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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핵 버튼은 훨씬 크고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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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벽두를 뜨겁게 달군 트럼프의 이 발언은 사실일까? 내용만을 따지면(수사적인 표현이란 의미에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정확한 의미를 따진다면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훨씬 크고 강력하다.”

란 말은 진실이다.

잘해봐야 30발 수준의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그것도 핵무기 투발 수단은 제한적이고, 그 성능 역시 확실히 담보할 수 없는)과 비교해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시절부터 핵무기를 가져왔고, 세계 유일의 핵무기 실전 사용국이며, 핵무기 삼각체계(대륙간탄도탄, 잠수함발산탄도탄, 핵폭격기)를 모두 갖췄다.

모두 다 막강한 위용을 자랑한다. 즉, ‘강력하다’란 소리다.

문제는 ‘내 핵 버튼’이란 대목이다. 이 핵 버튼은 대통령 옆을 늘 따라다니는 ‘핵 가방’. 즉, 뉴클리어 풋볼(Nuclear briefcas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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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젠하워 시절부터 대통령 옆에는 이 풋볼이 있었다. 아이젠하워 시절에는 단순히 핵무기 발사시설과의 긴급연락용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었으나, 1962년 쿠바 핵미사일 위기 이후 구체적인 사용 방법과 절차가 만들어졌다.

러시아도 이걸 따라 하겠다고 1983년, 그러니까 구소련의 유리 안드로포프 서기장 시절에 체겟(Cheget)이라는 핵 가방을 만들었다. 이 녀석은 현재 푸틴 옆을 항상 따라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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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가방들은 뭘까? 정말 ‘버튼’이 있는 걸까? 아니다. 이 가방의 주요 목적은 ‘통신 유지’이다. 미국이 이 핵 가방을 만든 이유가 뭘까? 법적으로 보자면,

“미국에서 핵 공격을 명령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은 대통령에게만 있다.”

라는 거다. 어쩌면 당연한 말 일 거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군의 문민 통제는 기본 중의 기본이 아닌가?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하나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핵미사일이 30분 안에 미국으로 날아올 수 있게 됐다는 거다. 그것도 동시에 수천 발 단위로 말이다.

만약 이걸 그대로 맞는다면? 당장 지휘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 설사 살아남는다 해도 반격을 하기 위해서는(잠수함발사 탄도탄의 존재 이유다. 보복 무기로 이들 잠수함들이 전략 초계를 하다가 본토가 공격받으면 반격하는 거다) 지휘부의 안전과 통신망의 유지가 필요한 거다.

물론, 이 선제공격에 대한 대응을 위해 핵무기 발사 권한을 사전에 위임하는 경우도 있다(이것 때문에 이 사전위임이 적법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냉전 시절 3성, 4성 장군 몇몇이 이 핵무기 발사 권한을 위임받았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대통령만이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그럼 이 핵 가방 안에는 뭐가 있는 걸까? (다시 말하지만, 버튼이 있는 게 아니다) 이 가방의 구성품은 크게 3개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 블랙 북(black book)이 있다. 이건 핵 공격 범위를 선택하는 방안과 전략, 상대 공격에 대한 보복 방안 등이 상세히 기재돼 있다.

이런 표현이 맞을지 모르지만, ‘핵무기 공격 메뉴판’ 정도로 보면 된다. 음식을 고르듯이 어딜 어떻게 공격할지 상세하게 나와 있는 거다.

이 블랙북이 나오게 된 계기도 생각해 봐야 하는데, 우리가 잘 아는 쿠바 핵미사일 위기 사건 때를 떠올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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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D-13>에도 잘 나와 있지만, 소련과의 전면 핵전쟁을

“앞두고 핵 공격을 할까 말까?”
“하면 어딜 먼저 때릴까?”

를 두고 며칠을 고민하고, 토론했다. 자칫 잘못하면 토론하다가 지구가 망할 거 같았다. 이런 경험이 모여서 사전에 공격방식을 만들어 놓은 거다.

블랙북의 메뉴판을 보면, 대규모 전면 보복, 맛보기용 제한 공격, 골라서 때리는 선별적 보복 등으로 세분화 돼 있다.

둘째, 자질구레한 서류들. 이건 옵션인데, 지휘부의 안전을 위한 벙커 리스트와 핵전쟁 시의 행동지침 등이 담겨 있다.

셋째, 가방 무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통신 장비 (대통령의 명령을 전달해야 하니까)

여기서 생각해봐야 하는 게 비스킷(biscuit)으로 대표되는 보안 카드의 등장이다. 대통령은 이 작은 플라스틱 카드를 늘 들고 다녀야 한다.

이 카드는 간단히 말해서 대통령이라는 걸 증명하는 거다. 대통령이 핵 공격을 명령할 때,

“내가 대통령이니까 핵미사일을 발사해!”

라고 스스로를 증명하는 거다.

이게 트럼프가 말하는 ‘핵 버튼’에 가장 근접한 형태의 물건이다. 이 비스킷이 나오게 된 이유는 나름 ‘섬뜩’한데, 케네디 대통령이 쿠바 핵미사일 위기 당시에, 뭔가 깨달은 게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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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를 통제하지 못했다간, 지구가 멸망할 거다.”

쿠바 사태 당시 백악관에 모여 전략회의를 하는데, 군 출신. 특히나 ‘석기시대 마니아’라 할 수 있는 커티스 에머슨 르메이(Curtis Emerson LeMay)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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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F 케네디와 커티스 에머슨 르메이>


“핵탄두를 모두 끌어모아 소련과 쿠바를 때려야 합니다!”

라면서 소련과의 전면 핵전쟁을 주장했던 거다. 놀라운 사실은 이런 의견에 동조한 군인들이 꽤 있었다는 거다.

물론, 쿠바를 봉쇄하자는 온건한(?) 의견을 내놓은 테일러 장군 같은 이들도 있었지만, 기회만 있으면 바로 핵미사일을 날릴 준비를 하는 군인들이 있다는 자체가 문제였다.

만약 이들이 급박한 상황을 핑계로 핵폭탄을 날린다면 어떻게 될까?

쿠바사태 이후 케네디는 핵무기를 대통령이 통제하기 위해. 그러니까 대통령만이 적법하게 핵 공격을 할 수 있는 신원 확인 절차를 만들어 놓은 거다(애매한 상황에서 군부나 다른 이가 핵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그렇게 해서 등장한 게 비스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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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이 비스킷을 들고 내가 대통령이라는 걸 확인시키고, 핵 공격을 명령하는 거다. 영화 썸 오브 올 피어스(The Sum Of All Fears)를 보면, 대통령과 참모들이 핵무기 공격 절차를 훈련하는 장면이 초반에 나온다. 이때 들고 있는 카드가 바로 비스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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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he Sum Of All Fears' 中>

 

이 장면에서 우리가 또 하나 눈 여겨봐야 하는 게, 미국의 핵무기 발사 절차다. 미국은 핵무기를 발사할 때(결정권자나 실행자 모두) ‘2인 원칙’이 기본이다.

비스킷은 대통령만이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부통령도 가지고 있고, 국무장관도 가지고 있고, 국방장관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신분을 확인하는 이유는? 그렇다. 이들 중 1명이 동의해야 핵 공격 명령이 유효화돼서 실행된다는 거다. 이런 원칙이 만들어진 이유? 간단하다.

“트럼프 같은 대통령이 나타나서 지 멋대로 핵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트럼프가 정말 ‘또라이’라서 핵미사일을 마음대로 발사할 거 같다는 걱정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코로나 국면에서는 발리고 있는 미국이지만 이런 면에서는 나름 ‘절차적 합리성’을 고민한 나라이다.

대통령이 명령을 내리면, 이 명령을 국방장관이 확인하고 명령을 전달해야 하는데, 국방장관이 명령을 거부할 수 있다.

만약 트럼프가 국방장관을 해임하고 현장에서 다른 장관을 임명할 수는 있다. 이때를 대비해 만들어진 게 수정헌법 25조 4항이다.

“부통령과 각 행정부의 장관의 과반수 또는 연방 의회가 법률로 정하는 다른 기관의 장의 과반수가 상원 임시 의장과 하원 의장에게 대통령이 그 직무상 권한과 의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서면 신청을 제출한 경우 부통령은 즉시 대통령 대신하여 대통령직의 권한과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대통령 유고 시 부통령이 권력을 승계한다는 내용인데, 부통령과 각료들이 여차하면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핵 공격 명령을 취소할 수도 있다.

트럼프가 임명한 각료들이니 정신 상태가 다들 비슷할 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최소한 몇 개의 안전장치가 겹겹이 둘러싸여 있으니 그렇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버튼 하나 때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쓰게 됐는데, 핵심은 간단하다.

“핵 버튼은 없다. 설사 핵 버튼이 있다고 해도 트럼프 마음대로 누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란 거다. 김정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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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버튼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그게 버튼의 형태로 누르면 바로 미사일이 날아가는 형태는 절대로 아닐 거다.

독재 국가에서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핵무기 통제를 위해서는 다른 수단을 찾을 거다. 미국의 비스킷처럼 김정은이 아니면 발사할 수 없는 보안 카드 같은)

가방 안에 핵 버튼이 없지만, 그래도 미국 대통령의 권한을 하나로 설명해 줄 수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대통령 권한이 이임될 때 가장 먼저 이 핵 가방이 전달된다(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버튼은 없지만, 그 상징성과 실제 능력은 진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