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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제자 중에 황인무라는 택견선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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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마스터 황 TV(Master Hwang TV)’
 

마스터 황(Master Hwang TV)이란 이름으로 택견을 소개하는 유튜브 활동을 하여 무술인치고는 적지 않은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으로도 제법 유명한 친구다.

마스터 황이 유명해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그의 엄청난 파괴력 때문이다. 야구방망이로 내리쳐도 잘 안 깨질 만큼 단단한 자동차의 앞 유리를 마스터 황은 손으로 내리쳐 깨뜨려버린다.

택견 시연을 보일 때는 비교적 잘 깨지게 되어 있는 격파용 대리석이 아니라 공사판에서 쓰이는 단단한 대리석을, 그것도 두 장씩 포개어 한 번에 박살 내버린다.



 

그건 마스터 황이 오른손, 왼손을 번갈아 가며 손등, 손바닥, 손날, 팔뚝 등을 하루에 6,000번씩, 2시간 동안 딱딱한 나무에 두드리기를 무려 16년 동안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실시해 온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런 마스터 황의 엄청난 파괴력에 찬사를 보내는 사람이 많지만, 야유를 보내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저런 수련을 뭣 하러 고생해서 하느냐, 그런 식의 파괴력은 실전에는 사용할 수 없을 테니 MMA(종합격투기)에 나가 증명해 봐라, 그리고 그런 단련은 자기 몸을 망쳐 늙어서는 고생할 것이라는 등 말이다.

일단 마스터 황은 격투기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손을 단련하는 것은 아니다. 글로브(glove)를 끼고 하는 격투기 스포츠와 맨손 타격 무예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단련이 누구에게 과시하고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스터 황의 손은 단련을 통해 손등과 팔뚝이 일반인 보다 두 배나 두꺼워지고 단단해져서 그냥 보기에도 위협적이지만 실제로 살짝만 맞아보아도 장난이 아니다. 그런 손으로 한 방만 맞으면 즉사할 수 있다.

그러니 웬만한 시비가 붙어도 상대를 절대 때릴 수도 없고 때려서도 안 된다. 한 마디로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되는 무기인 셈이다. 

마스터 황의 단련법도 무턱대고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선배 무술인들의 단련 결과를 보고 조언을 구하며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험상 안전하다고 볼 수 있으나 사람의 일이란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선배 무술인들은 멀쩡했다고 하더라도 마스터 황은 늙어서 속된 말로 골병이 들어 고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격투기 대회에 참가해 파괴력을 과시할 것도 아니고, 함부로 남을 때릴 수도 없고, 늙어서는 몸이 나빠질지도 모르는, 어떻게 보면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위험해 보이는 그런 무모한 단련을 마스터 황은 왜 하는 것일까?
  
많은 염려와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마스터 황은 그의 단련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가 단련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주먹의 강도가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전에도 말했듯이 처음 무예를 수련할 때는 상대와 잘 싸워 이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다 감당하기 어려운 강한 적을 만나게 되면 그때 느끼게 되는 두려움이란 직접 경험해 본 사람이 아닐지라도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강한 상대에게 두들겨 맞아 쓰러진다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수련이 깊어지고 경험이 많아질수록 가끔 마주치는 강한 상대보다 더 두려운 것은 나 자신임을 깨닫게 된다.

힘든 것에는 요령을 피우고 싶고, 가능하면 쉬운 방법으로 훈련하고 싶어진다. 이런저런 핑계로 쉬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아져서 비가 오니까, 눈이 오니까, 너무 더우니까, 너무 추우니까, 전날 늦게까지 일을 해 몸이 몹시 무거우니까, 그래서 오늘 하루만 쉴까 하는 유혹들과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

그런 게으름과 나태함 등이 나를 해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꾸 스스로의 유혹에 빠져들곤 한다. 그런 유혹을 뿌리치기 위한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힘들고 두려워진다.

마스터 황의 엄청난 파괴력은 자신 속에 들어 있는 그런 수많은 유혹을 이겨내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서 얻은 결과물이다.

 

사진1.마스터황.jpg


필자가 연재 3편에서 얘기한 것처럼 무예인은 자신의 몸을 잘 다스려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나 마스터 황은 그런 단련이 몸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믿지만, 그래도 혹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이 택한 무예 수련의 방법이라면 간혹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감수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마스터 황은 팔을 잃을 순 있더라도 자신과의 피나는 싸움에서는 승리하여 맨손으로 자동차 유리를 박살 내고, 대리석을 때려 부술 수 있는 엄청난 결과물을 얻어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스터 황이 필자의 제자이긴 하지만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 그가 자동차 유리를 깨고 대리석을 때려 부수는 엄청난 파괴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1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의 단련은 나를 이기는 싸움이었다.

끝으로 필자의 스승님께서 해주신 가르침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항마자 선항자심(降魔者  先降自心) 
 

"악마를 정복시키려거든 자기 마음속의 악마부터 먼저 항복시켜라."



 

 

다음 편, 예고
 

무예인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자신을 이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에 대해 다음 편 <나를 이기는 싸움 2>에서 다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