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03.수요일 문화불패 방랑거사
- 땅딸보 배불뚝이 곰보 대머리 이야기꾼 일대기 -
키는 땅딸막하고 배불뚝이에 얼굴까지 얽은 못생긴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머리통보다 조금 작은 보따리 하나를 둘러메고 세상을 떠돌아 다녔다. 평생 동안 사흘 이상 한 곳에서 머무른 적이 없었다. 가족도 없었으며, 직업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그는 이야기를 팔며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이야기꾼이었다.
입담이 어찌나 대단했던지, 그가 자리 잡은 곳에는 늘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가 웃으면 사람들이 울었고, 그가 울면 사람들이 웃었다. 그 맛깔스럽고 열정적인 이야기가 끝나면 사람들은 넋을 놓고 박수를 쳤다. 그리고 저마다 이야기 값으로 준비해온 동전과 음식을 던졌다. 언제나 키보다 높은 재물이 쌓였다. 하지만 그 이야기꾼은 다음 여정에 필요한 약간의 동전과 음식만을 챙겼을 뿐이었다.
「이건 당신이 우리에게 들려준 재미난 이야기 값이오. 당분간 이곳에서 머물면서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시오. 그럼 금방 부자가 될 것이오.」
그의 정체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었다. 언제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왜 세상을 떠돌며 이야기를 팔고 다니는지 알려진 바가 전혀 없었다. 언젠가 마을을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향해 누군가 물은 적이 있었다.
세상을 떠도는 동안 이야기꾼도 점점 늙어갔다.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빠졌고, 그나마 남은 것도 새하얗게 탈색해 버렸다. 이야기를 이어가는 동안 자주 기침을 했고, 기침 사이로 피가 섞여 나오기도 했다. 그럴수록 청중은 점점 줄어들었다. 이야기를 끝낸 그의 앞자리에 수북하던 동전과 음식들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더 이상 열광하지 않았다. 박수도 치지 않았고,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뜨는 사람도 생겨났다. 땅딸보 배불뚝이 곰보 대머리 이야기꾼은 힘겹게 이야기를 끝냈다. 그의 앞에는 동전과 음식은커녕 야유와 조롱만이 가득 쌓여있었다.
「감동적인 이야기였어요. 하지만 가진 게 없어서 이야기 값을 치를 수 없어요. 미안해서 어쩌죠?」
키는 땅딸막하고 배불뚝이에 얼굴까지 얽은 못생기고 나이 많고 병까지 든 대머리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한 평생 이야기를 팔며 세상을 떠돌아 다녔다. 그는 작고 때 묻은 보자기 한 장에 몸을 누인 채 마지막 이야기를 팔고 있었다. 그것은 귀와 눈과 코가 빌려온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땅딸막하고 배불뚝이에 얼굴까지 얽은 못생긴 사나이가 그의 귀와 눈과 코로 겪은 자신의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는 너무 길어서, 쉽게 끝나지 않았다. 이야기를 이어가는 동안 해가 졌고, 졌던 해가 다시 떴다.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지나갔다. 사나이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여자도 그 곁을 지키고 있었다.
사나이는 그 자리에서 그렇게 죽었다. 하지만 죽어서도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한 그루의 편백나무가 되었다. 살아서, 땅딸막하고 배불뚝이였던 그의 몸은 단단하고 늘씬한 나무기둥이 되었고, 구름처럼 사람들을 불러 모았던 그의 입담은 짙고 푸른 나뭇잎이 되었다. 여자는 아직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머리카락처럼 길고 가는 바람이 되어 자꾸만 이야기를 조르고 있다. 그의 긴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까닭에 아직 이야기 값을 치르지 못하고 있었다.
땅딸보 배불뚝이 곰보 대머리 이야기꾼의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이따금씩 그를 추억하는 사람들은 편백나무를 찾아온다. 그리고 길고도 깊은 그의 그림자를 베고 누워 그 맛깔스럽고 열정적인 이야기에 몸과 마음을 적시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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