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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수난시대

2010-01-27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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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7.수요일


화성


 


돼지가 때아닌 수난을 당하고 있습니다. 구제역 확산으로 집단으로 살처분 당하는 당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요즘엔 '증자의 돼지'라는 이름으로 '더러운'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어제는 '증자의 돼지' 2탄이 나왔더군요. 1탄에서 약속대로 돼지를 잡아 준 아버지를 보고 감명을 받은 아들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다 말고 일어나 빌린 책을 돌려주러 갔다나요. 너무나 감동적인 얘기에 하마터면 눈물까지 흘릴 뻔 했습니다.


 



내가 그렇게 '만만하니'?


 


박그네는 그만큼 신뢰가 중요한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 이 고사를 인용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그녀가 인용한 이 고사를 두고 자기들 입맛대로 설전을 벌입니다. 친가카계 사람들은 무리한 약속은 지키지 않는 편이 더 낫다며, 세종시 문제를 빗댄 것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고, 친박계 사람들은 신뢰의 중요성을 역설한 매우 적절한 비유라며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억울한 죽음을 당해야 했던 돼지의 처지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물론 돼지는 언젠가는 죽게 될 운명이었던 건 맞습니다. 하지만 다른 이유도 아니고 철없는 아들과의 약속 때문에 갑자기 죽임을 당한 거라면 돼지 입장에서는 얼마나 분하고 원통한 일이겠습니까. 굳이 생명존중에 대한 얘기까지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증자가 돼지를 잡은 일이 자식 교육을 위해서 결코 옳은 일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고 자란 그 아들은 신뢰의 중요성은 제대로 배웠을 지 모르지만, 약속을 위해서라면 하찮은 생명쯤은 아무렇게나 죽여도 된다, 는 일방적 사고방식도 같이 배웠을테니까요.


 


 



과연 누구를 위한 약속이고 신뢰인가?


 


그런 증자의 가르침을 받고 자란 사람들이 지금 이 나라에도 무수히 많습니다. 자기들끼리의 밀약을 지키기 위해 미디어법을 날치기한 사람, 재개발 약속을 지킨답시고 시민들을 강제로 내몰다 결국 6명의 무고한 목숨까지 빼앗은 사람,  4대강 공약을 위하여 서민들에게 가야 할 보조금을 빼서 삽질하는 데 쓰는 사람...


 


그러한 이유에서 이번에 박그네가 국민과의 약속을 내팽개치고 수정안을 밀어붙이는 가카를 빗대어 말한 '증자의 돼지'는 그리 적절치 못한 비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었다면 굳이 중국의 고사까지 들먹일 필요가 없었다고 봅니다.


 


정직하게 살라는 어머니의 유언을 받들어 평생을 신뢰 하나로 살아 온 가카의 삶을 들여다보면 증자의 일화 보다 훨씬 더 교훈적인 것들이 많을 테니까요. 가카의 그 일화들을 다 열거하자면 밤을 새워도 어려울테니 여기에선 대표적인 두 가지만 소개하고자 합니다.


 


   가카의 돼지 1)







 


가카가 서울시장에 취임한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가카가 시청으로 출근을 하려는데 아들이 같이 가자고 떼를 씁니다. 이때 가카는 '집에 있으면 히딩크 감독과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정말로 아들을 시청으로 불러 히딩크 감독과 단독 사진촬영을 하게 합니다.


 


이에 놀란 시민들이 가카에게 따져 물었습니다. '마땅히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할 시장으로서 어떻게 아들을 그런 자리에 서게 할 수 있습니까. 더구나 반바지 차림에 샌들을 신고...이건 히딩크 감독과 국민들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닙니까?'


 


그러자 가카는 태연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아무리 사소한 약속이라도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후 이 사건은 자칫 가볍게 생각하기 쉬운 '신뢰'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일화가 되었습니다. 


 


 



아들과의 약속을 지킨 후 함박웃음을 짓고있는 가카


 


 


 


   가카의 돼지 2)







 


가카에겐 주연(39) 이란 장녀가 있습니다. 평소 약속을 소중히 하는 가카의 가르침을 받고 자란 주연씨가 어느날 여행을 가려는데 딸아이가 같이 가자고 떼를 씁니다. 주연씨는 이번에 집에 있으면 다음에는 할아버지의 전용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같이 가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그리고 여행을 다녀온 뒤에 이 사실을 바로 가카에게 말합니다.


 


그러자 가카는 자신의 가르침을 잘 따르고 있는 딸을 기특하게 바라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어이 비서관, 인도는 별로 볼 게 없으니까 인도에 잠깐 들렸다가 스위스도 한번 찍고 오는걸로 하지. 간만에 스키도 좀 타고 오게...' 그리고 정말로 딸과 손녀를 데리고 대통령 전용기로 해외여행을 갑니다. 


 



▲ 인도-스위스 해외 가족여행을  떠나는 가카 부부.


이 특별기엔 이미  장녀와 손녀가 타고 있었다. ⓒ청와대


 


이에 놀란 국민들이 가카에게 따져 물었습니다. ' 지금 국내 실업자 수가 4백만을 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삽질이니 세종시 수정이다 해서 국민들은 죄다 길거리로 나앉을 판인데, 그런 국민의 혈세로 가족여행을 가다니요. 지금 가카가 제정신입니까?'


 


그러자 가카는 태연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저와 제 아들놈의 약속이 중요하듯이 제 딸과 손녀가 한 약속도 중요합니다. 저는 할아버지로서 그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했을 뿐입니다.'


 


그 후 이 사건은 국민과의 약속이나 대통령으로서의 책임보다 어린 손녀와의 약속을 더 소중히 여긴 가카의 일화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가카도 박그네도 신뢰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신뢰의 그 어디를 훑어봐도 국민은 없습니다. 그들에게 있어 국민이란 존재는 하찮은 돼지-자기들끼리의' 신뢰를 지키기위해서 언제든 잡아먹어도 좋은 먹잇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가카와 박그네의 싸움에 죽어나는 건 국민들입니다. 나중 일이야 어찌 되던 간에 우선은  '돼지부터 잡고보자'는 생각으로 다들 칼 가는 일에만 정신이 팔려있으니까요. 이 싸움에서 누가 이기던 간에 돼지는 죽게 되어있습니다. 불쌍한 돼지만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