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로봇 태권V와 마징가Z 중 더 센 것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봤음 직한 이 물음들에는 강한 것에 대한 끊임없는 사람들의 로망이 투영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무술계에서도 어떤 무술이 더 강할까라는 호기심으로 다른 스타일의 여러 무술들이 겨루는 이종격투기가 유행하더니, 이제는 아예 종합격투기가 최고의 인기상품으로 등극했다.
종합격투기는 MMA(Mixed Martial Art)라는 명칭으로 세계적인 스포츠가 되어 어떤 격투 종목보다도 가장 강력하고 실전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종합격투기가 가장 좋은 무술이고 그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가 가장 강한 사람일까?
안중근과 김두한
일제 강점기에 김두한(金斗漢, 1918~1972)이라는 유명한 주먹이 있었다. 종로를 주름잡았던 최고의 강자로 주먹 한 방으로 모든 라이벌들을 해치워 서울의 모든 건달들을 평정한 그야말로 최고의 파이터였다.
그리고 설명할 필요가 없는 우리 민족 독립운동가 중 대표적인 인물이신 안중근 의사(安重根義士, 1879~1910)가 있다(이하 존칭은 생략).
김두한과 안중근의 생몰(生沒)연대가 맞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두 분이 만날 일은 없었겠지만, 젊은 두 사람이 종로 한복판에서 마주쳐 한판 대결을 벌인다고 가정해 보자.
▲안중근(좌)과 김두한(우)
아마 안중근은 채 1분도 못 버티고 김두한의 강력한 펀치에 맞아 쓰러졌을 것이다. 의병장이며 독립군이었던 안중근이 약한 것이 아니라 김두한이 너무나 강한 조선 최고의 주먹이기 때문이다.
김두한은 일본 일왕배 유도대회에서 우승한 유도 7단의 무도(武道) 고수 ‘마루오까’마저 주먹으로 제압해 버린 사람이니 그의 강인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안중근보다 김두한이 진정 강한 사람일까?
일제 강점기 때 김두한은 일본의 순사나 헌병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서울 종로에서 맹활약하며 최고의 주먹으로 부상했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감방에 잡아넣을 수도 있고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없애 버릴 수도 있는 그런 존재 중 한명으로 일제는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안중근은 어떨까? 일제는 안중근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메이지 헌법의 초안을 마련하고, 일본이 근대국가로 발전하는데 기여한 공로로 일본 근대화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1841~1909)를 한 번에 깨끗이 보내버린 인물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김두한이 엄청난 물리적인 힘으로 많은 사람들을 제압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제가 김두한을 두려워하지 않았듯, 우리에게도 그 이름만으로도 벅차고 가슴 떨리게 하는 사람은 김두한이 아니라 바로 안중근이라는 사실이다.
진정한 강함이란
오랜 시간 무예를 익혔지만 만일 김두한과 싸운다면 필자 역시 도저히 이길 자신이 없다. 그러나 평생 무예인으로 살아온 필자의 바람은 김두한을 이기는 무력(武力)을 갖게 되는 것보다 안중근의 그 높은 기개의 발끝이라도 닮는 것이다.
무예를 수련한다는 것은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좋은 기술을 배워 김두한과 같이 훌륭한 파이터가 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무예 수련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신이 갈고닦은 기량으로 어떤 악조건의 상황에서도 옳은 일을 위해 의롭게 싸울 수 있는 안중근과 같은 높은 기상과 용기를 키우는 일이다.
그러므로 싸움을 잘할 수 있는 물리적인 기량을 뛰어넘어 정의를 위해 당당하게 맞서 싸울 수 있는 강인한 정신을 키워주는 무술이야말로 가장 좋은 무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기상을 가진 사람이 진정으로 강인한 사람이다.
요즘에 우리나라에도 더욱 다양한 무예들이 보급되면서 어떤 무술이 더 강한가를 많은 사람들이 논하고 있다. 물론, 무예란 물리적으로 적을 제압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논쟁을 할 수 있다.
다만, 무예를 배워 육체적 강함을 얻음으로써, 강인한 정신을 키우는 것이 무예 수련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점을 보았을 때, 그 많은 강함에 대한 논쟁 속에서 한 번쯤은 본질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
다음 편, 예고
고수란 특정 분야에서 기술이나 실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을 말하는데, ‘그렇다면 무예의 기술이나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모두 무예의 고수일까?’에 대해 다음 편에서 다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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