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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로 자기 손 때려보았는가

 

지난 글에서도 살짝 언급했듯, 형틀목수는 기술 배우기 어렵다. 세부 과정이 워낙 복잡한 탓이다. 철근공은 바닥이든, 벽이든, 기둥이든, 계단이든, 철근 쭉 깔고 결속선으로 엮으면 끝이다.

 

형틀목수는 아니다. 바닥이냐 벽이냐 기둥이냐에 따라 자재가 조금씩 다르고 작업 방식도 제법 다르다. 특히 계단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워 베테랑 목수만 할 수 있다. 계단까지 마스터하려면 적어도 2~3년 이상은 배워야 한다. 그래야 기공 대우해준다. 6개월에서 1년이면 기공 대접 받을 수 있는 철근공보다 진입장벽이 훨씬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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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틀목수는 안전사고 위험도 많다. 망치로 자기 손 때리는 건 일상이다. 경력 30~40년 목수들도 심심하면 한 번씩 망치로 자기 손 때린다. 손톱 열 개가 다 빠져야 목수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나도 월례행사처럼 거르지 않고 한 번씩 때린다.

 

아마, 안 맞아봤겠지...? 그 고통 어떻게 말로 할 수 있겠냐만 굳이 설명해보면, 쇠글러브를 낀 오른손을 있는 힘껏 휘둘렀는데, 그게 어떤 영문인지 내 얼굴이 있어서 멈추려 했으나, 원심력을 이기지 못해 왼쪽 턱을 ‘퍼억’ 후려쳤을 때의 고통이랄까?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너~무 아픈데 순도 100% 내 잘못이라 누굴 탓할 수도, 원망할 수도 없다는 것이고, 그 사실 때문에 더 아픈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혀야 하는 고통이랄까. 망치로 자기 손 때린다는 건 그런 고통이다. 휴-우.

 

어쨌거나 형틀목수는 나무 자르거나 켜는 원형톱, 테이블톱 등 날카롭고 위험한 연장도 많이 사용한다. 이로 인한 안전사고도 간혹 터진다. 높은 곳에서 작업(고소 작업)할 일도 많다. 그래봐야 3~6m 높이지만, 의외로 노가다판 추락 사망사고는 그 정도 높이에서 발생한다.

 

최근에도 인근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형틀목수가 슬라브(1층 기준 천장, 2층 기준 바닥을 현장에선 '슬라브'라 한다. 평판을 뜻하는 영어 Slab에서 파생됨)에서 추락했단다. 슬라브라고 해봐야 보통 3.5m 높이다. 목수들이 매고 다니는 X자 안전벨트(안전고리가 달려 있다. 고소 작업할 땐 난간대에 안전고리 걸어놓고 작업한다)는 결코 폼이 아니다.

 

철근공보다 돈 많이 주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형틀목수 일당은 2020년 기준 21만 원 안팎이다. 철근공보다 1만 원 가량 적다. 한 달이면 20~30만 원 차이니까, 결코 작은 차이 아니다.

 

기술 배우기 힘들고, 몸 많이 써야 하고, 나처럼 손목 나갈 수도 있고, 안전사고 위험도 많다. 근데 돈은 철근공보다 적다. 그게 형틀목수다.

 

 

심장을 쿵쿵 뛰게 만드는 소란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틀목수 택한 이유? 돈 문제부터 짚고 넘어가야겠다. 나에게도 돈은 중요하다. 그렇긴 한데, 이미 충분하다. 글 써서 먹고살던 시절에 비하면 너~무 풍족하다. 이건 비밀인데, 내가 적금을 붓고 있다! 저축, 보험, 연금 이런 거에 관심도, 여유도 없던 내가 말이다. 내 삶에서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월급이 남아 적금을 붓다니. 그러니 내 입장에서 하루 만 원 더 받는 건 매력적인 포인트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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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공이 아닌 형틀목수 택했던 진짜 이유, 소장한테 얘기했던 그대로다. 재밌을 것 같아서. 나에겐 독특한 병(?)이 하나 있다. 가만히 있질 못하는 병. 정장 입고 책상 앞에 앉아 종일 일하는 회사원 삶, 난 절대 못 한다. 딱 잘라 말해 임. 파. 서. 블. 이다. 그나마 기자 생활을 진득이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첫째, 청바지 입어도 된다는 것. 둘째, 사무실에 앉아있지 않아도 된다는 점 덕분이었다. 취재 핑계 삼아 종일 돌아다녀도 뭐라 할 사람 없었으니까.

 

철근공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나에게 철근 일은 세상 재미없어 보였다. 철근공은 종일 가만히 서서 철근만 엮는다. 죽었다 깨어나도 저 일은 못하겠다 싶었다.

 

그에 반해 형틀목수는 다이내믹해 보였다.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망치질도 하고, 나무도 자르고, 무언가 들고 나르고, 여러 사람이 붙어 합동 작업도 하고, 그럴 때면 소리도 지르고 욕도 하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시끌벅적 정신없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저 틈에 껴서 같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곤 했다. 심장을 쿵쿵 뛰게 했다고 할까.

 

 

일하는 시간이 즐겁지 않고 어떻게 인생이 행복할 수 있는지

 

사람마다 가치관 다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나에게 돈보다 중요한 가치는 시시한 얘기지만 행복이다. 가끔, ‘빡세게’ 일해서 돈 많이 벌고, 퇴근한 후의 삶 즐기겠다는 사람들 본다. 내 주변에도 그런 친구들 있다. 적성에 안 맞는 일 하면서, 우울하게 월급날만 기다리는 친구들.

 

우리는 인생에서 절반의 시간 정도를 일하는 데 쓴다. 글쎄, 난 잘 모르겠다. 일하는 시간이 즐겁지 않고 어떻게 인생이 행복할 수 있는지. 백번 양보해도 반쪽짜리 행복 아닌가. 그런 삶.

 

행복을 제일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나는, 일도 즐거웠으면 한다. 일이 즐겁지 않으면 어쩐지 삶 전체가 불행하게 느껴진다. 그런 까닭에 “이거 완전 또라이네? 얌마, 일을 재미로 하냐?”라던 소장 핀잔, 나에겐 익숙한 핀잔이다. 살면서 그런 비슷한 말, 많이 들었다. 줄곧 그렇게 살려고 노력해왔으니까. 일과 놀이가 구분되지 않는 삶을 살려고 아등바등해왔으니까.

 

후회하진 않느냐고? 물론이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힘들어서 처음엔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요즘도 망치질하다 손목 저릿저릿할 때가 왕왕 있다. 그럴 때면 ‘에휴~ 무슨 부귀영화 누리겠다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근데, 재밌다. 즐겁게 일하고 있다는 걸 어떨 때 느끼냐면, 하루가 정말 빠르다. 시간은 상대적인 거여서 내가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 학창시절 야자시간이 느릿느릿 흘러갔던 것처럼, 사랑하는 연인과의 달콤한 2박 3일 여행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것처럼, 요즘 내 시간은 정말 빛의 속도다.

 

시끌벅적한 틈바구니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보면, 이거는 요렇게 저거는 저렇게 하는 거라고 하나씩 배우다 보면, 금방 하루가 지나간다. 그러다 보면 벌써 토요일이고, 또 어느새 한 달이 훅 지나가 있다. 그거면 됐지, 뭘 더 바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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