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옹호하는 나 같은 사람도 지금 시점에서 인정해야 할 것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벽에 부딪쳤다.
누가 뭐라 말해도 이 사실은 자명하다.
출범 3년이 넘은 현재 이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부동산값만은 잡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고 있지 않다.
이유가 뭐건, 그 과정에서 누가 어떤 짓을 했건 문재인 정부 기간 내내 부동산 특히,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건 부정할 수 없다.
부동산 정책은 왜 벽에 부딪쳤나
부동산에 대한 모든 논의는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생각만큼 통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는 것. 그런 다음 제일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거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왜 벽에 부딪쳤나?
▲이후에 2020년 7월 10일. ▷다주택자·단기거래에 대한 부동산 세제 강화 ▷(서민·실수요자 부담 경감을 위한) 공급 물량 확대 및 기준 완화 ▷등록임대사업자 폐지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7·10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당연히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테고, 뭐가 가장 큰 이유라고 특정해서 말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집값 상승을 잡겠다는 명확한 정책 방향에도 불구하고 실패가 시작된 시작점이 어디인지 밝히는 일은 상대적으로 쉽다.
어디서부터일까?
누군가는 공급 없이 가격만 잡으려고 한 정책이 잘못됐다며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공급만능론을 펼치고, 누군가는 보유세 인상을, 누군가는 거래세 인하를 말하겠지만 둘 다 틀렸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어중간했기 때문에 벽에 부딪쳤다.
말은 단호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 모든 정책적 수단을 동원하겠다. 투기꾼들은 바짝 긴장했다. 하지만 단호한 선언과는 달리 막상 내놓는 정책은 어정쩡한 정책들 뿐이었다.
임대사업자 혜택을 늘려 임대사업자 등록을 권장한다든지, 투기 지역을 추가 지정한다든지, 대출을 축소하고 제한한다든지 하는 미지근한 정책들이 계속 발표됐다.
처음에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긴장했던 투기꾼들은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점점 긴장이 풀어졌다. 또 무슨 정책을 낼 거냐며 정부를 조롱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재인 정부는 박정희가 강남개발을 시작한 이래 복부인부터 면면히 내려오는 부동산 투기꾼들과 그들이 만들어놓은 막대한 이익의 유통구조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
2014년 새누리당에서 만든 부동산 3법은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라 아니, 정확히는 부동산으로 우리가 돈을 벌겠다는 의지의 결정체였고, 강남 재건축 부동산 폭등법이 발효되고 차츰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당시 민주당은 법을 바꿀 수 있는 의석수도 확보하지 못했다.
법의 힘은 강력하다. 법에 부동산을 폭등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으면 부동산이 폭등할 확률은 극단적으로 높아진다. 정책에 대항하지 말라는 말이 왜 나왔겠는가.
부동산 폭등은 시간문제였고, 의석수 부족으로 법을 개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자신들의 말처럼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잘못이다. 우습게 보이면 함부로 대하기 마련이다. 특히나 투기꾼들처럼 탐욕스러운 자들은 더욱 그렇다. 탐욕스런 자들은 철저히 강약약강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자들이다. 그게 자신들의 탐욕을 가장 잘 채워줄 태도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습게 보여선 안 된다. 정부가 우습게 보이면 투기꾼들에게 하던 대로 해도 된다는 시그널을 준다. 게다가 법이 그들의 편이었다. 투기꾼들은 제 세상이라도 만난 듯 설쳤다.
지금 우리가 부동산 카페에서 자신의 부동산 투기가 정의실현이라도 되는 양 설쳐대는 역겨운 모습을 보게 된 건 문재인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우습게 보였기 때문이다.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이라는 온라인 카페 회원들의 주도로 이루어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에 항의하는 ‘실시간 검색어(실검) 챌린지’.
문재인 정부의 잘못이다. 미움을 받고 욕을 먹는 편이 낫다. 단호하고 분명하게 보여주었어야 한다. 말로는 보여주었다. 하지만 단호한 말과는 달리 정책은 물렀다. 투기꾼들은 몇 번의 대책이 나오고 문재인 정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눈치챘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방향은 이랬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방향은 집값 억제를 막겠다는 것이지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가격의 현상 유지 그것이 어렵다면 완만한 상승 정도로 막아내겠다는 정책들이었다.
이 방향이 틀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 올랐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는 집값이 올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 떨어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주택 가격이 오르다 더 이상 지탱을 못 하고 떨어지자 거품이 꺼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았다. 특히, 약자들과 가난한 사람들이 훨씬 더 큰 고통을 받았다. 수많은 사람이 해고당하고 길거리로 쫓겨났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점까지 고려해가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맞는 방향이었지만 틀린 정책이었다.
이 나라의 부동산 투기꾼들이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그들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이 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들이 얼마나 악질적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중립이 얼마나 편파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는지 우리는 잘 안다. 양쪽이 싸우는데 가만히 있으면 무조건 힘센 쪽이 이기게 되어있다. 법도 언론도 부자들도 권력자들도 부동산 가격을 올리겠다는 쪽에 서 있었다.
힘의 우열은 분명했다. 힘센 쪽에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격을 올리겠다고 하면 다른 쪽에서 필사적으로 가격을 떨어뜨리려고 해야 힘의 균형이 맞춰질까 말까 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그러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잘못이다.
병이 깊으면 그 치료과정 또한 고통스럽고 부작용도 따른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투기병은 뿌리가 깊고 오래된 만성질환이며, 치료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데다 증상도 심각하다. 대단한 중병이다. 이 병을 치료하는데 부작용은 따라올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막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게 가능한 일이었을까? 불가능한 일이었다. 법도 언론도 돈도 전부 문재인 정부의 반대쪽에 서 있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병을 치료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는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병 치료를 소홀히 한다면 병을 치료할 수 없다. 병을 치료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일은 그다음 고려사항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경을 쓰는 사이 정작 병은 더 크게 번지고 말았다. 이젠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통해 세금을 더 거두는 데만 관심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출처-<이데일리>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이 벽에 부딪친 이유는 치료와 부작용 억제의 균형 잡기에 실패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장성들의 사기를 고려해 의견을 수렴해가며 점진적으로 하나회를 해체하려 했다면, 해체가 가능했을까? 금융 실명제를 여론 수렴을 거쳐 단계적으로 실행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세상에는 단계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일도 있지만, 전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면 하지 않으니만 못한 일도 있다. 부동산 투기꾼에 대한 대책도 하나회 해체나 금융실명제처럼 전격적으로 시행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과 이해관계를 하는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 뿌리내려있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하나하나 해나가려다가는 계속 반발에 부딪혀 좌초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꾼들의 힘을 과소평가해선 안 됐다.
왜 과감한 부동산 정책을 펼치지 못했나
문재인 정부는 두 가지 이유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첫 번째는 앞에서 얘기한 대로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걱정했다. 건설이나 부동산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건 얘기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얘기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해 버리면 경기 침체로 인한 경제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상황을 걱정했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금리 인상을 할 경우 갭투기꾼들은 바로 폭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리 인상을 할 경우 경기 침체를 걱정해야 한다. 만일 그때 금리 인상을 했다면 코로나로 인해 경제는 궤멸적인 상황을 맞이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굉장히 잘한 결정이 되었다.
임대사업자 양성도 마찬가지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매매나 임대가 비교적 투명하게 드러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위한 무리한 행동을 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투기꾼들을 임대사업자로 전환시키면 갭투기나 담합, 허위매물 거래 같은 무리한 행동을 통해 가격을 상승시키는 행위가 불가능할 거라고 본 것 같다.
부동산 가격을 폭등, 폭락 없는 보합세로 유지하려고 했다. 순진했다. 부동산 투기꾼들을 과소평가했다. 그들은 투기에 인생을 건 괴물들이다. 그들은 부동산에 인생을, 목숨을 걸었다.
바늘 끝만 한 틈만 있어도 어떻게든 파고들어 돈을 벌려고 하는 자들이다. 자신들이 돈만 벌 수 있다면 나라가 망해도 별 상관 안 할 자들이다.
하나회 장군에게 자진신고 혹은 해산 기간을 줬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그들이 얌전히 ‘오, 우리가 잘못했네요’ 하고 하나회를 해산했을까? 아니다. 그들은 대한민국 역사에 세 번째 쿠데타를 일으켰을지 모른다.
상식적이지 않은 자들을 상식적인 방법으로 상대하면 상식적이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부동산 투기꾼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정부가 말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 ‘무슨 수’들을 쓰는 건 꺼려했다는 사실을 눈치챘고 여지없이 그 틈을 파고들었다.
두 번째 이유는 참 안타까운 이야기다. 문재인 정부에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이 참여정부 인사들이라는 것이다. 이 사실이 어떤 의미냐?
대부분의 사람들이 참여정부 때 세금 폭탄이란 어이없는 프레임에 당해 정책뿐 아니라 참여정부 전체가 여론심판을 당해 침몰하는 걸 생생히 목격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동아일보 사설
그들은 ‘종부세 = 세금 폭탄’이란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이라 세금을 올리는 것만은 어떻게든 회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과감한 보유세(종부세) 인상을 피하며 부동산 가격 인상을 막아보려 했다. 나이브했다.
호미를 들고 홍수를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그 호미마저 팽개치고 홍수를 막아보려고 했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 폭등이란 홍수가 나라 전체를 뒤덮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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