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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안을 만나다

2010-02-0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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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2.화요일


딴지총수


 


오늘로부터 정확히 4개월 후 지방선거가 있다. 이 선거,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정파에 절대 변곡점이다. 서울시장선거는 그 꼭지점. 하여 본지, 대선에서나 가동하던 전통의 뽕빨이너뷰, 시작한다. 오늘부터 가능한 모든 잠재적 서울시장 후보들을 만나리다.


 


그 첫 주자 이계안이다. 2번 타자는 원희룡. 3번은 유시민. 여기까진 이미 만났거나 확정이다. 나머지 역시 이번 달에 모두 만난다. 기대하시라. 자, 가자.



인터뷰는 12월 30일, 오후 2시 종로구 내자동의  2.1 연구소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본지에선 총수와 신짱 출동. 게재까지 한 달을 묵은 이유는 나머지 후보들과의 일정 조율 때문.


 











 





그는 서울시장 잠재후보군 중엔 정치 신인급. 정치인 이전에 대체 어떤 자연인인지부터 궁금했다. 해서 대뜸 들이대기부터 했다. 답변이 궁금해서가 아니라 태도가 궁금해서.


 


총: 지난 서울시장 때도 열린우리당 경선에 출마하셨는데, 우선 이것부터 여쭙고 싶습니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는 왜 오세훈이 이겼을까요?


 


이: 강금실 후보가 되고 오세훈 씨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는 순간, 제가 우리는 졌다고 생각을 했어요.


 


총: 이유가 뭘까요?


 


이: 선거라는 게 누가 서울시민, 유권자들 마음을 읽고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린 건데, 오세훈 후보라는 없던 후보가 나타난 거에요. 그때까지 여론조사 해 가지고 강금실 후보가 결정이 됐을 때 한나라당에서 거론이 되던 맹형규, 박진, 홍준표 등등은 강금실에 다 뒤졌거든요. 그래서 오세훈이 후보가 된 거예요. 우리는 오세훈이 되리라고 생각도 안 했는데 굉장히 복잡한 당내 정치 프로세스를 거쳐가지고 오세훈을 만들더라구요.


 


그래서 한나라당이 굉장히 처절하게 생각하고 있고 2006년뿐 아니라 2007년, 2008년 선거를 이겨야 되겠다는 의지가 우리 진영보다 훨씬 더 강하다. 준비도 잘 하고 있다. 그래서 질 거다. 라는 이야기를 했더니 그때 어떤 온라인 신문이 보도해서 난리가 난 적이 있었어요.


 


총: 오세훈 이전에 거론되던 여러 후보가 있었는데 그 후보들을 다 제치고 무리를 해서라도 오세훈을 내세우는 걸 보니 한나라당이 그만큼 절실하다. 그래서 우리가 질 거다?


 


이: 그렇죠.
총: 선거라는 건 다들 절실하죠. 절실하다는 것만으로 이기거나 지지는 않잖아요?


 


이: 당이 선거에 임하는 태도가 얼마나 절실하냐는 거죠. 전쟁에 임하면서 절실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선거에 나가겠다는 의지도 가지고 있고 정책도 준비하던 3명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 다 제치고 정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준비한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오직 강금실에 이긴다는 것 하나에만 걸었단 말이에요. 한나라당이 공당인데 정당 정치라든지 그때까지 주장하던 정책에 대해선 제치고 선거에서 이기는 것에만 포커스를 맞추더라구요.


 


총: 그런 의미라면 당시 열린우리당도 크게 다르지 않았잖아요? 강금실 전 장관을 데리고 온 것부터.


 


이: 데려왔다기 보단 이미 청와대를 중심으로 해서 지방선거에 대해서는 판이 짜여 있었죠. 장관 할 동안에 당원으로 가입하지 않았다는 것은 있었지만 2006년에 들어서는 서울은 누가 경기도는 누가 이게 다 정해져 있었잖아요. 마찬가지라는 의미가 뭔지 모르지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는 의미라면 맞다 생각해요. 우리 당에서 강금실 씨를 영입해 올 때의 전제도 박진이나 맹형규나 홍준표한테 이긴다고 해서 들어온 거니까, 그런 잣대로 보면 맞는 말이죠.


 


총: 그렇죠.


 


이: 강금실씨는 나중에 정책을 만들긴 했지만 선거를 준비하던 사람이 아니잖아요. 선거를 준비하던 사람들이 매니페스토니라는 걸 만들었는데... 마치 가위바위보 게임과 같다는 이야기를 제가 했어요. 그러니까 한나라당이 보자기를 내는 것 같으니까 우리가 가위 내는 사람을 골라왔는데 가위 내는 것 보고 주먹 내는 사람을 골라왔으니까. 우리도 기회가 있었으면 한 번 쯤 제대로 했었어야 하는 건데 아깝다, 아쉽다, 이런 부분이 있죠.


 


총: '오세훈이 나오는 걸 보고 바로 오세훈이 이길 거다 왜냐면 저쪽이 절실해서' 라고 말씀을 하시니 그러면 제가 궁금해지는 건, 절실하다거나 이길 것 같은 사람을 데리고 온 것만 가지고 따지자면 양쪽 다 마찬가지인데 그것만 가지고 무조건 저 쪽이 이길 거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이: 그러니까 여론에서 이기는 사람을 찾아왔다는 의미로 그렇게 말씀을 드린 거죠.
총: 여론조사에서 오세훈이 이기는 걸 보고 이긴다고 생각을 하셨어요?


 


이: 물론 그렇죠. 여론조사에서 이기는 사람을 정당의 메커니즘을 무시해가면서 끌어오는 것을 보고 이기는 칼을 냈다. 그 담에 한나라당이 선거에 임하는 것이 우리보다 훨씬 절실하다. 이렇게 생각했다는 거에요.


 


총: 훨씬 더 절실하다. (잠시 침묵) 절실한 것만으로 이긴 것 같지는 않은데요. 다시 한 번 당시 왜 오세훈이 이겼을까…


 


이: 당시 선거를 생각하면 한나라당이 이겼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열린우리당이 졌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죠. 이를테면 당시에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해서 일종의 평가라는 면이 분명히 있었고, 우리가 국민들의 절실함에 대해서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대해서 제대로 읽지를 못했고 잘 대응도 못했다 이런 생각은 해요.


 





답변이 아니라 그 태도를 관찰했다. 평범한 분석인데, 단정적이다. 그 바닥이 어디인지, 계속 시비를 걸어봐야겠야. 자, 이제 본격적으로.


 


이계안은 왜 정치를 하는가, 부터.


총: 제가 왜 지난 서울시장 선거의 승패에 대해서 자꾸 여쭤보냐 하면 이번에 또 서울시장 나가신다고 하니 지난 실패의 원인분석을 잘 해야 이번엔 성공하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여쭤본 건데… 그럼 넘어가서 서울시장을 왜 이렇게 자꾸 하시려고 하는 겁니까?


 


이: 인터뷰 전체가 아마 서울시장을 왜 하려고 하느냐에 관한 걸 텐데, 저는 정치를 통해서 일종의 공공 서비스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저는 오랫동안 기업에서 일하고 기업에서 훈련된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기업에서 훈련된 사람이 정치를 하러 가서 보니까 그게 금방 할 수 있는 그런 쉬운 게 아니더라구요. 내가 내 기준으로 따져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뭔가?' 생각해보니 지방자치단체장을 하면 제가 가지고 있는 경험이라든지 성실함 같은 것을 제일 잘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거죠.


 


총: 어떤 면에서 그렇습니까?


 


이: 지방자치단체라는 게 여러 가지 공공 서비스를 공급하는 건데. 첫째로 제가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라는 이야기를 하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를테면 두 끼에서 세끼 먹는 그런 의미의 산업화에, 말석이지만, 제가 할 일을 해봤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두 번째는 효율만 가지고 이야기하면 장사하는 사람과 똑같은 것이고 사회를 통합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해야 하는데 저는 그 두 가지 다 나름대로 훈련이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성격이 경영과 정치의 어떤 하이브리드라고 할까요? 그런 생각에서죠.


 


총: 기업에서 효율에 대한 훈련이 되었다는 건 당연히 납득이 가는데, '약자에 대한 배려'를 말씀하셨어요. 약자에 대한 배려를 어떻게 기업에서 배우셨나요?


 


이: 약자에 대한 배려를 기업에서 배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실제로.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거는 정말 노력해야 되는 일인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도. 기업에서 일하면서 그 나름대로 무슨 노사관계 일을 한다든지 하면서 내 나름대로 약자에 대한 배려를 한다고 했지만 그건 정말 가진 자가 배려해준다는 차원의 배려구요. 정치를 하면서, 결과 뿐 아니라 과정도 중요하고 또 약자도 모두 국민이며 같이 살아야 되는 사람이라는 걸 본격적으로 봤다고 생각을 해요.


 


총: 그럼 기업에서 배운 건 효율밖에 없잖습니까? (폭소)


 


이: 효율밖에는 없다고 말하면 어폐가 있죠. 효율도 못하는 사람이 정치하는 건 더 문제죠, 사실은. 그리고 효율만 가지고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마음의 자세와 훈련이 되었느냐 차원의 문제죠.


 


총: 그런데 지금 우린 효율만 강조하는 대통령을 지금 모시고 있기 때문에...
이: 그렇죠. 저도 고민 중에 하나가 그거에요. 저 사람은 왜 효율만 추종할까?


 


총: 이계안에 대해서도 CEO출신이니까, 더구나 재벌 CEO로 평생 훈련을 받았으니까, 효율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걱정을 안 할 것 같아요.
이: 그렇죠.


 


총: 그러니까 말씀하신 대로 양대 축이 효율과 약자에 대한 배려라면, 그럼 약자에 대한 배려는 어디서 배웠다는 말인가…


 


이: 정치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거죠. 이를테면 국회의원이란 게 예산과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 정체성이 드러나는 것인데, 제가 예산을 다루고 법을 만들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민을 4년 내내 했어요. 제가 기업에서 일한 사람이지만 무슨 친기업적인 걸 하지 않고, 사회가 얼마만큼 공정하게 가야 하느냐, 사회시장의 룰이 얼마나 공평해야 하느냐,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배려해야 하느냐 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입법활동과 예산활동을 했어요.


 


총: 그렇다면 그런 활동을 하시다가 언제 '나는 서울 시장을 하면 잘 할 것 같다'는 생각을 처음 하신 거에요?


 


이: 2006년.
총: 2006년요?


 


이: 2006년도에 '서울 시장이 해야 할 일이 뭔가?' 라는 생각을 해 봤어요. 서울시장이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다. 서울시 자체로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것과 서울에서 사는 시민이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두 가지. 서울시 스스로도 지속 가능해야 하고 경쟁력도 있어야 하고, 서울시민으로서 삶의 질에 관한 것도 지금처럼 해서는 안될 것 같다. 그런 고민을 하면서….


 




총: 서울시 행정 문제에 대해서는 효율이란 잣대로, 서울시민에 대해서는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뭐 두 개로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죠. 도시로서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든가, 도시로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력 같은 것은 역시 상당 부문 효율의 문제일 수 있고, 도시 시민은 그 삶이라는 것이 시장의 논리대로만 살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그때 배우기도 했고. 그러면서 아, 내가 공적인 서비스를 한다면 가장 잘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거죠.


 


총: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가요?


 


이: 제가 기업을 하다 정치에 들어와서 보니까, 이 분야도 일정한 숫자 이상의 참여가 필요하구나, 소위 말해서 크리티컬 매스는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기업하는 사람들 중에서 나름대로 공공성에 관해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모아 정치를 같이 하자고, 이를테면 꼬드김을 했어요. '나는 이미 들어와 있고 여러분도 들어와서 합시다' 라고.


 


그것이 제대로 안 되고 파편처럼 튀어서 만들어진 게 이제... 문국현 등의 창조한국당 만드는 걸로 끝나고 말았는데… 그때 그런 일을 했었거든요. 그러니까 그때 재계에 있는 사람들 중에 공익 서비스를 할 수 있을 만큼 훈련이 잘 되어 있고 태도가 된 사람들을 모셔다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치러보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어요. 그러던 중에 아무도 안 하면 나라도 할게... 그게 동기죠. 시작이죠.


 


총: 그럼 문국현 대표를 정치에 입문시킨 장본인이신가요? (웃음)


 


이: 입문시켰다는 이야기는 뭐... 문국현씨는 그 전에도 사실 선거에 나가지 않았었다 뿐이지 정치를 하던 사람이니까… 어쨌든 그 당시 문국현 대표를 비롯해서 일단의 기업인들에게 기업에서만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재계에서 정치 쪽으로 넘어가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죠. 그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한 사람 중에 하나가 문국현씨라고 보면 되죠.


 


총: 그때 이야기는 됐는데 결국 안 들어온 사람들도 있나요?
이: 많죠. 들어오기로 하고 안 들어온 사람 많아요.


 


총: 적극적 의사를 밝혔는데 안 들어온 사람 중에, 사람들이 알만한 사람들이 있나요?
이: 그렇죠.


 


총: 예를 들면?
이: 말할 수 없죠. (폭소)


 


총: 지금 현직에 다 있나요? 기업인으로.
이: 그렇죠. 현직에 있죠.


 


총: 안 들어온 사람 중에, 꼭 들어올 것처럼 하다가 막판에 안 들어온 사람은 누군가요?(웃음)
이: 많아요.


 


총: 삼성에 많나요 현대에 많나요?
이: 삼성은 없고. 삼성 현대보다 주로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 많아요. 재벌 특성 상 현직에 있는 사람들이 정치로 직접 간다고 이야기하는 거는 대단한 결심 아니고서는 못 갑니다.


 


총: 그건 왜 그런가요?
이: 스스로 기존 질서에 젖어 있는 거죠. 재벌에서 이미 만고가 편하잖아요.


 


총: 본인은 근데 왜 나오셨어요?
이: 나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으니까, 인생의 일정이 있었으니까. 아주 오래 전부터 공표된 내 스케줄이었으니까.


 


총: 그 스케줄에 정치가 있었던 건가요?
이: 정치가 있지는 않았어요. 정치가 아니라 신학을 하고 싶었어요.


 


총: 신학이요?
이: 신학을 하고 싶었고 신학을 한 뒤에 NGO를 하는 게 꿈이었어요. 아주 오래된 인생 스케줄이었는데, 신학대학 가는 대신에 지금 정치판에 와 있는 게 됐죠.


 


총: 제가 보니까 2004년 2월까지 현대캐피탈 회장.
이: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회장이었어요.
총: 근데 2004년 4월인가 5월이 총선이었잖아요.


 


이: 4월. 제가 2월 14일 날 관뒀어요.


 


총: 그러니까 딱 두 달 전에 관 두신 거네요?
이: 두 달 전에.
총: 두 달이건 석 달이건...


 


이: 기일이 중요해요. 석 달 전이 중요한 게, 두 달 전이면 열린 우리당이 인기가 있을 때고 석 달 전에 관둘 적에는 인기가 없었어요. 굉장히 중요해요. (폭소)


 


총: 소위 탄돌이냐 아니냐?
이: 그것도 있고 내가 열린우리당에 간다고 할 적에...


 


총: 그땐 사람들이 말렸겠군요.


이: 사실 열린우리당 만들 때부터 열린우리당 만든 사람들 중에 제 친구들이 많아서, 그때부터 정치하자는 이야기는 했는데 그때는 제가 정치에 갈 뜻이 없다고 답하고 말았는데...


 


총: 근데 왜 하필 그때는 가셨어요? 그것도 어려운 시절에.


 


이: 사람이 제 뜻대로 다 할 것 같아도 뜻대로 안 되는 게 삶이더라구요. 대학교 4학년 때 나한테 신학대학 가라고 권한 전도사 한 분이 계셨는데, 그때 안 간다는 뜻으로 뭐라고 말했냐 하면 그냥 30년만 돈 열심히 벌고 그때 간다고 그랬어요. 그런데 그 30년이 오더라구요.


 


총: 오죠. (웃음)


 




이: 그 전도사님이 이제 목사님이 되셨는데, 이 목사님이 교회에서 내가 30년 근무하면 관둔다고 한 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놨어요. 그래서 우리 집에서도 알고 내 친구들도 알고 회사에서도 알고. 다 아는 사실인데 그보다 조금 더 빨리 그만 두게 된 게 2001년 3월에 정주영 회장이 돌아가셨습니다. 그때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느냐 하면, ‘나는 정주영 회장님 때문에 사장도 하고 그랬는데 더 이상 이제 할 수가 없겠다...’


 


정주영 회장님은 내가, 79년이니까, 나이 스물일곱 살 때 꿈이 있어서 보고서 한 장 써 가지고 갔더니 회장님이 그 스물일곱 살 먹은 놈이 쓴 걸 딱 보시고는, 나한테 사장을 감사할 수 있는 전권을 줘서 내가 사장을 감사하고 결국 그 감사보고서에 의해 한날 한시에 현대중공업 사장 세 명이 목 떨어지는 일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우스갯소리로 진짜 날 알아주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해서 '저 사람이라면 내가 뭐든지 배우고 닮고 싶다' 이런 생각을 했죠. 그런데 1998년도에 저한테 마지막 인사를 하신 게 자동차였어요. 자동차의 '자' 자도 모르는데... 그랬는데 2001년도에 돌아가셨으니까..


 


총: 아들들하곤 안 친하셨나 봐요? (웃음)
이: 안 친했다기 보다는 아버지하고 일했던 사람은 아들하고 일하는 건 어려운 거에요.
총: 그럴 것 같네요.


 


이: 이를테면 그런 거에요. 아드님도 훌륭하시지만…
총: 훌륭하시다... (웃음)


 


이: 내가 명예회장실에 가서 업무보고하고 그럴 때 맨날 본 게 뭐냐 하면, 아버지한테 야단 맞은 아들만 본 거야.
총: 그쪽 아들들도 불편했겠네요.


 


이: 서로 불편하죠. 나는 나이는 어리지만, 정몽구 회장이 고등학교 13년 선배니까, 나는 어떻든지 간에 아버지 사람이에요. 그거는 내가 비키는 게 맞는 거에요. 그런데 그때 현대 캐피탈만 있고 현대 카드는 없었을 때였는데, 제가 평소에 카드사 사야 한다고 주장을 굉장히 많이 했거든요, 거기 캐피탈을 넣어서 '네가 회장 한 번 해보면 어떠냐' 정몽구 회장도 그렇게 제안을 하고. 겉으로 보면 굉장히 새로운 일을 하는 거니 좋은 일이었고.


 


총: 쫓겨나는 거였군요.
이: 정몽구 회장님은 자기 진영을 갖출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 나는 기꺼이 가겠다고 갔죠. 특별할 일이 아니니까. 월급쟁이들이 그런 거지.


 


총: 거기까지는 이해가 가는 데 그러고 나서 신학이 아니라 왜 정치로?
이: 그게 제가 신학대학 입학허가서를 다 받아놓고는 그랬어요. 갑자기 정치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더라구요.


 


총: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에요?
이: 저도 합리적으로 설명을 잘 못하겠어요. (웃음)
총: 그렇긴 하죠. 보통.(폭소)


 


이: 신학대학 가겠다고 결정하고 목사님한테 신학대학 간다고 그랬지만 목회를 하려는 게 아니라는 건 그 분도 저도 알았죠. 머릿속이 텅 비었으니까 좀 채워야 일할 거라는 생각으로 신학대학을 가려고 했던 건데. 그런데 이해가 안 가지만 우스운 일이 있었는데 제가 연세대학교 신과 대학에 학사 편입하는 걸로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학장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봤더니 '졸업증명서만 떼오면 되겠어요' 그래서 '알았습니다' 그러고 일어나려고 했더니 '걱정이 하나 있습니다.' 그러는 거에요. 당시에 학원 내 분규가 있어서 교과부에서 감사를 받아 징계를 먹게 된 거에요. 징계내용이 연세대학교에 신과대학이 있고 연합신학대학원이라고 아세아신학대학인가 그런 게 있어요. 거기에 1년 입학하는 학생 정원을 줄인다는 거에요. 얼마를 줄이냐고 그랬더니 제 기억에 정원이 150명인데 150명을 줄인다는 거에요.


 


총: 없어지는 거네요.


 


이: 한 해 못 뽑는 거죠. 제가 왜 연세대학 신과 대학을 가겠다고 했냐 하면 우리 아들이 연세대학 신과 대학 학생이고 제가 연세대학교 학부모회 회장이었어요. 그런 관계로 편하게 생각했던 건데 근데 공교롭게 그때 교과부 차장이 내 친구야. 그래서 내가 좀 잘난 체 하려고 '내가 서차관을 좀 아는데 전화 한 번 해볼까요?' 그랬네. 이 양반이 하도 급하니까... 그래서 내가 전화를 했어요.


 


총: 유세를 부리셨군요.(웃음)
이: 유세를 부렸죠. 유세죠. 진짜. 그렇게 전화를 해서 잠깐 보자 그랬더니 오라 그래서 갔어요.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다가 '야 감사하는데 아무리 심해도 그걸 다 깎냐' 그랬더니 친구가 '그런데 왜 그걸 네가 물어보냐?' 그래서 제가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됐어요. '신학대학을 가게 됐고 졸업증명서만 떼어 오면 받아준다고 하고...' 그랬더니 자기 생각은 다르다는 거에요. 그때 상황은 열린우리당 만든 사람들이 정치하자고 많이 말을 할 때였어요. 그 차관도 그 사정을 아는 친구였고. 너 연세대 다니다간 정치인들 등쌀에 못 견딘다. 미국으로 도망가라 이거에요.


 


총: 오히려 정치하지 말라고?


 


이: 네. 그래서 목사님한테 차관실에서 전화를 걸었어요. 목사님, 제가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하는데 상담을 좀 합시다. 제가 연대 신학과를 가려고 하는데 이런 문제가 있다. 그런데 내 친구인 서 차관이 정치판을 아는데 그러기 때문에 아예 미국으로 도망가라고 한다. 어떻게 할까요?


 


그랬더니 목사님 말씀이 자기 생각에도 국내 대학에서 신학을 하면 친구들 등쌀에 공부를 못 할거라는 거에요. 그러면서 시카고에 있는 콘웰이라고 일반대학이 아니라 신학대학이 있다면서 거기 가면 좋겠다. 자기가 추천서를 써주면 받아줄 거고 또 자기 친구가 있으니까 편할 거다. 그래서 그 학교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니까 추천장하고 토플을 본 성적표를 내게 되어 있더라구요. (웃음)


 


그런데 토플시험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보니까 옛날에는 필답고사로 보는데 이제는 컴퓨터로 보는 거에요. 컴퓨터로 연습을 해야 돼. 그래서 몇 달을 놓쳤어요.


 




총: 컴퓨터로 연습을 해야 하는데 왜 몇 달을 놓치셨죠?
이: 한 달 연습하고 붙은 줄 알고 접수 마감을 놓치면 또 몇 달이 가는 거잖아요.


 


총: 결국 컴퓨터를 잘 못해서 정치가가 된 거네요. (폭소)


 


이: 그러니까 세상이라는 게 알 수가 없어요.(웃음) 그 시점에 노무현, 이회창 대선 비자금 때문에 난리가 나고 제가 근무하던 현대캐피탈 회장실을 압수수색을 했어요. 그래서 내가 잡혀갔어요. 내가 비자금 사건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거든요. 그때 저는 2010년 엑스포 유치를 위해서 불란서에 가 있었어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내 가방에서 문건 세 개가 나왔어요. 누가 나한테 상황을 보고하는 서류가 두 건이고 하나는 내가 작성한 문건인데, 첫 번째 문건을 내가 작성했다면 내가 이회창 캠프에 돈 갖다 준 주범이 되는 거고, 두 번째 것을 내가 작성했다면 종범이 되는 거고, 세 번째 것이라면 다행이 객관자로 사실만 기술한 게 되는 건데, 검찰에서는 그걸 딱 보더니 이제 현대 잡았다 이거야.


 


총: 전부 다 직접 작성했다.
이: 그래도 뭐 없는 건 없는 거고 있는 거고 있는 거지. 중수부가 뭐 한다고 나올 게 없잖아요.


 


총: 없으면 만들던데.
이: 대한민국 검찰을 잘 안 믿으시는 모양인데 믿어도 괜찮아요.(웃음)


 


총: 그래서요?


 


이: 그러는 과정 중에 시간이 가서 또 입학 시기를 놓쳤어요. 그런 사이 열린우리당이 완전히 만들어지고 회사는 관둘 때가 되고 학교 가는 문제는 미뤄지고. 그러다 보니까 생각이 자꾸 왔다 갔다 해요. 내 생각은 신과 대학에 가서 마음을 정리하려고 했는데, 그것이 어떤 이유로 해서 자꾸 지나가고 한 쪽에서는 정치로 당기는 힘이 작용하기 시작하고...


 


그래서 내가 다시 목사님한테 갔더니 그 양반이 재미나는 이야기를 해주더라구요. 신과 대학 가 봐야 신학자 될 것도 아니고 목회자 될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신학대학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어쩌면 정치가 사회의 신학일지도 모르겠다고. 오히려 이 양반이 부추기는 거에요. (웃음)


 


그러면서 책 한 권을 주는 거야. 윌리엄 윌버퍼스라는 영국 정치인인데 18세기에 영국의 노예제도, 노예무역제도를 불법화하고 폐지하는 데 앞장서 싸웠던 정치가에요. 그걸 주면서 정치라는 거 재미나겠다고 부추기는 거에요. 신학을 배우라고 부추겼더라면 아마 정치에서 빠져 나갔을 텐데 이 양반이 거꾸로 정치가 사회의 신학이라고 하니까. 넘어갔죠.


 


총: 졸지에 정치하시게 된 거군요.
이: 근데 개인적으로 생각하면 사실은 우리 아버지가 정치하라는 걸 굉장히 오랫동안 강요하셨어요.


 


총: 왜 그러셨죠?
이: 보통 아버지하고 다른 건데.. 우리 아버지를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만나봤어요.


 


총: 아니 그건 왜 그러셨습니까?
이: 나중에 보니까 감옥 가셨었어요. 정치판에 계셨었고. 감옥생활 오래 하신 분인데.


 


총: 무슨 일을 하셨는데요?
이: 죄 지어서 가셨지요.


 


총: 그러니까 무슨 죄를?
이: 지금으로 따지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총: 아. 출신성분이 안 좋으시구나.(폭소)


 


이: 연좌제를 믿으시는 모양이네.(웃음)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를 처음 봤고.. 대학 졸업할 때까지도 아버지가 학부모 노릇을 하거나 그러지를 않으셨기 때문에 학교 다니는 것도 어려웠고.. 그래서 중학교를 다니다 관뒀다 다시 편입해서 다니고... 굉장히 어렵게 다녔죠. 뭐 그때는 어렵지 않은 사람도 없었지만...


 


총: 아버님이 형을 살고 있었다는 건 어렸을 때 아셨나요?
이: 4학년 때 처음 알았어요. 그 전까지는 아버지가 계시는 줄도 몰랐어요.


 


신: 집에서 이야기를 안 했나요?
이: 아무도 말을 안하고...


 


총: 말을 안 하기까지 하는 건 좀 이상한데요…


 


이: 진짜 나는 아버지가 안 계신 줄 알았어요. 어렸을 적에 아버지가 계시는 게 중요하다는 거를 나를 보면서 새삼 느껴요.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나는 직업적인 싸움꾼이었어요. 맨날 나가서 애들 패주고 여자들 머리카락 잡아당기고.


 


총: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이: 4학년 때까지.


 


총: 애들이 싸워 봤자죠. (웃음)
이: 나는 조금 심한 게 우물가에 장독을 갖다가 빠뜨리고...


 


총: 삐뚤어질 테다, 그러셨나 보네.


 




이: 우리 할아버지가 그렇게 맨날 싸우고 돌아다니는 손자를 어떻게 하셨냐 하면, 싸우고 애들 패주고 돌아오면 엄마들이 와서 뭐라고 항의하잖아요. 그러면 내가 숨어서 본다구요. 어느 집 자식이야, 누가 엄마한테 일렀는지 봐 놨다가 다시 패게. 근데 할아버지가 나한테는 아무 말씀도 안 하셨어요. 그런데 싸우다 보면 얻어 맞는 수도 있잖아요. 맞고서 들어오면 우리 할아버지가 사랑방에 앉아계시다가 부엌 쪽에 대고 우리 엄마한테 '에미야 쟤 밥 주지 마라.' 독특한 할아버지셨어요.


 


총: 음…



사실 별로 안 독특하다. 제 힘으로 어느 정도 사회적 성취를 이룩한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대견하다. 하여 작은 신화적 서사를 스스로들 구축한다. 그때 가장 먼저, 흔히 동원되는 것이 자신의 성장과정과 가족이다. 물론 그것이 광인의 수준에 도달한 이명박에 비하자면 그가 유별난 건 결코 아니다. 그러나 그도 예외는 아니라는 거. 여기서 자유로운, 그만큼 자기객관화된, 정치인은 여태 몇 못 봤으니 흠까지 될 건 없겠다만.  


이: 초등학교 4학년 땐데 갑자기 아버지가 온다는 거야. 아버지가 없는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어요. 아버지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도 나중에 알았죠.
총: 이해할 수 없는 나이죠.


 


이: 그땐 아버지가 무책임하다... 자식을 공부시키지도 않고 돈도 안 주고 돈도 안 벌어오고 따로 살았으니까. 그런 아버지였는데 제가 대학에 갈 때야 아버지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어렴풋이 알았고 진짜 무슨 죄란 건지는 취직하고서야 알았어요. 하루는 아버지가 불러서 갔더니 공부를 잘 하냐 못하냐 물어보지도 않고 대뜸 어느 학교 갈 거냐고 그러는 거에요. (웃음)


 


이: 법대 가서 공무원...
총: 초등학교 4학년짜리한테?


 


이: 아니 고등학교 3학년 때. 초등학교 때는 엉망진창으로 다녔고 중학교 다닐 때도 학교 때려 치고 놀다가 농사 짓다가 복학도 아니고 다른 학교 편입해서 다니고 그런 우여곡절이 있었죠. 그땐 중학교 못 나온 놈들도 많은데 그까짓 거 중요한 것도 아닌 것 같고... 어쨌든 고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불러 갔는데 당시 형편으로는 학비가 서울대학교를 가는 거 외에는 다닐 수가 없었어요.


 


그러면 학비를 준다든지 공부 잘 하라는 이런 이야기가 아니라... 나보다 12살 많은 형이 있는데 그 형한테 물어보고 가라는 거에요. 그래서 형한테 아버지가 그러는데 법대 가겠다니 가지 말라더라. 그랬더니 형도 법대는 가면 안 된다는 거야. 아버지가 무슨 죄를 지었다는 걸 형은 알았던 거죠.


 


총: 법대하고 무슨 상관이죠?
이: 연좌제 때문에 공무원을 할 수가 없는 거에요.


 


총: 아..
이: 그걸 나중에 알았어요. 취업할 때가 되면 연좌제가 어떻게 작동을 하느냐 하면 공무원만 못 하는 게 아니에요. 연좌제가 사회통제를 어떻게 했느냐 하면,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우리 때는 신입사원 응모자격에 해외여행에 결격사유가 없을 것이라고 되어 있죠? 여권이 안 나오는 거야. 내가 76년도에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여권이 82년도에 처음 나왔어요.


 


82년도에 나온 것도 전두환 대통령이 헌법을 개정해서 헌법 13조 3항에다 모든 국민은 자기가 짓지 않은 죄로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는 연좌제 폐지 조항이 들어갔거든요. 그런데 그런 아버지가 직장 생활하는 나한테 와서 정치하라고 종용을 하시는 거에요. 1988년도에 13대 국회인가 정몽준 지금 한나라당 대표가 울산 동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국회의원이 당선된 거에요. 우리 아버지가 텔레비전을 보시더니 '내가 정주영이보다 못한 게 뭐냐…'


 


총: 당신 본인이?


 


이: 네. 그러니까 정주영 아들이 회장하는 거야 지네 아버지가 회장이니까 하는 거지만, 선거에서 국회의원이 된 건 다르잖아요. 그러니까 나보고 너는 뭐냐 이거지. 말도 안 되는 얘기죠. 당시 난 들은 척도 안 했죠.(웃음) 그 후로도 그랬는데 어떤 식이냐 하면, 제가 98년도 IMF 때 기아자동차 인수하자는 아이디어를 내서 책임자가 되고 그걸로 끝난 게 아니라 예상도 못했는데 자동차 사장까지 됐어요. 그때 내 나이가 마흔 여섯이었는데 마흔 여섯에 사장이 됐으니까 좀 잴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마누라하고 같이 아버지한테 인사를 갔는데 우리 아버지가, 보통 아버지 같으면 잘 했다고 하거나 뭐 건강해야지 그럴 텐데 우리 아버지는 싹 돌아앉으시더니 '서울대학교 나오고서 사장된 게 뭐 대단한 일이냐. 마누라 치마 폭에 싸여 가지고 사내 자식이 정치를 해야지.' (웃음)


아버지가 정치와 연루되어서 우리 가족이 나를 포함해서 몽땅 고생을 해왔기 때문에 정치라는 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가 내 옆에서 떠나지를 않은 거죠.


 


총: 국가보안법이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이: 아버지가 국가보안법 위반이었던 걸로만 합시다.(웃음)


 


총: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내용인가요?
이: 어렵다기 보다 국가보안법 위반했다는 게 낙인인데 더 이상 하고 싶지가 않아요.


 


총: 그래도 해주세요.
이: 나중에 합시다. 진짜. 나중에 합시다.



왜. 다음 인터뷰때 꼭 다시 물어야겠다.


총: 그럼 몇 년이나 사셨어요?
이: 제가 형한테 들은 이야기로는 아버지가 군사재판 단심으로 무기를 받으셨다고 그래요.


 


총: 무기. 사건이 큰 거네요.
이: 실제로 산 거는 햇수로 7년.


 




 


총: 7년. 그러면 그 이전에 정치를 하셨나요?
이: 아버지는 돈을 일찍 버셨어요. 그 인근에 좋은 땅은 다 우리 집 땅이라고 그래요. 돈을 일찍 벌고 그러고 나서는 정치권에 뛰어들었던 것 같아요.


 


총: 나오신 이후로는 정치하고는 전혀?
이: 할 수가 없죠. 공민권을 회복한지가 얼마 안 됐을 거에요.


 


총: 그래도 국보법 7년 정도면...
이: 자격정지 몇 년 이런 거 있잖아요. 그런 것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그렇지만 스스로 출마하시거나 그런 거는 없었고. 우리 아버지가 참 재미있는 양반이신 게, 92년도가 통일국민당 생겨서 정주영 회장이 후보로 출마했잖아요. 현대 다니는 사람은 본인뿐 아니라 친구든 친척이든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다 국민당 당원 되고 그럴 때인데 우리 아버지는 그거 안 하고 김대중 대통령 선거운동 다녔어요.


 


총: 본인은?
이: 저는 국민당 당원이었죠. (폭소) 뭐 지금처럼 정치의식이 있어서 한 건 아니고.


총: 직장인으로.


 


이: 직장인의 연장이었는데 그때 국민당이 12개 공약을 신문에 유료광고를 냅니다. 정당이 정당정책을 유료광고 낸 게 아마 국민당이 처음일 걸요. 그때 12개 중에 8개를 만들 때 제가 관여했죠. (웃음) 뿐만 아니라 국민당이 돈을 쓰다가 모자라니까 당원들에게 당비를 받아서 쓰는 거에요.


 


총: 그건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서 갹출한 거죠. 당비가 아니라. (웃음)


 


이: 지금 생각하면 그렇죠. 뭐 지금에 와서 숨길 것도 없습니다만, 그때 당원들에게 당비를 내게 하는 메커니즘을 만들어 선거자금을 합법적으로 모금한다든지, 물론 지금 들여다보면 논란거리가 되는 거지만, 선거 끝난 다음에 현대중공업 비자금 사건으로 수사를 받는다든지.. 당시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를 했던 거죠.


 


총: 어쨌든 항상 정치 주변에 있었던 거로군요.
이: 내가 직접 정치를 한다는 생각은 안 했지만 정치하는 언저리에 있었고 대통령선거 끝나면 대개 중수로 붙잡혀갔고.(폭소)


 


총: 푸하하하… 중수부로.
이: 노무현 이회창 대선 비자금 때도 붙잡혀 갔었고…


 


총: 그런데 기업에서 그런 역할이었다면 사실은 당연히 한나라당에서 먼저 접촉했을 공산이 큰데.
이: 한나라당에서 접촉했죠. 구체적으로 지역구도 오퍼했고.


 


총: 17대에요?
이: 그렇죠.
총: 양쪽에서 오퍼를 받았군요.


 


이: 예. 그러면서 정치를 왜 하는 거냐는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됐는데… 우리나라 정당들이 보수다 진보다 하지만 진보신당 민노당 제외하고, 나머지 당에서는 당명을 지우고 보면 정책 가지고는 이 당이 그 당인지 그 당이 저 당인지 구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이 유사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열린우리당이 내세운 정강 정책이 새로운 정치, 잘 사는 나라, 따듯한 사회, 한반도의 평화체제 유지 이런 거였는데 그 중에 전 두 가지에 관해서 관심이 있었어요. 잘 사는 나라와 따뜻한 사회.


 


잘 사는 나라에 관해서는, 제가 정주영 회장처럼 이병철 회장처럼 스스로 창업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산업화 시기 말석에서 대한민국이 두 끼 먹는 나라에서 세 끼 먹는 나라를 만드는 데는 나름 한몫을 했다고 생각을 했고. 그래서 열린우리당이 잘 사라는 나라를 말한다면 내가 아이디어를 내고 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두 번째는 회사에 근무하면서도 경제 체제가 지금처럼 가서는 곤란하다, 사회적인 약자에 대해 따듯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지속 가능한 나라가 되는 길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지금은 2.1 연구소 명함을 돌립니다만 여전히 같이 쓰는 명함이 있어요. 민주당 명함인데 명함에다 잘 사는 나라 따듯한 사회를 지금도 인쇄하고 다닙니다. 그런 나라를 만드는 정치를 하는 게 제 꿈이었고, 17대 국회의원으로서 나름대로 그렇게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가 그의 정치 입문사. 그는 이야기를 참 즐긴다. 드라이하게 3분만에 끝낼 수도 있었던 이야기를 곰살맞게 30분 동안 한다. 그 점에서 여성적이다.


총: 정치를 어떻게 하시게 된 건지는 이제 이해가 됐고. 서울시장은 이제 내가 해온 일로 보아 공공부문 서비스를 한다면 내 능력과 맞을 것 같다. 잘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신 거잖아요.


 


이: 그렇죠.


 


총: 그런데 본인이 서울시장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거 하고, 서울시민들이 하필 이계안을 선택해야 한다는 거는 별개의 문제라고 봐요. 서울시민이 왜 굳이 이계안을 뽑아야 하는 거죠?


 


이: 서울시장을 어떻게 보느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나는 인턴 대통령으로서 서울시장.


 




총: 인턴?
이: 대통령 하고 싶은 사람이 거쳐가는 서울시장.
총: 네.


 


이: 또 하나는 서울시 자체가 하나의 경영 단위로서 경영을 잘 해야 하는 서울시장. 특히 전자를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제가 말할 게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나는 서울시장 시켜주면 다음에 대통령 나갈게요.' 저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준비가 된 바가 없어요.


 


총: 그러면 대통령의 목표는 전혀 없으세요?


 


이: 목표가 없다는 거는 다른 이야기고. 내가 대통령까지 가는 과정 중에 서울시장이 있다는 게 아니라, 서울시장이 되어서 잘 하다 보면 그 결과를 놓고 국민들이 더 큰 일을 해야 한다고 보면 그럼 대통령 하는 거지요. 그런 목표를 정해놓고 서울시장을 그 과정으로 본다든지 이렇게 생각하진 않는다는 거죠.


 


총: 어쨌든 대통령의 기회가 있으면 하실 생각이군요.
이: 물론이죠. 정치한다는 사람이 대통령을 안 한다는 사람이 몇 할이나 되겠어요.


 


총: 그럼 서울시장이 어쨌든 그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 징검다리 역할이란 게 결과적으로는 그렇다는 거지, 징검다리로 처음부터 놓고서 그리로 간다는 건 아니라는 거죠. 그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말장난처럼 보이지만...


 


총: 그렇게 보입니다. (폭소)


 


이: 김어준 씨하고 있으니까 재미나는데… 그게 말장난처럼 보이지만 하다 보니까 됐다는 거 하고 그게 되기 위해 한다는 거하고는 다른 거죠.


 


총: 하다가 된 사람은 애초 될 거란 그런 목적의식 자체가 없어야지요.


 


이: 그건 다르다고 생각해요. 세상 일을 하는데 일을 재미나게 하려면 재미나서 그 일을 하면 되는 것이지 숙제 하듯이 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고 생각해요.


 


총: 그건 그렇습니다만.
이: 저는 숙제 하는 거 싫다는 거죠.


 


총: 어쨌든 대통령 생각은 있으신데, 그런데 그것과는 별개로 서울시장은 잘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이: 잘 할 수도 있을 게 아니라 잘 할 거에요.
총: 잘 할 것이다.. 근데 서울시민들이 왜 본인을 뽑아야 하는 지에 대해 충분한 답은 아닌데.


 


이: 저는 서울시민들이 자기가 낸 세금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걸 보거든요.
총: 왜…?


 


이: 서울시를 돌아다니다 보면 허투루 물 쓰듯이 돈 쓰는 게 너무 많이 보이는데 거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불평을 말하거든요.


 




총: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이: 십 분만 걸어 다니면 공사판이고 또 십 분만 걸어 다녀도 평평한 땅이 없을 정도인데, 많은 사람들이 나쁜 놈들이다 이거에요. 이를테면 서울시 자체가 공사판이다 이거죠. 자기 돈 들이면 그렇게 하겠냐 이거에요. 아주 쉽게 이야기하면 요즘은 연말이라 보도블록 까는 게 아니라 일년 내내 보도블록 깔잖아요. 아파트 하나 지으면 상수도 보수한다고 파고 전기선 승압 시킨다고 파고 가스관 파고 연신 파잖아요. 그걸 보면서 많은 시민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냐 하면 내가 낸 세금이라는 거죠. 저렇게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했어요. 세금 낸 사람들이 그 돈에 값어치를 이야기 한다는 것이, 그게 제일 중요하다는 말이에요.


 


총: 그런데 이계안은 그걸 효율적으로 잘 아껴 쓸 것이다…?


 


이: 그리고 서울시장이 할 수 없는 일인데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하는 이야기가 교육인데, 교육은 서울시장이 교육감을 제치고 할 수 있는 일은 없는데도 불구하고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구요. 또 가장 많이 하시는 이야기는 주택에 관한 건데 지금처럼 뉴타운 방식으로 개발하는 거에 대해서는 틀렸다고 생각을 하시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들을 하시거든요.


 


총: 뭐가 틀렸고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 지금 방식은 서울에 사는 커트라인을 높이는 거에요. 서울시 스스로를 구조 조정해서 가난한 순서대로 쫓아내는 방법이거든요. 그건 아니라는 거죠. 게다가 나머지 남은 사람들만 가지고는 서울시가 운영이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쫓아냈던 사람들을 다시 불러들여서 일을 시켜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아침저녁 출퇴근이 문제가 돼요. 그런 상황에서 경기도지사는 출퇴근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 광역교통망 만들고 자기는 일했다고 하고 그래서 다음 대통령 나올 거라고 하는데, 이런 모순을 깨야 합니다.


 


총: 어떻게 깹니까?


 


이: 서울시 내에서 주거비를 낮추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서울시 자체의 재정비 사업이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커트라인을 높여서 돈 있는 사람들만 살게 할 것이 아니라 주거비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서울시에서 살기 원하는 사람들은 살고 지방에서도 서울에 오고 싶은 사람은 와서 살게 커트라인을 더 낮추는 주택정책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총: 그런데 그건 자기 동네 부동산 가치를 높이려는 일반의 욕망이 겹쳐져 있는 건데…


 


이: 그래서 굉장히 어려운 숙제죠. 욕망이란 말은 그냥 건드리는 말이고 실제 거의 탐욕에 가까울 정도로 개발에 대한 욕구가 있으니까. 그런데 이게 일종의 피라미드 판매식이거든요. 지속 가능한 방식이 아니라는 거죠. 그리고 골목에 가면 십 분마다 공사현장이에요. 균형촉진지구인가요 유사 뉴타운. 그리고 소규모 대규모 재건축 재개발 현장들. 그런 골목마다 거의 예외 없이 추진위원회와 반대위원회가 같이 있잖아요. 더 이상 이렇게 갈등을 하면서 살아갈 수가 없다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말하기 시작한다는 거죠.


 


총: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는데 그래서 어떻게 풀어야 하나요?
이: 저는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짓는 방법을 쓸 수밖에...


 


총: 공공임대주택이요…


 


이: 공공임대주택을 파격적으로 보급해 서울 총 주거의 7퍼센트 내외 밖에 안 되는 공공임대주택을 20퍼센트까지 끌어올려야겠다. 그래서 집이 주거공간으로서 기능할 수 있게 주거비를 어떻게든 낮추는 방법을 찾아 돈 쓰는 우선순위를 바꾸게 해야지, 서울은 지금처럼은 살 수가 없다. 지금처럼 계속해서 개발해서 집값이 오르면 자기 집값이 2억이 3억 되어서 부자 된 것 같이 보이지만 2억이 3억이 된들 그 집 팔고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갈 수 있습니까? 드라이클리닝이 원래 동네 골목에서는 4300원 했는데 압구정동 가면 15000원 하는 걸, 거기 가서 소비를 제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총: 집이 지금은 재테크 수단이고 신분의 상징이라 문제다. 옳으신 말씀인데... 근데 그건 정책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기보다 사실 세계관이 바뀌어야 하는 일이거든요. 서울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인가요?


 


이: 물론 서울시장이 혼자 할 수 없는 일인데, 서울시가 그 문제에 관해 방향성과 이니셔티브를 그렇게 가지겠는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죠. 신분의 문제라는 이야기 굉장히 잘 하셨는데, 이게 지금은 공공임대주택이 7퍼센트밖에 안 되니까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20퍼센트가 되고 30퍼센트가 되면 이게 신분의 문제와는 다른 게 되는 거에요.



이제 슬슬 그의 약한 구석을 찔러봐야겠다. 어떻게 대응하는지.


총: 주택 이야기 좀 있다 하구요. 이 질문이 더 급한 거 같아서. 이계안은 현대 CEO출신이고 기독교인이란 말이죠.
이: 국회의원도 하고.


 


총: 이명박 서울시장을 자동으로 떠오르게 할 것 같은데요.
이: 많은 사람들이 그런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고 주변에서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조차도 '이명박 때문에 너는 정치를 더 하면 안 된다.' (웃음)


 


총: 그럼 이 이야기부터 잠깐 먼저 하죠. 이명박은 서울시장으로는 성공적이었나요?
이: 성공적이었다, 실패적이었다는 말로 답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근데 분명한 건 이거죠. 서울사람들의 탐욕에 불을 질러서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갔다.


 


총: 뉴타운이나 청계천에 대해서는?
이: 청계천도 멋있죠. 멋있는 광고판이에요.


 


총: 광고판이다.
이: 지금 청계천 유지하는데 돈 들어가는 게 100억쯤 들어가는 거 아시죠? 물 퍼 넣는데.


 


총: 그럼 실패했다고 말하시지.
이: 욕망에다 불질러 자기욕망 채우는 거에만 성공한 거에요.


 


총: 그럼 이명박 서울시장과 이계안 서울시장은 어떻게 다른 겁니까?


 


이: 우리나라가 두 끼 먹는 거에서 세 끼 먹는 걸 잘 살 게 된 거라고 말할 때, 소위 그 산업화 시대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기업이 현대라고 생각해요. 정주영 회장님이 사업 보국이란 말을 참 많이 했는데.. 그 과정에서 현대에서 일했다는 것 빼놓고는 저는 같이 비교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요. 그거 말고는 성씨가 이 가라는 것 같고.


 


총: 같은 게 더 많죠. 말씀하신 대로 이 가라는 것도 같고, 현대에 CEO출신에.
이: CEO출신이라는 사람들은 다 나쁜 놈입니까?


 


총: 다 나쁜 놈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계안 누구야' 그러면 '이씨고 현대 출신이고 CEO 출신이고 국회의원 출신이고 그리고 이제 서울시장 나온데' 그럼 사람들 머리 속엔 당연히 이명박 떠오르지 않겠어요?


 


이: 이명박 떠오르는 건 맞죠.


 


총: 그러니까 어떻게 다른가를 설명해주셔야지 같은 게 없다고만 말하시면 안되죠. CEO로는 어떻게 달랐나요? 거기서부터 시작하죠.


 


이: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CEO는 결정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결정하는 게 아니라 자기의 운명, 조직의 운명을 다 걸고 결정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결정해봤다는 건 경험이고 필요한 능력을 기르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하는데 있어서 플러스가 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의사결정 했던 게 차이가 나요.


 


총: 어떻게 다른가요?


 


이: 이를테면 이명박 대통령이 CEO했던 회사의 업종과 내가 COO CFO CEO했던 업종을 설명 드리자면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될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나이 서른여섯 살에 현대건설 대표이사가 됐습니다. 그리고 현대산업개발, 현대엔지니어링, 한라건설, 현대리바트, 현대제철, 현대엔진 대표이사를 했어요. 앞의 4개 회사는 순수한 건설회사이고 현대리바트 하고 현대제철은 건자재를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현대엔진은 현대건설에 선박용 엔진을 납품하는 회사입니다.


 


지금은 건설회사들이 아파트도 팔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광고도 합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CEO 할 때는 아파트를 짓는다고 광고를 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짓기만 하면 팔리는 거기 때문에 고객하고 소통할 틈도 없이 그냥 자기가 결정하면 됩니다. 뿐만 아니라 현대건설의 고객이라고 하면 대한민국 정부, 한전, 포항제철, 몇 개 석유화학회사, 수자원공사, 농어촌개발공사 등이 전부에요. 이게 건설회사 특징이에요. 다시 말씀 드려서 사장이 누가 내 고객인지 속속들이 알고 있어서 의사소통을 할 때 중간에 스텝이 필요 없이, 참모가 필요 없이 자기가 결정할 수 있는 업종이에요.


 


제가 현대그룹 종합기획실에서 근무했고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회장을 했는데, 그 조직의 특징은 개인 고객을 직접 알아서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고 전부 시스템으로 통하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남하고 소통을 해야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일이죠. 의사결정을 하는 훈련을 받은 데 있어서 그만큼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재미있는 이야기로 이명박 대통령이 전경련에 가서 뭐라고 하느냐 하면 '회장님, 애로사항 있으면 전화하세요' 한다고 해요. 그게 이명박 대통령의 스타일이에요. 어떻게 개별 회사 대표가 애로사항이 있으면 대통령한테 전화를 할 수 있습니까? 그게 비즈니스 프렌들리 라는 말로 포장이 되는 건가요. 대통령은 공직이고 각각 영역이 따로 있는 거고 일은 조직을 통해서 처리되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분은 그런 분이에요. 지금도 많은 청와대 비서관이라든지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회의할 때...



설득력 있다.


총: 혼자만 이야기한다…(웃음)
이: 혼자 하신다잖아요. 저는 김어준 씨 말 끊고 혼자 이야기하진 않아요. (웃음)


 


총: CEO는 의사 결정하는 자리인데 훈련 받은 코스가 완전히 달랐고 결과적으로 의사결정 하는 방식도 다르다는 말씀이죠.


 


이: 그렇죠.
총: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또 뭐가 다른 거죠?


 


이: 그게 회사 일 할 때의 차이고, 이제 국회의원 할 때 노력했던 분야를 살펴보면 저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에 대해서 지금처럼 재벌이 우리 경제시스템을 지배하는 것에 대해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보완책이 되는 정책을 냈어요. 이를테면 금산분리라든지 순환출자에 대해서 고쳐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고 법을 고치기도 했고 다시 만들기도 했어요. 그러니까 경제시스템을 보는 관점도 다르다는 거에요.


 


또 복지예산에 대해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정책, 장애인이라든지 국가유공자라든지 여성이라든지 미혼모라든지 이런 관련법을 만들고 다문화 가정의 교육에 대한 예산을 짠다든지 하는 일에서 제가 가진 시간과 역량을 다 바쳤다는 거죠. 어디에 더 중요한 가치가 있고 어디에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써야 하는 지에 대해서, 저는 건물을 짓고 도로를 만드는 것보다는 사람 중심으로 예산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저와 이명박 대통령하고는 거리가 좀 멀다, 좀이 아니라 아주 멀다고 생각해요.


 


총: 또 있나요?
이: 두 가지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총: 그런데 그게 사람들한테 잘 전달이 될까요?
이: 굉장히 어렵죠.


 


총: 사실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현대 CEO출신으로 국회의원 하고 서울시장 되려고 하는 이씨가 둘 밖에 없어요. 현재까지는. 뭐가 같으냐고 하셨지만 공통점부터 먼저 그렇게 크게 보인단 말이죠.


 


이: 아주 엉뚱한 이야기인데 한명숙 총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 갔어요.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하다가 같은 이야기가 나온 거에요. 이명박 대통령하고 이계안이하고 뭐가 다르냐, 이거에요. 거기는 진지하게 토론하는 자리도 아니고 인터뷰하는 자리도 아니고 한 쪽에서는 박카스 먹고 한 쪽에서는 과자 먹고 소주도 마시고 그러는 자리니까 진지하게 설득하는 게 더 어렵잖아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물어본 사람이 노씨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어디 노씨에요 그랬더니 교하 노씨래요. 그래서 제가 그 곤궁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찬스가 왔다. '교하 노씨에 노태우도 있고 노무현도 있는 데 같다고 그러면 어떡하냐.'(웃음) 그러니까 CEO가 서울시장을 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한다면 할 말이 없는데...


 


총: 그거는 아니고.


 


이: 서울시장이 해야 할 일 중에서 여러 가지 일이 있지만 주어진 돈을 아껴 쓰고 규모 있게 쓰고 순서에 맞게 써야 하는데, 그러는데 있어 이계안이가 CEO했기 때문에 나쁘다든지 현대에서 근무해서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총: 저도 CEO 출신은 안 된다고는 생각 안 합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미 현대 CEO 출신 서울시장과 대통령을 겪어봤단 말이에요. 지금 의원님과 이미 비슷한 코스를 먼저 밟아버린 사람이 있는데, 그 이미지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강하게 있는데, 또 한 번 서울시민들이 비슷한 경력을 가진 사람을 뽑아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말이죠. 그게 대단히 성공적이었다면 환호하며 선택하겠지만. 그 이미지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실 거냐 그런 문제죠.


 


이: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시고 저로서도 중요한 숙제 중에 하나인데,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잘 했으면...
총: 큰 득을 보겠지만 (웃음)


 


이: 저 스스로도 그런 이야기를 해요. 이명박 대통령이 잘했다면 득을 볼 가능성이 있는 거지만 잘못했다면 피해를 볼 게 확실하다. 하지만 극복할 숙제로 가지고 있지 한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주어질 지 알 수 없지만, 지금 이야기한 것처럼 CEO로서 의사결정을 하는 특성이 달라서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CEO와 이계안이 경험한 CEO가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싶고, 두 번째로 결국 정책이 예산에서 나타나는 것인데 나는 다르다고 말할 수 밖에 없겠다. 김어준씨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제가 그걸 설득하는 데 성공하면 선거 다 치른 거죠.



여기서 5분간 휴식. 일부러 끊지 않고 다 듣다보니 초반인데 벌써 1시간을 훌쩍 넘겼다. 이야기하기 참 좋아하는 양반이다.


이: 제가 특정한 사람 욕한 건 없죠?
총: 욕하셔야 해요.(웃음)


 


보좌관1: 아까 MB의 탐욕이라든가 청계천이라든가 하는 걸 좀 더 치셨으면...
보좌관2: 사실은 인터뷰 자리가 거의 합법화 된 뒷담화 공간인데.(웃음)
총: 바로 그 뒷담화를 안 하시네.(웃음)



다시 시작.


총: 자, 다시 하시죠.


 


이: 김문수 도지사가 초등학교, 중학교 애들에게 무상 급식하는 것에 대해 기초수급자냐 아버지가 뭐 하시냐 따지고 하는 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굳이 법을 따져서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의무교육이기 때문이 아니라 세상에 애들한테 나는 가난하다는 걸 증명하면 밥을 한 끼 주겠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저도 학교 다닐 적에 그렇게 해서 급식 얻어 먹는 게 참 싫었는데...


 


총: 미친 거죠. (웃음)


 




이: 제가 그런 이야기를 썼어요. 이명박 대통령과 나와의 차이가 뭐냐 하면, 나는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사람이고 그 양반은, 굳이 따져 가지고 요놈은 얼마 저놈은 얼마 하는 선별적 복지를 말하는 사람이라는 점이죠.


 


총: 선별적 복지가 아니라 그건 시혜죠. 복지의 개념은 없죠 아예.


 


이: 저는 초 중학교 애들이면, 복지고 뭐고 떠나서, 급식은 그 아이가 갖는 권리라고 보는 거에요. 그 급식을 위해 나는 가난해요 말하라는 건 틀렸다. 두 번째, 애들이 스스로 가난하다고 말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제가 서울서 중학교 2학년 2학기 하복 마지막 입는 날까지 학교를 다니고 그만뒀어요. 그 이유가 남의 집 얹혀 사느라고 밥은 얻어 먹었지만 점심 도시락은 못 싸 갖고 다녔어요. 근데 그 학교가 아침에 학교 와서 도시락 못 싸왔다고 신고하면 우유 한 병하고 빵 두 개를 줬습니다. 전 시골에 내려갈 때까지 일 년 반을 점심을 굶으면서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어요. 내가 무슨 특별한 자존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게 보편적인 애들의 마음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총: 당연히.


 


이: 그렇게 가난을 숨기고 살았는데 그런데 가난을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순간이 왔어. 2학년 2학기 때 어느 특정한 날이 되면 교복을 하복 입다 동복으로 싹 갈아 입잖아요. 중학교 입학할 때 동복을 사 입었는데 너무 커 가지고 이게 안 맞는 거야. 새로 사야 하는데 사 주는 사람이 없는 거야. 그래서 시골 와버리고 학교를 관뒀거든요.


 


총: 패션 때문에 학교를 관두셨구만.(폭소)


 


이: 이명박 대통령하고 나하고 다른 점은 복지를 보는 눈이 전혀 다르다. 그 사람은 말로는 꿈을 이루어준다고 하지만 한 눈만 감고 꿈 꾸는 척 하는 사람이고, 나는 꿈 꿀 때는 두 눈을 감고 꾸고 실행할 때는 두 눈 뜨고 실행할 사람이에요.


 


총: 다시 돌아가보면, 물론 합류는 열린우리당이 어려울 때 했지만 어쨌든 당선은 노무현 탄핵 후폭풍 덕을 보셨어요.


 


이: 부인할 수는 없지만 변명을 하나 하고 싶은 게 뭐냐 하면, 내가 50퍼센트 플러스 한 표를 얻었거든요. 근데 당시 열린우리당이 37프로였어요. 그러니까 13프로는 내가 얻은 거 아냐?


 


총: 꼭 그렇게 말할 수는 없죠.(웃음)
이: 꼭 그렇진 않아도, 그때 동작을 1번은 한나라당이고 2번은 민주당 원내대표인 유용태였다구요.


 


총: 그렇죠.


 


이: 3번이 나였는데, 물론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문에 표가 움직여 한나라당 표를 몽땅 이계안이 가져왔다고 하면, 굳이 부인하고 싶지 않아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당시 당 지지율이 36점 몇 퍼센트였는데 나는 50퍼센트 넘었잖아. 그 이야기는 개나 말이나 공천만 하면 전적으로 당선됐었다는 것과는 다르다…


 


총: 물론 그렇긴 한데요.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유용태 의원도 제가 알기로는 소위 후단협 출신이고, 그러니까 노무현 대통령을 어떻게든 제거하고자 했던 쪽이었고 그러다 보니 대립각이 섰던 것도 있죠.


 




이: 대립각은 섰지만 한나라당 표는 35 퍼센트 플러스 마이너스 5프로는 늘 있는 거 아닙니까. 나머지 60퍼센트 내외 가지고 내가 어느 정도를 먹어야 하는 지를 따져보면 여러 가지로 쉬운 선거였던 건 아니에요.


 


총: 저는 순전히 후폭풍 덕을 봤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하는 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하고의 연을 묻고자 하는 건데, 어쨌든 덕을 봤지 않습니까 6프로든 10프로든.


 


이: 그럼요. 그럼요. 덕 봤을 뿐만 아니라 제가 열린우리당에 가입하는 걸 선택했다고 하지만 열린우리당이 나한테 손을 내민 걸 생각하면 연이 닿아있는 거에요.


 


총: 노무현 대통령과 연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 질문하려고 꺼낸 이야긴데, 본론 전에 벌써 10분 지났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은 양반이다.


이: 사실 난 노 대통령이 나에 대해서 뭐라고 언급했다는 건 몰랐어요. 내가 입당할 때 당 의장은 정동영 당 의장이었고 나한테 정치를 하라고 직접 권했던 건 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이었기 때문에 몰랐어요. 그런데 내가 스스로 뿌린 씨가 있더라구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시절에 노 대통령이랑 친한 사람이면서 나를 잘 아는 사람이 나한테 와 가지고 두 가지 이야기를 했어요.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 정부에서 일하고 싶지 않냐? 그래서 어떤 자리에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총: 직접 만나신 적은 없었구요?
이: 대통령한테 가기 전에 미리 후보의 예비 인터뷰를 하는데 그 인터뷰 하러 나온 놈이 한 시간 이야기를 하는데 55분을 지가 말하더라구. 일어서면서 나 부르지 말아라, 그래서 깨졌어요.


 


총: 당선자 시절에 접촉이 왔는데 전령으로 온 친구가 너무 잘난 척을 해서 깨진 거다…(웃음) 누군데요?


 


이: 그런 놈이 있었어요.(웃음) 있었는데 그 사람도 살아있는 놈이니까.(웃음) 그게 첫 번째 간접적인 연이고 또 하나는 나중에 연이 되었는데, 어떤 사람이 와 가지고 자기가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는데 해줄 말이 뭐가 있겠냐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임기 동안에 재벌총수하고 독대하지 마라. 독대하면 부패하고 부패하면 죽는다. 그리고 독대를 하고 나면 재벌총수들이 전문경영인들을 우습게 안다. 문제가 생기면 자기가 대통령 만나서 해결해버리기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가 이미 그럴 때가 지났다. 그런데 나만 이렇게 말한 게 아니라 그렇게 말한 분들이 많았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재벌 총수를 단독으로 만난 적이 없어요.


 


그렇게 노무현 대통령과 연이 있다면 그 정도가 다 인줄 알고 있었는데, 제가 현대 시절 어떤 사람을 만난 적이 있어요. 그 아들이랑 우리 아들이랑 같은 고등학교 다녀서 학부모 자격으로 만났는데 현대자동차 가 보니까 그 양반이 현대에 납품하는 회사 사장이더라고. 납품회사 사장이니까 이제 안 만났죠. 납품회사 사장은 안 만나는 거니까. 그런데 선거를 치른 다음에 그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됐어요. 웃으면서 어떡해서 나한테 정치하자는 제안이 갔는지 아느냐고 묻는 거에요. 내가 알 턱이 없지. 그랬더니 그 양반이 노무현 대통령하고 개인적인 연이 있으셨다고 해요. 취미로 요트 탈 때.


 


총: 네.


 


이: 그 멤버였다는 거야. 그래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다가 기업하는 사람 중에도 양심적인 사람이 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에 이계안 이야기를 했다는 거에요.


 




총: 자기가 납품업체 사장이라고 하니까 안 만나더라. 그런 이야기.


 


이: 그건 내가 노무현 대통령하고 단둘이 그런 말을 할 기회가 없어서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그런 연 때문에 재벌에 근무하는 사람치고는 일찍 열린우리당 쪽 사람들 소위 노무현 대통령 진영에 의해 지명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총: 직접 들어보신 적은 없고.
이: 한 번도 없어요.


 


총: 만나보신 적은.


 


이: 업무적으로 여러 사람이 만난 적은 많았지만 단독으로 만난 적은 딱 한 번 있었어요. 17대 국회에서 한 일 중에 조세제도를 통해서 복지정책을 쓰는 건데 영어로 EITC라고 하고 우리말로 근로장려세제라는 게 있습니다. 일정한 월급 이하를 받던 사람이 더 받으면 세금을 내는 게 아니라 일정 한도까지 오히려 국가에서 보조금을 주는 제도가 있어요. 네거티브 인컴 택스(negative income tax)라고 하는데 그거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했어요. 그런데 제가 그 법안을 들고 다니니까 대통령이 한번 보자고 그랬어요.


 


그래서 이목희 의원하고 나하고 둘이 가게 됐어요. 당시 나는 열린우리당 경제 정책을 담당하는 제 3 정조위원장이고 이목희는 노동과 복지를 담당하는 제 5 정조위원장이었어요. 그러면 업무성격 상 이목희가 해야 하는 일이었어요. 그래서 갔더니 그걸 왜 이목희가 해야지 이계안 의원이 들고 다니냐고 그러시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랬어요. 이 정책을 이목희가 들고 다니면 내용도 안 보고 저 새끼들이 또 나눠 먹기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계안이 들고 다니면 복지정책이 아니라 경제정책이고 조세 정책이라고 생각해서 한나라당의 저항이 없을 것이다. 그랬더니 노무현 대통령이 그럴 듯 하다고. 그래서 한나라당이랑 협상하는데 큰 저항 없이 입법이 돼서 지금 시행 중에 있거든요. 그러니까 아마 우리나라에서 조세제도를 통한 복지제도로서는 유일할 거예요. 이후로는 없어요.


 


총: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인상은 어떻던가요?
이: 노무현 대통령 첫 번째 인상은, 노무현 의원시절 현대자동차 노사관계에 개입해서 판이 깨졌었거든요. 그때 나는 이 사람이, 야....


 


총: 그렇게 다시 만날 줄 몰랐겠죠 그때는.


 


이: 모르기도 했고. 당시 노사정 할 때 노사정위원회 간사가 이목희, 노조를 대표하는 금속연맹 사무총장이 문성현, 내가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실무책임자였는데 셋이 대학교 동기동창이에요. 우리 셋이 매일 만났어요. 그러면서 우리끼리 한 이야기가 우리 셋이 모이면 노사정이다.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어느 날 노무현 대통령이 느닷없이 와 가지고 깽판을 쳐 가지고 작살났어요.(웃음) 제 인상은 그것 밖에 없었어요.


 


총: 깽판을. (웃음) 그때는 안 좋아하셨겠네.


 


이: 좋아한다, 안 좋아한다는 것 보다 저는 이런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이 법과 질서를 이야기 하지만 법과 질서를 다 지켰으면 인류역사가 지금처럼 숱하게 혁명으로 얼룩졌겠어요? 난 그냥 어제처럼 오늘이 되고 오늘처럼 내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 이렇게 줄로 연결 되어 있는 게 아니라 불연속 하다는 것을 믿는 사람이어서, 저런 사람이 그런 걸 하는 사람인가보다.. 생각을 했지 그 이상은 생각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대통령 되신 후에 보니까 뭐 역시 역사 이야기를 되게 많이 하시더라구요.


 


총: 그럼 대통령 된 이후의 인상으론 어떤 사람이던가요?
이: 걱정이 되는 것이지. 모든 사람은 죽는데 죽는 사람이 안 죽는 것처럼 역사하고 대화하고 있구나...


 


총: 역사하고 대화하고 있다?
이: 네.


 



 


총: 제가 노무현과 관련을 여쭤보는 이유가 뭐냐 하면, 서울시장 선거 포함해 다음 지방선거 멀리는 대선까지도 결국은 노무현 혹은 노무현의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 들이느냐 하는데 있어서 전혀 상반된 두 세력이 부딪히는 거란 말이죠.


 


이: 그럴 개연성이 높죠.
총: 그래서 본인의 노무현에 대한 이해가 어떤 것인지를 여쭤보고자 했던 것인데, 그러니까 '역사하고 대화하는 사람'이라고 기억하신다?


 


이: 예.
총: 그럼 가정인데 만약 본인에게 권력이 주어졌어요. 그래서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거하고 관련해 꼭 한 가지만 밝혀야겠다. 그럼 뭘 밝히고 싶으세요?


 


이: 질문이...?


 


총: 대통령이 되건 법무부 장관이 되건 검찰청장이 되건, 그런 권력이 주어졌어요. 그런데 노무현 서거와 관련해 사람들이 의문점이 많잖아요.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꼭 한 가지만 그 배경이나 배후, 자초지종을 조사해 밝혀내겠다 하면 어떤 걸 밝혀내고 싶으세요? 그런 게 있으십니까?


 


이: 밝힌다기 보다 노무현 대통령하고 한 시간만이라도 다시 한 번 이야기 할 수 있다면 유서를 어떤 의미로 말씀하셨을까?'


 


총: 유서의 어떤 대목?


 


이: 노무현 대통령이 '남을 원망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게 무슨 의미였을까?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 하면 제가 아침마다 3가지 기도를 하는데 하나는 남을 미워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두 번째가 남을 원망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세 번째가 분노해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하고 기도를 하거든요.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원망과 그가 생각하는 원망이 무엇인가?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 원망이란 것이 뭔가? 그것을 정말 한번 물어보고 싶어요. 노무현 대통령님이 말하는 저 원망하지 말라는 것이 무엇이었을까?


 


총: 글쎄 노무현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나 지지했던 사람들은 당연히 원망할만 하잖아요. 이명박 대통령을 원망할 수도 있고 검찰을 원망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나요?



이: 그런데 본인이, 본인이 뭐라고 생각하느냐 이거죠.


 


총: 그건 저도 모르니까 여기서 이야기 해봐야 소용 없는 것 같고. 제가 지금 궁금한 건 만약에 그런 힘이 주어진다면, 그리고 한 가지를 밝힐 수 있다면 밝혀내고 싶으신 건 없으신 건가…


 


이: 지금 그 이야기에요. 뭐를 어떻게 했길래 대통령이 죽음으로서 원망하지 말라는 말을 했을까? 정말 대통령이 그렇게 말한 원망이 무어냐는 것이에요.


 


총: 본인이 서울시장이든 혹은 그 이후로 대선이든 준비하신다면, 당연히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표도 얻어내셔야 한단 말이죠. 굉장히 큰 덩어리의 표인데, 본인이 그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고 그것을 어떻게 다루고 싶은가 하는 것이 아마 그 사람들이 이계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잣대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을 거란 말이죠. 그래서 제가 여쭤보는 건데.


 


이: 저는 제 이야기가 같은 거라고 생각되는 데요. 지금 대통령의 죽음에 관해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원망이라는 부분 아니겠어요?



이야기가 빙빙 돈다. 할 수 없이 직접 물었다.


총: 그럼 이런 표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을 죽였다.


 


이: 사람 죽이는 방법이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저는 일정 부분 그것에 대해 공감해요.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 원망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총: 일정 부분 동의한다고 하셨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에 데이자 박연차 사건을 고리로 노무현을 죽음으로, 생물학적 죽음이 될 줄은 몰랐겠지만, 정치적으로 죽이려고 했던 것은 사실이잖아요.


 


이: 그렇죠.
총: 그럼 거기서 밝혀내고 싶거나 그런 대목은 없으세요?


 


이: 저는 이미 수사해놓은 것을 까면 다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총: 구체적으로 특정 부분은 없으시고?


 


이: 특정해서 알고 싶은 건 박연차 씨가 한 말이 뭐냐 이거죠. 실제로.
총: 구체적으로 한 말이 뭐냐?


 


이: 제 경험상 중수부에서 수사를 받아보면 별건 수사를 하거든요.
총: 별건수사.


 


이: 본 건과 관계가 없는데 인간의 약하디 약한, 별 이상한...
총: 여자 관계라든지…


 


이: 사소하지만 도덕적으로 상처가 될 만한 작은 것을 가지고 들이대서 피의자가 그걸 지키려고 자꾸 이상하게 뻗쳐 가는데, 박연차 씨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그게 뭐냐. 박연차 씨를 그렇게 한 게 뭐냐?


 




총: 박연차의 약한 고리가 뭐였냐?
이: 박연차의 약한 고리와는 다른 거죠. 박연차씨가 약한 고리라고 생각한 게 뭐냐.


 


총: 박연차씨가 약한 고리라 생각한 게 뭐냐, 검찰이 박연차의 약한 고리가 뭐라고 생각했냐 하는 것은 노무현의 죽음과 관련해서는...


 


이: 중요하죠. 결국은 그 고리가 처음엔 아주 작은 구멍이지만 그 구멍을 통해 모든 것을 들여다 보는 구멍이 되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대통령이 자기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태도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결론까지 내린 것 아닙니까? 그 단초가 뭐냐 이거죠. 김어준씨 그 단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총: 박연차의 약한 고리는 아마 돈 문제였겠죠. 그런데 제가 지금 궁금한 건 이런 겁니다. 검찰이 아니 이명박 정권이 박연차의 고리를 찾았던 건 수단이지 목적은 노무현을 죽이려고 한 것이잖아요.


 


이: 그렇죠.
총: 노무현 죽이기에 가장 적당한 수단이 뭐냐를 찾다가...


 


이: 결국은 그런 이야기 아니겠어요? 노무현 대통령이 죽음으로서 지키고 싶은 가치가 있었을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그 가치를 훼손시킨 게 뭐냐는 거에요? 노무현 대통령이 왜 죽었을까?




말이 자꾸 널뛴다. 원망하지 말라고 했던 게 뭐냐. 박연차의 약한 고리가 뭐냐. 노무현이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뭐냐… 스스로 정리가 되지 않은 걸 답하려다 보면 이렇게 되는 수가 많다. 그는 노무현의 죽음을 아직 개인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정리하지 못했다.


총: 말씀하신 대로 노무현 자신이 지키고 싶은 가치가 있었고 그 가치를 따르던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노무현으로 상징되는 가치 혹은 그 가치를 따르는 사람들 전체를 정치적 죽음으로 몰아 죽음의 프레임에 가두려 했단 말이죠.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그 프레임을 거부하고 자기를 던져 그 프레임의 작동을 중단시키고 자기는 가버린 거다. 저는 그렇게 이해하는데...


 


이: 이런 것 아닐까요? 우리나라가 역사적으로 해방 전부터 쭉 지배층이 바뀐 적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지배층으로 갈 수 있는 사람이 지배층으로 안 가고 저항한 사람의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 아닐까요?


 


총: 그렇지요.


 


이: 나는 지배층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아요. 애초 지배층에 들어올 수 없는 사람인데 노력을 해서 고시를 통해 지배층에 갈 수 있는 사람이 됐잖아요. 그런데 때려치우고 변호사 하잖아요. 변호사도 돈을 벌어서라도 또 메인스트림에 갈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그것도 거절하잖아요.


 


메인스트림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 들어오기를 거절하고 메인스트림에 못 들어올 사람들을 조직화 했다고 할까요, 그 사람들의 추앙을 받았다고 할까요. 그렇게 새로운 세력을 만들어 메인스트림을 깨버릴 수 있는 세력을 만든 것 아니에요? 그러니까 이 세력이 커지기 전에 상징적으로 노무현을 제거하자 이런 것 아니었을까요?


 


총: 물론 그런 건데 당시 국면과 관련해 좀더 구체화해서 말하자면, 촛불집회를 보면서 정권초기에 굉장히 위기감을 느꼈을 텐데 이게 다시 재발하지 않게 하려면 노무현을 잡아야 한다 라는 정권의 판단이 있었겠죠. 촛불 집회의 배후, 배후 이야기 했던 것이...


 


이: 저는 촛불집회는 현상이고 본질은 기존질서 내에 편입시켜준다고 해도 안 들어가고 저항한 노무현 대통령이 앞으로 계속 그런 세력을 상징적으로 대표할 수 있기 때문에 그걸 잘라버리자고 한 것 아니겠어요?


 


총: 물론 그렇죠.


 


이: 그런 의미기 때문에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왜 메인스트림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했던가. 안 들어 가면서 자기가 추구했던 가치가 뭔가 하는 것을 알고 싶은 것이에요.


 


총: 노무현이 추구했던 가치가 뭐냐…?
이: 자기가 눈 한 번 감으면 메인스트림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사람이었지만 그런 찬스를 최소한 두 번은 버렸거든요. 제가 보기에는.


 


총: 노무현이 왜 주류에 끼지 않고 자기 길을 갔느냐? 그게 궁금해서 노무현에게 직접 묻고 싶다?
이: 그렇죠


 


총: 그 이야기는 본인이 여러 차례 하지 않았나요? 반칙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맥락의…


 


이: 그렇게 말씀하신 것 알아요. 그러면 그것이, 그렇게 해서, 죽어서 지켜지냐는 거지요.
총: 그런데 왜 죽었냐고요?
이: 예.



역시 정리가 안 됐다.


 




총: 제 질문의 의도는… 어쨌든 이 이야기가 나왔으니 다시 짚고 가자면, 이명박 정권은 촛불을 계기로 노무현이 상징하는 가치, 그걸 정치적으로 죽이려고 프레임을 짰죠. 노무현의 정치적 생명도 죽고 노무현이 상징하는 가치도 죽고 그 사람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주저 앉히는. 촛불의 배후를 노무현으로 봤기 때문에. 그런 프레임을 짜서 가두어 두려고 했는데 그 프레임에 갇힐 수가 없었던 거죠. 노무현 대통령으로서는.


 


이: 그러니까 갇힐 수 없었다는 표현이나 제가 이야기하는 죽음으로서 안 갇히겠다는 것이 결과치는 같은 데, 그래서 죽은 것 아니겠어요?


 


총: 그렇지요. 자신을 던져 그 프레임의 작동을 중지시키려고 했던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만.
이: 그러니까 더 이상 이제 상대방의 포획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 그런 것 아니겠어요?


 


총: 그렇죠.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왜 그를 죽이려고 했느냐 하는 건 알겠고 노무현이 상징하는 가치도 알겠고 또 왜 스스로를 던졌느냐 하는 질문에 답변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있는데… 제가 묻고 싶은 건 이 죽음에서 이계안이 부당한 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느냐, 있다면 어떤 부분이고 그걸 밝혀내고 싶은가? 하는 것이거든요.



어떻게 받아들일 지가 정리되어야 어떻게 대응할 지도 나오는 법이다.


이: 그러니까 자기가 도대체 받아들일 수 없던 가치가 뭐였을까? 크게 추상적으로 말하면 다 비슷하게 이야기 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에 죽었냐는 거지요, 내 이야기가.



안 되겠다. 질문을 바꿔야겠다.


총: 그럼 이렇게 여쭤보죠. 혹시 복수심 있으세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서. 이 씨발, 복수해야 되겠다. 이런 생각.


 


이: 복수심은 있지만, 린치는 원하지 않아요.
총: 복수심은 있는데 린치를 원하지 않는다. 물리적으로는 린치 하지 않겠다?


 


이: 법에 의해서 해야죠.
총: 법에 의해서도 복수를 할 만한 건들이 있는 건가요?


 


이: 우선 제일 쉽게 이야기 하면 피의사실 공표 자체가 틀린 것 아니에요?


 


총: 자꾸 겉도는데, 그러니까 이런 게 궁금한 겁니다. 이계안 저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서 분하고 억울한 마음이 있을까? 그냥 CEO 하다 어쩌다 보니 열린우리당에 들어왔고 어쩌다 보니 노무현 대통령과 연이 맺어졌고 어쩌다 보니 민주당에 적을 둔 정치인일 뿐, 사실은 노무현 대통령이 이렇게 가고 만 것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정말 분하고 억울한 마음까지는 없는 것 않을까? 인간적으로 안타깝긴 하지만...


 


이: 그것 보다는 훨씬 더... 어떻게 말을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 될지는 모르지만, 상당한 기간 동안 걷게 된 동기도 아마 거기에 있을 거 같아요. 스스로가 납득이 안되니까. 걷는 게 좋은 이유 중에 하나가 혼자 생각하면서 기도하는 거에요.


 


총: 간단히 말해 복수심이 있느냐, 분하고 억울하냐?
이: 분하고 억울하고 분하다. 이렇게까지 가는 게 맞느냐? 공분이 있다. 그런데 내가 린치를 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총: 린치 부분은 본인의 철학과 원칙과 품성에 대한 이야기고, 어쨌든 분하고 억울한 마음은 있다…


 


이: 그 마음 때문에, 다른 용감한 사람들은, 나가서 데모도 하고 그러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고 그것 때문에 내 마음을, 이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데 할 수가 없으니까. 걸었다는 거죠. 걷고 있다는 거지요. 그러면서 생각하는 게 나는 원망하지 말라는 기도를 철나고서부터는 지금까지 계속하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뭐를 그렇게 원망하지 말라고 했을까? 뭐를? 누가 뭘 그렇게 했기에? 그런 의문이 지금도 있어요.



결국 두루뭉실한 모범 답변만 듣고 말았다. 그럼 이명박에 대해서는 어떨까.


총: 이명박 시장 말고 대통령으로서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제일 부족한 게 신뢰라고 생각해요. 현직 대통령이 신뢰를 가장 많이 깨는 사람이니까.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서 '내가 대운하 안 하다는데 왜 안 믿는 거야' 그러잖아요. 그런데 세종시 뒤집잖아요. 안 한다는 말은 안 뒤집어진다는 것을 믿을 수 있어요? 나는 못 믿어요.


 


총: 신뢰가 없다.


 


이: 두 번째로 이명박은 또 다른 의미로 역사와 대화하고 있어요. 내가 보기에는. 뭐 선거 때 표가 급해서 했지만 자기가 양심 상 백년대계를 생각하니까 그렇게 못하겠다는 건데. 대통령이 법으로 만들어진 것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면 독재죠.


 




총: 거기 양심을 거론한다는 게 또 웃기죠.


 


이: 독재자나 할 수 있는 것이죠. '짐이 곧 국가' 에서의 짐도 아니고, 국민의 손에 의해서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국민이 뽑아준 대통령인데 그렇게 할 수 있나요? 제가 정운찬 총리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그 사람 우스운 사람이다. 국회에서 양당이 타협해 법 만들었는데, 법에 따라서 일을 해야 될 사람이 안 한다고, 못 한다고.


 


총: 몸빵 하고 있는 거죠 이명박 대신에. (웃음)


 


이: 그랬더니 대통령 왈, 그건 총리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시해서 하는 거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잖아요. 아니 그게 말이 되냐고요? 우리나라 대통령이 물론 국가의 원수이기도 하지만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입법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에요? 법을 준수해야 하는 사람 아니에요? 만든 법을 지금 자긴 안 지키겠다고 거부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렇게 말한 사람이 대운하 안 한다는 데 왜 안 믿냐고 말할 수 있느냐 이겁니다.


 


총: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왜 그렇게까지 4대강을 하려고 하는 겁니까? 4대강 운하의 첫 삽이라고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는데, 그걸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려고 하는 걸까요?


 


이: 박정희 대통령하고 자기를 비교하는 게 아닌가 해요.
총: 경부고속도로로 생각한다?


 


이: 경부고속도로 하고 녹화사업 한 것처럼, 박정희 대통령이 당시의 식자들이 반대했던 경부선 뚫고 녹화사업을 한 게 잘했다고 하는데, 이 대통령은 청계천을 년간 100억을 들여서 거대한 정치 선전탑으로 하나 만들어 놓고.


 


총: 인공분수죠.
이: 그거 만들어 놓고 이제 더 큰 청계천을 만들고자 하는 것 아닙니까?


 


총: 물론 정치가들이 그런 건축 상징물에 대한 욕구가 강한 건 알겠는데, 이유가 그것밖에 없는 건가요? 실질적인 이권이 작동하는 건 아닐까요?


 


이: 그 이권이 작용했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나라가 GDP에 있어서 건설 토목 비율이 13프로 정도 될 거에요. 엄청나게 크지 않습니까? 지금 토목업자의 이해 관계에 정치와 언론이 같이 물려 돌아가는 메커니즘에 빠져 있다는 건 확실하다고 생각해요. 조중동도 광고 상당 부분을 아파트 개발사업과 아파트 분양사업으로 먹고 사는 것 아닙니까? 2.1연구소 소장 우석훈 박사 이야기가 기가 막히게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이를테면 이건희 회장을 특사해주는데 저 같은 사람은 기능주의적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데 이건희 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니까 필요하다면 풀어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거겠지… 그 정도 생각을 했는데


 


우석훈 소장은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을 비교하면 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고 하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느냐? 하지 못하면 진짜 쫄딱 망하는 사람도 있다는 거죠. 평창에다가 땅 왕창 사놓은 사람들. 그런 땅 왕창 사놓은 사람들이 배후에서 움직여서 이건희 특사를 시켜서라도 유치전에 선수로 뛰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을 거다.. 그러니까 4대강 사업이라는 것도 우리나라의 거대한 건설회사와 토목회사의 이권하고 맞아 떨어져서 하게 된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총: 일리 있다 수준을 넘어 실제 이명박 대통령이 그쪽 출신이니까, 그런 것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생각하지는 않으세요?



이: 그러니까 저는 저 사람이 대통령을 관둔 다음에 먹고 사는 게 걱정이 되어서 이권을 챙겨 더 부자가 되려고 한다, 그건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총: 본인은 이미 먹고 살 만큼 많이 챙겨놨겠죠. 그런데 자기를 따르고 자기를 대통령 만들어주고 자기 주변에 모여있는 사람들도 챙겨줘야 하잖아요.


 


이: 그런 의미로 무슨 건설족이니 해서 그런 세력들이 대통령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구나 하는 짐작은 하고 있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에 강을 다 파헤친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선 뚫고 녹화사업 하는 것만큼 자기도 훌륭한 대통령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총: 그게 제일 클 것이다?
이: 그런 공명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총: 이명박 대통령이 졸업한 특정 고등학교 출신들이 4대강 하청 다 땄다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이: 저는 그런 것을 믿고 싶지 않은데... 실제로 굉장히 많이 땄더군요 보니까.


 


총: 믿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라 팩트니까.
이: 어디서 질문을 해가지고 설마 그러고 찾아보니까 그렇더라구요. 


 


총: 큰 공사하면 으레 떡고물 좀 떼가는 놈들도 있는 거지 뭐... 그런 차원이 아니라, 그들이 다 먹었잖아요. (웃음)


 


이: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지금 토건 토목국가로, 서울시의 뉴타운도 마찬가지고, 가는 것에 대해 이번 지방자치제 선거를 비롯해 선거 때 명확하게 선을 긋고 싸워야 할 것 같아요.


 


총: 그럼 이런 건 어떤 가요. 최근 원전 수주할 때 보면 2주 전에 계약 확정 되었는데 비밀로 하다가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마치 결정적인 역할을 해서 계약을 딴 것처럼 연출도 하고, 계약을 부풀려서 보이게 만들고, 이런 쇼를 한단 말이죠. 이명박이 정치적 쇼를 대단히 좋아한다. 그런 생각은 안 하십니까?


 


이: 지금 그런 것을 정치적인 쇼라고 표현하면 그래도 멋있게 표현한 것이고, 지금 우리 언론들이 완전히… 대통령을 거 뭐랄까...


 


총: 빨아주고. (웃음)


 


이: 선전.. 그, 뭐라고 하나요?
총: 선전대.


 


이: 그래요. 그런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어요.
총: 그렇게 지시하는 쪽이 있는 거죠.


 


이: 지시해도 언론이 살아있으면 균형 있게 말하지 않았겠어요?
총: 물론이죠. 그런데 제가 이제 듣고 싶은 건 뭐냐 하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궁금한 건데, 최근 정치적 쇼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그런 생각은 안 하시시는지.


 


이: 그러니까 정치적인 쇼뿐만 아니라 점점 자기가 다 했다고 말하고 있죠.
총: 이제.. 미친 거죠. (웃음)



이: 그게 저는 두렵죠. 대통령이 뭐든 빛나는 역할은 자기가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하는 것마다.



이명박에 대한 견해 역시 평면적이다. 해서 한명숙 건을 끌여들여보기로 했다.


총: 그럼 한명숙 사건은 어떻게 보십니까?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이: 한명숙 사건에 관해서는 당원을 떠나서 아주 솔직한 이야기로, 제가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봐 왔기에 하는 이야기인데, 한명숙 총리는 이런 사건에 휘말리면 정말 잘못하면 헤어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총: 어떤 의미에서?


 


이: 심성이 그렇다는 거에요. 제가 본 심성이. 내가 생각하는 한명숙은 뭐랄까 잡초처럼 산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죠. 저는 한총리가 저런 말을 듣는 것을 보고 저러다가 한총리 또 잡겠네.


 


총: 노무현 사건의 재판...



이: 잡겠네. 그 생각이 퍼뜩 들더라구요. 개인적으로 한총리와 제 처가 정신여고, 이대 동문이어서 좀 일찍 알았어요. 국회의원 같이 할 때도 우스갯소리로 17대 국회에는 한길이도 있고 한길이 엄마도 있고 한길이 아버지도 있다고 했었는데, 김한길은 국회의원이고 이한길이 아버지는 이계안이고, 박한길이 어머니는 한명숙씨라서 이런 우스갯소리도 하고.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명숙 전총리를 저렇게 하는 걸 보고, 큰일났다.


 




총: 한총리를 개인적으로 아시니까 그런 걱정을 하시는 건데, 제가 이 질문을 드린 이유는 뭐냐 하면 이것이 다음 서울시장이 야당 쪽으로 넘어가면 다음 대선도 위험하다는 이명박 정권의 정세 판단이 만들어낸 작전이 아닐까...


 


이: 만약에 한나라당에서 그런 생각을 했다면, 반 한나라당 진영이 걱정할 게 없다고 생각해요. 



총: 그러니까 제가 궁금한 건 그렇게 보시느냐 아니냐는 하는 이계안의 사건에 대한 관점입니다.


 


이: 저는 그 정도까지도 보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총: 그럼 작전이 아니라...


 


이: 그렇게까지 그랜드 디자인한 것도 아니라는 거에요.
총: 그랜드 디자인…


 


이: 그렇게 머리가 좋은 사람이 디자인한 것도 아니라는 거에요.(웃음)
총: 그럼 이 시점에 이런 사건이 그저 우발적으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이: 그러니까 지방선거, 2012년 선거 그런 거대한 큰 틀 아래서 뭘 움직이는, 그렇게 위대한 사건도 아니고.


 


총: 물론 위대한 사건은 물론 아닌데 이게 단지 우발적으로...
이: 우발적이었다고 라고 말하긴 어렵겠죠. 원래 모든 검찰수사는 기획수사입니다.


 


총: 그렇긴 한데, 하필 지금 이 시점에 딱 나오는 건 분명한 기획 아닐까… 검찰의 수사란 게 본질적으로 기획이다 하는 차원이 아니라 정권 차원의 기획이 아닐까, 그런 식의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이: 그런 생각도 하기 싫어요. 그런 생각 하니까. 걱정이 되니까. 아, 이러다가 한명숙 잡겠네....



역시 이명박에 대해서도 딱 떨어지는 사견은 듣기가 어렵다. 해서 방향을 다시 바꿔봤다.


총: 이명박 대통령을 상사로 겪어 보셨죠?


 


이: 나보다 직위는 높지만 직속 상사는 아니었어요. 나는 항상 명예회장실의 스텝이었으니까.
총: 그러니까 부하로 직접 격어보신 적은 없었던 거네요.


 


이: 나는 명예회장의 참모고, 그 양반은 일선지휘관이고.
총: 이명박 대통령이 그렇게 술수에 능한 사람이었나요? (웃음)


 


이: 술수에 능하다.... 어떤 게 능한 거죠?
총: 이런 정치적 술수를 사용하는 종류의 사람이었나요? 기업에 있을 때 내부의 평가가 있었을 텐 데 어땠나요?


 


이: 재직할 때 내가 내린 평가 그리고 그 양반이 현대를 떠나고 그 이후에 지금까지 한 평가가 있는데 그건 좀 다르지요. 재직할 때 내 평가는 이명박 씨한테 배우고 싶은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윗사람을 참 잘 모셔. 정주영 회장실에 가면 모든 사람들이 얼른 결제 받고 꽁지가 빠져라 도망치는데 그 양반은 정주영 회장 찾아 가면 정주영 회장이 다음 약속 있으니까 나가라 할 때까지 앉아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두 번째는 그 양반이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그 양반이 사장이고 내가 차장 때 청와대 경제수석한테 도와달라고 말을 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경제수석이 박승 총재였어요. 그런데 약속이 어긋나서 한 시간 동안을 기다리게 되었는데 그때 이명박 회장이 앉고 이계안 차장 앉고 경제수석 보좌관 앉고 여직원이 한 명 앉아 있는데 여직원이 갖고 있는 라디오에서 캣츠라는 뮤지컬 노래가 흘러나왔어요. 그런데 그 노래를 들으면서 이 양반이 그 여직원한테 캣츠를 설명하는 거에요.


 


총: 여직원이 예뻤나 보죠. (폭소)
이: 그래서 내가 이명박 회장한테 회장님 정치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하고 물어봤어요.


 


총: 그랬더니?


 


이: 정치 안 한다는 거에요. 안 하는 이유가 뭐냐 하면 우리 형은 싫은 사람이 와도 얼굴 색이 안 바뀌고 만나 이야기를 하는데 자기는 얼굴색이 바뀐다는 거야. 그리고 자기는 뮤지컬뿐만 아니라 꽃꽂이도 주부들을 상대로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전 이 양반 결국 정치할거라고 그때 생각을 했어요. 그건 기업경제를 하는 사람의 마인드가 아니라 정치하려고 하는 사람이 그렇게 한다고 저는 생각을 했죠. 좋게 이야기 하면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에요. 어쨌든 그때는 아, 나도 회사에서 회장을 하려면 저렇게 해야 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죠.


 



 


총: 그럼 기업인으로서의 단점은요?


 


이: 제가 어렸을 때는 솔직히 기업인으로서의 단점을 몰랐죠. 나중에 안 거는 현대건설의 부실, 그 분식회계가 문제가 되었는데 그것 때문에 이명박 후임자가 아주 혼이 나지요. 그 후임자는 말을 못했지만 기업의 회계분식이란 게 어느 날 갑자기 하는 게 아니잖아요. 이어져 내려오는 거잖아요.


 


총: 현대건설 부실화에 사실은 책임이 있다?


 


이: 책임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저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중에 와서 책임 있다 없다 말하는 건 공정하지가 않으니까... 정치가로서 평가는, 그 양반이 91년도에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으로 가서 국회의원이 되지요. 그 다음 재선은 종로구 선거를 치른 후 대법원 판결에 의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는데 판결 전에 스스로 관두지 않습니까? 그런 것을 보면서 정치의 정도를 모르고 한다고 생각을 했었고. 서울 시장하고 대통령 한다고 했을 때도 내 기준으로는 정말 저 양반이 나올 수 있을까? 어렵지 않을까? 그런 과거가 있는데. 그런 생각을 했는데 한나라당이 결국 후보로 만들더라구요.



‘기업인’ 이명박과 ‘정치인’ 이명박을 구분하려 했으나 실은 그 이전에 여전히 ‘선배’ 이명박에 대한 부담감이 먼저 느껴진다.


 


이쯤하고 판을 어떻게 읽고 있는지 묻기로 했다.


총: 이제 다시 본인 이야기로 넘어가보죠. 지금 같아선 이계안은 민주당 경선에서 이기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 그 전에 먼저 경선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를 먼저 이야기해야 할 거 같은데, 많은 사람들이 반 MB전선을 구축해야 승리할 수 있다고 그러잖아요. 그럼 어떻게 한다는 거냐. 민주당 경선을 이긴 사람이 다른 당 경선을 이긴 사람과 또 다시 경선을 치른다는 이야기인가 아니면 다른 당까지 다 포함해서 한 번에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 완전자유경선)로 경선을 하겠다는 것인가. 아마 한다면 후자가 맞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민주당 경선 자체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총: 그럼 야권 후보의 단일화는 되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는 두 가지 정도 생각해요. 제가 다니면서 느낀 건 다음 선거는 한나라당 차례는 아닐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는 겁니다. 그럼 누가 될 것이냐 하면 야당후보 중 표 쏠리는 쪽이 될 것이라고 생각 되는데. 그 방법에 관계해서는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으로 해서 모든 사람을 무대에 올려놓고 누가 가장 이 시대에 실력을 발휘할 정치가인가 보는 게 좋겠고. 그 범위는 정책을 연결고리로 합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두고 정하는 것이 방법이 아닐까 생각을 하죠.


 


총: 그럼 어찌되었건 단일화는 찬성하는 것이고.
이: 큰 틀에서는. 제가 멋있게 말을 하면 우리한테 반대하지 않는 사람은 전부 다 우리를 위하는 사람이라고 알고 같이 힘을 합한다..


 


총: 그럼 당위 말고 그 가능성은 어떻게 보세요? 단일화라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이잖아요.


 


이: 선거 전에 정당들이 단일 대오로 당원을 만들면 좋겠고, 안 되면 선거연합이라는 틀 안에서 각각 서울시장 나가고 싶은 사람 다 나오고 해서 전부 경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겠다…


 


총: 그럼 서울시장에 물론 본인이 당선돼야 한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본인을 제외하고 그나마 가장 나은 사람이 누구입니까?
이: 그런 걸 고민하면서 선거를 준비하지는 않았는데요.


 


총: 당연히 그러시겠지만 지금 제가 이렇게 물어봤으니까.
이: 제가 제 아들에게 김어준씨랑 인터뷰 한다니까 제 아들이 '아버지 모든 것을 답변할 필요는 없어요.'(웃음)


 


총: 똑똑한 아드님이네요.(웃음)
이: 우리 작은 아들이 김어준씨 팬인데 김어준씨랑 인터뷰 한다고 했더니 나에게 준 팁이 그것이었어요.


 


총: 정확한 조언이긴 한데, 어쨌든 이계안이 안 되는 상황이 올 수 있지 않습니까?
이: 물론이죠.


 




총: 그럼 누군가를 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그때 가서 나를 미는 사람을 밀면 되겠지.(웃음)


 


총: 그럼 한나라당 쪽에서는 누가 나오는 게 가장 강력한 적입니까?
이: 한나라당은 누가 나와도 다 경쟁할 수 있는 사람을 내보내겠지요. 하지만 2006년 경험에 미루어서 보면 이를테면 우리 당에서 누가 나오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들은 맞춤형 인물을 낼 가능성이 커요.


 


총: 거꾸로일 수도 있잖아요. 단일화가 굉장히 어려우니까 한나라당 후보가 먼저 결정되고 이 쪽에서 그에 적합한 대항마를 단일화 후보로 사람들이 지지해서 뽑지 않을까요?


 


이: 그럴 수도 있겠지만 2006년도의 경험에 비춰보면, 그때 제가 열린우리당이고 현직이 이명박 시장이었기 때문에 제가 이명박 시장한테 인사를 갔어요. 시장 출마한다고. 그때 그 양반이 한 이야기가 지금도 생생한데, '야 서울시장을 하고 싶었으면 한나라당에 갔었어야지.'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너같이 CEO출신이 열린우리당 후보가 된다면 지금 사람 말고 다른 후보를 내야겠지' 하더군요. 시장 때도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 있는 한나라당에서 그렇게 쉽게 후보를 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총: 어찌되었든 누가 가장 강적일 거 같습니까. 오세훈인가요?
이: 어떤 사람보다도, 나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서울시장 자리가 '인턴 대통령'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후보를 내면 나는 불리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총: 그렇겠죠. 그런데 그 사람이 누구입니까?
이: 오세훈이 될 수도 있고. 또 한나라당에서 대통령 하고 싶은 어떤 사람이 나는 그 서울시장을 거쳐서 반드시 대통령을 할 것입니다 하고 나올 수도 있겠죠.



또 즉답을 피한다.


총: 그럼 오세훈 서울시장이 가장 잘못한 게 뭡니까?
이: 잘못한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오시장은 일한 게 뭐가 있나요?


 


총: 한 일이 없다.
이: 내세울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특히 돌아다니면서 보면 제일 잘못한 게, 지 돈도 아닌데 지 돈이었으면 그렇게 안 썼을 텐데 너무나도 돈을 허드렛물 쓰듯이 쓴다. '니 돈이면 그렇게 쓰겠냐?'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이 이야기는 다른 인터뷰에서 이미 여러 번 했다. 준비된 답변. 해서 바로 넘어갔다. 이제 그의 컨텐츠.


 




총: 서울시장 캐치프레이즈를 출산율 2.1%로 잡으셨더라고요.


 


이: 캐치프레이즈라고 한 적은 없고요. 출산율을 거론한 것은 현재 서울의 문제점, 우리 사회가 처한 문제점을 여러 가지 농축해서 보면 출산율이 2.1이 되야 한다는 그런 방향성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캐치프레이즈라고 이야기 한적은 없죠.


 


총: 우리 사회 총체적 문제의 해결시도를 출산율 2.1로 표현하신 거에요? 그건 와 닿지가 않네요.
이: 와 닿지 않으면 그건 문제의식이 없는 거에요. (웃음)


 


총: 아이를 낳지 않는 건 근본적으로는 삶이 불안해서 그런 거잖아요? 자기 생활이 고용, 주거, 교육 모두 포함해서 자기 삶이 불안하니 당연히 아이의 미래도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이고. 신자유주의가 심화시킨 무한경쟁 속의 내 삶이 점점 더 불안해진다. 그런데 애를 어떻게 낳느냐 이런 거 아닙니까?


 


이: 저는 불안이라는 말보다 불확실성이라는 말을 더 많이 씁니다만 그런데 그 불안이라는 것뿐만 아니라 가치관의 태도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굉장히 가부장적이고, 양성평등에 관한 문제라든지 또 저 같은 경우는 아직 내놓고 떠들지는 못하는데 지금 우리나라 같은 가족제도가 맞는 건지...


 


총: 가족제도가 맞느냐는 하는 고민 간단히 설명 좀 해주시죠.


 


이: 이를테면 제가 미혼모들을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는 법을 통과시키고 그랬는데 법은 통과되었는데 예산은 안 따라가고 그래서 미혼모에 대해 실질적으로 국가가 보호할 수단이 없어요. 애를 낳으면 그게 결혼신고를 한 부부 자식인지 아비가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기 이전에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종교적으로 말하면 하나님의 사랑의 표시로 선물로 알고, 나라와 사회와 온 마을이 기르는 그런 나라가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요.


 


지금 우리나라에서 한 해 신생아가 44만 명 정도인데 그 중에서 2만5천 명에서 3만 명이 소위 말해 미혼모가 낳은 아이들이거든요. 그런데 출산율 낮다고 하면서도 그 중 만 오천 명 내외를 해외 입양시키잖아요. 말이 좋아 해외 입양이지 수출 아닙니까, 수출. 그런 사회에서 애 낳자는 이야기를 하다니요. 낳은 애도 못 키우는 나라에서 애를 더 낳자고 이야기 하는 게 말이 안 되죠.


 


총: 그걸 출산율 2.1로 압축하셨다는 건데.. 그런데 그게 가능 하려면 삶의 기본적인 조건 혹은 가치관 세계관이 총체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거든요. 제 의문은 그게, 출산율을 2.1로 만드는 게 과연 서울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인가 하는 건데요.


 


이: 자꾸 서울시라고만 이야기 하시는데...
총: 지금 서울시장 나오신다니까...


 


이: 2.1연구소는 정치를 깊고 오래하겠다는 전제로 만든 거에요.
총: 2.1연구소가 서울시장 캠프로 만들어 진 게 아니다?


 


이: 아니죠. 제가 정치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장에 나가면 서울시장에 필요한 정책을 거기서 만들어 내는 것이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 중 구청장에 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구청장에게도 정책을 만들어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이고, 또 저희들 실력이 더 좋아져서 대통령 후보자를 낼 수 있으면 나라 의제로서 충분히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지. 2.1 연구소가 캠프 이름이다. 그렇게 말한 적은 한번도 없는데.


 




총: 제가 잘못했습니다. (웃음)
이: 어이~ 김어준 씨도 잘못했다는 이야기를 하네. (웃음)




스스로 파악하고 있는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에 대해 묻는 타임. 이건 다른 정치인들에 대한 견해를 통해 접근해보기로 했다.


총: 마무리로 넘어가서, 마지막으로 몇 가지만 짚죠. 정몽준은 대통령 자격이 있나요?
이: 대한민국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40 넘어가면 대통령 나올 수 있죠.


 


총: 법적으로는 그런데… 정문준이 그만한 인물인가요?



또, 피한다.


이: 저는 정몽준 대표하고 정치를 같이 해 본 적이 없어요.
총: 그럼 직관적으로...


 


이: 제가 2008년도에 선거에 불출마 하고, 지역구 내주는 방법이 탈당하는 거니까 지역구를 내줬어요. 그랬더니 정동영 의원이 왔어요. 즉각 한나라 당에서 울산에서 선거 치르고 있던 정몽준 의원을 저격수로 불러서 총선을 치르게 됐었죠. 그날 제가 이야기 한 게 뭐냐면, 현대에서 나한테 내일 아침부터 전화를 할 거다. 뻔하죠. 정몽준 도와주라고. 그래서 저를 평생 동안 멘토처럼 해주신 분에게 뭐라고 했냐면, 전 정치 더 할 거구요 전혀 움직이지 않겠고 저는 한나라당을 가서 정치할 생각도 없습니다 했죠. 이게 답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총: 안 됐는데요.(폭소) 직접적으로 물어보죠. 정몽준이 대통령 되면 안 됩니까. 본인 생각이 궁금합니다.


 


이: 내 생각은 정몽준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려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총: 뭘 포기해야 하죠?
이: 경제인으로서 활동하는 것에 대해서 간접적인 관여 조차도 손을 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총: 그것만 포기하면 대통령 자격이 있나요? 제가 궁금한 것은 이거에요. 내가 30년간 정씨 일가의 기업에서 CEO로서 대우를 받으면 생활을 했고 가까이에서 보기도 했는데 내가 봐온 정몽준은 대통령 감이 아니야. 혹은 정치적으로는 남의 진영에 있지만 그 정도 인물이면 대통령 할 수도 있어.


 


이: 정몽준 대표가 대통령 하고 싶으면 지금 있는 것에서 많은 것을 남에게 배려해야 한다...
총: 그럼 그 전제만 충족되면 대통령이 될만한 자질이 있는 사람입니까?


 


이: yes no로 답하기를 원하시는 것 같은데 그렇게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정몽준이 정치가로서 대통령이 되려면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다 손에 쥐고는 못 한다…


 


총: 그것은 조건의 문제고 그 사람 자체가 그만한 자질이나 능력이나 성품이나 인격이나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건지.


 


이: 충분히 몰라요
총: 모르신다고요? 부담스러우신가요?


 




이: 진짜 몰라요. 나는 정몽준 의원과 정치를 같이 해본 적도 없고 정치적인 이야기를 해본 적도 없고...


 


총: 가까이 있던 사람들의 무수한 이야기를 들었을 텐데..
이: 무수한 들은 이야기로 보면 아까 이야기 한 것처럼 훨씬 더 채워야 할 부분이 많은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하지요.


 


총: 뭐가 부족한가요?
이: 우선 현실을 모르잖아요.


 


총: 일상의 삶, 서민의 삶을 모른다?
이: 지금 우리가 시냇물을 건널 때 시냇물이 낮으면 걷고 건너는 거고 걷어도 젖게 되면 옷 입은 채로 건너는 거에요. 그런데 정치는 옷 입은 채로 건너는 거에요.


 


총: 그게 무슨 이야기지요?


 


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죠. 저 조차도 국민 속으로 들어간다는 이야기 하면 니가 언제 고생해봤어? 그러는데 정몽준 대표가 국민 앞에 가서 내가 여러분입니다 그런 말을 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절실하게 삶을 살아야죠.


 


총: 지금 말씀하시는 건 사실 다 조건에 관한 문제고, 그 사람이 그렇게 재벌의 아들로 태어난 게 그 사람 죄는 아니니까, 제가 묻고 싶은 건 정몽준 개인이 한나라의 대통령이 될 자질이 있다고 판단하시느냐? 거기에 대한 대답은 안 하시네.


 


이: 그러니까 대통령은, 대통령을 이미 해본 사람을 빼고는 다 할 수 있는 거에요,
총: 그건 답이 아니죠. (웃음) 다른 사람 말고 정몽준!


 


이: 그러니까 그 질문 자체가 정몽준은 대통령 된다 안 된다 하면 쉬운 답이 되겠지만 그건 책임 없는 이야기다, 이런 말이에요.
총: 그냥 본인의 개인적 견해가 궁금 겁니다.


 


이: 그러니까 내 견해로는 채울 것이 많이 있지만 그렇게 많은 것을 채우고 나면 그 양반도 좋은 후보가 될 수 있다.
총: 그 채우라는 많은 것들 중에 하나가....


 


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라
총: 그럼 그것만 되면 되나요?
이: 그것만 되면 안되죠. 많은 것 중의 하나라고, 많은 것 중의 하나....


 


총: 그럼 다른 거 하나만 말씀해 주세요.
이: 일단 국민 속으로 들어가라는 것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남의 말을 잘 들어야 해요.


 


총: 말을 잘 안 듣나요?
이: 혼자 이야기하잖아요.


 


총: 제왕의 아들로 태어나서 그런 겁니까?
이: 태어나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 사람은 서른셋에 대표이사가 된 사람인데 평생 말만하고 살지 않았을까요? 듣지 않고.


 


총: 그랬겠죠? 아버지만 빼고는.
이: 그런 것이 있으니까 어려움이 있을 텐데 그런 것을 극복하면 자기가 당 내에서 어떤 입지를 굳혀나가겠죠.


 


총: 그럼 이명박 대통령이 자기 집안에서 소위 머슴을 살았는데 갑자기 자기가 오히려 이명박의 당에 들어가 머슴 역할을 하는 정몽준 대표의 생각은 어떤 것일까요? 자기 직원이었는데 자기 상사가 된 거잖아요. 어떤 기분일까요? 저보단 잘 아실 것 같은데.


 


이: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대한민국에서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젊은 사람들한테 당대에 인생역전을 할 수 있는 나라. 어떤 상징을 하나 보여주고 싶어요.


 


총: 그런데 제 질문에 답변을 안 하십니다.
이: 왜 답변이 아니에요, 그게. 사회가, 역사를 보면 정몽준도 자기가 대통령이 되고 싶으면 그것을 받아 들여야죠.


 


총: 제가 이런 질문을 드리는 이유는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정몽준 대표에 대한 이해도가 깊지 않겠는가.
이: 깊죠.


 




총: 그래서 그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답변을 조금이라도 듣고 싶은데...
이: 이해가 깊기 때문에 말을 이렇게 하는 것이에요. 모르면 yes, no로 단답하지요.


 


총: 괜찮은 사람인가요? 그냥.
이: 괜찮...


 


총: 자연인 정몽준 괜찮은 사람인가요 그럼?
이: 자연인 정몽준은 나한테는 좋은 사람이에요. 나 개인한테는요. 그런데 지금 질문하는 게 그런 질문하는 게 아니잖아요. 정치가한테 묻는 거잖아요. 그 양반은 반대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데, 나는 경쟁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고요. 그 선상에서 이야기 하는 거에요.


 


총: 그런데 그 선상에서 명쾌하게 말씀을 안 하시니까...
이: 명쾌하게 이야기 하지 않기는 뭐..
총: 하나도 안 명쾌합니다. (폭소)


 


이: 하나도 명쾌하지 않다고 김어준씨가 짐짓 그렇게 말하는 거지…
총: 그러면 박근혜 개인을 두고 보자면 대통령의 자질이 충분할까요?


 


이: 조직을 운영해 봤느냐? 그렇게 보면 어려웠을 때 한나라 당을 이끌어간 사람 아니에요? 한나라당 후보로는 충분히 그러한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총: 한나라당 후보로는 뭐 자질을 갖췄다고 할 수 있는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어도 좋습니까?
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안 되는 이유가 뭡니까?


 


총: 제가 궁금한 게 안 될 이유가 없다면 대통령 하라고 하죠 뭘...
이: 그렇지 않죠. 대통령이란 것은 누가 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안 되는 게 아니라, 동시대를 살면서 더 나은 사람이 하는 것이에요.


 


총: 그럼 더 못한 이유가 뭐죠?
이: 더 나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거에요 우리당에.


 


총: 그러니까 뭐가 부족합니까?
이: 우리당에서 더 나은 사람이 있다는 거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총: 우리당에서 더 나은 사람이 안 나온다면 박근혜가 대통령 해도 된다는 겁니까?


 


이: 그렇게 해도 되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게 되는 것이지요. 국민들이 선택 안 할 테니까. 대통령은, 서울시장도 마찬가지고 다 그렇지만, 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게 아니 국민이 뽑은 사람이 되는 것이거든요.


 


총: 그렇긴 한데, 이런 거 있잖아요. 저 사람은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되는 사람이었다. 예를 들어 이명박 대통령을 두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 많거든요. 그처럼 저 사람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돼  라고 생각하시지는 않으신가요?


 


이: 그것에 대해서는 질문이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총: 왜요?


 


이: 이명박이 대통령이 안 됐으면 정동영이 되었어야 한다는 말인데 그럼 정동영이 되었으면 하는 사람이 더 많이 나와서 찍었어야지요.


 


총: 그런 말이 아니라, 뭐 후보가 이명박 아니면 정동영 외 몇 명 밖에 없었으니 그렇게 말할 수 있긴 한데, 그런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만약에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면 저 사람은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되는 사람이야, 하고 사석에서 개인적으로 말씀하실 순 있잖아요. 그렇지요?


 


이: 우린 사석에서 이야기 하는 게 아니잖아요.


 


총: 저는 지금 그런 사적 평가가 궁금한 것인데요..
이: 그런 평가 있어요. 지금 사석으로 이야기 하면 MB에 대해서도 이야기 할 수 있고,


 


총: 그런 속내 이야기가 궁금한 겁니다.
이: 이건 사석에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치가가 정치가에게 하는 것이잖아요.


 


총: 너무 많이 조심하시는 것 같아요.(웃음)


이: 조심한다고 보면 조심하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저는 여성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안 되어야 한다는 말에 대해서는 반대에요.


 


총: 그런 말은 아니고요.


 


이: 자연인 박근혜를 물어보는 이유는 한나라당의 유력한 후보인데 안 되느냐? 하고 물어보면 나는 그 사람이 안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당의 좋은 사람이 되고. 그쪽 당에서 안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에요.


 


총: 그 정도에 불과한가요?


 


이: 불과한 게 아니죠. 그게 중요한 이야기지요. 우리가 그 사람을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책무가 있는 건데.


 


총: 그러니까 왜 이겨야 하는 겁니까? 그 쪽은 되어서는 안 되는 가치를 표방하거나 가지고 있기 때문에 되어서는 안 되는 거지, 내가 속한 우리편이 무조건 이겨야 하기 때문에 안 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이: 그러니까 내가 국민들하고 유리되어서 정치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박근혜가 되었건 정몽준이 되었건, 그 사람이 안 된다고 하는 이유는 그 사람보다 더 좋은 가치 더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하는 것이지 그냥 저 사람은 안돼 라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 되는 사람은 우리 당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구요.


 


총: 어... 답을 안 하시려고 그러네. (웃음)
이: 그렇게 이야기하셔도 이미 할 이야기는 한 것이고.



누가 왜 안 되는지에 대한 견해를 통해 정치적 가치판단의 기준을 들어려했으나 이 역시 실패. 해서 그냥 촌스럽게 직접 묻기로 했다.


총: 그러면 이렇게 묻죠. 본인은 좌파인가요, 우파인가요, 아니면 그렇게 규정되기 싫으신가요? 아니면 뭐 중도도 있고.


 


이: 저는 좌, 우파라고 하는 것에 대해선 생각을 안 해요. 정치적으로는 저는 진보 세력일 것이에요. 경제에 관해서는 충실한 시장주의자일겁니다.


 




총: 그래서 좌우로 규정되기가 싫으신 거에요?
이: 싫은 게 아니라 그대로 써주세요. 답했잖아요.


 


총: 뭐 좌파가 시장을 자체를 부정하거나 또는 시장주의 자체를 거부하는 건 아니죠. 시장을 어떻게 통제하고 어떤 룰로 세울 것이냐 하는 문제인데.


 


이: 그러니까 시장이 공정한 경쟁을 원하는 시장주의자이고, 지금의 현상의 질서에 대해서는 좀더 개인의 자유, 인권에 관해서 신장이 되었으면 좋기를 바라는, 그런 의미에서 진보주의자이지요.


 


총: 어쨌든 본인 스스로 좌파다 우파다 규정해 보신 적은 없으세요?
이: 지금 제가 이념좌표로 계산해 보니까 좌파더라고요.
총: 우리나라에서는?


 


이: 네. 그런데 저는 내가 좌파면 야, 진짜 좌파나 우파는 어디 있을까? 제 생각대로 이야기 하면 전 중도일거에요. 제가 좌파, 우파라고 하기는 어렵죠.


 


총: 그러나 한국적 상황에서는 좌파다...
이: 좌파라고 되어 있어요. 그런데 나랑 기업할 때 알던 사람의 반 정도는 이계안은 벌써 빨갱이라고 그래요. (웃음)


 


총: 현대 CEO였을 때는 아니었는데?


 


이: 그런 것이지요.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이를테면 제벌들 공정경쟁을 해야 하고 공정경쟁을 안 하면 징벌적 처벌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 좌파라고 이야기를 하고, 그 다음 복지에 관해 가난한 사람은 말하지 않더라도 보편적 복지로서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을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고 하니까 좌파라고 하고.


 


총: 그런 생각들은 전부 정치에 입문하고 나서 하신 겁니까?
이: 전에도 그랬죠.


 


총: 현대그룹의 CEO면서 그런 걸 주장하신 적은 없잖아요.
이: 그때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했고 노사문제를 할 때도 저는 그렇게 했어요


 


총: 노사문제에서도?
이: 노사문제를 할 때 저는 노동조합이 적군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총: 음. 그럼 전혀 다른 이야기인데 중학생들이 장발로 머리를 기르고 학교를 다녀도 될까요?
이: 지금도... 우리 때는 깎았지만...


 


총: 지금도 규제하죠, 귀 밑 몇 센티 이렇게.
이: 저는 장발을 한다 안 하다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중학생들한테 독립된 인격체로 대우해 줬으면 좋겠어요.


 


총: 그 독립적 인격체로 대우하는 것의 한 표현이 두발규제를 하느냐 마느냐일 수 있는데...
이: 그러니까 장발하는 것이 인격의 표현이라면 인정해야죠. 장발해도 괜찮은데 공부할 때 그거 거추장스러워…


 


총: 머리띠 하고 공부하면 되죠. (웃음)


 


이: 우리 아들이 지금 직장생활을 하는데 머리를 묶고 다녀요. 광고회사 인턴이고 머리를 묶고 다니고 청바지 다 찢어진 거 입고 다니는데, 우리 현대자동차로 심부름을 왔다가 전화를 했더라고요. 자기는 다 끝났는데 아버지 언제 끝나시냐고. 그럼 올라와라 그랬더니 전화한지 한참 있어도 안 올라오는 거에요. 그래서 다시 전화를 해서 왜 안 올라오냐 그랬더니, 수위아저씨가 우리아버지가 이계안 사장이라고 하는 데도 안 올려 보내주더라는 거에요. 안 믿어 준다는 거야. 사장 아들이 포니테일로 머리 묶고 다니고 청바지 입고 다니는 게... 그래서 웃었는데 그게 제 기본적인 태도에요.


 


총: 중학생일 때도?


이: 중학생이고 고등학생이고 인격으로 대해줘야 해요. 자기 인격에 자기가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인데 그것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총: 그럼 염색은요. 중학생들이 염색하고 문신도 하고 피어싱도 했다.


 


이: 구체적으로 머리 장발에 관해서는 자식을 봤으니까. 참고로 우리 집은 머리에 브리치 하는 것까지는, 내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가 아마 그 정도까지일 겁니다.


 


총: 초등학생은 너무 어리다 해도 중학생 정도 되었으면 두발이든 염색이든 문신이든 피어싱이든 규제하지 마라 라고 하실 거에요? 아니면 적정한 선을 그으실 거에요?


 


이: 저는 법적으로 미성년자라고 말하면 부모님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중학생쯤 되면 모든 것을 판단하고 책임질 수 있는 나이라고 보지는 않는데,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되면 피어싱을 하든 문신을 하든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부모님들과의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총: 그것은 부모와의 문제이고, 제가 말하는 것은 학교가.
이: 부모가 용납하면 학교는 용납해야죠.


 


총: 그러니까 부모가 염색이든 문신이든 장발이든 뭐든 간에 허락하면 학교도?


 


이: 중학생이 아직은 완성된 성인이 아니고 자기가 결정했다고 다 책임을 질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부모들과의 어떤 합의에 의해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니까요.


 


총: 저는 조직에 의한 규제의 범위를 묻는 건데, 그럼 만약 서울시 교육감이시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학교에서 두발을 규제한다. 그럼 못하게 하실 겁니까? 두발 마음대로 하게 해라. 왜 규제를 하느냐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라고 하실 건가요?


 


이: 원칙적으로는 자유를 주라고 말하겠는데, 교칙을 정하는 메커니즘이 있잖아요? 그에 있어서 학부모들과 충분하게 소통하라고 말을 하겠지요.


 


총: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 안 변하겠죠.
이: 그렇지 않을걸요.


 


총: 뭐 여태 그런 논리로, 학교에서 학부형과 결정하라는 논리로...
이: 아니죠 충분히 안 한 거죠. 저는 대안학교를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입니다.


 


총: 그러니까 교과부가 나서서 두발의 규제를 하라고 해서 지금 일선 학교들이 규제를 하고 있는 건 아니거든요.


 


이: 그것은 김어준씨가 잘못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생각하는 방법이, 허용하지 않는 것은 금지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지 생각을 바꾸자니까요. 금지하지 않는 것은 허용이라고 봐야 한다니까요.


 


총: 그런데 두발에 관해서는...


 


이: 두발에 관해서 지금 물들이는 것이 금지인지 피어싱이 금지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직은 애들이 어리니까, 초등학생들에게 네 마음대로 하라고 하지는 않지 않습니까, 그것은 부모들과 충분히 논의해서 정하라고 이야기 하겠다는 것이지요.


 


총: 제 말은 두발규제는 안 된다고 딱 정하지 않는다면, 그냥 논의하라고만 하면, 지금의 우리나라에서는 앞으로도 두발에 관해서 규제하지 않을까요?
이: 왜 그렇게 비관적으로 생각하시죠?


 


총: 여태 그래 해왔으니까. 그게 통제에 편하니까.
이: 깨야지요.


 


총: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어떻게 깨냐 이 말인데요.
이: 그러니까 지금 이야기 하잖아요. 금지하지 않는 것은 허용이다, 그렇게 한다니까.


 


총: 금지하지 않는 것은 허용이다?
이: 그렇지요. 근데 나는 김어준씨가 뜻밖이네.


 


총: 제가 말하는 건 이런 거죠. 학교가 알아서 하게 한다거나 학부모와 알아서 함께 결정하라고 하는 정도의 소극적인 태도로는, 사실은 아주 간단한 두발에 대한 통제권도 학교는 놓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전에는.


 


이: 그런데 그것을 금지하라 말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세요?
총: 지금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없지요. 중요하지요. 지금 아무리 말하더라도 법 체계를 혁명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면, 법체계라는 것이 있고 분명히 우리나라는 19금이라는 것이 있어요.


 


총: 전 그러니까 이런 것을 여쭈어보고 싶어서 이야기가 여기까지 온 것인데, 개인의 자유가 신장 되어야 되고 독립적 인격체로 봐야 하고 그런 이야기를 쭉 하셨는데, 말은 굉장히 멋진 말인데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하려면 여태까지의 관습 관성을 벗어야 된다는 말이죠.


 




이: 그렇지요.
총: 당연히 저항에 부딪히고 불만이 나오고.


 


이: 그렇지요.
총: 그런데 그런 사회 통제가 시작되는 건 공교육을 통해서죠. 아주 간단한 예로 두발을 든 건데. 우리나라의 중, 고등 학생들은 머리를 마음대로 못합니다. 물론 두발규제가 없다고 모든 학생들이 염색이나 장발이 되야 한다는 건 아니고 하고 싶은 사람은 자기 몸에 대해서는 자기가 결정할 수 있어야 되는 건데, 말씀하신 가치대로라면, 그런데 실제로는 두발을 통제한단 말이죠.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학교가. 그런데 여기서 그저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해라고만 해서는...


 


이: 자율적으로 하라는 게 아니라니까. 용어가 달라요. 지금은 허용하는 것만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지금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를 혼자 한다고 김어준씨가. (웃음)


 


총: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바꾸실거냐…
이: 그러니까 이야기했잖아요. 금지하지 않는 것은 허용이라고 고치면 자동적으로 고쳐진다니까요.


 


총: 그게 자동적으로 고쳐질까요?
이: 법체계가 바뀌면 지금보다 학생들의 저항이 훨씬 더 심해지지요. 지금은 근거가 없다고 못하게 하는 것 아닙니까?


 


총: 두발에 대한 법규정은 없죠.
이: 두발뿐이 아니죠. 우리나라 법체계가 다 그렇습니다.


 


총: 아니, 간단하게 두발 하나만 가지고 이야기 하자면.
이: 두발도 마찬가지지요. 지금 우리나라에서 뭐든지 하지 말라는 것을 빼놓고는 다 하라는 것이에요 아니면 하라는 것 빼놓고는 못 하는 거에요?



계속 물고 늘어지기로 했다. 이번엔 그의 태도와 답변 모두 궁금해서.  


총: 그 말씀은 제가 충분히 이해했어요. 그런데 정말 학교에서 머리를 마음대로 기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마찬가지로 하면 된다니까요. 학교에서 금지하는 교칙 외에는 다 자유다.


 


총: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씀이신데 그런 정도로 바뀔까요?
이: 저는 안 바뀌면 바뀌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총: 제가 궁금한 것은 이런 겁니다. 중학생이 머리 기른다고 해서 우리나라 망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리고 머리 길다고 해서 공부 못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두발규제가 선생님들이 학생들 통제하는데 굉장히 좋은 수단이 되니까 그걸 놓지를 않아요. 이계안은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사람인데, 그럼 예를 들어 두발 자유화 문제는 과연 구체적으로 어떻게 풀 것이냐… 그걸 한 번 들어보고 싶다는 거죠. 구체적으로.


 


이: 그에 답하기 전에 현대가 두발통제 했던 것을 알죠? 현대그룹이 머리를 통제했어요. 거의 스포츠로 바짝 깎았어요. 어떤 사람이 정주영 회장한테 물어봤어요. 왜 머리를 깎게 하느냐? 그랬더니 정주영 회장이 내 말이 아래 놈까지 미치는가 보고 싶어서..


 


총: 뭐 그건 동의는 안 되도 이해는 갑니다. 자기가 돈 주니까.


 


이: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냐 하면요, 머리를 깎는 방법이라는 게 사회 통제수단이라고 생각이 돼요.
총: 물론이죠.


 


이: 그런데 아이들의 인격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에 있잖아요. 완성된 아이들이 아니고. 그러니까 이걸 네 마음대로 다 해라 하는 것이 옳은 건지 아니면 일정하게 합의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하는 것이 옳은 건지 하는 다툼도 있을 것이에요.


 


총: 그러나 겨우 머리가..
이: 겨우 머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아까 정주영회장 이야기 한 것이 그거에요. 정주영 회장처럼 생각하는 차원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어떤 기존질서나 규율을 따르는지 안 따르는지를 상징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보고 머리를 통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요. 그러니까 그런 것 때문에 머리 하나 못 깎냐고 하지만 머리 하나 못 기르게 한다는 것과 똑같은 말로 머리 하나 못 깎냐는 말도 하는 거에요. 그렇지 않아요?


 


총: 그런데요.


 


이: 그렇기 때문에 제가 봤을 때는 우리가 어떤 행동규범을 정할 때 positive로 할거냐 negative로 할거냐 하는 점에 대해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고요. 그 과정에서 머리 깎는데 관해서는 무엇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해놓으면 그것만 빼놓고는 놓아두는 것이 옳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당부하느냐? 당부하는 방법은 믿음뿐이 없어요. 심지어는 행정부가 내려간다는 것을 담보해서 만든 세종시도 때려 뭉개는 정치판인데 그것을 누가 담보할 수 있겠어요.


 


총: 제가 이런 질문을 드리는 이유는, 정치가라는 것이 자기 가치관을 구체적인 정책수단인 법안을 통해서 실현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이 되었냐 하면 개인의 자유, 독립적 인격체, 어릴 때부터 그럴 걸 존중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기에 그렇다면 두발규제를 예로 들어서 그게 머리가 길다고 공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죽는 것도 아닌데도 오로지 학생통제에 용이하니까 그래왔던 사안이고 그래서 그 수단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데,


 


만약 아이들이 독립적 인격체고 그렇게 대우해줘야 하며 자유가 더 신장되어야 된다고 가치관을 갖고 계시다면, 그런 두발규제 문제를 본인의 가치관에 맞게 해결하고 싶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과 정책수단을 통해 실행할 것이냐. 그런 질문을 드린 건데, 금지하지 않는 것은 허용이라고 정해버리면 다 해결될 것이라고 하시는 데 그 정도로는 지금 실제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죠.


 


이: 그렇게 생각하셔도 돼요. (폭소) 김어준 씨는 주로 피해자이고 나는 가해자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기분이 꿀꿀한 데, 지금 말씀하시는 것처럼 중학교 학생들 제일 관심사가 머리를 맘대로 기르는 건지 아니면 자기가 원하지 않는 사교육에 대한 권한을 주는 게 제일 급한지 아니면 10시 이후에 사교육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인지, 그것을 잘 모르잖아요?


 



 


총: 예를 든 거잖아요.


 


이: 그러니까 예를 아주 티피컬하게 드셨는데 저도 똑같은 말을 하는 거에요. 저는 우리나라의 공무체계 자체가,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지금처럼 국가주의에 가깝게 국가에서 허용하는 것 외에는 금지다 하는 시스템을 고쳐야죠. 저는 정치를 평생 하면서 기회가 있을 때 마다 그 이야기 할거에요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총; 그 점은 저도 동의를 합니다.


 


이: 고치는 과정에서 머리 문제를 구체적으로 이야기 한다고 한다면 우리가 굉장히 많은 토론을 해야 해요. 김어준씨처럼 지금은 머리를 자유롭게 기르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고, 그것은 중요하지 않고 최소한의 룰만 지키면 되고 다른 게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는 것이에요. 


 


총: 물론 그렇죠.


 


이: 그러니까 내 이야기는 큰 원칙에서 말하면 제 말이 맞고 구체적으로 그럼 어떻게 할 것이냐? 사실 고민을 안 해봤으니까 답을 못하는 게 맞죠. 기본적인 태도는 그렇다는 것이에요.


 


총: 그러니까 생각을 안 해보셨잖아요.(폭소)


 


이: 원칙은 금지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부 허용이 된다 라고 하면 답은 90% 이상 된다고 봅니다.


 


총: 원론적으로는 맞죠.


 


이: 저는 학생들에게 물어보고 싶어요. 네 인생을 가장 고달프게 하는 것이 머리를 마음대로 못 기르게 하는 거냐? 그게 90%가 그럴까요, 60%가 그럴까요 50%가 그럴까요, 몇 프로나 그럴까요?


 


총: 그건 중요하지 않은데요. 저는 자신의 가치관을 실현하는 이계안의 정치적 상상력을 보고 싶었던 거죠. 만약 정치적 결정권을 가졌어요. 정말 대한민국에서 두발규제를 뿌리 뽑아버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작은 사안이지만을. 그럼 실제 어떻게 할 것이냐. 금지하지 않는 것은 다 허용이다 라는 말 한 마디로는, 그렇게 되지는 않을 테니까. 너무 오랫동안 그렇게 해왔고 어떤 교사, 학부모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고. 그런 상황을 타개하는 이계안의 정치적 상상력을 보고 싶었던 거죠. 나는 학교에 구체적으로 이렇게 명령을 하겠고 선생님들을 이렇게 교육시킬 거고 이러한 캠페인을 할 것이고 그걸 관철시키기 위해 이런 구체적인 정책을 펼 것이고...


 


이: 나는 어떤 경우에도 명령하지는 않을 거에요. 명령이라는 걸 교육감이 무슨 권한으로 명령을 해요? 더 강력한 명령은 개별적으로 구체적으로 금지하지 않는 것 외에는 다 허용이다.


 


총: 알겠습니다. 그럼 연장선상에서 한 가지만 더 여쭤볼게요. 개인의 자유, 독립적 인격체를 말씀을 하시니까 자꾸 이런 생각이 드는 건데, 우리나라에서 포르노는 법적으로 허용되어야 하나요?


 


이: 나이 제한을 해야죠.
총: 물론 나이제한을 해야죠. 지금은 완전히 불법이잖아요.


 


이: 나이제한을 하고 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미국에서도 휴 해프너 재판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확장되었다는 사건을 알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사람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총: 그럼 빵꾸똥꾸 이 이야기는 아세요?


 


이: 알죠.
총: 방송위에서 쓰지 말라고 한 것도 아시죠?
이: 쓰지 말라는 용어를 쓰지는 않았을 걸요.


 


총: 권고했죠.
이: 거기에 대한 답은 이렇게 생각해요. 빵꾸똥꾸 이야기한 해리한테 최구식이가 정신분열증이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이야기를 한 최구식이가 정신분열증에 걸린 것 같다.



이쯤 하기로 했다. 그의 정치인으로서 컨텐츠는 확실히 아직 신인급이다. 다만 그 방향성에는 박수.


 


이제 잡다한 성향 파악용 질문들.


총: 외계인은 있나요? (폭소)
이: 심각한 이야긴데 오세훈이는 외계인을 믿는 것 같아요. (폭소)


이: 나는 외계인을 안 믿는데.
총: 종교적 이유 때문에?


 


이: 종교적 이유 때문에도 있고, 도시를 설계하고 재건축하고 재생 사업하는 걸 보면서, 나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오세훈 시장이 하는 걸 보면 껍데기 씌우는 데 굉장히 신경을 쓰니까 외계인이 보면 멋있을 것 같아요.


 


총: (웃음) 양복 브랜드는 뭐 입으세요?
이: 맞춰 입습니다


 


총: 한 벌에 얼마짜리인가요.
이: 보통 120만원? 제 유일한 취미가 양복 맞추는 거에요.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안 먹고 댄스 홀도 안 다니고.


 


총: 패션에 민감하시나요.
이: 그게 아니라 제가 팔이 키에 비해서 짧아서 기성복을 줄이려면 여기서부터 뜯어서 고쳐야 해요. 잘라선 안 되고. 괜찮은 브랜드를 사는 거에 수선비까지 합하면 값이 비슷해요.


 


총: 양복 몇 벌이나?
이: 안 세어봤지만 100벌?
총: 120만원짜리가 100벌이면 양복만 일억이 넘네요. 그럼 지금 재산은 어느 정도 되십니까? 대략, 퉁 쳐서.


 


이: 제 명의로 되어있는 재산이 족히 10억 되겠죠. 우리 가족 다 털어서 하면 주가가 엉망진창이 되었어도 100억은 되겠죠.


 


총: 가족이라고 하면?
이: 마누라, 결혼하지 않은 아들, 결혼한 아들은 빼고.


 


총: 그러면 지금 정치 비용도 다 자비로 하시는 거구요?


 


이: 비용이 별로 들어가지 않지만 필요하면 자비로 쓰죠. 2.1 연구소는 후원회를 조직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연구소는 기능적으로 연구 능력 있는 사람들은 연구하고, 정책을 마련할 수 있는 사람은 정책을 내고, 돈을 낼 수 있는 사람은 돈을 내고, 선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선거를 한다는 게 제 주의인데, 현재 돈을 내겠다는 사람들이 몇 있죠. 그런데 혹시라도 선거법과 관련해서 문제가 있을까 해서 질의 중에 있어요.


 


총: 어쨌든 이때까지 생활비 혹은 이런 활동비는 전적으로 혼자 부담하시는 거에요?
이: 그렇죠.


 


총: 이때까지 벌어놓은 걸로?
이: 재산이 늘어나니까.
총: 그게 참 좋아요. (웃음) 돈이 지 혼자 돈을 벌고 있으니까.


 


총: 월드컵 직전에 다음 지방선거입니다. 월드컵이 6월 11일이에요. 지방선거가 6월 2일이 선거일이죠?
이: 네.


 


총: 우리가 월드컵 무슨 조인지 아세요?
이: 조 이름은 모르겠고 상대 국가들이 나이지리아니 남아공...


 


총: 남아공은 아닙니다.
이: 남아공에서 하는 월드컵인가?


 


총: 나이지리아 말고 다른 팀은 아세요?
이: 아르헨티나, 가나?


 


총: 한 나라가 틀렸는데.
이: 모르겠어요.


 


총: 스포츠를 특별히 좋아하시지는 않나요?
이: 스포츠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스포츠 중에서는 야구를 좋아하거든요. 축구는 제가 현대자동차 사장할 때 2002년 월드컵에 공식 스폰서라서 블래터를 만나 봤고.


 


총: 블래터를 만나보셨다구요.
이: 여러 번.


 


총: 그건 축구를 좋아하냐는 질문과는 상관없는데. 자랑인데.(웃음)
이: 축구를 특별히 싫어하는 것도 아니지만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야구에요.


 




총: 야구 선수 중에는 누구를 제일 좋아하십니까?
이: 야구 중에는 제가 일 년 동안이지만 추신수 선수 하는 거를 열심히 봤어요.


 


총: 국내 선수 중에서는 누구?
이: 국내 선수 중에서는 기아의 세컨드 베이스맨 안... 누군가요? 어린 누구 있는데.


 


보좌관: 안치홍.


 


이: 안치홍. 안치홍 선수를 주목해서 보고 있습니다. 저 사람이 어디까지 클 수 있을까? 진짜 탁월한 선수에요. 저 친구는 잘 하면, 우리나라 선수 잘 하면 메이저리그 가는 건데, 뭐 아깝기는 하지만 메이저리그 갈 수 있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총: 최근에 아바타라는 영화 아세요?
이: 아바타는 아직 못 봤어요.


 


총: 영화를 자주 보세요?
이: 자주 보죠.


 


총: 혼자 보십니까? 아니면?
이: 요새는 자주 못 보는데 주로 제 처하고 같이 보죠.


 


총: 최근에 재미있게 본 영화는 어떤 거였습니까?
이: 민비... 그 영화제목 뭐였냐? 잊어버렸다. 민비의 죽음을 그린 영화. 아, 불꽃처럼 나비처럼.


 


총: 영화를 볼 때 사무실 분들하고 같이 보시나 봐요?
이: 재중이가 영화를 아주 좋아하는 팬이라서 재중이하고도 보고.


 


총: 재중이라고 하시면 스텝 중에 한 분인가요?
이: 스텝이기도 하고 우리 집안 애기기도 하고.


 


총: 아드님이세요?
이: 손자 뻘 돼요.


 


총: 구두는 뭐 신으십니까?
이: 구두는 이게 무지하게 좋은 구두인데 하나에 보통 13,4만원 할걸요.


 


총: 13,4만원이면 그렇게 엄청 좋은 건 아닌데.


 


이: 좋은 게 뭐냐면 이건 신고 장거리를 걸을 수 있습니다. 광고가 구두신고 마라톤 하는 광고에 나오는 그 구두에요. 제가 걷는 거를 주로 하는데 이건 정치하면서 생긴 버릇이 아니라 옛날부터 그랬습니다. 약속장소에 좀 일찍 가면 주변에 십 분이고 삼십 분이고 걷고.


 


총: 차는 뭐 타십니까?
이: 지금 베라크루즈죠.


 


총: 원래 그 차 타신 거에요?
이: 베라크루즈가 처음 나왔을 때 사서 탔죠. 베라크루즈는 디젤엔진을 장착한 차인데 거기 장착한 디젤엔진이 제가 현대자동차 사장으로서 마지막에 사인한 슈퍼엔진이에요.


 


총: 재산 정도에 비해 검소하신데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내가 돈을 안 아낀다 그런 부분은 없어요? 취미일 수도 있고.


 


이: 저는 그런 건 없고 돈을 쓰는 건 일찍부터 룰이 있어서. 수입의 1/3은 우리 가족 가계를 유지하는 데 쓰고, 1/3은 제가 활동비로 쓰고, 1/3은 기부하고.


 


총: 1/3이나 기부하세요? 그럼 연봉이 십억이었으면 삼억 정도를 기부를 하셨어요 이때까지?
이: 세금 내고 나면 구억쯤 됐을 텐데 그러니까 삼억 정도 했죠.


 


총: 현대 다닐 때?
이: 현대 다닐 때는 그랬고. 지금은 연봉이 1억도 안되니까 이자소득까지 합해서 하면 2억 내외 정도 할 거에요.


 


총: 아니 한 해에 3억이나 어디다 기부하셨어요?
이: 학교에 많이 하죠.



이건 놀랍다.


총: 그런 걸 왜 안 알리셨습니까?(폭소)
이: 기부를 알리려고 하는 건 아니잖아요.


 


총: 아니 정치인인데 씨바(웃음). 광고도 좀 하고 하셔야지.(웃음) 연봉의 1/3을 기부하는 CEO가 또 있나요? 처음 들어보는데.


 


이: 저는 정치를 해서 기부한 거는 아니구요. 정치하기 전부터 제가 일정한 수입 이상을 받았을 때에... 저는 돈을 벌기 시작해서 우리 마누라하고 합의한 게 월급은 마누라 주고 상여금은 내가 쓴다고 하고 썼거든요.


 


총: 3억이나 기부하셨으면 정말 엄청난 기부액인데. 그건 일부 몇 십억 버는 연예인들이 가끔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나 하는 금액인데. 그것도 매년 하는 것도 아니고.(웃음)
이: 기억을 일일이 다 하지는 않지만 많은 데 기부하죠.



자기 연봉의 1/3를 기부해왔다는 거, 이건 정말 대단한 거다.


총: 지금 팬티는 사각으로 입으셨습니까? (웃음)
이: 트렁크 타입으로 입죠. 평생 트렁크 타입으로 입어서.


 


총: 왜 삼각은 싫어하십니까?(웃음)
이: 삼각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사각뿐이 안 입어 본 거죠.


 


총: 삼각을 입을 기회가 있잖아요. 어릴 때.
이: 가만 있어봐, 내가 속옷을 살 때도 있었는데 왜 사각을 샀을까? (웃음) 결혼 일찍 했으니까 결혼해서는 마누라가 사다 주는 거 입고 안 사다 주는 거는 안 입고...


 


총: 기독교인이니까 하나만 더 질문하고 오늘은 끝내고 담에 또 하죠. 벌써 3시간 반을 했으니까. 이스라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제가 연초에 이스라엘에 갔다 왔어요. 케네디 스쿨 멤버로 이스라엘 정부 초청으로 갔다 왔는데 초청에 응하는 조건이 뭐였느냐 하면 이스트뱅크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조건... 이스라엘이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보편적 진리라는 거는 잘 성립이 안되겠다.


 


총: 기독교인으로서는,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선민인데, 그렇게 말씀하시기 쉽지 않은데.


 


이: 종교적으로 그 사람들이 선민이어서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것과 관계없이 세상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말하는 논리가 이스라엘에 가면 다 휘더라구요. 이를테면 제가 웨스트뱅크를 가봤더니, 거기가 팔레스타인 지역에 이스라엘 사람들 집단 이주 구역이 있었는데, 거기는 남녀가 전부 다 군인이잖아요.


 


선거 중이었기 때문에 수상만 빼놓고 페레스 대통령, 법무장관, 대법원장, 주요인사를 다 만났어요. 그런데 솔직한 심정으로 이 나라하고 중국하고 비슷하구나. 중국에 정부 초청으로 가면 만나는 순서가 높은 사람부터 만나요. 왜 그러냐 하면 메시지가 똑같아. 높은 놈이 말하는 거나 다음 놈이 말하는 거나. 근데 이스라엘 가서도 대통령부터 국회의원까지 말하는 게 다 똑같아요.


 


첫째 수용소에서 6백만 명 죽어 갈 때, 우리를 케어 해 주는 나라는 없었다. 미국조차 아니었다. 둘째 우리가 웨스트뱅크에 가서 정착지를 만드는 건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다. 셋째, 거리에는 젊은 남녀들이 다 총 들고 서 있는데 그거는 a part of life, 노말 라이프다. 그 세가지 이야기를 똑같이 해. 다른 이야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그 세가지 이야기는 다해.


 


그리고 무슨 원칙, 무슨 결의 말들 하지만 자기들 이해관계, 이스라엘이 존재하는 데 방해가 되는 건 안 지킨다는 거죠. 그걸 보면서 제가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이스라엘이 있는 한 세상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말하는 진리는 성립할 수가 없겠구나. 그게 첫 번째 인상이었어요.


 


두 번째로 우리나라에서 걸핏하면 개헌 이야기가 나오고 지금처럼 단임제니 4년중임제니 그러다가 내각책임제 이야기도 나왔어요. 저는 내각책임제 옹호하는 사람인데. 내각책임제 이야기가 나오면 우리나라 같이 남북 대치하는 나라에서는 강력한 리더쉽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각책임제는 안 된다. 그런 반대논리가 있죠. 그런데 이스라엘 가보니까 국회에 120명이 정원인데 우리가 갔을 때 국회를 구성하는 정당이 26개였어요. 그러니까 5명만 되면 큰 정당이에요. 그래도 내각책임제 하면서 그 나라를 꾸려 가더라구요.


 


남북대치도 엄정하지만 이스라엘이 아랍권과 대치하는 안보의 위중함이라는 게 남북관계보다 덜할까요? 그런데 하더라 이거죠. 내각책임제나 또는 대통령책임제를 이야기할 때 강력한 리더쉽이라든지 위기에 대응하는 능력이라든지 때문에 내각책임제를 열등한 제도라고 말할 수는 없구나. 그 두 가지를 느꼈어요.


 


총: 이스라엘이 존재하는 한이라고 하셨는데, 이스라엘을 없앨 수는 없잖아요.
이: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어떤 것도...


 


총: 그러면 팔레스타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혹시 생각해보신 적 있습니까?


 


이: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만나봤어요. 지금 팔레스타인하고 이스라엘하고 서로 물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 땅을 서로 주장을 해요. 그런데 이스라엘 주장이나 팔레스타인 주장이나 둘 다 어떤 것도 받아들여질 수가 없어서 항구적인 평화라는 건 있을 것 같지 않다. 이스라엘이 양보하기 전에는 안 되는데 이스라엘에서 양보를 할 리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엉거주춤한 상태로 사는 수밖에 없다.


 


총: 여하간 책임은 이스라엘에 상당하게 있다고 보시는 거네요?
이: 네.


 


총: 종교와 상관 없이?
이: 종교와는 다른 거죠.



두 번째로 놀랐다. 이건 인문학적 소양의 영역이다.



 


총: 알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뭔가 다 안 한 것 같지만, 기분이.(웃음)
이: 저는 어차피 약속도 깼고 더 하시죠. 제가 밥은 살 테니까.


 


총: 아니 제가 약속이 있어서. (웃음) 오늘 정말 오래 했어요. 제가 이계안에 특별한 애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 (웃음) 하다 보니 재미 있어 가지고. 어쨌든 아쉬우시면 시간 한 번 더 잡죠. 오늘 재미있으셨는지 모르겠네요?


 


이: 저는 인터뷰를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어요. 재미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두 분이 있었는데 끝까지 답을 안 했잖습니까, 제가. 이명박 대통령과 정몽준 대표에 대해서. 안 하는 것에 대해서는 잘 헤아려서 쓰십시다.


 


총: 안 하는 이유는 짐작은 가는데, 정치인이기도 하지만 인간이기도 하니까 기본적인 도리도 있는 것이고 그 이전의 세월도 있는 것이고.
이: 도리라는 표현보다는 세월이라는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총: 그러나. (웃음)
이: 그러나… 제 입장은 그렇죠.


 


총: 이해는 갑니다. 이해는 가는데. 그래서는 서울시장 되시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폭소)


 


이: 김어준 씨가 안 찍어준다는 이야기 같아서 섭섭한데. (웃음) 이번에 크리티컬 포인트가 되는 건 서울시민들이 서울시장을 인턴대통령으로 본다면 굉장히 불리하다고 생각해요.


 


총: 그런 면이 있죠.
이: 전반적으로 있는데 이번에 있느냐는 거죠.


 


총: 저 개인적으로는 이번 고리는 결국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생각해요.
 
이: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하면 또 고민거리가 뭐냐 하면 우리가 뒤를 보면서 결정을 할 것인가 앞을 바라보면서 결정할 것인...


 


총: 그건 맞는 말씀이신데..


 


이: 그런 고민이 더 있죠. 제가 2001년 10월 달에 엑스포 유치 책임자로 외국에 나갔는데 그때는 이회창 대통령 된다고 하는 거에요. 그런데 갔다 와서 보니 선거 분위기가 노무현 대통령이 될 것 같더라구요. 선거 당일 아침에 친구랑 넷이서 그 추운 날 골프를 치러 갔어요. 제가 초저녁 잠이 많아서 밤에 정몽준 의원이 한 해프닝을 모르고 텔레비전을 못 보고 갔어요. 그리고 아침에 일찍 나와 가지고 조간신문을 못 봤어요.


 


총: 막판에 지지 철회를 못 들으셨군요.


 


이: 몰랐어요. 그러고 골프를 치는데 내 친구 세 놈이 '선거 끝났어' 그러는 거야.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뒤집혔다는 이야기 아니에요? 그래서 우리 집이 압구정동인데 압구정동에 투표하러 갔어요. 투표하러 가서 보니까 투표구에 사람들이 쭉 길게 서 있어요. 웬일입니까 물어보니 '우리 며느리가, 시집간 딸년이 선거하자고 그래서 끌려 나왔다' 그러는 거에요. 그래서 그 순간 아, 오늘 노무현이 이기겠다. 그날 여섯 시에 골프 친 친구들끼리 부부동반으로 저녁을 먹기로 하고 음식점 들어가는데 라디오에서 출구조사 답변인데 갤럽인가가 이회창이 이긴다고 그러는 겁니다.


 


총: 맞아요. 그랬어요.


 


이: 그랬는데 첫 장에 이겼잖아요. 밥 먹고 아홉 시쯤 가보니까 이겼더라구. 그래서 친구 세 놈 앞에서 너희들 큰일 났다. 너희는 소수자가 됐다. 좋은 대학 나왔지, 좋은 직장 다니지, 그리고 나는 노무현 찍었는데 너희들은 안 찍었잖아.(웃음)


 


총: 왜 노무현 찍으셨어요?
이: 내가 노무현 대통령을 찍은 동기가 재미나요. 노무현 대통령이 좋다 나쁘다는 거를 떠나서.


 


총: 현대차에 깽판 친 사람 아니에요?(웃음)


 


이: 그런 거 다 떠나서. 제가 현대에 다니면서 여러 가지 일을 했지만 그 중에서 재판을 많이 했습니다. 대표적인 거가 삼성동에 가면 아이파크라고 고급 아파트 단지가 있지 않습니까? 그게 만 평 정도 되는 큰 땅이에요. 그 땅 소유권이 누가 있느냐 현대산업개발하고 지금 두산중공업 예전에 현대양행 정인영 씨가 가지고 있던 회사인데 둘이서 싸웠어요. 그걸 내가 차장 때 재판을 걸기 시작해서 최종적으로 대법원 가서 이겼을 때가 내가 회장 때 일이었어요. 근데 상대 회사 변호사가 이회창이야.


 


총: 누구요?
이: 이회창.


 


총: 미워서 그랬구나?(폭소)
이: 현대에 오일뱅크가 있는데, 그전에는 극동정유였었는데 주식이 50 대 50으로 50퍼센트는 정주영 가가 50퍼센트는 장홍선 가가 가지고 있었는데 장홍선 가는 정주영 회장하고 사돈이에요. 둘이 경영권 분쟁이 있어서 내가 정주영 회장을 대신해서 재판을 했는데 내가 이겼어요. 그것도 상대방 변호사가 이회창이야. (웃음)


 


이: 옛날에 현대중공업하고 한국중공업하고 소송이 3000억짜리가 붙었는데 내가 현대중공업을 대신해서 재판을 했어요. 그것도 차장 때 시작해가지고 끝난 거가 회장 때 끝났어요. 참 길었던 재판인데 또 상대 변호사가 이회창이야.


 


총: 묘한 인연이네요.


 


이: 그때 소문이 뭐라 그랬냐면 이회창씨가 다섯 번 졌다는 거야. 그 중에 세 건을 내가 이겼잖아요. 그래서 내가 이회창이 되면 이민 갈 거라고. (폭소)


 


총: 그런데 왜 정몽준에 대한 이야기는 안 하세요.


 


이: 제가 노무현과 정몽준 사이 깨진 걸 보고 그때 그랬어요. 야... 깨길 잘했지. 안 깨져 가지고 국무총리 시켰으면 큰 일 날 뻔했네.


 


총: 아, 국무총리도 하면 안 되는 사람이군요?(폭소)


 


이: 정치가로서 정몽준에 대해서 생각해 본건 그 때가 다고 그 외에는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총: 그래서 정몽준이 대통령 하면 되는 사람인가 안 되는 사람인가 궁금해요.


 


보좌관: 대학 동기예요.


 


총: 대학 동기고 뭐고 떠나서,
보좌관: 왕회장 아들이기도 하지만 대학교 동기라구요.


 


총: 정몽준이 대통령 하면 되는 사람인가요?
이: 내가 정치를 하는 한 정몽준 대통령이 안 되겠지요.


 


총: 안 되는 사람이에요? 아주 잘 아는 사람의 평가가 궁금한 거에요.
이: 자기가 결론을 내려놓고서 말이야.. (폭소)


 


총: 어떤 사람이에요? 대통령 감 안 되는 사람들, 정치인들 중에 정말 많잖아요.
이: 그거 함부로 말 못 하겠더라구…




여기서 끝이 났다. 통상의 인터뷰였다면 벌써 끝났을 것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그 사이 4시간이 지났다. 


 


이건 엄연히 뽕빨 이너뷰니까.


 



그가 궁금하다면 참고할 책.


 









 


톱클래스의 기술을 가진 것도 아닌, 평발의 박지성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그라운드를 누비는 걸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 이 친구는 품성으로 축구하는구나.


 


이계안이 그렇다. 정치인 이계안, 서툴다. 정치적 분석은 평면적이고 자연인의 정리를 넘어서지 못했으며 이념은 정교하지 못하다. 그러나 그는 품성으로 정치할 인물이다. 그 점은 분명해 보인다. 서울시장이 된 후에야 정치 마케팅으로 자신 급여를 환경미화원에게 줬네 어쨌네 하는 저렴한 삶을 산 이명박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스라엘에 대한 태도 역시 인상적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족한가. 정치적 직관과 상상력과 결단력은. 못 봤다. 그러니 그는 여전히 신인이다. 신인에 머물지 아닐지, 아직은 모르겠다. 해서 한 번 더 만나야겠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은 원희룡, 유시민. 곧 업데된다.


 


 


그동안, 졸라.


 


 


- 뽕빨이너뷰위원장 딴지총수( chongsu@ddanz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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