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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2.화요일


딴지조기축구단장


필독


 


 


 


네 네... 지난 주말에 코리안 빅리거들이 한 건씩 했습니다. 먼저 박주영의 한경기 두 골을 볼까요.


 




 


이 헤딩은 정말 감각적이군요. 고개를 돌리며 공의 예상각도를 바꿔 '흘려보내는' 저 스킬을 누군가에게서도 종종 본 적이 있지요. 바로 안정환입니다.


안정환은 준 연예인 취급을 받던 일명 겉멋시절, 왜 헤딩을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말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지요.


 


아주 간지나게... "발만으로 충분하다."


 


무슨 소년만화 주인공인가요? 이런 말을 해놓고 월드컵에서 헤딩으로만 두 골을 넣었으니 난 좀 웃기더군요. 더 재밌는 건 안정환의 헤딩이 정말 유려하다는 겁니다. 헤딩에 타고난 감각이 있다는 뜻이지요. 안정환과 박주영처럼 피지컬이 약한 선수에게 이런 감각은 매우 유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탈리아전의 안정환이나, 이 경기에서의 박주영이나 상대 수비수가 마크를 놓치긴 했습니다만, 원래 대인마크상황에서 헤딩은 어려워요.


 


어쨌든 이런 류의 헤딩을 나는 좋아합니다. 근육과 뼈가 쉴새없이 부딪히고, 공이 시속 수십키로로 뻥뻥 날아다니는 그라운드에서 그 약하고 민감한 목뼈의 뒤틀림으로 골문을 뚫어버리는 것. 아 이건, 미학적이에요.


 


(그리고 난 안정환 선수를 무척 좋아한답니다. 이건 정말 말하기 부끄러운데,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들으면... 어쩐지 안정환이 생각납니다.)


 




 


두 번째 골은 착실한 받아먹기군요. 뭐 좋아요. 주면 받아먹을 줄 아는 건 공격수의 필수조건이니까요. 기본적으로 동료들의 패스워크가 너무 좋았지만 공이 날아올 위치를 예상하고 적절한 지점으로 러쉬한 건 정말 잘한겁니다.


 


박주영도 안정환처럼 늑대스타일의 선수인데, 프랑스리그와 AS모나코가 몸에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세리에A와 페루자가 안정환에게 어떤 환경이었는지와 비교하면 말이죠. 네, 나는 안정환의 팬입니다. 지금 안정환이 뛰고 있는 중국 팀 다롄스더 유니폼 구할까 생각중일 정도니까요.


 


이번엔 박지성의 시즌 첫 골입니다. 상대는 무려 아스날.


 




 


이건, 좋습니다.


 


왜 좋은가하면, 박지성은 전통적으로 아까운 선수거든요. 동료들과의 돌발적인 패스워크를 통한 박지성의 공간침투 능력은 가히 아시아 1위입니다. 이건 정말 지존이에요. 공간침투로 상대 수비수를 기만, 결정적인 공격기회를 순간적으로 만드는 능력 말이죠. 문제는 그 상태에서 골 결정력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지금 이 장면도 (이 동영상은 짧아서 확인할 수 없지만) 그 전 성황을 보면, 패스를 받아 드리블을 하기 전까지 박지성은 볼터치를 하지 않지만, 그것도 패스워크의 일환임을 할 수 있습니다. 동료들과 박지성은 서로의 의도를 정확히 읽고 행동했지요. 그리고 문전까지 갑니다. 그리고,


 


넣었습니다.


 


보통은 여기서 못 넣었잖아요. 근데 넣었습니다. 아주 좋은 그림으로요. 미세한 멈춤 동작으로 골키퍼를 기만한 후 낭비없는 정확한 힘과 각도로 여유있게 넣었습니다. 이건 정말 상쾌하군요. 자기가 다 만든 장면에선 못먹고, 먹을 때는 보통 주워먹기, 받아먹기로 먹어서 항상 아까웠거든요. 박지성 선수, 놓치면 억울할 것만 착실하게 넣어주면 그대는 3배는 더 멋있어요.


 


이번엔 이청용의 50미터 광드리블(1:00''부터)을 볼까요.


 





 


아깝군요. 저건 운이 나쁜 겁니다. 조금만 더 미리 쏘지! 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골키퍼까지 제치는 게 더 뛰어난 겁니다. 그리고 각도 충분히 나왔어요. 수비수때문에 각을 잃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저 상태에서 수비수가 못 막습니다. 다리 사이로 빠지거나 몸에 맞아 굴절되어 들어갈 확률이 높아요. 그런데 정말 재수없게도 수비수 발끝에 딱 걸렸어요. 이건 수비수가 잘한 것도 아니고 그냥 운입니다.


 


하지만 리버풀을 상대로 저런 드리블을 해내다니, 골을 안 들어갔지만 수비진은 관광보낸 겁니다. 잘했어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저 드리블보다 아까운 것은 패널티 판정 무산입니다.(2:36''부터) 심판은 오히려 헐리웃 액션을 한다고 이청용에게 경고를 주었지요.


 


이건, 내가 한국인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패널티킥 주는 게 맞습니다. 심판이 보기에 애매해서 주지 못한다고 해도, 헐리웃 액션이라니요? 볼턴의 코일 감독은 당연히 한마디 했죠. "(심판 판정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참고로 코일 감독은 이청용을 매우 좋아라 하는데, 이는 이청용에게 매우 호재입니다. 왜냐하면 이청용은 양날의 검 같은 선수거든요. 이청용의 감각은 정말 발군이지만 전체적인 팀 공헌도가 낮습니다. 정리하면,


 


1. 결정적 상황을 돌발적으로 만들어내고, 특정 상황에서 뛰어난 감각을 보이며, 순간적으로 상대 수비진을 관광보낸다. 골 결정력도 높다.


2. 그런데 공격에 줄기차게 참여하지는 않는다. (결국 현재까지는 안정환, 박주영과 같은 늑대스타일이란 얘기)


3. 수비에 참여하지 않는다.


 


즉 팀의 입장에서 이청용은 1명의 전력이 아니라 평상시 0.5명의 전력이라는 겁니다. 토털풋볼이 기본인 현대축구에서 이는 당사자를 매우 애매한 위치, 맛있어 보이는데 과연 먹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하는 계륵으로 만들기 쉽습니다. 물론 이청용의 '마인드'나 '게으름'을 지목한다면 이는 정말 조중동 스포찌라시스러운 발언이지요. 프로선수가 열의가 없어서 수비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말은 그냥 개그입니다. 이건 물리적인 체력문제입니다.


 


이청용의 경기를 유심히 보면 수비수들이 이청용에게 짜증을 내거나 다그치는 모습이 종종 보입니다. 너 도대체 뭐하냐는 겁니다. 이청용의 반응은?


 


그냥 씹습니다.


 


이런 담력은 매우 좋은 조건입니다. 청용 아우는 골을 넣을 때도 긴장하지 않죠. "넣어야해....!!!"하며 힘이 과하게 들어가는, 아시아 선수 특유의 부담이 없습니다. 당연한 듯이 차서 넣어버립니다.


 


이청용이 씹는데, 어쩔겁니까. 당당하게 씹어버리니까 경기할 때 짜증을 내도 결국 동료들하고 친해져버립니다. 이청용은 동료들하고 사이가 좋아요. 자기가 개의치 않는데 남이 별 수가 없는 거지요.


 


현재 체력적으로 완성되어있지 않은 젊은 이청용이 이런저런 부담에 시달리다보면, 현재의 장점도 잃어버릴 가능성이 큽니다. 축구는 재능과 노력만으로는 부족한 요소가 많지요. 이런저런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대선수로 성장하게 됩니다. 지금의 장점을 유지한 채 부족분을 채울 수 있는 심리적 조건은, 이청용의 '깡'으로 해결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볼턴의 신임 감독인 코일이 이런 말을 합니다.


 


"이청용, 수비 신경쓰지 말고 공격에 전념해도 된다."


"부담갖지 말고 자유롭게 플레이해라."


 


이는 그야말로 이청용의 축구인생에 대단한 원군입니다. 특정 공격수가 수비에 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면죄부가 아닙니다. 일단 이청용의 장점을 잃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장점이 훼손되지 않는 채로 부족분이 채워질 때까지 천천히 기다려주겠다는 겁니다.


 



오웬 코일(Owen Coyle) 감독


 


이청용은 이렇게 자신에게 유리한 감독을 만난 기회를 정말 잘 살려야 합니다. 코일 감독에게 아부도 좀 하고, 집에 찾아가서 한국 특산물도 좀 바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코일 감독이 이청용을 가다듬으려고 하는 건 한국 대표팀의 전력을 위해서는 아닙니다. 아마 자기가 다른 팀으로 갈 때 데려가려고 하겠지요. 축구판에서는 이렇게 공생적인 사제관계가 꽤 많거든요.)


 


어쨌든, 이청용은 두 골을 만들 뻔했습니다. 정말 아까워요. 하지만 리버풀 상대로 그 정도면 잘한 겁니다.


 


이제는 이청용이 노출한 약점도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이청용은, 몇 번 화려한 그림을 그릴 때를 제외하고는, 카메라에 안 잡혔습니다. 리버풀 수비진의 압박에 밀린 겁니다. 이것은 이청용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아시아 레벨의 수비진이야 한 경기에 열 번이라도 털 수 있겠지요. 하지만 상대팀의 수준에 따라 플레이의 질이 달라진다는 건 꼭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게다가 거긴 프리미어리그잖아요. 균일한 경기력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역시 중요한 것은...


 


체력입니다.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은, 박주영의 체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체력을 끌어올리는, 결코 적지 않은 기간을 버틴 겁니다. 마침 이청용에게는 코일이 있잖아요. 잘하면 지금보다 훨씬 훌륭한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요. 기대해 봅시다. (참 박주영 선수, 프랑스 주간 베스트 11에 선정되었군요.) 


 


 


내멋대로 빅리거 3人 리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모두 즐거운 한 주 되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