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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국이 잘못한 거 별로 없이 억울하게 당했다고 생각하지만, 이 기사는 조국이 잘했는지 잘못했는지를 따지기 위한 기사가 아니다. 그러니 조국의 잘못이 있네 없네 따지고 싶은 사람은 굳이 이 기사를 읽지 않아도 되지 싶다. 한 발 떨어져서 바라본 조국 사태의 본질은 ‘검찰 쿠데타’란 얘기를 하기 위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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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의 객관적 사실
 

한 발 떨어져서 조국 사태를 보자. 우선 조국 사태에서 벌어진 일들을 나열해보겠다.

1. 법무부 장관이 되어 조국이 하려고 했던 일은 검찰 개혁을 필두로 법조와 사법의 부조리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며, 조국은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해 온 사람이다.

2.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3. 제일 처음에 등장한 조국의 문제는 사노맹 문제였다.

4. 이후 웅동학원 회계 관련 의혹부터 시작해서 사모펀드 의혹 등 의혹이 줄줄이 사탕처럼 쏟아졌다.

5. 이때까지만 해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별 반응이 없던 여론은 딸의 입시와 관련된 의혹을 기점으로 급속도로 부정적으로 변했다.

6. 딸의 입시와 관련된 온갖 의혹이 쏟아졌다. 표창장 위조, 허위 인턴, 허위 논문 등 온갖 의혹 보도가 쏟아졌다.

7. 동시에 검찰은 조민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곳이라면 압수수색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많은 곳을 압수수색했다.

8. 당시 조국 장관의 자녀 의혹을 제기하는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원 자녀에 대한 전수조사 실시를 주장했지만 이후 조국 외에 다른 사람의 자녀 입시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9. 딸과 관련된 의혹 보도들은 거의 다 검찰이 아니면 알 수 없고 확인할 수 없는 사실들에 대한 보도였다. 다시 말해, 검찰발 보도였다.

10. 언론은 조국에 대해서 검찰발로 짐작되는 온갖 의혹을 쏟아냈고, 검찰은 ‘공식적’으로는 거의 발언을 하지 않았지만 자신들을 향한 의혹에는 한식인지 중식인지까지 세세하고 즉각적으로 반박했다. 

11. 검찰에게 불리한 사실들이나 조국에게 유리한 사실은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12. 검찰은 조국이 하명 수사와 감찰 중지를 지시했다며 청와대를 압수수색 하기도 했다.

13. 검찰이 조국을 11가지 혐의로 기소했지만, 이 기소는 전부 코링크 사모펀드와 딸의 입시비리와 관련된 것이다. 이전에 검찰발 뉴스로 짐작되는 다른 모든 의혹들은 하나도 기소하지 않았다.
 
이상이 조국 사태 때 벌어진 일 중 내가 기억하는 사실들이다. 이것들은 벌어진 일들에 대한 사실의 나열이다. 조국이 잘못했다고 하는 사람이건 잘못한 게 없다고 하는 사람이건 위에 얘기한 사실에는 대체로 동의할 것이다.



한 발 떨어져서 본 조국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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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떨어져서 이 사실들을 바라보도록 하겠다. 물론 어느 방향으로 한 발 떨어져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관점의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이 글은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한 발 떨어졌을 때 무엇이 보였는지에 대한 얘기다.

1) 조국은 검찰을 개혁의 대상으로 바라봤으며, 조국이 지속적으로 주장한 검찰 개혁의 방안 중에 핵심은 검찰이 절대로 놓고 싶어하지 않는 기소권 독점 해체와 수사권 포기도 포함되어 있다. 즉, 조국은 검찰이 절대 원하지 않는 일을 하려고 했으며 검찰의 상급 기관인 법무무의  장관이 되기 직전이었다. 검찰은 조국이 장관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2) 검찰은 조국 수사에 유례가 없는 초대형 수사팀을 꾸렸다. 특수 1, 2, 3부 등 특수부 검사 거의 전원에다 그도 모자라 2차장 밑에 강력부 검사에 남부지검에서까지 검사를 파견했으며 수사팀이 검사 20명을 비롯해 200명에 넘는다는 얘기도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200명이 넘는다는 사실은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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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사 내용 中 일부캡처 / 출처-<동아닷컴 링크>
 

이는 검찰이 단일 사건에 투입한 거의 최대의 물량이며, 최순실 국정농단을 비롯한 어떤 단일 사건에도 검찰에서 이런 수사팀을 꾸렸던 적은 없다. 이는 검찰이 조국을 굉장히 중대한 범죄자로 파악했거나 조국을 어떻게든 장관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표창장 위조나 사모펀드에 몇억을 투입한 것이 얼마나 중대한 범죄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보다 규모가 큰 범죄는 이전에도 많았으나 단 한 번도 이런 수사가 이뤄진 적은 없다. 또한 사태 초반에 나왔던 태양광 신호등이나 웅동학원 이야기는 아예 사라져버렸다.

또한 검찰이 조국 혹은 그의 가족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한 표창장 및 입시와 관련된 범죄는 조국이 민정수석이 아니라 서울대 교수를 하고 있을 때 벌어진 일이다. 당시는 한나라-새누리당 정권 때이므로 조국이 권력을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3) 딸의 입시 부정이 이뤄졌다고 검찰이 주장하는 대학교는 물론이고 딸이 봉사활동을 한 코이카까지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수사 시작 한 달만에 언론에 알려진 곳만 70여 곳을 압수수색했으며, 이후에 100여 곳 이상이 압수수색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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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명수사 의혹 등과 관련해 청와대까지 압수수색하려고 했던 검찰이 이재용의 삼성 불법 상속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 한 장소는 53곳이며, 신천지 사태가 터지고 나서 검찰은 신천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거부했다.

4) 검찰 특수부가 입시비리를 수사한 적은 조국 장관 외에는 단 한 차례도 없다.

5)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황교안과 조국에 대한 검찰과 언론의 태도를 보면 기소/보도하는 것으로 명예를 세우고, 기소/보도하지 않는 것으로 돈을 번다는 말과 검찰/언론의 진짜 권력은 기소/보도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있다. 검찰/언론은 진짜 권력을 행사하는 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조국 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팀 물량 공세와 무차별, 전방위적 압수수색은 검찰이 이 사건을 단순한 범죄 수사로 바라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특히 일가족을 먼지털 듯 수사하는 이런 수사방식은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검찰이 선하건 악하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수사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 의도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인혁당 조작이나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처럼 박정희나 전두환 때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쥐코 동영상 때문에 경영하던 회사를 뺏긴 KB한마음 김종익 대표, 4대강 반대 운동을 하다 공금횡령 혐의로 징역살이를 한 환경운동연합의 최열 대표, 서울시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 씨 등 검찰의 조작에 의한 숱한 피해자들이 계속 존재했다는 사실과 정경심 교수 PC에서 총장 직인이 나왔다는 허위보도, 검찰이 표창장 위조 과정 재현을 거부한 사실 등을 감안하면 검찰에서 조국 사태와 관련해 언론 플레이나 조작을 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부연설명
쥐코 동영상이란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영상으로 재미 유학생 ‘제이 킴’이라는 이가 2008년에 만든 영상이다. 제목은 ‘한국에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이지만 영화 ‘식코’에 빗댄 ‘쥐코’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는 이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공유했다는 이유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로부터 불법사찰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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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YTN>

 

역대급의 물량투입, 역대급의 검찰발 보도량, 역대급의 압수수색 그리고 이런 물량 공세와 대조되는 경미한 범죄혐의와 초라한 수사 결과. 이 모든 것들은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검찰은 무슨 수를 써서든 조국을 끝장내기를 원했으며 재판 이전에 여론에 의해 조국을 사회적으로 매장하려고 했다.

조국을 매장한다는 것은 다시는 누구도 검찰의 개혁을 말하지 못하게 만들어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기소, 수사권 독점구조 또한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조국을 임명 단계부터 수사해 청문회 날에 기소를 한 후 별건 수사란 말이 무색할 정도의 수사를 한 것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메시지이며, 이는 선출 권력인 대통령의 인사권에 임명된 권력인 검찰이 대항하려고 했다는 의미다. 얼마 전에는 조국 사태를 지렛대 삼아 대통령 탄핵까지 나아가려 했다는 MBC <PD수첩> 방송이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조국 사태는 ‘검찰 쿠데타’라고 명명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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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 지난 9월 8일 방영분.
 

지난 9월 8일 방영된 방송에서 <PD수첩>과 현직 검사의 인터뷰 내용이다.
 

“대윤(윤석열)이랑 주위 사람들은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과반 될 걸로 확신하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그렇게 되면 공수처법안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법안을 다시 내서 뒤집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작년이나 올해 1월까지는 탄핵까지도 염두에 뒀으니까요.”

“대통령 탄핵이요?”

“다 그림을 그리는 거잖아요. 조국 수사할 때, 정유라(최서원 딸)를 했던 것처럼 조민(조국 딸) 이렇게 해서 그 부분을 건드리고,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에 맞춰서 울산 시장 선거개입 그림을 그렸단 말이에요.”

 

사람에 따라서는 조국의 범죄혐의가 너무 막중하기 때문에 혹은 법무부 장관이라는 지위의 중요성 때문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의 주장은 단 한마디로 반박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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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 교 . 안.
 

황교안은 자녀의 입시부터 시작해서 본인의 병역이나 재산까지 범죄 의혹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검찰이 황교안의 발톱이라도 건드렸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검찰은 자신들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조국을 낙마시키려고 했다.

그 이유는 조국이 검찰을 개혁하려는 첫 법무부 장관이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조국의 검찰 개혁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개혁 방향과 일치하며 법무부의 외청에 불과한 검찰청이 이런 식으로 저항하는 것은 쿠데타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다른 면에서 한 발 떨어져 봐보자
 

다른 면에서 한 발 떨어져서 바라보자. 우리나라 정부에는 국세청, 관세청, 통계청을 비롯해 17개의 청이 있고 이 중에 하나가 검찰청이다. 국세총장이, 관세총장이란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유독 검찰청만 청장이 아닌 총장이란 직책명을 사용한다. 또한 산림청장이나 소방방재청장 인사에 반발했다거나 직속상관인 장관과 대립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는 검찰이 비선출 권력이면서도 수사, 기소권을 독점한 덕에 선출 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지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비선출 권력이 선출 권력을 통제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

과거 정부 특히, 군사 정권에서는 국정원 등 정보기관을 통해 정권이 검찰을 통제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두드러져 보이지 않았지만, 김대중 정부 이후 정권이 검찰이 통제할 능력-이른바 그립이라고 하는-은 점차 약화되었다.

검찰은 비선출 권력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선거로 통제할 수 없으며, 합법적으로 정권을 견제할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정권은 검찰총장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 외에는 아무 견제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은 내부승진으로만 이뤄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검찰이란 조직을 견제할 합법적인 수단은 없는 셈이다.

인사권을 휘둘러 국가를 통제하던 박근혜 정권조차 자신들의 선거 부정을 수사하는 검찰총장을 교체하려고 혼외자 문제를 터뜨렸다는 사실은 검찰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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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겨레>
 

조직으로써 검찰은 자신들의 수장을 날려버린 정권에 대해 적개심을 키우고 있었을 것이며 최순실 국정농단 국면에서 검찰이 그 누구보다 열심히 활약한 데는 채동욱 교체가 한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렇게 막강한 검찰이 대통령이 바뀌고 장관이 바뀌었다고 순순히 자신들의 권력을 내놓을 리가 없다. 이게 한 발 떨어져서 바라본 조국 사태다.



한 발 떨어져 추미애 장관 사태를 바라보자
 

현재 추미애 장관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을 한 발 떨어져 보자. 조국 사태와 거의 같은 메커니즘으로 검찰과 언론과 야당과 진보 진영이 움직이고 있다. 몇 가지 차이점은 있지만, 추미애는 검찰 개혁을 말하며 검찰과 대립하고 있는 법무부 장관이며, 범죄인지 아닌지조차 애매모호하고 사소한 일에 수많은 기사가 쏟아지고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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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일보>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검찰은 신천지에 대해서 압수수색 영장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병역 비리 얘기가 반박되는 거 같으니 축구단 얘기를 꺼내기 시작한 것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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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탬플릿은 수구 진영에서 윤미향 의원을 공격할 때 작성했다. 추미애 장관 아들과 관련된 요즘에도 이게 수학 공식이라도 되는 것처럼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 발 떨어져 보지 않으면 그저 조국이 나쁜 짓을 했나보다 윤미향이 나쁜 사람인가 보다 추미애가 아들한테 특혜를 줬구나 라는 생각만 하게 된다. 누군가는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기를 바라며 매번 같은 일을 벌인다. 우리가 한 발 떨어져서 사건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다.

검찰/언론이 조국과 추미애를 대하는 약간의 온도 차는 5선 의원이라는 추미애의 관록과 온건과 강경한 이미지, 최근 조국이 언론사와 기자들을 고소하기 시작했다는 사실 때문인 것 같다. 한마디로 패도 괜찮을 때는 마음껏 패다 패면 자기도 다칠 거 같으니 조심하기 시작했단 얘기다.

대선자금 마련, 표창장 위조, 황제 휴가 같이 언론이 만들어낸 워딩에 눈길이 쏠려 개별적인 사건에만 집중하다 보면 터무니없이 제기된 의혹은 계속 흘러가고 새로 던져진 근거 없는 의혹에만 눈길이 쏠리고, 뭐가 있었으니까 의혹이 제기됐겠지 하는 느낌만 남는다.

잘못했다는 느낌이 누적되다 보면 저놈 진짜 나쁜 놈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보도가 쏟아지면 그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 사실이라면 얼마나 중대한지 따져볼 생각은 못한 채 자신의 느낌을 유무죄와 중대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아 판단하는 사람이 늘어나게 된다.

언론의 프레임과 보도량에 말려들어가 영향을 받아 전후와 좌우, 시비를 제대로 가리지 못하고 사리분별을 못하고 무턱대고 욕하기 바쁜 사람들을 일러 개돼지라 한다면 나는 그 호칭에 매우 동의한다. 또한 이런 일은 고대부터 인간사회에 늘 있었던 일이다. 이순신이 괜히 한양으로 불려 올라간 게 아니다.

물론 진중권은 또 다르다. 이 분은 이걸 통해 자신의 콤플렉스를 해결하는 동시에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 그걸 니가 어떻게 아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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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한 발 떨어져 바라본 조국 사태는 얼핏 보았을 때와 전혀 다른 사건이 돼버린다. 이래서 한 발 떨어져 바라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다음 편
 

다음 편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의협 파업, 2022년 대선 등을 한 발 떨어져 바라보면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