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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코로나19 보다 아베 총리의 건강이상과 진퇴에 더 관심을 가진다 했다. 총리가 병원 갔다 복귀했다가 다시 병원에 가는 걸 국민의 최중요 관심사인 것처럼 보여주는 언론에 화답하듯 8월 28일, 아베 총리가 사임했다. 9월에 인사를 통해 내각을 개조하고 코로나19 대책을 어떻게 한다더니, 막판에 엎어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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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케이신문>

 

제1차 아베 정권(2007년)도 어느 날 갑자기 팽개치더니, 이번에도 비슷한 모습이다.

 

다만 지은 죄가 많은 걸 아는지 동정심을 유발하는 출구전략을 구사했다. 시나리오를 잘 짠 덕분에 최적의 타이밍에 좋은 구실로 사퇴를 하게 되었다. 국민 입장에서는 비상시국에 도망치듯 사퇴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마지막까지 언론의 이미지 메이킹

 

28일 오후 2시에 '사퇴를 결정했다'는 속보가 뜨더니, 5시, 아베 총리가 사퇴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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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통신>

 

아베 총리는 사퇴하지만 후임선출까지 대리를 세우지 않겠다고 했다. 후임이 올 때까지 책임을 다하겠단 것이다. 말이 좋지, 이건 후임을 자신의 영향 하에 둘 거라는 뜻이다. 끝까지 자신의 안위를 중심으로 하는 게 역시 아베 총리다. 

 

일본 언론은 이전부터 사퇴할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코로나19와 열사병으로 계속 사망자가 발생하는 비상시국에 2주에 걸쳐 (현장중계까지 해가며) 아베 총리의 건강 문제로 지면을 도배할 리 없는 것이다.

 

재미있는 건 정작 사퇴하자 '갑작스러운' 사퇴라며 호들갑을 떤다는 것이다. 

 

측근비리, 실책 등에 대해 책임을 묻는 언론은 많지 않다. 언론이 이런 방향으로 흐른다면 아베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기 어렵다. 전NHK 기자도 '언론에서 마지막까지 아베 정권의 이미지 메이킹에 언론이 가담했다'고 비판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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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신문>

 

 

이 때다 싶어 미화, 아니 우상화하는 언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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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

 

'최장수이지만 최악의 총리'라던 말은 어디로 갔는지, 극찬에 여념이 없다. 아베 총리가 대단한 위업이라도 달성한 것처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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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신문>

 

(사퇴 이전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아베 총리의 출신지인 야마구치 현에선 아베 총리의 최장기 재임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야마구치현청 공무원의 총의와 지역주민의 뜻을 반영해 지자체에서 걸었다고 한다. 아베가 총리로서 무엇을 어떻게 했던 간에 야마구치 현 출신 '일본 헌정사상 최장기 집권 총리'가 자랑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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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라>

 

<리테라>의 기사에 의하면 아베 총리는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되었다는 기간에 기름진 음식을 즐겨 먹었다(기름진 음식은 궤양성 대장염을 악화시키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건강이상설'은 그저 출구전략일 뿐이라는 것이다. 최측근들이 체포당해서 재판을 받고 있고, 아베 총리 또한 피할 수 없기에. 건강이상으로 사임을 하면 동정도 사고, 재판에 증인으로 가지 않고, 혹시나 있을 체포를 모면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렇게 청산하지 못한 의혹들이 아베 총리를 기다리고 있지만 풀리지 않은 채로 남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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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니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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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

 

 

 

차기는 스가 관방장관?

 

일본의 제1당은 아베 총리가 총재로 있는 자민당이고, 총리는 일반적으로 제1당의 총재가 맡는다. '다음 자민당 총재가 누가될 것인가'는 '다음 총리가 누가될 것인가'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자민당 총재는 선거를 통해 선출한다. 원래는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역 당원, 지원단체(당우)들에게 투표권이 주어지는데, 이번은 다를 예정이다. '중도사퇴'의 후임을 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밑에서 자세하게 하겠다)

 

자민당 차기 총재이자 차기 총리로 유력한 후보는 세 명이다. 

 

아베 정권의 이인자로서 보좌해온 스가 관방장관

아베 총리의 후계자 기시다 후미오 정무조사 회장

아베 총리가 싫어하지만 지지율이 가장 높은 이시바 시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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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신문>

 

이 중 이시바는 자민당 내의 야당적인 존재로, 당내 국회의원에게는 세력이 약하지만 지방 당원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여론의 지지 또한 높다.

 

아베 총리는 이시바가 되는 걸 막고 싶지만, 그렇다고 기시다를 지명할 수는 노릇일 거다. 인기 없는 기시다가 되면 자민당 지지율이 더 떨어져 다음 선거에 지고 말 테니까. 그럼 누구보다 위험해지는 건 아베 본인이다. 

 

결론은 스가 관방장관이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아베 정권의 연장선이라서 갑갑하지만 아베 총리의 장기집권을 보좌했기에 믿음이 간다는 면이 있다.

 

아베 총리도 1년 구원투수로 스가 관방장관을 보는 듯 하다. 벌써 언론은 차기를 스가 관방장관으로 보고, 띄워주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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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는 총재선거의 열쇠를 쥔 니카이 간사장과도 친하다. 스가가 출마를 표명하자, 화답하듯 니카이 간사장이 지지를 표명했다. 기본적으로 아베 정권의 유산을 물려받아 계승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뭔가 다른 총재선거 방법

 

<교도통신>이 8월 29~30일에 걸쳐 '차기 수상에 누가 어울리는지'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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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통신>

 

이시바 34.3%, 스가 14.3%, 고노 13.6%로, 이시바가 압도적으로 높다. 다른 조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고노 방위상이 예상보다 높게 나왔는데, 극우와 넷우익의 지지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리기도 하고, SNS 소통을 잘하는 인상에, 한국과 중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한다. 혐한과 혐중 노선을 강하게 밀고 나가길 원하는 뜻으로, 넷우익과 극우의 아이돌 아베 총리가 사퇴했으니 고노 방위상을 후계자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이다. 고이즈미 환경상 또한 총재선거에 출마하지 않지만 고노 방위상이 출마한다면 지지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총재선거에 있어 '여론'의 지지율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통상적으로 자민당의 총재선거에 투표할 수 있는 건 자민당 소속 의원, 자민당원, 당우(자민당을 응원하는 정치단체 등의 회원. 입장 상 당원이 되기 어려운 이들) 정도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중도사퇴'로 인해 생긴, '긴급을 요하는' 선거. "특별히 긴급을 요할 때는, 당대회를 대신해 양원의원총회에 의해 그 후임을 선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자민당 당칙에 따라 자민당원, 당우는 투표할 수 없다. 오로지 국회의원과 도도부현 대표(3명을 1표로 계산)로 선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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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닷컴>

 

국회의원 표의 비중이 큰데, 파벌이 작아 국회의원의 표를 많이 얻지 못하는 이시바를 배제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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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당칙에 따라 민주적인 절차를 밟는 형태를 취하지만 결국 처음부터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본 국민들이 이런 선거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시점은 결여되어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지율이 가장 높은 상대를 배제하기 위해 당당하게 당원을 투표에서 배제할 리 없는 것이다. 


 

아베가 싫어하는 이시바 시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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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처한 상황을 보면 이시바 외에 다른 인물을 생각하기가 어렵다. 구원투수 격인 이번이 아니어도 내년 총재선거에 정치생명을 걸고 도전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자민당에서 현재 일본의 상황을 정상적인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인물은 이시바 정도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과제는 한국, 중국과의 관계개선이다. 한국과의 관계악화에서 크게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은 일본이다. 특히 불매운동으로 정신적, 물질적으로 많은 손해를 보고 있다. (일본 언론은 한국의 불매운동을 '정부의 지시'로 보고 있다. 언론에는 한국 시민들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목놓아 기다리고 있'는 걸로 나오기 때문) 

 

중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엔 엄청난 시장과 관광객이 있다. 중국에서 수입하지 않으면 생활이 되지 않는 등 경제적으로 일본에게 있어 중요하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밸런스를 잘 잡아야 할 텐데, 아베 정권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극우를 비릇한 넷우익은 한국이나 중국과 단교하길 바란다. 한국과 북한과는 여차하면 전쟁이라도 하길 바란다. 그야말로 일본이 '잘 나가던' 시절만 생각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만 봐도 일본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감염경로를 모르는 깜깜이 확진자가 25%로 최대라고 위기감을 표명하는데, 일본 동경에서는 지금도 평균 60%대이지만 위기감 같은 건 없다)

 

이시바는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에서 일본에 보다 많은 이익, 특히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걸로 보인다. 주변 국가와 관계를 원활히 해서 일본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시바의 노선은 현실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시바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든, 아베는 '이시바가 총리가 되는 것'만은 어떻게든 막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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