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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참 '일본다운' 뉴스가 있었다(링크).

 

구급차를 부르는 사람이 119에 전화할 때, '집 주변에서는 사이렌을 껐으면 좋겠다'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교통법 상 그럴 수가 없다는 얘기다. 사이렌 소리에 주위 사람들이 '어느 집에서 불렀나' 관심을 가지면 곤란하다는 말이다. '사이렌을 울린다면 오지 않아도 좋다'고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눈치를 보는 거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을 텐데, 실제가 그렇다. 지방에, 거기다 단독주택이면 더 그렇다.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항상 주위에 신경을 쓰고 긴장하며 살아야 한다. 당연히 사이렌 소리에까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기사가 나온 구마모토는 지방이고, 지방에는 단독주택이 많다. 그리고 고령자 비율이 높아서 구급차를 부를 일도 많다. 시 소방국에 이런 요청을 하는 일이 많은 이유다)

 

 

 

난리난 아베의 측근

 

위급한 상황에서도 다른 이의 눈치를 보는 국민들과 달리, 아베 총리와 측근들은 눈치를 안 봐서 난리다.

 

20일, 아베 총리 측근인 아키모토 츠카사 중의원이 동경지검 특수부에 의해 구속되었다. 그는 뇌물수수로 재판을 받고 있었는데, 증인에게 돈을 준 뒤 재판에서 허위증언할 것을 요청한 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아키모토는 아베 정권에서 내각부 부대신으로 카지노형 복합리조트(IR)를 담당하며 중국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아베 총리와 자민당에 누가 될까 봐 사임하고 자민당을 탈당했다지만, 아직도 자민당 간사장의 니카이파 특별회원이란다. 자민당에 속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키모토의 체포는 아베 총리는 물론 아키에 부인과도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하지만, 아키모토는 뇌물을 준 중국 기업 쪽 사람을 재판에서 허위 증언을 하도록 돈을 주고 매수하려 했다. 이 혐의로 중국 기업 임원 3명이 체포되었는데, 그 중 한 명이 '아와지'라는 인물이다. 그런데 아와지가 '아키모토에게 지시받았다'고 진술했고, 이는 아키모토의 구속으로 이어졌다.

 

아와지는 2016년 아키에 부인의 '벚꽃을 보는 모임(이하 '벚꽃모임)'에 초대를 받은 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아베와 아키에 부인, 스가 관방장관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사업에 이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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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

 

여기에 '벚꽃모임'에 초대를 받았던 사람이 하나 더 나온다. '재팬라이프'라는 다단계 사업을 하는 야마구치 회장으로, 아베 총리가 젊은 시절부터 가깝게 알고 지내는 사이기도 하다. 야마구치 회장도 사기혐의로 8월 중에 입건될 것이라는 소문이다.

 

거의 줄줄이 사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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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는 아프다

 

이 와중에 아베 총리는 아프다는 듯 '건강이상설'이 돌고 있다.

 

아베 총리는 여름휴가였던 17일, 게이오대학 병원에서 7시간이나 검사를 받았고, 여기서 '건강이상설'이 흘러나왔다. (일설에는 '건강이 나쁘다'는 이유로 동정을 사려는 것 같다는 얘기가 있지만, 한 나라의 총리가 동경지검 특수부의 수사를 피하려고 꾀병 행세를 할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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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니치신문>

 

아베의 건강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 가운데, 아소 타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의 말이 파문을 불렀다. 기자들이 '건강이상설'을 돌게 만들었던 17일의 검진에 대해 묻자, 갑자기 아베에 대한 충심(?)을 어필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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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는 '총리가 147일 간 쉬지 않고 일했으니 몸 상태가 나빠지는 게 당연하다'는 얘기였다. 검진에 대해서 억측을 자제해달라는 뜻과 함께 '총리가 코로나 국면에 있어 열심히 했다'는 걸 어필하려는 듯 했다.

 

여기까지였어도 충심이 충분히 증명되었을 텐데, 어째 한 발 더 나갔다. 자리에 있던 기자에게 '147일간 쉬지 않고 일해 봤냐'고 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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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처럼 일해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마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아베조차 147일을 '충분히' 근무하진 않았다는 것이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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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의 휴일 평균집무시간이 2시간이며, 64%는 2시간 이하였다. 나가려고 준비하는 시간이 더 길지 않았을까 싶다. 휴일에 세 시간만 근무했어도 아베노마스크 같은 세금 낭비는 나오지 않았을 텐데, 안타까움이 드는 순간이다. 

 

 

 

아베는 아픈 데도 일한다

 

건강이상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갔던 탓인지, 아베 총리가 휴가에서 돌아와 공무에 복귀했다는 뉴스가 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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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와병설 와중에도 근무를 계속하려는 총리'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아픈 데도 불구하고 힘내는 총리'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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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일본판 중앙일보(링크)에 따르면, 스가 관방장관이 아베 총리에게 좀 더 쉬는 게 좋지 않겠냐고 권하고 있지만 아베 총리가 듣지 않는다고 한다. 건강이상설이 와도는 와중에도 나라를 위해 열심히 하는 아베 총리다. 과연 8월 24일 부로 연속재임 기간이 1위(2799일)가 되는 총리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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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고서야 아베 총리가 이번 달에만 두 번째로 이발했다는 걸 뉴스로 다룰 리가 없는 것이다.

 

미국 언론도 트럼프를 이 정도로 다룰 것 같지 않은데,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를 이 정도로 다룬다.

 

 

 

비밀이 많은 아베 정부의 코로나 '전문가' 집단

 

아베 정부의 기본방침은 '코로나19의 감염 확산을 방지하면서 경제활동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한다. 방침만 세우고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아 지자체나 국민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지만 말이다.

 

21일, 아베 정부의 코로나 대책에 커어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단체이자, 선봉장(?)인 '분과회('전문가회의'의 후신)'의 오미 회장이 입을 열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의 피크를 찍었다'는 얘기였다. 물론 어떤 근거를 가져와 '피크가 지났다'고 해야 하지만 그런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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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 신문>

 

동경은 3일 연속으로 감염자가 200인을 넘고, 전국적으로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나드는데(8/22 기준), '전문가'들이 낙관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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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본 방송사에서 '분과회'의 전신인 '전문가회의'의 회의록을 입수했다. 그나마 지난 3월에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는다'고 했던 것을 자료청구를 통해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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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엔 작성 안 한다 했음

 

전문가회의(=분과회) 측이 회의록을 주긴 주었다. 다만 먹줄을 그어서 내용을 알 수 없게 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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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기록 맞음

 

위는 2020년 2월, 정부의 제2회 전문가회의 속기록 사진이다. 38페이지에 달하는데, 전부 먹칠이 되어있어서 알 수 있는 거라고는 'ㅇㅇ가 의제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정도다.

 

'왜 먹칠을 해놓았느냐' 물으니 내각장관은 '(회의록을 그대로) 공표하면, (위원 간의) 솔직한 의견교환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얼마나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길래? 회의 중에 가족 얘기라도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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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칠 안 한 원본을 보는 건 10년 후

 

코로나의 영향으로 일본 3대 도시 상업지 4할의 가격이 하락하고, 동경 도심 오피스의 공실이 늘어나고 있다. 경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로 우울한 분위기인 건 일본도 마찬가지다.

 

이런 때 정치가나 전문가 같은 사람들이 나서서 웃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지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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