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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장과 관상가

 

법무부는 지난 8월 7일 검사장급 검찰 고위 간부 26명에 대한 인사에 이어 27일에 630명의 차장 이하 중간 간부 및 평검사 인사를 발표했다.

 

지난 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취임 이후 처음 단행한 검사장급 및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윤춘장 라인’을 해체시켰다. 특수부 라인으로 굵직한 사건을 주무르며 기고만장했던 인물들을 쳐냄으로써 검찰 개혁의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인사권자인 법무부장관과 대통령을 패싱 한 채, 자기 입맛대로 사람들을 요직에 배치해왔던 춘장이 인사 결정에 패싱 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사실 애초에 이 상황을 자처한 건 춘장이다. 인사에 대한 의견 가져오라는 장관한테 다른 장소에서 보자며 만용을 부리더니, 이번 차장 이하 중간 간부 및 평검사 인사에서도 춘장은 ‘언론에 나면 보겠다’며 어깃장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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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이번 ‘춘장패싱’을 계기로 춘장을 에워싸고 있던 ‘인의 장막’을 완전히 거둬들이게 되었다. 그동안 검찰 내에서 힘깨나 쓴다던 특수, 공안통들이 모두 한직으로 밀려나고, 그동안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사실상 천대나 괄시에 가까웠던) 형사, 공판부 검사들의 재평가가 두드러졌다. 여성 검사들에 대한 평가도 돋보였다. 고경순 서울 서부지검 차장이 대검 공판송무부장을 맡으며 네 번째 여성 검사장이 탄생한 건 특히 상징적이다.

 

지난달 7일에 있었던 검찰의 꽃이라 불리는 검사장 및 고위직 인사부터 찬찬히 하나씩 짚어보자. 사법연수원 27기와 28기에서 모두 6명이 새로 검사장을 달았다. 이정현 대검 공공형사수사부장(이전 서울중앙지검 제1차장),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서울 중앙지검 제3차장),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서울남부지검 1차장), 이철희 대검 과학수사부장(순천지청장), 김지용 서울고검 차장(수원지검 1차장)이다.

 

이번 인사에서 추 장관은 자신의 참모로 일했던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을 춘장 바로 밑인 대검찰청 차장으로 보직 이동시키며 적진에 ‘알박기’를 시전하기도 했다. 넘버 2로서 총장을 보좌하는 자리인 대검찰청 차장은, 총장의 측근을 배치시킨 게 일반적 관례였다. 거기에 추미애 장관하고 함께 합을 맞췄던 인사를 보냈다. 자리가 빈 법무부 검찰국장 자리에는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보직 이동시켰다.

 

지난 1월부터 계속된 추미애 장관의 춘장 패싱은 새삼스럽지도 않다. 검찰 내에서도, 자기 사장이 무시당하는 이런 상황을 이제 ‘그러려니’, ‘원래 그랬잖아~’ 뭐 이런 반응이다. 급기야는, 춘장이 2년 전에 홍석현 회장과 만난 역술가한테도 패싱 당했다나 뭐라나 하는 소문이 파다하다. (관련 기사 링크)

 

2018년 11월 중순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춘장은 종로경찰서 뒤 안국동 인근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알려진 바대로 이 자리에 홍 회장은 역술인 대동했다. 큰일을 도모할 때 역술인의 눈을 빌리기로 유명한 삼성가의 집안 내력답게, 일종의 면접을 본 셈이다.

 

이날 홍석현이 역술인에게 정말로 ‘저자가 왕이 될 상이오?’라고 물었는지 역술인은 과연 뭐라고 답했는지 뒷말이 무성한 상황. 궁금해 미치고 팔짝 뛰던 기자는 마침내 그 역술인을 어렵게 찾아냈다. 쉬이 천기누설을 해주지 않으리라 각오하고 만났다. 그런데 이게 웬걸. 짐작과는 달리 역술이 너무나도 쉽게 입을 열었다.

 

‘기가 막혀서 아무 말 안 했어! 한 마디 했던 기억은 난다. 사람이 어느 자리에서 역할을 하려면 종잇장만큼의 무게는 있어야 하는데, 그만큼도 무게감이 없다고.’

 

술이 거나하게 취한 윤 춘장의 관상을 살피던 그는, 그 자리에서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어쩌다 관운이 터서 총장 자리에는 앉았는데, 자기 자리가 아니다 보니 춘장이 되었다.’ 이것이 그가 간신히 뽑아낸 관상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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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장과 조중동

 

뭐 어쨌든.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은 8월 두 번에 걸친 인사를 두고 ‘윤춘장 옥죄기 인사’니, ‘친정부 검사들의 요직 등용’이니 하며 고장 난 레코드처럼 떠드는 중이다. ‘채널A 이동재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유시민 찍어 내리기’ 공작 사건을 수사 중인 이정현 중앙지검 1차장의 검사장 승진(대검 공공형사수사부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유임 그리고 대표적 특수통 주영환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법무부 검찰과장 등을 지낸 이선욱 춘천지검 차장검사가 검사장 승진에 물먹은 것 때문이다.

 

이는 조중동이 인사 때마다 반복해서 내는 잡음이다. 아니 그럼 중앙지검장에 앉은지 6개월 밖에 안 된 사람을 교체하면 삼성 이재용 사건을 비롯해 현재 지휘하고 있는 수사사건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뿐인가 ‘권언유착’ 사건의 직접 이해당사자는 채널A 이동재 기자, 그와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동훈 검사장 그리고 희생양이 될 뻔한 유시민 작가이지 문재인 정부가 아니다. 이치에 맞지 않는 게으른 딴지에 불과하다.

 

더구나, 과거 정권에 복속하면서 수많은 시국사건에서 부당한 수사와 기소를 일삼으며 특수통 못지않게 영광을 누렸던 공안 검사도 검사장 인사에서 배제한 인사였기에 춘장 라인만 특별히 불이익을 준 인사는 아니었다.

 

실제로 이번 27일 인사에서 법무연수원 진천본원 총괄교수로 발령을 받은 이문한 전 고양지청장은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 참가자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수사했다. 그는 세월호 추모 집회 참가자가 태극기를 불태우자 국기모독죄 혐의를 적용했을 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추모 집회 주최자를 수사한 대표적인 공안통 검사다. 검사장 승진이 예상됐으나, 법무연수원 교수로 발령 났다. 사실상 좌천이다.

 

한마디로 검사장 및 고위간부 인사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이러한 내부의 자세한 사정과 평가 기준을 감안하지 않은 비판이다. 지난 27일에 발표한 차장 이하 중간간부 및 평검사 인사이동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스타검사는 없다

 

당초 8월 중순경으로 예상했던 차장 이하 중간간부 및 평검사 인사는 예년에 비해 많이 늦어진 건 사실이다. 보통 고위직 인사가 있으면, 내부에 공모를 받아 일주일 후에는 차장 이하 검사들에 대한 인사가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예정되었던 인사위원회도 한차례 취소되고, 내부 공모절차도 상당 기간 늦어졌다. 이때 검찰 내부에서도 분위기가 적잖이 뒤숭숭했다. 여름휴가를 내고 인사에 입김 좀 넣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 허리가 뻐근하도록 ‘잘 좀 봐 주이소’꾸벅이고 다닌 사람이 한 둘이 아니라던가 뭐라던가.

 

법무부도 이번 인사는 적잖이 고민이 깊었는지, 3일 자 인사를 27일 오전 발표하기로 해놓고, 한차례 연기한 바 있다. 막판 조율까지 애 꽤나 먹었다고 한다. 이번 인사의 큰 흐름과 특징을 살펴보면 사법연수원 기수 30기 검사가 차장검사에 34기가 부장검사에, 35기가 부부장 검사에 신규 보임됐다. 법무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개정법 시행에 앞서 검찰 직제개편을 위한 불가피한 인사임을 감안해 인사 범위를 최소화했음을 강조했다.

 

법무부는 인사에 앞서 검찰 직제개편을 추진한 바 있다.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과 검사정원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통과시켰다. 검찰의 직접 수사 부서를 대폭 축소하고, 형사‧공판부를 강화하기 위한 직제개편이다. 그동안 지적돼 왔던 검경 수사, 기소 분리의 일환이다.

 

그러면서도 고검장 및 고위직 인사에서 예고한 것처럼 “검찰의 중심을 형사·공판부로 이동하기 위해 일선 형사·공판부에서 업무를 충실히 수행한 우수 형사부장, 우수 인권감독관, 우수 고‧중경단 검사 등을 적극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신규부장 검사 승진 대상자도 검사 재직기간의 3분의 1 이상을 형사·공판·조사부에서 근무한 경우에만 보임했다. 이는 그동안 언론에 떠들썩했던 재벌 사건, 권력형 비리, 고위공직자 사건, 공안 사건 등을 맡아 소위 ‘스타 검사’가 승승장구하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그냥 묵묵히 검사가 할 일을 열심히 하는 검사들을 제대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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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고위직으로 갈수록 두꺼웠던 유리천장도 조금씩 깨부수겠다는 시도를 보인 인사이기도 했다. 이번 인사에서 법무부는 우수 여성 검사를 적극 발탁한다는 기조 아래 법무부 과장 6명, 서울중앙지검 부장 4명, 지청장 3명, 지검 차장 2명을 우수 여성 검사로 채웠다.

 

수틀리면 꺼내는 정의와 인권

 

늘 그렇듯 검찰 인사 후에는 사직서를 내고 뒷말이 나오는 후폭풍이 인다. 인사 이후 현재까지 사직서를 내거나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사직의 변을 남긴 검사들은 6~7명이다. 법무부에 사직 의사를 밝힌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10명 정도가 검찰을 떠난다.. 지금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건 이선욱 춘천지검 차장검사를 비롯, 김영기 광주지검 형사 3부장 등이 사표를 내 의원면직됐다.

 

나오는 뒷말은, 윤춘장 측근들을 좌천시키면서 ‘윤춘장 고립’을 심화시켰다든가, 현정권 관련된 사건 수사를 맡은 검사들이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던가, 추미애라인 검사들이 요직을 차지했다는 새로울 것도 없는 소리들이다.

 

‘권언유착’ 사건 수사 중 핸드폰 유심칩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과 몸싸움을 벌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장이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한 것을 두고 나오는 말이 많이 나온다. 이를 감찰하던 정진기 서울고검 감찰부장이 사표를 내면서 이러한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편, 검찰 직제개편으로 자리 자체가 없어진 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은 수사정보담당관으로 대검에 남았다. 윤춘장의 인사 의견이 수용된 인사에는 대해서는 평가 자체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저 춘장패싱, 친정부, 이성윤, 추미애 라인 우대만 줄기차게 외쳐대고 있다.

 

인사이동한 630명 중 눈에 띄거나, 재미있거나, 말 많은 인물들 인사이동만 짚어보자.

 

서울중앙지검에는 지검장이 1인 자고 2인자가 1차장이다. 1차장에는 텔레그램 ‘박사방’ 등의 수사를 지휘해 온 김욱준 서울중앙지검 4차장이 자리를 옮겼다. 2인자가 된 것이다.

 

이번 인사로 이재용 부회장의 기소여부도 빠르게 매듭지어졌다. 검찰은 1일 이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로 결론 내렸다. 삼성 합병 의혹 수사를 해온 팀원들이 모두 이번 인사로 자리에 변동이 생겨,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수사 중단’ 권고 이후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았다. 수사를 진행해 온 이복현 경제범죄형사부장이 대전지검 형사3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 사건을 지휘하는 신성식 제3차장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옮기게 됐다. 새로운 제3차장은 구자현 법무부 대변인이 맡게 된다. 역시 삼성 합병 수사팀 소속이었던 최재훈 중앙지검 부부장은 원주지청 형사2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춘장의 입’으로 통했던 권순정 대검 대변인은 이번에 차장으로 승진해 전주지검으로 전보됐다.

 

문재인 정권을 겨누었던 수사사건 담당 검사들도 변동이 생겼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김태은 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이 대구지검 형사1부장으로 자리를 이동하게 됐고, 라임 불법 정치자금 수사사건을 지휘한 조상원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장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2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사들도 자리 이동하게 됐다. 조 전 장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의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을 담당하던 이정섭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은 수원지검 형사3부장으로 옮겨간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을 맡고 있는 강백신 중앙지검 부부장은 통영지청 형사1부장으로 발령 받았다.

 

법무부의 검찰 직제개편에 따라 ‘윤춘장’ 보좌직들이 아예 자리가 없어지기도 했다. 박철웅 대검 과학수사기획관은 서울고검 형사부장으로 이동했고, 김도균 대검 반부패강력선임연구관은 서울서부지검 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예세민 대검 공공수사정책관도 자리가 없어지면서 성남지청장으로 발령받았다.

 

새로 생겨난 형사정책담당관은 박기동 대검 검찰연구관이 맡게 되었고, 대검 인권부가 폐지되고 새로 만들어진 인권정책관에는 이정봉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장이 임명됐다.

 

독고다이 핵인싸 검사들

 

춘장 라인도, 추미애 라인도 아니지만 인사 때마다 관심을 끄는 인물들이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다. 검찰개혁을 위해 내부에서 적잖은 돌을 맞아가며 싸우고 있는 임 검사는 이번 인사에서도 변동 없이 자리를 지키게 됐다.

 

임은정 검사만큼이나 대중적 관심을 끌고 있는 검사가 있으니, 페이스 북에서 풍자와 해학이 가득한 글로 춘장과 미래통합당류의 극우들을 고급지게 먹이는, 자칭 ‘겸허한 오징어’ 대구지검의 진혜원 부부장 검사다. 진 검사는 서울동부지검 공판부 부부장검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영전한 것 아니냐는 눈초리를 받고 있다. 지방에서 서울로 발령받았으니 승진한 것 아니냐는 것인데,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이번 부장검사 승진에도 물먹은 터라, 영전이라 할 수도 없는 데다, 진 부부장 검사의 희망 부임지는 따뜻한 남쪽나라 제주지검이었다고 한다. 본인의 의사와도 상관없는 서울 입성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김태일 간사 인터뷰

 

이번 검찰 인사를 두고 심화된 ‘윤춘장 옥죄기’냐, ‘추미애라인 영전이냐’ 등의 보수언론의 비판이 과연 타당한지 알아보고자 오랜 세월 참여연대에서 검찰개혁 및 감시를 해온 사법감시센터의 김태일 간사와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전문을 싣는다.

 

Q : 이번 검찰 인사를 두고 윤춘장 라인은 전부 좌천당한 ‘윤춘장 옥죄기’라는 언론의(정확히는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의)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 서울에서 지방으로, 수사 부서에서 비수사 부서로 가는 일반적으로 ‘좌천성 인사’로 보기는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관행이 그렇다는 것이고, 법적으로 그런 평가는 좀 맞지 않다.

 

법적으로는 검찰청 직제는 검찰총장과 검사 두 개다. 검사장이라는 직책도 사실은 지금은 법률적 근거가 없다. 법적으로 봤을 때는 그것을 좌천이라고 명확하게 판단할 근거가 없다. 수사 업무에서 비수사 업무로 이동하고, 수도권에서 근무하다 비수도권으로 근무지를 옮기게 되는 검사 인사는 당연한 것이지 좌천인사라고 볼 수 없다. 정기적으로 인사를 할 수밖에 없고, 검찰의 중심을 형사와 공판으로 가면서 직접 수사 부서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존에 그 자리 있던 사람들은 비수사 부서나 지방으로 갈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옮겨지는 사람들은 정말 극소수뿐이고, 지방이나 비수사직으로 가는 건 어쩔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그런 것만 보고 ‘좌천이다’, ‘승진이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건 좀 자료가 부족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다.

 

다만, 한동훈 검사 독직폭행 사건에 연루된 정진웅 검사 같은 경우 차장으로 올라간 것은 명백하게 승진이라고 볼 수가 있다. 다만, 그것은 좀 (사건 전체를 자세하게 놓고 봤을 때) 논란의 여지가 있고, 비판을 받을 만한 여지가 있다. 한동훈 검사의 경우 부산고검 차장으로 있다가 검언유착 사건이 터진 다음에 법무부가 감찰에 회부했고, 그 와중에 법무연수원으로 간 것이다. 똑같이 수사와 감찰을 받는데, 정진웅 부장검사가 차장으로 간 것은 비판받을 소지가 조금 있지만, 나머지 인사에 대해서는 단편적으로 (윤춘장 라인 좌천, 추미애 라인 영전이라고) 평가하긴 어렵다.

 

: 친정부 성향의 ‘추미애 라인’, ‘이성윤 라인’ 영전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A : 윤석열이든, 추미애든 누구누구 사단이라는 거 자체가 있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추미애 장관 같은 경우는 검사 출신이 아니다. 연수원 시절에 검사 시보 경험이 전부다. 그리고 장관 된 지 1년도 되지 않았다. 어떤 검사가 추미애 라인이고, 아니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제 겨우 인사 두 번 했는데, 누구는 추미애 라인이다라고 평가하는 게 충분하냐는 논의해봐야 할 문다.

 

: 그런데 또 인사 나면 잘 나갈 때는 가만히 있던 검사들이 자신들이 추미애 라인이 아니라서, 현정권에 밉보여서 사직한다며 꼭 이프로스에 ‘인권과 정의’ 부르짖으며 사직한다. 예를 들면 문찬석처럼.

 

: 이것은 법관이랑 검사랑 비교해보면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검사는 꼭 인사가 난 후에 사직한다. 그게 인사명령을 받고 사직하는 것을 막 거창하게 쓰고 반발해서 사표 내는 걸 당연한 것처럼 쓰는데, 물론 공무원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 크게 봐서 인사에 불만을 품고 나갈 수도 있는데 그것을 마치 엄청난 대의명분을 가지고 사퇴하는 것처럼 포장해서 언론 보도로 다뤄진다. 과연 이것이 타당한가?

 

법관의 경우는 인사 나기 전에 미리 사표를 쓴다. 인사에 불만을 품고 나간다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법관들 같은 경우는 중간에 나가는 것을 안 좋게 본다. 진행 중이던 재판을 그만두고 중간에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뭐 소위 말하는 ‘가오’ 이런 거가 없는 것으로. 나갈 때 나가더라도 인사명령 나오기 전에 나간다.

 

법관들은 ‘나는 인사에 불만 때문에 나가는 건 아니다’ 이런 게 있다. 인사 시점을 대충 예상해서 그전에 사퇴하고, 법원조직의 인사방침에 방해되지 않기 위해서 미리 사표 쓰고 나간다. 법원에서도 나갈 맘을 먹은 법관은 재판이나 법원행정업무에 저촉되지 않게 인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검찰은 인사 명령받아놓고 항의성 사표를 쓴다. 인사에 대한 불만 아닌가?

 

이번 인사로 검찰에서 열 명 정도가 사직 의사를 밝혔다. 작년 윤석렬 총장이 임명 때는 60명 그만뒀다. 10명이 많은 게 아니다. 작년 60명 나갈 때는 너무 사퇴 폭이 커서 법무부에서 추가 인사라는 걸 했다. 울산 가는 걸 취소하고 일산으로 가거나, 인천으로 가거나. 이미 났던 인사명령 취소하고 다른 인사 한 케이스가 열대여섯? 스물? 그렇게 많았다. 지금보다 그때가 훨씬 반발이 심했다. 지금은 오히려 상당히 조용한 편이다. 한 명의 검사가 일 년에 처리하는 사건 열몇 건일 텐 데 우리가 아는 건 한 건 정도 될까 말까 하다. 그런데 그걸 두고 언론에서 하는 인사 평가 타당하냐는 의문이 든다.

 

: 한편으로는 이 정권에서 중용시킨 인사들을 좌천시키는 이상한 인사라고 비판한다.

 

: 언론에 나오는 평가는 백 프로 동의하지 않는다. 인사에 대한 평가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 부부에 대해서는 추미애 장관이 조금 성급한 것은 있는 거 같다. 명분상 ‘직제개편을 하기 때문에 일 년이라는 기한을 채우지 않아도 된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오해를 받을 만한 정황을 연출한 것은 분명히 있는 거 같다.

 

그럼에도 지금 법무부는 상당히 탈검찰화가 됐다. 법무부 내에 있는 검사의 수가 많이 줄었고, 추미애 장관이랑 같이 손을 맞출 부장급들 중에서도 검사가 없다. 거의 공무원이다. 검찰기조 실장이나 검찰국장 정도가 검사다. 이것만 봐도 추 장관이 인맥 라인을 정교하게 잡아서 컨트롤할 수 있는 그런 법무부의 상황이 아니다.

 

다만, 이제 수사가 끝난 직후에 과도하게 이동을 하고, 보통은 일 년, 이 년 단위로 이동을 하는데, 텀을 줄인 것은 다분히 윤석열 총장을 의식한 면이 없지는 않아 보인다. 그냥 원칙대로 가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또 그것이 명확하게 잘못된 것인지 아닌지 평가하긴 어렵다. 조금 유의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조직개편 자체의 명분은 있다. 그것대로만 하면 되는데, 사이사이의 독소적이라고 할 만한, 윤석열 총장에 대한 견제 욕심이 아닌가, 고개를 갸웃거릴만한 게 중간중간 있기는 하다. 좀, 세련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

 

: 과거 전두환독재정권 시절에는 군 인사에 국민들 관심이 많았다. 지금은 아니지만. 지금 검찰 인사에 국민들 관심이 이렇게 집중되는 것 자체가 너무 정권이 검찰개혁한답시고 요란하게 해서 그렇다면서 오히려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있다.

 

: 검찰 인사에 대한 관심 자체는 필요하다고 보인다. 국가기관이니까 인사 공개와 견제의 대상이다. 다만, 원론적인 차원에서 평가하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고민이 된다. 조금. 대의명분 자체는 있지만, 재벌 수사를 누가 담당하느냐, 그 검사가 어디로 가느냐 하는 것만 드러나는데. 언론에 드러나지 않는 사건도 검사가 처리하는 사건이 무수하게 많은 데, 어느 정도 모니터링이 되느냐는 생각도 조금 든다. 평가 기준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