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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졌다. 전광훈이 한기총 회장이 되는 순간부터 이미 예정된 결과인지도 모른다. 국민 중 대다수는 얼마나 많은 교단이 한기총에 속했는지 아닌지 모른다. 

 

다만, 한기총이라는 집단이 기독교계에서 상징성이 있는 집단이며, 그 집단의 대표가 전광훈이라는 극우에 가까운 인사라는 건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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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이 한기총 회장이 됐을 때, 기독교계에 있는 사람들은 반성하거나 전광훈을 비판하지 않고, 한기총이 얼마나 대표성이 없는 집단이 됐는지, 전광훈이 얼마나 영향력이 없는지, 그들이 얼마나 일부에 불과한지를 강변하거나 전광훈 당선을 모른 척 했다. 

 

아마 평소에는 전광훈의 행실에 대해 비판했겠지만, 공개적으로는 침묵했다. 그리고 8월 15일 광화문 집회라는 이름으로 극우 기독교인들이 총궐기했다. 교계에선 억울할 수도 있다. 

 

저들과 우리는 다른데 왜 우리를 한 묶음으로 취급하는가. 기독교인 중에 광화문 집회에 나간 사람이 얼마나 되나. 사랑제일교회 신도가 얼마나 되나. 기독교인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보기엔 그놈이 그놈이다. 전광훈이 아니라 사랑제일교회가 아니라 기독교가 문제라고 생각하게 된다. 

 

전광훈 같은 자가 기승을 부리지 못하도록 교계에서 평소에 비판하고 거리를 뒀다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신천지와 기독교를 한 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하지만 한국 기독교는 전광훈을 방치했고, 그 후과를 우리나라 국민 전체가 혹독하게 겪고 있다. 1차적인 책임이 전광훈에게 있다 한들 기독교가 책임에서 자유로워 지지는 않는다. 

 

니묄러가 말한 무관심의 대가다.

 

 

무관심의 대가

 

모두가 졌다. 최대집이 의협 회장이 되는 순간부터 이미 예정된 결과인지도 모른다. 국민 중 대다수는 얼마나 많은 의사가 의협에 속했는지 아닌지 모른다. 다만 의협이라는 집단이 의료계에서 상징성이 있는 집단이며 그 집단의 대표가 최대집이라는 극우에 가까운 인사라는 건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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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서 문재인 케어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최대집이 의협 회장이 됐을 때 의사들은 반성하거나 최대집을 비판하지 않고 의협의 대표성 없음을, 최대집의 영향력 없음을, 의협에 속한 의사가 얼마나 소수인지를 강변하거나 최대집 당선을 모른 척 했다. 아마 평소에는 최대집의 행실에 대해 비판했겠지만, 공개적으로는 침묵했다.

 

그리고 8월 26일 의사들은 파업했다. 의사들은 억울할 수도 있다. 우리가 최대집의 생각에 완전 동의하고 그와 같이 행동하는 것도 아닌데, 최대집 같은 인사들과 우리를 한 묶음 취급하는가. 의사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보기엔 그놈이 그놈이다. 최대집이 아니라 의협이 아니라 의사들이 문제라고 생각하게 된다.

 

최대집 같은 자가 날뛰지 못하도록 의사들이 평소에 비판하고 거리를 뒀다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최대집을 방치했고, 그 후과를 우리나라 국민 전체가 혹독하게 겪고 있다.

 

니묄러가 말한 무관심의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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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니묄러. 독일의 루터교 목사이자 반나치 운동가이다. 〈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를 쓴 것으로 유명하다. 애초 히틀러의 지지자였지만, 성향을 바꿔 나치에 반대하는 고백교회의 설립자 중 한 명이 됐고, 나치에 물든 독일의 개신교를 비판했다. 

 

내 잔디밭에서 자라는 잡초를 다른 사람이 뽑아주길 기대해선 안 된다. 기독교의 전광훈 방치가, 의사들의 최대집 방치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 

 

더 무서운 상상은 전광훈이, 최대집이 그 집단 내에서 온건한 축에 속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거다. 생각하기도 싫다. 주진우 기자의 유튜브 채널 <주기자>에서 주진우 기자는 전광훈이 개신교계 내에서 온건파라고 했다.  

 

 

의사들이여, 직업은 신분이 아니다

 

난 평소에 의사들은 남들보다 돈 좀 많이 벌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똑똑하고 공부 잘하던 사람들이 어렵게 대학 가서 고생하면서 배운 기술로 평생 아픈 사람들을 상대하며 살아야 한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돈 좀 많이 벌고 대접받고 살아도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돈과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건 그들이 하는 일의 특수성 때문이지, 그들의 신분 때문은 아니다. 의사들의 생각은 좀 달랐던 것 같다. 자신의 직업을 자신의 신분이라고 착각한 것 같다. 

 

자기들이 당연히 돈을 많이 벌고 특권을 누려야 하는 게 아닌데도 자신이 받는 것들에 대해 감사하기는커녕 자기가 사회에 의술을 베푸는 거라는 식으로 말하는 의사들이 있다. 이들은 뭔가 크게 착각을 하고 있다. 이 착각은 의대생들의 주도로 이뤄진 #덕분에 캠페인 패러디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에서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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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조선일보>

 

#덕분에 캠페인은 의사들에게만 감사하는 게 아니라 코로나 시국에서 방역을 위해 고생하는 모두에게 감사하는 캠페인이었다. 의사들‘도’ 고생했지 의사들‘만’ 고생한 게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덕분에 캠페인을 의사들이 독점한 것처럼 생각했고 모욕했다. 

 

캠페인을 할 때 기본 중의 기본인 ‘비아냥대지 않기’를 모르는 거야 의사들이 그런 쪽 전문가가 아니니 애써 이해한다 치자.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도 모자랄 사람들을 적으로 늘리는 이 어이없는 캠페인은 이들이 평소에 국민이나 환자들, 자신과 같이 일하는 동료 의료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대체 자신들만 고생했고 캠페인을 모욕하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을까? 실제로 #덕분에 캠페인 패러디를 시작하고 주도한 이들은 코로나 방역에 하등 관련이 없었던 의대생들이었다. 

 

그리고 뒤이어 의사들이 동참했다. 어이없는 이 캠페인에 동참한 의사 중에도 코로나 방역에 참여했던 의사는 얼마나 될까? 엄지를 내린 자들 중 대다수는 코로나와 별 관계없었을 거다. 

 

특히, 피부과나 성형외과 의사 중에 #덕분이라며 캠페인에 참가한 이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어이가 없다. 최소한 그들 덕분이 아닌 건 확실하니까. 

 

하지만 이런 사실과 관계없이 그들은 어떤 의사들의 고생에 대한 감사를 전체 의사들에 대한 감사로 착각하고 모욕했다. 이들은 지식이 지성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하여 국민들은 ‘니들 덕분이 아닌데’ 챌린지로 이런 의사, 의대생들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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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가장 문제가 된 건 의사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문제고 나머지는 곁다리에 가깝다. 이 얘기를 중점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그 중 공공의대 설립 문제는 거슬러 올라가면 2015년 당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서 시작한다. 

 

이정현 의원은 2015,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공공의대 설립에 관한 법률을 발표했으나 법안 통과에는 실패했다. 이정현 의원은 이후에도 공공의대 설립에 관한 법률에 관한 발언을 하는데 본인의 지역구인 순천이 있던 전남에 의대가 하나도 없다는 것 때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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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데일리메디>

 

이정현 의원 외에 이용호 의원 등 다른 의원들에 의해서도 법안이 발의, 병합되어 20대 국회 때 제출되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이정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된 의안에 대해서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격오지 의료진 부족과 공공의대 설립은 갑자기 불거진 문제가 아니며 꽤 오랜 시간 논의되어 온 문제다. 의사들은 공공의대 설립에 관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서남대 의대 폐교를 근거로 들며 공공의대 설립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서남대 의대가 폐교한 건 서남대 의대가 준비와 실행 과정에서 부족한 점이 있어서 폐교하게 된 것이지 공공의대가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망한 회사들만을 예로 들며 창업하면 망한다고 주장하는 게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파업, 그냥 돈 때문이라고 말해

 

의사들은 지방, 특히 격오지에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그걸 해결하는 방법은 의료수가를 올리는 것 뿐이라고 말한다. 의료수가가 낮을 수도 있고 부족할 수도 있다. 나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한 달에 천만 원씩 버는 사람들이 수가가 낮으니 올려달라고 하면 설득력이 있을 거라 생각하나? 의료수가에 의사들이 받는 돈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건가? 

 

그 낮은 수가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은 높은 월급을 받는 이유는 뭔가? 의료수가가 낮게 느껴지는 건 의사들의 높은 인건비 때문은 아닌가. 

 

하는 일에 대해 제대로 된 처우를 못 받고 있는 다른 의료진(예를 들면, 간호사)들이 받아야 하는 제대로 된 처우에 대한 부분을 누가 가져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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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사들의 소득은 일반 근로소득자 대비 무려 5.45배이며 이는 OECD 평균인 2.75배를 한참 상회한다. 뿐만 아니라 독일 등 주요선진국 의사의 실질소득보다 약 1.75배 높다. 한국 의사의 소득은 현재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 볼 수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15 회계연도 결산분석 종합보고서’를 보면, 울산 전문의 1인당 연봉이 2억6300만 원(2014년 기준)으로 16개 도·광역시·특별시 중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경남이 2억1200만 원이었고, 다른 지역들도 1억 5000만 원은 기본적으로 넘겼다.

 

우리 주변만 보더라도 의사-인턴, 레지던트 등을 제외한-중에 한 달에 천만 원 이하로 버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제약회사의 리베이트나 약값 얘기, 학회 참석 비용 같은 건 얘기하지 않겠다. 파업만 하면 귀족노조 타령하던 언론들은 뭐 하나 모르겠다.

 

의사들의 수가 타령이 뻔뻔스럽다고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의사들이 한 번이라도 간호사들의 열악한 처우에 목소리를 높인 적 있나. 최저임금 조금 넘는 돈을 받으며 격무에 시달리고 태움까지 시달리는 간호사들의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의사들은 뭐 했나. 이래놓고 의료수가가 낮네 높네하는 말이 설득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의료수가를 올리는 것과 공공의대 설립은 별개의 문제다. 공공의대를 설립하면 의료수가를 올릴 수 없나. 왜 연관된 문제처럼 다루는 것인가. 

 

과중한 업무 때문에 고통받는다며 의사 숫자는 늘리면 안 된다는데, 누가 그 논리를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불과 6개월 전에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김연수 서울대 병원장의 칼럼은 대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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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매일경제>

 

이런 행동들이 ‘우리는 다르다, 나는 조금도 손해보기 싫다’는 의사들의  유아적 정신세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지식이 지성은 아닌가 보다

 

투쟁방식도 우습다. 면허를 찢거나 가운을 벗어서 어떤 손해도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 뭐 대단한 손해라도 보는 양 비장하게 사진을 찍어 올린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엄청난 것을 걸고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이 건 판돈은 결국 다른 이들의 건강과 생명뿐이다. 의사들은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담보삼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싸운다. 인질극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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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머니투데이>

 

 

내가 이 상황에서 투쟁을 했다면 비극의 희생양 역할을 했을 것이다. 우리가 큰 손해를 보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파업이나 투쟁을 뒤로 미루고, 의료행위에 전념하겠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랬으면 아마 의사들의 투쟁은 국민적 지지를 받고 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나 코로나 판데믹으로 인해 의사들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현 상황에서 이렇게 싸웠다면 자신들이 원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단 하나도 손해를 보기 싫다는 어리석음은 판데믹 동안 쌓아온 국민적 지지를 쓰레기통에 처박았고 아마도 의사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지식이 지성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국민 건강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자신들 밥그릇이 줄어들까 봐 싸우는 거 국민들이 모를 거 같은가. 모든 밥그릇은 숭고하다. 하지만 밥그릇을 지키는 싸움이 모두 숭고하지는 않다. 특히, 약자들의 밥그릇 싸움에 무관심과 냉소를 보내던 사회적 강자들이 하는 밥그릇 싸움은 역겨운 생각마저 든다.

 

이번 파업에 참여한 의사들은 자신들이 많은 돈을 버는 이유나 자신들의 직업이 ‘면허’로 보호받는 이유에 대해 한 번도 고민해보지 않은 것 같다. 의사들이 많은 돈을 벌고 면허로 직업을 보호받는 이유는 시험을 잘 봐서가 아니다. ‘생명’을 다루는 특수한 직업에 대한 사회의 존중이다.

 

어떤 경우에도 ‘생명’을 외면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특혜를 주었다. 하지만 그들은 특혜를 당연한 권리로 생각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직업이 존중받는 이유에 침을 뱉었다.

 

파업에 참여한 의사들에게 딱 하나만 묻고 싶다. 당신 집에 불이 났는데 소방관들이 국민 안전을 위해 파업하겠다고 불을 못 끄겠다고 하면 그러라고 할 건가?

 

결국 이 모든 것의 결론은 하나로 귀결된다. 의사들이 직업을 신분으로, 특혜를 인권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니들’과 다르니까 그래도 돼. 모든 의사가 이렇다는 건 아니다. 훌륭한 의사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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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노컷뉴스> 

 

이런 의사들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훌륭한 목사들이 없어서 우리나라 기독교가 이렇게 된 게 아니다. 

 

의사들이 가장 큰 문제지만, 정부-청와대인지 보건복지부인지-도 분명히 문제가 있다.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미흡한 점들이 있었다.  

 

누가 어떤 잘못을 했건 모두가 졌다. 패자밖에 없는 이 싸움에서 의사/정부/국민은 뭘 잘못했고 뭘 잃었을까? 이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