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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일 시작된 스가 정권의 '내각 발족' 지지율이 역대 3위인 7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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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

 

아무리 초기라고 해도 74%의 높은 지지율이라니 이상하게 보일 수 있겠는데, '새로운 정권과 지지율의 관계'를 다룬 <NHK>의 특집기사가 이를 설명해준다(링크)

 

1998년 4월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권 출범 시 지지율은 항상 전 정권의 최종 지지율을 뛰어넘는 것으로 나온다. 뿐만 아니라 이전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크면 클수록 초기 지지율이 더 높게 나타난다. 새로운 정권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반대로 실망이 크면 지지율이 훨씬 빨리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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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

 

예를 들어 2001년 고이즈미 내각의 출범 시 지지율은 81%로, 이전 정권인 모리 내각 최종 지지율인 7%에서 74%나 올랐다. (고이즈미는 정권 초기에 버블경기의 불량채권을 정리하고 우체국을 비롯해 공기업을 민영화했다. 신자유주의 경제를 도입해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등 일본의 양극화를 촉진시켰다. 현재까지도 가장 인기가 있던 총리로 기억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둔 인물은 아니다)

 

이번 스가 정권의 높은 지지율은 전 정권, 즉 아베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이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째 무당파에 속하는 동네 아저씨가 '스가 총리가 잘해나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했다. 아마 스가에게 지지를 표명한 74%의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테다.

 

 

내각도 재활용이 됩니다

 

이전에 비해 잘할 것이라 기대를 받아 역대 3위 지지율을 받은 스가지만, 크게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같은 자민당인데다, 아베 정권에서 유임된 인사가 많다. 이름만 '스가' 정권이지, 아베 정권의 '재활용 정권'이다. 

 

장관 자리에 오른 이 중에 '세습'이 반이다. 아베 정권에서 유임한 장관이 아소 재무상, 모테기 외무상, 고이즈미 환경상 등 8명이고, 재등판한 장관은 4명이다. 고노 다로처럼 다른 부처로 옮긴 장관도 3명이나 된다.

 

새로 입각한 인물이 있지만, 별로 새롭지 않다. 그 중 하나는 아베 총리 동생인 기시 노부오로, 첫 입각임에도 불구하고 요직인 방위상이 되었다. 명백한 '형 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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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관방장관의 사진이 생략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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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정권에서 주력하겠다는 디지털 장관 히라이는 얼마 전 아베 정권과 불가분의 이익 공동체였다는 것이 드러난 일본 최대의 광고회사 '덴츠(dentsu, 電通)' 출신이다. 자민당의 SNS로 언론 플레이를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링크).

 

장관은 아니지만, 총리 보좌관이자 일본 국회에서 해외출장에서 불륜커플이 사용했던 커넥팅룸을 널리 알리는데 공헌한 인물도 재임용되었다는 소식이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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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를 옮긴 장관 중에 가토 카츠노부 관방장관이 있다. 가토는 전 후생노동성 장관으로, 코로나19 담당이었지만 얼굴 본 적이 드물다. '무능'한 정치가인데도 불구하고 정권의 얼굴인 관방장관이 된 연유에는 아베 총리가 있다. 가토는 아베 총리와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는 사이로, 특히 '정계의 대모'로 알려진 아베 총리의 어머니에게 특별히 귀여움을 받고 있다. 

 

가토가 방위상이 된 것, 첫 등판에 아베 동생 기시가 방위상이 된 것은 아베에 대한 스가 총리의 '보은'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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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아사히>

 

언론은 스가 총리를 띄우고 있지만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분명 총리가 된 건 스가인데, 내각 구성은 아베 때와 다를 바가 없으니 말이다.

 

스가 정권은 아베 정권 시즌2가 될 것 같다. 아베 정권을 고스란히 물려받았으니 어쩔 수가 없나? 언론도 스가 총리에 대한 표현을 보면 거의 아베 총리 집안의 집사나 하인이 주인을 대신해서 잠시 잠깐 바지사장 노릇을 시킨다는 식이다. 아베 총리가 사퇴했는데 모든 것이 아베 총리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니 어딘가 이상하다.

 

 

혐한 없이 어떻게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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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는 총리가 된 뒤 기자회견을 가졌다. 관방장관일 때와는 달리 자신의 언어로 말하고 있었다. 적어도 일본어는 아베 총리보다 잘한다. 

 

국민을 위해서 일하겠다고 했다. 희망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는데, 내각 구성을 보면 어려울 것 같다. 휴대폰 요금 인하 등 지지율을 유지할, 알기 쉬운 정책을 낼 모양이다. 긴급과제는 코로나 대책과 경제 살리기라고 하는데, 역시 내각을 보면 어려울 것 같다. 지난 정권에서 코로나 대책을 못해서 경제까지 망친 장관들이 그대로 있으니 말이다.

 

기자단에서 아베 총리 부인의 '벚꽃모임'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내년부터 '벚꽃모임'을 없애겠다'고 답변하자, 당황한 기자가 '아베 총리에게 물어봤냐'고 물었다. 지금의 총리는 스가인데 꼭 아베에게 물어봐야 할 수 있는 일인가? (스가가 아베 총리 아바타라는 걸 고려한 물음이겠지만) 

 

스가 총리는 미국과 동맹을 맺는 등 외교정책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니, 언급하기 싫다는 걸로 보였다. 스가 총리도 '혐한'으로 간다는 걸 알려주는 느낌. '혐한'하면 할수록 자신들이 손해보는데도, 하겠다는데 어쩔 것인가? 이 정도면 혐한 중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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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은 당연히 혐한 중독이다. 스가 정권이 된 후 일본 언론은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아베 총리의 사퇴, 스가 정권의 탄생에 대해 한국 정부가 축하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에 언론은 '한국에서 온 편지를 무시하는 스가 총리를 칭찬'하느라 여념이 없다. 한국이 아쉬워서 일본에 사정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혐한' 이전 국가 간에 주고받는 의례적인 인사에 대해서 무시하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논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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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신초>

 

그러더니 며칠 뒤, 스가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답신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편지를 조롱했으니 충분히 남는 장사를 한 뒤 답신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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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케이신문>

 

해당 기사의 댓글은 '한국과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다'는 투의 '혐한'으로 도배가 되었다. 언젠가부터 한국 관련 기사에는 '혐한' 댓글로 도배되는 게 국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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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한국은 일본이 없으면 자립할 수 없으며, 돌봐줘야 하는 나라'라고 여긴다. 일본 언론에서 그렇게 보도하기 때문이다(한국과 중국이 일본에 목매달고 있는 기사밖에 볼 수가 없다). 일본은 싫다고 하는데 한국이 찰거머리처럼 달라붙는 것처럼 묘사한다. 일본이 수출규제라는 이름의 경제전쟁을 한 것에 대해 한국이 불매로 대응하는 것도, '일본이 식민지 때부터 조선에 대해 얼마나 호의적으로 잘해줬는데, 일본을 이용해 먹고 배신을 때린다'는 식이다. 늘 얘기하지만 이렇게 되면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은 일본이다.

 

재미있는 건 한국 언론에 따르면 일본 언론에서 묘사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밑 한일 외교' 타진을 위해서 일본에서 특사가 방문했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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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스가 정권은 한국이 만만하다고 겉으로는 무시하면서 뒤로는 옆구리를 찌르면서 간보기를 하는 것인지, 한국 정부가 먼저 나서서 일본의 새로운 정권에 비위를 맞추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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