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추 장관 VS 윤 총장 예고된 격돌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멱살잡이’가 8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폭발할 것으로 보인다. 아픈 데만 골라 때리고 때린 데 또 때리는 추 장관과 얼굴로 날아오는 펀치를 몸통으로 막아내는, 듣보잡 기술을 구사하는 윤 총장의 혈투가 꿀잼이다.
추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인사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메시지를 보내 대립각을 세워왔다. 그러던 갈등이 ‘검언유착’ 수사지휘권을 두고 날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 추 장관은 고검장 이하 중간간부 인사에서 '윤 총장 라인'을 찢어놓으며 사실상 좌천성 인사를 단행했다. 불만을 품은(길길이 날뛰었다고 보는 게 더 맞는) 윤석열은 검찰총장으로서 인사에 의견을 내야함에도 불구하고 추 장관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 (법무부장관 집무실도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만나자고 해 추 장관이 단칼에 거절했다. “됐고! 그럼 이대로 콜!")
1월 인사 때처럼 이번에도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에는 추 장관이 대놓고 패싱하겠지만 말이다.
법무부는 이르면 이번주에 고검장 인사를, 차주에는 차장 이하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었다. 검찰인사위는 고위급 검사 인사이동을 논의하는 인사위원회를 30일 오전 10시에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잠정 연기했다.
법무부는 이와 같은 고위 간부 인사를 논의하는 검찰인사위원회를 예정해놓고 윤 총장의 인사의견을 듣기 위한 어떤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는 검찰청법 제34조에 따라, 요식적으로라도 윤 총장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걸쳐야 하는데 이를 생략한 것이다. "윤 총장의 의사 따윈 크게 개의치 않겠다"라는 뜻이다.
한편, 27일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제시한 '검찰총장의 인사 의견을 법무부장관이 아닌 검찰인사위에 서면으로 제출'하는 권고안을 적용하는 첫 케이스가 될 수도 있다. 추 장관이 이에 적극 동의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분명한 건 '검찰인사에서 이제 윤 총장 입김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 링 위에서 페어플레이 강금실 VS 막싸움 송광수
참여정부 초기, 법무부장관을 역임했던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의 지론이다.
"(검찰)총장은 수사로 말하고, (법무부)장관은 인사로 말한다!"
약 7개월 간 이어진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내전을 지켜보면서 느낀 건, 강금실 전 장관의 지론이 이쯤되면 오랜 역사를 통해 구축되어 온 진리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강 전 장관이 취임 1년 4개월 동안 송광수 전 총장을 위시한 검찰, 더 넓게는 보수 세력과 갈등을 빚어왔던 상황과 지금이 닮아있어 더 그렇다.
물론, 때린 데 또 때리고, 아픈 데만 골라 때리는 추 장관과 링 위에서 페어플레이를 했던 강 전 장관의 스타일이 다르고, 맞는 기술도 없고 때리는 곳도 정밀하게 타격하지 못하는 윤 총장과 인파이터였던 송 전 총장도 스타일이 판이하게 다르다.
출범부터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던 참여정부 시절, 강 전 장관과 검찰총장은 여러 차례 갈등을 빚었다. 그러나 검찰이 조직적으로 거세게 저항했고, 언론지형도 반정부 일색이었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강 전 장관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줄여서 ‘고비처’)' 설치, 검사동일체 원칙 폐지(개정전 검찰청법 제11조 2004년 개정) 및 검사의 인사에 관한 검찰총장의 권한을 축소하는 검찰청법 제34조 개정안 처리, 사법개혁의 일환인 로스쿨 제도의 도입 및 시행안과 같은 개혁정책을 시행하려고만 하면 검찰총장이 사사건건 반기를 들었다.
인사 하나도 장관의 의지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고 고비처를 설치하려고 할 때, 송광수 총장은 “차라리 내 몫을 치라”며 반기를 들었고, 정권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맞짱을 떴다.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동의가 설익은 시점이었다. 언론은 두 기관장의 갈등만 부각했고, 여론은 당연히 좋지 않았다. 이에 부담을 느낀 강 전 장관이 송 전 총장과 심야에 보신탕집에서 회동하며 좋게 좋게 해보려고 했던 건 이미 유명한 일화다(강 전 장관은 못 먹는 보신탕까지 먹는 시늉을 했다).
의욕적이었고 인기도 있었던 강 전 장관이었지만, 재임기간은 1년 5개월에 불과했다. 정권차원에서 추진하던 검찰개혁 및 사법개혁 정책을 이루기는 했지만(검찰총장의 인사권을 축소하는 검찰청법 개정안 제34조, 검찰청법 제11조 검사동일체 원칙 삭제, 로스쿨 제도의 도입 및 시행 등), 적극적으로 개혁정책을 펼치기에는 한계가 크고 두터웠다. 부인 할 수 없는 현실에 '계획된 과제'는 먼 미래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3. 홈팬도 등돌리게 만든 윤 총장의 특기
17년이 지난 지금, 같은 개혁과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행보는 분명히 다르다. 현실적 변화에 따른 상황적 조건이 다르고, 두 장관이 쌓아온 이력이 다르다는 이유도 있다. 그렇지만 어마무지했던 검찰의 힘이 많이 빠지고 쪼그라든 것도 사실이다.
유수의 언론에서 '추미애 장관 vs 윤 총장'의 갈등구도라고 표현하나, 갈등보다는 윤 총장의 '항명'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조국 전 장관 임명시절부터 윤 총장은 일관된 스탠스를 보여주었으나, 항명이 도드라진 건 지난 1월이다. 고검장급 인사와 '한동훈-이동재의 검언유착’ 사건에서 보여준 항명이다.
(한동훈 부산고등검찰청 차장검사와 채널A 이동재 기자가 공모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신라젠 주가조작 사건으로 엮으려고 했다. 이 행위가 발각돼 오히려 한동훈-이동재가 수사를 받았고, 윤 총장은 항명했다. 한동훈-이동재의 ‘검언유착’ 사건의 자세한 내막은 지난 딴지일보 기사를 참조(링크))
국민적 공분을 산 이 사건은 민주언론실천연대의 고발로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윤 총장이 지위를 이용해 노골적으로 수사를 방해했다.
측근 감싸기에 두 팔 걷고 나서는 윤 총장에 추다르크가 깨어났다. 추 장관과 윤 총장 사이에서 '한동훈을 법무부에서 감찰하느냐, 대검 인권부에서 하느냐',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하는 게 독립성이 있느냐 마느냐' 티키타카를 주고받았다.
윤 총장과 한동훈 검사는 이러는 사이 시간이 지나 사건이 유야무야 덮어지는 것을 바랐다. 법무부에서 감찰할 경우, 통화기록 등 많은 것을 내놓아야 하고,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할 경우 개 털리듯 털릴 수 있었다. 왜냐? 이성윤 지검장이 한동훈 검사장을 비롯한 윤 총장 라인과 대립각을 세운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다. 윤 총장 라인이 아닌 검사들은 오히려 옆에서 기획한 한동훈을 더 미워할 수밖에.
억하심정을 품고 있는 건 검찰 뿐만이 아니다. 종이 찌라시 언론사보다 한층 더 정확한 본 기자의 촉에 따르면 법원에서도 상당수 판사들, 특히 영장전담 판사들이 가진 반감이 만만치 않아 영장이 청구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 않나 한다.
바로 발부해 줄 기세?
4. 잊고 있던 추다르크 본능 일깨운 춘장의 잡기술
이야기를 더 진행하기 전에 윤 총장이 어떻게 추다르크 본능을 일깨웠는지, 일련의 과정과 사건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MBC 보도로 ‘검언유착’ 사실이 불거졌고, 4월 1일 대검찰청은 법무부에 이를 부인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법무부에서 '보고서는 한동훈 검사장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담았다'고 판단, 대검에 ‘진상을 파악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추 장관은 “그냥 간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감찰이나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시했다.
이튿날인 4월 3일,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윤 총장에게 '감찰에 착수하겠다'고 말한다. 윤 총장은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기자의 녹취록의 전체 확보가 우선’이라는 이유로 감찰을 거부, 수사기관에 적합하지 않은 '대검찰청 인권부에서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꼼수를 부렸다. 추 장관의 감찰 지시를 무시하는 것으로 신경을 본격적으로 긁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에서는 ‘검언유착’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6월 2일에는 이동재의 휴대전화를, 6월 16일에는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조사했다. 검사도 아니면서 검사동일체 원칙을 따르는 이동재는 서울중앙지검의 수사가 형평성에 반한다며 ‘전문수사자문단(검찰 지휘부와 수사팀의 의견이 다를 때 법률 전문가들의 조언을 청취하는 조직) 소집 진정서'를 제출했다. 꼼수다. '전문수사자문단'은 검찰총장이 소집하는 조직으로, 중립성이나, 독립성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윤 총장이 기다렸다는 듯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하자, 또 다른 수사당사자인 이철 전 VIK 대표가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원회 심의'를 요청하며 맞불을 놨다. 수사심의위원회 심의는 피해자나 고소인과 같은 사건 관련자들이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관련한 의심이 들 때 외부 전문가를 소집, 판단을 받는 것을 말한다.
윤 총장의 항명(개기기?)이 계속되자, 추 장관이 6월 25일 ‘한동훈 검사에 대해 법무부가 직접 감찰하라’고 명령한다. 이와 함께 “(윤 총장이) 나의 지시를 절반 잘라 먹었다”며 “검찰청법에 따라 장관이 구체적 사안을 지휘할 수 있고, 지휘했으면 따라야 한다”고 좋게 경고장을 날렸다.
그럼에도 윤 총장은 나흘 지난(사흘 아닌 나흘) 29일, 9명으로 구성된 수사자문단을 구성하면서 추 장관의 나머지 지시 절반마저 잘라 먹기에 이른다.
수사자문단 소집을 하루 앞둔 7월 2일,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다. 윤 총장 앞으로 △수사자문단 소집 절차 중단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에 한해 대검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결과만 총장에게 보고 하라는 내용의 공문서를 보낸다. 사실상 "가타부타 토 달지 말고 말 들으라"는 경고였다.
이에 윤 총장은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의견을 듣는다며 전국검사장회의를 소집했다. 나온 결론은 '수사자문단 소집 취소 명령은 수용하지만, 윤 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하라는 명령은 수용 못하겠다'였다.
추 장관은 딜하는 것도 아니고 하나 주고 하나 받으려는 윤 총장에게 '하루만 더 기다린다(9일 오전 10시까지)’는 답변을 보냈다. 거기에 윤 총장은 그날 오후,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팀을 포함해 독립적인 수사본부를 꾸린다”고 또 딜을 치려고 했다.
이를 수용할 추 장관이 아니었다. ‘딜 하려고 내놓은 안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어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바로 잘랐다.
결국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하도록 하겠다고 대검이 물러서면서(사실상 윤 총장이 무릎 꿇으면서) 일단락됐다.
이후 이동재의 후배 기자 휴대폰 녹취록이 공개되었다. 한동훈 측에서는 “공모한 것이 아니고 취재를 독려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해명'이 동료들에게 조차 수치심과 모욕을 안겨주었다. 검사들도 “선수들끼리 왜 이래? 부끄러워해야지!”라는 반응이다.
인사철이라 안 그래도 신경이 바짝 곤두선 판에, 법무부장관에게 의견을 개진하고 검찰 조직의 위신을 세울 최소한의 항변조차도 하지 못할 빌미를 제공한 데 대해 검사들의 불만이 상당할 수밖에. 한 검사는 “리더는 말이 중요한데, 윤 총장은 뒤에서 장관 욕만 하고 있으니 딱 품이 거기까지”라고 혀를 끌끌 찼다.
지난 24일에는 검언유착 건과 관련해 수사심의위원회가 개최되었다. 한동훈의 서울법대 재학시절 스승이자, 형법 전문가가 아닌 민법전문가인 양창수 전 대법관이 심위위원장을 맡았다. 심의위는 한동훈에게는 불기소를, 이동재에게는 기소를 권고하는 의견을 내 다시 한 번 추다르크와 이 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신경을 긁었다.
웃긴 건 이동재 측에서 요청한 심의위가 한동훈만을 비호한 결과를 냈다는 것이다. 불과 한 달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 의견을 낸 수사심의위 다운 결정이다.
5. 대놓고 선전포고 추 장관 VS 뒤에서 쌍욕 날리는 윤 총장
회사의 사장과 인사권자가 대놓고 싸우는 상황, 인사철을 앞둔 검사들은 바람이 불면 조용히 누워버리는 풀잎처럼 엎드려 숨죽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 검찰청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서, 검찰 조직 자성을 촉구하는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에게는 “정권 바뀌고 요직에 가려 하는 욕심에서 조직에 끊임없이 돌을 던진다”며 집단으로 달려들었으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게시판도 조용하단다.
한편, 이 사건 관련하여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이른바 ‘검언유착 방지법’을 국회에 발의했다(의안번호 2101710). 현행으로는 수사기관이 누군가를 형사처분 받게 할 목적으로 사건을 조작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없어, 이를 개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1. 증거를 위조, 변조, 은닉, 인멸하거나 위조, 변조된 증거를 행사한 때 2. 타인에게 수사기관이나 재판에서 일정한 사실을 진술 또는 설명하거나 하지 못하도록 위계나 위력을 행사한 때 3. 내사 등 수사 전(前)단계 및 수사 과정에서 작성, 제출 또는 입수된 사건관계서류의 일부를 누락하거나 삭제한 때에는 자신이 소추하거나 송치한 범죄에 해당하는 법정형으로 처벌한다. 법정 최저형을 징역 2년 이상으로 하며, 예비 또는 음모한 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미수범도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
다만 법안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해 형법개정이 이뤄진다 해도 소급효 금지원칙에 따라 채널A와 한동훈 검사장 유착 건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법안 발의를 담당한 김용민 의원실의 장희국 비서관은 “이런 일이 발생했고, 차후 재발방지 차원에서도 형사처벌 조항을 마련하는 것이 최소한의 입법부의 의무라고 생각해서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약점만 골라 패는 추다르크와 홈 팬도 등 돌리게 만드는 특이한 기술을 가진 윤 총장의 '인사 대전'이 자못 기다려진다.
인사 이동 떨어지면 분석으로 다시 찾아 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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