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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TOPGUN(한국 출시 제목 “탑건”)
감    독 : 토니 스코트
주    연 : 탐 크루즈, 발 킬머, 켈리 맥길리스, 맥 라이언, 팀 로빈슨 기타 등등
제작년도 : 1986년
제 작 사 : 파라마운트
수    상 : 아카데미 주제가상
러닝타임 : 1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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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한때 우리나라 젊은이들 방에 톰 크루즈가 F-14 톰캣에 기대어 서 있던 브로마이드를 기본 옵션으로 장착하게 만들었던 영화!! 예전(지금의 30대들이 고딩시절) 길가 좌판에서 심심찮게 찾을 수 있는 톰 크루즈와 F-14의 절묘한 조화를 이룬 2천 원짜리 브로마이드의 모태가 된 탑건!! 한때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가죽점퍼나 청 자켓에 이상야리꾸한 패치를 덕지덕지 붙이게 만든 바로 그 영화! 그렇다 탑건은 바로 우리 세대 젊은이들의 아이콘이 되어준 작품이었다.


 


1. 국방홍보 영화를 찍으려면 바로 이렇게 찍어라!


이 영화 보면 알겠지만, 앞전에 말했던 흥행의 3총사(크림슨 타이드편을 보시라)...돈 심슨, 제리 브룩하이머, 토니 스코트 이 세명이 뭉쳐서 만든 작품이다. 딱 흥행 필이 오지?


 



 


솔직히 이 작품의 스토리라인 보면, 반항끼 철철 넘치는 반골천재 매버릭이 탑건 스쿨로 전출, 그곳 교관과 사랑을 나누며 열심히 비행을 하지만, 자신의 RIO였던 구스가 비행 중 사고로 죽게 되고, 이때부터 자책하며 괴로워하다가 [아버지의 비밀]을 전해 듣고는 다시 탑건 스쿨에 복귀...2등으로 졸업하지만, 조국의 부름을 받고 날아올라 적기 4대를 격추하며, 자신을 억눌러왔던 모든 고뇌와 괴로움을 씻어낸다는 내용이다(할리우드 영화답게 다시 미라마로 돌아가 자신을 기다리는 여자의 품에 안기게 된다).


 


대부분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기본 공식에 철저히 대입된 [모범답안]과도 같은 구성이라 할 수 있겠다. 자, 문제는 이 작품이 단순한 볼거리 충만한 전투기 영화로 보기엔 뭔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이 영화가 언제 찍혔을까? 그렇다 신 냉전이라 불리던 레이건 행정부의 가장 서슬 퍼렀던 1986년에 찍혀져 나왔다는 것이다. 영화배우 출신답게 레이건 대통령은 영화를 통해 미국의 힘을 대내에 과시하려던 시도를 많이 했는데, 그 중의 최고 작품이 바로 탑건이다. 영화  보면 알겠지만, 이건 할리우드에서 아무리 찍고 싶다고 덤벼도 찍을 수 없는 작품이다. 항모 항공단 하나를 통째로 빌려야 하고, 미라마의 탑건스쿨, 거기에 어드버서리 전투기들. 그때까지 한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다양한 앵글들! 까놓고 말해서 그때까지 나온 전투기나 항공영화들 보다 훨씬 다양한 앵글을 자랑 했던 게 탑건이었고, 지금도 탑건 정도의 다양한 시점으로 촬영된 전투기 영화는 찾기가 힘들다. 자 그럼 그게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그렇다. 미 국방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찍은 작품이란 뜻이다.


 



완전 킹★왕★짱!!


 


토니 스코트는 자신이 생각했던 전투기의 앵글뿐만 아니라 각종 공중기동에 대해선 그 어떠한 불만도 없이 영화를 완벽하게 찍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토니 스코트와 제리 브룩하이머는 110분짜리 헐리우드 상업영화를 만들어서 만족했고, 미 국방부는 110분짜리 국방홍보영화를 찍어낼 수 있어서 행복했던 것이다. 실제로 탑건은 어지간한 해군 박물관이나 홍보관에 쫙 깔렸었고, 해군 모병 담당자들에겐 필살의 히든카드로 쓰여 졌다(여전히 쓰이고 있다. 탑건의 배경이 된 항모항공단에서는 매일 아침 아침뉴스 보듯이 탑건을 걸어놓고 있다).
 


2. 탑건이 나올 무렵...


탑건을 찍을 무렵 레이건 행정부는 소련을 붕괴시키기 위해 치밀한 전략을 짜고 그에 맞춰 소련과 군비 경쟁에 나섰다. 80년대 [체육관 대통령]으로 잘 알려진 우리 전두환 대통령께서 경제를 잘 챙기시고 물가를 안정시킨 “제법”나라를 잘 다스린 사람이라고 착각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당시 우리 체육관 대통령께서는 운때가 잘 맞아 레이건의 [대 소련 압박]전략의 한가운데에 얼떨결에 꼽사리 껴서 돈 좀 만진 케이스였다.


 


당시 레이건은 소련의 중요 수출품 중 하나인 석유의 시장가격을 떨어뜨려 소련으로 흘러들어가는 돈줄을 막겠단 생각으로 80년대 내내 저유가 전략을 고수하였던 것이다. 거기에 저금리에 달러의 저평가까지 겹치면서 속칭 3저 효과란 말이 나오게 되었고, 전두환은 그 한가운데에 덜컥 체육관 대통령이 된 것이었다. 사족이지만, 물가안정에 대해서도 한마디 해야겠다. 지금도 가끔 우리 어르신네들이 “두환이 때가 살기 좋았는데, 그 때는 물가도 안정되고” 그런 말씀들 많이 하시는데, 이 물가안정의 비밀이란 것이 사회간접자본의 투자를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었다는 사실들을 아시는가?


 


돈이 풀리긴 풀려야 하는데, 사회에 돈이 좀 풀린다 할 때가 사회 공공재에 대한 투자가 있을 때 가 아닌가? 결국 전두환 시절엔 사회 간접 자본의 투자를 억제하는 걸로 물가를 잡았고, 그 덕분에 노태우 시절이 되자 우리나라엔 물류대란이란 게 터져 버리고 만 것이다. 7년 가까이 사회간접자본을 투자 안했으니, 나라 경제는 90년대로 달려가는데, 사회 간접자본은 80년대 초반에서 멈춰 서 있으니 물류가 정체 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 것이다.


 


자자, 각설하자...여하튼 우리 레이건 아저씨는 거짓말 안보태고, 소련이랑 한번 제대로 붙어보자고 작정을 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경제적으론 저유가 정책으로 소련의 돈 줄을 막고, 군사적으론 소련과 한 따까리 붙어도 전혀 꿀리지 않을 정도의 힘을 비축해 “힘에의 평화”를 주창하였던 것이다.


 



 


결국 이때가 바로 미 군부와 방산 업체에게는 월남전 이후로 최고의 호시절로 기록되어지게 된다. 이때 나왔던 것이 지금 쓰고 있는 B-1, B-2 폭격기와 부시 아저씨가 해보겠다고 깔짝거리던 MD 프로젝트의 아버지뻘인 스타워즈 계획(SDI계획 : 분명 말하지만, 당시 과학기술로 이건 '개구라'였다. 이는 당시 과학에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눈치 챌 수 있는 계획이었지만, 소련의 핵공격에 대해 공포심을 가지던 미국 국민들은 열광했고, 군수업자들과 연구비를 받는 과학자들로서는 행복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비현실적인 SDI계획에 소련이 낚여 무한 군비경쟁에 덩달아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계획 자체는 구라였지만, 국민들과 방산업체는 행복했고, 레이건은 지지율 뛰어 올라 좋았고, 목표했던 소련은 여기에 낚여 군비경쟁에 뛰어들어 자신의 수명을 갉아먹었으니...소기의 목적은 다 달성했다 할 수 있겠다), 한때 미사일 잡는 미사일이란 [희대의 거짓말]을 쳤던 패트리어트 미사일 등등 레이건은 정말 군국주의자의 화신처럼 미국의 군비팽창을 주도하였다. 그 중에서 가장 압권은 역시...바로 항공모함 15척 태세와 함께 나온 “600척 함대론”일 것이다.


 


미국의 함대를 600척으로 구성하겠다며 이미 퇴역한 함정들까지 끌어 모아서 600척이란 숫자를 맞추고 그걸 가지고 5대양을 휘젓고 다녔던 것이 바로 80년대 미국의 모습이었다.  그 덕분에 탑건에서 나오듯 제3세계 국가들...구체적으로 콕 찍어 리비아의 시라드만 상공 위에서 톰캣이 리비아 전투기들과 공중전을 벌인 것도 다 레이건 시절의 이야기 들이다.



이 당시에 미국은 힘에 의한 해결을 국시로 삼았다고 선포한 느낌이었다. 리비아의 카다피를 죽이겠다고 F-111 전폭격기까지 동원해 리비아를 폭격하고 돌아온 게 그 '증거'이다. 레이건이 대통령이었던 시절 미국은 두려운 게 없는 나라였다(실제로 그랬다. 당시 레이건은 베트남 전을 통해 상처입은 미국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더 '힘'에 집착했다).



뭐 국제정치학자들은 레이건 시절 소련에 대한 압박이 냉전체제의 조기붕괴를 촉진시킨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하긴, 돈으로 밀어 붙이는 그 압도적인 질적, 물적 공격에 소련은 허겁지겁 맞받기에도 힘든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3. 항공모함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


일단 탑건이라는 영화를 설명하기 전에 탑건의 “집”이 되는 항공모함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 겠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항공모함을 가진 나라는 생각 외로 “많다”. 당장 따져 봐도 미국, 영국, 러시아, 아르헨티나, 인도, 이탈리아, 프랑스, 태국, 스페인 등등 꽤 된다. 독자제위들,


 


- 뭐야 태국까지 항공모함이 있어??


 


이렇게 생각하실 터인데, 뭐 태국도 항공모함이 한척 있다. 차쿠리 나루예베트라고 스페인 바잔 조선서 출신의 경 항공모함이 한 척 있다. 주변국 눈치도 있고, 경제사정상 항공모함 운용이 어려워 예비함으로 돌려 “헬기 강습함”정도로 쓰여서 그렇지만 말이다. 여하튼 항공모함을 가지고 있는 나라 꽤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정규 '항공모함을 운용하는 국가는?' 이라고 묻는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해가지지 않는 나라 영국에서 마지막 정규항모...그러니까 수직이착륙기가 아니라 일반 활주로처럼 이륙하고, 착륙하는 [제대로 된 항공기]를 탑재할 수 있던 아크로열을 퇴역시키고 1982년 들고 나온 것이 바로 경항공모함 인빈시블이다. 요 녀석이 3척이 등장하게 되는데, 일반 정규항모는 캐터펄트라고 해서 사출기도 장착해야 하고, 항공모함용 함재기도 만들어야 하고 그 크기도 제법 크기 때문에 건조나 운영에 있어서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지만, 영국이 만든 비장의 수직 이착륙기 [해리어]의 등장으로 [경항공모함]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게 된다. 수직으로 이착륙하니까 착함에 대한 걱정은 애시 당초 없었고, 이함의 경우에도 스키점프대의 등장으로 제법 무장을 달고 날아오를 수 있게 된다. 물론 경항공모함의 성능에 대해선 말들이 많았으나, 포클랜드 전쟁을 통해서,


 


- 걍, 아쉬운 대로 쓸 만은 하다.


 


란 결론이 나서 그 이후로 여러 나라에서 이걸 찍어내 쓰게 된다(영국은 자신들이 쓰던 인빈시블급 항공모함을 우리나라 해군에 넘기려 했던 적도 있었다). 항공모함의 인플레이션이 시작된 것 이였다.


 



 


1982년 취역과 함께 포클랜드 전쟁에 뛰어든 이 녀석은 겨우 2만 톤 조금 넘는 배수량을 가지고도 꽤 선전을 했지만, 그 한계도 명백히 드러냈다.



취역 당시 5대의 해리어 전투기와 9대의 시킹 헬기를 탑재한 인빈시블은 항공모함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인 함대방공작전에서 실패를 맛봐야 했다. 바로 엑조세 대함미사일에 의한 쉐필드의 격침이다.


 


항공모함의 경우 대양해군에게는 필수 불가결한 전력처럼 여겨지는 기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가 적대국의 하늘에서의 공격을 이쪽에서도 전투기로 막아낼 수 있는 대항수단으로 존재하는 것인데, 당시 인빌시블에게는 항공모함에겐 기본옵션처럼 달려 있단 [조기경보기]가 빠져 있었고, 요격에 나설 전투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다. 결국 슈페르 에탕다르가 날린 한발의 대함미사일에 어이없게 영국함대의 머리 위가 뚫렸던 것이었다. 그 이후에 영국은 해리어의 탑재대수를 9대로 늘리고, 헬리콥터를 개조해 조기경보 헬리콥터를 띄우는 등 부족한 방공망 능력을 확충하려 하였지만, 역부족이었다....심하게 말하면, 무늬만 항공모함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포클랜드 전쟁에서의 CAP 임무는 산 카를로스에서의 항공지원으로 두 척의 항공모함에서 30분 간격으로 교대로 출격했다. 해리어 팀은 두 곳의 영역을 담당했는데, 매 시간마다 두 번씩 10분 정도만 체공하는 수준이었다. 방공망이 뚫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 제대로 된 정규 항모를 운용하는 국가는 어떤 나라가 있을까? 우리가 텔레비전을 통해서 봐 왔던 그 때깔 나는 항공모함...그러니까 캐터펄트에 몸을 맡기고 순간적으로 갑판을 박차고 날아오른 다음에 어레스팅 후크를 걸어 착륙하는 항공모함 함재기들을 탑재한 녀석들 말이다. 이건 가지고 있는 나라 별로 없다. 당장 꼽아 봐야 미국, 러시아, 프랑스 정도가 다일 것이다(그나마 러시아의 쿠즈네초프는 캐터펄트도 없다). 이 중에 다시 통상동력의 재래식 항공모함을 제외하고 원자력 항공모함만 보유한 국가를 말하라면, 미국과 프랑스 두 나라로 압축이 될 것이다.


 





UN에 가입한 200여 개국 중에서 원자력항공모함을 가진 나라가 불과 두 나라 뿐이라니...이 두 나라 중에서 프랑스의 경우는 이제사 겨우 샤를르 드골이라고 해서 4만 톤급 중형 항공모함 한척을 운영하려고 폼 잡고 있는 중이지만, 말썽이 많아서(갑판 늘리고, 원자로 문제로 배 쪼게고...말 다했지) 속을 끓이고 있다. 그렇다면, 동력이 원자력이든 아니든 간에 1년 365일 바다 위에 계속 항공모함을 띄울 수 있는 나라 즉 실질적으로 항공모함을 제대로 운용해서 [전력]으로 사용하는 나라는 얼마나 될까? 유감스럽게도 그런 나라는 이 지구상에서 미국 한나라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건조비만 약 46억불...연간 유지비만 척당 3천억이 넘어가는 이 [돈 먹는 하마]를 감당할 나라가 지구상에 얼마나 될까? 어쩌면 당연한 결론 아닐까??


 


4. 미국 외교력의 첨병...항공모함


항공모함에 대한 일반 독자들의 생각은 어떠할지 모르겠지만, 항공모함을 [배]로 보지 말아 달라는 말을 해야겠다.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항공모함은 배가 아니라 움직이는 공군기지로 보는 것이 타당 할 것이다.


 


외교적으로도 미 해군의 항공모함은 이걸 어떤 전술무기나 군함으로 보는 경우는 없다. 항공모함은 미국이 해외에 투사할 수 있는 최초의 선택이자, 최고의 전략적 카드로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뭐 더 설명할 것도 없이 한번 뉴스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어디에서 무슨 분쟁이 터졌네, 전쟁이네, 내전이네 하면 그 다음에 나오는 것이 거의 예외 없이 미국의 항공모함 000이 지금 그쪽으로 달려가고 있네, 아니면 지금 항공모함이 그쪽에 배치되어 있다는 등의 뉴스다. 그렇다 팍스 아메리카를 외치는데 있어서 항공모함은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최상의 무기체계가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 에이 항공모함 한척이 얼마나 대단하다고...죽기 살기로 덤비면 그거 한척 못 잡겠냐?


 


이러는 사람도 있을 거 같은데, 니미츠급 항공모함의 평균 배수량이 9만 톤이 넘어간다. 얼마 전 취역한 니미츠급 5번함인 아브라함 링컨부터는 10만 톤이 넘어간다...우리나라에서 현재 자랑스레(자랑스럽긴 하다. 10년 전만 해도 기어링급 구축함 개조한 거 끌고 다녔는데...) 선전하고 있는 독도함의 배수량이 1만 4340톤이다(만재 배수량 1만 8850톤). 넉넉잡고 비교해 봐도 5배 차이가 넘는다. 뭐 크기만 크다고 다 쎄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항공모함의 경우 크기에 비례해 전투력이 오락가락하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항공모함의 무기가 바로 [비행갑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항공모함 자체의 무장은 보잘 것 없다 못해 빈약하기 그지없지만, 그 항공모함에 실리는 함재기들로 인해 최고의 [전투함]으로 거듭 태어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항공모함에 실리는 함재기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미 해군의 항공모함 한척에는 86대의 각종 함재기가 실린다(냉전이 끝난 요즘은 보통 74대가 실린다) 뭐 겨우 86대 가지고 뭘 하겠냐? 대충 그런 생각들 많이 하겠지만, 혹시 스타크레프트 해보셨나? 히드라 럴커 조합, 머린매딕 파이어뱃 조합, 탱크 골리앗 조합 등등...미 해군 항공모함 한척에 배치되어 있는 86대의 함재기들은 어지간한 중소국가의 공군력을 압도할 수준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F-14 톰캣으로 구성된 전투비행대 2개 28대에다가, A-7 코르세어 2개 비행대 24대, A-6 인트루더 1개 비행대 10대에, 공중급유기인 KA-6 4대, 전자전기인 EA-6 프라울러 4대, 조기경보기인 E-2C 호크아이 4대에, 대잠수함기인 S-3바이킹 10대 1개 비행대에 헬기 6대까지 총 86대로 구성된 항모 비행단은 웬만한 국가가 갖추고 있는 공군력과는 질적으로 현격한 격차를 보이게 된다(이 항모항공단 구성은 탑건 제작당시의 기준이다).


 



 


우리나라만 따져 봐도 우리 공군에 조기경보기가 있던가? 그리고 해군에 있는 대잠수함전기인 P-3C 오라이언이 겨우 8대인데 비해서(현재 미군 보관기체를 사와서 전력증강을 준비하고 있다) 미 해군 항공모함 한척에 실리는 대잠수함전기는 10대이다. 전자전기와 공격기까지 따져보면 겨우 86대라 말하지만, 그 조합은 완전히 독자적인 공격과 방어가 가능한 완벽한 조합이란 것이다.


 


5. 갑판위의 발레리나들....


영화 타이틀이 뜨면 곧바로 망망대해에 떠있는 항공모함이 보인다. 그리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함재기들을 끌어오고, 캐터펄트에 함재기를 걸고, 발함지시를 내리고, 착함 유도등을 조정하는 놈들이 보일 것이다. 그렇다 바로 Deck Crew들의 모습일 것이다. 탑건의 초반 5분은 이 영화의 주인공인 F-14의 집이 되는 항공모함의 기본적인 운영체계를 스피드하고, 경쾌한 편집으로 관객들에게,


 


- 아...항공모함 이란 게 저렇게 움직이는 거구나...


 


하는 기본적인 지식을 알려준다. 그래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일단은 뭐 하나하나 차근차근 보자. (원래 시나리오 상에서는 갑판을 보여주고, 바로 톰캣의 출격, 화려한 공중제비였는데, 상업영화의 귀재이자 동물적인 '감' 하나만은 자타가 인정했던 토니 스콧 감독이 정신없이 카메라를 돌린 후 후반작업에 들어갈 때쯤 필름을 확인 해 보니 이 발레리나들의 움직임이 너무도 '이쁘고', '참신해' 보였다. 애초에 인서트 컷 정도로 생각했던 이들을 조연급 이상으로 비중 있게 다루게 된 건 토니 스콧 감독의 '감' 때문이었다. 까놓고 말해 일반인들이 봐도 이쁘지 않은가?)


 


① 캐터펄트(Catapult)


비행기란 게 날아오르면 양력이 필요하고, 양력을 얻기 위해선 활주를 해야 한다는 건 다들 알 것이고, 문제는 비행기가 공중에 뜨기 위해선 최소한 5,6백 미터 이상 되는 활주로를 달려가 어느 정도의 속도를 얻어야 한다는 점이다. 항공모함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기껏해야 300미터 정도인데다가, 이 300미터를 다 쓰면 모를까, 항공기 이륙을 위해 쓸 수 있는 갑판의 길이는 기껏해야 80, 90미터 정도이다.


 


자 여기서 문제다. 무게 30톤이 넘어가는 F-14가 날아오르려면, 최소한 200킬로 이상의 속도가 필요한데, 100미터도 안 되는 그 짧은 활주거리를 가지고 비행기가 뜰 수 있을까? 자체의 추진력으론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어찌어찌 가능할 수도 있지만, 이후 발생할 비행기 기체의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결국 이런 [필요]에 의해 등장하게 되는 것이 캐터펄트(Catapult : 사출기)란 것이다. 말 그대로 사출하는 기계다.


 


증기로 작동하는 피스톤이라 보면 되는데(실제로 피스톤이다) 고압증기로 비행기를 잡아끌어 날려버리는 것이다. 니미츠급에 쓰이는 C-13-1은 94.5미터서 중량 35.4톤짜리 기체를 2.5초 사이에 255킬로미터의 속도로 “날려”버린다. 이때 파일롯에게 직접 가해지는 하중은 1톤, 기체에 직접 가해지는 하중은 80톤이나 된다 하니까 얼마만한 충격인지는 다들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미국 항공모함에는 이런 캐터펄트가 4개씩 달려있고, 주간에는 37초마다 두 대 꼴로, 야간에는 1분에 두 대 꼴로 함재기를 날려 버릴 수 있다. 이 녀석이 바로 항공모함의 운용상의 가장 기초적인 장치이자, 가장 중요한 장치란 건 슬슬 깨달았을 것이다. 만약 캐터팔트가 고장 나면? 항공모함은 겨우 헬기 몇 대 띄울 수 있는 고철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이 캐터펄트 덕분에 통상동력 항공모함보다 원자력 항공모함의 값어치가 더 빛나보이게 되는데, 고압의 증기가스로 쏘아 날리는 사출기란 건 딱 봐도 대단한 증기압을 필요로 한 다는 게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 이게 생각 외로 증기를 많이 필요로 한다. 어느 정도? 항공모함이 생산해내는 증기압의 20% 정도를 잡아먹는 게 바로 이 캐터펄트라는 것이다. 결국 탑재연료의 한계가 있는 재래식 동력함의 경우는 잦은 캐터펄트의 사출은 그 만큼 연료의 소모를 강요하는 것 이었다. 원자력 항공모함은 당연히 이런 걱정은 없다는 것이다.


 


② JBD(Jet Blast Deflector)


JBD 제트 블러스트 디플렉터. 곧이곧대로 해석하자면, “제트화염의 방향을 꺽는 장치” 정도가 되겠는데, 말 그대로다. 함재기가 캐터펄트 앞에 가서 출격 모션을 취하고 사출바를 내리면, 이어서 함재기 뒤편에 6장으로 구성된 이 JBD가 스르르 올라가면서 출격 준비가 끝난다. 뭐 굳이 설명드릴 것도 없을 것 같은데, 캐터펄트의 가속과 함께 함재기도 최고 출력으로 날아올라야 하는데, 이게 탁트인 활주로가 아니라 300미터 남짓의 좁은 항공모함 갑판이기에 제트기의 화염을 그대로 노출시킨다면...뒤쪽에 있는 사람이나 물건, 비행기 등등은 말 그대로 통구이가 될 수밖에 없다. 어쨌든 이 제트화염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절박한(?) 현실이 만들어낸 장치가 바로 이 녀석인 것이다.


 


③ 어레스팅 와이어 (Arresting wire)


항공기의 이륙과 운행, 착륙 중 두 번째로 위험한 게 이륙이라는 말을 한다. 그럼 가장 위험한 게 무엇일까? 바로 착륙이다. 보통의 항공기도 위험하다는 착륙을 그럼 300미터도 안되는 비행갑판에 착륙해야 하는 해군 항공대 애들은? 거의 뭐 목숨 내놓고 착륙한다고 봐야겠지? 이륙과 마찬가지로 함재기의 착륙도 거의 [곡예수준]으로 하는 것이 바로 이 해군 항공대 애들이다. 이륙할 때처럼 착륙 할 때도 이 함재기들에게 허용된 착륙 거리는 225.6미터이다. 이중 100.6미터는 와이어가 늘어나는 거리니까, 실질적으로 항공기가 사용할 수 있는 길이는 125미터 정도. 이중 실질적으로 항모 착륙을 사용하는 착륙용 거리는 70미터 정도이다.


 


이 70미터를 진입각도 3도를 유지하면서 시속 240킬로미터 내외로 들어가 착함한다는 것이니, 거의 내동댕이치듯 착륙 한다 보면 될 것이다. 솔직히 시속 240킬로미터로 달리는 스포츠카의 제동거리가 얼마나 될까? 모르긴 몰라도 2,300미터는 훌쩍 넘을 것이다. 그렇다면 30톤짜리 덤프트럭이 시속 240킬로미터로 달려가다가 정지할 때 그 제동거리는 얼마나 될까?


 


항공모함의 경우는 제약된 비행갑판에 “착륙”을 하겠다는 생각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착륙이 안 된다면 “낚아채자”는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그걸 실행에 옮기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어레스팅 후크와 어레스팅 와이어이다. 항공모함 함재기들을 보면 그게 어떤 기종이든 간에 공통적으로 꼭 달고 다니는 한 가지가 있는데, 바로 어레스팅 후크이다. 마치 말벌의 벌침과 같이 생긴 이 걸개는 착함을 할 때 어래스팅 와이어에 이 후크를 걸어 제동을 하는 장치인 것이다(공군기에도 단다. 비상착륙을 대비해서 말이다..어 그러고 보니 다 다네?).


 


이때 후크에 걸리는 하중이 50톤. 역시 파일롯에게 걸리는 하중이 1.5톤 정도 된다. 그야말로 곡예 중의 곡예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곡예를 해야 하는데, 니미츠급 항공모함에 걸려있는 어레스팅 와이어는 6.1미터 간격으로 총 4줄이 걸려 있는데, 착륙할 땐 이중 2번째와 3번째 와이어 사이에 착륙해서 3번째 와이어에 후크를 거는 게 가장 [이상적인] 착함코스라 해서 이걸 각 비행대별로 점수를 뽑아 게시판에 공고한다 하니...사람이 못하는 일이란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 어쨌든 이 항공모함의 착함 이란 게 “보통 일”이 아니란 걸 말해주듯이 어레스팅 와이어는 함재기가 100번 착함 하면 교체 할 정도로 상당한 하중을 견뎌내야 하는 [위험한 착륙]인 것이다. 뭐, 요즘은 자동 착함 장치가 나와서 파일롯들의 부담은 상당 부분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위험이 없어진 건 아니다.



지금도 해군 항공대 요원들은 베테랑이든 신입대원이든 착함에 대한 두려움을 말한다. 요즘도 심심찮게 착함 중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고, 착함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는 비행사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④ 갑판위의 발레리나들


영화초반 우리 탐 크루즈 형님의 얼굴이 클로즈업 잡히기 전까지 뻔질나게 카메라에 얼굴 디미는 뻘건샌, 노란색, 초록색 등등의 총천연색 유치찬란한 조끼를 입고 항공모함 갑판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사람들 보일 것이다. 그렇다 바로 갑판요원(Deck Crew)들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파일롯 혼자만 난리친다고 비행기가 날아오르는 건 아니다. 정비사도 있어야하고, 무장사도 있어서 비행기에다가 폭탄도 달고 미사일도 달고 하는 것이고, 유도요원이나 관제요원들이 비행기를 활주로까지 유도하고 출격 시키는 것과 같이 항공모함의 함재기들도 이런 서포터를 받아야만 날아오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공군기와 다른 점이라면, 300미터 남짓한 공간에서 날개길이만 14,5미터 넘어가는 항공기 80여대가 이륙과, 착륙, 무장 장착 등을 다 하면서 움직인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겠다. 엄청난 차이라고? 음...하긴 엄청난 차이다.


 



알록달록~


 


영화에서 보면 갑판요원들이 하나같이 귀에 귀마개를 차고 있는 건 아주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하면 된다. 80여대가 넘는 제트기들이 바로 옆에서 불을 뿜고 있는데...장난 아니지...그네들이 손짓, 발짓, 몸짓으로 움직이는 것 역시 그런 연유에서다. 도저히 말로선 의사전달이 안 되는 상황이기에 핸드사인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런 그들의 동작하나하나가 거의 예술(?)의 경지에 올라섰고, 그들의 역동적인 동작을 보며 “갑판위의 발레리나”란 별명이 붙기에 이른다. 그럼 그들이 총천연색 라이프 베스트를 입는 것은? 생각해 보면 이것도 의외로 간단명료하다. 그 좁은 갑판위에 아무것도 들리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누가 누구인지를 모르지 않는가? 당장 캐터펄트 오피서(발함장교) 어레스팅 기어 오피서(착함장교)에 연료 보급원, 항공기 유도원에, 병기요원 등등 수많은 Deck Crew들이 바글거리는 갑판 위에서 누가 누구인지를 어떻게 구별하겠는가? 그래서 생각해 낸 게 주요 임무별로 옷 색깔과 헬맷 색깔을 다르게 한 것이다. 대충 보면, 연료 담당하는 녀석이 자주색, 병기사 애들이 적색, 유도병이 황색, 발함장교 애들이 녹색 등등 해서 색깔별로 구분을 시켜 놓았다. 하긴 근 100년 가까이 항공모함을 운용한 애들이니 어련히 알아서 잘 했겠어?


 


⑤ 앵글드 데크


경사갑판이라 불리는 이 녀석! 우리 탐 크루즈 형씨께서 미그 28이라는 기괴하기(!!) 짝이 없는 [새로운 전투기]랑 놀다가(미그 28이란 전투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영화 속에 나타난 미그 28은 F-5! 우리나라 80년대 도덕 교과서에 뻘겋고 퍼렇게 떡칠한 그 말 많고 탈 많던 제공호였다) 편대동료였던 쿠거가 얼어 있는 사이에 먼저 착함을 하게 되는데, 이때 쿠거가 바짝 얼어서 움직이지 못한다는 걸 들은 우리 톰 아저씨 다시 하늘로 박차고 날아오르는데...여기서 우리는 앵글드 데크의 위력(!)을 확인하게 된다.


 


음...앵글드 데크가 무엇이냐고? 일단 독자제위들 앞전에 보았던 진주만 같은 작품을 보면, 그 당시에 등장하는 항공모함이란 녀석들이 오늘날의 항공모함과 달리 “약간 밋밋하다”란 느낌을 받을 것이다. 뭐가 다른 걸까? 그렇다. 갑판이 통짜로 찍혀져 나온 “완벽한 직사각형”이란 것이다. 2차 대전 당시의 항공모함이란 게 그냥저냥 배 위에다가 넓은 널빤지 깐 형태로 제작되었는데, 이런 직사각형 갑판의 단점이 전쟁 중 계속 드러나게 된다. 일단은 이런 식의 갑판은 항공기의 이륙과 착륙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는 결정적인 약점에 노출되게 된다.


 



 


왜? 생각을 해 봐라 이륙하는데 쓰이는 갑판의 비행거리와 착함할 때 쓰이는 거리를 합해보면 아주 쉽게 알 수 있다. 더군다나 항공모함이란 게 비행장 활주로+관제탑+정비고+택시웨이+주기장을 다 합해 놓은 곳인데, 그 비좁은 틈바구니 속에서 만약 착함에 실수 했다가 다시 상승해 하늘로 날아오르지 못했다간 갑판에 대기하고 있던 다른 함재기와 부딪혀 박살이 나는 일이 생길수도 있고(실제로 그런 일 많았다) 착함한다며 모든 비행갑판을 정리 해 놓은 상태에서 기습을 당하는 일이 생기면 항공모함은 무방비 상태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해서...영국이 생각해 낸 게 바로 앵글드 데크였던 것이다. 그 원리란 게 아주 간단해서 선체의 중심축에 맞춰서 약간 기울여 “착함전용” 갑판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었다(물론 이걸로도 날아오를 수 있다). 영화 보면 알겠지만, 만약 착함에 실패하거나 탐 아저씨처럼 “필요에 의해 날아오를 경우”에도 그저 아무 부담 없이 재가속해서 다시 떠오를 수 있는 이 간단하면서 획기적인 이 아이디어는 현대 항공모함의 [기본옵션]처럼 자리 잡게 된다.


 


6. 주인공 톰캣에 대하여....


지난 세기 [세계 최강의 전투기]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F-14를 선택했던 이들이 많았다. 한때 세계에서 제일 비싼 전투기였으며, 미 해군 항공대를 제외하곤 겨우 [이란]정도가 이 녀석을 운용 하였고, 한때 라이벌(?)이라 불리던 F-15전투기와의 모의 공중전 12번 중 12번을 다 승리로 이끈 탁월한 공중전 성능, 세계 최초로 Look down, Shoot down(하방탐색, 하방공격. 그때까지만 해도 이게 불가능 했다)이 가능한 AWG-9레이더의 장착, 그리고 서방 세계 최대의 공대공 미사일이자, 최장 사거리의 [괴물 미사일]인 AIM-54 피닉스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는 유일한 기체(실상 피닉스를 운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제트 함상 전투기 역사상 최초의 가변익(Swing Wing)전투기(날개가 접혔다 펴졌다 한다). 톰캣을 설명할 때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온통 “최고” 아니면 “최초”로 도배된 노블리스 한 전투기가 바로 이 톰캣이란 녀석이다.


 


일단은 톰캣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항공모함용 함재기들이 일반 공군형 전투기 보다 “필연적으로”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부터 설명해야 겠다.


 



쨔잔~



한때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율곡비리 사업. 공군에서 야심차게 추진하던 KFP 사업의 후보기종 중 최후까지 경합을 벌였던, F-16과 F/A-18 두 기종을 보면, 둘 다 미국이 쓰는 기체였고, 두 기체 다 그 태생은 F-15의 보조 전투기 개념으로 만들어져서(둘 중 이긴 녀석을 공군에서 채용하기로 했던 것이어서 엇비슷한 개념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나중에 보면, 둘 다 완전히 다른 기체로 만나게 되는 걸 볼 수 있게 된다) 서로 경쟁을 했지만, 결국 이긴 건 F-16이었고, F/A-18은 해군 쪽으로 고개를 돌려 그곳에서 둥지를 틀게 된다. 그런데, 이 한 뿌리에서 나온 전투기들이 10년 뒤 다시 만나게 되면 서로 못 알아볼 정도로 모습이 뒤바뀌어 있다(물론, 처음부터 생긴 게 달랐지만, 공군형 버전이었을때와는 느낌부터가 달랐다) 왜 그랬을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해군형]과 [공군형]이라는 이 메울 수 없는 간극 때문이다.


 


해군형 전투기나 항공기의 경우는 공군형 보다 훨씬 가혹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생각해 봐라 비행기 한번 날릴려면 캐터팔트에 몸을 맡기고 순간적으로 쏘아 올리지, 착륙할 때 봐라...거의 비행갑판에 내동댕이쳐지듯이 꽂히지...이렇게 되니 해군형 비행기 들은 공군형 보다도 내구성에 대한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탑건에서 보면, F-14의 랜딩기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상당히 튼튼해 보이지 않는가? F-15의 랜딩기어랑 비교해 보면 그야말로 “무쇠다리”처럼 보여질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캐터펄트 사출시 랜딩기어가 받는 하중만 80톤 가까이 되는데, F-15의 랜딩기어론 못 버텨낸다. 자 문제는 이런 강도에 대한 제한만 있으면 모르겠지만, 거꾸로 함재기는 다른 공군기들에 비해서 [무게]와 [크기]에 대한 제한도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일단 크기는 다들 아실 것이다. 항공모함이란 특성상 한정 없이 크면 수용이 불가능 하고, 일단은 엘리베이터에 탈수 있어야(항공모함은 함재기용 엘리베이터로 비행기들을 갑판에 올렸다 내렸다 한다) 격납고에서 꺼내던가 말던가 하지 않겠는가? 덕분에 웬만한 항공모함 함재기들은 날개가 다 접힌다. 무게 또한 마찬가지인데, 캐터펄트에 몸을 맡기고 날아올라야 하는 함재기들은 캐터펄트가 날릴 수 있는 무게에 “맞춰”야 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더해서 항공모함이란 공간에선 본격적으로 비행기를 분해해서 정비하고 하는 여건이 어렵기에 비행기의 부품은 거의 뭉텅이로 나뉘어져 각 파트별로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즉, 어디 부분이 문제가 있으면 통째로 파트를 갈아버리지, 문제 있다고 일일이 분해해서 고장 난 데 찾는 짓은 못한다는 것이다. 비싸질만 하지? 여기에 한 가지 더하자면, 이것들은 전부 바다위에서 운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무슨 소리냐고? 바닷물로 인한 해수침식에 대비해서 해수침식방지용 도료 같은 듣기만 해도 꽤 비싸보임직한 걸 발랐다는 것이다.


 



자, 일단은 공군용과 해군용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동급이라도 해군용이 훨씬 비싸다는 걸 좀 알고 있어라. 왜? 톰캣 설명하려면 좀 필요하니까.



일단은 1950년대까지 이야기가 거슬러 올라가야겠는데, 1950년대 하면 정말 항공기 역사상 [격동기]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요동치는 시기였다. 불과 5년 전의 2차 세계대전 때의 공중전 상황하고는 판이하게 달라진 여건 때문이다. 2차대전 때 보면, 거의 대부분의 국가의 주력 전투기나 항공기는 [프로펠러]가 달려있었으나, 시대를 초월했던 무기를 쏟아냈던 독일군이 실전배치한 ME 262 덕분에 인류도 제트 전투기 시대를 접하게 된다. 그리고 한국전쟁을 거치는 동안 전투기는 아주 당연스럽게 [제트화] 되어갔던 것이다. 문제는 이 시점에서 세계 공군관계자들을 [집단최면]으로 몰고 간 물건이 나오게 된다. 바로 미사일의 등장이다.


 


그때까지 공중전의 주력병기라고 해봤자 기관포나 기관총이 고작이었던 시절. 전투기의 방어를 위해서 장갑을 두껍게 둘러친 선더볼트 같은 게 하늘에서 통하던 그 시절. 공중전이라 하면 자연스럽게 Dogfighting이라 불리던 접근전이 다인 줄 알던 시절. dead six라고 꼬리가 잡히면 그걸로 끝이 나던 그 시절에 등장한 미사일이란 존재! 더 이상 접근전은 무의미 하고 앞으로의 공중전이란 적기를 레이더로 탐색한 다음 미사일을 쏘면 끝나는 [편한]전투로 진행될 것이라고 공군 관계자들은 생각하게 된다.



그런 생각이 반영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F-4 팬텀이다. F-4는 월남전에서 한번 심하게 당한 다음에서야 F-4E형부터 벌컨포를 달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전에? 기총이나 기관포, 벌컨 같은 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분위기였다. 아이러니컬하게 이런 미사일 만능론이 이 영화 [탑건]의 모태가 되는 탑건스쿨의 탄생 배경이 된다.


 



 


자자 각설하자, 어쨌든 이런 미사일 만능론의 대두와 함께 해군 관계자들이 생각한 새로운 전투기에 대한 환상을 가질 무렵, 환상을 현실로 만들기로 결심하게 된다.


 


- 세계 최고의 레이더와 최장 사거리를 자랑하는 미사일의 결합!!


 


그 당시 미 해군 애들의 가장 큰 적인 소련의 전술이란 것이 수십 수 백대의 전폭기에다가 서너발씩 대함미사일을 달고 날아와 항공모함이나 함대에다가 일제히 대함 미사일 수백발을 쏘아 붙이고 도망가는 지극히 [소련적]인 공격법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긴 미국의 항공모함에 대항할 수상세력에서 밀리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으니 말이다. 여기에 대한 대비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강력한 레이더로 먼저 적을 발견한 다음 장거리 미사일로 함대에 접근하기 전에 박살내자”란 생각이다.


 


F-14의 임무에 대한 대충의 윤곽이 잡히기 시작한다. 문제는 해군 기체와 공군 기체가 [원천적으로 다르다]란 사실을 망각(?)한 당시 국방부 장관 맥나라마의(포드 자동차 부사장 하다가 국방부 장관 자리에 앉은 덕에 비용절감에 민감했다) [비용절감] 압력에 의해 공군형으로 개발되고 있던 F-111을 해군용 버전도 만들어 해공군이 같이 쓰자는 계획이 추진되게 된다.


 


결국 나오게 된 것이 해군형 F-111인 F-111B형이었으나, 앞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항공모함용 함재기들은 “제약”이 많았다. 얼추 공군형을 해군요구사항에 맞춰 만들었으나, 이미 중량은 해군 요구사항보다 5톤이나 늘어나 버렸고, 애초의 목적이었던 공군형과의 호환으로 경비절감을 하자는 계획은 거듭된 해군 측의 요구로 그 호환률이 50% 대 이하로 떨어지면서 애초계획과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결국 F-111B 계획은 폐기되기에 이르렀다.



자 문제는 해군이 이렇게 F-111에 발목 잡혀 있을 때 소련은 1967년 모스크바 에어쇼에서  새로운 MIG시리즈를 대내외에 과시하며 '자랑질'을 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충격을 먹게 된다. 새 시대의 새로운 미그기들이라니...원래 소련은 질보다는 양을 추구하며, 수량이 곧 질을 말한다는 생각에 서방 세계 보다는 한수 아래의 전투기들을 양으로 채워 물량으로 압도하는 방법으로 맞섰는데, 이젠 이야기가 달라졌다.


 


가변익 전투기인 미그 23과 일본의 방공망을 아주 우습게 뚫어버린 마하 3급의 미그 25(냉전 무렵 미그 25에 대한 서방측의 공포는 상당히 과장 되었는데, 벨렝코 중위의 망명으로 밝혀진 이 녀석의 실력은 기대 이하였다. 강철로 몸체를 만들고 진공관을 쓰는 전투기라니...) 그리고 A-10 공격기의 소련판 짝퉁이라 알려진 SU-25 등등 소련의 신예기들을 보면서 미군은 긴장하게 되었고, 때마침 그 동안 미해군과 공군에서 주력으로 쓰던 F-4 팬텀의 대체기가 물망에 오르던 때였다.


 


결국 그렇게 해서 개발 되어진 게  바로 이 F-14였다.


이 녀석은 해군 전투기의 명문이라 불리던 그루먼이 오랜 침묵을 깨고 들고 나온 것인데, 말 그대로 당시의 항공모함 전투기의 개념을 확 바꿔놓은 명작(!)이 되어버렸다. 이 녀석의 애초 목표는 영화에서처럼 열심히 도그 파이팅을 하며 적기의 꼬리를 물고 늘어져 싸우는 인파이터가 아니라(그렇다고 접근전을 못한다는 건 아니다) 강력한 레이더와 장사정의 피닉스 미사일의 결합으로 원거리에서 아웃복서 스타일로 싸우는 것이었다.


 


당장 150NM의 탐색거리를 자랑하는 AWG-9 레이더로 적기를 탐색해 24개의 목표물을 추적 그중 위협적인 6개의 목표물을 향해, 사거리 200킬로미터 약간 못 미치는(초기형은 150킬로미터 내외) 피닉스 미사일 6발을 동시에 발사한다는 걸 자랑으로 내세웠는데, 실제로 피닉스 미사일 6발을 달고 날아오를 수 있었던 건 영화 개봉 끝나고도 한참 뒤인 1988년에 이르러서다. 그때까진 보통 4발식 달고 날아올랐다. 왜? 톰캣의 엔진인 TF-30-P-41A엔진의 추력 부족 때문이다. 1988년이 되서야 GE사제 F110-GE-400엔진으로 교환하면서 말 그대로 제대로 된 숫고양이가 된 것이다.


 


여담이지만, 팔레비 시절 미국과 돈독한 우정을 쌓아가던 이란 애들은 70년대 이 F-14를 70여대 들여왔는데, 호메이니옹이 팔레비 왕조를 엎어버리면서 이야기가 묘하게 꼬이기 시작하였는데, 미국의 지원 없이 방치된 F-14를 이란 애들은 [조기경보기]용도로 쓰게 된다.왜? 그 강력한 레이더를 달리 쓸 방도가 없기에 말이다.


 


(이란이 F-14를 사는 통에 F-14의 운명은 갈가리 찢겨지게 된다. F-14가 퇴역 한 다음 적성국가인 이란에 부품이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F-14는 말 그대로 갈가리 찢겨져 폐기되어지게 된다)


 


7. 탑건스쿨.


세 번이나 영창을 갔고, 5번이나 관제탑을 날려버렸고, 함대 사령관 딸내미 역시 날려(?) 버린 탐 크루즈! 이 아저씨가 드디어 그 실력을 인정받아 미라마로 날아가게 된다. 영화 시작과 동시에 [1969년 3월 3일 미라마에 해군 공중전...] 하면서 탑건 스쿨에 대한 이야기가 자막으로 나오는데, 바로 이곳으로 톰 크루즈가 입교하게 된 것이다.


 


탑건이란 의미는 서부시대 명사수들을 호칭하던 말이었는데, 정식명칭인 해군 전투기 병기 학교 NFWS(Navy Fighter Weapon School)이다. 뭐 별명이 정식 명칭보다 더 유명해 지는건 다반사이니까...그런데 이 탑건 스쿨이 왜 생겨난 걸까? 영화에서 교관이 떠드는 걸 함 들어보자


 




 


- 한국전 당시 적과 아군의 공중전 교환비율은 12:1이었다. 즉, 우리전투기 한대 떨어질 때 적군 전투기 12대가 떨어졌다. 그런데 이 비율이 월남전에선 3:1로 떨어졌다. 조종사들이 미사일에 대한 의존과 공중전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이었다. 그러나  NFWS의 창설과 훈련 병력의 배출 후 이 교환비율은 다시 13:1로 돌아갔다...


 


그렇다. 이 교관이 하는 말 거짓말 아니다. 13대 1. 정말 대단한 수치이지 않는가? 그런데 어째서 월남전에 들어서자 스코어가 곤두박질 친 걸까?


 


교관이 잠깐 언급한 것처럼 50년대 전 세계 공군관계자들을 [집단최면]으로 몰고 간 [미사일 만능론]의 등장 덕분이었다. 앞전에서도 잠깐 언급하였지만, 당시의 분위기는,


 


- 더 이상의 공중전...그러니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접근전과 같은 공중전의 시대는 지나갔    다. 앞으로의 공중전은 레이더로 적을 탐색한 다음 미사일로 격추하는 “깔끔한 전투”만이존재 할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등장한 것이 그 유명한 F-4 팬텀 전투기이다. 이 녀석은 아예 기관총이나 기총 같은 접근전용 무장을 생략한 채로 오로지 미사일로만 무장하고 월남전에 투입 된다. 그러나 이야기가 좀 요상하게 흐르는 것이 이 최신 팬텀 전투기가 구닥다리 미그 15와 미그 17로 무장한 월맹 공군에게 “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강력한 레이더로 탐색한 다음 중장거리 미사일로 적기가 다가오기도 전에...아니 아군을 발견하기도 전에 미사일로 격추하겠다던 생각은 말 그대로 [환상]으로 끝이 나게 된다. 왜 그랬을까? 일단은 미사일이란 걸로 탐색하고 쏘기 전에 미그 15와 17이 접근전으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원래 미사일이란 것의 명중률 이란 게 100%를 자랑하는 건 아니었고, 그나마도 조종사들의 조작미숙, 그리고 6, 70년대 미사일 기술 수준이란 게 완전한 파이어& 포겟(Fire & Forget : 쏘고 난 다음 망각한다는 것인데, 미사일을 발사하면 전투기의 유도 없이 미사일 스스로가 날아가는 능력)능력이 없어서 쏜 미사일을 계속 해서 유도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서방측 중거리 미사일의 표준이던 AIM-7 스페로의 수준이 그 정도였다. 미그 15와 미그 17은 저속도의 고기동 전투를 미군 측에 강요해서 미사일 록온을 하기 전에 치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저속도에서의 고기동 전투에서 미사일이란 건 발사 타이밍 잡기에도 문제였고, 최소한도의 발사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데, 발사거리 확보조차가 여의치 않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근거리에선 기관포만큼 확실한 무장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팬텀에다가 건포드를 부착해 출격 시키지만, 이미 베트남 전 초창기 때 적기와 아군기의 교환비율은 2:1로 떨어지고 난 후였다.


 


이후에 미그 21이 베트남 하늘에 등장하면서 적기와 아군기의 교환비율은 역전해 0.85:1까지 떨어지게 된다. 미군이 몰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해군 애들은 왜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자신들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게 된다. 그리고 나온 결론이,


 


- 우리 애들이 너무 방심한데다, 게을러 터졌다. 미사일 이란 게 모든 걸 해결해 주는 줄 알고 접근전에 대한 훈련이 전혀 안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믿고 있는 미사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안 되어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적기를 원거리에서 미사일로 다 격추할 수 있다는 환상 덕분에 기본적인 적 공중전 전술에 대해서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를 확인하면, 그 해결책도 나오는 법. 해군 애들은 결국 애들을 [기초]부터 확실히 재교육시키기로 결정 1968년 11월 캘리포니아 미라마의 해군기지에 해군 전투기 병기 학교 NFWS(Navy Fighter Weapon School)가 탄생하게 된다. 이 학교의 설립 목표? 간단하다 일선 비행대에서 좀 똘똘하다 싶은 파일롯과 리오(RIO : 후방석의 레이다 요원)들을 모아서 철저한 도그 파이팅 대비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그때까지 각 비행대 마다 Red flag...붉은 깃발 훈련이라고 같은 기종끼리 적, 아로 나뉘어서 훈련을 하던 건 있었어도, 영화에서처럼 다른 기종, 그러니까 A-4나 F-5 같은 다른 기종을 가지고 훈련을 하는 건 없었다.


 


미 해군은 아주 독한 맘을 먹고 미그 17에 대항하기로 결심한다. A-4를 미그 17 대타로 결정하고, 뽑혀져 온 해군 항공대 조종사들을 쥐 잡듯이 잡아갔다. 바로 어드버서리(adversary:대항자)의 등장이었다. 이후에 새로운 미그기가 등장 할 때마다 미 해군은 가지고 있는 항공기들 (F/A-18 같은 기종)을 어드버서리로 추가해서 강도 높게 훈련을 시키게 된다. 공중전 역사상 최초로 [적기] 전담 부대가 만들어 지고, 그걸 가지고 파일롯들을 훈련시키게 된 것이다. 어쨌든 이런 뼈를 깍는 노력 덕분에 1972년이 되자 적기와 아군기의 교환비율은 13.5:1로 돌아가게 되었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공군 애들도 부랴부랴 탑건을 본 뜬 57FWW(57 Fighter Weapons Wing) 같은걸 만들며 해군을 쫓아가게 된다.


 


그럼 이런 탑건스쿨은 1년에 몇 명이나 배출 될까?
영화에서 보면, 탐 크루즈 형님의 애인이 되는 찰리...캘리 맥길리스가


 


- 8주마다 20명의 새 학생들을 받아요


 


라는 대사를 하는 장면이 있다. 우리 톰 형님이 찰리를 꼬시기 위해서 수작부리는 과정 중에 나오는 대사인데, 실제로 탑건 스쿨에 들어갈 수 있는 파일롯은 소수 중에 소수...정말 뛰어난 녀석이 아니면 못 들어간다. 전성기 때의 F-14 비행대 하나가 총 12대를 편재로 하고 있는데, 비행대 수만 30개다. 그 중에서 한 기수에 탑건 스쿨에 들어갈 수 있는 파일롯의 숫자는 8명, 뒤에 타는 RIO까지 합해봐야 16명이다. 한 기수의 총 훈련시간은 8주로 잡혀 있고, 1년에 총 6코스를 도니까, 탑건 스쿨을 수료할 수 있는 파일롯의 수는 많아봐야 연간 48명 수준이다.


 


여기서 잠깐 오해를 풀어야겠는데, 영화상에서 보면, 단순히 최고의 파일롯들을 뽑아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만드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상 탑건 스쿨의 목표는 최고의 파일롯들을 훈련시켜 원대로 복귀, 이 파일롯들이 편대를 훈련시키는 것이다. 음 한마디로 [교관]을 만드는 곳이란 소리다.


 


8. 플라이 바이 (Fly by)


영화는 탑건의 훈련 과정 중 첫 5주간 펼쳐지는 파워 프로젝션(Power Projection)과정...즉, 죽어라 톰캣 타고 하늘에서 모의 공중전 하는 장면 위주로 진행되어진다. 원래 탑건의 훈련 과정 8주는 파워 프로젝션 과정 5주 동안 공중전 훈련을 하고, 후반기 3주 동안은 해군 소속의 가상적 비행대 양성과정인 어드버서리(adversary) 과정으로 짜여져 있다.


 


어드버서리 과정은 파일롯만을 대상으로 하는 과정이 아니기에 영화상에선 생략되어졌다. 어쨌든 이 기간 동안 우리 탐 크루즈 형님은 발 킬머와 라이벌 아닌 라이벌이 되어 비행을 하는 틈틈이 캘리 맥길리스를 꼬시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을 다한다.


 



 


그 이후 과정은 그야말로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드라마]의 과정이라고 밖에 설명을 할 수 밖에 없겠다. 하긴 대규모 전쟁영화가 아닌 다음에야 군대 영화에서 충분한 볼거리와 스토리텔링은 상당한 제약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한때 필자가 공군 곡예비행단인 블랙 이글팀을 주인공으로 한 시나리오 개발에 투입된 적이 있었다. 당시 공군에서 지원도 해줬고, 서울 에어쇼에서 1차 촬영까지 다 했었다. 까놓고 말하겠다. 이거 정말 못할 짓이다. 탑건은 최소한 미사일이라도 쏴보지 않았는가? 만약 영화가 만들어졌다면, 우리 영화 역사상 최대의 물량을 때려 넣은 '배달의 기수'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탑건 보고 뭐라 하는 사람들 있는데...필자는 이 작업 이후 탑건 위대하게 다가왔다)


 


이런 문제를 토니 스코트는 F-14 톰캣과 톰 크루즈란 주인공을 가지고 한편의 [뮤직 비디오]를 찍듯이 건너 뛰어 버렸다. Take my breath away 나 Danger zone 같은 곡을 틀어넣고, 톰캣의 공중기동 장면을 매치 시켜 버리면 그걸로도 관객들에겐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상황에서 토니 스코트의 현란한 연출까지 더해지니 자칫 미군 만세로 시작해 미군 만세로 끝나는 지루한 군 홍보 영화에서 나름대로 괜찮은 뮤직비디오 한편을 보는 듯 한 느낌을 살릴 수 있었다.


 


어쨌든 톰 크루즈의 돌출 행동 속에서 영화는 살짝 복선을 깔아두다가, 결국 톰 크루즈의 톰캣이 추락하게 된다. 그리고 톰의 파트너 구스가 캐노피에 머리를 부닥쳐 죽어 버리는데...음 일단은 톰캣이 왜 떨어졌는지부터 이야기해야겠는데, 간단히 말해서 앞에 나가던 아이스맨(발 킬머)의 톰캣이 내뿜는 후기류가 매버릭(톰 크루즈)의 톰캣의 에어 인테이크에 빨려 들어가면서 엔진이 프레임 아웃 되어버린 것이다. 다른 전투기도 에어 인테이크에 후기류가 들어가면 엔진이 꺼져 버린다. 한마디로 말해 [어쩔 수 없는 상황] 되겠다.


그런 전차로 주인공 탐 크루즈가 그렇게 저렇게 방황을 하다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듣게 되고, 개연성이 약해 보이긴 하지만 어쨌든 탑건 스쿨에 복귀해서 무사히 졸업을 하게 되는데, 이때 조국이 그들을 부르게 된다.


임무는 공해상에 떠있는 미국 국적 배에 특공대가 진입해 미국인들을 구출하는 동안 톰캣 편대가 상공을 엄호한다는 단순한 작전인데, 문제는 미국에 적대적인 적성국이 이걸 가만히 놔두겠냐는 것이다.


 


이 장면은 아무리 봐도 “리비아”를 의식하고 만든 장면 이란 게 필자의 개인적인 판단이다. 1989년 1월 4일 리비아 해협 시드라만 상공에서 리비아 공군 미그-23 2기를 톰캣이 격추해 버리는 사건이 있었는데, 이건 영화 나오고 나서 3년 후의 일이니 넘어가기로 하고...같은 시드라만 상공에서 1981년 8월 19일 CVN-68 니미츠에 배치된 제8항모 항공단 소속의 VF-41 편대의 톰캣 두 대가 역시 리비아의 SU-22 두 대를 격추해 버린 사건이 있었다.


 


이 당시 톰캣은 통상적인 CAP(Combat Air Patrol : 무장한 상태로 공중 초계) 임무 수행중이었는데, 리비아의 SU-22 두 대가 AA-2 미사일을 날리며 공격. 톰캣 두 대가 여지없이 사이드와인더 미사일을 발사해 격추해 버렸던 것이다.


 


80년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던 리비아와 미국의 상황을 본다면, 당연히 [악역]으로 등장할 나라는 역시 리비아였을 것이다. 인도양이라고 두루뭉술하게 말하지만...뭐,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때까지의 분위기는 그랬다는 것이다.


어쨌든 탑건스쿨에서 미그 21의 대역 역할을 하던 F-5가 이번에도 미그 28이라는 국적불명의 낯선 전투기로 등장하게 된다.


 


그리고 국방홍보 영화가 다 그렇듯이 이 정체불명의 [나쁜넘]들은 정신 차린 탐 크루즈 형님에게 그야말로 묵사발이 나고, 탐 아저씨는 한대 모자른 에이스가 되어(공중전에서의 에이스란 의미는 5대를 격추시킨 파일롯을 말한다. 물론 2차 대전 독일공군의 2백대, 3백대 격추시킨 초슈퍼 에이스들에겐 애들 장난이겠지만...이 격추기록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것이 당시 이들과 싸웠던 연합군 파일럿들인데, 이 이야기는 넘어가기로 하자) 보무도 당당하게 항공모함으로 플라이 바이를 한다.


 


여기서 우리는 항공모함의 방공을 위해 준비된 전투기가 고작 “2대”밖에 없음에 경악하게 된다. 실제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설마 이걸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들이 있는 건 아니겠지?


 


영화에서 보면, 망망대해에 항공모함 한척이 덜렁 나아가는 장면이 자주 보이는데, 실제로 이렇게 혼자 가는 항공모함은 없다. 보통 항공모함 한척에 수척의 구축함, 이지스 순양함, 이지스 구축함, 보급함에 잠수함 등등 해서 하나의 CBG(aircraft carrier battle group). 항공모함 기동부대를 구성해서 작전에 들어간다. 영화에서처럼 몇 대의 톰캣이 그 방어망이 뚫렸다고 항공모함이 위기에 처하는 경우는 절대!! Never!! 없다.


 


항공모함이란 존재는 외교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최고의 값어치를 지닌 전략무기인데다가 그 상징성이 또 만만치 않은 존재이기에 적들에게 있어선 언제나 최고의 목표이자, 최대의 난적으로 꼽히는 존재이다. 이런 항공모함을 보호하기 위해, 항공모함 기동 부대는, 일단 대공 방어를 위해 이지스 순양함 2척과 이지스 구축함 1, 2척, 여기에 대잠수함 구축함을 항시 달고 다닌다, 여기에 다시 보급함이 붙고, 바닷 속에는 LA급 잠수함 1, 2척이 항시 대기하고 있다. 한마디로 미 해군이 붙일 수 있는 건 다 갖다 붙였다 보면 될 것이다.


 


이런 항공모함의 [대공방어]는 영화에서처럼 그렇게 허술하게 짜여져 있는 게 아니다. 일단 항공모함의 머리 위에는 언제 어느 때고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기가 항시 떠 있어서 적기와 아군기의 활동을 감시한다. 조기경보기의 도입은 그 나라의 공군력을 두 배 이상 향상시킨다는 말 그대로, 이 녀석은 함대 방공의 최선봉으로 적기에 대한 감시, 탐색, 아군기의 유도 등등 지휘본부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 호크아이의 지휘아래 F-14 전투기가 항모 주변 165킬로미터 지점까지 CAP을 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데, 항공모함의 방어구역인 200해리 안쪽으로 다가오면 경고 후 곧바로 공격에 들어간다.


 


영화의 시점인 1986년에는 각 항모 마다 12대로 구성된 톰캣 비행대 2개씩이 배치되어 있으니, 영화에서처럼 몇 대 날아갔다고 예비기체가 두 대 밖에 없는 상황은 절대 없다.(이후 F-14 비행대가 10대로 구성되어 2개 비행대가 있는 대신에 F/A-18이 공격과 방어 두개의 임무를 같이 맡으며 톰캣을 보조했었다. 그리고 2010년 현재...항공모함에서 톰캣은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 항공모함의 주축선수는 F/A-18이 맡고 있다) 만약에 리비아나 중소국가의 허접한 공격에 톰캣 편대가 뚫려도(이명박이 삽을 놓을 확률보다 낮지만 말이다) 그 다음은 이지스 순양함과 구축함이 대기하고 있다.


 


동시에 256개의 목표물을 탐지해 이중 위협적인 18개에 대한 미사일 공격이 가능한 이지스 순양함과 구축함이 항모 주변을 호위 하고 앉아 있는 것이다. 이걸 뚫고 들어가면(이명박이 4대강 사업을 포기할 확률보다 낮다) 역시 개함방공 미사일인 스페로로 무장한 각각의 함정들이 중첩공격 하는 걸 뚫어야 한다. 이것마저 뚫으면? 그 다음은 다시 채프와 팰랑스가 기다리는 최후의 일전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솔직히 항공모함을 잡는다는 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전자전기와 조기경보기 공중급유기에 공격기, 전투기로 완벽한 조합을 이룬 항모 항공단을 뚫는다는 시도 자체가 “상당한 각오”를 하고 덤벼들어야 하는데다가, 설령 이 항공단을 뚫는다 하여도 이 시대 최고의 방공 시스템이라 불리는 이지스 시스템을 장착한 순양함과 구축함의 미사일 방어막이 기다리고 있다. 중소국가의 힘으로선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아마 가능성이 좀 있다면 잠수함에 의한 공격이 확률상 근접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이 역시도 대잠수함 공격기인 S-3 바이킹과 대잠 헬리콥터, 대잠 구축함, 그리고 LA급 잠수함 2척의 방어망을 다 뚫은 다음의 이야기이니까 이 역시도 요원하다 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영화에서 보여주는 그 긴박한 순간은 한마디로 “연출”이 되겠다. 그리고 영화 보시면 아시겠지만, 미그 28이라 불리는 제공호에는 공대공 무장만이 덩그러니 달려있지, 항공모함을 공격할 수 있는 대함미사일 같은 건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괜히 함장이 오바해서 인상 구긴 거였다는 이야기다.


 



 


뭐 어쨌든 우리 탐 크루즈 형님이 멋지게 4대의 적기를 격추하고는 귀환하면서 관제탑에 플라이 바이(Fly by)를 요청한다. 그러나 언제나 커피 쏟는 그 관제장교 역시 노사인을 보낸다. 플라이 바이가 뭐냐고? 저공비행으로 고속으로 통과하는 걸 플라이 바이라고 하는데, 보통 적기를 격추하고 귀환할 때 쯤 되면 항공모함의 요원들이 갑판으로 우르르 몰려나온다...왜? 적기를 격추시킨 파일롯은 항공모함 근처에서 승리의 기쁨을 춤...이 아니라 공중 기동으로 표현하는데 그게 바로 Victory Roll이다. 이건 에이스에 대한 예우인데, 적기 격추했으니 한번 네 맘대로 공중제비 돌아보라고 관례적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우리 관제 장교 아저씨 플라이 바이 한번 해 보겠다는 탐 아저씨의 요청을 묵살하더니 결국 된통 당한다.


 


뭐 그렇게 한번 공중제비 돈 탐 아저씨 항공모함 갑판에 딱 내리면, 갑판요원들과 동료 파일롯들 탐 크루즈를 얼싸안으며 축하를 하는데, 여기서 잠깐...여기서 곰 플레이어 걸어 놓고, 불법 다운로드 한 탑건을 돌려보려는 독자제위들께서는 스페이스 바에 손을 얹으시고 끊어서 화면을 보시길 바란다. 유심히 잘 살펴보면, 왠지 낯익은 인물이 보일 것이다. 그렇다 쇼생크 탈출에서 비는 이렇게 맡는 것이라며 온몸으로 부르짖던 팀 로빈스...부시는 나쁜넘이며 이라크전은 명백한 침략행위가 말한 할리우드의 양심 팀 로빈스가 아니던가? 그런 그가 대사 한마디 없이 갑판요원들과 다른 조연에 밀려 겨우 얼굴 한 번 보일락 말락 하며  탐 크루즈의 어깨를 두들기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 역을 맡고 있다니...콜사인 헐리웃으로 몇 번 등장도 못하고 그냥 찌그러진...조연도 아닌 단역...아 추억은 새로운 거구나....


 


팀 로빈스의 이 씁쓸한 얼굴이 지나가면,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발킬머와 탐 크루즈의 재회(?) 장면이 등장한다. 아이스맨이란 콜사인처럼 썰렁했던 발킬머...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탐을 껴안더니 한마디 내뱉는다...


 


- 내 윙맨이 되어줘


 


윙맨(Wing man)이 뭘까?? 윙맨이란 2기 편대에서 2번 기를 뜻하는 말인데, 1번 기의 후방 6시 방향을 커버해 주는 역할을 한다. 즉, 윙맨이 되어달라는 소리는


 


- 널 믿는다, 내 뒤를 맡길 테니 지켜 달라


 


 란 의미가 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이며, 사나이의 로망이 담뿍 담긴 대사가 아닌가? 정녕 썰렁했던 아이스맨은 이 대사 한마디로 그 동안의 썰렁함을 일순간에 날려버리는 놀라운 내공을 보여 준 것이었다.


 



Wingman (동명이인)


 


9. 마치며...


탑건을 말할 때 마다, 탐 크루즈의 인생을 역전시킨 작품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미 국방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은 국방 홍보 영화라고 폄하하는 사람도, 주제가와 토니스코트의 연출이 결합된 “110분짜리 뮤직 비디오”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본 필자에게 탑건이 어떤 영화인지에 대해 묻는다면, 본 필자는 주저 없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 영화역사상 전투기를 가장 다양한 앵글에서 볼 수 있었던 작품


 


이 말의 의미는...글쎄... 토니 스코트의 연출의 힘이라기보다는 아마도 미 국방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말이 될까?(탑건 이후 미공군과 해병대 등등은 저마다 자신들의 홍보를 위해 할리우드 제작자들과 손을 잡고 영화를 찍었지만, 거의 대부분 망했다. 그들이 데려온 감독들은 토니 스콧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 탑건에 열광을 했었고, CIC에서 소장판으로 출시되었을 때 뒤도 안돌아 보고 사서는 테입이 늘어날 때까지 보고 또 봤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밀리터리 취미측면에서였다). 그러나 영화적으론 그닥 호감이 가지 않는 작품이다. 탄탄한 구성은 고사하고, 기본적으로 “왜” 매버릭이 날아올라야 하는지 조차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이야기가 진행됐고, 조금이라도 쳐질 거 같으면 여지없이 흘러나오는 해롤드 펠터마이어의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하는 현란한 카메라 워크를 보면서,


 


- 사기 치는군...


 


하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이 영화의 미덕인 F-14의 멋들어진 기동장면과 항공모함이라는 생소한 장소에서의 긴박하면서도 역동적인 움직임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히 값어치가 있는 작품이다. 관객들 역시 이런 장면에 반해서 탑건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작품이 보여주는 그 “멋”과 “사나이의 로망” 뒤에 숨어 있는 80년대 힘에의 의지로 귀결되는 “미국식의 평화”에 대한 은밀한 전도를 사람들은 눈치챘을까? 50년대 미국사회에 만연한 적색공포를 할리우드 영화계는 “괴물이 나오는 B급 영화”와 “인류 멸망”이라는 소재로 활용하였다면, 80년대 할리우드는 레이건의 의중에 따라 힘에 의한 평화, 강력한 미국을 대외적으로 천명하기 바빴다. 채석장에 있던 람보가 또다시 M60을 들고 베트남전을 미화하기 바빴고, 포로들을 구출한 람보는 다시 글러브를 끼고는 소련복서를 때려눕히느라 진을 빼야 했다(록키 4를 보면서 얼마나 록키를 외쳤던지...)


 


이런 직접화법이 어느 정도 식상해 졌다 싶었을 때 미 국방부와 헐리우드가 손을 잡고 천연덕스럽게 들고 나온 것이 바로 “탑건”이었다. 앞에서도 언급 하였지만, 항공모함만큼 미국의 힘을 잘 드러내는 무기체계는 없을 것이다. 언제 어떤 장소든지 나타나 주변국을 위협하는 항공모함. 그리고 그 항공모함 방어의 최일선을 담당하는 세계 최강의 전투기 F-14를 조종하는 파일롯과 그 파일롯 중에서 최고를 가려 뽑아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만드는 탑건스쿨,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세계 최강 미국의 진정한 힘을 110분간 바라보며 감탄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