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28.목요일
MSL 결승전이 끝났다. 모르는 분들 위해서 설명하자면, MBC 게임 채널에서 주최한 스타크래프트 결승전이야. 관심 있는 사람한테는 나름 중요한 경기였다고. 현재 랭킹 1, 2위인 이제동과 이영호가 결승전에서 붙었으니까, 대박 매치였지. 이런 경기가 결승전으로 되기 참 어렵거든. 비유하자면 무릎팍도사에 유재석이 게스트로 나왔다거나, 좀 오바해서 100분토론에 녀오크와 류시민이 1:1 배틀 붙었을 때의 관심도라고 보면 될 거야.
근데 MBC게임이 아주 제대로 말아먹었지. 이 희대의 결승전을.
하나는 인재였지. 얘네들이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경기를 했는데, 이정도 매치업이면 체육관 하나 빌렸어도 만원 관중은 보장됐을 거야. 근데 새로운 중계를 한답시고 스튜디오로 끌어들이는 바람에, 관중은 한 천 명이나 됐을까. 그리고 선수들을 따로 모셔놓고 CG처리 해서 가상 경기장처럼 만들었는데…
이 가상 스튜디오는 선거 때마다 아나운서 나와서 개표현황 소개할 때 자주 하던 짓이지. 덕분에 그 천 명의 관중들조차 선수들에게 감정이입이 제대로 되지 않는 효과를 냈어. 아무리 게임 중계에서 중요한 게 게임 자체라고 해도, 관중들은 또한 선수들에게 애정이 있어서 오는 거잖아. 그걸 싹부터 잘라버린 짓이었지.

여기다 또 하나의 사건은 천재(天災)라고 해야 하나. 3경기 중간에 갑자기 컴이 다운됐어. 내부 정전이라고 하더군. 이때 상황이 이제동이 유리하긴 했는데… 그렇다고 이영호에게 1%의 가능성도 없었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고…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그런 상황에서 역전승이 전혀 나오지 않은 것도 아니었거든.
아무튼 심판진은 이제동의 우세승을 선언해버렸지. 이영호 소속팀에서 항의했을 거야 불보듯 뻔한 일이니, 그 때문에 경기가 거의 한 시간은 지연됐던 것 같아. 그 전의 두 경기는 아주 재밌는 박빙의 승부였고, 3경기째도 그런 흐름이었어. 근데 이 사건 때문에 흐름이 완전히 끊겼더군. 관중들 짜증은 별개로 하더라도 말야. 겨우 계속된 4경기는 아주 맥풀리는 내용이었고 결국 이제동이 3:1로 이겼어.
지난 주엔 온게임넷 결승전이 있었는데, 이번 결승전만큼 대박 매치는 아니었어. 이영호는 괜찮다 쳐도 진영화는 스타크래프트 마니아 아니면 이름 모를 선수지. 하지만 그 경기가 훨씬 긴박감이 넘쳤어. 개인적으론 온게임넷 중계진을 좀더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런 이유는 빼고 말야. 그 결승전에는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을 가득 채운 관중들이 있었거든. 그게 TV 화면으로는 제대로 알 수 없는 거라고 하더라도, 관중들 반응이 주는 효과는 마치, 대형 스피커에서 나오는 베이스음처럼, 웅장한 현실감을 준단 말씀이야. 그거랑 MBC게임의 가상 스튜디오 같은 걸 비교해보라고. 리얼리티의 차이가 대단하지.


사진출처: 포모스
근데 리얼리티란 어떻게 나오는 걸까. 좀 생각이 복잡했는데, 개인적인 결론을 거칠게 설명하자면, 현실 ? 관념 ? 현실의 순서가 있단 생각이 들어.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이 있고, 그걸 인식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관념’으로 개념화시키는데, 그렇게 정제된 관념을 다시 현실적인 무언가로 창조하는 작업에서 리얼리티가 발생한다는 거야. 현실 인식 없이는 관념이 생길 리 없고, 관념 그 자체로는 리얼리티고 뭐고 따질 수 없잖아?
우리가 예술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관념을 현실화하면서 생겨난 창조물들이겠지. 그러니 창조물이 현실 경험과 얼마나 유사성을 띠는지에 따라 대중성이 있는게 아닌가도 싶어. 많은 사람들은 현실 경험을 관념화하지 못하거나 그러려 하지 않아. 또 어떤 사람들은 머리 속의 생각을 현실로 옮기지 못하거나 그러려 하지 않지. 그런데 이 두 부류를 놓고 비교하면, 아무래도 전자의 수가 훨씬 많지 않겠어. 많이 나오는 말이지만, 이 따위 짓은 밥벌이와는 대개 상관이 없거든.
지금까지 논리에 동의한다면, 결론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위의 과정에 따른 창조물을, 경험할 수 있는 현실 자체로 받아들여. 따라서 정제된 관념을 현실화하는 과정은, 창조물의 리얼리티 획득에 있어 아주 중요하고도 고차원적인 작업임에도, 전혀 이해할 수 없거나 무의미하게 여겨지는 거야.
정물화와 추상화가 그런 예일 거야.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은, 추상화의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해. 리얼리티의 수준에서 논의한다면 아예 말을 잊고 말거야. 그리고 정물화를 추상화와 동일한 작업에 의해 창조된 게 아니라, 현실의 모사(模寫) 자체로 받아들이겠지. 따라서 추상화와 같은 작품은 상당수 다른 수단으로 리얼리티를 얻고 있어. 일명 권위에 따르는 대중성. 권위 있는 비평가가 그 의미를 부여해주면서 오오 뭔가 있나보다 하면서 관심을 갖게 된다는 거야.

[출처] 추상화가 '칸딘스키'|작성자 고서리
서설이 길었어. 이제 본론으로.
여러분은 <아바타>를 어떻게 봤어? 그 영화가 무슨 의미가 있는 거 같애?

그건 인정할 테니까 잠시 보류. 그 요소를 제외하면, <아바타>의 현실 비판 내용은 치졸한 면이 많아. 미국이 그런 못돼먹은 자식들인줄 몰랐던 사람들에게는, 꽤 괜찮은 효과가 있겠는데, 솔직히 그거 모르는 인간들이 미국 밖에 있냔 말야(딴나라에는 있을지 몰라). 그 정도 현실 인식은 이젠 새삼스럽지 않다고. 진짜 문제는 그런 인식을 어떻게 현실에 반영할 것인가잖아. 아까 위에서 말한 논리라면, 관념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얻는 리얼리티라는 거지.
근데 <아바타>는 거기에 대한 고민이 없어. 지독하게 보수적인 주제, 헐리웃의 100년 사골국물인 ‘사랑’ 때문에 주인공의 행동이 변한 거잖아. 솔직히 이건 아냐.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드래곤 등짝도 탈 수 있다고 한다면, 제 가족 배불린다는 명목으로 딴나라당 지지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잖아? 강바닥 삽질은 어때? 주인공은 서슴지 않고 살인도 하던데 거기 대면 아무것도 아니지 뭐.

개인적으로 괜찮게 본 내용은, 군인들이 회사의 명령을 듣는다는 설정이었어. 자본의 수익성에 따라 군대가 움직일 수 있다… 근데 카메론이 감독한 <에이리언 2>도 같은 설정이었거든. <에이리언 2>가 나온지 20년이 넘었지만, 이 부분에서 카메론의 현실 인식은 여전한 모양이야. 당시로선 이 설정이 꽤 신선했는데, 이제 와선 새삼스럽지 않게 됐지.
따지고 보면 <터미네이터>의 사이버다인도 그렇고, 타이타닉 호를 띄운 무모한 사업가들도 그렇고, 카메론이 기업을 곱게 보지 않는 구석이 있다는 게 느껴져.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모든 회사가 그런 것도 아닌데, 카메론이 창조한 영화 속의 기업들이란 다들 이익에 눈이 뒤집혀 어리석은 행동을 고집하는 걸로 그려지거든. 아직 현실에서 기업이 군대를 거느릴 순 없으니까(최소한 표면적으론) 이런 메시지는 현실의 단순한 모사가 아니라, 그걸 리얼하게 표현한 창조물이라고 봐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생겨. 그런 주제의식을 가진 감독이, 왜 앞서 말한 패권주의 요소 같은 건 그 정도 수준에 머물렀을까?
그 해답은 <아바타>가 진짜 달성하려 했던,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영화적 성과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 제임스 카메론이 들쭉날쭉한 멍청이가 아니라는 가정에서는 말이야. 이 영화의 위대한 부분은, 역시 기술에 있어. 컴퓨터그래픽.

근데 <아바타>는 어느 세계 자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CG로 만들어낸 거야. 관중들이 모인 콘서트장에서 특수효과를 내는 게 아니라, 선수들을 가상 스튜디오로 밀어넣은 쪽이라구. 지금까지 경험으로는, 그런 시도는 MBC 게임의 결승전 마냥 아주 난처한 결과물을 내놓았어.
이 영화를 보니까 예전에 상영한 <파이널 환타지>가 생각나더군. 그 영화는 배우를 안 쓰고 전부 만들어냈으니까 <아바타>랑 똑같진 않아. 하지만 전체 세계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선 유사하지. <아바타>에서 배경이 실사인 부분은 실험실 장면 정도일 테니 사실 똑같다고 봐.
그러나 <파이널 환타지>는 아주 난처한 영화였지. 이렇게 창조된 가상 현실에선 리얼리티를 느끼기 쉽지 않아. 완전 별세계니까. 딴나라당이 샘숭의 노조 설립을 찬성할 법한 세계란 말이지. <파이널 환타지>는 게임의 연장선상에서, 게임 수준의 캐릭터와 주제 의식을 벗어나지 못했단 문제가 있었어. 그게 어수룩하단 소리는 아니야. ‘파이널 판타지 10’을 500시간 넘게 플레이하고 모든 몬스터를 다 깬 유저로서 말하는데, 게임의 세계관은 결코 흐리멍텅하지 않아. 주제가 사랑 타령 일색이라고 해도, 그게 리얼리티 부재와 동일어는 아니지. 세상 모든 유행가가 그렇듯이.
문제는 리얼리티를 획득하는 과정이 다르다는 거야. 게임은 유저가 직접 콘트롤러로 명령을 내리고 수행해야 진행이 되잖아. 그러니 진행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그러면서 캐릭터를 자기와 동일시하고 스토리를 자기 일인양 받아들이게 되지. 그게 잘 안되면 게임으로선 실패작이 되는 거고, 잽싸게 중고로 팔아 버리는 게 현명한 거야. 그런 면에서 게임인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마 훌륭한 리얼리티를 얻고 있어. 유저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끊임없이 게임 속 세계와 자기 현실을 비교하게 마련이거든. 그런 효과를 의도하고 장치하는 건 쉬운 일이 아냐.
하지만 영화인 <파이널 환타지>는 능동적일 수가 없어. 보여주는 대로 앉아있는 게 관객이야. 그러니까 수동적인 관객을 끌어들일 장치가 시각 요소만으로 되는 게 아니지.

파이널 판타지 10의 명장면.
손발이 오그라들만큼 유치할 수도 있지만,
게임 내에 동화되고 나면 눈물나게 감동적인 장면이지.
이 점에서 비교해보면, <아바타>가 왜 미국의 패권주의를 연상시키는 현실 요소를 집어넣었는지 이해가 될 거야. <해리 포터> 시리즈가 왜 소설과 달리 현실적 리얼리티를 많이 생략했는지 비교해볼 수 있겠지. 해리 포터 영화에서는 판타지 요소를 아무리 집어넣더라도, 어쨌든 실제 사람이 연기하고 현실을 본뜬 배경이 등장하는 이상, 관객들은 영화 속의 장면을 자꾸 현실과 연계시키게 돼 있거든.
영화 관객들은 대개 도시인일 확률이 많잖아. 초원이나 사막에 살 확률보단 확실히 많지. 그러니까 해리 포터 시리즈는 될 수 있으면 비현실적 장치를 많이 집어넣는 게 좋겠지. 이와 반대로,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비록 실제 배경이지만 도시 건물 같은 건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스토리나 효과 면에서 좀더 현실을 연상시키는 장치를 많이 집어넣을 수밖에 없다구. 해리 포터의 지팡이에선 불꽃이 현란한데 왜 간달프의 지팡이는 그런 효과를 넣지 않았을까 이해가 되지 않남.

<반지의 제왕>은 물론 CG 효과가 많이 들어간 영화지만,
시각적으로 도드라지는 판타지를 배제하려 애썼어.
간달프와 사루만의 대결 장면을 연상해봐.
두 마법사의 대결인데도 시각효과는 오히려 제한했지.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이 영화도 점차 현실적 성격이 강해지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아바타>가 현실 요소를 거의 날것으로, 그러니까 대국 패권주의와 환경보호 사상을 그다지 가공하지 않은 채로 넣은 이유는, <아바타>가 완전 구라로 창조된 CG의 세계이기 때문이라는 거지.
여기서 작가들은 갈등이 생겨. 주제의식을 좀더 진전시키면 어떨까? 이건 너무 뻔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랬다간, 많은 관객들이 마치 추상화를 보듯이 영화의 리얼리티를 몰라볼 위험성이 있어. 반면 비평가들로부터는 기술과 주제가 조화된 작품이라고 칭송받겠지. 이건 답이 뻔한 문제인데, 흥행을 노리는 영화가 비평가들이나 지식인의 평가를 우선시할 순 없잖아. 이제는 예산이 하도 많이 들어가서, 헐리웃도 <아바타>같은 영화가 망했다간 회사 두 개쯤은 엎어질 걸. 그러니까 <아바타>는 <타이타닉 2>가 돼야 하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속편을 추구할 순 없는 거야.
그러니 <아바타>가 괜찮은 영화냐를 따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평가돼야 할 점은 ‘CG로 구현된 세상의 리얼리즘’일 거야. 스토리나 캐릭터는 그걸 위한 부차적 도구였단 말이지. 보통 감독들은 하고 싶은 얘기를 위해 기술과 효과를 동원하는데, <타이타닉>도 그런 영화였고, <아바타>는 그게 반대야. 기술과 효과를 위해 얘기를 수단으로 삼았다는.
과연 그게 정말 중요하느냐는 의문도 들 거야. 꼭 그렇게까지 해서 외계 행성과 외계인을 만들어야 했는가? 그렇게 물어본다면 영화 만드는 감독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하는 거겠지만, 개인적 추측으론 당근 빳다 100% 동의할 거라고 봐. 감독들은 말이야, 바로 그렇게 자기 머리 속의 관념을 시각화하고 싶어서 안달하는 양반들이니까. 여건이 안돼서 못하는 거지. 어떤 감독이 엄청난 예산을 들여서 새로운 세계를 영상화했다, 그럴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엄청 부러워할 걸.
영화의 내러티브, 주제 의식… 중요한 거 맞아. 하지만 제임스 카메론은 그런 영화 세계를 보여준 적이 없어. 이 사람은 그 시기에 가장 혁신적인 CG 기술을 영화에 어떻게 적용하는가가 관심인 사람이고, 그러면서도 영화 감독의 기본적 자질을 지니고 있다는 면이 뛰어난 거야. 밸런스를 따지면 본업이 영화기술자이고 부업이 감독 정도랄까. 그런데 영화감독 중에서, 이 정도의 밸런스를 가진 인물이 없다는 게 중요해.
개인적으론, 조지 루카스도 이 밸런스 측면에선 카메론에 한 수 뒤진다고 생각해. <아바타>의 스토리와 캐릭터가 허술하다고 해도 <스타워즈> 에피소드 1, 2, 3보다는 낫잖아. 스티븐 스필버그와 비교하면 기술자 측면에서 카메론의 비교우위가 있지. 전투력 비교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카메론의 위치가 아주 독특하다는 소리야. 그 독특함이 <아바타>를 관람할만한 논리적 근거가 되겠지.

<터미네이터 2>에서 T-1000의 공포감을 기억할거야.
완전 이해해야만 가능한 효과였어. 배우의 연기도, 스토리도 아닌,
CG의 성과물에 압도되는 경험은 정말 처음이었지.
마지막으로 흥행 얘기만 좀 해볼게.
<아바타>가 한국에서 가장 흥행한 외국 영화가 됐어. 그 이유는 당연히, 저 훌륭한 시각 효과 테크놀로지 때문이겠지. 그렇지만 더 주목해야 할 점은, 굳이 더 비싼 돈을 주고라도 3D나 아이맥스 체험을 해보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야. 이거야말로 한국이 문화적으로 앞서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어.
얼리어답터라고 하잖어, 새로운 걸 먼저 경험해보려는 사람들 말이야. 그런 사람이야 어느 나라든 있겠지만, 한국은 이 얼리어답터의 성향을 거의 모든 국민들이 공유한다는 특색이 있어. 단지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그러지 못할 뿐, 여건만 되면(그러니까 큰돈 필요한 품목이 아니라면) 최첨단의 기기 사용과 문화 향유에 아주 적극적이야. 대표적인 물품이 휴대폰 아닐까 하는데, 우리는 휴대폰의 어떤 기능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단지 ‘새것’이고 ‘최첨단 기능’이 적용됐기 때문에 그걸 구매하거든. 바꿔 말해서, <아바타>를 본 사람들이 정말 영화를 보고 싶어서 간 건지, 아니면 최첨단 기능의 경험 때문인지 자문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아?
<아바타> 보러 3D 및 아이맥스 영화관을 굳이 찾아가려는 사람들이 있고, 오직 화면 죽인다는 이유로 최고 흥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영화 업계에선 아주 고무적인 일이지. 얼리어답터적 성격이 시장의 파워로 이어질 수 있는 나라는 흔치 않거든.
사실 쪽수로 따지면 한국 시장은 작아. 그런데도 헐리웃 배우들이 굳이 여기까지 와서 홍보를 하는 이유는, 영화의 실험적 성격에 대해 한국 관객은 아주 수용적이라서, 작가주의부터 영상 테크놀로지까지 어떤 분야든 ‘제대로 만들었다’고 평가되면 그게 곧 흥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이겠지(예술영화인 왕가위 작품이 흥행한 나라도 한국이란 말씀). 게다가 한국의 문화적 이미지가 꽤 높게 형성돼 있으니 다른 나라에 선전하기에도 좋고. 아, 한국은 미국 직배사가 많기 때문에 거의 전세계에서 최초로 개봉하고 있어. 일본도 대개 우리보단 늦다고. 대신 우리나라의 영화 수입사들은 돈을 못 벌지만.
실험적으로, 한번 이렇게 등급을 매겨보면 어떨까 해. 반응 보고 좋으면 계속해보고.
(10점 만점)
감상할만한 가치: 10점
이 영화처럼 눈을 현란하게 만들 영화는, 현재로선 비교대상이 없어.
흥행 여부: 10점
이건 과거형이니까 당연하겠지. 3D로 보려는 사람들 때문에 롱런도 가능.
예술성: 6점
기술도 예술적 요소인데, 그건 만점. 하지만 스토리와 주제의식은 1점.
장점 하나만 고르라면
<아바타>는 기술 면에 있어 향후 몇십 년간 영향을 줄 기념비적인 영화임.
단점 하나만 고르라면
스토리와 주제의식은 당근 중요해. <아바타>는 스스로 걸작이 될 기회를 포기했어.
비유하자면?
아주 먹음직스런 왕만두. 이렇게 크면서도 윤기 좔좔 흐르는 만두는 딴 가게에 없어. 근데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이미지에 비해, 맛 자체는 평범한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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