 눈 하나 깜박거리지 않고 대화에 응했다.
" 왜 또 어떤 진상이 후장부터 팔려고 그러디? 하튼 요즘 좆대가리들은 왜 그렇게 뒷구녕만 보면 사죽을 못 쓰는지, 그런 씹새들치고 좆질 제대로 하는 새끼 한 놈도 못 봤다니까, 왜 시팔 씹꾸멍 놔두고 왜 똥구멍에 개지랄을 해대는지 피똥싸는 년이 그렇게도 보고 싶을까..."
"아이, 언니는... 다른 손님도 있는데 쪽팔리게 왜 그래. 빨리 담배나 줘"
"손님은 지미, 담배 팔아서 몇 푼이나 남는다고, 새벽 시간이라 문 연데가 없으니까 할 수 없이 온거지, 내 쌍판떼기에 꼴려서 풀칠 하려고 왔겄냐."
내 모습을 흘끗 보던 그녀가 말보로에 바코드를 찍으며 말을 이었다.
" 그리고 이년아, 담배 필려면 국산을 피던가. 그래 말보로 펴서 말보지처럼 축

벙~ 찐다는 말은 바로 그런 때 하는 표현이었다. 아니 말빨로 치면 어디가서 꿀리지 않는 나였지만, 도대체가 이건 뭐라 대꾸할 말이 떠오르질 않았다.
말보로를 집어든 언니가 자기도 쪽팔렸는지 서둘러 편의점을 나가고 계산대 앞의 그녀가 다시 한번 물었다.
"팔리아먼트 뭐라고요? "
"원이요"
"원이나 라이트나, 거기서 거기지, 꼴에 또 몸 생각한다고 순한 거 달래요. 참 나 웃겨서, 차라리 독한 거 한대 빨고 그냥 꼬꾸라져서 잠이나 쳐자면 그게 남는거지, 그것도 꼭 양키 코쟁이새끼들 것만 고르면서..."
"아니, 저기요... 이 거 참... 아줌만지 아가씬지 모르겠지만 저 알아요? 아니 초면에 무슨 여자가 그렇게 입이 걸어요. 보아하니 나이도 나보다는 한참이나 아랜 것 같은데..."
잠이나 쳐자라는 얘기에 자존심이 상해 도저히 그냥 나올 수 없어서 무심코 뱉은 그 말이 화근이었다.
"그정도 나이를 쳐 드셨으면 척 하면 삼천리인 건 몰라도 푹하면 좆박는 소리라는 건 알아서 쳐들어야지. 씨발, 뭐 아줌마? 눈깔은 뒀다가 대운하 팔때만 꺼내서 쓸려고 처박아 두셨나."
"아니, 정말 이 아줌마가 누군 욕을 못 해서 안하는 줄 아나 ..."
계산대 앞 테이블에 만원짜리 한장을 '탁' 소리 나게 내려 놓으며 도저히 못 참겠다는 표시를 하는 순간, 문 열리는 소리가 나며 한 눈에 봐도 그 곳 사장님처럼 생긴 나이 지긋하신 분이 들어오며 나를 말렸다.
"손님... 죄송합니다. 우리 미림씨가 손님한테 또 험한 말을 했구만...제가 대신 사과 드릴테니 화 푸시고... "
"사과는 무슨 얼어죽을, 천연기념물 아다라시한테 아줌마라고 한 게 누군데,
사실, 여자랑 말 싸움해서 이기나 지나 쪽팔린 건 매한가지 아닌가. 더구나 나이도 한참 아래인 여자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안그래도 그 순간을 어떻게 모면할까 해골을 굴리던 터에 팔을 붙잡고 같이 나가주는 그 사장님이 한없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물론 입으로는
"재수가 없을라니 참나..." 했지만서도...
" 미림씨가 입은 걸어도 사실 마음은 안 그래요. 작년 겨울엔가, 무슨 인터넷에 벙어리장갑년가 뭔가로 유명해진 여자가 실은 저 미림씨에요. 밖에서 구걸하는 앉은뱅이 아저씨한테 빵하고 우유 갖다 주고 자기 벙어리 장갑을 벗어 줬다는 ..."
지난 겨울에 무슨 포털에선가 얼핏 본 기억이 났다. '벙어리장갑 천사'라는
제목으로 한때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던 그녀...
아니 그 천사표가 저 여자라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제가 저 옆동네에서 하다가 이 쪽으로 온지 얼마 안됐지만 그 때부터
아니, 요즘 세상에 이런 여자가 있다니, 그저 욕만 잘하는 좀 이상한 여잔줄
알았는데... 갑자기 그녀에게 묘한 호기심이 일었다.
"그 애들하고는 잘 아는 사인가 보죠?"
"아는 사이는 무슨... 뭐라더라, 올 여름에 미국소 수입한다고 해서 온나라가 촛불 인가 뭔가 때문에 난리였었잖아. 그때 시청 근처에서 그 애들이 잡혀가는 걸 보고 미림씨가 전경 차까지 올라가서 빼 온 모양이야.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 전경들 욕 좀 꽤나 들었을거야. 그쵸? 허.허..."
"아, 그랬군요... 근데, 저 미림씨란 분 나이가 어떻게 돼요? 이런데서 일하기엔... 아니 죄송합니다. 이런데서 일한다고 무시하는 게아니고 알바 할 나이는 지난 것 같아서요..."
"올해 서른 다섯일 거에요. 보기에는 좀 어려 보이지만... 애인도 없는 것 같고...밤 8시부터 새벽 6시까지 젤 힘든시간에 일하는 데, 한번도 결근을 하거나 펑크를 낸 적이 없어요. 가족이나 친척도 없는지 그 독서실에서 먹고자고 하면서 그냥 사는 것 같아요."
그날은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35살의 노처녀에 입은 걸지만 마음만은 한없이 따뜻한 그녀, 미림이...
집에 돌아와서도 박지성의 활약을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없이 그녀에 대한 궁금증으로 잠을 설치며 잠에 들었다 .
그리고 다음날 늦은 저녁, 그러니까 크리스마스 이브인 그날 저녁, 난 또 그 편의점의 문을 열었다.
" 학생이면 해골 처박고 조용히 짱박혀서 공부나 할일이지...
" 아, 누님 욕 먹으려고 공부하다 잠깐 나왔다니까요. 그래도 크리스마스 전날인데 기왕 나온 거 사발면 하나씩만 잽싸게 먹고 들어갈께요. 헤,헤... "
"누님? 누님 좋아하네, 젖비린내에 좆비린내까지 쌍으로 버무려진 새끼들아.
내가 존나 피흘리는 구멍 막고 있을 때 좆대가리 광합성도 못 해봤을 새끼들이 누님은 무신.. 좆지랄 그만 떨고 빨리들 텨 나가 ..."
" 우하하하, 우린 누님 그 욕을 먹어야 공부에 집중이 잘 된다니까요. 하루라도 걸르면 이상하게 속도 더부룩 한 게 소화도 잘 안되고..."
"공부는 얼어죽을, 독서실 구석탱이에서 어떤 기집년 가랑이 벌린 거
편의점 안에는 어제 그 사장님이 말한 독서실 아이들로 보이는 남자애 두 명과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애 한 명이 그 미림이라는 여자의 질퍽한 욕지거리를 자연스럽게 듣고있었다.
" 아 씨발, 담배를 입으로 피는 게 아니라 무슨 뚫린 구멍 수대로 피시나 ,

사실 담배는 아직 한갑이나 남아 있었지만 그녀를 보기 위해 간 것이기에 그녀의 물음에 달리 할 말이 없었다.
" 밤 늦게 와서 돈 안되는 담배만 사가지 말고, 맥주 같은거나 좀 사가슈 노땅 아저씨. 그래야 나같은 년 피마개라도 사 쓰지. 내가 뭐 기저귀 삶아
재활용하는 담뱃가게 아가씨도 아니고..."
"예? 아... 그, 그럼 그러지요 그럼. 맥주 좀 가져 올게요"
맥주가 진열되어 있는 쪽으로 들어가면서 그녀를 흘끔 살펴보았는데 거친 입과는 달리 큰 눈에 귀여운 얼굴을 한, 어찌보면 청순해 보이는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너는 이년아, 그 때 같이 온 그 오빠란 새끼랑 아직도 붙어다니냐? 희멀건하게 생긴 게 좆대가리까지 피도 안 오게 생겼더만 뭐가 좋다고."
"아녜요 언니, 우리 오빠가 그걸 얼마나 잘 하는데, 언니가 봤나 뭐..."
누가 들을새라 작게 얘기한다고 소근거리듯 말했지만, 온 신경을
욕을 먹고도 뭐가 그렇게 좋은 지 한참을 깔깔거리던 그 여학생이 나가고, 5개짜리 캔묶음 두개를 들고 계산대 앞에 다가가서 그녀에게 물었다.
"미림씨 맞죠? ... 근데... 몇시에 끝나세요?
" 아니 이 아저씨가 맥주 몇 캔 사면서 무슨 자겁을 거실라고 하시나. 얼굴 못 생긴년이라고 아무한테나 가랑이 벌려줄거라 생각하나본데..."
"아니 그게 아니고..."
'아니긴 니미 씨부랄... 여기가그럼 안이지 밖이요? 나 그렇게 만만한 년 아니우. 찝쩍대는 새끼들 좆대가리 껍질 벗겨서 순대 말아가지고 곱창 해먹는 게 취미인 년이니까 아자씨 맘대로 홍어좆 취급하지 마슈."
"만만하게 보는게 아니고 그 쪽에 관심이 있어서 그래요. 정말로..."
"관심은 시발, 밑구녕에만 관심이 있겄지. 이 년 거기는 어떻게 생겼을까. 젖탱이는 얼마나 클까. 뭐 그런거 아니겠수? 사내란게 원래 늙으나 젊으나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박음질부터 생각하는 동물이니까."
"아니 내가 뭐 당신하고 빠구리 틀자고 했수? 나도 아무데나 쑤시고 다니는 그런 놈은 아니니 걱정은 마시고..."
그 여자의 말투에 전염이 되었는지 어느새 내 입에서도 거친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강남이야 돈 몇 푼만 있으면 한집 건너 술집이고, 한집 건너 안마시술소라 맘만 먹으면 원하는대로 골라 먹을 수 있을텐데, 아저씨도 혹시 변태 아냐.
니미, 양키산 미친 소새끼 부랄을 단체로 고아 쳐먹어서 그런지, 쥐새끼 단추구멍
눈깔로 만든 토비콤을 통째로 쳐드셔서 그런지... 요즘엔 욕을 쳐먹어야만 좆대가리가 고개를 쳐들고 빠구리가 된다는 개또라이놈들이 많다던데... 아저씨도 혹시 그런꽈 아니냐고? ""난 그런거 관심 없으니까 걱정 붙들어 매고... 이따가 새벽에 일 끝날때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때 잠깐만 봅시다."
"어쭈 이 아자씨, 꼴에 선수 티 내려고 그러네. 내가 이런데서 알바질이나 하고 있다고 어떻게 꽁씹이라도 한번 때려볼까 통박 굴리나본데...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맥주를 들고 편의점을 나와 맥주 몇 캔을 마신 후
"아니, 이 아저씨 새벽좆이 지대로 꼴렸나, 진짜로 나왔네. 아니 그나이 먹어서 똘똘이 목욕 시켜줄 년이 그렇게도 없었수. 지지리 궁상이 따로 없구만..."
그 순간, 대답 대신 그녀를 덥석 안으면서 내 입술로 그녀의 입을 찍어 눌렀다.

"윽" 그녀의 외마디 짧은 신음이 새벽 찬 공기를 가르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나의 기습 키스에 그녀는 미동도 하지 못한 채 굳은 사람처럼 그렇게 얼어붙어 있었다.
다행히 이른 새벽 시간이라 주위에 사람들은 없었지만, 설사 사람들이 붐비는 시간이었다 할지라도 나는 똑같이 행동했을 터였다.
그녀의 거친 욕을 들으면서 왠지 남들처럼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는 가슴 속 응어리가 풀어지는 해방감을 맛보았고, 그녀의 욕지거리 속에 감춰진 그녀의 짙은 외로움과 눈물을 보았기 때문이리라.
잠시 시간이 흐르고, 입을 뗀 그녀의 입에서 다시 포근한(?) 욕이 흘러 나왔다.
"키스를 하려면 제대로나 하던지, 시발 왜 침은 묻히고 지랄이야."
"피곤하지? 우리 집 바로 옆인데 가서 좀 눈좀 붙일까?"
"어쭈, 윗 입술만 먹었으면 됐지, 이젠 아랫 입술까지 달라고? 이거 칼만 안들었지 완전 날강도 아냐."
" 나 좀 있다가 출근해야 되니까 걱정 마."
" 출근은 니미... 회사가 아무리 좆같아도 글치.예수 생일날도 출근을 시키나?"
"오늘 나 당직이야. 원래는 다른 직원애가 해야 하는데... 씨발 애인하고 약속있다고 징징대길래... 그냥 내가 해주기로 했어."
"어쩐지, 끼고 잘 여자 한명 없으니 오늘 같은 날 여기서 궁상이나 떨고있었겠지. 근데 시발 춥기는 존나 춥네. 집에... 보일러는 잘 돌아가? 독서실 총무 이새끼는 꼭 나 퇴근할 때만 되면 보일러를 꺼서... 씨발 냉도 얼음으로 나올 정도라니까..."
투덜투덜 대면서도 그녀는 손을 뿌리치지 않고 내가 살고있는 집으로 순순히
들어왔고, 난 그녀에게 내 침대를 내주었다.
정말 그랬다.
그녀가 앉은뱅이 아저씨에게 자신의 장갑을 선뜻 내주었듯, 나도 그녀에게 단 하루라도 따뜻한 잠자리를 내어주고 싶었을 뿐, 다른 응큼한 목적이 있었던 건 결코 아니었다. 크리스마스날 새벽에 혼자 일하고 있는 그녀가 너무 추워보였으니까...
"잠깐 눈 붙이다 회사 갈 거니까 푹 자고... 열쇠는 침대 위에 있으니까 나갈 때 열쇠는 우유투입구에 넣어주면 돼"
침대 밑에 이불을 깔고 누우며 그녀에게 말했다.
" 아 씨바 살다살다 별 변태를 다 보네. 존나 슬픈 척 갖은 궁상을 다 떨기에 간만에 부처님 말씀 따라 육보시나 하려고... 아니, 참 오늘은 예수님 생일이지... 큰맘 먹고 산타할머니 흉내라도 내주려고 왔더니 뭐 혼자 자라고? 개지랄 청승 떨지 말고 빨리 올라 와."
"됐다니까. 어여 자."
"아 씨발, 내가 아무리 씨발을 입에 달고 사는 년이라고 해도 그렇지, 여자로도 안보여? 정말 안올래? 그럼 내가 내려간다... "
"아, 알았어. 그럼..."
하는 수 없이(?) 침대에 올라가 그녀 곁에 누울 수 밖에 없었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서로를 안았다.
"니미 얼마나 굶었는지, 그 새끼 화가나도 허벌나게 났구만."
츄리닝 안에서 잔뜩 화가난 똘똘이가 그녀의 하복부를 찔렀는지 이불을 들추며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니 그녀는 이미 나갔는지 집은 비어있었고 우유 투입구에서 열쇠를 찾아 문을 따고 들어갔다.
집은 대청소를 마친 집처럼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침대포와 시트 커버가
건조대에 매달려 있었다.

그랬다.
그 새벽의 섹스가 그녀에겐 첫 경험이었고 그로인해 침대엔 선홍색 핏자국이 남았던 것이다.
"괜히 부담 같은 거 갖지 마. 그리고 이거 소문내면 아저씨 아가리 찢어버릴지도 모르니까 터진 주둥이라고 함부로 놀리지 말고..."
출근을 서두르는 나에게 이불 속에 얼굴을 가린 채 그녀가 말하던 게 생각이 났다. 처음엔 혹시 생리혈인가, 하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다.
서른다섯, 여자로서 그 나이까지 정말로 '아다라시'였다는 사실에 회사에서도 하루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녀의 우려대로 부담이 돼서 그런게 아니라, 같은 인간대 인간으로서 느끼는 일종의 애틋함 때문이었다.
돌도 안된 나이에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고아원에서 자란 그녀는 고아원에서 배운 험한 욕지거리가 그녀를 지켜주는 유일한 무기였을테고, 그렇게 입이 거친 여자곁에 남자들은 쉽게 다가가지 못 했을 것이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에 그녀가 출근하는 8시가 조금 넘어 다시 그 편의점으로 향했다.
오늘은 또 무슨 험한 욕으로 나를 맞을까... 라는 생각으로 편의점 문을 열었는데...
나와 눈이 마주친 그녀, 짝사랑하던 남학생을 앞에 둔 사춘기 소녀처럼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한다.
" 지금 퇴근 하셨어요?... 저녁 아직 안 드셨으면 뭐라도 좀 드릴까요...?"

나는 그날 이후 그녀의 입에서 단 한마디의 욕도 들어보질 못했다.
내겐 너무도 친절하고 공손한 그녀, 그녀는 '벙어리장갑 천사'가 아닌 '나만의 천사'이자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나의 아내이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그녀와 내가 만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고 나는 지금 그녀에게 줄 벙어리 장갑을 사서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내 생에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인 그녀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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