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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얘기하는 게 아닌데 괜히 혼자 찔려서 열을 내는 이들은 곳곳에 있다. 이들의 특징은 과도한 자의식과 자기애다. 내가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라 세상이 나에게 관심이 많고 또 나는 선량하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멋대로 믿는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자주 한다.

부동산 관련된 얘기를 할 때도 이런 사람들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부동산 투기꾼을 비판하거나 투기를 욕하면 갑자기 등장해 자신이 왜 투기꾼이냐며 흥분하는 이들이 있다. 아무도 그 사람에게 당신이 투기꾼이라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의 선량함과 억울함에 대해 강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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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중앙일보>
 


초이노믹스를 언급할 수밖에 없다

나는 초이노믹스가 우리나라 국민들의 머릿속에 집어넣은 불로소득 한탕주의에 낙담하고 절망하면서도 저런 사람들의 분노에서 일말의 희망을 발견한다.

최소한 투기꾼은 나쁜 사람이라는 의식을 우리나라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다는 증거 아닌가?

저런 사람들은 자기가 투기꾼이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글쎄다. 최소한 부동산 투기를 통해 돈을 벌고 싶은 욕망이 있는 사람이란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도 자신에게 투기꾼이라고 말하지 않았는데 자신이 왜 투기꾼이냐며 억울하다고 화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의식중에 자신이 하고 있는 혹은 추구하는 일이 부동산 투기와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자신은 투기꾼이 아니라 그저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 싶은 선량한 사람이며 자신의 행위는 투기가 아닌 투자라고 믿고 싶은 마음을 드러낸 거다.

그 사람들의 분노는  잘 숨기고 있는 자신의 욕망을 들춰낸 상대에 대한 분노다.

이런 분노는 초이노믹스가 우리나라 국민들의 부동산 투기나 불로소득과 관련된 윤리를 엄청나게 망가뜨렸지만, 부동산 투기가 건전하거나 건강한 일이 아니라는 최소한의 윤리적 기준까지 완전히 무너뜨리지는 못했다는 의미라 안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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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초이노믹스 얘기냐며 지겹다는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만유인력의 법칙은 지겹지 않느냐고, 해마다 돌아오는 광복절은 지겹지 않은가? 2천 년 동안 예수 얘기했는데 기독교에선 왜 지치지도 않고 예수 이야기를 하는가? 아파트값은 계속 올랐는데 지겹지 않은가 이제 그만 오를 때도 되지 않았나?

자신에게 불리한 얘기, 듣기 싫은 얘기가 나오면 지겹다는 말로 상대를 공격하려는 행위는 최소한의 논리적 구조도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열하고 멍청하다. 초이노믹스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신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 얘기하는데 또 초이노믹스 얘기냐며 지겹다고 하면 대체 뭐라고 답을 해야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이노믹스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정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부동산에 인생을 걸려는 사람들이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이는 현실에 개탄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아파트 단지에 걸린 현수막은 그들의 천박한 욕망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을 있는 대로 드러내는 일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들키면 부인하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볼 기회가 흔치 않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들에 걸려있는 현수막들에는 최소한의 거름 장치도 없다. 현수막에 쓰인 글들은 무서울 정도로 욕망에 솔직하다. 현수막에선 최소한의 염치도 양심도 찾아볼 수 없다.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 일은 선이고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 데 방해되는 사람들은 악마다. 시장이나 구청장은 주로 자폭해야 하는 사람들이고, 재건축은 절대 선이며 내 아파트값 상승에 방해되는 모든 것은 반드시 치워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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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 제일 우습고 무서우면서 기이한 현수막 글귀는 ‘경축 ㅇㅇ아파트 안전 진단 통과’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안전 진단 통과는 아파트가 안전하다는 뜻이 아니다. 그 반대다. 내가 사는 아파트가 안전하지 못하다 위험하다면 불안해하고 분노해야 한다.

하지만 현수막의 글귀들은 아파트가 안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요란하게 축하한다. 크고 선명한 글씨로 쓰여있는 경축이라는 두 글자는 아파트값 올리는데 목숨을 걸었다는 말이 비유가 아님을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에 대해 잘 모르는 누군가는 자신이 사는 집이 안전하지 못하다는 공식 인증을 축하하는 행위를 어떻게 해석할까? 비꼬는 거라고 생각할까?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중 저 현수막의 글귀가 의미하는 바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런 사람들이 주류 행세를 하는 나라에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공식적으로 천명하는 정당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파트값을 올리려고 했던 정당으로부터 정권을 뺏은 건 기적이다. 부동산과 관련된 논쟁이 벌어질 때마다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미래통합당의 지지율이 오르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못해 필연적이다.



부동산 관련 수많은 주장은 모순덩어리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별로 없다. 현재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당연히 자신의 아파트 가격이 오르기를 바라고, 집이 없는 사람들은 자신이 집을 사기 전까지만 아파트 가격이 오르지 않기를 그래서 자신이 아파트를 사고 나면 가격이 올라 자신이 차익을 얻을 수 있기를 원한다.

모두 아파트값이 오르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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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가격 상승은 나쁜 일이지만, 내가 가진 아파트 상승은 절대 선이며, 부동산 투기는 나쁜 일이지만, 내가 부동산 매매를 통해 돈을 버는 일은 부동산 투기가 아니며 정의롭다.

집은 단순한 거주의 공간이 아니라 소유를 통해 내 재산을 불려줘야 하는 그래서 내 인생을 책임져줘야 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국민들이 대다수인 나라에서 문재인 정부는 50년 동안 이 나라를 지배한 부동산 투기세력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김의겸이 2억을 벌었다며 손혜원이 목포에 부동산 투기를 했다며 양심과 이해충돌을 들먹이며 비난하던 자들과 그 비난을 앞다퉈 보도하던 자들은 주호영의 23억과 박덕흠의 73억은 모른 척하고 있다.

박덕흠은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20억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며 비난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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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시사포커스>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아파트 가격이 올라서 서민이 살기 어려워졌다며 비난하던 자들이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지 못하게 할만한 정책이 나오면 서민들이 재산을 불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을 막는다며 비난한다.

박근혜의 전세 소멸 발언에 환호하던 자들이 문재인 때문에 전세가 사라질 거라며 걱정하는 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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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격 상승에 인생을 베팅한 자들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제일 높았다며 비난한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방향에 가장 환호하고 호응해야 할 자들이 가장 앞에 서서 욕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그들은 누구보다 앞장서서 부동산 가격을 올려주는 문재인 정부를 지지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문재인 정부를 앞장서서 욕하고 있다. 이 모순을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다.

슬프고도 우스꽝스러운 사실은 저자들과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이해관계에 감정이입 해서 난리 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참여정부 때도 그랬다.

종부세와는 평생 아무런 인연이 없을 사람들이 세금 폭탄을 맞아 죽는다며 떠들어 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무주택자들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막겠다는 정책을 비난한다.

이런 모순을 지적하는 사람은 별로 없고, 분위기에 편승해 정부의 지지율을 떨어뜨려 정책 의지를 꺾으려는 시도만 판을 친다.



21대 총선 전의 상황도 한번 고려해보자

부동산 가격 인상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낸 22번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고 사람들은 이런 점에 대해 반드시 생각해봐야 한다. 처음부터 문재인 정부가 보유세를 올려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고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발목을 잡는 게 지상과제이던 새누리당과 문재인 정부가 실패하라고 저주를 퍼붓는 수구 언론들과 자신의 인생을 부동산 가격 인상에 저당 잡혔지만, 자신은 부동산 투기꾼이 아니라고 굳게 믿는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했을까? 그들이 돈과 정보와 인맥을 쌓아가며 힘을 축적해 온 세월이 몇 년이나 될까?

그런 자들의 목숨을 건 저항이 쉽게 진압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이기기 어려운 싸움이었다. 어쩌면 이길 수 없었던 싸움인지도 모른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투기 세력에게 밀리는 것처럼 보였다.
 
문재인 정부가 약자였기 때문이다. 정부가 무슨 약자냐고?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 세력에 비해 약자였다는 건 부동산 투기세력이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는 정부라며 조롱당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강자는 조롱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의회와 적대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의외로 허약하다는 건 박근혜 탄핵에서도 알 수 있다. 법 하나 통과시키기 어려운 상황, 하이에나 같은 언론이 온갖 말을 만들어 대통령과 정부를 비난하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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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를 지지했지만, 부동산 정책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 실망했거나 등을 돌린 사람이라면 이런 부분도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강하고 많은 적과 무력한 소수 아군 사이에서 난항을 겪었다. 21대 총선은 문재인 정부에 이런 암울한 상황을 타개할 단초를 제공했다.

문재인 정부는 입법권을 확보했다. 이제 최소한 입법적인 걸림돌은 사라졌다. 투기세력은 이런 상황 변화를 빠르게 눈치챘다. 총선 이후 그들은 전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시도를 하고 있다. 입법권을 빼앗긴 상황에서 그들은 여론을 악화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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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이데일리>


전세가 없어질 거란 주장과 문재인 정부의 목적이 부동산 가격을 잡는데 있지 않고 단지 세금을 더 거두는 데 있다는 그럴싸한 주장을 하며 대중의 공포를 자극해 여론을 움직이려고 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주장은 얼핏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완전한 개소리다. 이게 왜 개소리일까?

 

-계속
 

 


[번외]끄적여본다, 둥이의 시선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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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때 중대본을 찾아간 박근혜 사진에서 전 국민은 본 말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코로나 외에 다른 문제가 주요 화두가 되는 일은 거의 없다.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을 제외하면 코로나가 세계를 뒤덮었다고 말해도 전혀 지나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요즘 부동산 문제가 가장 핫한 이슈다. 워낙 핫한 주제다 보니 나도 이런 기사를 몇 편째 쓰고 있다. 이 주제가 핫할 수 있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가진 주제인 데다가 부동산에 이권이 걸린 부동산 투기세력과 언론들이 필사적으로 이 문제에 덤벼들어 불붙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방역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언론들이 부동산 문제를 가지고 이렇게 떠들었다면 지금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무슨 한가한 소리를 하냐며 욕을 먹었을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부동산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하루에 확진자가 천 명씩, 사망자가 몇십 명씩 나오는데 부동산 얘기나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 사회 전체가 부동산 문제에 이렇게 열을 올릴 수 있는 건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인 방역 덕이다. 벌어진 일에 대해 판단하는 일은 비교적 쉽지만, 벌어지지 않은 일에 관해 이야기 하는 건 어렵다. 나도 직전에 박근혜 정부의 망한 메르스 방역을 봤기 때문에 이런 판단을 할 수 있었다.

지금 부동산 얘기를 하고 있을 수 있는 건 ‘살려야 한다’는 종이를 붙여놓기만 하기보다 실제로 국민을 살려내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방역 덕분이라는 걸 통감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열을 올리며 비판하는 사람들도 이런 점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