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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8.월요일


정치불패 엘러리 퀸


 


딴지 메인에서 은하영웅전설을 언급한 글을 보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쓴다.


 


다나카 요시키는 라이트노벨 작가라고 불리는 게 무색할 정도로 정치에 관련된 주제를 자주 다룬다. 현재 <클랜> <야쿠시지 료코의 괴기 사건부> <창룡전>등을 거치며 점점 수준이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지만 한때 <은하영웅전설>과 <아루스란 전기>만큼은 대학 도서관 대출순위에서 소위 양서良書들을 제치고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했다.


 



2007년 대선 당시 떠돌던 작자 미상의 명작 <운하영웅전설>


은하영웅전설 9권에서 황제의 뒷통수를 치는 로이엔탈 역이 이회창이다 ㄷㄷㄷ


 


그리고 <은하영웅전설>이 그에게 <올드보이>급의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면 <아루스란 전기>는 가히 <친절한 금자씨>급이라고 생각한다. 비장미가 넘치는 은하영웅전설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 되었지만 전제정치의 형태를 빌어 위정자의 역할을 묻는 방식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의 입담으로 나름 큰 인기를 끌었다.


 



 




중세 페르시아를 모델로 하는 <파르스>라는 왕국이 있다. 교역의 중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주위의 적국에게서 끊임없는 도전을 받으면서도 강한 군사력으로 수없이 격퇴하며 대륙공로를 지배하던 패권국가였다. 그런 파르스 왕국이 현실의 십자군쯤으로 이해되는 루시타니아군의 침공을 받아 멸망하게 되고 유일신(우리가 아는 어떤 유일신과 같음)에 대한 광적인 집착으로 파르스를 유린하는 그들에 맞서 파르스왕국의 황태자인 아루스란은 독립운동을 벌인다.


 



문제는 그 아루스란의 나이가 우리식으로는 중딩 정도로 너무 어리고 심지어는 국왕의 적통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 와중에 선대 국왕의 적통임을 주장하는 무리가 나타나게 되고 눈치만 보고있던 주변국들도 승냥이처럼 달려들면서 아루스란은 사면초가에 놓인다.


 



그러나, 유비가 제갈공명을 만나 날개를 달았듯이 아루스란도 다륜과 나르사스라는 참모를 만나 위대한 역사의 페이지를 써나가기 시작한다. 나르사스라는 인물은 <은하영웅전설>로 치면 양웬리의 지력에 로이엔탈의 무력을 지닌 사람이고 <삼국지>로 치면 제갈공명이 위연 수준의 무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마디로 사기 캐릭터. 
 



그런 그는 뛰어난 전략적 감각과 정치적 식견으로 주군主君인 아루스란을 성장시키는데 도중에 이런 식의 대화가 나온다. 책도 절판되었고 10년전 기억으로 쓰는 거라 정확하지가 않은 점 이해바란다. (사실 이거 말하려고 길게 설명한거다)


 


 



어떤 장군이 대군을 이끌고 전쟁에 나섰다.


그런데 행군 도중에 식량이 떨어져 군사가 굶주리게 되고 사기가 땅에 떨어져서 승리를 장담하지 못할 처지에 놓인다. 심지어는 장군의 곁에서 행군하던 병사 하나가 허기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게 되는데 이때 장군은 놀라 말에서 내려 그 병사를 일으켜 세운 뒤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식량을 나누어주고 자신은 끼니를 굶는다.


 


감동을 이빠이 먹은 병사는 닭똥과도 같은 눈물을 폭포처럼 흘리며 식량을 삼키고 이를 목도한 병사들 간에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와 사기충전하여 단숨에 전장을 가로질러 적을 격파하고 전쟁을 승리로 끝맺는다.


 


 



이런 얘기를 한 나르사스는 주군 아루스란에게 묻는다.


 


이 사람의 행동은 잘한 겁니까? 잘못한 겁니까?



아루스란은 통밥을 열심히 굴려서대체로 이런 질문은 쉽게 생각해서 나오는 답과 다르기 때문에 진지하게 묻는다’ 우리가 학창시절 자주 사용하던 논리로 결론을 내리고 "잘못한 짓이다" 라고 말한다.


 



그러자 나르사스는 다시 묻는다. “그럼 어떤 점이 잘못되었습니까?”


 


통밥이 한계에 닥친 아루스란은 결국‘왠지 나르사스경의 얼굴 표정을 보니 그럴 거 같아서....'라고 솔직하게 말하며 모른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나르사스의 말.


 



그 장군은 두 가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첫째, 군대를 이끄는 지휘관이면서도 보급을 소홀히 하여 전군을 위험에 빠뜨렸습니다. 전쟁에서 보급은 곧 생명이기 때문에 어떠한 이유로도 실패가 용납되지 않습니다. 그는 그런 중대한 책무를 소홀히 하고도 전진을 계속함으로써 전군을 위기로 내몰았습니다.


 



둘째, 자신의 실책을 고작 빵 한 조각 나누어 주는 것으로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것은 더 많은 굶주린 병사들에게는 불평등을 낳는 행위입니다. 게다가 그 행위로 자신을 정당화 시키는 일종의 자기 기만을 저지른 셈이 됩니다.


 


 




이쯤되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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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걸 2009년 대한민국으로 가져와보면 어떨까?


 


sbs뉴스 링크


이건 작년꺼고...


 


투데이코리아 기사링크


이건 올해꺼...


 




우리 대통령께서는 조조와 한니발의 무용담을 너무 읽으셨는지 서민행보에 있어서도 눈물겨운 애정을 자주 보여주신다. 재래시장에 나와 호기롭게 시래기를 싹쓸이 해주는 스케일을 보여준다거나 포장마차에서 어지간한 샐러리맨은 엄두도 내지 못할 100만원 매상을 올려주며 서민경제 활성화에 일익을 담당하기도 하신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카카께서는 돈이 자꾸 어디서 나오시는지 샘솟는 세금을 건설경기 활성화에 쏟아부어 주시는데 날로 추워지는 민생경제는 아무런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굳이 꼽자면 마이크로 크레딧 정도랄까?


 



위에서 언급한 장군의 첫 번째 잘못은 확실히 제3의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서브프라임이라던지...서브프라임이라던지....서브프라임이라던지....)하지만 그 위기 역시 지휘관의 역량에 따라 타개하는 방법이 달라지게 된다. 어떤 장군이라면 굶주린 군사로 전쟁을 하는 것보단 일단 철퇴하여 보급을 재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퇴각을 명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 카카는 무조건 전진이다. 마치 지금은 깡통을 차도 계속 전진하여 승리하면 적들이 가진 식량을 약탈할 수 있다고 독려하는 초한지의 항우와도 같아 보인다.


 



내 삽질에 불가능이란 없다


 





두 번째의 경우는 또 어떠한가.


 


카카는 청기와 밑에서 각잡고 반성하거나 참모들 얼차려 주기도 바쁜 와중에 몸소 납시어 천만분의 1의 확률로 당첨된 서민에게 로또를 안겨주었다.그런 대통령을 안고 흘린 영세 상인들의 눈물은 서러움의 눈물이지 절대 감격의 눈물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카카에게는 자위의 대상이 되어버린 듯하다.


 



내가 노통을 좋아하는 점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눈물로 범벅된 서민행보를 싫어했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전시행정을 보여줄 시간이 있으면 청기와 밑에서 회의나 더 하자. 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그는 국민의 아버지가 되기보단 그 대신 포장마차의 안줏거리가 되어서라도 국민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했다.


 



이건 정말 약과다...


 


<아루스란 전기>에서 나르사스는언급하지 않았지만 나는 예의 잘못을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다. 사실상 이것이 내가 글을 쓴 목적이다.


 




만약 장군이 그렇게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치자.


하지만 보급이 끊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단지 사기만으로 적을 물리치는 것은 그 당시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하더라도 두 번 다시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열세의 전력으로 승리를 거두는 것이 역사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것은 그것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극적으로 이뤄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정신력으로 축구하는 나라가 월드컵에서 얼마나 동네북 취급을 받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성공을 오히려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는 그런 상황으로 몰고 가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열세의 전력으로 강성한 적을 물리쳤다는 위업은 꽤나 매력적인 것이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지휘관일수록 다시 악수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뭐, 지휘관이 재주가 좋아서 또 이겼다고 치자.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패한다. 그것도 아주아주 높은 확률로. 아주아주 처참하게.


 



나는 현 정부의 이런 모습을 경계한다.


 


이러한 서민 행보가 정책과 맞물려 어느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하더라도 다시 또 난관에 부닥쳤을 때 같은 행동을 되풀이 할 것만 같다. 만약 그런 미봉책을 인심이라 믿고 독선을 고집한다면 그때는 정말로 큰 코를 다칠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은 절대로 배반하지 않는다.


카카께 해드리고 싶은 나의 충언이다.


 





마지막 짤방은 우연히 발견한 그리운 옛추억이다.


 



"지구정복? 그거 내가 예전에 해봐서 잘 아는데...블라블라" 






<상기 인물은 특정인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





 

운영수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